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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의 기초 - 좋은 문장 베껴 쓰는 법
조경국 지음 / 유유 / 2016년 6월
평점 :
조경국 저자하면 떠오르는 책은 책방에서의 일상을 기록한 <소소 책방 책방일지> 일 것이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진주에 '소소 책방'을 차리게 되었다는 저자의 책에 대한 애정은 책방까지 가는 이동 경로를 조사해봤을 만큼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더욱이 저자의 단정한 문체가 좋아서 책을 아껴 읽으며 어서 두 번째 일지가 출간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좀처럼 출간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가지고 있던 책마저 아버님 댁으로 보내드리자 여간 허전한 마음이 드는 게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처럼 조경국 저자가 쓴 「필사의 기초」라는 책을 알게 되었고 반가운 마음에 구입해 책을 펼쳐보니 차례에서부터 저자의 필체를 만날 수 있었는데 단정하고 깔끔해 보이는 글씨체에 왠지 내 글씨체와 비교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가 말하는 필사의 즐거움으로 첫 번째는 오직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둘째로는 차분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셋째로는 기억의 연장선으로서 필사의 즐거움이고 마지막으로 금전적으로 소박하게 즐길 수 있음을 꼽고 있다.
소소 책방 일지에서도 라미 사파리 만년필 파란색으로 필사를 즐기고 있음을 시사한 적이 있었기에 궁금했었는데 페이지 곳곳에 필사한 수첩들을 수록해놓아서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을뿐더러 필사하기 좋은 책들을 소개 있다. 또 필사가편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스티븐 킹, 정약용, 오이 겐자부로, 임종국에 이르기까지 아홉 필사가들의 이야기가 있는데. 그중에서 신영복 선생님이 감옥에서 하루 두 칸 나눠주는 재생용지에 청구 회의 기록을 메모했던 일화는 몇 번씩 읽어도 마음이 울컥해졌다.
또 '나의 필사 도구'편에서는 필통에서부터 만년필, 연필, 샤프심, 커터 칼, 샤프 등등 저자가 일상에서 사용하는 문구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정말 이 부분을 읽으면서 당장 집 앞 문구점으로 뛰어가 라미 사파리 만년필부터 샤프심에 이르기까지 구경하고 싶다는 마음을 참느라 혼이 났던 순간이 떠오른다. 아. 문구와 책은 정말 애정을 넘어선 그 무엇인 거 같다.
책을 좋아하고 문구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볍게 읽어보면 좋을 「필사의 기초」는 필사하기 좋은 자세에서부터 글에 대한 강박 피하는 법, 필사하기 좋은 장소 등 저자의 오롯한 필사의 즐거움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 역시도 필사를 한다. 필기감이 좋은 펜 중에서 검은색과 파란색을 가지고 필사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필사할 때 한 권의 책을 선정한다기 보다 읽다가 좋은 부분을 노트에 기록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필사하기까지 몇 가지 필요한 자세가 있다. 먼저 책상에 앉을 것 그리고 필기구와 노트를 꺼내 놓을 것. 편안하게 누운 자세에서 혹은 필기구가 없는 상태에서는 여간해서 필사할 마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 이제껏 내가 느껴본 사항이었는데 여기에 더해 필사하고 싶은 좋은 책을 선정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ps. 그러나 저라나 <소소책방 책방일지> 두 번째 이야기는 언제쯤 나오는 것일까? 이렇게 손꼽아 기다리는 독자가 있음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담아본다.
그리고 또 하나 알라딘에서 <소소책방 책방일지>를 검색해서 저자의 이름을 누르면 <필사의 기초>는 나오지 않는다. 왜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