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산은 말한다.
'문학은 어둠 속에서 빛을 얻어오는 일이라고,
그에 어둠은 그를 태어나고 성장하게 했으며
울고 웃게 만든 무수한 지나날의 기억들과 맞닿아 있다'
2016년 5월 24일 화요일 『tv 책』에서는 황현산님의 『밤이 선생이다』를 방영하였다.
http://www.kbs.co.kr/1tv/sisa/tvbook/view/vod/index.html
올 해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강단에 서시며 다양한 평론 활동을 하신다는 황현산 작가님은 『밤은 선생이다』라는 책을 통해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절망뿐인 암담한 현실에 놓여진 사람들에게 그 어둠이 결코 나락으로 떨어지는 지뢰밭이 아니라 한 줄기 빛이 되는 시간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 한다. 내가 황현산 작가님을 만난 건 『우물에서 하늘보기』었는데, 시라는 언어를 벼리고 벼려 세상을 바라보는 감각을 알기에 아직 읽어보지 못한 이 작품도 그렇게 이해하게 되었다.
폭력에 대한 관심
어떤 값을 치르더라도
폭력이 폭력인 것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폭력 속에 살고 있고
그 폭력에 의지하며 살기까지 한다.
고속도로를 160킬로의 속도로 달리는 것도
폭력이고 복잡한 거리에서 꼬리물기를
하는 것도 폭력이다.
저 높은 크레인 위에 한 인간을 1년이
다 되도록 세워둔 것이나
그 일을 항의하는 사람을 감옥에
가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모든 아이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도 너는 앞자리에
서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폭력이다.
의심스러운 것을 믿으라고 말하는 것도
폭력이며, 세상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살아가는 것도 따지고 보면 폭력이다.
시인 김이듬 작가는 말한다. 이 책은 소소한 작은 것에서 출발하여 자신의 내밀한 마음에 도달하는 과정을 그린 것이라고. 탄광촌 이야기, 사이다 이야기, 바닥에 깔린 시간과 박철 시인의 '영진 설비 돈 갖다주기' 이야기 또 폭력에 관한 이야기까지 모두가 내밀한 언어이며 벼려진 단어들이었다.
『 tv 책』의 금주의 독서가들은 kbs 아나운서 서기철님과 심현보 작곡가 그리고 헌책방 살리기 프로젝트 '설레어함'의 김수경, 김태훈, 장도련 학생들이다. 무엇보다 tv 책이 좋은 이유는 일반인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번 주 참여한 '설레어함'의 학생들은 어느 때 보다 눈길이 간다.
설레어함의 학생들은 청계천을 알리고 헌책방을 살리기 위한 일환으로 헌책방을 찾아다니며 독자에게 책을 전달하는 일을 한다.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6가지의 테마 중에 독자가 원하는 테마를 선택하면 한 달에 3권의 책을 선별하여 배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http://oldbookbox.modoo.at/ 설레어함 홈페이지
이 세 명의 학생들은 때론 곱지 않은 시선과 질문들 ( 왜 이런 일을 하는지,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묻는 질문들)을 받기도 하지만, 많은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생의 관계, 그 공생의 관계를 이해하고 유지되길 바라는 마음이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스스로 발품을 팔아 알리는 일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임을 아는 이 멋진 청년들에게 무한한 용기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tv 책』에 또 하나 소중한 가치는 함께 책을 읽을 공간으로 다양한 동네 서점을 찾아 다니며 그곳을 소개한다는 점이다. 이날 함께 책을 읽은 장소는 상도동에 위치한 대륙서점으로 30년간 운영했던 서점을 2년 전 인수하여 책을 기반으로 인문학 강의와 영화 상영회, 글쓰기 모임등이 펼쳐지는 복합 문화 공간이자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 서점을 인수한 젊은 두 부부는 동네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다가 주민들이 사라져만 가는 서점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음을 알고 사랑방이자 복합 문화 공간으로써 자리매김 했다는 마음이 예쁘고 정겹게 느껴졌다.
오랜 벗인 박철 시인님과 함께 책을 읽으며 김창완님은 말했다.
책 읽는 일이 사소한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외따로 존재하는 우리네 사소한 일상을 들여다보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려주는게 바로 '책'이라는 공간 속에 있다고. 그러니 책을 많이 읽으라고. 그런 책 읽는 사람이 많아져 이런 일들이 모두 사소한 얘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내 글이 사소한 작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일주일에 한 번 만나게 되는 프로그램에 리뷰가 어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아주 사소한 사람들의 사소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고. 그렇게 공감되어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황현산님을 검색해보니 네이버 지식인 서재에 황현산님의 서재가 올라와 있더라. 황현산님의 서재는 '감옥'이라고 한다. 늘 갇혀 살아야하고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야 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라고. 오늘 저녁에는 나도 황현산님 처럼 감옥을 거닐며, 떠나고 돌아오는 시간을 거쳐야겠다.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54&contents_id=53972 <지식인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