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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아니 코 앞에 있다.
이번 주 토요일부터 시작되는터라 이제 삼일 후면 혼잡한 귀성길에 오르게된다.
주부에게 명절이란 어떤 날인가.
통장 잔고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불어나라 불어나라' 덧없는 주문을 외는 시간.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도 쪼개지지않는 돈을 가지고 머리를 쥐어 뜯는 시간.
감쪽같이 사라지는 통장의 잔고와 하염없이 울려대는 결재 안내 문자알림에 몸과 마음이 노곤해질때면 어느새 텅빈 통장처럼 텅빈 마음을 부여잡고 집으로 돌아오고나서야 명절이 끝났음을 알게된다. 이럴땐 돈다발 뭉텅이가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리면 우리 아버님과 어머님, 아빠와 엄마에게 듬뿍 드리며 웃음 꽃 피워드리고 내새끼처럼 어여쁜 조카들에게 넉넉하게 용돈으로 이모(외숙모) 짱 멋져~소리 들으며 하하호호 하고, 지인과 친구들에게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읽고 싶어요'를 꼬옥 누른 책을 한보따리씩 선물로 드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게 될만큼 주부에게 명절은 두렵다. 그런데 하필 이럴때 신간 페이퍼를 작성해야한다니.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이란 말인지. 잘못하면 터져버릴 만두 속이 되어버릴까봐 당분간은 신간쪽엔 얼신도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쪕!
책을 검색하는 내내 숱한 위험의 고비가 찾아왔다. 역시 신간 마실은 위험하다. 그러메도 사고 싶으니까!
표지만 봐도 귀엽고 사랑스러워 미치겠다. 거기다 맥주에 관련된 이야기인지라 얼마나 궁금한지! 얼마전 홈플러스에 들렀다가 세계맥주 코너에 갔다. 독일 맥주가 맛있다는 소문을 들었던터라 마음에드는 캔을 6개 정도 담았다. 그리고 계산했는데.. 내 예상을 뛰어넘는 금액이 나와서 화들짝 놀랐다. 아무래도 아래 가격을 잘못 본 모양인지 한 캔에 7천원이 넘는 것도 있어서 정말 울고 싶었다. 그래도 이왕 구입한터라 맛이나보자싶어 마셔봤는데.. 왠걸 내 입맛에 맞는 맥주는 없었다. 모두 연한 맛이라고 할까? 진하고 풍부한 맥주 맛을 보고 싶은데 아직까지 그런 맥주를 찾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 맥주도 그렇고. 이 책을 보게 된다면 그런 의문이 풀릴까? 부재가 눈에 띈다. ' 마트에서 헤매는 언니들을 위한 코믹 발랄 초감각 맥주 가이드'라니 나도 그 '맥주 마시는 언니' 대열에 함류하고 싶다.
어느 날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들은 이야기다. 식당에서는 텔레이젼이 있었고 '우리 결혼했어요'라는 프로그램이 방영 중이었다. 그때 한 여자 배우가 화면에 나오자 그 여자 배우를 흉보는 남성이 있었다. 말의 요지는 여자가 세상에 전기 밥솥으로 밥도 못해서 죽밥을 만들고 전자레인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서 답답하더란 것이다. 순간 너무나 화가나서 그 남자의 뒤통수에다가 나오지도 않는 레이저빔을 하염없이 쏘아주었다. 내가 화가난 이유는 이렇다. 결혼을 하고 가정이라는 울타리에서 남자들은 경제적인 책임을 진다는 이유로 가정내 활동에 동참하지 않는다. 밥을 짓는다거나 반찬을 한다거나, 세탁을 한다거나 아이를 돌본다거나 하는 행위를 일절 하지 않는다. 물론 집안 일을 잘 봐주는 사람도 있지만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듣기로 퇴근 후 일부로 회사에 남아서 늦게 집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집에가면 어린 아이들과 편안하게 쉴 수 없다는 이유에서라나. 21세기네. 요리하는 남자들은 섹시하네 하는 말이 있지만 아직까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 그렇게 따졌을때 남자는 경제적인 활동을 한다는 이유로 집안 일을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여자는 경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모든 가정적인 활동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 이게 과연 공명정대한가?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슈퍼우먼이 되어 경제적, 가정적인 역할을 모두 수행하길 바라는 그 남성의 고약한 심보를 꼬집어 주고 싶었다. 그 남성이 만약 ' 저 사람은'이라고 말을 했다면 조금은 이해했을지도. 먹고 사는 문제가 중요한데 밥하는 것쯤은 배워두지 하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무튼 이 책을 보니 너무 반가워서 주절거리게 된다. '여자는 아내가 필요하다'라는 제목이지만 내 생각에는 '여자도"라고 해줬으면 좋겠다. 여자도 아내가 필요하다. 그냥 제목만으로 단숨에 읽어버리고 싶은 책이다.
요즘 가족간의 대화가 소멸된지 오래다. 함께 이야기 나눌만한 주제를 찾기도 쉽지 않다. 하루종일 방영되는 텔레비젼과 화제의 영상만을 모아두는 짤방으로 늘 무언가 보고 있기 바쁜 현대인들의 일상에서 토론은 쉽지 않는 활동이다. 이럴때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책 한 권 곁에 둔다면 얼마나 좋을까. 엄마 따로, 아빠 따로 아이들 따로의 독서 활동보다 함께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밥상에서라도 이야기 나눈다면 그보다 좋을 수 없지 않을까. 누구에게 권하는 인문학이라는 타이틀이 썩 유쾌하지는 않지만, 이런 권유가 필요할 만큼 현대가 너무 삭막해진게 아닐까?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에세이. 소련의 붕괴에 주목하여 살아남은 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는 책으로, 소비에트 시대의 최종 완결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알렉시예비치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작품이다. ( 알라딘 소개)
아직 그녀의 작품을 한 권도 읽지 못했다. 아니 아직 읽지 않았다. 한창 뜨겁게 사랑받는 책들은 일부러 한 템포 천천히 읽으려고 노력 중이다. 그 뜨거움에 감염되어 허겁지겁 읽고 글을 작성하면, 나중에 다시 펼쳐들었을적에 전혀 다른 책을 읽고 있는 착각에 빠질 정도로 놓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라는 허울좋은 핑계 뒤에는 무시못할 내 게으름도 한몫할터다. 며칠 전 봤던< 쉰들러 리스트>라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쯤에 말을 탄 소련군이 살아남았던 유태인들에게 해방 되었음을 선포해주던 장면이 생생해서 이 시대의 이야기들을 살펴보고 싶다.
♬♬ < 그외에 읽고 싶은 책들>
내게 소설하면 아직까지 알라딘의 영원한 소설 마니아 '다락방님'이 떠오르는데, <위대한 개츠비>의 열성팬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미국 영문학자가 소설을 읽는다는 것, 소설을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뜨겁고 유머러스하게
보여주는 독서 에세이. (알라딘 소개) 란다. 이 책을 읽게되면 나도 소설로 뜨거워질까? 다락방님의 마음을 느끼면서? 궁금한 책이다.
요즘처럼 격렬하게 이 말을 듣고 싶을때가 또 있을까. 그저 제목만으로 위안이 된다. '너무 노력하지 말아요, 애쓰지 말아요'라니.
집에서 동물을 키우는 프로그램이 많아지고 또 서재에도 간간히 반려동물에 대한 소식을 접할때면 우리집에도 동물을 키우면 어떨까 상상을 해보게된다. 신랑은 대소변을 어떻게 감당할거냐고 묻지만, 시집오기 전에도 집에서 잠시나마 동물을 키웠던 때가 있어서 그런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정말 문제는 내가 그 동물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은. 인간과는 다른 습성과 성격을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은 걱정스런 마음에 고민과 고민을 수없이 하고 있다.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조금쯤 알게되지 않을까.
아~ 이렇게 작성했더니 마음이 한층 풍요로워졌다. 들여다보기만 해도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게 참 신기한거 같다. 빠르게 만날수야 없겠지만, 언젠가는 꼬옥 만나보자며 그렇게 아쉬운 정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