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스북 11호의 주제는 '땅'이다.
그 옛날부터 탐욕에 의해 끊임없는 전쟁과
살육의 장소가 되어야 했고, 현대에 이르러도
들끊는 욕망의 변주가 되고 있는 '땅'이지만,
없어서는 안될 삶의 터전이자 노력과 결실의
보물이 되어주는 땅에 관한 땡스북의
이야기는 참 좋았다.
먼저 펄벅의 소설 <대지>의 소개가 좋았는데
' 오늘날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이란 주어진
땅을 자신이 바라는 땅으로 일궈내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를 위해서 사람들은 밤낮으로
땀을 흘리며 일하는데, 여기에는 자아실현이라는
그럴듯한 꼬리표가 붙어 있다. 만일 누군가 이런
노력들을 향해 코웃음을 친다면, 그는 두 발을
땅에 딛고 있지 않은 사람이거나, 매우 무례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그 땅에 사람들은
자신의 전부라고 할 만한 것들을 심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인간의 기쁨은 땅에서
수고하는 데 있지 않은가?
그러나 한 사람의 최종적인 꿈이 땅 자체에서
멈춘다면, 그의 꿈이든지 꿈이 된 자아든지
땅과 함께 묻히게 된다. 펄벅(pearl buck)
은 이러한 순간을 그의 소설 <대지>의
마지막 장면에서 잘 포착한다' p12
일평생 땅을 목숨으로 여긴 주인공 왕룽이
두 아들에게 땅을 절대 팔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지만, 아버지 뒤에서 두 아들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다는데p13 그들은 아버지의
유언을 무시하면서 어떤 일을 벌이게 될까.
또 그 일로 인해서 어떤 침몰을 경험하게
되는것일까. 삶과 죽음, 사랑, 질병, 전쟁과 혁명
질투의 대서사시라는 문구 역시 인상적이라
검색해보니 제법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소설임을 알게되었다.
이제라도 빨리 읽고 싶은 소설!
오! 거기다 번역가가 안정효님이신데!
하는 뒷북 독서를 계획중이라는!!
아직 만나본적 없는 작가분이지만 워낙
좋은 평가를 많이 받고 계셔서 빨리
만나야겠다.
이외에도 빠질수 없는 박경리 작가님의
<토지>는 유시민 작가가 그의 책에서
여러번 읽었던 점을 강조하며 다양한 인간
군상에 대해 만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책이라던 소개가 기억이 난다.
아마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읽었던거 같은데 이후에 읽어보려고 준비
했지만 아직 읽지 못하고 있는 책인데
뒷북 독서 목록에 올려본다.
요즘은 만화로도 나왔던데
만화도 함께 찾아 읽고 싶다.
이 외에도 지리, 지구, 귀농에 관련된
책들이 소개되어 있어 키워드로 찾아가는
얼개코너를 살펴보면 '땅'과 관련된
책이 참 많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번 11호에서 가장 인상적인 글은
<책으로 크는 아이들>의 저자 백화현 선생님
의 글이다. 한때 교직생활을 하시다가 책을
읽지않고, 본인만의 주관이없는 부모님들의
모습을 보며 독서교육의 필요성을 느껴 학교를
그만두고 다양한 저술 활동과 강의를 하신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였다.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의 원인을 아이들에게
찾을것이 아니라, 책을 읽지 않는 부모에게
또 교사들에게 있음을 이야기하는 선생님의
말씀에 옛날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하루는 약속시간 보다 일찍 도착해 건물안에 들어가
있었는데 그 건물이 학원 건물이였나보다.
내 옆에는 초등학생 2~3학년으로 보이는 여자
아이와 엄마가 실랑이 중이였다.
가만히 지켜보니 아이는 영어수업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상황이였는데
엄마가 하는 이야기에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너 이 영어수업 안들으면 밖에서 자야해.
폐지줍고, 신문지 덮고 노숙자처럼 살아야한다고
너 그렇게 되고싶어?"
라며 으름장을 놓는 부모.
과연 옳은 교육방식일까.
아직 아이가 없는 나라서 교육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마음의 텃밭을 가꾸고 있는
부모라면 그렇게 으름장 놓듯 아이를 다그치진 않았을성
싶다고 생각한다.
백화현 선생님의 말씀처럼 모든 문제는 어른들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그 부모님이 알고있다면 적어도
자신의 모습을 조금쯤 되돌아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 원래 교사 학부모 독서모임을 먼저 진행했어요.
어른이 바른 철학을 가지고 있으면 스스로 균형
감 있게 살 수 있고 아이들을 올바로 이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철학이 없어요.
인생의 기준이 되는 철학이 없다보니 자녀의
미래를 불안해하고 바른 방향으로 이끌지
못합니다. 그렇게 남들이 하는 대로 아이들을
몰아가는 거죠. 재직 당시 교사, 학부모 독서모임을
함께 진행했지만 특별히 부모님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부모는 기본적으로 자녀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과
사랑이 있기 때문에 의식을 바꾸고 각성 시키면
더 빨리 방향을 돌이킬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p31
' 선생님께 ' 책'이란 무엇입니까?
땅 같은 존재 입니다. 우리는 땅에서 나는 것을 먹고,
땅에 기대어 살아가잖아요. 땅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지만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달라지고 노력한
만큼 소산물을 얻을 수 있는 무한한 가능 성을 갖고
있어요. 책도 그냥 있으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내가 읽고 소화하고 결합해내는 과정을 통해 온갖
것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p35
만약, 그 부모에게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땅과 같은 존재의 책이 있었다면 어떤
모습으로 아이를 다독이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살며시 하게 되었다.
신경숙 작가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기까지의 3개월동안
일절 바깥 출입을 안하시고 한국문학전집을
독파하며 마음의 텃밭을 가꾸셨다고 한다.
그 시간들이 결실이 되어 세월에 풍화되지
않고 지낼 수 있다는 글을 보며 책을 읽고
마음의 텃밭을 가꾸는 일이 내 삶을 단단히
다져주는 일임을 느끼기도 했었다.
삼척 소달초등학교 교사 권일한 선생님의
글을 만날적마다 팬임을 알게모르게
내비치며 지나칠 수 없게 되는데
이번에 소개해주신
<내 영혼의 따뜻한 날들>을 보니
동생이 떠올랐음을 고백한다.
한번 마음에 드는 책을 만나면 여러번
읽는 동생은, 때론 좋아서 , 읽을 책이
없다는 핑계로, 생각이 나서, 읽고 싶어져서 라는
이야기로 벌써 여러번 그 책을 읽으며
누구보다 그 책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이곤 했다.
그런 모습을 볼때마다 내게 책이란 무엇인지
생각하며 반성하게 된다.
그냥 좋아서 읽고, 호기심에 읽으며
빨리 읽고 치워버릴려는 내 속셈속엔
어떤 텃밭이 가꿔지고 있는지.
강풍에도 끄덕 없는 기름진 토양에 텃밭이 되는지
여러 작물은 자라지만 비실비실하며
작은 바람에도 후두둑 떨어져내리거나,
쓰러져버리지는 않는지 살펴보며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나는
<내 영혼이 따뜻한 날들>을 볼때마다
떠올리게 된다.
마지막으로..
땡스북에 항의 아닌 항의를 해야겠다는!!
어찌 "땅"을 주제로 이야기하는데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가 빠질 수
있느냔 말이지 하는 생각!!
땡스북도 다른 잡지책처럼 소감이나
생각을 적어넣을 수 있는 엽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부디 개선되기를!!
그외에 읽고 싶은 책.
아버지의 직업은 도살꾼.
로버트 뉴턴 펙은 자신의 어린 시절 아버지를 회상하며
이 소설을 쓰게 되었다는데, 아버지 몸에서 늘 퀘퀘한 냄새
가 풍겼지만 그 냄새마저 사랑했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돼지가 한 마리도 죽지 않던날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날
이라고 하는데 애정과 존경,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이 소설을
읽으며 점점 서늘해지는 마음에 온기를 채우고 싶다.
콩고인 욤비씨가 한국에 와서 난민으로 인정받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책인데 나는 우리나라가 ' 난민 협약국'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난민으로 살아간다는건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리아 난민에 발길질을 해서 넘어트린
여기자의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것은 아닌지 한번쯤 생각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