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도어>의 작가 서보 머그더의 초기작 <아비가일>이 출간되었다. 나는 3년전에 불역본으로 읽었는데 이번 책은 헝가리 원서 직역이다. 표지에 그림자 일부를 넣은 디자인이 <도어>와 비슷하다. 반가운 마음에 예전에 쓴 독후감을 옮겨놓는다. 제인 오스틴을 생각나게 한다고 신간 소개에 나와있지만, 나는 읽으면서 '소공녀' '사운드 오브 뮤직' 등을 떠올렸다. 청소년 소설 느낌도 많이 난다. 선선한 아침 공기 덕분인지 가을날 학생들이 산마을 과수원에 가서 사과를 따는 장면(+사건)이 생각난다. 3년전에 읽었을 땐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사람도 안 죽고 피도 안나고 배신도 없고;;;;), 지금 다시 독후감을 읽어보니 흠... 귀엽고 재밌기도 했었었었 .... 스포 경고 표시를 했지만 진짜 스포는 안 써놓았다. 그러니까, 아비가일이 누구란 거.



********


만 나이 열네 살, 우리식으로는 중학 3 학년생인 주인공 지나는 전쟁으로 엄마처럼 늘 함께 했던 가정교사 마르셀과 장군 아빠를 떠나 시골 기숙학교로 전학합니다. 9월 개학부터 3월 학교를 떠나는 날까지 칠 개월 동안, 2차 세계대전 중 청소년 주인공이 겪은 전쟁, 성장, 우정 이야기입니다. 독일군의 유대인 체포와 항독 레지스탕스 등이 묘사되기는 하는데 늘 마뚤라 학교와 선생님들, 아비가엘이 보호막처럼 주인공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지나는 그런 마뚤라 학교에서 세 번의 탈출을 시도합니다. 지나는 마뚤라의 학생들과 교사들을 열네 살 소녀가 아닌 어른의 눈으로 그것도 모든 상황을 겪어낸 미래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책에서 자주 어른이 된 지나는 훗날 ...’ 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지나는 학생들 전체를 집단으로 대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열네 살의 소녀들이 강박적으로 매달리는 것은 결혼과 연애입니다. 미남인 칼마 선생에게 연정을 품고 선생들 사이의 연애 이야기를 발전시키거나 수다를 떱니다. 그리고 엄격한 학교 규율 사이에서 작은 장난을 치기도 합니다. 이런 놀이와 장난이 전쟁 중의 피난처였다고 작가는 강조하고 있습니다노처녀와 외모 평가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판에 박힌 묘사가 많아서 아쉽기도 했습니다. 처음에 나왔던 마르셀이라는 프랑스 가정교사는 부유하고 편안했던 지나의 과거 장식물일 뿐 살아있는 여성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행동하는 여성 미치 혼 여사가 용감하게 묘사되지만 번잡스럽고 고집스러운 인물입니다. 담임 수녀 수자나는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융통성 없게 굴며 학생들 사이의 갈등도 해결하지 못 하는 한계를 보이다가 사랑 앞에서 무릎을 꿇습니다. 반면 묵묵하게 자신의 원칙을 지키는 교장, 사람들의 멸시를 받지만 속으로는 예리한 코닉 선생만이 상황을 제대로 읽고 있습니다.

 

소설은 1943년부터 1944년의 헝가리 시골을 중심으로 전쟁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거리에 나붙는 반전 표어나 조각상은 전쟁의 부조리를 말하고 소녀들은 겁에 질려 울거나 피하려 애씁니다. 학생들은 전쟁에 맞서지 못합니다. 아직 어리기때문이지요. 지나가 숨어야 하는 사실을 이해할때야 비로소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다라는 자각이 듭니다. 지나는 이제 친구들 개인 개인을, 선생님 한명 한명을 개별적으로 알아볼 만큼 성장합니다. 그래도 지나의 성장은 학교 벽 안에서 이루어지고 벽 바깥의 세상, 진짜 전쟁이 벌어지는 곳은 어른의 세상입니다. 세 번째 탈출이 이루어져야 지나는 어른이 될 겁니다. 이 탈출을 하며 지나는 진정한 공포와 전쟁을 마주합니다. 마뚤라 학교도 부다페스트 만큼이나 지나에게는 먼 과거가 될 것이고 이제 아버지 없이 살아가야 합니다. 아직 독자는 많이 불안한 상태로 남습니다. 끝까지 아비가엘을 부르는 지나는 과연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요.

 

소설의 마지막 장, 지나의 눈에는 갑작스럽고 놀랍게 아비가엘의 정체가 밝혀지지만 이미 소설 초반부터 힌트는 넘칩니다. 아비가엘 정체와 관련해서 긴장감이 사라지고 전형적인 인물 묘사와 제한적인 사건들, 나이에 비해서 너무 어리게 구는 학생들의 생활은 (물론 그 덕에 덜 폭력적인 학교 갈등 상황이 되었지만) 지루합니다. 어른의 눈으로 바라보는 십대 소녀들의 기숙생활은 작가의 교사 경험이 바탕이 되었겠지만 더 생생하고 활기 찬 모습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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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9-21 13: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만두님의 리뷰(독후감)을 읽으니 아비가엘이 누구인지 더 궁금해져욥!!!!
선생들 중 한 명일까요??? 아 ~~~ 궁금해랑~~~~.ㅎㅎㅎㅎ
암튼 저는 도어도 사 놓고 아직 안 읽은 일 인...ㅠㅠ

난티나무 2022-09-21 14:49   좋아요 2 | URL
라로님 ㅎㅎ 저도요 ㅠㅠ 사놓은 지가 언젠데 아직도…. ㅎㅎㅎ

유부만두 2022-09-22 08:08   좋아요 1 | URL
저도 도어 좋다는 평을 많이 봐서 얼렁 얼렁 읽고 싶어요 ... 맘만 급해요

scott 2022-09-21 13: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작가대학 졸업후 이런 기숙사 학교 교사 였어요 라틴어 영어
전 서보 머그더 이책 부터 읽고 이자의 발라드 카탈린 거리 까지 읽고
마지막 드디어 도어를 읽을 계획 😊

유부만두 2022-09-22 08:08   좋아요 2 | URL
저도 곧 도어를 읽겠습니다.

mini74 2022-09-22 12: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도어 넘 재미있게 봤어요. 저도 그 정체 넘 궁금합니다. 아비가일 정체가 궁금해서라도 읽고싶어집니다 *^^*

유부만두 2022-09-23 06:36   좋아요 1 | URL
ㅎㅎ 아비가일이 누구게~ 야 말로 진정한 책 홍보 아닐까 싶네요.
프시케의 숲 출판사랑 아무런 관련 없는데 말이죠. ^^

Falstaff 2022-12-02 14: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걸 불역본으로 읽으셨다니! 그것도 3년 전에요!
전 지금 독후감 쓰고 있습니다. ㅋㅋㅋ

유부만두 2022-12-02 16:28   좋아요 1 | URL
골드문트님의 독후감을 기대합니다! ^^
 

책 한 권을 읽고, 주제를 정해서, 저자의 이력과 다른 책들을 인용하고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쓰시는 서재의 달인들께 감탄을 하면서... 아, 이래서 나는 안되는구나, 우리 달인들 만세! 하면서 좋아요,를 누릅니다. 어쩔땐 두번 눌러서 취소가 되기에 다시 세번째로 좋아요를 누를 때도 많아요. 


그런데 막김치 같은 막글이라도 쓰지 않으면 다 까먹어 버려서 조금이라도 끄적여 보려고 서재에 들어왔는데, 어머나 추석이 일주일 전이었네? 일주일 동안 명절 후 남은 전이랑 음식 (여러 방식으로) 정리하고 분을 삭히느라 시간을 잊고 있었어요. 


(여기 까지 쓰고 ... 잠시.... 집안 일) 


그러니까, 나의 살림에 치여 있다가 이 책 이야기를 아직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요. 할 말이 얼마나 많았는데 죄다 엉키고 쌓이고 불어서, 그중 '이름 이야기'만 도드라져요. 이름...저자의 남사친은 세 번째 결혼을 하는데 매번 부인은 이름이 아니라 그냥 '와이프'로만 칭합니다. 이름이 가진 개별성을 뭉개버리는 그 행위에 제임스 볼드윈의 엣세이 Nobody Knows My Name을 인용합니다. (이 글은 번역본이 없나요?) 볼드윈은 약자, 소수자성에 대해서 글을 쓴 작가로 알고 있는데 아직 읽지는 못했고요. 그 '이름'에 담긴 무게에 공감했어요. 어쩌면 그건 아시아인들의 이름을 퉁 쳐서 아무렇게나 불러버리는 미국인들을 떠올리게 했으니까요. 커피집에서 '니 이름이 뭐니'를 처음 듣고, 아니 왜? 굳이? 내 이름을 니가? 싶었지만 알려 줬지요. 얘가 발음을 못해 .... 두 번 천천히 발음했어요. 그래도 못해. 내 뒤에 서있던 다른 손님이 '얘 이름이 .... 래'라고 해줄 땐, 아 이거 괜한 일을 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D 발음으로 시작하는 내 이름은 ... 발음이 쉽진 않았는데... 그래서 커피집 직원은 '오케이, 그럼 미스 DOE'로 할께, 라며 종이컵에 내 이름(???)을 적어버립니다. 자 그래서 나는 이름 모를 (미국식 홍길동 같은 가명) DOE가 되어버립니다. 나 이름이 있는데. 아래 올린 젤다 소설 구절도 아마 그래서 따로 표시해 놨었나봐요. 이름에 얽힌 이 슬프고 분한 사연이 내 맘 깊이 있었던 거에요. DEO 아니고 DOE가 되었는데 둘 다 내 이름 아님미다.


아시안 네임, 으로 검색하면 정말 기가 막힌 사연들이 많이 나옵니다. 내 경험은 약과에요. 


그래서 그 다음부턴 커피집에서 이름을 물으면, 친하지 않고 관심도 없으면서 왜 이름을 묻나 싶지만 얘들은 퍼스트 네임이 흔한지라 (우리네 姓 이 흔한 것 처럼) 별 부담 없이 묻고 마는거라 생각하면서,  그냥 발음하기 쉬운 이름을 대기로 했어요.  전 미국 커피집에선 그때 읽고 있는 작가를 따라, 리즈(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매기(마가렛 애트우드),  메리(메리 셸리) 가 됩니다.  한국에선? **이 엄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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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이 트윗도 생각났어요. 오스카 때 박소담 배우를 만난 테론은 이렇게 썼어요. '디스 원' '얘' .. 무슨 fangirling이 이래요? 이름. 네임. 커피 집에서만 중요한거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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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9-18 09: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발음도 못할 거면 계속 상대방 이름을 물어보는 게 실례인지도 모르는....ㅜㅜ
그리고 책에 이름에 얽힌 얘기가 있었던가? 기억이 하나도 안나지만 만두님의 얘기는 오래토록 기억될 것 같아요.

서재엔 달인님들 너무나 많죠?^^
근데 만두님도 저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계셔 놀랐습니다.ㅋㅋㅋ
근데 전 여적 만두님 글, 막김치 글로 읽지 않았었는데...^^
어려운 책들도 어쩜 이렇게 쉽고 재미나게 술술 풀어내시는지?? 저 그래서 순간 눈이 멀어 만두님 덕에 책을 산 게 몇 권이었는지...
만두님이 읽으셨던 모든 책들은 재미나 보여요. 그리고 만두님 글을 읽으면 만두님께서 책을 읽는 그 모습이 왠지 눈에 그려지는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하나요?
그래서 따라 읽고 싶은 마음이 강해지는 거에요.ㅋㅋㅋ
그래서 제겐 만두님도 달인이시라는...^^

유부만두 2022-09-18 11:17   좋아요 2 | URL
나무님,
제가 뽐뿌의 달인이긴 합니다. 또한 책뽐뿌에 쉽게 넘어가는 갈대랍니다.

전 책읽다 생각이 온 사방으로 뻗쳐서 제대로 정리가 안되요.
마음에 들고, 공감하다 울기까지 한 책들일수록 추천하는 멋진 페이퍼를 쓰기 힘들어요. 하지만 그저 조금씩이라도 써놓으면 나중에 책 내용, 그때의 기분이 조금은 떠올라요. 막김치.... ㅎㅎㅎ 전 포기 김치 할줄 몰라서 막김치만 담가요. 그런데 배추 한포기가 9900원 말이 됩니까??!! 무나 큰거 하나 사서 깍두기나 만들까바요.

나무님의 정갈한 독서대, 커피, 케이쿠 같은 정경의 독서는 저희집엔 없어요;;; 전 거실 혹은 방에서 너부러져서 읽어요. 메모도 못하고요 그저 태그나 붙여요.

하지만 앞으로 서재에선 좀 이미지 관리를 하겠습니다;;;; 우아해보렵니다.

책읽는나무 2022-09-18 13:17   좋아요 2 | URL
배추 보고 허걱~ 해서 저도 올 해는 김장 안하고 그냥 넘어가려고 계획 중입니다.
작년 묵은 김치 시어빠졌지만 애껴 먹고, 저도 총각김치나 알타리도 비싸면 갓김치 같은 좀 손쉬운 거 한통 담아서 때워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모든 게 값이 올라서...후덜덜!!!
어제도 장 보러 가서 남편하고 둘이서 야채값 보고 또 깜놀!!!!!
저는 총각김치 좋아해서 만두님 막김치 얘기하셨을 때, 색깔 예쁘게 잘 익은 총각김치 글 아닌가? 그런 생각했었다는~~ㅋㅋㅋ
만두님의 넓고 깊게 뻗은 생각들이 새콤하고 달달하게 읽힙니다.^^
저는 넓은 시야로 보질 못해서요ㅋㅋㅋ
저는 오로지 염장질 페이퍼만~^^

청아 2022-09-18 14: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서 스타벅스용 닉네임이 따로 있습니다.ㅋㅋㅋ
테론 저 언니는 저거 올리기 전에 영화정보만 검색해봐도 다 나올텐데
팔로워도 많은 사람이 성의가 없네요.

유부만두 2022-09-21 05:58   좋아요 1 | URL
우리나라 스벅에서 이름이 필요한 건 미국식이죠. 이름을 제대로 발음한다해도 전 그냥 주문 번호로 부르는 게 편하더라고요.
테론 배우는 정말 너무 했죠.

바람돌이 2022-09-18 16: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살림비용 읽었는데 저 장면은 기억이 안나고....ㅠ.ㅠ 이놈의 기억력이란....
이름에 대해서도 저런 생각을 안해봣었는데 미국인들에겐 저런 면도 있군요.
어제 양상추 하나 사려다가 너무 부실해보이는게 4,500원 하는거 보고 그냥 먹지말자 하며 돌아섰던거 생각나고요. ㅎㅎ

유부만두 2022-09-21 05:58   좋아요 0 | URL
무로 깍두기를 할까, 하다가 관뒀어요. 만사가 다 귀찮음 모드에요. 저녁엔 선선한데도 맥이 탁, 풀립니다. 가을을 타는걸까요.

scott 2022-09-18 23: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재밌는게 미국인들 아시아인들 이름 발음 뭉게듯 굴리는데 영어 이니셜 (예를 들면 GD, Dk) 로 말하면 입 쿡 다물어 버립니다. 아시아계들 외모가 또래들 보다 어려 보여서 저런 트윗질을 ㅎㅎㅎ 유부 만두님도 멋진 영어 이니셜을 쓰세요 전 제 스벅 아이뒤 특이해서 직원들이 여러번 불러 줘여 ㅎㅎㅎ

유부만두 2022-09-21 06:00   좋아요 2 | URL
ㅎㅎㅎ 한국 스벅에선 그냥 주문번호, 미국에선 작가랑 동명이인 합니다.
미국 사람들은 남의 나라 이름, 지명을 지들 입맛(!)대로 부르는 게 얼마나 결례인지 알고 고쳤으면 좋겠어요. (그럴리가요...)

psyche 2022-09-23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도 내가 감탄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인데!!
 

책을 읽고 바로 감상을 적어놨어야 했는데.... 생활에 치여서 며칠을 지내버렸다. 


정희진의 책을 읽으면 통쾌하게 등짝을 맞는 기분이 든다. 경험과 기억 속에 안고 살던 불쾌함에 공감해주는 단단한 문장 때문이리라. 저자의 글은 상냥하거나 부드럽지 않다. 책 전체의 분위기는 매끄럽지도 세련되게 정리되지도 않았다. 다만 저자는 '~ 같다'는 문장 대신 '~이다'라고 칼같이 잘라서 쓴다. 그 문장에 힘이 들어있다. 한두 곳에서 생각의 차이는 느꼈지만 이 책의 소재가 영화이니 다양함은 필수이다. 영화와 생활에대한 여러 해석을 독자는 각자 '정신 차리고' 고민해야 한다. 


영화 <그래비티>와 <비밀은 없다>를 이 책 덕분에 이제서야 보았고, 아니었다면 그 멋진 서사와 감동을 놓쳤으리라, 하지만 놓친줄도 몰랐겠지. 정희진 저자의 이번 시리즈는 그전에 내가 저자에게 가졌던 불편함 대신에 묵혀왔던 고민에 공감을 주어 어떤 가능성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저자가 글로 전해주는 경험에 감사하는 마음이다.


...아, 난 왜 이렇게 밖에 못쓰는거지? 송편과 전을 너무 많이 먹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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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09-11 14: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유부만두님도 그런 말씀을 하시니....

유부만두 2022-09-18 07:54   좋아요 0 | URL
책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이나 주제들이 완독 후엔 푸스스 다 사라져서 제대로 정리된 페이퍼를 쓸 수가 없네요. ㅜ ㅜ

책읽는나무 2022-09-12 0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송편이랑 전 맛있었겠어요.
힘드시진 않으셨죠?^^

<그래비티> 영화 좋다고 다들 그러시던데 먼저 보고 책 읽으려고 했었는데 만두님도?^^

유부만두 2022-09-18 07:56   좋아요 1 | URL
그럭 저럭 지냈어요. 음식은 너무 먹어서 ....몸과 머리가 함께 둔해졌어요. ㅎㅎㅎㅎ
저도 그래비티는 늘 봐야지, 싶었는데 이 책에서 읽고 봤어요.
책을 먼저 읽어도 영화 보는 데에는 크게 방해/스포일링 되지 않았어요.
영화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바람돌이 2022-09-12 1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휴동안 어찌나 먹어댔는지..... 머리는 텅 비고 배는 불룩해졌습니다. 배로 글을 쓸 수 있었다면 제가 노벨문학상을 타지 않았을까????? ㅎㅎ
이 책도 사두었는데 조만간 읽어야겟어요. ^^

유부만두 2022-09-18 07:57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우리 모두 명절 비만!

바람돌이님의 왕성한 독서력이 그 비만을 누르지 않은겁니까?? 설마요?
 

"털리버부인은 남편과 십삼 년을 살아왔지만, 여전히 신혼 때처럼 자기가 바라는 것과는 정반대로 남편을 몰아가는 말솜씨가 있었다. 놀랍게도 어떤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한창때를 간직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아주 늙은 금붕어가 어항 유리를 넘어 곧바로 헤엄칠 수 있다는 소싯적 환상을 죽을 때까지 간직하는 것과 같다. 털리버 부인은 말하자면 이런 귀여운 물고기였고, 십삼 년간 한결같이 자신을 막는 환경에 머리를 부딪치고도 오늘 다시 활기차고 민첩하게 머리를 부딪친다." _ 8장 


이렇게 재미있을줄 몰랐잖아요. 냉동 고기랑 생선 해동 시키고 젖은 손 닦지도 않고 식탁에 앉아서 읽고 있을줄 몰랐고요. 아우씨.


폭풍의 언덕의 캐서린 보다 더 엉뚱 발랄, 하지만 (나 어릴 적 생각도 엄청 나는) 아홉살, 초등 4학년 매기가 나온다. 아빠 지인 앞에서 총명함을 뽐내며 내미는 책은 대니얼 디포의 <악마의 역사>, 아이는 아빠 친구에게 마녀 재판장에 선 노파의 억울함을 설명하고 옆에 선 '진짜 악마'에 대해 설명한다. (좋은 제본 책이 세일가격이라 아빠가 딸에게 사다준 책임) 그리고 "제가 그림도 그렸어요, 보실래요?" 라며 검은 몸에 눈알이 빨간 악마 그림을 보여준다. 


엄마가 예쁘게 머리 손질 하고 모자 쓰자니까 머리를 물통에 담가 버리고 이모들이 모여서 한마디씩 핀잔을 주니까 자기 방에서 머리카락을 잘라버리는 아이. 그리고..... 급기야 이모네서 사고를 치고 (이모부는 오디세우스와 나우시카 그림을 성서이야기로 착각하고 사서 집에 걸어두었다) 가출을 하는 데까지 읽었어요. 아, 정말 익숙한 아이다. 우리 아빤 방앗간 안 했는데. 나한텐 남자라고 네다섯 배 명절 용돈 더 받는 오빠도 없었는데. 


여러분, 우리의 <다락방의 미친 여자> 참고 도서이기도 한 조지 앨리엇 (남자 필명 써서 지금은 욕을 더 자시는 여자 작가님)의 이 소설을 지금 1권 1/4 읽고 추천 하려고 들어왔습니다. 아마 전 이 두 권짜리 소설을 추석 보름달이 지기 전에 다 읽을 것만 같아요.... (늙은 금붕어가 뻐끔 뻐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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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9-08 11: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땡투합니다~

유부만두 2022-09-08 14:14   좋아요 2 | URL
고고!

청아 2022-09-08 11: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아...조지 엘리엇은 그냥 다 사야할것 같군요!!>.<

scott 2022-09-08 11:18   좋아요 4 | URL
꼬옥 👆^^

유부만두 2022-09-08 14:16   좋아요 3 | URL
미들마치의 분량과 번역에 질려있었는데, 이 소설은 기대 이상이에요. 오스틴보다 더 매콤하고요, 브론테보단 더 사실적이에요. 애들이나 어른들이나 조금씩 제정신이 아니긴 합니다;;;

scott 2022-09-08 14:22   좋아요 2 | URL
미들마치 원서도 8권 장편분량입니다😊
만두님 시간되시면 영드 추천 합니다
다니엘 뎨론다 플로스강 명작🤗

건수하 2022-09-08 13: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재밌다니 반가운 소식입니다~ ^^!

유부만두 2022-09-08 14:17   좋아요 2 | URL
네! 재밌어요!

책읽는나무 2022-09-08 14: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젖은 손 닦지도 않은 채~~
그렇게나 재밌는 책이라구요?
얼마나 재밌길래???ㅋㅋㅋ
일단 보관함에 얼른~~

scott 2022-09-08 14:37   좋아요 4 | URL
나무님 플로스강 한번 펼치면 시선 떼기 힘들어여🙈

책읽는나무 2022-09-08 14:39   좋아요 4 | URL
기대되네요~^^
나도 손 물 안닦고 봐야징~ㅋㅋㅋ

유부만두 2022-09-08 16:42   좋아요 4 | URL
책 만질 땐 손 닦아야 합니다;;;;

시험 전날 뉴스마저 재밌는 그런 심정이긴 하지만, 진짜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은 재미있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9-08 16:53   좋아요 2 | URL
저도 그 심정 이해가 갑니다.
저도 그랬었어요.
음식 꺼내 놓고 영화 틀거나 무심코 책 들었는데 막 눈에 들어와 시간 없는데 짜릿하게 재밌는~ㅋㅋㅋ

쉬엄쉬엄 하세요!
그리고 연휴 같은 명절 잘 보내시구요♡
 

'동물농장' 읽었을 때 서재 친구들이 '1984'는 더하다며 말렸는데 그 말을 들을껄 그랬다. 꾸역 꾸역 읽다가 이걸 필독서 목록에 올려둔 학교 선생님들이 원망스럽고, 차라리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읽을걸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끝까지 다 읽고, 아 이럴걸 알았지, 그런데 이 찜찜함은 뭐냐 이 드러븐 기분은. 


설정이 넘치게 많고 (작가 생각에 독자가 잘못 알아먹을까바) 그 설명이 이어진다. 주인공 윈스턴이 일기를 쓰고, '금서'를 읽고, 그가 오브라이언과 대화할 때 특히나. 반복되는 설명이 많아서 지루한데 그건 윈스턴이란 인물의 성격 탓인지도 모른다. 사십대 후반의 그가 이십대 줄리아와 밀회를 가질 때, 그가 어머니에 대해 회한어린 기억을 떠올릴 때는 뻔하게 익숙한 기분도 든다. 줄리아가 열여섯에 처음 만난 상대는 육십대 할아버지, 그는 이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워 자살했다고했다는 것도. 윈스턴은 구질구질 감상적이며 자신의 기억과 역사에 대해 고민하는 것 같지만 멍청할 만큼 쉽게 남을 믿는다. 그 문방구 아저씨, 오브라이언, 줄리아 등을 금세 믿을뿐아니라 반역도 방황도 바로 저질러버린다. 그가 오브라이언 앞에서 맹세한 걸 보면 그가 대의를 위해서 형제단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그가 하겠다는 폭력, 패륜의 목록은 매우 긴데, 그걸 감당하고 이루려는 목적이 ...?그러는 동안 윈스턴은 옆집 여자, 빨래 너는 여자, 줄리아 등 여자들을 향해서는 품평질도 멈추지 않는다. 


인상적인 장면은 감옥에서 윈스턴이 옆집 남자 파슨스를 만날 때다. 파슨스는 응가를 참지 못하고 바지를 내리고 일을 본다. 윈스턴은 얼굴을 감싸는데 곧바로 텔레스크린에서 "감옥에서는 얼굴을 가리면 안된다!"며 불호령이 떨어진다. 파슨스는 응가 한무더기를 싸지르고 (냄새 포함) 다른 감방으로 옮겨진다. 엉덩이는 까도 되지만 얼굴을 가릴 순 없다.


소설 속 세뇌 과정 이후가 조금 더 다듬어졌더라면, n회차 시술에 대한 디테일 묘사가 있었더라면, 관심법 시전하는 오브라이언이 조금 더 그의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그래봤자.... 현실이 더 다이내믹 디스토피아인 건 불변. 


책이 지루해서 실망스러웠지만, 야, 나도 1984 완독했다! 외쳐본다. (그런데 피할 수 있으면 피하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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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9-04 14: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안읽은 눈 여기 있습니다. ㅎㅎ

유부만두 2022-09-04 20:40   좋아요 3 | URL
이 책에는 여러 상찬의 말이 많지만 ... 어쩔 수 없이 시대와 작가의 역량에 한계를 지닌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선생님은 읽으셨을줄 알았어요. 학생들에겐 숙제 내셨습니까, 혹시? .... (그러지 마세요)

바람돌이 2022-09-04 21:18   좋아요 3 | URL
저도 나름 인기관리라는걸 합니다. 그 관리 중의 하나가 숙제가 뭐야? 그런거 안내줍니다. ㅎㅎ

유부만두 2022-09-04 21:36   좋아요 1 | URL
선생님!!!! 짱이세요!!!!

새파랑 2022-09-04 16: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루하셨군요 ㅋ 전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ㅎㅎ 그 상상력이 놀라웠습니다~!

유부만두 2022-09-04 20:42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재미있으셨다니 다행이에요. (괴로운 건 저 하나로 족합니다. ㅜ ㅜ ) 전 주인공도 줄리아도 등장 인물 모두가 너무 작위적으로 느껴졌어요. 새파랑님께 인상적인 이 소설의 장면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요.

새파랑 2022-09-04 20:50   좋아요 2 | URL
전 빅브라더가 지켜보고 있는 그 음울한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ㅋ 마지막 부분에 서로 배신하는 부분도 좋았고. 좀 작위적이긴 하죠? 동물농장도 좀 그랬던거 같긴 합니다 ^^

유부만두 2022-09-04 20:56   좋아요 2 | URL
그쵸... 계속 춥고 음울해요. 서로 배신한 거 .. 은근 쓸쓸했죠. 그런데 주인공이 줄리아 뻣뻣해지고 못생겨졌다고 해서 미웠어요. (아니, 이 늘그니가!!!!) ㅎㅎㅎㅎ

Falstaff 2022-09-04 16: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하여튼 <1984>, <동물농장>은 이렇게 정리가 된다니까요!
˝유통기한을 넘긴 알레고리˝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2-09-04 20:43   좋아요 3 | URL
그러니까요! 선생님. 근데 알레고리....도 아닌거 같았어요.
그래도 숙제 끝내서 홀가분 합니다. (검사 도장 찍어주세요)

잠자냥 2022-09-04 22:09   좋아요 2 | URL
알레고리가 없어서 더 촌스러움;;;; ㅜㅜ

기억의집 2022-09-04 2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6월쯤에 1984 오디오북으로 들었는데.. 전 조지 오웰의 여성 인식이 이 정도였나 실망스러웠어요. 첫 장면부터 강간을 이야기 하지 않나.. 어렸을 때 읽었을 때는 잘 몰랐던 것을 오디오북으로 들으면서 조지 오웰이 여성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는지 알게 되었고 코끼를 쏘다 에세이에서 백인 지배하의 제국주의의 폭력이 무색해지는 대목이 제법 있어서 좀 놀랬어요….

유부만두 2022-09-04 20:37   좋아요 1 | URL
그쵸. 전 줄리아의 이야기나 어머니 또 이웃 여자를 대하는 주인공의 시선, 묘사가 너무 혐오스러워서 아, 이 정도였나, 놀라면서 읽었어요. 더해서 중국/동양의 묘사가 너무나 유럽중심이라, 아무리 깨인(깨어있다고 자신하는) 작가라도 유럽 백인 남자는 어쩔 수가 없나 싶었어요.

잠자냥 2022-09-04 2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현 시대에 읽기엔 참 낡은 부분이 있죠. 오웰의 대표작들이 좀 그런 거 같아요….. ㅎㅎㅎ

유부만두 2022-09-05 08:04   좋아요 2 | URL
정말 그래요. 동물농장은 얇기라도 했지....하아....
그래도 묵은 숙제를 해치웠다는 뿌듯...하지도 않아...하아...

책읽는나무 2022-09-05 1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물농장만 읽고 1984는 아직 안 읽었어요.
그런 내용?(안 읽은 책이라 띄엄띄엄 읽었습니다만) 인가요??
음....집에 책은 있긴한데 나중에 읽긴 해봐야 그 느낌 알게 되겠죠?ㅋㅋㅋ
그나저나 이제 아드님께 놀림 받지 않으시겠어요. 조지 오웰 책 두 권이나 읽었으니까요^^

유부만두 2022-09-07 06:04   좋아요 2 | URL
네, 이제 아이한테 다른 책 읽으라고 할 수 있어요. 무슨 책 이야기만 하면 ‘엄만 1984 읽었어요?‘ 라고 해왔는데 ... ㅎㅎ

mini74 2022-09-05 1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고딩때 이 책 읽었어요. 멋진 신세계랑 같이 읽었는데 멋진 신세계가 전 더 좋았어요. 동물농장이랑 어린이만화책이 나왔는데 돼지들 막 귀엽게 생기고 ㅎㅎㅎ ㅠㅠ 그게 왜 꼭 만화책으로까지 초딩들이 봐야하는지 모르겠어요 ㅠㅠ

유부만두 2022-09-07 06:06   좋아요 1 | URL
멋진 신세계도 만만치 않게 다크한 디스토피아 소설이죠. 그건 어느정도 소설 같아서 읽었는데 1984는 꽤 힘들었어요.
미니님 말씀에 동감이요. 이 소설들은 아무리 다듬고 만화로 만들어도 어린이용은 아니죠. 그럼요.

psyche 2022-09-23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옛날에 읽어서 저런 내용이 있었나? 했네. 기억이 하나도 안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