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호정이의 마음은 호수다. 하지만 어느 누구 섣불리 노저어 다가갈 수 없다. 호정이는 얼어버렸다. 그래서 안전하다. 부서질지언정 그 가운데로 다가가기는 어렵다. 하지만 호수에도 봄은 온다. 그리고 호수의 일은 호정이의 마음을 열고, 아니 억지로 말고, 다 아는 체 말고, 기다리며 얼고 녹고 또 흔들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고1 호정이는 여름방학 이후 '정시러'로 마음을 굳힌다. 하루하루 쌓아가는 수행과 내신은 싫었다. 조금씩 밝혀지는 호정이의 어린시절 이야기는 아홉살 터울 동생 초1 진주의 나날과는 매우 다르다. 무엇보다 호정이 옆에는 부모님 대신 할머니, 고모, 삼촌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호정이는 자신의 마음을 맑게 누구나에게 드러내지 않는다. 상처라고? 다 지나갔다고? 이해를 구하고 또 강요하는 건 너무 하지 않은가.
전학생이 왔다. 키가 큰 은기. 구경꾼 처럼 거리를 두고 앉아서 겉도는 아이. 하지만 어느새 급식시간, 야자시간에, 휴일에 함께 하는 사이가 된다. 은기의 자전거를 통해서 또 은기의 눈빛을 통해서 호정이는 자신의 호수에 대해서 생각한다. 그런데 은기야, 너는 어떤 아이야? 너의 집은?
고1 아이를 둔 엄마의 눈으로 읽다가, 고1 호정이 마음이 되었다가, 다시 은기의 눈을 상상하면서 읽었다. 큰 줄거리보다 호정이의 마음 속 갈등, 그 날카로운 가시들을 읽고 또 폭발의 순간의 밤거리를 함께 내달리고 또 걸었다.
십대의 사랑 이야기, 라고 해서 가볍게 시작했는데, 성장 이야기, 무엇보다 가족 이야기로 읽혔다. 부모와 어른들이 청소년에게 과한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집 고1 막둥이의 속내는 어떨까, 자꾸 궁금해졌다. 하긴, 나도 고1 때는 그저 뛰쳐나가고, 그저 다 부숴버리고만 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