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리버부인은 남편과 십삼 년을 살아왔지만, 여전히 신혼 때처럼 자기가 바라는 것과는 정반대로 남편을 몰아가는 말솜씨가 있었다. 놀랍게도 어떤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한창때를 간직하고 있다. 그것은 마치 아주 늙은 금붕어가 어항 유리를 넘어 곧바로 헤엄칠 수 있다는 소싯적 환상을 죽을 때까지 간직하는 것과 같다. 털리버 부인은 말하자면 이런 귀여운 물고기였고, 십삼 년간 한결같이 자신을 막는 환경에 머리를 부딪치고도 오늘 다시 활기차고 민첩하게 머리를 부딪친다." _ 8장
이렇게 재미있을줄 몰랐잖아요. 냉동 고기랑 생선 해동 시키고 젖은 손 닦지도 않고 식탁에 앉아서 읽고 있을줄 몰랐고요. 아우씨.
폭풍의 언덕의 캐서린 보다 더 엉뚱 발랄, 하지만 (나 어릴 적 생각도 엄청 나는) 아홉살, 초등 4학년 매기가 나온다. 아빠 지인 앞에서 총명함을 뽐내며 내미는 책은 대니얼 디포의 <악마의 역사>, 아이는 아빠 친구에게 마녀 재판장에 선 노파의 억울함을 설명하고 옆에 선 '진짜 악마'에 대해 설명한다. (좋은 제본 책이 세일가격이라 아빠가 딸에게 사다준 책임) 그리고 "제가 그림도 그렸어요, 보실래요?" 라며 검은 몸에 눈알이 빨간 악마 그림을 보여준다.
엄마가 예쁘게 머리 손질 하고 모자 쓰자니까 머리를 물통에 담가 버리고 이모들이 모여서 한마디씩 핀잔을 주니까 자기 방에서 머리카락을 잘라버리는 아이. 그리고..... 급기야 이모네서 사고를 치고 (이모부는 오디세우스와 나우시카 그림을 성서이야기로 착각하고 사서 집에 걸어두었다) 가출을 하는 데까지 읽었어요. 아, 정말 익숙한 아이다. 우리 아빤 방앗간 안 했는데. 나한텐 남자라고 네다섯 배 명절 용돈 더 받는 오빠도 없었는데.
여러분, 우리의 <다락방의 미친 여자> 참고 도서이기도 한 조지 앨리엇 (남자 필명 써서 지금은 욕을 더 자시는 여자 작가님)의 이 소설을 지금 1권 1/4 읽고 추천 하려고 들어왔습니다. 아마 전 이 두 권짜리 소설을 추석 보름달이 지기 전에 다 읽을 것만 같아요.... (늙은 금붕어가 뻐끔 뻐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