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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0일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생일.

그의 생일을 맞이하야 (147세) 잃어버린 독자 되찾으시고 내 책장과 많은 이들의 책장에서 장수하시길.

 

1880년대, 대작가로 자리를 굳히기 훨씬 전, 십대 소년 프루스트는 친구인 앙뜨와네트가 준 영어로 된 설문지에 (그녀의 추억 만들기의 일완으로) 답을 적었다. 오늘날 유행하는 심리테스트의 빅토리아 시대 버전인 셈인데, 프루스트의 사망 2년 후, 1924년에서야 발견되었다. 수십 년이 지난 후, 프랑스 티비 쇼 사회자 베르나르 피보가 1970, 80년대에 이 질문들을 인터뷰에 썼고, 1993년엔 미국에서 베니티 페어가 유명인들에게 이 설문지를 다시 쓰면서 '전통'은 다시 살아났다.

 

이렇게 책도 나와 있다. 프루스트 님의 생일을 축하하며, 영어로 해피 버스데이 투유, 그리고 불어로 봉 아니베르세르. 

 

https://en.wikipedia.org/wiki/Proust_Questionna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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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뒤랭 부부의 모임에서 미운털이 박힌 스완은 이제 그들을 '천박한 것들'이라고 입밖으로 욕설을 내뱉기에 이른다. 아니, 저것들이! 내가 그동안 무지하고 아랫것들이건만 오데뜨 때문에 참고 상대해 줬는데! 이제 오데뜨를 다른 남자에게 붙여주느라 뚜쟁이짓을 하면서 나를 몰아내?! 음악도 예술도 건축도 다 모르는 것들! 이런 고약한 것들! ... 이라지만 그 그룹에 속해있는, 그리고 나올 생각이 딱히 없는 오데뜨 때문에 전전긍긍한다. 그리고 '남들은 아는' 스완만 애써 외면하는 오데뜨는 다른 시간들과 다른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가 슬슬 드러난다.

 

어쩐지 그날은 저녁 시간에 스완이 오데뜨 집에 갔을 때, 그녀가 서둘러 안녕을 말하고 배웅하려는 듯 하더라. 집으로 향하던 스완은 의심이 들자, 발길을 돌려 다시 오데뜨네로 향한다. 피곤하다며 일찍 잠자리에 들거라 말했던 그녀, 하지만, 그녀 창문에 불빛이 어리고 한 명이 아니라 두 명의 그림자가 창에 보인다. 현장을 덮칠까 그대로 돌아설까 고민하는 (몇 단락에 걸쳐) 스완씨. 창문을 두드린다. 잠시 소란. 낯선 남자 목소리 "누구요?!" 그리고 ... 아, 잠깐만, 착각이었나보오. 저 창문은 그 창문이 아니오. 옆집이었소. 다행이오만, 손이 떨리는 스완씨는 '그럼 그렇지, 이쁜 나의 오데뜨가...' 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베르뒤랭 모임에서 내쳐지고 소풍이고 야회고 오페라 관람에서 다 따를 당하니 혼자서 불안하기 이를데 없다. 어느 오후, 그녀의 일상적인 휴식 시간일 때 스완은 다시 오데뜨네로 향한다. 수위 말로는 '댁에 계신듯하다' 지만 벨을 눌러도 오랫동안 열어주지 않는다. 쎄한 기분이 드는데 뒷뜰 쪽, 그녀의 창가 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 서둘러 건물 밖으로 돌아 나가는데, 자신을 향하는 건 이웃들의 눈총뿐. '아, 저 남자 또 왔네'

 

오데뜨와 사귀기 시작한지 이삼 년이 흘러, 이젠 오데뜨도 살이 붙고 (흑), 미모도 예전만 덜하건만 (흑) 스완의 집착은 커져만 간다. 그녀가 빠리를 벗어나 며칠간 여행을 갈라치면 그녀가 간 곳으로 '우연을 가장해' 부딪힐 요령으로 기차표 검색을 하고, 십수 년 간 가 보지 않았던 친구의 영지로 놀러가는 시나리오, 그리고 그녀의 '아닛, 당신은 나를 스토킹 하시는 거에요? 나를 향한 사랑은 고작 그뿐이었나요? 왜요? 절 부정한 여인으로 의심하시는 거는 아니겠지요?' 비난을 상상하며 고민을 억누르고 그럴수록 그녀를, 그 청초한, 하지만 다분히 의심스러운 이중 삼중 생활의 오데뜨를 묶어두는 베르뒤랭네가 밉다. 이제 스완은 다른 여인들은 다 정리한 상태이고 자신이 사랑을 주는 존재인 오데뜨에 집중하고 있다.

 

여인의 부정, 뒷생활을 가정하고 괴로워하는 자학의 남자. 19세기 프랑스에는 이런 인물들이 많았던걸까 아니면 여자는 요물, 이라는 법칙으로 소설 쓰기를 좋아했던 걸까. 발자크의 여혐 대잔치 소설도, 뮈쎄의 답정너, 너 바람폈지,의 백만 번 질문으로 고문하기에 더해 스완 씨도 슬슬 오데뜨에게 부정한 여인, 이라는 굴레를 씌우고 자신이 재판관이자 구원자가 되려고 꿈틀대고 있다. 그래도 아직 염치와 부끄러움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를 이리 저리 흔들고 햇볕에 비추어 내용을 읽으려 애쓰다니. 이런 게 사.랑. 이라고요? 아, 스완의 사랑은 아직 백오십 쪽이 남아 있고, 난 그들이 결혼할 거라는 것도 알지만. 뭔 사랑 이야기가 이리 재미가 없지? 찌질한 스완씨 속 마음 계산기만 계속 읽자니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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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뒤랭 씨 부부는 스완 씨가 영 맘에 들지 않는다. 자신들의 의견에 덮어놓고 찬성하지도 않고 은근 귀족과 고관대작들과 친한데다 그걸 떠벌리지도 않는다. 그의 속내를 알 수  없다고, 무화과도 포도도 아닌 사람이라고 흉본다. 주석을 따르면 '말린 무화과 열매와 건포도를 지칭하는 표현인데 정체가 의심스러운 사람을 가르킨다'고 한다. 말린 두 과일을 빵에 넣어먹으면 얼마나 맛있게요. 정체가 의심스러운 게 아니라 달콤한 사람입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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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6-19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에 있는 음식의 정체가 궁금하군요

유부만두 2018-06-19 10:02   좋아요 0 | URL
건포도와 말린 무화과, 호두 등이 들어있는 통밀빵이에요. 다이어트 하려고 패스츄리 대신 샀는데....너무 맛있어서 마구 먹어버렸어요. 스완씨 달콤한 사람, 이러면서.
 

1권의 2부, 이제 절반쯤 읽었다. 150여쪽 읽는 게 왜이리 어려운지. 1부 '콩브레'는 화자의 과거, 현재, 꿈과 현실을 우주와 작은 방을 오가며 긴 호흡의 복잡한 문장, 아름답고 지루한 문장으로 펼치는 오밀조밀 촌동네 산책길과 사람들 이야기였다. 2부 '스완의 어떤 사랑'은 문제의 스완 부인이 출연한다. 오데뜨. 어른 프루스트 화자는 독자 옆에 앉아서 오데뜨와 스완씨가 어떻게 만나고 사랑을 키워나가는지 얘기해준다. 문장은 1부 보다 덜 느슨하고 살짝 긴장감도 돌지만 사건이 생겨서라기보다는 (두 인연이 만났으니 우주가 진동하긴 했지) 두 사람이 베르뤼랭 내외라는 격 떨어지는 인물들의 사교모임에서 만났기 때문이다.

 

문학이나 예술에 조예가 깊은 스완씨, 최정예 사교 모임에도 선이 닿아 '대통령'과 저녁 식사를 하곤 한다. 의외로 그는 엉뚱한 여성에게 추파를 던진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귀족네에 드나들다가도 이별의 편지는 달랑 그댁 하녀에게만 남기는 넘. 어느 한 여인과 오래 가질 못하고, 파티에 가는 개인 마차 안에서도 문지기의 딸을 불러내 짧은 연애 시간을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시키. 불같이 사랑하고 희생하는 것도 아니고 고급 사교계에 애인을 공식화 하지도 않는다. 그저 잠시 즐기곤 금세 잊는다. 여자 없이는 못사는 벨트 위와 아래가 따로 동작하는 자. 그런 그가 어느 여인에게 호감을 갖고 프루스트의 할아버지에게 소개를 부탁한 적도, 혹은 딸의 혼처를 고민하는 양갓집에서 스완씨를 만나고자 프루스트 할아버지에게 문의를 한 적도 많다. 하지만 스완 씨의 그 조용한 난봉꾼 기질에 할아버지는 지혜롭게 중매의 자리를 피하곤 한다.

 

그러다가! 베르뤼랭 저택에서 오데뜨와 스완이 (그 이전에 서로 안면은 튼 사이였다) 급속도로 친해진다. 뻔한 과거의 그녀가 (스완씨만 모름) 스완에게 문화적 무지와 경솔을 드러내며 천진무구하게 군다. 그녀가 보디첼리의 인물을 닮았다고 여기는 스완은 친근감을 느낀다. 이 남자의 사랑법. 다행히 그는 예술이며 학식을 뽐내지 않는다. 그저 웃거나 말거나 할뿐. 맨스플래인 하지 않는 게 그의 장점. 굽신거리며 맞장구를 치지 않는 냉담함에 안주인 베르뤼랭 부인은 빈정이 상하고 스완의 뻣뻣함 속에 있을 서열 계산이 영 신경에 거슬린다. 심미안과 대화의 수준이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 이들 사교회에서 펼쳐지는 말장난이 각종 인용구들과 그 시대의 농담을 끌어오기 때문에 주석을 계속해서 찾아봐야 한다. 저질 농담, 말꼬리 잡기들이 이어지고 인물들은 얼굴이 벌게지도록 기침을 하고 숨이 막히도록 웃는다....는데 나는 재미가 없다. 여기는 이십일 세기. 자, 인물들이여, 연애의 진도 속도를 높여라, 쫌.

 

어느 날 시간이 엇갈려서 (스완씨가 그 문지기 딸이랑 좀 오래 놀다 왔거든) 오데뜨를 파티장에서 놓치고 아, 스완씨는 고통을 느낀다. 파리의 카페 거리를 헤매고 헤매다 기적 같이 만난 이후, 사랑이, 특별한 관계가 시작되어버린다. 불쌍한..... 이라고 쓰려니 스완이나 오데뜨나.... 둘은 함께 밤을 보내고 또 보낸다. 스완이 다른 여인들을 정리하고 오데뜨에게 정착할지 아직 확실치 않은데, 기부니가 안좋은 베르뤼랭 부인은 오데뜨에게 다른 남자를 소개시키면서 스완을 디스하려고 든다. 오데뜨의 과거는 어떻게 탄로가 나긴 할텐데... 요약을 해보니 흥미진진하네? 계속 읽어야겠다.

 

프루스트를 읽으면서 자꾸만 드는 생각은....이 인간들은 일을 안한다. 직업이 귀족이고 브루주와, 투자로 먹고 살고 노는 부류들이다. 부럽지도 감탄할만 하지도 않다. 프루스트가 그 점에 비판의식을 가진 것도 아니다. 다만 그는 깐죽거리며 인물들을 우아하게 깔보고 독자는 따라가며 구경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무지한 독자는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핀잔을 들을까 긴장돼 주석을 열심히 펼쳐 읽는다. 박자를 맞춰서 오호호홍 하고 웃어야 한다. 위, 마담. 매농, 므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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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겨우, 1권의 1부를 다 읽었다. 전 7권 중 1권 '스완 댁 쪽으로' 에서 1부 콩브레는 300쪽이었다. 하루면 다 읽을줄 알았지. 하지만 문장이 지지리도 긴데다 넘치는 비유가 원 대상 주어를 집어 삼켜서 몇번이나 다시 읽어야 했다. 지금 내가 읽은 것은 뭐여? 콩브레 마을 풍경과 사람들 일상이 아니라 그 너머, 그 이전, 그리고 그 이후에까지 펼쳐져 있다. 그게 프루스트의 맴이었을거야. 욕심도 많지.

 

1부의 시작, 한밤중에 잠이 깨서 자신이 있는 방이 어디인지 알아보지 못하고 잠시 헤맨다. 시대와 장소가 겹치고 흩어지다가 그 옛날 어린시절 (이라고 해도 초등 고학년 나이일듯)의 콩브레의 방, 엄마가 굿나잇 뽀뽀를 안해줘서 서글펐던 기억이 아련히 피어오른다. 아, 무서운 아버지, 애닲은 엄마의 포옹. 그리고 엄마가 읽어주시던 조르주 상드의 책. 할머니의 약간 튀는 행동과 말. 할머니의 시누이인 대고모님과 할머니의 자매들의 (자신들은 계산에 계산을 거듭해서 예의로 포장을 했건만) 눈에 보이는 오만도 기억난다. 침대에서만 생활하시던 숙모님, 그리고 마들렌느. 아닌척 그런척 손짓과 눈빛으로 사람들 사이의 거리와 서열이 드러났다. 귀족과 부르주아, 그리고 서민들. 그들의 휴가 기간의 나른한 행태, 하지만 덮여있던 과거와 파리 혹은 다른 도시의 인연들이 그리는 오묘한 빛깔의 인간관계. 무엇보다 이웃 므슈 스완. 그의 '격에 맞지 않는' 결혼 덕에 그의 고급 사교 생활은 의도적으로 만만해 보이지만 소년 프루스트는 애써 그의 문화력을 닮고만 싶다.

 

밥먹고 하는 일은 독서와 휴식, 하녀 놀리기, 그리고 산책. 길가와 울타리에 피고 지는 꽃, 그 사이에 숨어있다 튀어오르는 아이, 그리고 작은 새. 소년의 맘 속에서 꿈틀대는 갈망. 갈증. 그리움. ...'그녀'를 향한 이 마음은 뜨겁기만 한데 차마 내놓질 못했다네. 넓적다리에서 나온다는 그녀는 어디, 누구인가? 대작가와 친하다는 스완씨 딸인줄 알았는데 정말 그 게르망뜨 부인인겁니까. 콩브레의 주인, 성의 주인, 이 마을의 역사를 깔고 앉은 높으신 부인. 그 부인의 '현실적' 외모에도 상상의 메이크업을 얹어놓아 자신의 꿈과 이상을, 그리고 (그녀도 나를 사랑할거야) 망상을 키우는 프루스트. 그녀 만큼 나도 높아지고 싶은거야? 응 그런거야. 그런데 그 고매한 사랑은 어떤걸까.

 

훌륭한 작가가 되겠다던 소년은 청년기에도 콩브레의 음악선생 집 창문 밖에서 '의도치 않고' 다시 한 번, 그 집안을 훔쳐본다. 불쌍한 음악선생의 사후, 그 딸의 동성연인과의 '패륜적 언사'를 청년 프루스트가, 그리고 장년 프루스트가 이래저래 묘사하고 평하고 있다. 진정한 쾌락을 모르니 저러는 것이다. 나는 다 알고 있지. 하지만 훔쳐보고 따라다니는 행위는 별별 묘사와 비유, 변명을 갖다 대도 부끄러운 짓이다. 프루스트도 민망해서 서둘러 '쾌락'과 '패륜'에대해 평하는 문단을 줄인다. 어쩌면 그가 들여다 본 것은 자신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근근히 살던 음악선생, 잊혀질 만만한 작곡 소품들, 예쁘지 않은 딸, 그녀에게 아버지 험담을 거리낌 없이 해대며 웃는 연인. 다부지게 펜을 쥐고 적어내려갔겠지. 나는 달라, 이 모든 추억과 마음과 '아름다움'은 남아야해. 게르망뜨 부인은 전설로 남을거야. 나른한 서술들 중에 그의 아름다움과 역사에 대한 집착은 단단하게 뭉쳐서 자꾸 눈과 목에 걸린다. 그래봤자 이젠 누가 프루스트를 읽겠어.

 

프루스트는 한밤중의 침실에서 사랑과 꽃, 콩브레와 마들렌느와 종탑의 아름다움까지 의식의 흐름을 따라 갔으나, 결국 동네길로 접어들고 어린시절의 침실로 돌아와 엄마의 포옹을 바라며 불안에 떠는 소년이 된다. 콩브레를 휘젓고 다닌 그 밤이 지나고, 아침 햇살이 창문을 지나 침실 벽에 흰 줄을 그어대면... 맑은 정신의 '어른' 프루스트가 모든 것을 툴툴 털고 일어나 저 멀리 여명과 함께 도망가는 콩브레의 인상들을 쳐다본다. 이제 하룻밤의 이야기가 끝났을 뿐이다. 계속 읽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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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해목 2018-05-24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럼요!! 계속 읽어야 합니다!!!
고작 하룻밤 이야기만 읽고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ㅋㅋㅋ

유부만두 2018-05-25 08:46   좋아요 0 | URL
계속 읽겠습니다! 그런데 1권의 1부가 의외로 오래 기운을 뺐고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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