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채널에 아가사 크리스티 영화가 올라왔다. 어쩐지 푸와로 탐정의 콧수염의 숱이 성겨진 느낌이다.
책은 아직 안 읽었고 (아마 안 읽을 것 같고) 영화 본 감상을 적어본다.
베니스에서 은퇴 혹은 휴가 중인 푸와로에게 친구 소설가가 찾아와서 강령회에 같이 가자고 한다. 심령술사를 믿지 않는 푸와로는 유명한 성악가의 집에 들어서며 (마침 핼러윈 파티 중) 어쩐지 음산한 기운을 느낀다. 그 집은 아이들이 갇혀 죽었다는 괴담을 갖고 있는데다 1년전 집주인 성악가의 다 큰 딸이 집밖 운하로 몸을 던진 사연도 있다. 딸을 못잊어 괴로워 하는 성악가는 유명 심령술사를 초빙해 (핼러윈 파티 후 대부분의 손님을 내보낸 다음) 딸의 영혼과 대화를 시도한다. 딸의 혼령이 찾아왔는지 심령술사(양자경)는 몸을 떨며 자신이 살해당했다고 소리친다.
범인은 우리 중에 있다! 적은 혼노지에 있으며 환자는 서울에 있다고?
다양한 사연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두 의심을 받고 세상 냉철한 푸와로가 이번엔 그 집에 깃든 영혼을 느끼고 심지어 대화까지 나눈다. 지나치게 똘똘한 의사의 어린이 아들은 징그럽기 까지 하고 찰스 디킨스는 시시하다며 에드거 앨런 포우의 책을 읽고 있다. 영화 <식스 센스>의 소년이 떠오르기도 하는데 ... 결국 범인은 설마했던 바로 그 사람이다. 인간의 감정이 모든 비극과 귀신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책 표지의 사과가 실마리를 줄 수도 있다. 영화에서도 여러 번에 걸쳐 사과가 등장한다.
화면은 내내 어둡다가 끝에 가서야 밝아진다. 의도하지 않게 내 얼굴이 태블릿 화면에 비춰서 곱절로 음산한 기분이 들었다. 영화는 양자경의 포스에도 불구하고... 지루했다. 세네 번 끊어서 다른 책 읽다가 돌아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