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이란 뜻 아니고요, 2번째 감상문입니다. 


영화에서 코니는 사냥터 관리인 (채털리 가의 넓은 영지 중 숲부분 이겠지요) 멜러즈의 오두막에서 아일랜드 작가의 책을 들고 와서 읽어요. 그걸 두고 남편 클리퍼드는 심한 경멸을 드러냅니다. 자기가 소설을 쓰거든요. 질투와 시기를 감추질 못하는데 소설 안에선 아일랜드 출신 희곡작가 마이클리스가 등장합니다. 영화에선 배우 대신 책으로 나온 셈이죠. 이 아일랜드 작가는 미혼인데 성공을 얻었지만 클리퍼드와 그 친구 무리들에게선 반영국적인 상놈의 결정판으로 취급당합니다. 그래도 예술계에서 유명한 그는 초대에 응하고 코니와 가까워집니다. 글쓰기에 몰두하는 남편 수발들기에 지쳐가는 코니는 문득 문득 흥분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묘사가 ...


"그녀는 뭔가 무서운 매력이 그로부터 자기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는데, 그로 인해 그녀는 거의 침착성을 잃을 지경이었다." [...] 그(마이클리스)는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기록하여 새기는 그 가득 찬 시선으로 코니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깜깜한 밤에 울고 있는 어린애와 같은 것이 그의 가슴으로부터 그녀를 향해 울며 불러대었다. 그녀의 자궁 바로 그곳을 사로잡아 뒤흔드는 울음소리였다.[...] 그는 거의 최면술과 같은 마력으로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그녀의 자궁을 곧장 뒤흔들어 사로잡는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코니가 흥분할 때, 자궁이 흔들린답니다? 남자의 시선을 받고 매력에 사로잡혀 볼을 붉히거나 가슴이 빠르게 뛰거나 숨이 막히거나 명치가 뜨거워지는 대신 아랫배도 아니고 허리께도 아니고 (이들 묘사는 이 소설에선 남성들에게 할당됩니다) 코니는 '자궁'으로 느낍니다. 생리통이 아니라 흥분의 자궁통. 갑자기 불안+ 스트레스가 높아지면서 "자궁 안 어딘가 계속 떨리는 곳이 있어 물 속으로 뛰어들"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로렌스에게 여자는 자궁입니까? 


이렇게 마력을 뿜어내던 희곡작가가 두어번 밀회를 갖자 은근 코니의 기에 눌립니다. 자기 맘대로 시간 페이스 조절을 못해요. 그녀가 '응 아직 아니야'라고 하면 가만히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그녀가 베드신에서 주도권을 갖는걸 마이클리스가 비난하자 아, 이제 코니의 맘이 쎄하게 식어버립니다. 마이클리스는 쫄보거든요. 그는 영국여자는 물론 아일랜드 여자랑도 결혼하기 힘들거 같으니까 동양 여자를 찾아본다는 말을 한 사람이에요. 겁많고 눈치 보는 남자에요. 


코니는 어느 날 산책을 하다 사냥터 관리인 멜러즈의 목욕하는 장면을 봅니다. 훔쳐 봅니다. 몰래. 그리고 도망칩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 사내가 몸을 씻고 있었다. [...] 날씬하니 하얀 등은 커다란 대야 위로 구부리고 있었는데 [...] 날씬한 하얀 두 팔을 들어올려 귓가로부터 비눗물을 씻어 내리고 있었다. 물장난 치는 족제비처럼 재빠르고 섬세하면서, 또 완전히 혼자인 듯한 모습이었다. [...] 뭔가 묘하게 그것은 하나의 환상 같은 경험이었다. 그녀는 몸 한가운데를 한 대 얻어맞은 듯했다. 그녀는 그 깨끗하고 섬세한 하얀 허리 아래로 바지가 어슬프게 흘러내려서 엉치뼈가 살짝 드러난 모습을 보았고, 고독한 존재에 대한, 그야말로 순전히 혼자인 한 사람의 존재에 대한 의식이 그녀를 압도했다. 홀로, 내면까지 홀로 존재하며 사는 한 인간의 완전하고 순수한 한 존재의 어떤 아름다움. [...] 그것은 부드럽게 빛나는 어떤 하나의 불꽃이었다. [...] 코니는 이 환상의 충격을 바로 자궁 속으로 받아들였으며, 그녀도 이를 꺠달았다. 그것은 그녀의 몸 안에 들어와 있었다."


코니는 스트레스도 매력도 충격과 환상도 모두 자궁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이 타인을 그리는 방식이 어딘가 익숙한듯 낯설어서 두 번을 읽었어요. 이건 선녀탕을 훔쳐보는 나뭇꾼의 대사 같잖아요. 하얀 허리! 날씬하고 섬세하고 순수한! 그걸 보는 코니는 아랫도리가 묵직...아니 자궁이 떨렸대요. 


하지만 이 순수하게 혼자라는 존재, 멜러즈는 그러나 고독하게 빛나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실은 읍내에 어머니가 자신의 딸을 데리고 사는데 (별거중임. 부인이 외도를 했기에 슬픈 사연남 역할을 하고 있음) 그 어머니가 일주일에 한 번씩 멜러즈의 오두막으로 살림을 해주러 오십니다. 나는 자연인이다! 라고 외치는 K숲속의 많은 수염남들 처럼 그도 어머니의 반찬과 빨래 청소 수발을 받고 있는 '하얀' 존재인 것입니다. 


많이 썼네요. 실은 오늘 마님과 돌쇠, 아니 하얀 영혼의 뜨거운 장면을 읽었는데... 그건 다음 시간에. (나 혼자 신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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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2-12-10 08: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궁이요….
장르가 코미디인 줄 알았습니다;;

어디에 어떤 느낌이 느껴지면
아 이게 내 자궁에 느낌이 오는구나 하는 걸까요?;;;

공쟝쟝 2022-12-09 18:0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2-12-11 16:45   좋아요 0 | URL
채털리 부부의 관심은 ‘차세대 건설‘ 이에요. 진정한 영국과 진정한 가문. 그러니 여자는 자궁으로 치환되는 것 같아요. 잘해봐야 생명력? 그 역시 아기 낳는 거죠.

그런데 그 자궁의 존재를 여자가 늘 의식하는 걸로 나오잖아요. 기쁨과 흥분이 몸 내장에서 튀어나는 거에요. 생각이나 말이 아니고요. 아우 정말 갈수록 더 심해집니다.

공쟝쟝 2022-12-09 1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랫도리가 묵직….ㅋㅋㅋㅋㅋ 해지는 느낌을 나는 모르지만 얘야 자궁의 느낌은 그 느낌이 아니란다?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12-09 19:49   좋아요 3 | URL
아니 자궁 느낌 대장 느낌 소장 느낌 다 구분이 되는지 궁금… 감각 세포가 다 있긴 있을까요 ㅎㅎ

유부만두 2022-12-11 16:47   좋아요 0 | URL
자궁과 내장 이라고 써놓은 데도 있어요;;;;

그런데 그에 대조되는 건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기계 같은‘ 사람들이에요. 바로 볼셰비키적 인간들이라고 합니다. 나쁜건 빨갱이라고. 이런 욕(?)을 사냥터지기 멜라즈랑 코니의 남편 둘 다 합니다.

단발머리 2022-12-09 2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궁이라면 생리통이죠. 생리통 모르는 사람들은 좋겠어요. 저도 반찬 서비스 받고 싶거든요. 번호 좀….. 부탁드려요.

유부만두 2022-12-11 16:48   좋아요 0 | URL
반찬 서비스 소중하죠. 저 얼마전에 시어머니댁에 김치 해서 보내드림. (큰애 시켜서요) 너무 장하지 않습니까? 대신 고추가루 받아왔음. 제가 이득이에요.

잠자냥 2022-12-09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궁자궁 ……. 잘글잘근 씹어주고 싶네요. 그놈의 자궁타령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2-12-11 16:48   좋아요 0 | URL
정말 지겹도록 나와요. 그넘의 자궁.

책읽는나무 2022-12-10 0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궁통????ㅋㅋㅋㅋ 그게 뭐지??
자궁있는 사람은 정작 못느끼는 자궁통?
생리통은 늘상 겪곤 있는데...ㅋㅋㅋ

유부만두 2022-12-11 16:49   좋아요 2 | URL
떨림, 뜨거움 ... 그런거라는데 아니, 멋진 거 보거나 감동할 때 그런 반응 온다고 상상하는 남자 작가가 너무 어이없어요. 여자 경험도 많다더만...

라로 2022-12-10 17: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는 이 책과 영화는 패스할게요. 하지만 만두님의 연재는 재밌으니 쭈욱 가기를!!

유부만두 2022-12-11 16:50   좋아요 0 | URL
ㅋㅋㅋ 네 패스하셔도 괜찮을거 같아요. 1권 초반엔 괜찮다 싶었는데 (영화에 비해 재미있으니까요, 비록 흉 보고 있지만요) 2권에 오니까 너무 남자들 사연 챙겨주느라 여주인공이 멍충하게 굴어서 싫어졌어요.
 



며칠전 트위터에서 <채털리 부인의 사랑> (연인이었나?) 영화가 새로 넷플릭스에 올라왔다는 걸 봤다. 오십 넘어서도 로렌스의 이 유명한 소설과 그 영화 버전 이야기를 들으면 조금 궁금하다가 뭘 굳이...했었다. 그런데 봤다. 드디어. 그런데 별로 안 야해;;;;; 홀딱 벗은 두 이삼십대 남녀들이 초원에서 오두막에서 숲에서 헐벗고 합.체.를 해도 안 야해;;;;; 여주인공의 드러나는 갈비뼈가 안쓰러울뿐. 오십 넘은 아줌마 관객은 이렇게나 감동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하지만 헤어질 결심은 너무 좋아서 두 번 봤음)


그래도 도전 정신 사그라들지 않아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옴모나. 이거 재미있던데요?! 아직 야하기 전이에요. 그러니까, 마님이 돌쇠의 벗은 몸은 봤는데 아래는 옷을/수건을 걸치고 있었고요. 


작가 로렌스가 작정하고 주인님/사장님/부르주아 개객끼들을 까는 소설입니다. 로렌스는 광부의 아들인데 탄광물 대신 먹물을 먹.... 채털리 부인의 남편 클리퍼드는 1차대전때 하반신 마비가 되어 고향 영지로 돌아옵니다. 영화에선 아름답고 드넓은 평원이 보이는데 실은 광산촌이라 유황냄새가 나고 멀리서 규칙적으로 쿵쿵 발굴기계? 발포기계 소리도 납니다. (제르미날의 멋진 기계/괴물 묘사가 떠오릅니다. 시기상으론 에티엔의 프랑스 광산이 훨씬 이전 시대고요) 


귀족 자산가 클리퍼드가 글을 쓰고 명성을 얻고, 아집을 부려가며 부인을 옥죄는데 (다른 사람 수발 받기를, 자신의 병약한 몸을 내보이기를, 싫어한다. 여기서 우리 시아버지 생각나서 진저리침) 하이 소사이어티 친구들이랑 모여서 정신 활동과 육체적 즐거움에 대한 토론(이랍시고 잡소리)을 하는데 길고 지루하게 이어지는 의미 없는 말잔치 뒤에 .... 채털리 부인 코니가 그 자리에 '말 없이' 앉아있다는 문장이 나옵니다. 하하하. 봐주길 바라는거지. 자기들 말/썰 푸는데 아무런 말/토씨 달지 말고 여자 귀/눈이 있으라고. 


드디어 채털리 부인이 사냥터 관리인 (평민 출신인데 인도에서 군인 생활을 하며 군대 계급장으론 채털리랑 동급까지 갔다가 제대해 '멀쩡한 몸으로' 돌아온 남자)를 보고 매력을, 아니 어떤 떨림, 뜨거운 것을 느낍니다. 그런데. 아이고 


..... 연재 소설은 이쯤에서 딱 끊더라고요? 내일 이어서 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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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12-08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네, 낼 그 다음 얘기 꼭 써주세요.
유부만두님, 재밌고 기대됩니다^^
드디어 그가 짠하고 나타났군요!

유부만두 2022-12-09 16:10   좋아요 1 | URL
그가 짠하고 나타났어요. 그런데 그를 바라보는 코니의 감상이 의외의 충격을 주네요.

청아 2022-12-08 1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조금 봤는데 너무 말랐더군요. 제르미날이 떠오른다니! 저도 소설로 읽어보고 싶어요. 글로 읽으면 더 야할듯ㅎㅎ

유부만두 2022-12-09 16:13   좋아요 1 | URL
글쎄요, 야한 건 모르겠어요;;;; 성애 장면을 길게, 여성 주인공 입장도 생각하며 쓴 것 같아요. 비유나 상징은 넘치고요.

Falstaff 2022-12-08 1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 솔직한 제 감상은요, 채털리 부인 >> 제르미날.....인뎁쇼, 이건 절대 마님의 헐벗은 갈빗살 때문이 아니라 (흠. 더 솔직해져야 합니다!), 제르미날에는 졸라 작품에선 거의 그렇다시피, 도무지 인간의 회의 또는 기로가 별로 눈에 안 뜨이고 그저 직진만 있어서 그런 것도 같습니다. 근데요, 제가 뭘 알아야지요. ^^;;

유부만두 2022-12-09 16:17   좋아요 0 | URL
채털리 부인이나 (아직은) 돌쇠 멜러즈도 직진은 아니에요. 전 에티엔도 충분히 저돌적이었던 것 같아요. 멜러즈도 클리퍼드 처럼 비유적으로 이야기하고 약간 애매합니다. 그런데 육체적 만남/합체가 ‘순수‘라거나 ‘삶‘이라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좀 우스웠어요. 제가 뭘 알겠습니까마는....

공쟝쟝 2022-12-08 1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합체…?

Falstaff 2022-12-08 19:54   좋아요 0 | URL
흠. 제 경우에 국한해 말씀드립자면...... 아무튼 귀신이셔요. ㅋㅋㅋㅋ

공쟝쟝 2022-12-08 20:05   좋아요 0 | URL
edps 귀신…

건수하 2022-12-08 2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남편은 하반신 마비, 부인은 광부의 아들과 합체…. 아니구나 사냥터 관리인과 합체인가요?;;

전에 좀 읽다가 저는 재미없어서 말았는데, 다시 읽어봐야 하나…

Falstaff 2022-12-08 21:36   좋아요 2 | URL
책이 있으시면 걍 읽으시고, 없으시면 될 수 있으면 펭귄으로 하심이 어떻겠습니까? 로렌스가 영국에서 출판 금지 얻어 터지고 빌빌댈 때, 에이 이게 뭐야, 하면서 법정 투쟁에 제일 앞장 선 출판사가 펭귄이었으니 독자로서 좀 양해를 해줄 수 있잖겠습니....까?
그거 말고도 펭귄 판에는 도리스 레싱의 뛰어난 서문이 꽤 좋습니다.
저는요... 펭귄 출판사하고 아무런 인연 없습니다. 돈 천 원도 꿔줬다가 못 받은 적도 없고요. 하지만 표지 그림이, 민음사 표지하고 비슷하긴 한데 제가 보기엔 좀 더 구립니다. ^^;;;

건수하 2022-12-08 21:54   좋아요 1 | URL
골드문트님 긴 댓글 넘 재밌네요 ㅎㅎ
도리스 레싱의 서문이 궁금하지만 열린책들 책이 있어서.. 일단 그걸로 봐보겠습니다 ^^

유부만두 2022-12-09 16:19   좋아요 0 | URL
저 펭귄판 서문 일부 읽었어요. 미리보기가 조금 되더라고요.

전 로렌스가 사냥터 관리인 멜러즈의 입장이려니 했는데 사생활에서는 클리퍼드/채털리와 겹치는 부분도 많았더군요. 어쩌면 자아분열, 이분법, 기계 vs 생명 등을 이용한 게 아닐까 해요. 노골적인 상징물들 복선이 많아서 조금 부끄러울 지경이에요. 그만큼 로렌스의 증오의 대상, 열망의 목적지가 또렷해요. 그런데 아쉽게도 성애장면 묘사가 감동스럽지가 않아요;;;

책읽는나무 2022-12-08 2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보다 책이 더 야하다는 건?
만두님 상상력이 풍부하신??ㅋㅋㅋ
영화도 보고, 책도 다 읽어봐야지!!^^;;;

유부만두 2022-12-09 16:20   좋아요 1 | URL
아뇨 아뇨. 야한건 모르겠는데요, 소설에서 보여주는 사람들 모습이 재미있어요. 대부분 옷을 입고 나옵니다;;;

다락방 2022-12-09 1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젊은 시절에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알라딘 하기도 훨씬 전인데 그 때 아마.. 그러니까.. 음.. 다음까페 운영할 시절이었나. 사냥터지기가 고추에 이름 붙여서 채털리 부인에게 편지 쓰는거 보고 꺅 이게 뭐야 했던 ㅋㅋㅋ 사냥터지기.. 멋지지 않습니까?

저도 어제 넷플 영화 조금 봤는데 그냥 나체가 나온다 뿐이지 딱히 야하진 않더라고요?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여주의 갈비뼈 보고 아 살찌자 여주야 ㅠㅠㅠㅠㅠ 했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 저희 집에 데려다가 저랑 열흘만 함께 있으면 제가 살 찌게 해줄수 있는데 말이지요.

유부만두 2022-12-09 16:24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런 장면이 기다리고 있단 말입니까?

전 이제 마님과 돌쇠의 첫 오두막 합체 장면을 읽었는데요, 멜러즈가 아 이건 ‘삶‘이에요. 라고 하는 부분에서 웃고 말았습니다. 이미 경험 많으신 마님은 그냥 약간 멍한 상태였는데...그건 멜러즈가 아닌 메추라기 병아리들 때문에 받은 감동이니까요. 매 장면마다 코믹 포인트가 있어서 아, 혹시 이렇게 재밌어 하면 안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영화 여주인공 너무 말랐죠. 등을 휠 때 뼈가 도드라져서 안쓰럽더라고요.

라로 2022-12-09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넷플에서 저거 봤는데 왜 보고 싶은 생각 1도 없었는지? 전 너무,,, 암튼, 연재는 계속 하셔얍죠!! 그래야 연재 아닌가요??^^;; 적어도 한 1년은?? 나 머지??

유부만두 2022-12-09 16:25   좋아요 0 | URL
영화 그냥 그랬어요.

연재...하하하

그냥 저 어제 이거 쓰다가 밥해야 해서 끊었는데 서재 친구분들께서 이리 호응을 해주시니 제가 팔을 걷어부치고 채털리 부인과 좀 더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그리하야... 내쳐 킨케이드의 <애니 존>을 읽었다. 기대하고 흥분된 마음에 읽었는데 ... 아, 그 맛이 아니네?


<루시>의 전작이며 고향 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의 이름은 루시 아니고 애니. 총명한 아이는 부모의 '그들 나름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식민지 문화 속에서 성장한다. 역사 교과서의 콜럼버스 그림에 '나쁜넘 ...' 이라고 썼다고 영국인 선생님에게 벌을 받는다. <실락원> 필사하기. 


엄마가 자신을 떠나는 게 가장 큰 공포였던 어린 애니. 자신만의 공간을 지키려는 십대 초반의 딸은 (점점 키가 큰다. 처음엔 아빠를 따라 잡고, 나중엔 엄마 보다 크더니 결국 외할머니의 키 만큼 자란다) 결국 엄마에게 소리친다. "엄마가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그러나 엄마는 살아있고 (다행이지) 대신 딸 애니가 사경을 헤맨다. 광야의 사십 일 아닌 백 일 넘는 장마가 지붕을 두들기는 동안 애니는 고열과 환각에 시달리고 계속 키는 자란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등을 굽히고 누운 애니. 부모님의 결정으로 애니는 영국 유학(아니고 루시의 경우 처럼 남의 집 살이 + 실용적 공부하기)길에 오른다. 마지막 챕터에 가서야 애니는 독자에게 알린다. 실은, 우리 엄마랑 나 이름이 같아. 그리고 우리 아빤 엄마보다 서른여섯살 많아. 


작가가 제일 공을 들였을 병상 투쟁 혹은 성장통은 이질적이지만 이 소설의 특별한 매력이다. 그래도 이 부분이 꽤 길어서 힘들다. 그 고통을 알겠는 내가 힘들었다. 나도 숨겨봤거든. 구슬이랑 책이랑 돈이랑 친구랑 .... 나 자신을. 엄마와 딸 사이의 애증, 애착과 증오, 혹은 살을 떼어내는 아픔...이라지만 루시의 모녀 관계 만큼 (아직 딸이 어리기에) 분리되지 않는다. 그 찜찜함이 남았기에 루시에서 더 모질게 떼어내려 애쓰는지도 모르겠고. 


어린 시절 (열살도 되기 전에) 엄마의 친구 아들 (세살 위) 이랑 놀던 기억의 묘사가 인상적이다. 그 소년은 연극하기 놀이에서 모든 배역을 혼자 맡는다. 살인자도 피해자도 판사도, 북도 장구도 그 소년은 혼자 다 친다. 그저 옆에서 말없이 물건 갖다주는 역할만 애니에게 돌아온다. 말을 할 기회가 애니에겐 없다. 


같은 작가가 자전적 경험으로 겹치는 내용을 가지고 쓴 소설이지만 <루시>와는 다른 느낌을 주었다. 근데 난 <루시>가 더 좋았다. 이렇게 적고보니 <애니 존>도 좋았네? 킨케이드는 엄마 생각을 떼어낼 수가 없었나보다. 엄마 이야기 책이 하나 더 번역되어 나왔다. 표지의 저 가방 이야기는 <애니 존>에 나온다. 엄마도 애니/루시 나이에 집을 나왔거든. 그런데 나 이건 못읽을 것 같다. 맴이 아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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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2-12-06 1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루시 쟁여놨는데 이거 먼저 읽어야 할까요?

유부만두 2022-12-06 19:37   좋아요 1 | URL
순서는 상관 없을 것 같아요. 톤도 약간 다르고 겹치는 내용이 있지만 세부 사항은 다르거든요. 독자마다 애니 존과 루시의 선호도 차이도 있을 거에요.. 가까이 루시가 있다면 먼저 읽으세요, 어쩌면 저처럼 내쳐서 애니 존을 읽고 싶어지실지도 몰라요. ^^

하이드 2022-12-06 19: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이렇게 보니 <애니 존>도 괜찮네요. 저도 <루시> 가 더 좋았어요. 집에 보니 애니 존이랑 스몰 플레이스 사뒀더라구요. <내 어머니의 자서전>도 기대됩니다!

유부만두 2022-12-08 18:29   좋아요 0 | URL
<루시>가 조금 더 이야기 같았거든요. 여러 coming of age 소설도 생각났는데 더 아프면서 경쾌하달까... 그런데 애니 존은 아프고 (아이는 더 어린데) 힘들었어요.

잠자냥 2022-12-06 2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 저는 루시랑 애니 존 둘 다 읽고 나니 킨케이드 그만 읽을까 싶어지더라고요. 약간 아니 에르노처럼 자기 복제 이야기 무한 반복 느낌이랄까…. ㅋ

유부만두 2022-12-08 18:31   좋아요 0 | URL
그쵸. 저도 연달아 두 권을 읽으니까 몸과 맘이 천만근....

그나저나 프랑스에서 에르노 ‘증오‘haine가 만연하다는 기사 제목을 봤어요. 뭔지 알거 같은데 안타깝더라고요.

공쟝쟝 2022-12-07 07: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빌레뜨 - 루시 - 쉬었다가 나중에 애니 존 ㅋㅋㅋㅋ 아니 에르노는 전작까지 할 필욘 없음 ㅋㅋㅋ 오늘 좋은 정보 알고 갑니더 ㅋㅋㅋ

유부만두 2022-12-08 18:31   좋아요 1 | URL
오늘의 생생정보통, 쪽집게 독서 목록 알려드립니다아아아~~~

단발머리 2022-12-07 1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루시를 제일 먼저 읽고 싶어요. 그리고 나서 애니 읽으려고요.
엄마랑 딸 이야기는 자꾸 들으면 약간 지겹다, 이런 생각이 들면서도 제일 관심이 가는 영역인거 같아요.
사랑과 집착이라는 면에서요. 너무한 사랑이 버겁기도 하고 그런데도 그런 사랑이 ‘발사‘되기도 하고요. 흐미...

유부만두 2022-12-08 18:33   좋아요 0 | URL
루시가 좋았어요. 애니는 ....아포....

그런데 사랑과 집착, 뭔지 알죠. 아 알죠. 그래서 징글징글한데 나이를 먹어갈수록 그 사랑이 더 그립고 (아 눈물나자나요.)
 

킨케이드의 <루시>가 <빌레트>의 변주곡이라는 설명을 읽었다. 열아홉에 서인도제도의 고향을 떠나 1960년대 미국 대도시 백인 가정의 보모로 들어가는 여자 아이 루시 이야기. 


Critics have also focused on the many intertexts on which the novel draws. Diane Simmons details the way in which the novel draws on John Milton's Paradise Lost and Charlotte Brontë's Jane Eyre, noting that Brontë was Kincaid's favorite author. David Yost observes that Lucy contains many correspondences to another Brontë novel, Villette—including the names of its primary couple (Lucy and Paul), its plot (an au pair adjusting to a foreign culture), its themes (sexual repression of women and self-recreation through art), and its setting (Villette's Paul dies returning from his Caribbean slave plantation)--arguing that Lucy acts a postcolonial reworking of this earlier text.  <위키피디아> 


소설은 신랄한 유머로 지독한 현실을 짚어내며 시작한다. 다크 유머를 입은 시트콤같은 에피소드들이 이어지고 플래시백처럼 하나씩 드러나는 루시와 가족, 특히 엄마와의 이야기, 더해서 겹쳐지는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는 초반부의 어조를 점차 바꾸면서 끈적거리는 커다란 덩어리를 가슴 위에 쌓아간다. 하지만 계속 부딪히려는 루시, 이 아이가 이름 말고, 출신지 말고(빌레트의 폴 선생이 서인도 제도 농장주가 되어 몇 년 돈벌러 떠난다), 자기 정체성과 욕망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것 말고, 날라리 여친말고, 애인의 이름(또 폴. 하지만 이건 소설 중간에 나오는 폴 고갱과 더 연결되는 것 같다. '자연'의 여성들을 만나 해방감을 맛본 백인 예술가- 하지만 우리의 루시는 고갱의 그림을 보면서 가슴을 드러낸 자연의 여인들이 아니라 작가/예술가/남성에게 감정이입하며 깝깝한 고향을 떠나는 것을 이해한다. 정말 대단한 아이, 루시) 말고, 어떻게 빌레트의 백인 영국인 여성 루시와 연결된다는 말인가. 


David Yost의 글을 찾아 읽었다. (복학생 아들의 대학교 도서관 사이트에서 논문을 찾아 프린트 할 수 있다) Yost는 <루시>와 <빌레트> 두 작품의 플롯이나 인물 하나씩 대응시키기 보다 킨케이드가 브론테의 주제 의식과 모티브를 어떻게 소화해냈는지 살펴보기를 권한다. 그리고 그 논문에는 우리의 <다락방의 미친 여자>도 많이 인용한다. (만세!!)


Yost의 비평 제목에는 '세 명의 루시'가 등장한다. A Tale of Three Lucys: Worthworth and Bronte in Kincaid's Antiguan Villette.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워즈워스의 루시가 어떻게 루시 스노우와 주변인물 (특히 마치몬트 여사님)로 반박되는지 읽었다.  자연이 곱게 키우는 여자 아이, 그러나 이름 없이 죽어 무덤에 누운 (그리고 남자 시인만 알아보고 노래 불러주는) 루시가 아니라 자기 두 발로 여행을 떠나고 사람들과 맞서고 과거를 돌아보고 자기 방식대로 해결, 해석하고 자기 이름과 이야기를 자신의 손으로 쓰는 루시. 이런 의미라면 킨케이드의 루시는 빌레트의 루시와 닮았다.  킨케이드의 루시는 한 발 더 나아가 워즈워스의 시가 얼마나 구린지 까발린다. (잠깐 여기에서 식민시대를 경험한 또다른 여성 <파친코>의 선자가 70대에 이르기까지 글을 깨치지 못했다는 것이 원통하다.) 


"나는 루시라는 이름이 싫었다. 전혀 대단해 보이지 않는 시시한 이름이고 당시에 내가 되고 싶던 그런 인물과는 한참 멀어보였기 때문이다. 난 혼자서 에밀리나 샬럿이나 제인 같은 다른 이름을 지었다." 


루시는 자신의 이름이 싫어서, 브론테가 되고 싶어서 (엄마는 루시더러 '응 니 이름 뜻 악마임'이라고 말해버린다) 동화작가 이니드 블라이턴의 이름을 따라 이니드가 되려 한다. 하지만 이니드는 아빠의 정부로 루시와 엄마를 죽이려했던 인물의 이름이어서 엄마는 불같이 화를 낸다. 그런데 Enid Blyton은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은 어린이 책 작가였으니 이니드는 정말로 루시와 그 어머니를 '죽이는' 인물이었다고 Yost는 설명한다. (논문 찾아 읽기는 잘한 일입니다.) 어린 시절 이런 백인 작가의 책 말고도 루시가 가진 책은 성경과 <실낙원>이었다. (다미여를 읽는 자매님들 박수!!!) 백인 남성 '제국주의'의 책들에 눌려있는 킨케이드의 루시는 그래도 똑똑해서 그 지겨운 위선과 악의를 간파한다. 그런데 우리의 선한 이웃 머라이어, 백인 고용주이자 '친구'는 커다란 책을 루시 앞에 가져와 읽어주신다. (그 책이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이에요!)


"머라이어는 방을 나갔다가 커다란 책 한 권을 들고 다시 들어왔다. 첫 장을 펼쳐 내 앞에 놓았다. 내가 첫 문장을 읽었다. "여자? 아주 간단하다. 단순한 공식 가운데 가장 멋진 것 하나를 들어보자. 여자는 자궁이다. 여자는 암컷이다. 이 한 마디면 여자를 정의하기에 충분하다." 난 거기서 멈췄다. 머라이어는 내 상황을 완전히 잘못 해석했다. 펼쳐 읽으려면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해서 손이 아플 지경인 이 두꺼운 책으로는 내 삶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내 삶은 그보다 더 간단하면서도 동시에 더 복잡했다." 


 누르고 있어야 해서 손 아픈 책, 우리 알지요. 제2의 성 말고도 다락방의 미친 여자도 있고. 그래서 우리 요새 문진 검색하고 있잖아요. 빌레트의 루시 만큼이나 킨케이드의 루시도 주변인들에게, 독자에게 말을 아끼면서 훗, 하고 혼자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그래서 마지막 챕터가 진짜 '루시'라는 인상을 준다. (이쯤되면 스트라우트의 '루시 바턴'이 바턴을 받아서 달려주기를 .... 바라는 마음이 듭니다) 루시의 배부른 애인 폴이 바람을 피던 말던 뭔 대수인가. '혀를 빠는' 경험에서 맛없다고, 하지만 "finds her tongue"을 하는 (논문에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아! 원서 읽고 싶다, 생각이 들었다. 혀가 그 혀 말고 다른 의미가 있었어!) 루시. 남자 이야기들을 나열하면서 끝까지 '나 사랑에 빠진거 아닌데'라고 쓰는 루시. 고향의 성착취범 이야기를 비틀어 쓰는 루시. 할 말이 넘치고 넘치는데 고르고 골라 뭉쳐서 하나씩 놓는 루시. 생각보다 더 빌레트고, 더 다미여고, 더 찐했다. 


'애니 존'을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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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2-12-05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헉 루시란 이름이 거기서 온 건가요...? 기원이 꼭 그런 건 아니라도 누구나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해볼 수 있겠네요.

빌레트 안 읽었는데 계속 루시 얘기가 나와서 궁금해지는 중입니다. (저는 지금 <제인 에어> 읽는 중)

루시에,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 다미여 다 읽고도 읽을 게 한참 많겠어요.

유부만두 2022-12-06 07:20   좋아요 1 | URL
킨케이드가 브론테를 아주 좋아한대요.
루시를 빌레트와 연결시킨 건 한 비평가의 의견이지만 수긍되는 점이 많기도 했어요. 어찌보면 킨케이드에겐 브론테는 영국/식민주의/여성주의 전통이라는 애증의 틀인가 싶기도 하고요.

읽을 책이 많지요. 한참이에요. (즐거운데 무섭고 막 그래요) ^^

공쟝쟝 2022-12-05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헐 실화입니까? ㅜㅜ 와 진짜 진짜 미쳤다. 어떡해 ㅜㅜㅜ 와.. 책 욕심나 미쳐요 ㅋㅋㅋㅋㅋㅋ 저도 문진 열라 검색하다가 참아 좀.. 이랬어요 ㅋㅋㅋㅋ 저 책에 돈을 너무 많이 썼더라고요? 루시 꼭 읽어봐야겠어요.
그리고 빌레트는 읽는 중이다. 우하하하.

유부만두 2022-12-06 07:23   좋아요 1 | URL
논문 실화!!! 루시 저 인용문 실화!!!

빌레트 재밌죠??!!! 루시 스노우 은근 퉁명스러우면서 강단있지만... 약간 맹하기도 하고 여하튼 흥미로운 캐릭터에요. 킨케이드 루시도 꽤 재밌어요. 그런데 빌레트의 틀 안에만 놓고 읽진 마세요. ^^

공쟝쟝 2022-12-06 07:53   좋아요 0 | URL
네네, 루시 스노우의 이야기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역시 샬롯 브론테 필력! 이러면서 읽고 있어요, 그냥 역시 바로 좋아하게 될 것 같은 느낌. ㅋㅋㅋㅋ 다 읽고 나면 킨케이드 꼭 읽겠어요. 아 정말 이런 꿀팁 너무 감사해요. 진짜. 알라딘은 너무.... 황송하게 멋진 곳이다 ㅋㅋㅋ

라로 2022-12-05 1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만두님이 빌레트 좋다고 하셔서 사놓고 아직도 안 읽고 있는데 이 글을 읽으니 저는 <빌레트> 읽어야겠습니다. <파친코>도 읽어야 할 것 같고요,, 킨케이드는...

유부만두 2022-12-06 07:30   좋아요 0 | URL
라로님, 빌레트!!! 꼭 읽으세요!!!
읽는 재미, 여주인공을 응원하는 재미 다 들어있어요.

그런데 파친코는.... 뭐 .... 전 그냥 그랬습니다. 미국에서 우리 역사를 영어 소설로 알리는 데 큰 일을 했다고는 하지만, 소설로는 영 만족할 수 없었어요. 캐릭터도 문장도요. 그 오랜 시간 고민하고 다듬었다는 소설이 이 정도 밖에 안되는건지, 역시 문학 전공이 아닌 역사 전공 작가의 한계인가 생각도 들고요. 책의 소재나 작가 이력이 워낙 강렬해서 뭐라 평 달기도 그래요. 하지만 ... 그 소설 읽은 제 시간이 아까웠어요.

단발머리 2022-12-05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루시> 예전에 대출해왔다가 집에 고이 모셔만 놓고 반납한 저 자신을 마구 혼내며 읽는 페이퍼입니다.
문진 검색 저만 하는 거 아니었군요. 왜 이렇게 저를 안심시키시는지요. 좋은 거 발견하면 알려주기입니다.
논문 찾아 읽으시는 거 너무 멋져요!! 읽는 것도 잘 못하는데 저는 왜 이렇게 논문을 ‘찾고‘ 싶을까요? ㅎㅎㅎ

유부만두 2022-12-06 07:37   좋아요 0 | URL
루시... 소설 안에 이런 이야기가 나와요. 도서관 책을 ‘읽고‘ 반납하다가 너무 좋아서 훔쳐서 집에 감춰두지요. 얼마나 책을 갖고 싶었으면 나중에 책을 사서 모으면서는 ‘읽고 반납하지 않아도 된다‘에 행복해 합니다. ㅎㅎㅎ 갠찮아요. 루시 어려서 그래요. 우리처럼 노안에 힘들지 않으니까요.

빌레트와 루시의 연결 고리!!! 라니 눈이 번쩍 뜨여서 논문 찾아 읽었어요.
https://www.jstor.org/stable/30029666
링크 입니다. 초록 첫 페이지는 그냥 읽으실 수 있어요. 나머진 대학이나 공공기관 사이트 로긴이 필요할거고요. 구글에 lucy kincaid villette 검색어 넣으시면 다른 짧은 블로그들도 떠요.
 

깨물고 싶은 말랑말랑 쌀떡 같은 아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중매장이는 선자의 부모를 맺어주고

딸뻘 여자 아이에게 오빠라고 부르라는 삼십대 남자의 스킬로 후에 노아가 태어난다.

스포를 뒤집어 쓴 후에 시작하지만 <파친코>는 흡인력이 대단하다. 정작 내 빨래는 제쳐두고 선자의 빨래터 이야기를 읽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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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10-17 12: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내 빨래는 제쳐두고 ㅋㅋㅋㅋㅋ 제가 몰라서 여쭈어봅니다, 유부만두님! 저자는 한국인이지만 영어를 모국어로 쓰고요. 그래서 소설도 영어로 썼는데 왜 이 책은 쉽게 읽힌다고 느껴질까요? 문체의 문제일까요? 아님 기분의 문제일까요?

유부만두 2022-10-17 16:27   좋아요 0 | URL
애들 영어/국어 학원에서 항상 얘기하는 ‘배경 지식‘ 문제 아닐까 싶어요. 우린 이 소설의 시대 배경과 기본 ‘정서‘를 이미 알잖아요. 더해서 이 소설 문장은 매우 평이해요. 그래서 읽기가 덜 부담스럽네요. 그냥 드라마 보는 기분도 들고요. (이미 드라마 쪽 영상을 여럿 봐놓아서 머리 속에선 고한수는 이민호가 연기하고 있어요.

단발머리 2022-10-17 16:31   좋아요 1 | URL
저… 이민호 그냥 그랬는데 이 작품 하려고 오디션 봤다고 하대요. 나름 한국에서는 탑으로 분류되는데요 ㅋㅋㅋㅋㅋ 어두침침한 동네에 하얀 양복 입고 나타나면… 아, 그래 너가 배우였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0-17 12: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근데 왜 한국남자들은 오빠란 호칭에 집착할까요?

바람돌이 2022-10-17 15:04   좋아요 2 | URL
저기 영단어 oppa 보는데 갑자기 푸하 터진다는.... 아 진짜 왠지 한국어 오빠보다 저 영단어 옵빠가 더 웃겨요. ^^ 예전에 제가 40대 중반이 되어서도 남편을 오빠로 부르는 부부를 만난적이 있는데 이게 참 뭐랄까? 아내가 남편한테 정신적으로 확 묶여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달까? 하여튼 좀 기괴했습니다.
그 부부를 보면서 저 오빠라는 호칭 더 하면 안되겠구나 싶던데요. ^^
왜 집착하는지는 별로 안궁금해서 패스.... ^^

다락방 2022-10-17 15:06   좋아요 3 | URL
저 예전에 비행기 탔는데 옆자리에 커플이 있었거든요. 말끝마다 남자가 ‘오빠가 해줄게‘, ‘오빠 봐봐‘, ‘오빠가~‘ 이러면서 자기가 자기를 오빠라고 끊임없이 칭하더라고요. 으....징그럽...........

바람돌이 2022-10-17 15:07   좋아요 1 | URL
아 진짜 짜증만땅!!! 울 딸들이 그런 남자 만날까봐 싫어요. 오늘 또 딸 들어오면 자기한테 자꾸 오빠가 해줄게 이러는 남자 패스하라고 말해줘야지.... ^^

다락방 2022-10-17 15:08   좋아요 0 | URL
오빠라고 불리는 자기 자신에게 취하는 것 같아요, 그들은.. ㅎㅎㅎㅎㅎ

유부만두 2022-10-17 16:33   좋아요 1 | URL
이 소설에서 고한수가 바로 그런 화법을 써요. ‘한수 오빠가 어쩌고 저쩌고‘
그런데 1930년대에 부산에서 ‘오빠‘란 호칭을 이런 의미로 썼을까 궁금해지네요.
부산인데도 (영어책이라 그런가) Oppa 라고 하지 Oppa-ya는 안 하네요.

얼결에 선자는 끌려다니고 당하고 ... 늦었지만 분노해요.
선자는 늘 아버지를 생각하는데 한수가 그런 보호자/연인이 되는 셈이에요.
선자는 단단하고 곧은 아이라는 설정인데 글을 모르고 너무 쉽게 한수랑 가까워져서, 그 중간에 어머니는 거의 언급도 없어서, 이 소설이 생각보단 남성 캐릭터 중심이란 기분이 들어요. 계속 아들 타령;;;; 80-90년대 드라마 보는 기분이 들어요. 초반 묘사는 재치있는데 한수 나오는 부분은 많이 뻔해요.


다락방 2022-10-17 16:38   좋아요 0 | URL
이게 번역서로는 1,2권으로 나왔잖아요. 저는 1권 읽으면서 너무 뻔해서 별 셋 줬었어요. 그리고 2권 읽고 다섯 줬죠. 저는 2권에서 비로소 아 이 이야기를 하려고 했구나 싶으면서 좋더라고요.
그나마 한수가 돈이 많은 남자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돈이 많은데 선자를 신경쓰는 남자라서요. 너무 전형적인 그 시대의 남자지만, 그래도 돈이 많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어휴.. 세상에는 유부남인거 속이고 처녀에게 접근해서 애낳게 한 다음에 도망가는 돈없는 남자들도 수두룩하니까요.. ㅠㅠ

유부만두 2022-10-17 16:44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후반부에 2세대 이야기를 기대하겠습니다.
실은 저도 노아 이야기 포스팅에 마음이 움직여서 이 책을 읽기로 한거니까요.

잠자냥 2022-11-11 12:18   좋아요 0 | URL
이 댓글들 지금에야 읽는데 빵터지네요.
전 오빠라는 말 써본 적 없다가 요즘에 괭이들 때문에 처음 써보는데 정말 오그라들더라고요.ㅋㅋㅋㅋ

저희 집 6묘 중에 원래 있던 녀석들은 다 수컷이고 나중에 들어온 녀석들이 공교롭게도 다 암컷이라.... 뭐 할 때 예를 들면
˝오빠 밥 뺏어먹지 마!˝
˝오빠한테 덤비지 마!˝
이러는데 아, 이건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흠칫흠칫 놀라다가
원래하던 대로 ˝형아 밥 뺏어먹지 마...˝로 통일........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우리집 다섯째가 위에 수컷들 다 쥐어패고 다녀서 그 녀석은 별명이 래디컬입니다.....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2-11-11 12:36   좋아요 1 | URL
냥이 별명이 래디컬이라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좋은데요? 🤭🤭

바람돌이 2022-10-17 15: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발머리님처럼 내 빨래는 제쳐두고에서 빵 터집니다. 저는 지금 내 빨래 안 제쳐두고 세탁기 열심히 돌리고 있습니다. ㅎㅎ
그리고 역시 또 원서를 보고 계시는거에 감격!
저는 한글판 주섬주섬.... ^^ 언젠가는 읽을겁니다. ^^

유부만두 2022-10-17 16:35   좋아요 1 | URL
도서관 책이에요. 우리 번역본은 예약 차례가 기약이 없더라고요. 영어책을 대신 집어왔어요.

빨래 돌렸습니다. 그런데 꺼내서 널어야 하는데, 그전에 다 마른 빨래들 걷어서 개야 하는데 .... 아우 싫어. 전 차라리 설거지가 나아요.

페넬로페 2022-10-17 2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원서가 쉽게 읽힌다는 유부만두님!
부럽습니다^^

유부만두 2022-11-26 13:50   좋아요 1 | URL
파친코의 문장이 수월한 편이서요. ^^

책읽는나무 2022-10-17 1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오빠야~에 빵 터졌네요.ㅋㅋㅋ
맞아요!!!
부산이 배경이면 오빠얀데...
아!! 정작 저는 사촌오빠들한테 오빠야라고 안 불렀던 것도 같고...ㅋㅋㅋ

유부만두 2022-11-26 13:51   좋아요 1 | URL
부산 사는 제 사촌들은 오빠들을 야! 라고 부르던데요. ㅎㅎㅎㅎ

파이버 2022-10-17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선자와 한수 나이차가 꽤 났던걸로 기억하는데 오빠라니ㅜㅜ 영어로도 정직하게 Oppa네요ㅎㅎㅎ 그 늬앙스?를 번역할 단어가 없나봐요ㅎㅎ

유부만두 2022-11-26 13:52   좋아요 1 | URL
17에 34. 더블 스코어 입니다.
이 책엔 의도했는지 우리 단어가 많이 쓰여요. 치마, 제사 ...

얄라알라 2022-10-23 16: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유부만두님 파친코 시작하셨어요^^
저도 올 여름 진짜 행복하게, 느린 읽기 했어요.
다시 유부만두님 따라 읽을까도 싶네요^^

유부만두 2022-11-26 13:53   좋아요 0 | URL
저 아직도 파친코 붙들고 있어요. 노아 대학생이고요.
근데 점점 재미가 덜하고 지겨워져서 큰일이에요. ㅜ ㅜ

잠자냥 2022-11-11 1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파친코에서 멈췄어요? 요즘 만두님 독서 파친코에서 멈춤?

유부만두 2022-11-26 13:54   좋아요 1 | URL
파친코에서 아직 동전 넣고 돈/시간 뜯기는 중이에요.
뭐 일하는 거 하나 있어서 바쁘기도 하지만요,
파친코 재미가 점점 없어져서 ....

2022-11-25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6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6 11: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6 17: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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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6 18: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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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7 21: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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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8 06: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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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8 15: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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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9 01: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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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9 08: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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