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 작가의 신간이라 바로 주문했는데 동화가 아니라 '동화 쓰는 법'이다. 이야기가 아니라 실망은 했지만 동화, 라는 장르에 대한 정의와 동화 작가가 가져야할 마음가짐과 실제 작업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책의 부제처럼 춤 출 때 스텝 밟기에 빗대어 이야기, 아니 동화 작법 기술을 하나씩 풀어 놓는데 꽤 재미있어서 댄스 배워볼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얼마전 읽은 the Art of the Fiction , 소설 작법 책과 겹치기도 한다. 다만 동화는 그 대상이 어린이, 초등학생으로 설정될뿐. 하지만 초등 1학년과 6학년이 얼마나 다른지 또 여학생과 남학생 차이를 생각하면 동화가 그냥 아이들이나 읽는 책이 아니란 걸, 그러니 대강 쉽게 착하고 좋게 좋게만 쓰고 만들어서는 절대 안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주인공과 갈등, 서사와 배경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에 특히 공감했다. 어린이 주인공에게 너무 많은 절망과 고난을 쏟아부어 동정심으로 대하지 않게 해야한다는 말. 장애아나 결손 가족의 아이들,  학교 폭력의 피해자, 빈곤층 아이들에 대해 틀에 박힌 이야기와 쉬운 결말을 만들지 말라는 말. 동화 속 세계에서 그럴만한 이유와 정당성, 핍진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말. 주인공이 자신만의 의지로 행동해야 한다는 말. 독자와 밀당을 하라는 말. 동화와 어린이를 게으르고 깔보는 태도로 대하지 말라는 말. 그래요, 맞아요! 독자로서 하고 싶었던 말이기도 해요!

 

판에 박힌 뻔한 설정과 인물들은 모두를 식상하고 고개를 돌리게 만든다. 그동안 동화를 읽으면서 아쉬웠던 것들이 이 책을 통해서 설명되었으니 이제 시시한 동화는 더 잘 흉볼 수 있게 되었다. 책 뒤에 실린 100권의 동화책 목록과 10권의 동화 이론서 목록은 값진 보석 처럼 반짝인다. 어린이에 대한 사랑과 이야기를 향한 애정, 그리고 부지런하고 용감하며 인간에 대한 믿음을 가진 동화 작가들의 재능이 필요하다. 나는 계속 읽을 거니까. 동화를 . 내 나이는 상관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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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3-06 1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이현을 검색해보러 갑니다. 슝-

다락방 2018-03-06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이 엄청 좋아하시던 푸른사자 와니니의 작가시군요!

유부만두 2018-03-07 07:00   좋아요 0 | URL
네! 다시 한 번, ‘푸른사자 와니니‘ 추천하고 싶어요! ^^

다락방 2018-03-07 07:40   좋아요 0 | URL
이번 지름엔 꼭!! 넣겠어요!! 💪

희망찬샘 2018-03-11 1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덕분에 정말로 좋은 책을 알게 되어 기뻐요. 님 아니었다면, 이 책을 언제 만날 수 있었을까요? 동화를 좋아하시는 유부만두님같은 벗을 만난 것은 더더 기뻐요~~~ 감사합니다.

유부만두 2018-03-11 20:06   좋아요 0 | URL
좋아하시니 제가 더 기뻐요!!! 희망찬샘님께선 누구보다 이 책의 진가를 알아보실 거라 믿었거등요! 벗이라 불러주셔서 감동이구요! ^^
 

이십대의 레누와 릴라의 삶이 그려진다. 어쩐지 릴라의 미친 행보를 한 박자 늦게 따라가는 듯한 레누. 노조와 사회주의 운동, 페미니즘에 목소리를 더하고 함께 고민하지만 절대 휘둘리지 않는 릴라와 어쩐지 모두를 편한대로 이용하지만 아닌척, 속으로는 온갖 고민과 열등감, 혹은 욕망과 엉뚱한 망상을 끌어안은 레누.

 

외.완.니. 외도의 완성은 니노, 라는 새 공식을 배웠다. 농부 니노, 여러 여인들과 사랑하는 니노, Like father, like son.

 

사건과 인물들이 티나게 계산적으로 배치되어서 3권은 레누와 릴라, 그리고 니노 외의 다른이들은 역할을 위해 놓인 인형 같고 덜 생생하다. 주말 드라마 속 인물들 처럼 저들끼리 얽히고 섥혀서 '아, 옛날이여'를 반복하며 관계와 욕심들이 꼬인지라 자꾸 발이 걸려 넘어질 것만 같다. 이제 남은 삼십 년 동안의 세월 동안 다시 레누와 릴라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던진 것들을 수습하고 (해야지?) 다른 사람들을 만나 상처 주며 다치겠지. 그 누구보다 시뇨르 페란테를 기다리고 있다.

 

많이 힘들게 읽었다. 인물들이 이기적이고 짜증나도록 제 욕심을 남탓으로 돌린다. 폭력과 무지함, 뻔뻔함과 억지가 넘친다. 그 상황들이 지금 내가 사는 시간과 공간에 겹쳐지기도 해서 섬찟하다. 게다가 이태리, 그것도 나폴리 이야기인데 음식 이야기에 대한 묘사가 거의 없어서 읽는 맛이 없다. 자기들끼리만 먹고 마시는데 그게 어떤 맛인지 좀 나눠주질 않아. 레누의 사람에 대한 인상도 외모 평가로만 반복되어서 그녀에 대한 내 의리가 무너진다. 키가 크고 옷 잘입고 머리결이 좋아야만 사람인가요? 그게 아니라면 피에트로 처럼 공부를 잘해야 하는건가요. 야하고 아슬아슬한 장면도 뭐 그닥 아름답지 않았다. 그나마 그녀의 육아 스트레스와 고난에 동감했기에 4권은 읽어야겠지. 그런데 벌써 부담으로 다가오는 책, 이라면 읽지 말까.

 

1, 2권의 생생한 이야기가 이리 망가지다니, 마음이 쓰리고 아프다. 나폴리 피자 대신 비빔국수를 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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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8-03-05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3권을 잡았어요. 이왕 잡았으니 내용이 궁금해서 읽긴 읽어야 하는데 목이 넘 아파요ㅜㅜ
주인공들의 얽히고 설킨 감정들이 이젠 좀 벌써 피곤해져서 잡았다가 다른 책 좀 읽었다가~~ㅋㅋ

비빔국수 아침인데도 군침 넘어가네요^^

유부만두 2018-03-05 09:57   좋아요 1 | URL
3권 읽으면서 늙은 기분이에요. ㅎㅎㅎ

비빔국수에 맥주 마셨더니 아침에 퉁퉁만두가 되었어요.

단발머리 2018-03-05 10:09   좋아요 2 | URL
전.... 레누 때문에 좀 그랬어요.
왜 이렇게 릴라에게 매달리는지 잘 모르겠구요. 자꾸 제가 레누가 되서는 릴라를 미워하곤 했습니다.
두 분의 나폴리 일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4권은 비닐포장임을 다시 한 번 안내드리며~~~
그나저나...

외. 완. 니.
외도의 완성은 니노. 이거 어쩐답니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18-03-05 14:35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맞아요. 레누 땜에 속도 터지구요, 얘가 왜이리 엉뚱하게 구는지 납득이 안돼더라구요. 그리고 레누가 은근 속물이쟈나요.

외.완.니. 이건 어쩔 수 없는 팩트 같아요. 비니루에 싸여있다는 4권도 그걸 확인해줄거 같아요. 아 그런데 너무 지쳐서 좀 다른 이야기들로 쉬었다가 읽을래요. 나폴리 사람들 느무 쎄요.

공쟝쟝 2022-09-02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저는 아직 다 읽진 않았고 현재 레누-니노 잤습니다. (레누에게 완존 이입해서 그럴 수 있다고 계속 생각하다가.... 결국 잤잤...ㅜㅜ 되니까 으아아.. 대체 니노 나도 맛좀보자ㅋㅋㅋ 엥?ㅋㅋㅋㅋ) 좀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인간이란 그런 거 아니겠스빈까?ㅋㅋㅋㅋ
 

오늘은 국어 활동책 6-1가, 를 읽었다. 활동책에는 본책보다 이야기가 더 많이 실려있다. 교과서에 실린 책 읽기로 1학기 숙제가 나오겠구나. '행복한 청소부',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호랑이 잡은 반쪽이' '나비를 잡는 아버지' 등이 길게 삽화와 함께 실려있다. 좋은 점은 원 그림/동화 책의 삽화가 실려있어서 온전한 작품을 읽는 기분도 들게 한다. 하지만 1단원에 실린 동시들이 너무 '어린이'시 같이 보여서 오글거렸다.

 

자신이 매일 하는 노동에 의미를 더하는 청소부 아저씨, 그러나 그 의미를 통해 직업을 바꾸지는 않는다. 그덕분에 거리 청소 일의 경계를 넓혀주었다. 청소부는 청소만 하는 게 아니라 더 넓은 의미의 작업을 한다고 그는 믿는다. 그게 자신의 일이다. 그런데 그의 동료들은 그의 이런 믿음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자신은 만족하며 즐겁게 살아갈지 모르지만 다른 청소부들에게도 같은 성과를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음악가와 작가의 이름과 작품에 관심을 두지 않는 청소부는 '행복'하지 않은걸까. 그럼 반대로 이 행복한 청소부는 자신의 경계를 좁혀버린 셈인데? 2단원은 다양한 관점,에 대해 배운다. 아저씨의 일이 여러 가지 의미를 준다고 생각한다.

 

 

 

 

장영희 작가는 몸이 불편해서 아이들과 함께 뛰어 놀지는 못해도 아이들의 놀이터에 나가 방석을 깔고 앉는다. 구경이라도 하게 하려는 어머니의 뜻이다. 친구들은 나름대로 어린 장영희 작가가 소외되지 않게 역할을 나눠주고 함께 한다. 엿장수 아저씨가 건네는 엿가락도 얼마나 달콤한지. 작가의 어머니가 딸아이의 불편한 몸을 한계로 받아들여 그저 방안에만 가둬두었다면 작가의 경험도 좁혀들었겠지. 아이들이 너무 착하게 굴어서 감동했다. 3단원 '마음을 표현하는 글'이다. 친구들의 배려만큼이나 장영희 작가의 '착한' 마음이 잘 드러난 글이라 따뜻하게 읽었다.

 

 

 

 

반쪽이 역시 청소부 아저씨 만큼이나 자신의 한계를 넓힌 인물이다. 어린 시절 불편한 몸으로 태어나 부모에게서 천대받고 다른이들에게도 무시당하며 살았다. 힘은 장사인 그는 형들을 구하러 호랑이집에 들어가고, 늘 하던 대로 찬밥을 먹고 마루밑에서 구겨져 잠을 청한다. 호랑이의 비밀을 듣고 강한 펀치를 날리는 반쪽이, 형들의 유골을 수습하고 호랑이에 걸린 현상금도 두둑하게 탄다. 불쌍하다, 하지만 장하다, 고 말하는 부모에게 '불쌍하다'고 말하지 말라고 뼈있는 말을 하는 반쪽이. 

반쪽이는 온전한 몸을 가진, 하나도 아닌 두 형이 못해낸 과업을 해낸다. 그들은 익숙했던 자신감 때문에 오히려 실패했다. 반쪽이는 자신의 한계를 핑계삼지 않고 노오력해서 힘을 키우고 극복해낸 영웅인 셈이다. 장애인을 소재로 다루기에는 별로라고 여기지만 이 이야기는 '면담하기' 단원에 실려있다. 즉 자신만만한 형들이 호랑이(영감)을 무례하게 대하고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자신의 계획을 너무 다 드러낸 어리석음을 꼬집는걸까 싶으니 흥미롭다.

 

'나비를 잡는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시대이야기다. 서울로 진학한 동네 땅주인집 아이 경환이를 시기하는 바우. 하지만 억울하게도 자기네 집 농사도 지키지 못하고 경환이 방학 숙제용 나비를 잡으려 껑충거리는 늙은 아버지를 보고만다. 아이고 아버지... 가슴이 쓰리다. 소작농 아이는 소나 몰고, 허리나 굽히고, 머리나 조아려야 하는 건데 말이죠. 그런데 이런 이야기, 주인집 아이에게 한 방 먹이지도 못하는 이런 뻔하고 요즘 세상에도 반복되는 갑질 이야기를 아이들은 이미 익숙해 할텐데 왜 또 읽히나요. 일제 강점기의 한일 관계를 비유로 읽어야 하나요. 아, 6단원은 낱말공부군요. 익숙한 이야기에 나오는 낯선 단어 공부하기겠군요. 소작농 아이가 자신의 처지를 모르고 그림 그리는는 걸 비웃는 건 아니면 좋겠어요. 마음이 쓰리다. 속이 쓰리다. 아침을 먹어야겠구나. 나의 한계, 공복을 견디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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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8-02-28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영희 작가 에세이도 실려 있군요?
6학년이라 수준이 다르군!
저는 앞부분 읽다가 포기한 에세이집이었거든요.
아이들 교과서 책도 읽어 보면 색다르고 재밌죠?
저도 함 들춰봐야 겠군요^^

유부만두 2018-03-01 09:38   좋아요 0 | URL
장영희 작가 에세이는 어린 시절 이야기가 짧게 실려있어요. 착한 글이에요. 실은 그 착함이 제겐 너무 과해서 그동안 안읽었어요.

아이들 교과서 읽으니 재밌네요. 이런 저런 생각도 들고요.

단발머리 2018-02-28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볼 생각 1도 안 했는데, 유부만두님 글 읽고나니 마침 책이 있으니 함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슬금슬금... ^^

유부만두 2018-03-01 09:39   좋아요 0 | URL
훑어보세요! 재밌습니다. 아이들은 이렇게 좋은 종이에 총천연색 그림들을 당연하게 여기고 교과서라 홀대도 하지만요.
자, 내일이면 개학이네요. 우리, 축배를 들어요!

단발머리 2018-03-01 14:26   좋아요 1 | URL
만세도 불러요~
노래도 부르고요~~~*^^*

psyche 2018-03-03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내가 6학년이라니!! 진짜 빠르다~~

유부만두 2018-03-03 11:28   좋아요 0 | URL
그쵸?! M군이 캐리어에 누워있었던게 생각나는데요... 세월...
 

늦잠자는 막내를 깨우면서 "이제 개학전 마지막 일주일이다" 라고 말했다. 꿍얼거리며 하는 답, "아닌데? 금요일 개학이에요."

아!!!!!

그렇구나. 삼일절 다음날, 3월 2일은 금요일이구나. 하루 벌었네.

 

종업식 전에 받아온 6학년 교과서는 좀 읽어봤니? 그럴리가. 웹툰이랑 게임이랑 재미있는게 널린 세상에 교과서를 읽는다니. 엄마는 그랬었는데, 예전에 새교과서를 받으면 작년 달력 흰 면을 겉으로 해서 교과서를 쌌어. 굵은 검정색 매직으로 과목명이랑 학년 반 번호를 줄 맞춰서 예쁘게 썼어. 책이 망가질까봐 잘 펴지도 않고 읽었지. 국어책이 제일 재미있었어. 동화랑 동시가 실려있었는데 내가 다 처음 읽는 이야기들이었거든. 정말 옛날 같지?

 

 

아이의 국어책 (6-1가)를 읽었다. 시와 동화, 관점, 광고글, 마음표현하기 등 다양한 글쓰기와 읽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2단원이 특히 흥미롭다. '다양한 관점'. 같은 소재를 서로 다른 관점으로 보면 여러 가지 글이 나올 수 있고 토론으로 이어진다. 6학년 동안 알차게, 재미있게 배웠으면 좋겠다.

 

유순희 작가의 '우주 호텔'이 1단원에 실려있다. 삽화도 함께 들어있는데 우주를 떠올리게 하는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산동네다. 땅만 보며 폐지를 악착같이 모으는 허리 굽은 '종이 할머니', 눈에 커다란 혹이 있는 새로 이사온 할머니, 젊은 엄마와 여자 아이 이웃. 다양한 나이대의 여자들이 따로 따로 나와서 서로 소통한다. 종이 할머니는 꼬마의 그림 덕에 하늘을 바라보려 허리를 편다. 젊은 엄마는 재활용 종이를 모아서 할머니께 주고, 꼬마는 꺼리지 않고 할머니네 집에 놀러온다. 그리고 종이 할머니와 눈에 혹이난 할머니는 친구가 되어 우주 같이 넓고 어두운 세상에서 잠깐 만나 쉬어가는 '우주 호텔'인 여기에서 함께 밥도 먹고 차도 마신다.

 

긴장하게 만드는 초반, 살벌한 매일매일의 삶이 그려지다가 눈을 들어 이웃과 하늘을 바라볼 여유를 말한다. 그런데.... 사회복지는? 하고 생각했다. 늙은 할머니가 폐지를 주워서 생활을 해결하고, 비슷한 처지의 혼자 사는 (고향을 등진) 할머니와 서로 기대 살아야 하는 이 세상이라니. 그 동네에도 선거철에는 악수하러 허리 굽혀주는 정치인들이 올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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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8-02-27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 교과서를 대한 추억이 저와 같네요. ^^ 6학년 1학기 국어책 저도 아직 안 들쳐봤는데... 오늘 저녁엔 저도 한번 펼쳐볼까봐요. 저희도 금욜이 개학! ㅎ

유부만두 2018-02-28 09:01   좋아요 0 | URL
국어활동 책이 더 재미있어요. ^^ 아이 교과서를 늘 읽어보는 건 아닌데 6학년이라 궁금해서 펼쳐봤어요. 어려운 것도 꽤 실려있고 이제 중학생이 될테니 생각도 더 깊게 하라는 내용인데, 정작 아이는 관심이 없네요.

psyche 2018-03-03 00: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교과서 달력 뒷장으로 싸고 책 망가질까봐 확 펴지않고 조심조심 읽던 모습! 역시 우리는 영혼의 쌍둥이인가. ㅎㅎ 옛날 생각나네

유부만두 2018-03-03 11:28   좋아요 0 | URL
찌찌뽕이라구요!!!!
 

 

이렇게 계속 만나고, 끌리고, 잊지 못해 뜨거운 망상을 키우는 상대라니. 니노는 과연 그럴만한 그럴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이제 겨우 챕터 20 이지만 3권도 역시나 정신없이 독자를 몰아댄다.

 

2005년에 레누가 만난 릴라는 어떤 상태인건지. 작가 강연회에 나서고, 첫 책을 향한 쓰고 매운 리뷰를 대하는 레누의 마음은 어떤지. 니노. 아, 니노. 널 어쩌란 말이니. 릴라가 뜨거웠고 특별했다고 생각했는데. 릴라는 그저...

 

니노와의 만남 후에 서둘러 서점에서 푸코의 '성의 역사'를 사는 레누. 얼마전에 그 4권이 프랑스에서 나왔다는데. '육체의 고백'. 그건 중세 종교와 성, 그리고 육체에 관한 논술이라니 어쩌면 더 레누의 전공에 가까울지도 모른다. 레누의 첫 책과도.

 

http://www.gallimard.fr/Catalogue/GALLIMARD/Bibliotheque-des-Histoires/Les-aveux-de-la-chair

고백하자면 난 푸코의 원서를 완독한 게 없다. 늘 발췌만 그것도 영어나 우리말 번역의 도움으로 읽었을뿐. 그 현란하고 길게 꼬인 문장은 어렵고 미웠다. 아니 더 들여다 보기가 싫었어. 푸코를 입에 달고 살던 니노 (닮으려 애쓰던) 같은 선배들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이번에 나오는 성의 역사 4권은 유고집으로 그 특유의 복잡한 문장은 덜하다고. 릴라같은 선배도 있었는데, 그 선배는 지금 어디 있는지. 과방의 그 고만고만한 니노와 릴라, 레누들은 다 어디에 있는지.

 

레누, 당신의 첫 책은 진정한 소설이었을까요? Art of the Fiction 에서 작가가 절대 쓰지 말아야 할 걸 당신이 쓴건 아닌가 싶어요. 당신이 열정에 들떠 무엇에 씌운듯 쏟아낸 게 과연 소설이었을까요. 캐릭터와 저자의 경험, 목소리 사이 그 경계선이 흐릿한 건 많은 이들의 눈에 보였을거에요. 그런데 내가 읽고 있는 이 3권은 작가가 캐릭터에 손을 많이 댄 것 같아요. 캐릭터들이 어쩐지 다른 캐릭터를 특별한 의도로 불러내 등장하거든요. 마음이 급했나요? 혹시 독자들이 3권을 읽으며 지칠까봐? 아니면 당신이나 릴라, 아니 레누를 덜 사랑할까봐? 그 반지, 피에트로가 준 반지, 정말 예쁘네요. 불안할만큼. ... 뭘 걱정하나요. 안그래도 돼요. 나폴리 피자와 (포도주 대신) 맥주, 그리고 음악. 푸코는 잠시 잊고 (니노도 잊고) 당신의 이야기를 읽을 준비는 되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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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02-26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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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8-02-27 08:08   좋아요 0 | URL
좋네요. 이번엔 릴라가 많이 나와서 흥미진진 (이라지만 괴로운 마음도 더해서) 읽고 있어요. Me Too 상황 넘치는 소설 속 이야기가 아프네요.

psyche 2018-02-27 0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의 역사는 한국어로도 이게 뭔 말이냐 했었던 기억이....
그것보다 피자에 맥주가 눈에 더 들어오네 ㅎㅎ

유부만두 2018-02-27 08:09   좋아요 0 | URL
맛있었어요. 저 맥주. 과일향도 나고 너무 달지 않아요. 이름을 못외움;;;;
성의 역사는 ...그렇죠. 우리말로 읽어도 이게 뭐여?! 하는 책!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