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트위터에서 <채털리 부인의 사랑> (연인이었나?) 영화가 새로 넷플릭스에 올라왔다는 걸 봤다. 오십 넘어서도 로렌스의 이 유명한 소설과 그 영화 버전 이야기를 들으면 조금 궁금하다가 뭘 굳이...했었다. 그런데 봤다. 드디어. 그런데 별로 안 야해;;;;; 홀딱 벗은 두 이삼십대 남녀들이 초원에서 오두막에서 숲에서 헐벗고 합.체.를 해도 안 야해;;;;; 여주인공의 드러나는 갈비뼈가 안쓰러울뿐. 오십 넘은 아줌마 관객은 이렇게나 감동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하지만 헤어질 결심은 너무 좋아서 두 번 봤음)


그래도 도전 정신 사그라들지 않아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옴모나. 이거 재미있던데요?! 아직 야하기 전이에요. 그러니까, 마님이 돌쇠의 벗은 몸은 봤는데 아래는 옷을/수건을 걸치고 있었고요. 


작가 로렌스가 작정하고 주인님/사장님/부르주아 개객끼들을 까는 소설입니다. 로렌스는 광부의 아들인데 탄광물 대신 먹물을 먹.... 채털리 부인의 남편 클리퍼드는 1차대전때 하반신 마비가 되어 고향 영지로 돌아옵니다. 영화에선 아름답고 드넓은 평원이 보이는데 실은 광산촌이라 유황냄새가 나고 멀리서 규칙적으로 쿵쿵 발굴기계? 발포기계 소리도 납니다. (제르미날의 멋진 기계/괴물 묘사가 떠오릅니다. 시기상으론 에티엔의 프랑스 광산이 훨씬 이전 시대고요) 


귀족 자산가 클리퍼드가 글을 쓰고 명성을 얻고, 아집을 부려가며 부인을 옥죄는데 (다른 사람 수발 받기를, 자신의 병약한 몸을 내보이기를, 싫어한다. 여기서 우리 시아버지 생각나서 진저리침) 하이 소사이어티 친구들이랑 모여서 정신 활동과 육체적 즐거움에 대한 토론(이랍시고 잡소리)을 하는데 길고 지루하게 이어지는 의미 없는 말잔치 뒤에 .... 채털리 부인 코니가 그 자리에 '말 없이' 앉아있다는 문장이 나옵니다. 하하하. 봐주길 바라는거지. 자기들 말/썰 푸는데 아무런 말/토씨 달지 말고 여자 귀/눈이 있으라고. 


드디어 채털리 부인이 사냥터 관리인 (평민 출신인데 인도에서 군인 생활을 하며 군대 계급장으론 채털리랑 동급까지 갔다가 제대해 '멀쩡한 몸으로' 돌아온 남자)를 보고 매력을, 아니 어떤 떨림, 뜨거운 것을 느낍니다. 그런데. 아이고 


..... 연재 소설은 이쯤에서 딱 끊더라고요? 내일 이어서 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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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12-08 1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네, 낼 그 다음 얘기 꼭 써주세요.
유부만두님, 재밌고 기대됩니다^^
드디어 그가 짠하고 나타났군요!

유부만두 2022-12-09 16:10   좋아요 1 | URL
그가 짠하고 나타났어요. 그런데 그를 바라보는 코니의 감상이 의외의 충격을 주네요.

미미 2022-12-08 19: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조금 봤는데 너무 말랐더군요. 제르미날이 떠오른다니! 저도 소설로 읽어보고 싶어요. 글로 읽으면 더 야할듯ㅎㅎ

유부만두 2022-12-09 16:13   좋아요 1 | URL
글쎄요, 야한 건 모르겠어요;;;; 성애 장면을 길게, 여성 주인공 입장도 생각하며 쓴 것 같아요. 비유나 상징은 넘치고요.

Falstaff 2022-12-08 19: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음. 솔직한 제 감상은요, 채털리 부인 >> 제르미날.....인뎁쇼, 이건 절대 마님의 헐벗은 갈빗살 때문이 아니라 (흠. 더 솔직해져야 합니다!), 제르미날에는 졸라 작품에선 거의 그렇다시피, 도무지 인간의 회의 또는 기로가 별로 눈에 안 뜨이고 그저 직진만 있어서 그런 것도 같습니다. 근데요, 제가 뭘 알아야지요. ^^;;

유부만두 2022-12-09 16:17   좋아요 0 | URL
채털리 부인이나 (아직은) 돌쇠 멜러즈도 직진은 아니에요. 전 에티엔도 충분히 저돌적이었던 것 같아요. 멜러즈도 클리퍼드 처럼 비유적으로 이야기하고 약간 애매합니다. 그런데 육체적 만남/합체가 ‘순수‘라거나 ‘삶‘이라고 단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좀 우스웠어요. 제가 뭘 알겠습니까마는....

공쟝쟝 2022-12-08 1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합체…?

Falstaff 2022-12-08 19:54   좋아요 0 | URL
흠. 제 경우에 국한해 말씀드립자면...... 아무튼 귀신이셔요. ㅋㅋㅋㅋ

공쟝쟝 2022-12-08 20:05   좋아요 0 | URL
edps 귀신…

건수하 2022-12-08 2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남편은 하반신 마비, 부인은 광부의 아들과 합체…. 아니구나 사냥터 관리인과 합체인가요?;;

전에 좀 읽다가 저는 재미없어서 말았는데, 다시 읽어봐야 하나…

Falstaff 2022-12-08 21:36   좋아요 2 | URL
책이 있으시면 걍 읽으시고, 없으시면 될 수 있으면 펭귄으로 하심이 어떻겠습니까? 로렌스가 영국에서 출판 금지 얻어 터지고 빌빌댈 때, 에이 이게 뭐야, 하면서 법정 투쟁에 제일 앞장 선 출판사가 펭귄이었으니 독자로서 좀 양해를 해줄 수 있잖겠습니....까?
그거 말고도 펭귄 판에는 도리스 레싱의 뛰어난 서문이 꽤 좋습니다.
저는요... 펭귄 출판사하고 아무런 인연 없습니다. 돈 천 원도 꿔줬다가 못 받은 적도 없고요. 하지만 표지 그림이, 민음사 표지하고 비슷하긴 한데 제가 보기엔 좀 더 구립니다. ^^;;;

건수하 2022-12-08 21:54   좋아요 1 | URL
골드문트님 긴 댓글 넘 재밌네요 ㅎㅎ
도리스 레싱의 서문이 궁금하지만 열린책들 책이 있어서.. 일단 그걸로 봐보겠습니다 ^^

유부만두 2022-12-09 16:19   좋아요 0 | URL
저 펭귄판 서문 일부 읽었어요. 미리보기가 조금 되더라고요.

전 로렌스가 사냥터 관리인 멜러즈의 입장이려니 했는데 사생활에서는 클리퍼드/채털리와 겹치는 부분도 많았더군요. 어쩌면 자아분열, 이분법, 기계 vs 생명 등을 이용한 게 아닐까 해요. 노골적인 상징물들 복선이 많아서 조금 부끄러울 지경이에요. 그만큼 로렌스의 증오의 대상, 열망의 목적지가 또렷해요. 그런데 아쉽게도 성애장면 묘사가 감동스럽지가 않아요;;;

책읽는나무 2022-12-08 2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보다 책이 더 야하다는 건?
만두님 상상력이 풍부하신??ㅋㅋㅋ
영화도 보고, 책도 다 읽어봐야지!!^^;;;

유부만두 2022-12-09 16:20   좋아요 1 | URL
아뇨 아뇨. 야한건 모르겠는데요, 소설에서 보여주는 사람들 모습이 재미있어요. 대부분 옷을 입고 나옵니다;;;

다락방 2022-12-09 1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젊은 시절에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알라딘 하기도 훨씬 전인데 그 때 아마.. 그러니까.. 음.. 다음까페 운영할 시절이었나. 사냥터지기가 고추에 이름 붙여서 채털리 부인에게 편지 쓰는거 보고 꺅 이게 뭐야 했던 ㅋㅋㅋ 사냥터지기.. 멋지지 않습니까?

저도 어제 넷플 영화 조금 봤는데 그냥 나체가 나온다 뿐이지 딱히 야하진 않더라고요?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여주의 갈비뼈 보고 아 살찌자 여주야 ㅠㅠㅠㅠㅠ 했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 저희 집에 데려다가 저랑 열흘만 함께 있으면 제가 살 찌게 해줄수 있는데 말이지요.

유부만두 2022-12-09 16:24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런 장면이 기다리고 있단 말입니까?

전 이제 마님과 돌쇠의 첫 오두막 합체 장면을 읽었는데요, 멜러즈가 아 이건 ‘삶‘이에요. 라고 하는 부분에서 웃고 말았습니다. 이미 경험 많으신 마님은 그냥 약간 멍한 상태였는데...그건 멜러즈가 아닌 메추라기 병아리들 때문에 받은 감동이니까요. 매 장면마다 코믹 포인트가 있어서 아, 혹시 이렇게 재밌어 하면 안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영화 여주인공 너무 말랐죠. 등을 휠 때 뼈가 도드라져서 안쓰럽더라고요.

라로 2022-12-09 14: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넷플에서 저거 봤는데 왜 보고 싶은 생각 1도 없었는지? 전 너무,,, 암튼, 연재는 계속 하셔얍죠!! 그래야 연재 아닌가요??^^;; 적어도 한 1년은?? 나 머지??

유부만두 2022-12-09 16:25   좋아요 0 | URL
영화 그냥 그랬어요.

연재...하하하

그냥 저 어제 이거 쓰다가 밥해야 해서 끊었는데 서재 친구분들께서 이리 호응을 해주시니 제가 팔을 걷어부치고 채털리 부인과 좀 더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