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무슨무슨 날이라고 이름 지은 날이 유독 많은 달이다.

5월 전체를 가정의 달로 부르기도 한다. 굳이 무슨무슨 날이라고 정하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때론 그렇게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잘 모르고 있거나 지나치기 쉬운 걸 알게 해주고 돌아보게 하니까.

 

5월 11일은 입양의 날이다. 몰랐던 사실이다. 좀 억지스럽긴 해도 11일의 의미는

하나의 가정에 한 아이가 들어온 날이란 뜻이란다. 그거야 어쨌든 입양의 날을 5월에 정한 건 의미 깊다.

모 아침방송에 목회자의 부부가 나왔다. 21살 딸과 18살 아들이 잘 자라 있고 그 아래로 9살과 7살 남동생이 또

잘 자라고 있는 화목해 보이는 가정이었다. 남편은 부산의 모 기독교 교회 목사고 부인은 성악을 전공하고 현재도

음악회 등 활동을 하고 있는 분이란다. '당신은 사랑 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다 함께 부르는데

아버지와 큰아들이 통기타를 치고 부인의 청아한 목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고 맏딸 조온유양의 얼굴이 유독 예뻐보였다.

타지에서 대학 다니고 있는 온유(이름도 예쁘지)양은 결혼해서 아이를 낳겠지만 입양아도 기르고 싶다고 했다.

중학생 때, 자기도 안젤리나 졸리처럼 입양해서 아이 기를 거라고 장담하던 우리집 큰딸이 떠올라 싱긋 웃었다.

 

 

 

 

 

 

 

 

 

 

 

조병국 지음 / 삼성 출판사

2012년 4월 25일 녹음시작, 총 11시간 소요 녹음완료.

 

 

 

이 책은 '6만 입양아의 주치의이자 엄마였던 홀트아동병원 조병국 원장의 50년 의료일기'다.

할머니 의사 조병국은 어깨 통증으로 진료가 어려워져 2008년 10월 퇴임했다가 2010년 복귀해

현재 홀트일산복지타운/요양원에서 아이들과 장애인들을 진료하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평생 서울시립아동병원, 홀트아동복지회 부속의원에서 버려진 아이들과 함께하며 마음에 새겨진

만남과 이별, 절망과 기쁨, 기적, 감사, 감동... 그 많은 기억과 기록,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을 소박하고 진솔하게 풀어놓은 책이다.

흔히 입양아를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고 하는데 진부한 말이 진리이듯 이 말보다 더 정확한 말은 없을 듯하다.

읽으면서 놀랍고도 눈물 나는 이야기들에 가슴이 먹먹해지곤 했다.

 

조병국 의사가 몸으로 행하고 얻은 고귀한 사랑에 대한 성찰이 담긴 글귀들은 꼭지마다 하늘색종이에 따로 적어뒀는데

모두 새겨둘 만한 감동스런 문장이다. 오래된 귀한 실제 사진과 그 아래 사진 설명도 몇 줄로 적어 놓았다.

이런 경우 사진을 보여줄 수 없으니 "사진 설명 있습니다"라고 코멘트 하고 사진 아래의 문장을 녹음한다. 

 

누군가의 거울이자 본보기, 슬픔을 치유하는 안식처이자 세상으로 나갈 용기를 주는 전진기지,

세상을 바라보는 창, 햇빛이자 물이자 공기, 아니 우주, 세상의 전부... 

이런 어마어마한 존재는 신이 아니라 바로 당신, 부모다.

 

모든 아이는 가정을 가질 권리가 있다는 말도 와닿았다.

 

'버려진 아이'와 '발견된 아이', 그 차이는 엄청나다.

'버려진 아이'는 슬프지만 '발견된 아이'는 희망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입양 서류에 '**에 버려졌음'이라 쓰지 않고 '**에서 발견되었음'이라 쓴다.

 

 

아침방송에 나온 가족의 부부에게 사회자가 이런 말을 묻더라.

아이들을 입양할 때 어떤 아이가 올지 불안하지 않았냐고. 대답은,

- 입양을 결심할 때는 부부가 아이를 갖기로 결심한 때와 같다. 뱃속의 아이가 건강할지 예쁠지 공부는 잘할지

속은 썩이지 않을지 과연 어떤 아이일지 바라는대로 선택할 수 없듯이, 입양하는 아이도 마찬가지다.

주시는 대로 받는 것이다.  (!!!)

 

장애를 가진 아이를 오히려 골라서 입양하는 양부모도 있는데, 이들 부부는 7살 막내 입양아가 오히려 너무 건강한

아이로 자신들에게 주어져 다른 입양부모들에게 미안할 정도였다고 한다. 오직 사랑을 실천하는 게 입양의 이유였다니.

대개는 마음에서 먼저 가리고 고르고 바라고, 이런 것이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요인인 것 같기도 하다.

'불평불만은 나를 위한 기도에서 비롯된다'와

'베푼 다음에 뭔가 주었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가장 좋은 인생의 방식이다' 

이 두 문장이 떠오른다. - [죽기 전에 답해야할 101가지 질문]

방송을 보며 딸 둘을 입양하여 기르고 있는 친구가 생각났다. 많이 컸겠다.

결혼 후 오랜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하더니 딸 자랑에 입에 침이 마를 줄 모르고 행복해 하던 착한 친구. ^^

 

 

장신구 살 돈으로 부모 잃은 아이들 입에 들어갈 딸기를 사고

생활비를 아껴 아픈 아이들 약값을 대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을 가꾸지 않으면 더욱 아름다워지고, 아끼지 않으면 더욱 귀해진다는 걸

그들의 삶을 통해 배운다.  (29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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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5-11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양이라는 거 아이 키우면서 참 대단하다 생각합니다 내 아이도 짜증나고 미울 때가 있는데 말이에요.
참으로 존경스러운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프레이야 2012-05-11 20:36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말에요. 정말 존경스러운 사람들이에요.
근데 저자는 우리들에게도 그런 사랑의 씨앗이 다 품어져있다고 하더군요. ^^

순오기 2012-05-11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은 이런 분들의 사랑으로 살만한 곳이 되는 거 같아요.
뭉클하고 뜨뜻한 것이 출렁~~~
5월 11일, 입양의 날~~~ 잊고 있었네요.

프레이야 2012-05-11 23:35   좋아요 0 | URL
세상은 그래서 살만한 곳이다, 세상엔 여전히 기적이 행해지는 곳이다,
그렇게 저자도 썼더군요. 예전보다는 공개입양과 국내입양 하는 경우가 늘어나
바람직한 것 같아요. 자신을 위한 기도만 하며 부족한 걸 불평하는 사람들(저 포함^^)보다
참사랑을 몸소 실천하며 사는 사람들, 존경스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