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다카시의 2000자를 쓰는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황혜숙 옮김 / 루비박스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000자라고 해서 덜컥 겁이 났으나, 원고지 10, A4 한 장 분량이라고 한다. A4 한 장 정도면 누구나 쓸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부류의 책들은 대개 다 서로 서로 비슷하지 않은가? 그래서 이 책도 그저 읽고 치울 요량이었다. 그런데 자꾸 신경 쓰이는 내용이 있어서.....

 

사이토 다카시가 제안하는 세 개의 키 컨셉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저자는 2000자 정도의 글을 쓸 때 키 컨셉 세 개를 선택하라고 말한다. 세 개를 선택했으면 이 세 개의 키 컨셉을 연결하는 논리를 구축하라고 한다.

 

주의할 점은 세 개의 키 컨셉이 의미상 비슷해서는 독창적인 글이 나올 수 없다고. 예를 들어 마음’. ‘기술’, ‘과 같이 이질적인 키 컨셉을 결합했을 때 신선한 글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왜 세 개의 키 컨셉을 선택해야 하나? 사이토 다카시에 따르면, 그것이 우리에게 있는 잠재지식을 일깨우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독서 감상문 혹은 리뷰를 쓸 때에도 세 군데를 선택해서 코멘트를 달고, 세 가지 코멘트의 상호관계를 정리하면 글의 요지를 발견하는 감각을 기를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이 책에서 한 가지 컨셉만을 다뤘다. 확실히 2000자가 안 된다. 어떤 책이든 세 가지 컨셉을 다루고, 세 부분을 발췌 인용하면, 분명 2000자 이상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우연찮게 <스토너> 독후감을 쓸 때, ‘나를 매혹시키는 세 장면에 대해 썼었다. A4 2장 반 분량 정도?

 

사이토 다카시는 질보다 양이문장력 향상의 지름길이라고 주장한다. 정말 그런지는 나로선 알 수 없지만, 그의 조언대로 키 컨셉 세 개를 잡는다면 적어도 2,000자 이상은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키 컨셉 세 개로 독창적인 글이 나올 수 있을까

역시나 알 수 없는 일이다.

한 번 시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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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10-18 09: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서평을 쓸 때 500자 기준으로 써요. 500자라는 것도 별 감각이 없지만 500자는 꼭 넘기려 하지요.
인터파크의 서평 기준이 500자여야 300점을 주거든요. 그 뒤로 버릇이 됐어요. ㅋㅋ

시이소오 2016-10-18 09:48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진아님 요즘 글은 족히 2,000자가 될 것 같은데요. ^^

samadhi(眞我) 2016-10-18 09:50   좋아요 1 | URL
안 그렇더라구요. 1900여 글자 겨우 넘고 다른 건 거의 700~800정도가 고작이예요.

시이소오 2016-10-18 10:05   좋아요 1 | URL
그렇다면 진아님도 세 개의 키 컨셉을 잡아 보시는 건 어떨지요?
사이토 다카시에 따르면 2.000자 쓰기가 습관화되면 책도 쓸 수 있다는데요. ^^

samadhi(眞我) 2016-10-18 10:10   좋아요 1 | URL
2000자 넘기기가 쉽지 않더라구요. 게으르기도 하고 길게 쓰는 게 힘들어서... 연습해야겠지요. 책내용에 분개할 때는 글이 길어지긴 하는데 ㅋㅋ

시이소오 2016-10-18 10:23   좋아요 1 | URL
맞는 말씀입니다. 2000자 쓸려면 2~3시간은 걸리는데 쓰기 쉽지 않죠. 열받게 하는 책 위주로 쓰심이 어떨지요? ㅋ

cyrus 2016-10-18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카시가 제안한 ‘세 개의 컨셉’이 한 편의 글을 세우기 위해(쓰기 위해서) 필요한 뼈대와 같다고 보면 되겠군요. ^^

시이소오 2016-10-18 10:24   좋아요 0 | URL
컨셉 두개로는 신선한글이 나오기 힘들다네요^^

사마천 2016-10-18 1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관심두는 저자입니다. 속도,양으로 다작을 해내는 솜씨가 대단하죠. 좋은 리뷰 감사 ^^

시이소오 2016-10-18 14:37   좋아요 1 | URL
한국 작가의 부족한 부분을 일본 작가들이 점령해 가는것 같아요.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

stella.K 2016-10-18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사람의 글을 몇자로 정한다는 게 의미가 있는 건가 싶기도 해요.
그걸 일일이 세어 볼 수도 없구...
물론 뭐 글자 세 주는 뭔가가 있다면서요...?
좀스럽게 그걸 세는 것도 그렇지 않나요?

일단 질 보단 양이라는 말에 동의 합니다.
그러다 질로 가는 거 아니겠습니까?
많은 것에서 덜어 내기는 쉬워도 적은 것에서 늘리기는 어렵다잖아요.
그건 쌀밥에서 죽, 불어터진 라면이나 수제비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ㅋ

시이소오 2016-10-18 14:39   좋아요 2 | URL
자신이 그날 쓴 글 글자수 하나하나 꼬박꼬박 샜던 헤밍웨이가 떠오르네요 ^^

stella.K 2016-10-18 15:07   좋아요 0 | URL
그 마초가 그랬단 말입니까?
신기하네요.ㅎㅎ

시이소오 2016-10-18 17:27   좋아요 0 | URL
ㅋㅋ 그러네요 마초같은 헤밍웨이에 어울리지 않죠?? ㅎㅎ

고양이라디오 2016-10-18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핵심이 되는 내용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나중에 읽어봐야겠네요ㅎ 확실히 세 개의 컨셉을 잡으면 글의 분량도 늘어나고, 컨셉끼리 결합이 일어나면 참신한 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추얼>이란 책을 보니 작가들도 하루에 몇 자, 혹은 원고지 몇 매 이런 식으로 꾸준히 쓰는 분들이 많더군요. 2000자 이상씩 꾸준히 쓰면 2000자 쓰는 일이 편해지고 쉬워질 것 같습니다^^

사마천님 프로필보고 제가 댓글 달았나 싶어 깜짝놀랐습니다ㅠㅋ

시이소오 2016-10-18 15:33   좋아요 0 | URL
저도 고양이라디오님과 사마천님 헷갈려요^^;

깊이에의강요 2016-10-18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호흡이 워낙 짧아서ㅠ

시이소오 2016-10-18 15:36   좋아요 1 | URL
그 누구도강요님에게 2000자를 강요하지 않아요. 글자수는 상관없으니 자주 -응?- 써주세요 ^^

깊이에의강요 2016-10-18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났다 ㅋ

시이소오 2016-10-18 17:31   좋아요 1 | URL
댓글이 또 사라졌네요. 누가 지운걸까요?

에이, 제가 어떻게 혼을 내겠어요?

길건 짧건 자주 자주 오세야 해용 ㅋㅋ

깊이에의강요 2016-10-18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모론을 조심스레 제기해 봅니다.ㅋ

시이소오 2016-10-18 19:11   좋아요 0 | URL
ㅋ ㅋ ㅋ ㅋ ㅋ 하루키 소설에 나오는 리틀 피플 같은 걸카요? ㅋ

깊이에의강요 2016-10-18 1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 소설을 안 읽어요ㅠ
리틀 피플이 뭘까요???



시이소오 2016-10-18 23:27   좋아요 0 | URL
앗 답글이 또 사라졌어요.

거참. 강요님한테 답글 단 이후엔 확인을 해야 겠습니다.

리틀 피플은 <1Q84>에 나오는 사악한 것들 입니다.

딱히 무슨 사악한 짓을 했는지는 애매모호하네요 ^^;
 

이상하게도 올해 노벨 문학상은 왜 그리 궁금하던지 


지난 목요일로 발표가 연기되었다는 발표를 듣고 순간적으로 확 짜증이 밀려올 정도였다. 


드디어 목요일, 고대하던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를 보면서 순간 멍~해 졌다. 


밥 딜런??? 


노벨문학상은 이번에도 도박사와 기자들을 바보 쪼다로 만들었구나. 


작년 수상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에비치의 수상을 점친 사람은 몇이나 될런지?    


올해 밥 딜런의 수상을 예상한 사람은 몇이나 될까? 



많은 이들의 예상을 요리조리 피해간 결정이어서 놀랍긴 했지만 

나로선 납득이 간다. 납득이.  


"자신의 신체라는 종이에 신의 행위를 나타내는 춤으로 써도 됩니다자신의 혀라는 종이에 신의 말이 스며든 꿀로 써도 됩니다무엇에 무엇을 썼다면 그것은 규칙일까요이것은 방대한 비전이 있는 것입니다그렇습니다이것을 다시 문학이라 부르는 것은 가능하지 않겠습니까무엇에 무엇을 써도 그것은 문학인 것입니다. 


.... 텍스트는 문서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문학은 종이에 쓴 것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지브릴이 무함마드의 심장을 꺼내 씻어도 그것은 문학입니다. 우리의 텍스트는 넓습니다. 우리의 규칙은 넓습니다. 우리의 우리의 예술은 더욱 넓고 깁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법은 춤추지 않으면 안 됩니다."  


- 사사키 아타루,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  p 224.

 

르장드르를 따라 사사키 아타루에 따르면 시, , 연극, 노래, 음악, 회화 등이 모두 문학이다.   

그리고 문학은 혁명의 본질이다. 


혁명이 문학적 몽상에 의해 이루어지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혁명은 문학적인 것이 아닙니다. 다릅니다. 결코 다릅니다. 문학이야말로 혁명의 본질입니다. 혁명은 문학으로부터만 일어나고, 문학을 잃어버린 순간 혁명은 죽습니다.


- 사사키 아타루,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 p114 


춤도 문학이라면, 밥 딜런의 노래 역시 문학이 아닐까. 

그리고 문학이야말로 혁명의 본질이라면 밥 딜런의 노래 역시 혁명이 아닐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음을 알게될까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답을 알고 있네 


- 밥 딜런, <바람만이 아는 대답> 중 


실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밥 딜런의 수상을 계기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면 이번 노벨 문학상 수상이 그저 황당한 사건만은 아니지 않을까. 


( 반복하지만 이승만이 학살한 민간인 피해자는 약 백 만명 이상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야 이승만을 국부라 떠드는 것들이 눈앞에 사라질까) 



밥 딜런의 자서전 <바람만이 아는 대답>이 절판인 줄 알고 가증스럽게도  희희낙락했으나,

출판사는 발빠르게 책을 찍어 냈다. 아, 김샌다. 김새. 자랑할라 했거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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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6-10-15 16: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문학상 나오자 마자 알라딘을 봤는데 죄다 수입해야하는 품목 뿐이었어요.그나마 저 자서전이 유일한 책이네요. 많은 사람이 김 샜지만 그 중 출판사랑 서점이 가장 크게 김 샌 듯요.뭐-노벨상도 신이 주는게 아니라 사람이 주는 것이니까요.일단 상 받으려면 장수해야해요.고은 시인님도 90까지 실아계시면 수상 가능하실 듯 합니다.

시이소오 2016-10-15 16:46   좋아요 3 | URL
저는 고은 시인이 언제 받아도 이상 하지 않아요. 충분히 받으실만합니다. ^^

책한엄마 2016-10-15 16:51   좋아요 1 | URL
물론이죠.
다만 영어와 서양 중심으로 세상을 보는 식견 좁은 심사 위원이 가장 문제인 듯 싶습니다.^^

시이소오 2016-10-15 16:54   좋아요 2 | URL
최근 미국과 유럽이 가져갔으니 내년엔 아시아와 아프리카가 유력할지도.

내년 기대해봐야 겠네요 ^^

솔불곰 2016-10-15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 딜런님이 노벨상 받고 깜짝 놀랐죠
상상도 못한일이기에 ㅋㅋㅋ

시이소오 2016-10-15 17:46   좋아요 0 | URL
노벨문학상, 재밌네요 ^^

nomadology 2016-10-15 17: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늘 보도연맹건으로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포함한 유족회 위령제에 참석하고 서울로가는 버스 안입니다. 이승만 언급하신 부분 보니 울컥하네요. 마침 귀에는 밥딜런 베스트 앨범입니다. 바람만이 알고있고, 우린 죽을 때 까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이소오 2016-10-15 17:57   좋아요 1 | URL
위령제가 있었군요.
고생하셨습니다.

보도연맹사건으로 돌아가신분들, 얼마나 원통하고 억울하셨을지.

유족분들도 아무 죄없이 너무 고통스러운 일을 겪으셨네요. 국민모두가 위령제를 지내야 할일입니다.

밥 딜런의 노래가 위로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stella.K 2016-10-15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노벨문학상에 대해선 다들 비슷비슷한 반응인 것 같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노벨상 선정위원회 해마다 참 별거다 한심해 하던 차였는데
이번에 밥 딜런이 되면서 제가 문학을 너무 좁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했는데 그에 앞서 사사키가 이미 그런 말을 했군요.

밥의 자서전 번역이 엉망이라고 다 들 그러던데
다시 찍어내도 살 사람이 있을까 싶어요.
조금 기다렸다 다른 출판사 다른 번역가를 선택하지 않을까요?
다시 찍어도 찝찝할 것 같아요.ㅜ
그러게 처음 낼 때 잘 낼 일이지...ㅉ
번역을 새롭게 하려면 몇 개월 걸리지 않겠습니까?
또 그동안 밥 딜런 평전이나 그의 노래를 분석한 책들이
나오겠죠.
어쨌거나 출판사들 그렇지 않아도 노벨문학상 특수를 노렸을 텐데
올해 특별히 벙쪘을 것 같습니다.ㅋ

시이소오 2016-10-15 19:33   좋아요 0 | URL
엉뚱하게도 문학세계사가 대박났네요. 복불복이네요 ㅋ ^^

stella.K 2016-10-15 19:13   좋아요 0 | URL
그새 답글을 다셨군요.
다시 읽어보니 뭔 까요?가 그리도 많은지...
편집 좀 했습니다.
다음엔 조금만 더 기다렸다 답글을 달아 주시길...
민망해 죽겠습니다요...ㅠㅋㅋ

시이소오 2016-10-15 19:38   좋아요 1 | URL
저는 전혀 못 느꼈는데요. ㅎㅎ 다음엔 한 템포 쉬고 답글 달께요ㅋ ^^

다시번역하기보단 출판사 입장에선 붕어빵찍듯 일단은 내놓지 않을까요?

실제로 하루만에 절판에서 판매로 돌아섰구요.
스텔라님처럼 고급독자아닌 일반독자들은 번역 상관없이 살 것 같아요 ^^

나와같다면 2016-10-15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ob Dylan 의 가사집을 만나고 싶어요..

시이소오 2016-10-15 21:15   좋아요 1 | URL
밥딜런 가사집도 절찬판매중이던데요^^

나와같다면 2016-10-15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원서 말씀하시는 거예요? --;;
왜 저는 못찾았죠? 제목 알려주셔요^^

시이소오 2016-10-15 21:21   좋아요 0 | URL
아, 번역본이요. 원서도 살 수 있지않을까요? 정확히는 저도 잘 ^^;

고양이라디오 2016-10-18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사키 이타루의 글 인용 너무 좋네요^^ 저 책을 미리 봐서 그런지 밥 딜런 수상에 크게 놀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시이소오 2016-10-18 15:30   좋아요 0 | URL
밥딜런수상에 개거품무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
 
철학자와 하녀 -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마이너리티의 철학
고병권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한창 들뢰즈 원전 스터디를 할 때였다. 공부하는 사람들의 공동체가 있다는 흉흉한소문이 돌았다. 멤버 중 한 명이 갔다 왔다고 했다. ‘수유너머라고 했다. “수유리에 있는 거야? 저 잘났다는 사람들끼리 모여 오래 가겠나?”하며 피식 비웃는 척 했지만 속으론 몹시 부러웠고 오래 지속되길 바랐다. 이 책을 보고서야 수유너머가 해체됐다는 걸 알았다. 고병권의 말대로 수유의 해체를 부끄러워하기 보단 수유가 10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역량에 자부심을 가져도 좋으리라. 수유라는 이름은 없어졌지만 수유는 우리에게 꽤나 성실하고 유능한인문학자를 선물로 주었다. 고병권, 고미숙, 이진경, 등등.

 

어느 날 철학자 탈레스는 별을 보며 걷다가 우물에 빠지고 말았다. 그것을 본 하녀가 깔깔대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탈레스는 하늘의 것을 보는 데는 열심이면서 발치 앞에 있는 것은 알지 못한다.”

 

고병권은 하녀를 가난한 사람의 기표로 차용한다. 이 책을 통해 그는 철학자와 가난한 사람의 변증법적 일깨움을 모색한다.

 

"철학은 인간 안에 자기 극복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 모든 것을 잃었기에 오히려 인간이 가진 참된 것이 드러난다는 걸 철학은 말해준다. 깨달음은 천국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천국에는 우리 자신에 대한 극복의 가능성도 필요성도 존재하기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국에는 철학이 없고 신은 철학자가 아니다. 철학은 지옥에서 도망치지 않고 또 거기서 낙담하지 않고, 지옥을 생존조건으로 삼아 거기서도 좋은 삶을 꾸리려는 자의 것이다."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에서 정여울이 인용한 윗 문장 때문에 이 책의 존재를 알게 됐다. 가볍게 읽으려했으나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생각거리들을 던져주었다.

 

곁에 있어줌의 존재론

 

며칠 후 한 스님을 뵐 기회가 있어 꿈 이야기를 했다. “저는 관음보살이 부러워 죽겠는데 지장보살께 잡혀서 한 대 맞았습니다.” 그랬더니 스님이 빙긋이 웃으며 말씀하셨다.

 

관음보살은 오늘날로 따지면 재벌 회장 같은 분입니다. 정말로 가진 게 많지요. 그것을 모두 나눠줍니다. 글 이름만 부르면 누구에게나 줍니다. 그런데 지장보살은 가진 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줄 게 없지요. 그런데 지장보살은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 곁에 있어 줍니다.”

 

힘든 사람 옆에서 위로한답시고 누가 봐도 현명한 소릴 하느니 차라리 묵묵히 옆에 있어주는 게 더 현명한 처사가 아닐까?

 

독일어에서는 무엇이 있다는 말을 ‘Es gibt ~’라고 한다. 여기서 ‘gibt’라는 동사는 주다라는 뜻의 ‘geben’에서 온 말이다. 그러니 있음이 곧 이다. 존재가 선물이라는 말이다.

 

초조함은 죄다.

 

다른 모든 죄를 낳는 인간의 주된 죄 두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초조함과 무관심이다. 인간은 초조함 때문에 천국에서 쫓겨났고 무관심 때문에 거기로 돌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주된 죄가 단 한 가지라고 한다면 그것은 초조함일 것이다. 인간은 초조함 때문에 추방되었고 초조함 때문에 돌아가지 못한다.”

 

- 카프카, <, 고통, 희망 그리고 진실한 길에 관한 성찰>

 

고병권은 신화 속의 인물들의 예를 들어 그들의 비극이 초조함에서 연유되었다고 말한다. 아크리시오스 왕은 페르세우스의 원반에 맞아 죽고, 라이오스는 오이디푸스의 칼에 죽는다. 도덕적으로 정당하지 못한 정권들의 초조함도 흔히 몰락을 자초한다. 부마사태가 가라앉지 않자 박정희는 초조했다. 부산, 마산 시민 백 만명 정도 죽이면 아무 문제없을 것이라던 차지철의 계획을 듣고서야 마음이 흡족했다. 오늘날 청와대, 집권 여당, 검찰, 경찰 역시 초조하긴 마찬가지다. 온갖 SNS, 카톡을 훔쳐보거나 언로에 재갈을 물리고, 경찰들은 부자감세로 부족해진 세수를 메꾸기 위해 지금 이순간도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병실에 누워 죽어가는 국민이 숨을 쉬건 말건 목젖을 찌를 만큼 우리들 입속에 음주 측정기를 쑤셔 박는다. 수치가 안 나온다고? 나올 때까지 불게 하면 된다. (죽으면 좆 되는데. 실적 쾅 인데, 하긴 호갱들이야 널렸으니)

 

"철학한다는 것, 생각한다는 것은 곧바로 반응하지 않는 것이다. 그것은 지름길을 믿지 않는 것이다. 철학은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삶의 정신적 위회이다. 삶을 다시 씹어보는 것, 말 그대로 반추하는 것이다. 지름길이 아니라 에움길로 걷는 것, 눈을 감고 달리지 않고 충분히 주변을 살피는 것, 맹목이 아니라 통찰, 그것이 철학이다. 철학은 한마디로 초조해하지 않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스스로가 초조해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이 달 카드 값은 막을 수 있을까, 월세는 낼 수 있을까매일 이런 일차원적인 고민만을 하고 있으니 초조하지 않을 리가 없다. 초조함을 지울 순 없겠지만 이 책을 읽은 이상 조금 덜 초조해하지 않을까

 

갈림길과 막다른 길

 

루쉰이 북경여자사범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제자 쉬광핑은 군벌과 결탈한 총장에 맞서 싸우는 학생들의 대표였다. 쉬광핑은 스승이자 후에 연인이 될 루쉰에게 조언을 구하는 편지를 썼다. 루신은 자신 역시 쓰디쓴 현실을 위로해줄 설탕같은 것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므로 백지 답안지를 내는 수밖에 없겠다고 고백한 후 그럭저럭 세상을 살아가는 자신만의 철학을 참고하라고 말한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우리가 쉽게 부딪히는 난관이 두 가지 있습니다. 그 하나는 갈림길, 즉 기로에 서는 겁니다. 갈림길 앞에서 묵적(묵자) 선생은 슬피 울며 돌아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라면 결코 울며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우선 갈림길 입구에 앉아 잠시 쉬거나 한잠 자도록 하겠습니다. 그런 연후에 내가 갈 길을 정하여 다시 출발하겠습니다. 길을 가는 도중 자비로운 이를 만나면 그의 음식으로 허기를 채울지언정 결코 그에게 길을 묻지는 않겠습니다. 그 역시 앞길을 모르는 건 마찬가지임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만약 호랑이를 만난다면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가 호랑이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호랑이가 꼼짝 않고 서서 가지 않으면 굶어 죽는 한이 있어도 절대로 나무에서 내려오지 않을 겁니다. 나무에 허리띠로 몸을 묶어서 설령 그대로 죽는다 해도 호랑이가 내 몸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겠습니다. 나무가 없다면? 그러면 별수 없지요. 호랑이에게 통째로 삼켜진다 한들 어쩌겠어요.

 

두 번째 난관은 막다른 길에 다다르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완적(위나라 시인)은 통곡을 하며 돌아섰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는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겁니다. 막다른 길 또한 갈림길에서와 마찬가지로 가시밭길이라 할지라도 헤쳐 나가야지요. 온통 가시덤불로 뒤덮여 도저히 갈 수 없을 정도로 험난한 길은 아직 본 적이 없으니까요. 나는 이 세상에 본디 막다른 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합니다. 게다가 운 좋게도 이제껏 그런 난관은 아직 겪어보지 못했던 것 같군요.”

 

- 루쉰, <루쉰의 편지>

 

고병권의 충고 : 그러니 당신이 길을 걷다가 난관에 봉착했다면 한숨 자는 것도 괜찮다. 애초에 먼 길을 갈 것이라고, 좀처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면 말이다.

 

수익모델로서의 인간 수용소

 

나는 이 책을 통해 미국의 교도소가 민영화되었다는 걸 알았다. 1983년에서 세워진 미국 최대의 민영교도소가 된 미국교정기업CCA, Correctinons Corporation of America1990대 후반 뉴욕 증권시장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미국 5대 기업에 3년 연속 선정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펜실베니아 주에선 두 명의 판사가 소년 교도소인 피에이 차일드 케어로부터 260만 달러의 거액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발각되었다. 두 판사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교장을 놀렸다는 이유로 소년을 1년 넘게 소년원에 수감시켰다. 빈 건물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혹은 월마트에서 시디 한 장 훔쳤다는 이유로 소년들은 장기 수감되었다.


신자유주의 정권은 법치를 강조한다. 한국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이 법치주의는 민주주의와 아무 관련성이 없다. 법치란 법이 소수의 자본가들에게 다스려짐을 뜻한다. ‘형제 복지원은 신자유주의라는 옷을 입고 이 땅에서 민영교도소로 부활하지 않을까하는 상상을 해보곤 치를 떨었다. 신자유주의가 진리라 주장하는 자본가와 집권여당, , 검사의 이익이 맞아떨어진다면 얼마든지 이 나라에선 가능한 시나리오가 아닐까.

 

 

이외에도 흥미로운 주제들이 많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다가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함을 느낀 사람이라면 나처럼 이 책에서 해답을 찾을 수도 있을런지도.

 

 

광기의 반대말은 건강이 아니라 길들여진 두뇌다.” 

- 니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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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6-10-13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은 지옥에서 도망치지 않고 또 거기서 낙담하지 않고, 지옥을 생존조건으로 삼아 거기서도 좋은 삶을 꾸리려는 자의 것이다.”

→ 위 인용문이 고병권 씨의 것 맞는가요? 저한테는 무척이나 공허하게 들립니다. 우물 안에서 홀로 수도하는 유사 현자 혹은 진지병 환자의 소리처럼 들립니다. (고병권 씨가 실제 그렇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전반적으로 한국 지식인들의 얘기는 모두 공허하고 영양가 없는 빈소리 혹은 빈말로 들린다는 것입니다. 지금 21세기 백주대낮인데요. 아직도 저런 공염불식 철학으로 대중들을 가르치려 드는 한국형 철학자들, 정말 한심스럽고 문제가 크다고 봅니다. 따지고 보면 공자왈 맹자왈 철학의 반복에 불과한 것입니다. 물론 이 시대에도 영원한 고전, 인간 사고의 원형, 기본 중의 기본인 공자왈 맹자왈에 끊임없이 회귀하고 자문해야 하겠지만, 그건 급격히 변화하는 현실 파악과 미래에 대한 투시/전망이 주가 될 때에만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우물 안에서 아무리 통찰적이고 수준 높은 담론을 읊어봤자, 말짱 소용없다고 봅니다. 지금 21세기 인터넷 혁명 시대는 전지구적으로 모든 것이 공개/공유/토론과 논쟁의 장에 ‘부쳐지는’ 시대입니다. 우리 학자들의 저작들이 영어로 ‘쓰여지거나’ 번역되거나 출간되는 사례가 과연 있는가요? 그런 사례는 몇몇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빼면 완전 제로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 지식인들이 우물 속에 갇혀 혼자만의 담론을 읊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입니다. 철학 분야 세계 유수의 학술지들을 살펴보면 한국 학자들의 논문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가뭄에 콩보다 찾기 어렵습니다. 철저하게 우물 속에서 나홀로 철학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나마 나홀로 철학이라도 하면 다행일 것입니다. 한국 학자, 지식인, 철학자들뿐만 아니라 음주가무나 주색잡기, 권력놀음이 대다수 한국인들한테는 적격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이쪽 방면이 예술 분야하고는 그래도 또 가깝다고 할 수 있지요. 해서 한국이 문학 쪽에선 (언젠가라도) 노벨상 하나쯤은 기대함 직하다고 봐요~

시이소오 2016-10-13 13:04   좋아요 0 | URL
퀼리아님, 비판에 동의합니다. 그래도 고병권씨는 현장을 바탕으로 철학하시는분인데 ^^

마립간 2016-10-13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의 비유 ; 그 뜻은 알겠는데, ... 마치 기독교의 믿음(로마서 3:28, 5:1 과 갈라디아서 3:24)과 행위(야고보서 2:24)를 떠올리게 합니다.

어버이날 부모님이 제일 싫어하는 선물이 ... ; `마음`만이라는 것이라 하더군요.

시이소오 2016-10-13 13:05   좋아요 0 | URL
ㅋ ㅋ ㅋ ㅋ ㅋ ㅋ ㅋ ㅋ
지장보살보다 좋은건 그저 지폐겠네요. 지폐보살 ㅎ ㅎ

고양이라디오 2016-10-13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봐야겠네요. 미국의 교도소 민영화이야기는 충격이네요...

시이소오님 항상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시이소오 2016-10-13 23:23   좋아요 1 | URL
한국도 이미 민영화 교도소가 있다네요. 이 책읽고 찾아보니. 헐

저도 고양이라디오님 리뷰에 항상 감사드려요^^

고양이라디오 2016-10-13 23:31   좋아요 0 | URL
신자유주의의 힘은 정말 무섭네요...
서글프네요ㅠ 무력감을 느낍니다.

시이소오 2016-10-13 23:37   좋아요 1 | URL
지금이라도 민영화 추진하는 정권은 퇴출시켜야 겠죠. 안그러면 오바마 이전 미국처럼 돈없는 환자들 병원앞에 버리는 일이 한국에서도 벌어질수도 있거든요. ㅠㅠ
 
나는 왜 무기력을 되풀이하는가 - 에리히 프롬 진짜 삶을 말하다
에리히 프롬 지음, 라이너 풍크 엮음, 장혜경 옮김 / 나무생각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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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에 든 편지는 언젠가 익명의 수신자에게 도래하기 마련이다. 에리히 프롬이 37년에 쓴 글이라는데, 이 글은 지금의 나를 위해 쓴 게 아닐까, 하는 미친 생각을 했다. 최근 들어 또 다시 무기력에 빠져들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백수로 살아가다보면 기어코 다다르게 되는 종착점.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다. 민주는 논외로 하고 우리는 과연 자유로운가? 신자유주의 세계에서 돈을 안 벌 자유는 없다. 소비할 자유는 있겠지. 돈이라는 사슬에 묶여 사는 삶이 자유인가?

 

피곤한 사람, 절망에 빠진 사람, 염세주의자는 자유에 도달할 수 없다.....‘열정적인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 심리학적으로, 퇴보에 빠지지 않고 전진하고 진보하려 노력하는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 독립과 동시에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포함하는 진보를 추구하는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이다.” (P61)

 

무기력에 빠진 나에겐 자유가 없다. 자유롭기 위해선 열정을 되찾아야만 한다. 책에는 여러 신경증 환자들의 사례가 제시된다. 몰랐다. 프롬이 정신과 의사인줄은. 프롬이 신경증 환자를 분석하면서 열거한 무력감의 합리화위로의 합리화부분에서 마치 속마음을 들킨듯하여 깜짝 놀랐다.

 

이런 위로의 합리화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 형태는 기적에 대한 믿음과 시간에 대한 믿음이다. 기적에 대한 믿음은 외부에서 온 어떤 사건으로 인해 갑자기 자신의 무기력이 사라지고 성공, 능력, 권력, 행복에 대한 모든 소망을 이룰 것이라는 상상이다. ......위안을 주는 이 모든 상상의 공통점은 자기 자신은 원하는 성공을 위해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을뿐더러 아무것도 할 수도 없고, 외부의 힘이나 상태가 갑자기 소망을 이루어준다는 것이다.

 

.... 시간에 대한 믿음에서는 갑작스러운 변화(변화의 돌연성)’라는 요소가 부재한다. 그 대신 시간이 가면서모든 것을 얻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고 느끼는 갈등에 대해서도 직접 결단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절로 해결될 것이라 기대한다. (P162)“

 

어떻게 이렇게 족집게처럼 내 마음을 속속들이 알고 있을까? 그랬다. 가만히 있으면 시간이 흘러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기적을 바란 거지.

 

인간은 자궁으로 돌아가고 싶은 소망과 완전히 새로 태어나고 싶은 소망 사이를 항상 이리저리 오간다. 모든 탄생의 행위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놓아버릴 용기, 자궁을 포기하고 엄마의 가슴과 품을 떠나며 엄마의 손을 놓고 마침내 모든 안전을 버리고 단 하나, 즉 사물을 실제로 인식하고 그것에 응답하는 자신의 힘만을 믿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태어날 준비 모든 안전과 착각을 포기할 준비 는 용기와 믿음을 필요로 한다. 안전을 포기할 용기, 타인과 달라지겠다는 용기, 고립을 참고 견디겠다는 용기다. 성경에 나온 아브라함의 이야기에서 말하는 용기, 즉 자신의 나라와 가족을 떠나 미지의 땅으로 갈 용기다.“ (P203)

 

무기력에 대한 처방으로 프롬은 용기를 말한다.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에 따르면 아들러 역시 용기를 강조했다. <미움받을 용기>를 읽을 땐 고개만 끄덕였을 뿐, 눈곱만큼의 용기도 생기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용기를 얻는다. (그러고보니 어제 친구 용기와 술을 마셨넹. )

 

두 번 다시 우연에 기대지 않겠다. 기적을 포기하겠다. 오로지 내 힘만으로 이 위기를 헤쳐나갈 것이다

열정적인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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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석 2016-10-12 1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구입했어요 기대가되네요ㅎㅎ리뷰 잘 보고갑니다^^

시이소오 2016-10-12 11:09   좋아요 0 | URL
민지석님도 저 처럼 용기를 얻으시길 ^^

samadhi(眞我) 2016-10-12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네요. ˝평생 놀면서 살고 싶어˝ 가 인생모토(?)인 제게 와닿는 글들입니다. 염세주의자에 극의존주의인 저는 스스로 자유롭다 착각하고 살았네요.

시이소오 2016-10-12 11:26   좋아요 1 | URL
저도 천생 한량으로 태어난지라 평생 놀면서 살고 싶은데,

자본주의 사회에선 불가능하다는....ㅋ

짧은 책인데 강력해요 ^^

stella.K 2016-10-12 11: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정적인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
정말 기억해야할 말이네요!^^

시이소오 2016-10-12 11:57   좋아요 0 | URL
정신이 번쩍드는 문장이었습니다. 밑줄 쫙~~이네요 ^^

yureka01 2016-10-12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고 전 사진찍으로 돌아다니면서 살고 싶어요..ㅠ.ㅠ 그러나 현실은 뭐..자본의 노예처럼 삽니다...ㄷㄷㄷ

시이소오 2016-10-12 12:58   좋아요 2 | URL
누구나 자본의 노예로 살 수밖에요. 유레카 님은 사진이 자유의 다른 이름이겠네요^^

마립간 2016-10-12 1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열정을 책에 쏟으려 합니다. 도서관을 이용하면 비교적 자본주의 크게 얽매이지 않아도 되고.

시이소오 2016-10-12 14:19   좋아요 0 | URL
마립간님의 열정을 응원합니다. ^^

AgalmA 2016-10-12 15: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정이 없다면 여기서 이런 말씀하고 있지도 않았겠죠^^ 열정에 어떤 심지를 꽂고 불을 당길까 그게 문제라서....우리에겐 심지가 필요한 건지도. 그럴 땐 대개 깜깜하고 추운 밤이고 맘.

시이소오 2016-10-12 15:54   좋아요 3 | URL
아갈마님의 댓글을 읽다가 이 문장이 떠오르네요

˝우리 할머니는 아주 재미있는 이론을 가지고 계셨어요. 우리 모두 몸 안에 성냥갑 하나씩을 갖고 태어나지만 혼자서는 그 성냥에 불을 댕길 수 없다고 하셨죠. 산소와 촛불의 도움이 필요하죠. 산소는 사랑하는 사람의 입김이 될 수 있습니다. 촛불은 펑 하고 성냥불을 일으켜 줄 수 있는 음식이나 음악, 애무, 언어, 소리가 되겠지요. 사람들은 각자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불꽃을 일으켜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야만 합니다. 그 불꽃이 일면서 생기는 연소 작용이 영혼을 살찌우지요.˝
 

열정에 불을 지피기위해선 말씀대로 심지가 무엇인가가도 중요하겠네요. ^^


2016-10-13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시이소오 2016-10-13 15:04   좋아요 0 | URL
마구 써보자구요. ㅎㅎ

고양이라디오 2016-10-18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를 빨리 읽었어야 되는데ㅠㅋ 저도 무기력에 빠져있다가 어제서야 조금 회복했습니다. <나답게 살 용기>를 읽고 도움을 조금 받았습니다.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의 책입니다ㅎ

기적에 대한 믿음과 시간에 대한 믿음 찔리면서 공감가네요. 계기를 외부나 환경에서 찾으려 하지 말고 자신에게서 찾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열정적인 사람만이 자유로울 수 있다.` 명심해야겠습니다ㅠ

시이소오 2016-10-18 15:41   좋아요 0 | URL
저도 이 책 읽고 여러 도움을 받았네요. ^^

suegraphic 2018-05-12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처음이라

시이소오 2018-05-12 15:15   좋아요 0 | URL
제가 감사합니다. 북플 입성 환영합니다^^

우빠사마 2019-03-20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자귀의 법귀의 혹은 자등명 법등명

우빠사마 2019-03-20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책은 지금 읽고 있는 책이다. 주석 : 여기서 책은 자신의 마음을 뜻한다.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이와사키 나쓰미 지음, 권일영 옮김 / 동아일보사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2010년도 일본에서 하루키의 <1Q84>보다 더 많이 팔린 책이라니. 단숨에 읽었다. 일본에서 250만부가 팔렸다는데 그 정도로 재밌다고 말할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나로선 소설의 이야기보다는 경영학을 소설에 도입한 아이디어에 더 관심이 많았다.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감동 깊게 읽은 저자는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읽는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그 아이디어는 이 한 권의 소설로 결실을 맺었다.

 

소꼽친구인 유키의 부탁으로 호도고의 야구부 매니져가 된 미나미는 어느날 서점에서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구입해 읽는다. 책의 가르침을 야구부에 적용한 미나미는 오합지졸호도고 야구부를 도 대회 1위의 강팀으로 변모시킨다. 그야말로 소설같은 이야기다.

 

미나미는 우선 야구부가 무엇인지를 자문한다.

 

모든 조직에서 공통된 관점, 이해, 방향 설정, 노력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사업은 무엇인가? 무엇을 해야 하나?를 반드시 정의해야만 한다.

 

야구를 하는 것과 같은 빤한 대답이 답일 수는 없다. 미나미는 답을 찾기 위해 <매니지먼트>를 처음부터 다시 꼼꼼하게 읽다가 이런 부분을 발견한다.

 

기업의 목적과 사명을 정의할 때, 출발점은 단 하나뿐이다. 바로 고객이다. 사업은 고객에 의해 정의된다. 사업은 회사명이나 정관, 설립 취지서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회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여 만족을 얻고자 하는 고객의 욕구에 의해 정의된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일이야말로 기업의 사명이고 목적이다. 따라서 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기업의 외부, 즉 고객과 시장의 관점에서 보아야 비로소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야구부의 고객은 누굴까? 미나미는 야구부원인 마사요시와의 대화를 통해 고교야구에 관계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고객이며 심지어 야구부 부원들 역시도 고객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또한 야구부는 고객에게 감동을 주기위한 조직이라고 정의 내린다.

 

이런 식으로 미나미는 책에 씌여진 피터 드러커의 가르침에 따라 야구부의 목표를 정하고 이노베이션을 단행한다. 그 결과 고시엔 대회에 진출한 호도고 주장이 된 마사요시는 리포터로부터 고시엔 대회에서 어떤 야구를 하고 싶어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어떤 야구를 보고 싶으신데요?”

 

우리는 여러분이 어떤 야구를 보고 싶은 건지 알고 싶어요. 왜냐하면 여러분이 보고 싶어 하는 야구를 하고 싶기 때문이죠. 우리는 고객으로부터 출발하고 싶습니다. 고객이 가치를 인정하고, 필요로 하며, 추구하는 것으로부터 야구를 시작하고 싶은 겁니다.”

 

바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단순한 아이디어 아닌가. ‘매니지먼트와 야구매니저의 패치워크. 이 책을 읽으면서 로버트 피어시그의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을 떠올렸다. (어느 책이었더라. 어떤 역자는 <선과 자전거 관리술>로 번역했던데. 전혀 조사를 안 한 거지. 무식하면 성실하기라도 해야 할 텐데.)

 

그 책은 도덕경을 오토바이 관리술에 적용시킨다. 이 책의 한글 번역판의 이란 역어는 노자 도덕경의 를 뜻한다. ‘오토바이 수리를 통해 를 말하다니! ‘선과 야구’, ‘선과 축구’, ‘선과 골프’, ‘선과 이종격투기’, ‘선과 설거지등등의 시리즈를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의 아이디어도 여러 변형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피터 드러커를 읽은 한 매니저가 무명의 아이돌을 전 세계적인 인기 아이돌로 변모시킨다던지


라이트 노벨류의 소설이건만 한 방 제대로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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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6-10-11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디어는 참신해 보여요. 행정학 공부할 때 피터 드러커 경영이론 잠깐 스쳐지나간^^ 기억은 있지만.

시이소오 2016-10-11 12:07   좋아요 1 | URL
아이디어가 돋보이죠?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긴한데 피터 드러커 로부터 많을걸 배워서, 미워하기 힘드네요.^^

만화애니비평 2016-10-11 1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니로 봐야합니다. 모에루!

시이소오 2016-10-11 14:21   좋아요 1 | URL
애니가 있는줄 몰랐네요. 어마어마한 히트작이군요

오거서 2016-10-11 2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구이야기라고 하니까… 시이소오 님의 선구안에 감탄합니다. ^^

시이소오 2016-10-11 21:09   좋아요 1 | URL
선구안이라기보단 무턱대고 방망이를 휘둘다보니 우연찮게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를 친 경우라고나 할까요 ㅎㅎ

고양이라디오 2016-10-18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이소오님이 서재에 들어오면 보고 싶은 책들이 많아서 좋습니다^^ 시이소오님이 워낙 방대하게 읽으셔서 제가 부분집합으로 포함되는 것 같습니다ㅎㅎ

시이소오 2016-10-18 15:31   좋아요 0 | URL
고양이라디오님 만큼 방대하진 않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