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도 일본에서 하루키의 <1Q84>보다 더 많이 팔린 책이라니. 단숨에 읽었다. 일본에서 250만부가 팔렸다는데 그 정도로 재밌다고 말할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나로선 소설의 이야기보다는 경영학을 소설에 도입한 아이디어에 더 관심이 많았다.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감동 깊게 읽은 저자는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읽는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그 아이디어는 이 한 권의 소설로 결실을 맺었다.
소꼽친구인 유키의 부탁으로 ‘호도고’의 야구부 매니져가 된 미나미는 어느날 서점에서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구입해 읽는다. 책의 가르침을 야구부에 적용한 미나미는 오합지졸호도고 야구부를 도 대회 1위의 강팀으로 변모시킨다. 그야말로 소설같은 이야기다.
미나미는 우선 야구부가 무엇인지를 자문한다.
모든 조직에서 공통된 관점, 이해, 방향 설정, 노력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우리 사업은 무엇인가? 무엇을 해야 하나?를 반드시 정의해야만 한다.
‘야구를 하는 것’과 같은 ‘빤한 대답’이 답일 수는 없다. 미나미는 답을 찾기 위해 <매니지먼트>를 처음부터 다시 꼼꼼하게 읽다가 이런 부분을 발견한다.
기업의 목적과 사명을 정의할 때, 출발점은 단 하나뿐이다. 바로 고객이다. 사업은 고객에 의해 정의된다. 사업은 회사명이나 정관, 설립 취지서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 회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여 만족을 얻고자 하는 고객의 욕구에 의해 정의된다. 고객을 만족시키는 일이야말로 기업의 사명이고 목적이다. 따라서 ‘우리의 사업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기업의 외부, 즉 고객과 시장의 관점에서 보아야 비로소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야구부의 고객은 누굴까? 미나미는 야구부원인 마사요시와의 대화를 통해 ‘고교야구에 관계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고객’이며 심지어 야구부 부원들 역시도 고객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또한 야구부는 ‘고객에게 감동을 주기위한 조직’이라고 정의 내린다.
이런 식으로 미나미는 책에 씌여진 피터 드러커의 가르침에 따라 야구부의 목표를 정하고 이노베이션을 단행한다. 그 결과 고시엔 대회에 진출한 호도고 주장이 된 마사요시는 리포터로부터 “고시엔 대회에서 어떤 야구를 하고 싶어요?”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어떤 야구를 보고 싶으신데요?”
“우리는 여러분이 어떤 야구를 보고 싶은 건지 알고 싶어요. 왜냐하면 여러분이 보고 싶어 하는 야구를 하고 싶기 때문이죠. 우리는 고객으로부터 출발하고 싶습니다. 고객이 가치를 인정하고, 필요로 하며, 추구하는 것으로부터 야구를 시작하고 싶은 겁니다.”
바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단순한 아이디어 아닌가. ‘매니지먼트’와 야구‘매니저’의 패치워크. 이 책을 읽으면서 로버트 피어시그의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을 떠올렸다. (어느 책이었더라. 어떤 역자는 <선과 자전거 관리술>로 번역했던데. 전혀 조사를 안 한 거지. 무식하면 성실하기라도 해야 할 텐데.)
그 책은 도덕경을 ‘오토바이 관리술’에 적용시킨다. 이 책의 한글 번역판의 ‘질’이란 역어는 노자 도덕경의 ‘도’를 뜻한다. ‘오토바이 수리’를 통해 ‘도’를 말하다니! ‘선과 야구’, ‘선과 축구’, ‘선과 골프’, ‘선과 이종격투기’, ‘선과 설거지’ 등등의 시리즈를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이 책의 아이디어도 여러 변형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피터 드러커를 읽은 한 매니저가 무명의 아이돌을 전 세계적인 인기 아이돌로 변모시킨다던지.
라이트 노벨류의 소설이건만 한 방 제대로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