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신을 사랑하는가, 인간을 사랑하는가의 속표지를 넘기려니
˝온갖 모순을 떠안은 창조주보다 창조주 없는 세계를 사유하는 편이 더 쉽다˝ 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보부아르의 어머니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였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영향으로 종교에 깊이 빠져 있었으나, 카톨릭 신자가 아니었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종교의 양극단을 달리는 모습을 보고 자라면서 ˝근본적으로 이질적인 두 경험의 장˝에는 공통점이 전혀 없었고, 보부아르는 인간적인 것, 즉 ˝문화, 정치, 사업, 예의범절, 관습이 종교와 무관하다.˝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그래서 나는 신을 삶과 세계로부터 별개로 놓았다. 이 태도가 장차 나의 발전에 깊은 영향을 끼치게 될 터˝(101쪽) 라고 생각했으며, 결국 보부아르는 철학의 빈틈과 종교의 위선을 마주하게 되어 그렇게 결론을 내리게 된 것이다.
모순을 떠안은 창조주보다 창조주 없는 세계를 사유하는 편을 택하는 결론. 이미 사유의 삶은 돛을 달았다.
보부아르 학창시절에는 자자라는 친구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 보부아르와 자자의 우정은 이미 유명하다.
친구 자자는 훗날 보부아르의 앨리트 친구인 메를로퐁티와 연애를 하게 되었는데 자자의 어머니의 반대로 자자가 그토록 원했었던 메를로퐁티와 결혼을 못한 채, 어느 날 고열로 죽어버렸다. 사랑하는 친구의 죽음과 사건은 보부아르에게 크나 큰 상처가 되어 30 년 동안 힘들었다고 한다. (사건? 그 사건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나오지 않아 잘 모르겠는데 나중에 다른 책을 찾아봐야겠다.)
1928 년 보부아느는 소르본 대학에서 시몬 베유를 만났다고 한다. 시몬 베유도 두 명인 걸로 알고 있는데 정치가 베유와 철학가 베유다. 보부아르가 만난 베유는 철학가 베유였던가?
그 해에 소르본 대학에서 인상적인 무리와 어울려 지내기도 했다. 두 명의 시몬(베유와 보부아르)은 - 나중에 생각해보니 애석하게 날아간 기회였지만- 친구가 되지 못했다. 보부아르는 베유에게 관심이 있었지만 그건 베유의 명석한 두뇌 때문이라기보다는 타인의 고통에 열정적으로 마음을 쓰는 자세 때문이었다. 보부아르는 베유가 중국의 기근 소식에 눈물을 흘리더라는 얘기를 듣고는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 때문에 아파할 만큼 넓은 마음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베유를 만나고 싶어 했지만 정작 만나서 대화를 나눠보고는 실망했다.
베유는 혁명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고, 보부아르는 삶의 이유를 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95쪽)
약간의 선입견과 추구하고자 하는 입장의 차이 때문에 둘이 친구가 되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쉽다.
어쩌면 그때 너무 이른 나이에 그들이 만난 탓도 있었을터!
암튼 보부아르의 생애를 따라가다 보면, 유명한 인사들이 종종 튀어 나온다.
그 중 보부아르에게 빠질 수 없는 존재 사르트르는 4장-비버와 고등사범학교 친구들 편에서 드디어 등장하게 된다.
나는 보부아르가 사르트르와 극적으로 처음 보자마자 서로의 지적임에 이끌렸다고 짐작하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사르트르 이전에 르네 마외라는 남자를 먼저 알게 되었고, 매력에 빠져 흠모하고 있어 좀 놀랐다. 마외가 보부아르가 평생 달고 다니게 된 별명 ‘비버‘를 지어준 장본인이란다.
마외와 사르트르는 비교가 많이 되는 대립구조였던 듯하다. 보부아르는 오로지 마외만 눈에 들어왔지, 사르트르에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고. 사르트르는 키가 160 센티도 안되고, 추남이라고 묘사되어 있다. 하지만 언변이 뛰어났던 듯하다.
하지만 사르트르는 천재이긴 하지만 약간 권위적이었던지 비정하고 냉담하기로 소문이 나 평판도 좋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니 보부아르도 눈길이 가지 않았을지도?
하지만 사르트르는 보부아르의 매력에 푹 빠져 호시탐탐 보부아르에게 먼저 구애를 했던 듯 하다.
교수자격시험에서 낙방한 마외는 파리를 떠나버렸고, 사르트르는 절호의 기회를 얻은셈이었다.
천재가 천재를 자주 만나 대화를 한다면?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지 않을까?
사르트르는 보부아르에게 자기 마음을 보여 주기에 바빴고, 그를 알고 지낸 13일 동안 보부아르는 그가 본인에게 특별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았고, ˝이해하고, 내다보고, 사로잡은˝ 나머지 그와 함께 있고 싶은 ˝지적 욕구˝가 생길 지경이라고 일기에 썼다.
(121쪽)
회고록에는 사르트르와 함께하면서 난생처음 ˝지적으로 누군가에게 뒤처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썼다. 이 열등감은 그 유명한 뤽상부르 공원 메디치 분수에서 보부아르와 사르트르가 나눈 대화 이후 더 심해졌다. 보부아르가 털어놓기를 그때까지 자신의 고유한 도덕론을 구축해 왔지만 사르트르가 그 도덕론을 무너뜨렸고 결과적으로 보부아르는 패배를 선언했다. 보부아르는 나중에 이때 느낀 실망을 떠올리고 겸손하게 되돌아보면서 이렇게 쓴다. ˝나는 자부심보다 호기심이 더 컸다. 나를 과시하기보다는 더 많이 배우고 싶었다.˝
(124쪽)
개인적으로 보부아르의 마지막 말이 너무나 훌륭하고 더 없이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이 겸손 발언으로 수십 년간 페미니스트들을 당혹스럽게 했다고 적혀 있어 좀 의아했다.
정확한 상황들은 알 수 없지만, 천재가 천재를 만나 상대방의 지적인 모습과 지식에 감화되어, 인정해 준다는 것은 그냥 천재가 아니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든다. 어린 나이지만 보부아르의 인성도 아주 훌륭했음이 입증되는 순간으로 보여지는데, 옛날 그 상황은 또 내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보부아르는 사르트르에 대한 굴복과 패배가 아닌 분명한 인정과 지적인 자극이었다고 본다.
나 보부아르님께 눈이 너무 멀었나??
오늘의 보부아르님 독서기록 끝.
※오늘은 책 인증샷 찍지도 않고, 그냥 읽었네요.
며칠 전 찍어 둔 게 있어, 이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밥책용 사진으로 채소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 책을 읽다가 포기했던 날이었죠.
라면 뿔까봐 빨리 먹어야 하고, 책을 읽어도 뭔 내용인지 안 들어오고...정신 없는 와중에 책에 라면 국물까지 튀어버려 맴찢!!!
이렇게 밥과 책은 당분간 연구가 더 필요할 것 같다는 결론의 사진입니다.
책 읽을 때는 라면 먹지 마세요!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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