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부로 넘어가니 웬트워스 대령과 앤 앨리엇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숨 가쁘게 문장을 읽고 책장을 넘기기 바빴다.
오스틴의 소설은 늘 이렇구나!
초반부 아...무슨 내용인 건가?
인물들이 너무 많이 등장하고, 각자 할 말을 반 페이지 넘게 뱉어 내니 이 사람이 저 사람 같고, 저 사람이 이 사람 같아 정신이 없다가, 중반부쯤 들어서야 서서히 윤곽이 잡히면서 집중하게 되고, 후반부는 책장이 막 넘어간다.
수하님이 얼마 전 말씀하신 울프의 문장이랑 정말 딱 맞다.
묘한 지루함과 묘한 아름다움이 있는 오스틴의 소설!
읽을 때는 지루하지만, 다 읽고 나면 주인공들에게 스며들어 있어, 나는 또 별 다섯 무조건 선사한다. 나는야 마구 별 뿌리는 사람!
그래도 오스틴이니까 가능한 것이다.

웬트워스 대령의 결정과 고백은 조금은 예상 가능하긴 했는데, 내가 예상했었던 ‘질투‘의 대상이 완전 뒤바뀌어 있어 조금 놀랐다. 루이자를 이용하여 앤의 질투를 끄집어 내려고 했던 것으로 여겨 조금 야비하다고 생각했었는데, 훗날 루이자에겐 조금도 마음이 없었다고 친밀감이 과했던 것이라 말을 둘러대는 자기 변명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엘리엇이 앤 주위를 맴도는 것을 보고 본인이 질투를 했노라 솔직하게 고백하는 모습은 조금 예뻐 보였다. 역시 질투가 사랑의 밀당이롤세!!!!
잠자냥님의 얼마 전 ‘질투‘란 주제의 리뷰를 읽었던지라, 더욱 ‘질투‘에 꽂혀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고 나니 프레이야님과 바람돌이님의 웬트워스 대령의 처지에 조금 공감되더란 그 말에 나 또한 조금 공감되긴 했다. 이 책은 ‘설득‘하려는 능동적인 행위가 아닌 ‘설득‘ 당한 수동적인 행위로 인해 두 사람의 분노와 섭섭함과 아쉬움 그리고 미련이 고스란히 피부에 와 닿아 나의 과거가 떠오르기도 하여 책을 덮고 나니 아스라히 마음이 찡~하기도 했다.
설득당한 나를 원망했던 그 친구는 아직도 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려는지? 에혀~ 시간이 흐른지가 언젠데, 모든 걸 잊고 잘 먹고 잘 살고 있겠지!

주절주절 감상 기록이랑 밑줄 긋기의 내용은 너무 다르다는 걸 이제 깨달아, 몇 자 더 기록해 둔다면...
<다락방의 미친 여자>책에 언급된 문장들이 눈에 띈 문장들, 그리고 오스틴이 얘기하는 듯한 느낌의 문장들에 밑줄을 그었다.
밀줄은 더 많이 긋긴 했지만, 여기까지!!
오스틴 작가 넘 좋아하는 거 티 내고 싶지 않으니까!



"맞습니다." 앤이 말했다. "맞는 말씀이에요. 제가 기억을 못 했네요. 그렇다면 하빌 대령님, 이제 뭐라고 말을 할까요? 변화가 외부 상황에서 온 것이 아니라면 내부에서 온 것이겠지요. 벤윅 대령의 경우엔 본성, 남자의 본성인 거죠."
"아니, 아니에요, 그건 남자의 본성이 아니지요. 지조 없이 사랑하는, 혹은 사랑했던 사람을 잊는 것이 여자의 본성이 아니라 남자의 본 - P308

성이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 반대라고 믿어요. 우리의 신체적 구조와 정신적 구조엔 진정한 유사성이 있다고 믿으니까요. 남자의 신체가 더 강하듯이 감정도 더 강하니. 그만큼 고된 일도 견딜수 있고 거친 풍파도 헤쳐나갈 수 있는 것이지요."
"남자의 감정이 더 강할지도 모르죠" 앤이 대답했다. "하지만 바로그 유추의 관점에서 보자면 여자의 감정이 더 섬세하다고 주장해도 무방하겠지요. 남자가 여자보다 강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더 오래살지는 않잖아요. 그게 바로 제가 보는 남자들 애정의 성격이에요. 아니 그렇지 않다면 당신네에게 너무 힘든 일이겠지요. 당신들은 힘들고 궁핍하고 위험한 상황도 감당해야 하고, 항상 열심히 일하느라 고생하고 온갖 위험과 고난에 노출된 삶을 사니까요. 집과 친구, 고국을 떠나서 지내는 데다, 시간도 건강도 목숨까지도 자신의 것이라고 할수 없지요." 앤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이 모든 것에 여자같은 감정까지 더해지면 정말 너무 힘들 거예요."
"우린 절대 이 문제에 타협점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하빌 대령이말을 하려는데, 지금껏 쥐죽은 듯 조용하기만 하던 웬트워스 대령 쪽에서 뭔가 소리가 들려 그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의 펜이 떨어지면서 난 소리였을 뿐이지만, 앤은 그의 자리가 생각보다 더 가까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두 사람에게 정신이 팔린 그가 무슨 얘길 하는지 들으려고 하다가 펜이 떨어진 게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말소리를 알아듣지는 못했을 거라고 앤은 생각했다.
"편지는 다 썼나?"
"아직 몇 줄만 더 쓰면 돼. 오 분이면 될 걸세." - P309

"아!" 앤이 열렬한 목소리로 탄성을 내지르며 말했다. "당신이, 그리고 당신 같은 남자들이 느끼는 모든 것을 온당하게 대접할 수 있길바랍니다. 다른 사람의 따뜻하고 신실한 감정을 하찮게 본다면 벌받을 일이겠지요. 제가 감히 진실한 애정과 절개는 오로지 여자들만의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경멸받아 마땅할 겁니다. 아니, 저는 남자들이 - P311

결혼해 살면서 온갖 위대하고 선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어요. 꼭 필요한 일을 위해 애쓰고, 가정에서 참을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답니다. 다만, 이런 표현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대상이 있는 한 그렇다는 얘기지요. 제 말은 당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살아 있고, 그 여자가 당신을 위해 사는 동안에 한해서라는 거예요. 제가 여자들을 위해 주장하는 특권이란 - 별로 시기할 만한 게 아니니 탐내실 필요는없어요-더이상 대상이 존재하지 않아도, 희망이 사라져버린 뒤에도 여자는 남자보다 더 오래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곧바로 다음 말을 할 수 없었다. 가슴이 벅차 숨을 쉬기도힘들었다.
"당신은 선한 영혼을 가지셨군요." 하빌 대령이 다정하게 앤의 팔에 손을 얹으면서 외쳤다. "당신과는 논쟁을 할 수가 없네요. 게다가 벤윅을 생각하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답니다."
-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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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25 0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설득 엔딩 슬픕니다 ㅜ.ㅜ

다코다 존슨 주인공인 영화 설득 꼭 보세요
화면 연기 영상 모두 쵝오!^^
넷플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책읽는나무 2022-11-25 00:22   좋아요 1 | URL
영화도 같이 조금씩 보고 있었어요. 다코다 존슨 배우 덕에 앤 엘리엇 주인공을 가장 최고 캐릭터로 등극시켰습니다.
너무 사랑스러워요^^

근데 왜 엔딩이 슬픈가요?
제가 잘못 읽은 건가?
아리쏭 하네요??

scott 2022-11-25 00:24   좋아요 1 | URL
아뇨 나무님이 읽으신거 정확 합니다

다만 작가 오스틴이 많이 아팠을 때(아마 현대의학으로 추측해 보면 신장 결석증을 앓음) 써서 기냥 제가 작가의 맘 상태에 빙의를 ㅎ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11-25 00:35   좋아요 1 | URL
아...^^;;;
연보에서 읽은 것 같긴 합니다.
<설득> 초고 때부터 건강 악화가 되었다고ㅜㅜ
그럼 설득 소설을 써 내려간 그 시간들이 병마와의 싸움이었겠군요.
또 그렇게 생각해 보면 슬플 수도 있겠어요.
전 마지막 문장이 좀 찝찝해서 왜 이렇게 끝맺었을까? 싶긴 했었어요.
역사적으로 전쟁이 끊이지 않으니 여지를 둔 것인가? 그런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스콧님이 그 부분 때문에 슬프다고 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슬프게 읽어야 하는 대목을 나는 너무 무덤덤하게 읽은 건가? 생각했네요^^;;;

건수하 2022-11-25 09:24   좋아요 2 | URL
스콧님 댓글을 보고 나니
확실히 <설득>에는 그 전의 작품들에 있는 유머러스함은 좀 적은 것 같습니다. 작가가 힘들어서 그랬을까요... 얼마 남지 않았다 생각해 좀더 솔직하게 쓴 것 같기도 하네요.

책읽는나무 2022-11-25 09:45   좋아요 2 | URL
금방 설득 영화도 다 봤네요.
영화의 마지막 엔딩 장면은 참 아름답네요^^

어젠 다 읽고 자려고 누웠는데 오스틴의 <설득>을 써 내려갔을 때,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었고,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설득이 개인적인 경험담이랑 비슷한 것 같아 웬트워스의 어떤 대화가 은근 불편했었는데, 그게 갑자기 비수가 되어 눈에서 물이 조금 나오더라구요ㅋㅋㅋ
아...설득의 후유증은 좀 깊네요^^;;;

건수하 2022-11-25 09:48   좋아요 2 | URL
눈에서 물이... ^^;;

참, 저도 루이자에게 조금도 마음이 없었다는 말에는 공감이 안되더라구요. 그리고 그랬다면 그건 루이자한테 너무 한 거 아니냐며... 웬트워스 그 부분에서 마이너스였어요 :)

책읽는나무 2022-11-25 10:36   좋아요 1 | URL
남의 말 한 마디에 어떻게 마음이 흔들릴 수 있냐고 원망하며 한숨 쉬던 목소리가 평생 잊혀지지 않았었는데, 루이자 앞에서 앤 뒷담화 하던 웬트워스의 대화가 뜨끔!!!! 잊고 있었던 과거가 떠올랐었는데 수하님이 얘기하신 굉장히 현실적이다라는 말씀이 떠오르면서 오스틴 소설 중 설득을 읽으면서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아났었네요ㅋㅋㅋ

루이자는 이용당한 거죠??
아니...루이자의 마음을 훔쳐 놓곤??
그런데 여친을 잃어 상심하고 있던 벤윅 대령과 갑자기 사랑의 작대기가 연결되어 놀랐네요?
오스틴 소설을 읽다 보면 한 번씩 이게 말이 돼? 싶을 정도로 갑자기 급하게 사랑의 작대기가 얼토당토 않게 연결이 되어 놀라움을 금치 못할 때가 있어요. 오스틴 작가가 급하게 마무리를 지으려고 그랬던 건지? 아님 그 시대 연애 풍조가 그랬던 건지? 여튼 결말부분에선 약간 바람 난 듯한 커플들이 종종 눈에 띄어요^^;;;

서니데이 2022-11-25 2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문학동네에서 나온 제인 오스틴 책이군요.
문학전집에도 들어가는 책이라서 그런지, 여러 출판사에서 나오는데 이 책도 표지가 괜찮네요.
다음주부터는 날씨가 추워진다고 해요.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22-11-27 07:46   좋아요 1 | URL
오스틴의 소설 종류가 정말 많죠?
번역을 보고 픽을 해야 하는데 전 책 표지를 보고 선택을 하다 보니, 이것 참....^^;;;;
전 민음사보다는 개인적으로 문학동네 고전 시리즈를 좋아하는 편이라 이왕이면 그 쪽을 선택하는 편인데요. 마침 책 표지도 예뻐 만족했어요^^
어제 조금 춥기 시작한 것 같았어요.
아침에 외출할 일이 있어 나갔었는데 가을 코트 입고 있어서 혼자 추워 덜덜 떨었네요ㅜㅜ
암튼 서니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바람돌이 2022-11-25 23: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제인에어로 넘어왔습니다. 어린 시절 제인에어 걸 크러쉬 작렬! 맘에 들어요. ㅎㅎ 세상은 그래 나에게 부당한 세상이면 이렇게 싸워야지 하면서 막 응원하면서 보고 있어요. ㅎㅎ

유부만두 2022-11-26 14:00   좋아요 2 | URL
제인에어 깡다구 좋죠?! 다크 버전의 빨간 머리 앤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너무 불쌍하다가 ....얘가 사랑을 하면서 물렁해져서 좀 그랬어요. (스포 죄송합니다) 늙은이한테 왜 반하고 그러냐고요!!!!

책읽는나무 2022-11-26 15:24   좋아요 1 | URL
바람돌이님 제인 에어, 브론테 자매 월드로 입성하셨군요??^^
걸 크러쉬!! 딱 맞는 표현이네요?
근데 만두님 말씀처럼 에어가 어른이 되면서 성숙해지긴 했는데 너무 성숙? 사랑 앞에선 어릴 때 에어 맞나??? 저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꼭 그 남자여야만 했는가?ㅋㅋㅋ
앗!! 계속 말하면 안되겠어요.
자꾸 스포를!!!ㅜㅜ
바람돌이님 제인 에어 다 읽으시면 우리 다시 모여 뒷담화?? 아니 아니 우아하게 감상평을 빙자한 뒷담화 합시다ㅋㅋㅋ

유부만두 2022-11-26 13: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티 내 주세요! 오스틴을 사랑하는 게 죄는 아니잖아요?! (그 불륜남 흉내내는 거 아님요)

책읽는나무 2022-11-26 15:18   좋아요 0 | URL
사랑하는 게 죄는 아니잖니??
갑자기 부부의 세계...ㅋㅋㅋ
오스틴 도장 깨기...이제 사다 놓은 책 중 <엠마>만 읽음 오스틴 사랑한다고 동네방네 소문 내겠습니다ㅋㅋㅋ
근데 <엠마> 는 두 권이네요?
바쁜데...ㅜㅜ
 

앤과 웬트워스 대령은 8 년 전만 해도 결혼까지 할 뻔한 연인관계였다. 하지만 앤의 주변 사람들의 반대로 인해 앤은 무일푼이었던 웬트워스 대령을 차버렸다.ㅜㅜ
웬트워스 대령은 앤 엘리엇이 자신의 의지가 주변 사람들의 감언이설에 설득 당하여 자신을 매몰차게 차버렸다는 것에 크나큰 상처를 받고 8 년을 이를 갈고 살아왔던 듯 하다.
8 년만에 재회를 했는데 앤을 향해 내던진 말이 겨우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변했다‘라고 말했다.
동생에게 전해 듣고 굴욕을 느낀 앤.ㅜㅜ
앤은 웬트워스 대령을 변함없는..되려 더 멋있게 변했다고 생각하고 있었건만....
나는 이 대목에서 앤에게 견딜 수 없는 감정이입을 하게 되었다.
이제 서서히 아침 드라마를 보는 듯한 짜릿함이 점점 끓어 오르고 있다.
아!! 내가 만약 8 년 전 헤어진 애인에게서 그런 소릴 듣게 된다면? 그리고 남남처럼 피아노 치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차가운 의무감으로 똘똘 뭉친 예의바름으로 자리를 양보해 받는다면?
아....나는 그 자리가 너무 불편하고, 힘들고, 굴욕적일 것 같다.
웬트워스 대령은 아내를 찾으러 뭍으로 왔다지만, 앤을 욕보이기로 작정하고 온 듯하다.
아...못난 사람!!!!
앤!!!
앤 힘을 내요. 슈퍼 파월~
내가 계속 읽어 줄게요!!!!



그러나 그 어떤 지혜를 동원해도 막을 수 없었던 또다른 질문에 대해서는 그리 오래 마음을 졸이지 않아도 되었다. 머스그로브 자매가되돌아와 방문을 마치고 떠난 뒤 메리가 전한 말 덕분에, 자연스럽게그 답을 얻었기 때문이었다.
"앤, 나한테 그렇게도 마음을 써주던 웬트워스 대령이 언니한테는별로 친절하지 않던걸. 우리 집에 다녀가고 나서 헨리에타가 언니에대해 물었더니 ‘너무 변해서 못 알아볼 정도였다‘고 했다지 뭐야."
메리는 평소에도 언니의 감정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지만, 지금자신이 어떤 상처를 주고 있는지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했다.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변했다니!‘ 앤은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굴욕감을 말없이 삼키며 그 말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의심할 여지없이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의 모습은 변함이 없었기에, 혹은 변했다 하더라도 나쁜 쪽으로 변한 것은 아니었기에 똑같은 말로 앙갚음을 해줄 수도 없었다. 그가 그녀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었다. 앤도이미 인정하고 있었고, 달리 생각할 수도 없는 사실이었다. 아니, 그녀의 젊음과 생기를 앗아간 그 세월은 그의 매력을 손상시키기는커녕, 오히려 빛나고 당당하며 남자다운 풍모를 더해주었을 뿐이었다.
앤의 눈에 그는 과거의 프레더릭 웬트워스 그대로였다.
‘알아보지 못할 만큼 변해버렸다! 이 말은 그녀의 마음에 남아 지워지지 않았다. 그러나 앤은 곧 그 말을 들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 - P83

시작했다. 그 말로 인해 정신이 들었고 떨림을 가라앉혔으며 마음을다잡았으니 이제 그녀도 더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프레더릭 웬트워스가 그런 말을 아니 그 비슷한 말을 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말이 앤의 귀에까지 들어가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앤의 얼굴이 전보다 못하게 변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누군가 자신의 생각을 물어온 순간 느낀 대로 말해버렸던 것이다. 그는 앤 엘리엣을 용서하지 못한 상태였다. 앤은 그에게 잘못을 저질렀으며 그를 버리고 실망시킨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견딜 수 없었던 건, 그런 행동에서 드러난 그녀의 나약한 성격이었다. 매사에 단호하고 자신감 있는 성품의 그로서는 정말이지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앤은 다른 사람의 뜻에 따라 그를 저버렸다. 그것은 도가 지나친설득의 결과였고, 나약함과 소심함의 결과였다.
그는 너무나도 열렬히 앤을 사랑했고, 그녀와 헤어진 이후로도 그녀만 한 여자를 만나지 못했다. 얼마간 궁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수 없다 해도 앤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에 대한 그녀의 영향력은 영영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현재 그의 목표는 결혼이었다. 부자가 되어 뭍으로 돌아왔으니, 적당히 마음이 동하기만 하면 그 즉시 정착을 하리라 굳게 마음먹은 터였다. 그리고 그는 실제로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자신의 냉철한 사고와 예리한 취향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빨리 사랑에 빠질 요량이었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아준다면 머스그로브 가의 두 딸 중 어느 쪽이든 좋았다. 간단히 말해 누구든 붙임성 있고 젊은 여성이 나타나면 당장 마음을 줄 생각이었다. 단, 앤 엘리엇은 제외였다. 물론 이것은 그 - P84

자신만이 아는 단 하나의 예외조항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런저런 추측을 하는 누이의 말에 이렇게 대답했던 것이다.
"그래요. 소피아. 바보 같은 결혼을 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어요. 열다섯에서 서른까지 어떤 여성이든 원하기만 하면 나를 차지할 수 있지요. 약간의 미모에다 미소 몇 번 지어주고, 해군에 대해 몇마디 칭찬만 해주면 난 이미 넘어간 상태일 겁니다. 이것저것 가릴 만큼 여자들을 만나보지 못한 뱃사람에게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8?"
동생이 누이의 반박을 예상하면서 한 말이라는 것을 그녀도 알고있었다. 그의 도도하게 빛나는 눈에는 자신의 까다로운 취향에 대한자신감이 깃들어 있었다. 그러나 막상 좀더 진지하게 원하는 여성상을 얘기하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는 앤 앨리엇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않았다. ‘다정다감하면서도 강인한 성품이 그가 원하는 전부였던 것이다.
"그런 사람이 제가 원하는 여자예요." 그가 말했다. "물론 조금 모자라도 봐줄 수는 있지만 너무 많이는 안 되죠. 이런 제가 어리석다하시면, 전 기꺼이 어리석은 사람이 되겠습니다. 이문제에 관해서라면 웬만한 남자보다 더 많이 생각해보았으니까요." - P85

에게 말을 걸기도 했다. 춤이 끝나서 앤이 연주하던 자리를 비웠을때, 그가 머스그로브 자매에게 어떤 곡조를 들려준다며 그 자리에 앉았다. 앤이 무심코 그쪽으로 돌아오는데 그녀를 본 그가 곧바로 일어서며 깍듯이 예의를 차려 이렇게 말했다.
"실례했습니다. 여긴 당신 자리지요." 앤이 곧장 단호하게 부인하며 물러섰지만, 그는 다시 자리에 앉으려 하지 않았다.
앤은 그런 표정과 말을 더는 접하고 싶지 않았다. 그의 차가운 정중함과 딱딱한 예절은 그 무엇보다도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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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22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뭘 그렇게까지.... ㅎㅎ 웬트워스 대령도 지금 어떻게 할지 모르는.... 나중에 보면 웬트워스 대령이 절망했던 부분이 나오는데 전 좀 공감이 갔어요. 설득에서는 제인 오스틴 전매 특허로 나오는 니킥을 유발하는 인간이 없다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물론 앤의 아버지와 언니가 좀 얄밉긴 하지만 뭐 그정도는 참을만했어요. ^^

책읽는나무 2022-11-22 21:38   좋아요 0 | URL
웬트워스 대령 지금 앤이랑 루이자 자매들이랑 저울질 하는 것인가? 앤을 계속 지켜보며 앤 주변을 맴도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더 읽어봐야 겠지만, <설득>이 오스틴 소설 중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전 그동안 <노생거 수도원>이랑 노리스 이모 덕분에 <맨스필드 파크> 를 <오만과 편견>이랑 같은 순번에 놓고 있었거든요.
<설득>도 빨리 읽어 결과를 알고 싶네요^^
근데 바람돌이님 말씀 듣고 보니 <설득>에선 니킥 유발 캐릭터가 없네요? 전 한 번씩 웬트워스 대령에게 넋나간 루이자 자매가 좀 거슬리기도 하고, 늘 불평불만 많은 앤 동생 메리도 살짝 이해가 안가기도 했고, 앤 빼곤 앤의 가족들이 다 좀 이상해 보이기도 했네요ㅋㅋㅋ

유부만두 2022-11-26 14:02   좋아요 1 | URL
전 앤 동생 메리의 징징거리는 모습이 너무 미웠는데요...실은 독박 육아에 지친 엄마가 이렇지 싶었어요.

웬트워스 대령 밀당하는 거 혼자 속으론 애태운거 너무 깨소금이에요. 아 달달하다....이런게 연애소설 읽는 맛이죠.^^

책읽는나무 2022-11-26 15:01   좋아요 0 | URL
독박육아에 지쳐 앤 언니에게 불평을 늘어놓기엔 메리는 좀 이상한 성격이던데요?? 앤의 언니도 이상하고? 아빠도 이상하고??ㅋㅋ
앤의 엄마가 살아있었다면 가장 현명한 사람이었을 것 같아요.
앤은 엄마를 닮았던 거에요ㅋㅋ

웬트워스 대령!!!
결국 앤과 연결!!
전 웬트워스 대령 얄미워서 차라리 다른 멋진 남자랑 연결되길 은근 기대했었는데, 앤 주변엔 멋진 남자가 없었던 거에요. 그게 아쉬웠어요ㅜㅜ
<설득>이 가장 심장 쫄깃한 연애 소설로 읽혔습니다^^

다락방 2022-11-23 0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슈퍼파월~ 에서 빵터졌어요. 앤 힘을 내!
책나무 님, 넷플에서 다코타 존슨 주연의 <설득> 영화도 보셨나요? 혹시 아직 안보셨다면, 책 다 읽고 보셔요. 그 영화도 엄청 좋아요!! >.<

책읽는나무 2022-11-23 11:10   좋아요 0 | URL
책 조금 읽고, 그 부분까지 밥 먹으면서 영화 찔끔 찔끔 보고 있어요. 대부분 원작 소설 영화를 그렇게 보았네요ㅋㅋㅋ
<제인 에어>만 책 다 보고 영화로 보았구요. 오스틴 소설 영화 중에서 <설득>이 가장 재밌게 다가오네요? 다른 영화들은 공부하는 자세로 보았다면? <설득>은 자꾸 영화 뒷편을 더 보고 싶어지더라구요. 이게 다 앤이 넘 사랑스러워서인 것 같아요^^
다코타 존슨 배우가 가장 잘 살려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장 최근에 봐서 기억이 생생해서 그런 것도 같고??
암튼 그에 비해 남자 주인공들은??ㅜㅜ 일부러 그렇게 캐스팅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의 비쥬얼입니다ㅜㅜ 일부러 여주에게 눈길을 가게 하기 위함인 걸까요? 아님 내가 동양인이라 서양 남자들의 외모에 편력이 있는 건지????ㅋㅋㅋ

건수하 2022-11-23 0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설득>에는 독특한 아름다움과 독특한 지루함이 있다.

오늘 아침 읽은 버지니아 울프의 <제인 오스틴> 중의 문장입니다. 무릎을 쳤답니다 ㅎㅎ
처음 읽을 때 약간 지루하다고 생각했는데 후반부로 갈 수록 좋았어요.

책읽는나무 2022-11-23 11:14   좋아요 1 | URL
아....울프도 그리 말했나요??ㅋㅋㅋ
일부 동감합니다^^
저도 이상하게 100 페이지 정도까지는 좀처럼 책장이 넘어가질 않던데 중반부 들어서면 캐릭터들이 살아 움직이는 듯 하면서 읽기에 속도가 붙더라구요?
거기다 영화까지 곁들여 짬짬이 본다면 재미가 더 있었구요.
전 저만 그런 줄 알았어요. 근데 옛날 울프마저 인정하셨다니..ㅋㅋㅋㅋ
우린 우등 독서가였네요?^^;;;

물감 2022-11-23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하님 댓글에 전적으로 동감했습니다.
뭐라 묘사하기 힘든 아름다움과 지루함의 대환장 콜라보...

책읽는나무 2022-11-23 11:17   좋아요 1 | URL
물감님도???ㅋㅋㅋ
전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중반부 넘어서면서 몰입되기 시작하고, 못된 인물들 왜 저럴까? 욕하고, 주인공에겐 분신처럼 감정 이입되어 안타까워지게 되어 다 읽고 나면 갑자기 별 셋, 넷에서 별 다섯이 되는 거에요!!
나는 그게 내가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독특한 아름다움과 독특한 지루함!!!ㅋㅋㅋ

독서괭 2022-11-23 15: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힘을 내요 슈퍼 파월 ㅋㅋㅋㅋㅋ
독특한 아름다움과 독특한 지루함이라니 ㅋㅋㅋ 뭔지 궁금해서 읽어봐야겠어요!

책읽는나무 2022-11-23 16:23   좋아요 1 | URL
오래된 유행어인데도 기억하고 계시군요?ㅋㅋㅋ
근데 괭님 오스틴 작품 안 읽으셨나요??
아...맞다!! 그때 물어보셨었죠?ㅋㅋㅋ
어떤 책을 읽어야 독특한 지루함과 독특한 아름다움을 톡톡히 느끼시려나???
아마도 벽돌책인 <맨스필드 파크>랑 <오만과 편견>이랑 <이성과 감성>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싶네요ㅋㅋㅋ
<노생거 사원>이랑 <설득>은 그나마 앞부분의 지루함이 덜한 편이랄까요? 전 이 두 권이 제일 재밌는 것 같아요.
아직 <설득>은 완독 전이긴 합니다만^^

독서괭 2022-11-23 18:34   좋아요 1 | URL
저 오만과 편견만 읽었습니다 ㅎㅎ

책읽는나무 2022-11-23 20:09   좋아요 1 | URL
설득이 좋네요.
설득!
설득!
설득!

프레이야 2022-11-23 2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 웬트워스 나중엔 이해될거예요.
남자 캐릭터들이 다들 찌질찌질 ㅎㅎ
영화도 재미있게 봤어요 설득.

책읽는나무 2022-11-23 23:14   좋아요 0 | URL
중반부쯤 읽고 있는데 웬트워스 대령 계속 앤 엘리엇 눈치를 보고 있는 것 같아 보이긴 합니다만, 영화를 조금 봤었거든요^^;;;
웬트워스 대령이 넘 못생겨서...그래서 더더 싫었나 봅니다.ㅋㅋㅋ
아니...왜 오스틴 원작 소설 영화엔 남자 배우들이 죄다 못생기고, 찌질하게 나오는 걸까요? 여배우들은 다들 이쁘고 사랑스럽던데 말입니다.
여주인공들을 부각시키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캐스팅하는 걸까요?
매번 영화 첫 장면을 기대하고 보다가 매번 남자 주인공들을 보구선 실망 실망 대실망이에요ㅋㅋㅋ
 

서문을 거쳐 <1장- 여왕의 거울> 편까지 읽었다.
긴 서문에서도 좋은 글귀들이 많아 밑줄도 긋고, 또 어김없이 고무되었었다.(늘 여성주의 책을 딱 펼쳐 서문만 읽으면 조금 흥분하고, 가슴 두근거리며, 고무된다. 커피를 마셔서 그런 것인가? 의심도 든다만, 다른 책들 서문에선 그렇지 않은 적 더 많았다는 걸 상기해 볼 적엔, 카페인 영향이 아니었다고 치자.)
그런데 제때 기록을 하지 않으니, 서문의 내용도 가물가물.
그래서 1장을 읽자마자 일단, 여전히 두서없지만 기록해야겠다 싶어 또 쓴다.^^

1장에서 딱 눈에 띄는 ‘펜은 음경이다‘ 이 문장으로 처음엔 좀 웃었다. 왜냐하면 너무 비약적이고, 얼토당토 않은, 그래서 살짝 자격지심으로 비춰지는 문장으로 비유된 듯해 보였기 때문이다. 왜 굳이 그렇게 보아야만 하는 것일까?
펜이 왜???
펜을 왜???
어이없어 하며 읽었는데,
읽다 보니 웃음기는 곧 사라지게 되고,
좁은 이마엔 가로 주름, 양미간엔 세로 주름골이 깊어졌다.
충분히 설득 될 수 있고, 일리있어 보이는 문장들이 차례 차례 기다리고 있었다.

펜은 음경이어 그 펜이 적어 나가는 글과 문장들이 모여 한 권의 창조물(시나 소설등)이 생산되면 그것은 곧 자식으로 간주된다고 한다. 그럴 수 있지! 예술가들이 본인의 머리에서 고통스럽게 짜내어 다듬어진 창조물과 예술품들을 모두 다 자신들이 잉태시킨 자식같다고들 공공연하게 지금도 쓰이고 있는 말들이니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헌데 무엇이 문제인고 하니, 그 시절 남성 작가들이 피력했던 것은 펜은 음경이기에 남성들만이 자식을 잉태할 수 있는 영역(소설이든 작품을 쓸 수 있는 영역)이라고 규정짓고, 여성들은 아둔하여 글을 쓰면서 창조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고 속박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러니까 그 음경이란 펜은 여성은 쥘 수 없는 물건이었으며, 남성들만이 가질 수 있는 신성한 물건으로 간주한 것이다.
아둔하고 불결하고, 괴물같은 존재의 여성들은 그 흔한 펜을 쥐며 본인의 생각들을 드러내 쓴 글은 일부러 폄하시켜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자식 생산은 여성은 할 수 없고, 남성만이 자식 생산을 할 수 있다는 말인데....자궁이 없는 남성들의 젠체하는 밑도 끝도 없는 논리가 정석으로 통했던 그 시기를 상상하면 명치 끝이 답답해 오는데, 그 시절 똑똑한 여성들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이런 말 하는 것도 이젠 입이 아플 뿐이다.

작품의 통일성이나 완전성의 계보의 연결은 저자-작품, 처음-중간-끝 또는 텍스트-의미, 독자-해석 등에 의해 유지된다고 하는데, 이 모든 것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사상이 계승, 부권, 위계질서의 이미지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교육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교육으로 인해 어릴 때부터 사고를 하며, 그 사고가 확장되어 인격이 형성된다.
가부장적 부권으로 점철된 위계질서로 똘똘 뭉친 문학적 부권 은유를 통한 글들을 읽고, 세뇌된 사람들의 눈과 머리는 절로 여성은 ‘건방지고‘, ‘주제넘고‘, ‘구제불능이고‘, ‘결함‘으로 가득 찬 사람의 종 그러니까 절로 괴물적인 신화로 인식되어 버렸다.
그렇게 옷에 스며들 듯, 사람들의 뇌속으로, 무비판적으로 스며들어, 여성의 이미지가 그렇게 굳어 버린, 그래서 무의식중으로 받아들이는 인격으로 갖춰진 것이다.
그래서 아무 것도 갖춰지지 않은 ‘0 (제로)‘이 여성이란다.

신화 속 여성의 이미지와 백설공주 이야기도 좀 흥미로웠다.
그렇게 인식하지 못하고 읽어 온 이야기들이어 뭔가 이상하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도 정확히 그게 무엇인지 잘 몰랐었는데 책에선 속 시원하게 비평하며 풀어주어 이해가 잘 간다.

릴리스(아담의 첫 부인) 신화 이야기에서는 아담과 동등하다고 판단한 릴리스는 복종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달아나버렸다. 신의 사자인 천사가 너의 악마 자식 100 명을 죽여버리겠노라~ 협박했으나, 릴리스는 징벌을 선택할지라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이걸 두고 릴리스의 저항은 가부장적 문화에서 있을 수 없는 행위, 아주 건방진 위험한 행위로 간주하여 자식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무정한 여성으로 무시무시한 틀에 가두었다.
그리하여 최초의 여성 혁명가일 수 있었던 릴리스는 큰 죄악을 저지른 그저 자기 주장만 강했던 여성으로 남성의 펜으로 묘사되어 기록으로 남겨졌다.
최초의 인간 아담과 릴리스, 이브가 있었다면 릴리스는 그 중 최초의 여성 혁명가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대목에 눈길이 간다.

백설공주 편에서도 새롭게 알게 된 부분들이 많아 신선했다.
백설공주는 젊은 여성이고, 새엄마는 나이 든 여성으로 등장시켜 두 여성을 대립시킨다. 거울 속 목소리는 왕 즉, 가부장 아버지(남성)인 것이다. 아버지는 순수하고 어리고 예쁜 백설공주를 이뻐한다. 이유는 순종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엄마는 시기심 많고, 탐욕스럽고, 자기 불만으로 똘똘 뭉친 욕망 덩어리로 묘사하는데 실은 자기 주장이 강하여 자신의 말에 복종하지 않는 여성이어 거울의 목소리로 새엄마를 계속 이간질하고 조종하여 둘을 대립시켜 새엄마를 파멸시켜 버린다.
독이 든 사과를 먹고 잠깐 졸도한 백설공주는 유리관 속에 눕히게 되는데, 그 형상을 하나의 전시품이 되었다고 비판한다.
독이 든 사과를 뱉어내어 목숨을 건진 백설공주는 난쟁이들의 하녀 역할을 줄곧 했었던 상황을 벗어나 왕비가 되어 성으로 들어가게 되어 해피엔딩의 서사로 대미를 장식하지만, 백설공주는 자기 목소리가 없는 순종적인 여성이기에 가부장 성으로 끌려 들어가 결국 죽을 때까지...ㅜㅜ
아!! 그렇게 슬프게 끝나는 동화가 백설공주 이야기였던 것이다.ㅜㅜ

이렇게까지 가학적이고, 기묘한 이야기들을 끝도 없이 만들어 내고, 고통을 주려는 행위들을 보다 보면,
어쩌면 보부아르의 말이 맞는지도 모를 일이라고 보아진다.
˝남자가 여성에게 투사하고 있는 것은 바로 육체적 우발성에 대한 남성 자신의 공포˝
꿰뚫어 본 보부아르의 통찰력에 공감될 수밖에 없다.

꽤 두꺼운 두께의 책이라, 무척 겁을 먹고 읽기 시작한 책이건만,
꽤나 재밌다.
갈 길은 멀지만, 천천히 하지만, 빨리 읽어야 한다.







 ‘시란 자연을 비추는 거울이다‘라고 정의하는 모방 미학은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시작해 필립 시드니, 셰익스피어, 벤 존슨으로 이어진다. 이 정의가 의미하는 바는, 시인이란 작은 신처럼 또 다른 우주, 즉 (실재의 그림자를 실제로 붙잡아두는 것처럼 보이는) 우주의 거울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상상하는 또는 통합하는 힘‘이라는 콜리지 - P76

의 낭만주의적 개념도 ‘무한한 나라는 존재의 영원한 창조 행위‘를 반향하는 남성의 생식력에 대한 것이다. 음경을 연상시키는 러스킨의 ‘관통하는 상상력‘은 ‘소유권 획득을 위한 기능‘이며 새로운 경험의 싹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올릴 요량으로 뿌리를 붙잡아 베어 취하려는 ‘관통하는 […] 마음의 혀‘다.  - P77

마지막으로, ‘소유권‘이나 소유 개념이 부권 은유 안에 새겨져 있다는 사실은 이 복잡한 은유의 또 다른 의미를 밝혀준다.
저자/아버지가 작품과 독자의 관심을 소유한 자라면, 그는 (자기 머리에서 나온 자식들, 종이에 잉크로 구체화시키고 천과 가죽으로 ‘장정한‘) 작품의 백성이라고 할 인물, 장면, 사건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문인‘은 저자이기에, 신과 마찬가지로 아버지이자 주인 또는 지배자이며 소유자다. 서구 사회가 그 용어를이해하는 방식에 따르자면 그는 정신적 유형의 가부장이다. - P79

오스틴식의 새침 떠는 아이러니는 부족하지만 핀치가 보인 격렬한 저항은 홉킨스가 캐넌 딕슨에게보낸 편지에서 언급한 문학적 부권 은유의 핵심을 찌른다. ‘펜을 드는 여자‘는 건방지고 ‘주제넘을‘ 뿐만 아니라 전적으로 구제 불능인 존재다. 어떤 미덕도 그녀의 건방진 ‘결함‘을 메울 수없다. 그녀는 자연이 내리그은 경계선을 괴물처럼 횡단해버렸기 때문이다. - P80

‘문학이란 여성의 일이 아닙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문학에서의 부권 은유는 (사회학적으로도 생리학적으로도 불가능하기에) 여성이 문학에 관여할 수 있없음을 암시한다. 남성의 섹슈얼리티가 문학 권력과 끈끈하게 연관되어 있는 반면,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19세기 사상가 오토 바이닝어의 표현에 의하면) ‘여성‘ 문학 권력이 없기에 ‘존재론적 실재를 [남성과] 공유하지 못한다‘는 사고로 이어진다.
부권/창조성 은유가 나타내는 암시는 또 있다. 여성은 문학의 대상일 뿐만 아니라 관능의 대상으로서 남성의 행위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만 존재한다는 (바이닝어와 사우디의 편지에 공히 드러나는) 생각이다. 앤핀치의 또 다른 시 한 편은 숱한 문학이론들에 숨겨진 가정을 탐색한다.  - P81

조앤 디디온이 말했듯이 ‘글쓰기란 공격이다. 왜냐하면 글쓰기는 ‘하나의 강제이며 [・・・] 누군가의 가장 사적인 공간을 침략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존재의 탄력성은 문학에 몰입함으로써 촉진된다‘는 리오 베르사니의 주장에 견주어보면 디디온의 말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수많은 여성 문인들의 ‘가장 사적인 공간‘을 침략해온 남성의 구성물을 철저하게 연구하려면 수백 페이지가필요할 것이다. 실제로 다수의 뛰어난 책들이 이 연구에 바쳐졌다. - P99

릴리스 이야기가 암시하는 바는 가부장적 문화에서 여성의 말과 여성의 ‘주제넘음‘ (남성 지배에 대한분노에 찬 저항)은 불가분하게 뒤엉켜 있으며 필연적으로 악마적이라는 것이다. 인간 사회에서는 물론 심지어 성경의 반半신적인 공동체 연대기에서도 배제당한 릴리스는 여성이 자신을 자리매김하고자 할 때 지불해야 하는 대가를 보여준다. 실로 끔찍한 대가다. ‘달아났기 때문에, 그리고 명명하는 행위에 암시된 문학의 권위를 감히 강탈하려 했기 때문에, 릴리스는 복수(아이 살해)에 갇히고 이로써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죽이는 고통으로) 더욱더 고통스러워지는 저주를 받았다. 게다가 이 혁명이 오로지 한 여성에 의해 발생했다는 사실은 그녀의 무력함과 소외를 강조해준다. 왜냐하면 릴리스의 저항은 거부와 떠남의 형식을 띠고 있어서 사탄처럼 적극적이라고 하기에는 고작 도망쳐 달아나는 것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 P123

우리는 오로라 리나 메리 엘리자베스 콜리지 같은 여성 작가들이 남성 텍스트의 감옥에서 여성의 펜으로 탈출하고자 노력하는 가운데 그 출발점에서 자신을 ‘천사-여자‘와 ‘괴물-여자‘
로 번갈아가며 정의하는 모습을 목도할 것이다. 우리는 또 백설 공주나 사악한 여왕처럼, 이들의 초기 욕망이 양가적임을 보게 될 것이다. 이들은 가부장제의 유리관속에서 숨 막히게  - P136

끼는 코르셋으로 자기 자신을 옴짝달싹 못 하게 조이거나, 거울밖으로 나와 불같은 죽음의 춤을 추어 스스로를 파괴하라고 유혹받는다. 그러나 천사와 괴물이라는 한 쌍의 이미지가 제시하는 걸림돌이 가로놓여 있었어도, 그리고 작가가 되고 싶은 열망과 불모성에 대한 공포로 고통을 받았어도, 여성 작가들은 작품을 산출했다. 18세기 말까지 여성들은 글만 쓴 것이 아니라 (이것이 이 책 전반에서 우리가 보게 된 가장 중요한 현상인데)가부장적인 이미지와 인습을 근본적으로 수정한 허구의 세계를 품고 있었다. 그리하여 앤 핀치와 앤 엘리엇부터 에밀리 브론테와 에밀리 디킨슨에 이르는 자부심 강한 여성들이 남성 작가의 텍스트라는 유리 관에서 나와 여왕의 거울을 폭파했을 때, 오래전 침묵 속에 추었던 죽음의 춤은 승리의 춤, 언어를 향한 춤,
권위의 춤이 되었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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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19 16: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 세기 전 책을 맘껏 읽을 방도 없었고 권리도 없었죠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 가상의 인물 셰익스피어의 여동생 주디스의 불행한 삶 처럼
그렇게 사는게 운명인 줄 알았다니,,,,

책읽는나무 2022-11-20 22:45   좋아요 1 | URL
자기 만의 방, 자기 만의 책도 없어 권리도 없었던....그래서 쓰지도 못했던...ㅜㅜ
나는 그 시절에 태어나 살았다면?
어떻게 살아갔을까? 늘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려니~~했을지?
아님 울분에 차 있었을지?
솔직히 어떤 심정으로 살았을까? 19세기 소설을 읽으면서 더욱 그런 의문이 일기도 하구요ㅜㅜ

바람돌이 2022-11-19 2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나무님마저 이제 읽기 시작하셨군요. 저 너무 느긋하게 있는가 싶어서 갑자기 이래선 안되겟다 주먹 불끈 쥐게 됩니다. ㅎㅎ 이러다가 여러분들 다 읽고 나중에 저 혼자 뒷북치겟다 싶어서 안되겟어요. 저도 월요일부터 읽기 시작해야 하겟습니다. 그래서 모든 분들이 한 마디씩 하는 저 펜은 음경이다를 제 눈으로 확인하고야 말겠습니다. ㅎㅎ

아 그리고 나무님 글 읽다보니 생각나는 시가 있네요. 우리나라 시죠.
제가 엄청나게 싫어하는 송강 정철이라는 인물이 쓴 시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하는 시 말이죠.

우리나라로 오면 이놈의 남자놈들이 애까지 지가 낳았다고 난리야.... ㅠ.ㅠ

책읽는나무 2022-11-20 22:56   좋아요 1 | URL
네...결국 저도!!!!ㅋㅋㅋ
근데 전 읽기 시작한지 좀 됐던 듯 합니다.^^
책이 너무 두꺼워서 넘 늦게 시작하면 아마도 다 못읽지 싶어서 부랴부랴 시작만이라도 하자! 싶어 조금 읽었는데 저 ‘펜은 음경이다‘ 저 문장에 꽂혀서 뭔말이래?? 웃긴다??? 하며 읽다 보니 어느새 1 장을 다 읽어버린 거에요!!!!ㅋㅋ
관련도서를 안 읽고 이 책을 읽음 절대 책장이 안넘어가는 줄 알았었는데 그것도 아니더군요??
오스틴은 ‘설득‘을 안 읽었는데, ‘설득‘책 내용이 또 제법 나와서 앗차~ 싶어 오스틴 책 잡았다가, 다른 책 잡았다가 혼자 난리 부르스입니다.ㅜㅜ
바람돌이님 다미여 책 읽음 술술 진도 빼실 듯 합니다. 왠지 그리 느껴집니다^^

송강 정철 아저씨!!
저 시 읊어 주시니 이제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릅니다.
헌데 아버님이 나를 낳으셨다니???
아....어머님은 애만 키울 수 있는 탁아소 어머님이 되는 거였군요??
그 시절 우리 나라나, 물 건너 나라나 난립니다.
얼마전 히잡 쓰지 않겠다던 여성들에게 무차별 폭행과 총기를 쏜 뉴스를 보면서 아....ㅜㅜ
정말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이런 상황.
예나 지금이나....ㅜㅜ

독서괭 2022-11-23 14: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펜은 음경 ㅎㅎ 전에도 이 비유를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저도 오잉? 했었는데 이 책 보니 이해가 될 것 같더라고요^^ 저도 백설공주 이야기 흥미로웠습니다.
책나무님 시작하셨으니 쭉쭉 달려가시겠네요. 함께 파이팅해요^^

책읽는나무 2022-11-23 16:19   좋아요 1 | URL
전 다른 분들 리뷰와 페이퍼에서 늘상 접하다 내가 직접 읽으니...처음엔 왜 그렇게 웃기던지???ㅋㅋㅋ
근데 계속 비유를 나열하니 오호??? 하며 공감이 되었네요.^^;;;;
이건 바로 넘어갔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제가 이렇게 쉬운 사람이라서...ㅋㅋㅋ
백설공주 이야기 정말 흥미롭더군요. 옛날 동화 이야기를 이렇게 섹슈얼리티 차별로 풀어낸 책이 나온다면 한 번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눈이 번쩍@.@
이렇게 해석될 수도 있구나?하면서 오호!!!! 하며 읽었네요^^
생각보다 흥미로워 막 읽어나가고 싶은데 자꾸 책장이 넘어갈수록 안 읽은 책들과 작가들이 나오니...ㅜㅜ
그냥 대충 읽고 넘기기도 찜찜하고...어떡할까? 고민하니 진도가 생각보다 더뎌지기도 하구요.
암튼 12 월까지 관련 도서 읽을 수 있는데까지 도장깨기 하면서 달려봐야죠^^
모두 모두 그리고 괭알천재님도 파이팅입니다!!^^
 

톰과 매기 남매의 유년시절이 주가 되는 조지 엘리엇의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1 권이다.
읽으면서 늘 분통터진 부분이 바로 톰과 매기 남매의 차별적 시선이었다. 매기는 똑똑하다못해 영재기가 있는 소녀였지만, 톰은 매기보다 훨씬 덜 똑똑한데도 장남이라고 늘 매기보다 더한 대접을 받고, 교육도 받고(매기는 뒤늦게 여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 얼마간 다니긴 했다만) 교육면에서도 살짝 특수 개인과외 비슷한 특별 교육까지 받았지만 실력면에서는 집에서 독서만 했던, 매기보다 실력이 모자란 듯해 보인다.
그런데 톰과 매기의 엄마 그리고 그 이모들은 남아선호사상에 빠져 무조건 톰이 우선이고, 매기는 그저 사고치는 천방지축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안타까웠다.
매기는 머리숱이 많은 아이였던지, 특히나 엄마한테 단정하게 머리 관리를 하지 못한다고 지청구를 듣곤 했는데,
매기는 무언가 화가 나서 그 머리를 싹둑 잘라버렸다.
머리를 자르겠다고 동생이 얘길하면 분명 부모님께 혼이 날 것이란 걸 알면서도 교활하게 동생을 부추기는 오빠 톰!!!
못났다. 못났어!!!!
그래도 매기에겐 그녀를 아껴주고 매기편을 들어주는 아빠가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그런데 여성 작가들의 고전 소설 속 장면에선 어머니가 되려 애들을 쥐 잡듯이 잡고, 차별도 심하고, 딸들을 구속하거나 아님 교육을 시킬 필요가 없다고 이미 결정짓고, 나 몰라라~ 방치하기 일쑤다. 그리고 어떻게든 좋은 집안(돈 많은 집안)에 시집만 잘 보내면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여성으로 등장하는데, 반면 아버지는 좀 온화한 경우가 많다. 그게 좀 의아스럽네?
가부장 아버지의 모습이 보기 싫어, 어머니에게 그렇게 권력을 부여하고, 롤모델? 같은 아버지, 즉 갖고 싶고 바라던 아버지의 모습으로 일부러 그런 설정을 한 것일까???
아니면, 어머니 윗 세대는 더욱 교육을 받지 못한 억압된 세상 속에서 당연히 그렇게 부모에게 교육을 받아버려 내 자식도 그렇게 또 키워야 하는 의무감에게 사로 잡혀 내 자식은 나처럼 키우지 않으리라!! 그런 생각이 아예 없는 것인 건가?
문득 이런 저런 생각들이 계속 맴돈다.
그래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어머니들이 한없이 속물처럼 비춰져 조금 답답하다.







"아니, 매기, 야단맞으려고!" 톰이 큰 소리로 외쳤다.
"더 이상 자르지 않는 게 좋을걸"
싹둑! 톰이 말하는 동안 다시 큰 가위 소리가 났다.
그는 그 일을 재미있게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매기의 모습이 아주 우스꽝스러워질 테니 말이다.
"자, 오빠, 뒷머리 좀 잘라줘." 매기는 자신의 대담함에 흥분해서 벌인 일을 끝내고 싶어 했다.
"야단맞을 거야, 알지." 톰이 고개를 끄덕이며 훈계조로 말하고는, 가위를 받고 잠시 망설였다.
"걱정 마, 서두르라니까!" 매기는 발을 가볍게 굴렀다.
볼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검은 머리숱은 무척 많았다. 조랑말의 갈기를 자르는 금단의 즐거움을 이미 맛본 소년에게 이보다 더한 유혹이 있을까. 나는 어지간히 뻣뻣한 머리카락을 가위로 자를 때의 만족감을 아는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다. 유쾌하게 싹둑 잘리는 소리가 한 번, 또 한 번, 또 한 번. 이렇게 뒷머리카락이 마룻바닥에 무겁게 떨어졌다. 머리카락이 들쭉날쭉고르지 않게 잘려 있었지만, 매기는 마치 숲 속에서 나와 시야가 탁 트인 들판에 들어선 것처럼, 거칠 것 없는 해방감을 느끼며 서 있었다.
"오, 매기." 톰은 그녀 주위를 뛰어다니면서 제 무릎을 치며 웃었다. "야 너 엄청 이상해 보여! 거울 좀 들여다봐. 우리가 학교에서 호두 껍데기 던지며 놀렸던 바보 같아"
매기는 예기치 못했던 고통을 느꼈다. 그녀는 주로 자기를 괴롭히던 머리카락과 그것 때문에 듣던 귀찮은 잔소리 - P108

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아주 단호한 이런 행동으로 어머니와 이모들에게 승리를 거둘 거라고 예상했었다. 그녀는 자기 머리를 예쁘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단지 사람들이 자기를 영리한 소녀라 생각하고 흠잡지 않기만 바랐을 따름이다. 그러나 이제 톰이 그녀를 비웃으면서 바보 같다고 하자, 그 문제는 전혀 새로운 측면을 갖게 되었다. 매기는 거울을 들여다 보았고,
톰은 여전히 웃으면서 손뼉을 쳤다. 매기의 상기된 뺨이 창백해졌고, 입술이 조금 떨렸다.
"오, 매기, 곧 밥 먹으러 내려가야 할텐데, 맙소사!" 톰이 말했다.
"비웃지 마." 매기는 격렬하게 말했다. 그녀는 화가 나서 눈물을 왈칵 쏟으며 발을 구르더니 톰을 밀쳐버렸다.
"성미도 고약하군! 그럼 뭐 때문에 잘랐니? 난 내려갈거야. 저녁 식사 시작하는 냄새가 나는데." 톰이 말했다.
톰은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는 가여운 매기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고 절망하게 내버려두었다. 이런 생각은 그녀의 어린 영혼이 거의 날마다 경험하던 것이다. 매기는 머리카락을 자르고 난 뒤 분명히 깨달았다. 그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며, 전보다 머리카락에 관해 잔소리를 더 많이 듣고 머리카락 생각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을 매기는 격한 감정에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른 것이었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자른 행동에서 나온 결과뿐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하는 것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모든 것을 세세히 과장해서 - P109

알 수 있었다. 톰은 결코 매기처럼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지 않았다. 그는 무엇이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할지 고집도 훨씬 세고 융통성도 없었지만, 어머니가 그를 말썽꾸러기라고 꾸러기라고 부르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만약 그런 실수를 저질렀다면, 톰은 그 실수를 불가피한 것이라 옹호하고 방관했다. 즉 그는 ‘개의치 않았던 것이다.‘ 그가 문에 채찍질을 해서 아버지의 말채찍 끈을 끊어버렸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문의 돌쩌귀에 걸린 채찍이 잘못이었다. 톰 털리버가 문을 채찍으로 때리는 모든 소년들의 행동이 정당화될거라 확신했으며 후회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매기는 거울 앞에 서서 울며 이런 생각을 했다. 톰과 루시, 식사시중을 드는 케지아, 그리고 아마 아빠와 이모부들까지 나를 보고 웃을 텐데, 저녁 먹으러 아래층에 내려가 이모들의 매서운 눈초리와 심한 말을 어떻게 견딜까. 톰이 나를 보고 웃었다면 당연히 모든 사람이 웃을 텐데. 다만 머리카락을 그대로 두었다면 톰과 루시랑 앉아서 살구 푸딩과 커스터드를 먹을 수 있었을 텐데! 울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녀는 도살당한 양 떼들 사이에 엎드려 통곡하는 아이처럼, 검은 머리카락이 널려 있는 가운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절망하며 앉아 있었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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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7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7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7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7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7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7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8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2-11-17 14: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샀어요!! 꺅!! >.<

책읽는나무 2022-11-17 15:13   좋아요 0 | URL
사셨어요? 꺅꺅!! 👏👏👏
근데 전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있는 중입니다ㅋㅋㅋ

바람돌이 2022-11-17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시대에는 여자아이가 교육을 받아봤자 쓸데가 없는 시대 아닌가요? 그러니까 제인 오스틴 소설에서도 부단히 나오듯이 결국 종착역은 결혼! 아마 그러니까 저 시대 어머니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모정은 딸을 부잣집으로 시집 보내는 것일듯합니다. 저 대학갈때도 그런 집 많았어요. 딸래미 대학 뭐하러 보내냐는..... ㅎㅎ

책읽는나무 2022-11-17 16:12   좋아요 1 | URL
맞아요!!!!ㅜㅜ
그래도 하나같이 똑같은 엄마의 모습이라니??
보통 그런 대접을 받고 컸기 때문에 내 딸은 그렇게 키우지 않으련다~라는 엄마가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싶었었는데....ㅜㅜ
우리 어린 시절만해도 맞네요. 딸보다는 아들이 우선!! 그런 시대였었죠ㅜㅜ
저는 오빠가 없어 좀 다행였는데 오빠 있는 친구네 놀러가서 깜놀했었던 기억이 좀 있었네요.
남동생을 더 예뻐하던 집도 있어 설움받던 친구도 있었고...ㅜㅜ

독서괭 2022-11-18 1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재밌을 것 같아요. 오히려 여성의 삶이라는 게 어떤지 잘 아는 엄마들이 더 가혹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아빠에 대한 로망의 반영이지 않을까 하는 말씀도 오! 그렇지 않을까? 싶어지네요.

책읽는나무 2022-11-18 17:43   좋아요 1 | URL
읽다 보면 시대상의 차이를 인식해야 하는데도 고걸 까먹고, 어? 왜 그렇지? 했다가....19세기였었지? 또 끼워맞춰 생각해봤다가...이 생각, 저 생각 그저 내식대로만 생각하게 되네요^^
저도 괭님 말씀처럼 암만봐도 엄마들이 더 왜 가혹했어야 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특히 <글 쓰는 딸들>이란 책에서도 보부아르의 엄마나 뒤라스의 엄마도 참 이해가 안됐었거든요.
그러고보면 그 시절 우리네 엄마들도 엄청나게 고지식하게 딸을 키웠겠죠??
참, 힘든 세상이었겠단 생각이 많이 듭니다.
2 권은 1 권만큼 진도가 안나가네요.
오빠 톰이 쓰러져 가는 집안 일으킨다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매기는 갑자기 연애??? 음...예상과 다른 전개가 펼쳐지는 것 같아 그런 것 같아요ㅜㅜ
그래도 읽어야 할 책이 줄을 서서 빨리 읽어야 하는데....^^;;;;;;;;

희선 2022-11-19 0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기가 더 잘하는데 남자아이여서 톰을 더 대접하는... 옛날 한국도 다르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부모가 반대해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한 사람도 있겠지요 그렇게 산 사람 힘들었겠지만, 하고 싶은 걸 해서 좋았겠습니다 힘들어도 뭔가 할 수 있는 시대가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한 시대도 있었겠네요


희선

책읽는나무 2022-11-19 07:38   좋아요 1 | URL
제 눈엔 오빠보다 능력이 더 있어 보이는데 교육도 제대로 못받고, 톰 아들이 우선시되다 보니 매기가 기량도 못펼지고, 계속 톰 오빠 눈치만 보고 사는 여자로 자라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ㅜㅜ
옛 시절엔 그런 여성들이 대다수였겠죠???
 
다락방의 미친 여자
샌드라 길버트.수전 구바 지음, 박오복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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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의 공기가 쌀쌀해 졌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시간들.
근 이 주만에 식탁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거실에 앉았는데,
거실의 공기만으로 바깥의 날씨를 가늠하기는 힘들다.

둥이 언니가 지지난 주 목요일 학교에서 코로나에 감염되어 왔을 때는 그저 그러려니 했었다.
봄엔 막내,
여름엔 아들이 코로나에 감염되었을 때,
다른 가족들에게 전파되지 않게 간병했으므로
나름 하던대로 하면 이번에도 모두 무사히 잘 넘기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만이었다.
그리고 계절마다 아이들이 번갈아 가며 걸려 오니
조금은 나태했었던 결과이기도 했을테고,
그래서 결국 아이가 한 차례 아프고 난 후,
일주일 뒤 나와 남편이 차례, 차례
도미노 쓰러지듯 온 가족이 코로나에 올킬 당한 셈이다.
친구에게 나 당했다고 하니,
일찍 코로나에 걸렸던 친구는 여적 살아남았었느냐고 놀라워 했고,
아직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친구나 지인들은 염려해 주면서, 이제 내 차례인가? 백신 다시 맞아야 할까? 하면서 불안해 하는 것 같았다.
근 2 년 넘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잘 피해 온 것 같긴한데,
먼저 아파 본 사람들이 했던 말처럼,
차라리 걸리고 나니 속은 편하단 말이 무슨 말인지 조금 이해가 가기도 했다.

아이 간병해 주느라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갈까봐
만남과 외출을 자제하느라,
일주일여 집에 처박혀 있었고,
내가 아프느라 일주일여 집에 처박혀 있었더니
그새 달력 한 장이 넘어갔고, 계절 자체가 바뀐 듯하여
실로 창 밖의 세상이 나와 다르게 흘러가는 느낌이 든다.
고요하다. 세상이.

보름동안 입맛도 없고, 입이 말라
아무 것도 먹고 싶지 않아 커피고, 간식이고 생각조차 못하고
그저 죽만 먹고 약만 먹었더니 약 봉지가 한아름이었다.
그 와중에 아랫배가 좀 많이 들어간 것 같아 몸무게를 달아보았더니 1키로 정도 빠진 것 같다.
아랫배의 몸무게가 날아갔구나? 기뻐서 이것을 계속 유지하고 싶지만, 또 먹으면 다시 원상복귀 되겠지? 좋아하지 말자. 많이 속아 왔잖아? 그래서 속지 않은 듯, 무덤덤하게 체중계에서 내려 왔다.
코로나 덕택에 좋은 점 또 한 가지는 허리가 많이 아파 그동안 의자에 앉질 못했었는데 조금 괜찮아 졌다는 점이다.
완전히 치료된 것은 아니지만, 의자에 앉기 보다, 계속 누워 잔다고 침대 생활만 하였더니 허리 통증이 생각보다 덜 해서 좀 놀라웠다.
대신 침대에 기대어 책을 읽었더니 목과 등이 아파오긴 하더라만.....어깨와 목을 내어 주고, 허리를 받은 셈인가?
의자에 오래 앉아 있기를 덜 해야 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독보적 걷기를 이 주동안 못하니 다리가 후들거리는 이상 증세가 오려 한다만, 강제 외출 금지령 덕분에 온종일 방안에서 할 일이 없다 보니 책을 읽는 시간이 무한대로 늘어 소설 책을 몇 권 더 읽고, 영화도 몇 편씩 더 보고,
그래서 읽다가 자고, 보다가 자고....
나름의 몰입 독서 시간이 되었다.
줄곧 제인 오스틴과 샬롯 브론테의 소설을 읽다가, 책 떨어뜨리며 잠이 들다 보니, 꿈 속에서도 주인공들이 나와, 그야말로 정신 없는 일주일 여를 보냈다.

오늘로서 격리 마지막 날,
어제 프레이야님의 커피 한 잔 하란 댓글을 접하고선
아? 커피?? 머리를 탁 치는 듯 했었다.
커피 맛을 느낄 수 있을까?? 궁금한 마음이 드는 걸 보면,
병이 나아간다는 징조이리라 싶어,
그리하여 아이들 학교 가고 아무도 없는 거실에 홀로 앉아
이 주만에 커피와 머핀을 들고 앉았다.
머핀은 코로나를 선사해 준 딸이 어제 학교에서 만들었다며
엄마 자가격리 하면서 간식으로 먹으라고 챙겨 줘,
먹을 것 없는 와중에 감사히 먹을 수 있게 되었...
딸은 나에게 병도 주고, 먹을 것도 주었...
그래, 돕고 돕는 세상!
(커피와 머핀은 별맛이 없구나?
입맛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나 보다.)

<다락방 미친 여자> 서문을 읽고 있는 사흘 째,
(서문이 참 기네요??)
서문을 읽을 때면, 늘 호기로워 지는데
그러다 본문을 들어가면 쉬이 지칠 때가 있다.
이번엔 그러지 말기로 다짐한다.
벽돌책이라 빨리 지치면 제때 완독하기 힘들 듯 하다.
천천히, 마음 내려 놓고, 즐기면서 읽어 보자!
스스로 다독이며,
내일은 밖에 나가볼 수 있을테니 이 와중에 자축한다.
잘 참았어!!

※코로나 걸려 보니 그 느낌 좀 알겠네요.
아..이게 코로나?
좋은 건 아닌 것 같으니,
다들 코로나 안 걸리게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약간 사람이 바보가 되는 것 같은 멍~한 후유증이 남네요.

정신 바짝 차리고 싶어,
사진 한 장 더 올립니다.
정신 안 차리면 물려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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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10 1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울도 코로나 확진자들 급증 제주변 지인들 전부 ㅠ.ㅠ 전 3일에 한번 코로나 검사 받고 있습니다! 나무님 굿즈 11월 구경 시켜 주실 것이라 믿고 아드님 건강하게 수능 합격 ^^기원^^

책읽는나무 2022-11-10 11:55   좋아요 2 | URL
이번엔 그동안 안 걸렸던 사람들이 대거 확진 되는 것 같네요ㅜㅜ
아니면 추가 백신을 안 맞아서 항체가 약해진 틈을 타 걸리는 것 같기도 하구요?
겨울 되면 독감이랑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돈다던데, 조금 걱정입니다.
모두들 건강 관리 잘 합시다!!
감사해요. 스콧님^^

거리의화가 2022-11-10 11: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멍한 후유증 공감합니다*^^* 저도 코로나에 그 멍한 증상이 불쾌하게 오래가더라구요ㅠ 나무님 고생하셨습니다! 책, 간식과 커피 사진이 참으로 반갑네요

책읽는나무 2022-11-10 11:59   좋아요 2 | URL
늘 멍~ 해서 바보같다는 생각을 하루에 몇 번씩이나 하게 되네요?
기운도 자꾸 떨어지는 것도 같구요ㅜㅜ
내일부터 다시 걷기 운동을 해야할 것 같아요. 멍~ 한 느낌을 빨리 떨치고 싶네요^^
화가님은 회사 업무까지 보시느라 후유증이 오래 갔겠어요.ㅜㅜ
남편은 오늘 출근했는데 남편도 멍~ 하다네요.ㅋㅋㅋ
빨리 바보 증상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네요^^

공쟝쟝 2022-11-10 11: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딸은 나에게 병을 주고 먹을 것을….
안타까워하며 읽다가 빵 터졌어요 ☺️
몸조리 잘 하시구 후유증 조심하세요! 입맛은 한달 넘어야 돌아오더라고요 *.* 그때까지 책나무님의 -1kg추가 감량을 기원합니다!!! (저도 2키로 빠졌음 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11-10 12:05   좋아요 2 | URL
많이 아팠을 때는 딸이 원망스러웠는데 좀 살만 해지곤 딸을 용서했다는..ㅋㅋㅋ
입맛이 한 달 후에나 돌아온다구요???
아....ㅜㅜ
지금 먹는 게 가장 고역인데,
배는 고픈데 음식은 먹기 싫고,
아이러니에 빠져 있거든요.
한 달동안 이러고 살아야 한다뇨??
그래도 똥배는 확 빠져 있겠군요?
운동해도 똥배는 죽어라고 안 빠지더니...그건 좋은데 얼굴 살도 빠져 팔자 주름이 더 선명해지고 있어요.
나이 들어 살 빠지면 이게 안좋아요.
얼굴이 더 늙어져서..ㅋㅋㅋ
공쟝님도 잘 챙겨 먹고, 1키로만 더 찌웁시다^^

2022-11-10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0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2-11-10 1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책나무님 코로나 걸리셨군요. 제 주위에도 걸리신 분 꽤 되는데 거의 대부분 봄, 여름에 피해 가셨던 분들이네요.
한 번 앓고 나면 오히려 시원하기는 하는데, 그래도 고생되죠 ㅠㅠㅠㅠ
입맛 없으시더라도 죽 말고 밥도 드세요. 전 다른 건 괜찮은데 오래도록 기운이 없더라고요.
커피 마시고 기운을 차렸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에요. 저는 커피 마시니까 살 것 같더라구요.

다락방의 미친 여자 독서 응원합니다. 초코 머핀도 응원하고요!! 얼른 회복되시길 바래요~~~

책읽는나무 2022-11-10 15:17   좋아요 1 | URL
백신을 3차 까지 맞고 4차 부터는 안맞고 버텼더니 결국?? 걸렸나 봅니다.
항체를 몸에 지니고 있는 게 답이었나 봅니다. 안 걸렸던 사람들이 대부분 걸린 걸 보면요^^
앓고 나니 정말 맥없이 축 처지는 느낌이네요? 다들 후유증을 어찌 이겨내신 거에요? 존경스럽네요.
특히나 애들 밥까지 차려 주고 어찌 해내신 건지??
전 그게 좀 힘들었네요ㅜㅜ
마스크 쓰고, 장갑 끼고, 밥 차려 주고 방으로 도망쳐 오고...이게 뭐하는 건가???싶더라는ㅋㅋㅋ
커피 마시면 정말 기운이 나는 거 맞나요? 아까 커피 마셨는데 약도 안 먹었는데도 책 읽다가 잤네요??
많이 아플 땐 제대로 잠이 안 오더니 요샌 그냥 바로 레드썬이라, 회복되어 가는 것인가? 착각하고 있어요^^
적다 보니 제가 왜 이리 구구절절 증상을 보고 하고 있을까요? 알아달라고 괜한 응석 부리고 있나 봅니다ㅋㅋㅋ
암튼 비몽사몽간의 독서 시간이 지속되겠지만, 응원 감사합니다^^

건수하 2022-11-10 13: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고생 많으셨어요.. 커피맛도 얼른 느끼시게 되고 회복되시길..

요즘 날이 추우니 어깨가 더 굳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어깨-등 스트레칭 유튜브에 많답니다. 하면 좀 나아지는 거 같아요 ^^

책읽는나무 2022-11-10 15:21   좋아요 1 | URL
예전의 입맛이 그립네요^^
어떻게 먹고, 마시고 했을까?
신기합니다.
뭐든 아파봐야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거겠죠?^^
날이 추워지면 자꾸 몸을 움츠리게 되니 관절들이 굳는 것 같죠??
저는 가을이 되면 꼭 어딘가 관절 쪽에 느낌이 오기 시작한 지가 작년부터 시작된 것 같아요^^
이제부터 스트레칭도 자주 하고, 건강에 신경을 써보려구요. 50을 준비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ㅜㅜ
수하님도 건강할 때,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랄게요. 코로나도 걸리지 마시구요.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2-11-10 14: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책나무님 고생 많으셨어요 ㅠㅠ 그래도 허리가 많이 안 좋으셨던 게 좀 나으셨다니 불행중 다행.. 후유증 잘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쨍한 빨강이 눈을 번쩍 뜨이게 하네요^^

책읽는나무 2022-11-10 15:26   좋아요 1 | URL
아이고 독서괭님!!!
괭님도 일전에 코로나 걸렸다고 하셨었죠??
고생 많으셨겠습니다.
이제사 그 고통을 공감합니다^^
허리는 여전히 욱씬거리긴 한데, 의자에 오래 앉아 있기를 덜 하니까 좀 낫네요??
누가 보면 내가 하루종일 앉아서 공부하거나 업무 보는 사람인 줄 알겠습니다만...ㅜㅜ
책 좀 읽는다고 의자에 잠깐 앉아 있는 것도 무리가 가긴 했나 보네요?
괭님도 일 하실 때, 한 번씩 움직여 주세요. 미리미리 관절 챙겨 놓아야 40 대 때, 신나게 생활할 수 있어요ㅋㅋㅋ
몸 안 좋으면 매사 짜증이...ㅜㅜ
모든 걸 조심하면서...빨강 책도 조심조심 읽어 봅시다^^

페넬로페 2022-11-10 14: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요.
요즘 주변 코로나 확진자들 보면 한번도 걸리지 않은 사람이 많이 걸리더라고요.
책나무님, 코로나로 많이 힘드셨겠어요.
그래도 그냥 한 번 걸려야 맘 편한것도 사실입니다. 회복 잘하시기를 바래요.
아팠을 때 빠진 살은 회복되면 회복된다 ㅠㅠ

책읽는나무 2022-11-10 15:33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님도 코로나로 힘드셨겠어요^^;;;
겪어봐야 안다고, 아프면서 코로나 걸리신 분들 힘드셨겠단 생각을 이제사 했네요.
고통의 깊이를 잘 몰랐었네요.
그래도 걸리고 나니, 불안감은 조금 해소가 되었달까요?ㅋㅋㅋ
물론 조심은 해야겠지만, 걸리면 어쩌나? 그런 생각은 덜 드네요.
그래도 이렇게 코로나가 오래 가다니???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참 답답합니다. 물가도 오르고, 코로나는 끝나지 않고, 사고는 잇따르고...에혀!!!!
암튼 암생각 않고, 그저 책만 보자! 그러고 있어요. 살짝 멍~한 바보상태이긴 합니다만^^;;;
살이 도로 붙으면 회복 완료??!!!!!
계속 똥배를 주시해야겠군요?ㅋㅋㅋ
암튼 걱정해주셔 감사드립니다^^

호우 2022-11-10 15: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네요. 주변 사람들 보니까 후유증이 오래 가던데 모쪼록 잘 드시고 빨리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책읽는나무 2022-11-10 15:37   좋아요 2 | URL
식구들이 다 같이 걸리는 게 아니고, 따로 따로 걸리니까 격리 이런 게 조금 문제였네요ㅜㅜ
그래도 오늘로서 일단은 모든 식구들의 자가격리는 끝나가니 좀 그나마 다행이네요.
조금 피곤한 듯? 기운이 없는 게 후유증인가 봅니다. 차차 나아지겠죠?^^
걱정해 주셔 감사드립니다.
호우님도 코로나든, 감기든 안 걸리게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moonnight 2022-11-10 1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런. 고생많으셨습니다 ㅠㅠ 제 주변에도 그간 안 걸렸던 분들 최근에 많이들 확진받더라구요. 저는 아직.이긴 한데 -_-;;;
부디 잘 드시고 잘 쉬시고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책읽는나무 2022-11-10 23:26   좋아요 2 | URL
문나잇님!!!
건강 잘 지키시기 바랍니다.
걸려 보니 독감 증세이긴 했는데 후유증이 좀 오래가는 것 같네요ㅜㅜ
면역력 잘 키우셔서 문나잇님은 걸리지 않으시길요^^
코로나 상황이 이렇게 장기간 지속될지 누가 알았겠어요ㅜㅜ
어쨌거나 모두가 다 요령껏 알아서 조심하고, 관리하는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염려해주셔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11-11 00: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빨리 회복되시길 바래요

책읽는나무 2022-11-11 07:30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어느 정도 회복된 것도 같네요^^

scott 2022-11-11 15: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둥이들이 사랑둥이들이네 병도 주고 엄마 독서 할 때 간식도 챙겨주는 ^^

책읽는나무 2022-11-11 16:39   좋아요 2 | URL
병도 약도 주고...ㅋㅋㅋ
병은 안줬음 더 좋았을텐데 말이죠ㅜㅜ
다 퍼주고 싶었나 봅니다ㅋㅋㅋ

mini74 2022-11-14 17: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이제야 ㅠㅠ 나무님 이젠 괜찮으신지 ㅠㅠ 후유증이 오래가더라고요. 맛난 거 좋은 거는 나무님 먼저 꼭 드시기 ㅎㅎ 뱃살만 빼고 건강만 회복하시길 *^^* 저는 보름날에도 내 더위 사가라 하지 않고 내 뱃살 떼가라 라고 외칩니다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11-14 23:08   좋아요 1 | URL
바쁘셨나 보군요? 요즘 미미님이랑 잘 안보이시네요??ㅜㅜ
아프신 건 아니죠?^^
요즘 기력보충 하느라 늘 먹을 거 눈에 띄면 무조건 입에 집어 넣고 있어요. 정말 그러니까 다시 뱃살이???ㅜㅜ
근데 기본 뱃살이 있어야 확실히 힘이 나는 것 같아요^^
뱃살은 팔지 말고,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싶습니다ㅋㅋ
암튼 계속 코로나 후유증 잡으러 다녀야 해서 제가 두문불출 하더라도 미니님은 잘 버텨주시기 바랍니다^^

기억의집 2022-11-15 2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1일이 해제 되면 지금은 벌써 돌아다니고 있으시군요. 그동안 고생하셨어요. 친구분 말씀대로 여적까지 안 걸린 게 신기하네요 ㅎㅎ 울 아들은 일주일 논다고 코로나 걸리고 싶어하니..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11-16 09:54   좋아요 0 | URL
네. 지금은 격리가 풀려서 조금씩 바깥 활동?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이번엔 정말 그동안 안 걸린 사람들이 대거 확진되고 있는 것 같아요. 제 주변에도 날이 갈수록 안걸렸던 사람들이 자꾸 자꾸 확진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재확진 소식도 종종 들리구요ㅜㅜ
안그래도 확진된 가족 중 휴가 나온 아들이 자기도 걸리고 싶다고 그러고 있다는군요ㅋㅋㅋ
후유증이 심하지만 않다면야 괜찮겠지만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니 그래서 코로나가 위험한 것 같아요ㅜㅜ

희선 2022-11-16 0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전부터 코로나 걸린 사람 늘어난다고 하던데... 책읽는나무 님 고생했네요 앞으로는 몸 잘 추스르세요 이것도 어느새 닷새가 지나고 엿새째군요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다니...


희선

책읽는나무 2022-11-16 09:57   좋아요 0 | URL
시간은 자꾸 자꾸 흘러가곤 있네요.
확실히 시간이 지나고, 잘 먹고, 걷기 운동도 조금씩 하고 하니까 서서히 기운이 차오르는 것 같네요^^
처음엔 다리가 후덜거려 걷질 못했거든요. 보름동안 온종일 격리만 했던 여파가 몸이 좀 축나더라구요. 아직 조금 후유증이 있긴한데 잘 다스리는 중입니다.
희선님도 건강 관리 잘 하셔서 코로나 절대 걸리지 마세요!! 후유증이 무서운 게 코로나였네요ㅜㅜ

초록콩 2022-11-21 0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많아 회복되셨는지 모르겠네요. 저는 7월 말 가족 중 저 혼자 걸려 휴가도 뭣도 없이 여름을 보냈습니다.겨울이 오고 다시 기승이라는 소식에 무섬증이 드네요.이 지긋지긋한 시절이 얼른 지나가기만을 바랄뿐입니다.

책읽는나무 2022-11-21 09:18   좋아요 1 | URL
조금 피로도가 말끔하게 나아진 것 같진 않고, 한 번씩 공기가 건조하면 목이 아파 마른 기침을 하게 되는 걸 보면 다 나은 건 아닌가? 싶을 때가 있긴 합니다만...그래도 코로나 직후 때보다는 굉장히 괜찮아지고 있네요^^

더운 날, 혼자 걸려 가족들 챙기려면 고생하셨겠어요.ㅜㅜ
전 애들이 어려서 아파도 밥 차려 주느라....그게 또 좀 힘들더라구요ㅜㅜ
지나고 나니 아무 것도 아니었나? 싶기도 하구요.
울집은 여름 생각하니 8월 중순 아들이 혼자 걸렸어서 방에 가둬 넣고, 밥 넣어 준 기억이 나네요. 더운데 고생하던 아들 모습도 떠오르구요ㅜㅜ
후유증은 좀 있어도 일단 마음은 좀 편한 건 있더라구요. 근데 독감도 유행, 또다른 변이 바이러스 유행이란 소리를 들음 아...저도 밥맛이 뚝 떨어질 정도로 도대체 언제쯤????? 그런 생각이 듭니다. 끝이 없어 보이는 세상ㅜㅜ
우쨌거나 그래도 끝을 보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그런 한가닥 희망의 끈은 놓지 않고 살다 보면??? ^^;;;
그러니 초록콩님도 건강 관리 잘 하셔서 그 날이 오면 우리 맘 편하게 놀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