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야옹 씨의 조그만 상실에 관하여 HiP 시리즈
정보라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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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는 텍스티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았습니다.>


텍스티 출판사가 새롭게 시작한 HIP 시리즈의 첫 번째 책으로 정보라 작가의 미출간 단편선이 출간되었다.
세 편의 짧은 단편이 실린 얇은 소설집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판형이라 외출할 때 가볍게 들고 다니기 좋다.

‘내 이름을 불러줘’의 세계는 15년간의 혁명이 끝난 뒤 이름 대신 숫자로 불리는 사회다.
여성은 결혼이 아니라 국가가 배정한 남성과 아이를 낳아야 하고, 태어난 아이마저 국가의 소유가 된다.
’바늘 자국‘의 마을에서는 20년마다 요물에게 처녀를 제물로 바치고, 표제작 ‘귀야옹 씨의 조그만 상실에 관하여’에서는 길고양이의 시선을 통해 인간과 인공지능의 관계를 비춘다.

나는 정보라의 작품을 좋아한다.
말로만 투쟁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나가 직접 부딪치며 세상의 변화를 위해 행동하는 작가이기에, 그의 소설에는 현장의 목소리가 배어 있다.
그래서인지 그의 소설은 SF와 호러, 괴담의 외피를 쓰고 있어도 결국 세상에서 상처받고 밀려난 존재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 작품의 중심에는 모두 여성 혹은 암컷이 있다.
‘내 이름을 불러줘’의 여성은 가족과 분리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혁명이 끝난 후에도 달라진 것 없는 세상에서 이름조차 잃은 채 사랑 없는 관계 속에서 아이를 낳고, 그 아이마저 빼앗긴다.
‘바늘 자국’의 소녀 역시 부잣집에 입양되어 부족함 없이 자라지만 결국 친딸을 대신할 제물로 선택된다.
길고양이 귀야옹 씨도 거리에서 낳은 여섯 마리 새끼를 모두 잃는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을 끝내 붙들어 주는 존재들이다.
이름조차 지어주지 못한 채 빼앗긴 아이들, 죽기 위해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고 살아온 소녀를 끝까지 돌본 몸종 애련처럼, 정보라의 세계에서는 거창한 영웅보다 곁을 지켜주는 존재가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꽤 오래전에 쓰였다고 하지만, 읽고 있으면 지금의 정보라 소설이 이미 이 안에 들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배경은 미래이기도 하고 먼 과거이기도 하며 어쩌면 지금 우리가 사는 어딘가이기도 하다.
시간이 흘렀어도 약한 존재들이 겪는 고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마지막 장을 덮고 난 뒤
에도 오래 남는다.
그래서 이 얇은 소설집의 뒷맛이 유난히 씁쓸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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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큰 아기 개구리 하하! 호호! 입체북
키스 포크너 지음, 어밀리아 베스트 그림, 김보라 옮김 / 미세기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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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는 서평단 자격으로 미세기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파리를 먹고 사는 입이 큰 개구리가 다른 동물들은 무엇을 먹는지 궁금해하며 묻고 다니다가,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동물을 만나 혼비백산하는 이야기인 <<입이 큰 개구리>>는 너무나 유명해 소장하고 있지 않더라도 여러 경로를 통해 한 번쯤 접해 보았을 그림책입니다.

이 책의 후속작인 <<입이 큰 아기 개구리>>는 입이 큰 개구리의 알에서 태어난 입이 큰 올챙이가 입이 큰 아기 개구리로 성장하는 과정과 연못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입 큰 아빠 개구리는 “길고, 뾰족하고, 새하얀 이빨”을 가진 아기 악어를 조심하라고 경고하지만, 용감한 아기 올챙이는 호기심을 안고 연못 속 친구들을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큰볏도롱뇽과 노란 물고기 역시 아기 악어를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팝업북은 평면의 종이를 접고 펼치며 입체적인 공간을 만들어 내어 마치 무대 공연을 보는 듯한 역동성을 선사합니다.
이 책은 동물 친구들을 만나는 동안 알에서 태어난 올챙이에게 뒷다리와 앞다리가 돋아나고 꼬리가 사라지며 개구리가 되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특히 연못 속 동물들의 특징을 팝업의 입체적인 장점을 살려 표현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그림책은 단순히 개구리의 한살이와 연못 생태계를 소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지혜로운 태도를 전해줍니다.
다른 사람의 말만 듣고 상대를 오해하기보다 직접 만나 대화해야 비로소 진면목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종종 직접 겪어 보지 않은 채 선입견만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곤 합니다.

연못 친구들 곁을 맴돌던 아기 악어의 진심이 밝혀지는 순간,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은 어느새 어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인생 지침서가 됩니다.
그리고 그림책은 비단 어린이만을 위한 책이 아님을 새삼 깨닫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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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마시는 새 2 (양장) - 숙원을 추구하는 레콘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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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 때문에 네 종족이 위험을 무릅쓰고
하인샤 대사원으로 가야만 했는지,
사모 페이는 륜 페이를 추적해
쇼자인테쉬크톨을 실행할 수 있을지,
구출대의 임무가 끝난 뒤 그들은 어떻게 될지.

1권에서 품었던 궁금증들이 2권에서 모두 풀린다.

대사원으로 향하던 길, 시구리아트 산맥의 통행을 관리하는
유료도로당과의 에피소드는 특히 인상적이다.
예외를 두지 않는 그들의 규칙도 흥미로웠지만,
그 규칙을 어기지 않으면서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규칙을 적용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는 여행자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사모 페이를 수호하는 대호와 두억시니의 활약,
그리고 처절하기까지 한 사모 페이의 선택과
몰아치는 반전들이 1권보다 훨씬 더 강한 흡입력을 선사한다.

다시 뭉친 구출대가 이제 수탐자들이 되어
펼쳐갈 모험을 기대하며,
기꺼이 3권을 펼쳐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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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안 물고기에게 하늘 안 새에게 숲 안 동물에게 그리고 인간에게 내일의 책
전미화 지음 / 보림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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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앞표지에 제목조차 적혀 있지 않은 큰 판형의 그림책은 2026년 보림출판사가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출간한 도서 “내일의 책”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노란 면지를 지나 여러 장에 걸쳐 펼쳐지는 제목을 넘기면, 밝은 색채의 그림으로 가득한 본문이 등장합니다.

끝없이 반짝이는 바다에는 물고기가 헤엄치고, 더없이 청명한 하늘에는 새가 날아 오릅니다.
더 짙을 수 없는 초록 숲은 동물의 시간이고 식물의 날들입니다.
그리고 그곳에 작고 연약한 인간이 등장하는 순간, 암흑이 몰려옵니다.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 말하는 인간이 등장하자 세상은 혼란에 빠지고, 공포와 함께 어둠에 휩싸입니다.
생기로 가득했던 그림은 빛을 잃고, 세상은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해갑니다.

군더더기 없는 짧은 글과 강렬한 그림은 지구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묵직하게 되묻습니다.
우리는 매년 더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작년보다 더 추운 겨울을 맞이하면서도 자연이 보내는 경고를 애써 외면합니다.

그 어떤 메시지보다 강렬했던 그림책은 하늘과 땅이 맞닿는 순간, 한 줄기 빛으로 마지막 경고를 보냅니다.

부디 자연이 보내는 경고를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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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밤
임선우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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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우 작가의 단편집 <유령의 이름으로>을 읽은 지 4년이 흘렀다.
그동안 기회가 닿는 대로 작가의 단편을 읽었더니 <지상의 밤>에 수록된 일곱 편의 이야기 중 세 편은 이미 다른 지면을 통해 읽은 소설이다.

<지상의 밤>에서도 임선우 작가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은 여전하다.
권태기를 겪던 커플은 남자가 물이 되어버리자 여자는 그 물로 슈톨렌을 만들어 먹고, 만두 가게 앞에 갑자기 생긴 싱크홀은 사실은 만두를 먹으러 찾아오는 두더지들의 지름길이다.
육 년 동안 스스로를 방에 가둔 남자는 해파리가 되려고 하고, 죽은 지 한 달이 지난 개는 유령이 돼 나타나 함께 시간을 보낸다.
심지어 서로의 신체의 일부를 접합하는 수술을 통해 상대와 정신적으로 연결되는 사람들도 등장한다.

임선우 작가의 소설이 좋은 이유는, 이처럼 비현실적인 설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도 읽고 나면 등장인물들의 사정이 더 선명하게 다가오고, 어느새 그들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소설이 모두 비현실적인 설정만을 다루는 것은 아니다.
다정한 동네 친구였지만 사소한 일로 관계가 멀어진 두 사람의 이야기도 있고, 상실을 겪은 노년의 여성이 새로운 인연을 통해 조금씩 위로받는 이야기도 있다.

작품 속 대부분의 인물들은 상실을 경험하고, 또 다른 누군가를 통해 위로를 얻는다.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도, 일어나서도 안 될 이야기들이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이 겪는 감정만큼은 언젠가 한 번쯤 우리가 경험했거나 마주했던 순간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임선우의 소설은 환상으로 시작해 끝내 현실의 마음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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