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 선정작(문지문학상 후보작) 묶어 1년에 네 권씩 출간하는 단행본 시리즈 <소설 보다>의 2024년 가을호다.모두 3편의 소설은 일상적이지 않는 독특한 주인공들이 등장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권희진 작가의 <걷기의 활용> 속 ‘나‘는 오랜 시간 친하게 지낸 ‘태수’ 형과의 추억을 떠올린다.일자리를 찾지 못한 ‘나’는 소일거리라고 해봐야 걷기가 전부인데 그런 ‘나’의 고민을 들어주는 존재가 바로 ‘태수’ 형이다.이미상 작가의 <옮겨붙은 소망> 의 ‘나‘는 남편이 사고로 죽은 후에도 여전히 앤티크 소품과 빈티지 주얼리 쇼핑을 하는 n&n’s 의 쇼핑을 돕는다.집을 팔고 남은 시세 차액으로 생활하던 n&n’s 부부의 생활을 곁에서 지켜보던 ’나‘는 n&n’s가 남긴 물건으로 라이브 방송을 시작한다.정기현 작가의 <슬픈 마음 있는 사람> 은 회사를 쉬고 있는 ‘기은’이 우연히 간 작은 교회에서 ‘준영‘을 만난다.아무나 쉬어 갈 수 있는 교회와 이유를 알 수 없는 낙서를 찾아다니는 ’기은‘의 일상이 덤덤히 그려진다.세 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은 무기력하고 희망이 없어 보이는 인물들은 걷고 라이브 방송을 하고 교회를 다니며 낙서를 찾아다닌다.자신이 누구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이들이 다수 등장하지만 그들이 쉬지 않고 움직인다는 것만으로 지금은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된다.그들은 모두 머물러 있지 않는 인물들로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그래서 그들의 걷기도 방송도 의미 없는 낙서 찾기도 응원하게 된다.하여튼 멈추지 말고,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살아남기를 바란다.
높은 산을 사이에 두고 반대편 각자의 호숫가에 살고 있는 개구리 두 마리는 친구가 뭐 하고 있을지 궁금하고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하지만 높은 산을 넘어가는 길은 험하고 가파르고 위험하기만 합니다.어느 날, 두 마리 개구리는 아주 좋은 방법을 떠올리며 친구를 만나기 위해 산자락을 빙 돌아가기로 합니다. 서로를 그리워하는 두 친구는 과연 만날 수 있을까요?높은 산에 막혀 만나지 못한 두 마리 개구리는 친구를 그리워하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서로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특별한 일을 함께하지 않아도 만나기만 해도 좋은 존재가 친구입니다.귀여운 개구리들의 우정과 어울리는 그림이 친구를 더 소중하게 느껴지게 합니다.극적인 장치를 통해 만난 두 마리 개구리는 무척 행복해 보입니다.역시 혼자보다는 둘이 함께 노는 게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이지요.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에서 진행한 이벤트에 당첨돼 키다리(다그림책)에서 제공받은 도서입니다.>올해도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가 지났지만, 여전히 무더위는 계속되네요.‘이명애‘ 작가는 <꽃>을 통해 알게 된 작가로 글자 없이 그림만으로도 큰 울림을 준 그림책이라 인상 깊었습니다.<휴가> 역시 글자가 거의 없이 대부분 그림만으로 휴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계절과 어울리지 않은 옷차림의 지쳐 보이는 주인공이 파랗고 큰 한숨을 “휴”하고 내뱉는 것으로 그림책은 시작합니다.기차에서 내린 주인공은 생각지도 못한 길동무를 만나 바닷가에 도착합니다.낯선 휴가지에서 제대로 휴가를 즐기지 못하는 주인공은 다시 길동무를 만나 진정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으로 안내받게 됩니다.처음 그림책을 봤을 때는 파란 얼굴의 여자만을 찾아 그림책을 넘겼습니다.두 번째로 봤을 때는 길동무를 따라 함께 했고 거듭해 보면서 휴가지의 사람들을 눈여겨 보고 색깔의 변화를 보게 되었습니다.우울했던 주인공의 얼굴은 자신만의 휴가를 즐기면서 제 색깔을 찾고 밝은 표정의 얼굴로 변하고 행복해 보입니다.휴가는 누구와 어디서 어떻게 보내든지 축제처럼 즐겁고 행복한 쉼입니다. 주인공 역시 밝은 빛의 얼굴을 보면 휴가를 제대로 즐긴 듯하지만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만 합니다.그렇지만 주인공의 그림자가 푸른색에서 노란색으로 충전되는 모습을 보면 다시 번아웃이 와도 휴식을 취하는 방법을 찾았으니, 걱정이 없을 것 같습니다.여러 번 볼수록 놓쳤던 것들이 보이는 그림책은 겉표지와 양장 속표지의 그림이 다릅니다.겉표지에는 밝은 휴가지의 모습이 그려졌고, 속표지에는 지친 주인공의 일상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문득 도서관에 비치될 때는 속표지만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속이 상합니다.그림책은 표지는 물론 면지, 본문, 책의 형태 등 모든 것이 이야기인데 괜한 걱정을 해 봅니다.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아이는 야무지고 단단하고 빛이 납니다.사람들은 매우 무례하고 끈질기게 아이에게 어디서 왔냐고 묻습니다.흔히 입양한 아이를 ‘가슴으로 낳은 아이’라고 합니다.‘하늘에서 떨어진 아이’ 역시 입양한 아이입니다.아이는 자라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합니다.아빠는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라고 이야기하지만아이는 하늘 얘기만 하면 소리를 지르고 엉망이 됩니다.어려운 주제인 입양을 단순한 그림과 중의적인 표현의 글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엄마가 낳았다는 간단한 설명으로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의 출생을 이해하지만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는 어떤 설명으로도 자신이 떨어진 하늘을 이해하지 못합니다.만약 아이를 만난 사람들이 다른 반응으로 대했다면 아이는 다른 시절을 보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절대 포기하지 않는 아빠의 마음도 아이를 키워본 부모라면 동감하게 됩니다.“어디에서 왔는지는 중요하지 않아.그게 너라는 게 중요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