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의 책 별빛그림책방
파블로 네루다 지음, 팔로마 발디비아 그림, 남진희 옮김 / 별빛책방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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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는 별빛책방 출판사에서 진행한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았습니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질문을 받게 됩니다.
어떤 질문은 즉각 답을 해줄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또 어떤 질문은 끝내 답을 찾기 어렵기도 합니다.
커다란 판형에 아름다운 그림이 가득 찬 그림책 <질문의 책>은 그야말로 수많은 질문으로 가득한 책입니다.

저에게는 낯선 이름의 작가 파블로 네루다는 칠레에서 태어난 시인으로 ‘지난 20세기 가장 위대한 시인 중 한 사람’으로 꼽히며 1971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칠십여 년의 시간 차이를 두고 태어난 팔로마 발디비아 역시 칠레 산티아고 출신의 작가로, 현재에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라고 하네요.

멀고 먼 낯선 나라 칠레에서 온 이 그림책에는 “파블로 네루다가 던진 질문에 관한 시들에 그림을 입힌 선집으로, 기존 시집에 있던 320개의 질문 중 70개를 골라 인간과 자연, 정신과 지리 사이의 관계라는 맥락 안에서 재구성했다“고 합니다. (인터넷 서점 책 소개글에서 발췌)

커다란 판형의 그림책은 철학적인 시인의 질문과 더불어, 하양과 검정 배경 위에 강렬한 색상으로 펼쳐지는 그림이 긴 사색을 더하게 합니다.
여기에 여섯 군데의 접이식 페이지를 펼치면 확장된 그림 속에서 대담하고 광활한 자연은 물론 먼 우주까지 생생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바위엔 왜 이리 주름도,
구멍도 많은 걸까?
하늘은 교향곡을 들려주는데
땅은 왜 귀뚜라미처럼 노래할까?
‘파랑’이 세상에 태어난 날,
누가 기쁨의 함성을 질렀을까?”

처음에는 단순한 질문의 나열로만 보이던 그림책이었지만, 여러 번 읽을수록 저마다의 답을 찾기 위해 생각을 거듭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좋은 답을 얻기 위해서는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것이 먼저일 것입니다.
질문은 생각을 확장시키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우리의 삶의 방향을 결정짓게 합니다.

문득 어른이 되면서 언제부턴가 제대로 질문하는 법을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았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당연히 ’질문하는 사람’이 아니라 ’답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강박 속에서 살아왔던 게 아닌지 돌아보게 됩니다.
정답과 효율에 익숙해진 일상 속에서 잃어버렸던 호기심과 상상력, 그리고 질문하는 즐거움을 되찾아주는 멋진 쉼표 같은 그림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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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 소설이라는 이름의 소설 괴담
사와무라 이치 지음, 강영혜 옮김 / 리드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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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는 리드비 출판사의 서평 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았습니다.>

<보기왕이 온다>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읽어온 ‘사와무라 이치’의 소설은 인간의 악의와 토속 신앙을 교묘하게 엮어내는 오컬트 요소가 강한 이야기였다.
꽤 오랜만에 읽은 작가의 신간 <괴담 소설이라는 이름의 소설 괴담>은 예상을 깨고 우리 주위에서 실제로 일어날 법한 현실적인 일들을 직접 경험했거나 누군가에게 전해 들은 듯 생생하게 다가온다.

총 7편의 단편이 실린 이 책은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 일행이 되어 한밤중 고속도로를 달리며 각자 무서운 이야기를 나누는 ‘고속 괴담’으로 문을 연다.
그리고 책을 기획하는 과정에서 영능력자를 취재하기 위해 작성한 건의서로 시작하는 ‘괴담 괴담’으로 마지막 장을 닫는다.

작품 속 이야기들은 자신이 직접 겪은 일, 누군가에게 전해 들은 일, 혹은 매스컴에 취재된 사건을 풀어가는 등 다양한 방식을 취한다.
특히 신문 기사나 선배 소설가에게 전달받은 USB 메모리에 담긴 글 등 여러 형식을 차용해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7편의 단편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들이 마주한 존재들이 과연 무엇이었을지 오래도록 생각하게 된다.
신혼부부에게 닥친 공포의 진짜 의미는 무엇이었을지, 또 소설가가 그토록 읽고 싶어 했으나 끝내 독자에게 보여주지 않은 최강의 공포 소설 ‘마른 우물의 목소리‘는 과연 어떤 이야기였을지 깊은 여운과 함께 궁금증을 남긴다.

괴담 소설이라는 타이틀로 묶여 있지만, 몇몇 단편은 너무나 적나라한 현대사회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공감하고 마음 아파하며 읽었다.
그중에서도 서술 트릭을 통해 독자의 뒤통수를 친 ’피리 부는 집‘은 그 어떤 소설보다 현실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어 그 잔상이 오래도록 남았다.

책을 덮으며 문득 생각한다.
기존의 괴담 소설들이 단순히 기이한 사건을 모아두는 데 그쳤다면, 이 책은 달랐다.
오컬트의 장막을 걷어낸 자리에 남은 것은 현실의 고단함과 불합리함, 그리고 억울한 죽음이 얽힌 사연들이었다.
그 사연들은 작가의 새로운 매력과 무서운 저력을 실감하게 한다.

여름의 끝자락, ‘괴담’이라는 이름을 달고 찾아왔지만, 오히려 그 어떤 소설보다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오싹하고 강렬한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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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스텝 위픽
박재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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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위픽 시리즈는 202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가챠, 가챠>가 당선된 박재연 작가의 따끈따근한 신간 <히든 스텝>이다.
한때는 촉망받는 연습생이었지만, 지금은 가망 없는 가수 지망생으로 살아가는 해원의 이야기다.

해원은 좋아하는 가수의 모창 능력자를 뽑는 프로그램 ’히든 싱어‘에 섭외되고, 때마침 7년 동안 연락을 끊었던 엄마에게서 다급한 연락을 받는다.
엄마는 한창 빠져있는 맨발 걷기를 하다 다리를 다쳤음에도 해원에게 맨발 산행에 함께할 것을 권한다.

집을 뛰쳐나온 뒤 연락을 끊고 지내던 딸이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고 희망마저 사그라져 갈 즈음, 엄마의 연락은 해원에게 또 다른 고민과 두려움을 안겨준다.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엄마에게 어떤 고언조차 건네지 못하는 딸의 답답한 심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세상에서 제일 가까운 사이이지만 긴 세월 남보다 못하게 살아온 엄마. 그런 엄마를 걱정하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속수무책의 마음은 가족이기에 느낄 수 밖에 없는 아픔일 것이다.
서로를 잘 알고 있다고 믿었지만, 정작 가장 가까운 사람의 낯선 모습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당혹감과 두려움이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단 한편의 이야기’를 깊게 호흡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위픽 시리즈로 만난 신인 작가의 앞 날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부디 엄마 순자 씨와 해원이 각자의 평안한 삶을 찾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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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승호(고 가쓰히로)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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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호 작가의 소설은 제61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한 <도덕의 시간>을 읽은 것이 전부였다.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후 출간된 소설들을 접할 기회도 분명 있었을 텐데, 어쩐지 인연이 닿지 않아 몇 년이 지난 이제야 작가의 <Q>를 읽게 되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세 아이, 로쿠와 하치 그리고 큐.
아이들의 엄마는 모두 싱글맘이었지만, 막대한 재력을 가진 한 남자와 결혼한다.
그러나 기이한 성적 취향을 가진 남자는 이혼할 때마다 엄마들에게서 아이들을 빼앗은 뒤, 정작 자신이 키우지는 않고 자신의 부모에게 맡긴다.
아이들을 사랑하거나 돌보려는 목적 따위는 없이 그저 아이들을 하나씩 빼앗아 모으는, 기이한 ‘수집‘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그렇게 한 가족이 된 세 아이는 막내 큐를 중심으로 조부모의 손에서 함께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큐의 생모가 아들이 춤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첫째 로쿠와 큐를 데려가면서 세 아이의 운명은 다시 갈라진다.
홀로 남겨진 하치는 무수한 폭력에 시달리게 되고,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고 만다.

소설은 하나의 장르로 규정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이야기를 쏟아낸다.
7년 전 벌어진 실종 사건의 진실을 좇는 미스터리 소설이면서, 코로나 팬데믹 시대의 사회상을 예리하게 포착해 낸 소설이기도 하다.
압도적인 재능과 아름다움을 가진 소년을 향한 찬미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연예계의 뒷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가십성 짙은 소설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다양한 형태의 연민과 사랑이 자리하고 있다.
언제나 하치의 곁에서 묵묵히 그녀와 함께 했던 아리요시의 입에서 “좋아해.”(p733)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이 소설이 결국 연애소설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800페이지가 넘는 이 소설을 덥석 집어 들었던 건, 책배와 책머리, 책꼬리에 화려하게 채운 아트 프린팅 때문이었다.
게다가 블루홀식스의 창립 10주년을 기념하는 100번째 책이라는 의미까지 더해지니, 평소보다 훨씬 특별하게 느껴졌다.

가벼운 호기심으로 시작한 독서였지만, 책장을 넘기는 동안에는 왜 독자들이 오승호라는 작가에게 열광하는 지 온전히 실감할 수 있었다.
<도덕의 시간> 이후 오랜만에 만난 작가였는데, 이번에는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 같다.
<Q>를 읽고 나니 아직 읽지 않은 오승호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해지고 앞으로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벌써부터 그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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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의 시간 웅진 모두의 그림책 83
베르나데트 제르베 지음, 신유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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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는 웅진주니어 정기 서평단 자격으로 제공받았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길지 않은 글과 네 컷의 그림으로 서로 다른 시간의 흐름을 보여 주는 그림책이 바로 <네 번의 시간>입니다.

어떤 사물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은 저마다 다릅니다.
동물들이 일정한 거리를 걸어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느릿느릿 기어가는 달팽이가 목적지에 도달하는 시간과 날렵한 고양이가 우아한 걸음걸이로 도착하는 시간, 그리고 산토끼가 깡충 뛰어 도착하는 시간의 길이는 모두 다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은 1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우리 곁을 지나갑니다.
사과꽃이 피고 작은 열매가 맺혀 햇빛을 받아 탐스러운 사과로 익어 가는 데에도 여러 날이 걸립니다.
하지만 비가 갠 뒤 하늘에 떠오른 무지개는 찰나의 순간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렇듯 세상의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지만, 어떤 변화에 도달하기까지는 각자의 속도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세상은 그렇게 서로 다른 시간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개념을 설명하고, 사물이 변화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의 길이를 이해시키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이 그림책은 시간에 따라 변해 가는 사물들을 간결한 글과 짧은 문장으로 보여 주며, 시간의 흐름을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여기에 직관적인 네 컷의 그림은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인지시키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시간이 만들어 내는 변화와 아름다움까지 자연스럽게 전해 줍니다.

민들레는 꽃을 피우고 씨앗을 세상에 퍼뜨리며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푸른 나뭇잎은 단풍이 들고 잎을 떨군 뒤 다시 봄을 기다립니다.
흐르면서도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우리 역시 성장하고 내일을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여러 번 펼쳐 볼수록 깊은 진가를 느끼게 되는 그림책입니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순서에 얽매이지 않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 시간의 숨결과 흐름을 느껴 보기에 더없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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