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안인
우밍이 지음, 허유영 옮김 / 비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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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비채 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망망대해에 홀로 떠 있는 와요와요 섬 사람들은 섬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산다.
문명 세계와는 거리가 먼 섬 사람들은 세상은 바다로 이루어졌고, 카방이 만물을 관장한다고 여기며 살아간다.

한정된 수의 사람만 살 수 있는 섬은 한 가족마다 남자는 한 명만 허락한다는 율법에 따라 차남은 태어나서 백팔십 번째 보름달이 뜨면 혼자 타라와카를 타고 바다로 나가야만 한다.
바다로 나간 차남은 영영 섬으로 돌아올 수 없다.

섬에서 가장 배를 잘 만들고 섬 소녀들이 모두 짝사랑하는 아트리에 역시 차남으로 태어나 섬을 떠나야 할 운명이다.
섬의 풍습에 따라 아트리에는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우스슐라와 사랑을 나누고 먼바다로 떠난다.

아트리에는 바다로 떠난 7일 만에 식수와 식량이 모두 떨어지고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 없는 섬에 다다르게 된다.
그 섬은 오색 빛으로 뒤덮였고 죽은 생물과 악취로 가득한 곳이었다.

타이완에서 태어나 작가이자 화가, 사진가이면서 대학교수인 작가가 쓴 소설 <복안인>은 글자는 물론 불조차 존재하지 않는 비문명의 와요와요 섬의 소년 아트리에와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을 잃고 실의에 빠져 죽을 결심으로 모든 것을 정리한 여성 앨리스가 중심이 돼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쓰레기 섬에 갇혔던 아트리에와 바닷가의 외딴 마을에 사는 앨리스가 자연재해때문에 만나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은 슬프고도 아름답게 그려진다.
거기다 미스터리한 존재인 복안인이 밝히는 앨리스의 남편과 아들에 대한 진실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사랑하는 아트리에를 찾기 위해 섬의 율법과는 다른 선택을 한 우스슐라의 최후도 바라던 결말이 아닌 너무나 사실적인 마무리라 더 마음이 쓰인다.
특히 앨리스 주변인들의 서사 역시 소설을 풍부하게 해 줄 뿐 아니라 타이완 원주민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어 좋다.

“거대한 쓰레기 섬을 모티프로 생태 위기를 우화적으로 풀어낸 소설”이라는 설명을 다시 읽어 본다.
비문명을 대표하는 아트리에와 문명을 대표하는 앨리스의 조우가 어떤 해결점도 낼 수 없다는 사실이 허망하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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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 원전대로 읽는 세계문학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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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예스24 리뷰어클럽에 선정되어 새움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130년 전인 1895년 영국 작가 ‘허버트 조지 웰스’가 쓴 소설 <타임머신>은 수많은 문학작품과 영화, 드라마에서 구현되는 소재인 ‘시간여행’의 개념을 창조한 소설이다.
소설은 ‘시간 여행자’라고 명명된 주인공이 타임머신을 타고 서기 802,701년을 여행한 경험을 지인들에게 들려주는 방식이다.

자신이 만든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한 ‘시간 여행자’는 약 80만 년 후의 미래에 도착한다.
그가 도착한 곳은 너무나 아름다운 곳으로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 역시 연약해 보이기는 하지만 아름답고 우아한 인형 같은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백치에 가까웠고, 언어도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모두 같은 형태의 아름다운 옷을 입고 과일을 주식으로 삼는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그들은 평화로운 삶을 사는 듯하고 노동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둠이 찾아오면 공포에 떨며 함께 모여 잠들던 그들은 아침이 되면 다시 평온한 상태로 돌아온다.

환상적인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타임머신‘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고 ’시간 여행자’는 그곳에 다른 존재들이 있음을 알아차린다.
환한 지상에 사는 존재인 ‘엘로이‘와 지하 세계에 사는 ‘몰록‘ 사이의 섬뜩한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미래의 모습은 비극으로 다가온다.

“그곳에서 마주한 두 인류의 모습은 당시 영국 산업사회의 사회 불평등과 불안한 미래를 반영한다. 웰스는 단순한 모험담을 넘어 사회 구조와 인간 진화의 방향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p185)

노동자를 착취하던 귀족인 엘로이는 여전히 노동이 없는 삶을 살지만 사육당하는 짐승의 삶을 이어가고 죽도록 일만 하던 노동자였던 몰록은 자신들의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끔찍한 진화를 선택한다.
작가는 예상과 전혀 다른 형태로 진화한 인류의 모습을 통해 사회의 불평등을 강한 어조로 경고하고 있다.

무수히 변조되는 시간 여행 중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온 소설은 개인의 미래가 아닌 인류 전체의 미래를 보여줌으로써 현대인들에게도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지금도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을 시간 여행자의 안전을 빌며 작가의 다른 소설 <투명 인간>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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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지키는 사람
류츠신 지음, 곽수진 그림, 허유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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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인플루엔셜 출판사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아시아 작가 최초로 휴고상을 수상하고 소설 #삼체 를 쓴 세계적인 sf 작가가 어른을 위한 동화를 출간했습니다.
세계의 동쪽 끝에서 불을 지키는 불지기 노인과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사샤의 이야기는 볼로냐 대상 수상 작가인 곽수진 작가의 그림과 어울려 더욱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망망대해에 비죽이 솟아오른 이스턴섬에는 불을 지키기 위해 매일 석탄을 캐고 고래기름을 만드는 노인이 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그 섬에 죽어가는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사샤라는 청년이 찾아옵니다.

병이 든 여자 친구를 살릴 방법은 불지기 노인이 여자친구의 별을 찾아 수리해 주는 방법밖에 없기에 사샤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노인을 찾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노인의 조건은 단 하나, 노인의 일을 물려받아 평생 섬에서 불을 지키라는 것입니다.

오랜 세월 묵묵히 불을 지킨 노인은 여자친구를 살리기 위해 찾아온 청년에게 제시한 조건은 사랑하는 연인과 영원히 함께 할 수 없는 조건입니다.
거기다 고립된 섬에서 혼자 지내야만 합니다.

사샤는 노인과의 약속을 파기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맹세를 헛되게 하지 않습니다.
사샤의 선택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숭고한 사랑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노인과의 약속을 지켜 더 큰 사랑을 보여줍니다.

아름다운 이야기와 어울리는 몽환적인 그림 중에서 태양이 불을 밝히고 떠오르는 순간을 그린 마지막 장의 그림은 이스턴섬의 불지기와 사샤의 수고로움을 느끼게 합니다.
길지 않은 글에서 무한한 책임감과 깊은 사랑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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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포와 호기심 도둑 스토리잉크
빌리 패트리지 지음, 황소연 옮김 / 웅진주니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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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는 웅진주니어에서 제공받았습니다.>

웅진주니어의 ‘스토리잉크‘ 는 눈과 마음으로 읽는 그래픽노블 시리즈로 프레임을 넘나들며 놀라운 이야기를 펼쳐나가는 시리즈입니다.
#후포와호기심도둑 은 스토리잉크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로 ’김이 솔솔 올라오고, 거품은 퐁퐁 터지는 신기한 늪이 있는 곳’ , ‘온갖 동식물이 살고, 연분홍빛 섬과 낭창낭창 흔들리는 숲’이 있는 “이프”라는 나라의 북적북적한 도시 ‘요거’에 사는 호기심 대장 ‘후포’ 이야기입니다.

가장 시끌벅적한 도시 요거에 사는 사람들은 바람에 실려 오는 모험의 속삭임을 듣지 못할 만큼 바쁘게 살지만, 후포만은 그 희미한 부름을 듣곤 했답니다.
도서관에서 <위대한 훔딩고의 모험>을 763번째로 빌릴 만큼 모험 이야기를 좋아하는 후포는 단짝 친구 알레사와 함께 만나는 사람들에게 모험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하지만 모두 화를 내고 귀찮아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짙은 안개가 도시를 누렇게 뒤덮고 후포는 안개 속에서 누군가를 보게 됩니다.
그런데 도시에서 바쁘게 살던 사람들은 정신이 나간 채 다른 사람처럼 변한 것 같기도 하고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것 같기도 합니다.
과연 후포는 알 수 없는 존재의 위험에서 도시와 사람들을 구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바쁜 사람들에게는 귀찮기까지 했던 후포가 사람들을 변하게 한 안개의 비밀을 찾아가는 모험이 여러 컷의 그림으로 펼쳐져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합니다.
특히 까마귀에게 납치당한 친구 알레사를 구해내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호기심과 상상력을 간혹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하는 바른 어린이로 성장하길 바랍니다.

호기심이 없는 세상은 어떤 변화도 꿈꿀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고 어른들도 호기심 많은 시절을 지나왔지만, 그럴 시간에 공부하라는 소리를 내뱉곤 합니다.
어느 순간 이야기나 모험, 호기심 같은 것이 구닥다리가 되어 버린 세상에 자기 자신의 나다움을 잃지 않는 후포의 모험이 어린이뿐만 아니라 아이를 양육하는 어른에게 흥미진진하게 펼쳐집니다.
안개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날씨가 어떻든, 무슨 일이 일어나든 자기 자신을 잃지 말라고요!“라는 말을 후포와 함께 외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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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식기
아사이 료 지음, 민경욱 옮김 / 리드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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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리드비 출판사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정년이 보장된 회사에 다니는 서른두 살의 독신남 쇼세이는 <손을 얹을 뿐 힘을 주지 않는다>라는 인생의 모토를 갖고 있다.
회사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기도 하고 동료들의 인생 상담을 해주기도 하지만 실상은 자신이 몸담은 공동체에 전혀 어울리지 못하고 있다.

소설의 화자는 지금까지 읽은 어떤 소설에서도 등장한 적 없는 존재인 ‘나‘가 여러 생명체를 옮겨 다닌 끝에 현재 수컷 인간 개체인 다쓰야 쇼세이의 몸 안에서 그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이야기다.
공공장소에서 읽기에는 당혹스러운 제목의 소설 <생식기>는 생물의 생식을 담당하는 기관인 생식기(生殖器)가 아닌 작가가 만든 신조어로 ‘생식(生殖)의 기록(記)’을 뜻하는 생식기(生殖記)이다.

소설은 사회인이라면 응당 힘쓰는 ‘확대, 발전, 성장’과는 거리가 먼 쇼세이가 회사 생활을 하며 겪는 일과 동료와의 관계, 그리고 쇼세이 자신이 안고 있는 고민을 ‘나‘를 통해 들여다보게 한다.
특히 [생산성이 없는] 이에게 [세금을 쓰는 건 문제가 있다]라는 국회의원의 입을 통해 전달된 문장은 꽤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우리도 노골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은연중에 [생산성이 없는] 이들에게 셀 수 없는 상처와 그보다 더한 혐오를 일삼고 있는 게 현실이기에 더더욱 심각하게 느껴진다.
어떤 꿈도 야망도 없고 세상의 성장과 발전에 조금도 아바지하지 않는 무해하기까지 한 쇼세이의 일상을 보며 우리는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어떤 눈길을 던지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쇼세이의 몸 안에 있지만 그의 생각이나 행동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않는 ‘나‘라는 존재가 설명하는 상황의 엉뚱함과 여러 생명체를 옮겨 다니며 쌓은 경험은 무거운 주제의 소설에 활기를 준다.
소설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간단한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음을 깨우쳐준다.

전작인 #정욕(正欲)에서 느꼈던 주인공들에 대한 안타까움은 덜하지만, 누구에게도 자신의 진짜 모습을 내보이지 않는 쇼세이를 보며 그를 고립시킨 게 사회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래도 시간을 보내기 위한 일을 찾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은 쇼세이를 보며 모두가 가는 길은 아니지만 자신의 길을 뚜벅뚜벅 걷는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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