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의 털 스웨터 문지아이들
울리카 케스테레 지음, 이상희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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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올리카 케스테레‘작가는 라트비아 출신의 스웨덴 동화 작가라고 합니다.
<오토의 털 스웨터>는 오로라를 볼 수 있고 뜨끈뜨끈한 사우나를 즐기는 북유럽의 생활 환경을 살필 수 있고 친구의 우정도 느낄 수 있는 귀여운 그림책입니다.

머나먼 북쪽, 잔디 지붕의 블루베리 파란 집에는 스라소니 리사와 곰 닐스가 살고 있습니다.
리사는 지붕에 올라가 잔디를 깎고 닐스는 앞뜰에 커피와 쿠키를 차려두고 멀리에서 오는 친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리사와 닐스가 기다리는 친구는 아주아주 긴 시간 자전거를 타고 먼 길을 달려오는 여우원숭이 오토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세 친구는 서로를 껴안으며 기뻐하고 오토는 여행 중에 겪은 재미난 일들을 이야기해 줍니다.

오토는 오로라를 그려서 집 벽에 걸어 놓을 생각에 들떠 물감과 붓을 챙겨 가까운 바위로 올라가지만 바람이 얼마나 차가운지 온몸이 떨려 제대로 그림을 그리지 못하지요.
닐스와 리사는 빨간 코가 된 오토를 사우나에서 쉬게 하고 오토에게 따뜻한 스웨터를 선물할 계획을 세웁니다.

따뜻한 곳에 사는 탓에 추운 곳에서는 무용지물인 털을 가진 친구를 위해 털 스웨터를 만들어주려는 두 친구의 고군분투가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가장 중요한 털실이 없는 친구들이 선택한 방법은 기발합니다.

털실을 만들어 스웨터를 짜는 두 친구의 티키타카도 미소 짓게 하고 선물을 소중하게 간직하는 오토를 보며 친구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끼게 됩니다.
오토를 만났을 때, 오토가 감기에 걸렸을 때, 오토가 스웨터 선물에 기뻐할 때, 오토의 표정과 함께 시시각각 변하는 리사와 닐스의 표정을 살피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털이 털실이 되고 그 털실에 원하는 색을 입히고 투박한 손으로 친구를 위해 스웨터를 짜는 과정을 보며 오토가 입은 오로라를 담은 스웨터를 뜨고 싶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언제 읽어도 좋지만 추운 겨울 읽으면 더 행복해질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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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치광이 이웃 위픽
이소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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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쓰레기가 하늘을 가득 채운 미래는 비옥한 농토를 가진 나라 몇몇이 새로운 강국으로 올라선다.
전 세계적으로 파머 붐이 불고,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은 상승하고 급기야 바닷속으로 한 나라가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먹고살기도 빠듯한 세상에 태어난 유리는 유화를 사랑했고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독일로 유학을 떠난다.
유학 후 작가로 데뷔할 때까지 신생 갤러리의 도슨트로 일하게 된 유리는 2073년 ‘문화 폭동‘으로 소실된 클로드 모네의 수련을 설명하게 된다.

유리는 그림의 실물을 봤다는 인연으로 미디어 아트 작가로 데뷔해 첫 해외 전시로 베를린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미아를 떠올린다.
“미아는 학우들 사이에서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자 언제나 논쟁의 대상”(p25)이었고 모든 교수가 인정하는 학생이었다.

“이상하고 괴팍하고 괴상하고 절대적인 예술가 미아”(p30)는 고국이 물에 잠기자, 무국적 난민이 되고 바다에서 가족을 모두 잃는다.
하지만 유리는 천재적인 예술 재능을 가진 미아의 천재성이 불행으로부터 기인했다는 생각에 그의 불행마저 부러워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미아를 이길 수 없었던 유리의 절망과 그리고 싶은 유화가 아닌 소실된 유명 화가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만들며 느끼는 자괴감이 소설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난민에 대한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느껴지는 양가감정 때문인지 가장 오랫동안 생각이 머문 단어는 “푸시 백 작전”이었다.
난민에게는 너무나 잔인한 조치이지만 자국민의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 말한다면 과연 어떤 말로 반박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세계 곡창지대를 잃은 지금 인구의 43퍼센트가 하루 평균 두 끼의 식사로 하루를 겨우 연명하고 있는데,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서 쓰고 있는 에너지 소모가 너무 많다는 내용이었다.”(p59)

2073년 ’문화 폭동’으로 예술이 모두 사라진 계기가 됐다는 학자 논문의 문장이 일견 맞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짧은 소설은 과연 모든 인류의 평화를 위하는 길은 영원히 찾을 수 없는 건지,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지 한참을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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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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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의 소설은 단편으로 두어 편 읽은 게 다인지라 <비행운>이 제대로 읽는 작가의 첫 소설집이라 말해도 될 듯하다.
하늘이 푸르고 맑은 날에 선명한 비행운을 보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비행기에 타고 있는 이들이 부러워진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된 8편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 속 등장인물들은 푸른 하늘의 비행운(飛行雲)이 아닌 행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비행운(非幸運)의 연속인 인물들이다.
실직자인 여자는 대학 시절 마음에 둔 선배에게 무례한 부탁을 받고 남편이 귀가하지 않은 한밤중 반지를 찾아 나선 임신부는 산통을 겪는다.

오랜 장마로 물바다가 된 세상에 홀로 남겨진 소년은 골리앗크레인에 의지하고 늦은 나이에 어렵게 결혼한 남자는 아내를 병으로 잃는다.
추석에도 쉬지 못하고 인천공항 화장실을 청소하는 비정규직 기옥 씨의 삶도 녹녹지 않다.
여자가 오랜 친구와 떠난 첫 해외여행은 생각처럼 즐겁지 않고 다단계로 지인들을 끌어모아 다른 이들까지 불행하게 만드는 주인공도 등장한다.

작가가 모아놓은 주인공들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부모를 모두 잃고 골리앗처럼 서 있던 크레인을 간신히 붙잡고 있던 소년도 큐티클을 정성스럽게 다듬던 여자도 죽어서도 여전히 폐지를 줍는 할머니의 환영을 봤던 여자도 하나뿐인 아들에게 ‘엄마, 사식 좀‘이라는 짧은 편지를 받았던 여자도 나이만 들고 여전히 비슷한 자리를 맴돌고 있지는 않을까 마음이 쓰인다.

지금은 소설 속에서는 큰맘 먹고 할 수 있었던 네일과 해외여행이 일반화되었지만, 여전히 비정규직 청소원이 존재하고 재개발이라는 핑계로 삶의 터전이 사라지는 이들이 있다.
’선진국형 신개념 네트워크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합숙하던 젊은이들은 나이가 들었고 그 시절 아이였던 젊은이들은 성공을 위해 떠난 캄보디아에서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되었다.

여전히 세상은 비행운(非幸運)인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으니 언제나 비행운을 비행기가 지나간 자리로만 인식하는 날이 올 지 까마득해진다.
어둡기만 했던 세상을 보던 작가의 눈이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지 근래에 나온 소설집도 읽어보고 싶다.

*비행운(非幸運)은 우찬제 문학 평론가의 해설 편에서 가져온 단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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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운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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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의 소설은 단편으로 두어 편 읽은 게 다인지라 <비행운>이 제대로 읽는 작가의 첫 소설집이라 말해도 될 듯하다.
하늘이 푸르고 맑은 날에 선명한 비행운을 보면 어떤 사연을 가지고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비행기에 타고 있는 이들이 부러워진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된 8편의 단편을 모은 소설집 속 등장인물들은 푸른 하늘의 비행운(飛行雲)이 아닌 행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비행운(非幸運)의 연속인 인물들이다.
실직자인 여자는 대학 시절 마음에 둔 선배에게 무례한 부탁을 받고 남편이 귀가하지 않은 한밤중 반지를 찾아 나선 임신부는 산통을 겪는다.

오랜 장마로 물바다가 된 세상에 홀로 남겨진 소년은 골리앗크레인에 의지하고 늦은 나이에 어렵게 결혼한 남자는 아내를 병으로 잃는다.
추석에도 쉬지 못하고 인천공항 화장실을 청소하는 비정규직 기옥 씨의 삶도 녹녹지 않다.
여자가 오랜 친구와 떠난 첫 해외여행은 생각처럼 즐겁지 않고 다단계로 지인들을 끌어모아 다른 이들까지 불행하게 만드는 주인공도 등장한다.

작가가 모아놓은 주인공들은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부모를 모두 잃고 골리앗처럼 서 있던 크레인을 간신히 붙잡고 있던 소년도 큐티클을 정성스럽게 다듬던 여자도 죽어서도 여전히 폐지를 줍는 할머니의 환영을 봤던 여자도 하나뿐인 아들에게 ‘엄마, 사식 좀‘이라는 짧은 편지를 받았던 여자도 나이만 들고 여전히 비슷한 자리를 맴돌고 있지는 않을까 마음이 쓰인다.

지금은 소설 속에서는 큰맘 먹고 할 수 있었던 네일과 해외여행이 일반화되었지만, 여전히 비정규직 청소원이 존재하고 재개발이라는 핑계로 삶의 터전이 사라지는 이들이 있다.
’선진국형 신개념 네트워크 마케팅’이라는 이름으로 합숙하던 젊은이들은 나이가 들었고 그 시절 아이였던 젊은이들은 성공을 위해 떠난 캄보디아에서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되었다.

여전히 세상은 비행운(非幸運)인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으니 언제나 비행운을 비행기가 지나간 자리로만 인식하는 날이 올 지 까마득해진다.
어둡기만 했던 세상을 보던 작가의 눈이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지 근래에 나온 소설집도 읽어보고 싶다.

*비행운(非幸運)은 우찬제 문학 평론가의 해설 편에서 가져온 단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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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 그림책은 내 친구 81
아이보리얀 신경아 지음 / 논장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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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도서는 논장출판사 서평 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가을은 어디에서 올까요?
바람까지 뜨거운 여름 날씨에 지칠 때쯤 아침저녁으로 살랑살랑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가을이 오는구나 싶어집니다.
그러다 가로수 나뭇잎들이 푸르름을 잃어갈 때는 정말 가을이 왔구나 싶지요.

점점 깊어 가는 <가을빛>이 온 세상을 물들일 때 맛있는 김밥을 만들어 가을 소풍을 갑니다.
하늘은 높고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오면 ’한들한들 나풀나풀’ 코스모스는 춤을 추지요.
노랗게 익은 벼들 사이로 바람이 불면 참새는 놀라 후드득 날아가고 벼들은 ‘넘실넘실 출렁출렁’거립니다.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짧은 글과 가을빛을 풍부하게 담은 그림이 깊어 가는 가을 들판으로 데려가 줍니다.
“한들한들, 나풀나풀, 넘실넘실, 출렁출렁, 쨍쨍…“ 다양한 흉내 내는 말을 소리 내 읽다 보면 가을의 정취가 그대로 느껴져 가을 소풍을 함께 간 느낌이네요.

그림책에는 가을을 상징하는 다양한 소재들이 등장합니다.
코스모스를 시작으로 누렇게 벼가 익은 논, 빨갛게 익어가는 열매, 붉은 맨드라미, 노란 은행잎, 빨간 단풍잎…
”캔버스에 전통 한지를 여러 겹 붙인 장지를 바르고 유화 물감에 오일을 섞어 칠하는 방식“의 그림은 오래도록 눈길을 머물게 합니다.

그림책의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하나의 작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아름다운 가을 그림은 보는 것만으로 행복합니다.
특히 그림책 속 아이가 가을을 즐기고 간직하는 모습은 우리 아이들과 함께해 볼 수 있는 활동이라 아이들과 가을을 즐길 수 있는 지침서가 될 것 같습니다.
너무 짧아 아쉽고 그래서 더 좋은 가을에 어울리는 <가을빛>을 여러 번 보다 보니 하루가 다르게 가을이 깊어 갑니다.

*인터넷 서점에서는 작가님의 그림책 <여름비>, <가을빛> 구매 시 은행잎, 단풍잎, 코스모스, 도토리가 그려진 예쁜 가을빛 책갈피를 보내줍니다.(마일리지 차감, 한정 수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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