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면 그 책 속에 나오는 책이 궁금해질 때가 많다.
그래서 호기심에 찾아 읽곤 하는 편이다.
헌데 <페미니즘 이론과 비평>은 책에 대한 비평이어,
호기심이 아닌 의무감으로 그 책을 찾아 읽어야 한다.
호기심은 자발적일 수 있으나,
의무감은 살짝 반항+부담이 들 수도 있겠다.
책이 한 두 권이야 말이지~
관련 도서들이 참 많기도 하지!
넘 많아서 부담백배다.
그래도 울프의 책 <자기만의 방>
(나는 늘 <혼자만의 방>이라고 잘못 적어 다시 수정한다. 왜 자꾸 혼자만의 방이라고 생각하지? 혼자만의 사랑을~~노랫 가사말 때문인가?)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
(단편 하나만 읽었는데 나는 읽었다고 쓴다. 이유는 올 해부터는 ‘읽었다‘라고 자랑할 예정이니까.)
두 권을 읽.었.다.
그리고 페미 이론 비평, 2 강 들어가기 전에 울프의 <올랜도>를 앞부분 조금 읽었다가 머리에 !!! 느낌표가 빡~~!!!
아, 이래서 그 분은 잠시 올랜도 빠빠이~ 하시고 책장으로 밀어내셨구나? 공감했더랬다.
나도 살포시 패브릭 독서대 높낮이용 책으로 사용.
어젠 베티 프리단의 <여성성의 신화>를 조금 읽었다.
읽으면서 자괴감이 살포시 올라오는지라,
이 자괴감은 책을 읽는 내내 확인하게 되겠구나!
내가 예상했던 내용과는 빗나간 책이지만,
현재 내가 매우 공감대가 크게 작용할 책이겠단 생각을 했었다.
요즘 읽는 책들은 재미위주의 책들이 아니고,
감동을 주는 책들이 아니다.
뭐랄까?
나를 후려치는 듯한 묘한 느낌을 종종 받곤 한다.
전구에 불이 켜지기도 하고, 종종 나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 같아 혼자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기도 한다.(갱년기 증상일 수도 있겠지만~^^)
책이 이럴 수가 있나?
그동안 읽어 왔었던 것들은 무엇이었나?
장밋빛 인생으로 인도해주길 바랐었나?
이런 저런 나만의 안드로메다로 빠져 읽다 보면, 급피로해진다.
다음 날, 새벽에 눈을 떠야 하는데 눈이 떠지질 않는다.
뭘까? 무엇 때문일까?
분석해본다.
요즘 분위기 전환 삼아 책 읽는 장소를 바꿔보았다.
예전에 미미님이 스터디카페에서 책을 읽으신다는 글을 읽었다.
카페에서 읽는 것보다 스카(스터디카페)에서 읽는 게 가성비가 훨씬 좋다는 댓글을 읽고, 그래! 그거야!
딸들이 방학하면 같이 가자고 해야겠다. 기다렸더니 이 녀석들이 안가겠다고 집에서 공부하겠다고 버티는 것이다.
안돼!!! 가야만 한다고 억지로 끌고 가봤더니 울 셋은 스카가 처음이었던지라, 새로운 분위기에 혹하는 세 모녀는 눈이 @.@
맘에 들었어, 우린 이제부터 스카공이야!(스터디카페 공부족?)
딸 둘은 쌍둥이라도 다니는 학교도 다르듯
다니는 학원이 달라 시간대도 달라서 늘 셋이서 스카에 가지진 않는다. 그러니까, 결론은 나만 좀 바쁘다는 것이다.
점심 먹는 시간이 다르니 밥 차려 주느라,
내가 스카를 가고 싶은 시간대에 갈 수는 없었다.
주로 저녁을 먹고, 저녁 늦은 시간에 가서 책을 읽다가 큰 딸이 지쳐 집에 가자고 하면 같이 집으로 돌아와 씻고 잔다.
밤 늦은 시간에 딸이랑 손 잡고 집으로 와보니 사람이 아무도 없어 좀 무서웠다. 나도 무서운데 딸 혼자 다니게 하는 건 더 안될 일인 것 같아 혼자 올 수 있다는 딸에게 안돼!!! 엄마가 지켜줄게!
따라붙어 다닌다고 지인에게 그리 말했더니, 지인은 깔깔 웃으며 ‘엄마 감시단‘이라고 한다. 내가 좀 극성이긴 하지!
극성스런 감시단을 하려고 해도 체력이 되어야 말이지!
일주일정도 하고 나니 넘 힘든 것이다.
스카가 책 읽긴 딱 좋은 장소이긴 한데,
오래앉아 있으니 목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더군다나 그 분위기????!!!!!
어둠침침하면서 계속 윙윙 흘러나오는 백색소음.
잠 자기 딱 좋은 시스템인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살펴보면 딴 사람들은 정말 열공하는 분위기인데 나만 졸고 있는 것인가? 싶어 자다가 책장 넘기는 소리에 깨고 나면 좀 부끄러웠다.
남들은 뭘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나? 안보는 척 하면서 슬쩍 봤더니 자격증 공부, 공무원 시험 준비, 고등학생 같아 보이는 애들, 저 구석엔 커플같아 보이는 남녀!!! (자리는 따로 앉았어도 커플인 게 분명하다고 딸들한테 얘길 해주면, 엄마는 책은 안 읽고, 다른 사람들만 쳐다 보냐고~ 잔소리 해댄다.)
그러니까 책을 읽는 사람은 나밖에 없단 말이었다.
내가 그들을 훔쳐 보듯이 나를 훔쳐보지 않을까?
그리 생각하니 이게 어째 좀 슬며시 부끄럽다고나 할까?
책 읽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잖아욧?!
가슴에 새기며 당당하게 혼자 책을 읽는다.
하지만 스카의 어둠침침한 조명 아래 윙윙 백색소음을 들으며
책을 읽다 보면, 과하게 감정몰입 된다고 해야 하나?
페미니즘 책은 과하게 나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몰려오고, 스트라우트의 루시 바턴 소설을 읽으면 또 눈물, 콧물이....ㅜㅜ
아...스카는 나만의 안드로메다에 빠지기 십상인 아주 위험한 곳이다. 그래서 그렇게 혼자 헤매다가, 밤 늦은 시간에 딸이랑 집에 돌아오니 녹초가 되는 것같다.
(이상 저의 스카 독서 체험기입니다^^)
※요즘 스카에서 책을 읽으니 절로 간식 금지가 되어,
바지 허리가 살짝 헐렁해졌네요?
그동안의 뱃살이 간식이었나 봅니다?
또 역으로 간식 없이 커피만 마시고 책을 읽어 계속 기운도 없고, 우울한 건가? 싶기도 하구요.
어쨌거나 계절마다 바지 사러 다니느라 바빴었는데 요렇게 유지해서 올 봄엔 더 이상 바지 안사게 만들어야겠네요.
스카에서 인증샷 찍기 엄청 눈치보여 겨우 두 장만 찍었네요.
제가 즐겨앉는 1 번과 3 번 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