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과 매기 남매의 유년시절이 주가 되는 조지 엘리엇의 <플로스 강의 물방앗간> 1 권이다.
읽으면서 늘 분통터진 부분이 바로 톰과 매기 남매의 차별적 시선이었다. 매기는 똑똑하다못해 영재기가 있는 소녀였지만, 톰은 매기보다 훨씬 덜 똑똑한데도 장남이라고 늘 매기보다 더한 대접을 받고, 교육도 받고(매기는 뒤늦게 여학생들이 다니는 학교에 얼마간 다니긴 했다만) 교육면에서도 살짝 특수 개인과외 비슷한 특별 교육까지 받았지만 실력면에서는 집에서 독서만 했던, 매기보다 실력이 모자란 듯해 보인다.
그런데 톰과 매기의 엄마 그리고 그 이모들은 남아선호사상에 빠져 무조건 톰이 우선이고, 매기는 그저 사고치는 천방지축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안타까웠다.
매기는 머리숱이 많은 아이였던지, 특히나 엄마한테 단정하게 머리 관리를 하지 못한다고 지청구를 듣곤 했는데,
매기는 무언가 화가 나서 그 머리를 싹둑 잘라버렸다.
머리를 자르겠다고 동생이 얘길하면 분명 부모님께 혼이 날 것이란 걸 알면서도 교활하게 동생을 부추기는 오빠 톰!!!
못났다. 못났어!!!!
그래도 매기에겐 그녀를 아껴주고 매기편을 들어주는 아빠가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그런데 여성 작가들의 고전 소설 속 장면에선 어머니가 되려 애들을 쥐 잡듯이 잡고, 차별도 심하고, 딸들을 구속하거나 아님 교육을 시킬 필요가 없다고 이미 결정짓고, 나 몰라라~ 방치하기 일쑤다. 그리고 어떻게든 좋은 집안(돈 많은 집안)에 시집만 잘 보내면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여성으로 등장하는데, 반면 아버지는 좀 온화한 경우가 많다. 그게 좀 의아스럽네?
가부장 아버지의 모습이 보기 싫어, 어머니에게 그렇게 권력을 부여하고, 롤모델? 같은 아버지, 즉 갖고 싶고 바라던 아버지의 모습으로 일부러 그런 설정을 한 것일까???
아니면, 어머니 윗 세대는 더욱 교육을 받지 못한 억압된 세상 속에서 당연히 그렇게 부모에게 교육을 받아버려 내 자식도 그렇게 또 키워야 하는 의무감에게 사로 잡혀 내 자식은 나처럼 키우지 않으리라!! 그런 생각이 아예 없는 것인 건가?
문득 이런 저런 생각들이 계속 맴돈다.
그래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 어머니들이 한없이 속물처럼 비춰져 조금 답답하다.







"아니, 매기, 야단맞으려고!" 톰이 큰 소리로 외쳤다.
"더 이상 자르지 않는 게 좋을걸"
싹둑! 톰이 말하는 동안 다시 큰 가위 소리가 났다.
그는 그 일을 재미있게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매기의 모습이 아주 우스꽝스러워질 테니 말이다.
"자, 오빠, 뒷머리 좀 잘라줘." 매기는 자신의 대담함에 흥분해서 벌인 일을 끝내고 싶어 했다.
"야단맞을 거야, 알지." 톰이 고개를 끄덕이며 훈계조로 말하고는, 가위를 받고 잠시 망설였다.
"걱정 마, 서두르라니까!" 매기는 발을 가볍게 굴렀다.
볼이 빨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검은 머리숱은 무척 많았다. 조랑말의 갈기를 자르는 금단의 즐거움을 이미 맛본 소년에게 이보다 더한 유혹이 있을까. 나는 어지간히 뻣뻣한 머리카락을 가위로 자를 때의 만족감을 아는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다. 유쾌하게 싹둑 잘리는 소리가 한 번, 또 한 번, 또 한 번. 이렇게 뒷머리카락이 마룻바닥에 무겁게 떨어졌다. 머리카락이 들쭉날쭉고르지 않게 잘려 있었지만, 매기는 마치 숲 속에서 나와 시야가 탁 트인 들판에 들어선 것처럼, 거칠 것 없는 해방감을 느끼며 서 있었다.
"오, 매기." 톰은 그녀 주위를 뛰어다니면서 제 무릎을 치며 웃었다. "야 너 엄청 이상해 보여! 거울 좀 들여다봐. 우리가 학교에서 호두 껍데기 던지며 놀렸던 바보 같아"
매기는 예기치 못했던 고통을 느꼈다. 그녀는 주로 자기를 괴롭히던 머리카락과 그것 때문에 듣던 귀찮은 잔소리 - P108

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아주 단호한 이런 행동으로 어머니와 이모들에게 승리를 거둘 거라고 예상했었다. 그녀는 자기 머리를 예쁘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단지 사람들이 자기를 영리한 소녀라 생각하고 흠잡지 않기만 바랐을 따름이다. 그러나 이제 톰이 그녀를 비웃으면서 바보 같다고 하자, 그 문제는 전혀 새로운 측면을 갖게 되었다. 매기는 거울을 들여다 보았고,
톰은 여전히 웃으면서 손뼉을 쳤다. 매기의 상기된 뺨이 창백해졌고, 입술이 조금 떨렸다.
"오, 매기, 곧 밥 먹으러 내려가야 할텐데, 맙소사!" 톰이 말했다.
"비웃지 마." 매기는 격렬하게 말했다. 그녀는 화가 나서 눈물을 왈칵 쏟으며 발을 구르더니 톰을 밀쳐버렸다.
"성미도 고약하군! 그럼 뭐 때문에 잘랐니? 난 내려갈거야. 저녁 식사 시작하는 냄새가 나는데." 톰이 말했다.
톰은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는 가여운 매기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고 절망하게 내버려두었다. 이런 생각은 그녀의 어린 영혼이 거의 날마다 경험하던 것이다. 매기는 머리카락을 자르고 난 뒤 분명히 깨달았다. 그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며, 전보다 머리카락에 관해 잔소리를 더 많이 듣고 머리카락 생각을 더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을 매기는 격한 감정에 충동적으로 일을 저지른 것이었다. 그녀는 머리카락을 자른 행동에서 나온 결과뿐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하는 것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모든 것을 세세히 과장해서 - P109

알 수 있었다. 톰은 결코 매기처럼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지 않았다. 그는 무엇이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할지 고집도 훨씬 세고 융통성도 없었지만, 어머니가 그를 말썽꾸러기라고 꾸러기라고 부르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만약 그런 실수를 저질렀다면, 톰은 그 실수를 불가피한 것이라 옹호하고 방관했다. 즉 그는 ‘개의치 않았던 것이다.‘ 그가 문에 채찍질을 해서 아버지의 말채찍 끈을 끊어버렸다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문의 돌쩌귀에 걸린 채찍이 잘못이었다. 톰 털리버가 문을 채찍으로 때리는 모든 소년들의 행동이 정당화될거라 확신했으며 후회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매기는 거울 앞에 서서 울며 이런 생각을 했다. 톰과 루시, 식사시중을 드는 케지아, 그리고 아마 아빠와 이모부들까지 나를 보고 웃을 텐데, 저녁 먹으러 아래층에 내려가 이모들의 매서운 눈초리와 심한 말을 어떻게 견딜까. 톰이 나를 보고 웃었다면 당연히 모든 사람이 웃을 텐데. 다만 머리카락을 그대로 두었다면 톰과 루시랑 앉아서 살구 푸딩과 커스터드를 먹을 수 있었을 텐데! 울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녀는 도살당한 양 떼들 사이에 엎드려 통곡하는 아이처럼, 검은 머리카락이 널려 있는 가운데 어찌할 바를 모르고 절망하며 앉아 있었다. - P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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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17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7 1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7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7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7 15: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7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8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2-11-17 14: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샀어요!! 꺅!! >.<

책읽는나무 2022-11-17 15:13   좋아요 0 | URL
사셨어요? 꺅꺅!! 👏👏👏
근데 전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있는 중입니다ㅋㅋㅋ

바람돌이 2022-11-17 1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시대에는 여자아이가 교육을 받아봤자 쓸데가 없는 시대 아닌가요? 그러니까 제인 오스틴 소설에서도 부단히 나오듯이 결국 종착역은 결혼! 아마 그러니까 저 시대 어머니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모정은 딸을 부잣집으로 시집 보내는 것일듯합니다. 저 대학갈때도 그런 집 많았어요. 딸래미 대학 뭐하러 보내냐는..... ㅎㅎ

책읽는나무 2022-11-17 16:12   좋아요 1 | URL
맞아요!!!!ㅜㅜ
그래도 하나같이 똑같은 엄마의 모습이라니??
보통 그런 대접을 받고 컸기 때문에 내 딸은 그렇게 키우지 않으련다~라는 엄마가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싶었었는데....ㅜㅜ
우리 어린 시절만해도 맞네요. 딸보다는 아들이 우선!! 그런 시대였었죠ㅜㅜ
저는 오빠가 없어 좀 다행였는데 오빠 있는 친구네 놀러가서 깜놀했었던 기억이 좀 있었네요.
남동생을 더 예뻐하던 집도 있어 설움받던 친구도 있었고...ㅜㅜ

독서괭 2022-11-18 1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재밌을 것 같아요. 오히려 여성의 삶이라는 게 어떤지 잘 아는 엄마들이 더 가혹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아빠에 대한 로망의 반영이지 않을까 하는 말씀도 오! 그렇지 않을까? 싶어지네요.

책읽는나무 2022-11-18 17:43   좋아요 1 | URL
읽다 보면 시대상의 차이를 인식해야 하는데도 고걸 까먹고, 어? 왜 그렇지? 했다가....19세기였었지? 또 끼워맞춰 생각해봤다가...이 생각, 저 생각 그저 내식대로만 생각하게 되네요^^
저도 괭님 말씀처럼 암만봐도 엄마들이 더 왜 가혹했어야 했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특히 <글 쓰는 딸들>이란 책에서도 보부아르의 엄마나 뒤라스의 엄마도 참 이해가 안됐었거든요.
그러고보면 그 시절 우리네 엄마들도 엄청나게 고지식하게 딸을 키웠겠죠??
참, 힘든 세상이었겠단 생각이 많이 듭니다.
2 권은 1 권만큼 진도가 안나가네요.
오빠 톰이 쓰러져 가는 집안 일으킨다고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매기는 갑자기 연애??? 음...예상과 다른 전개가 펼쳐지는 것 같아 그런 것 같아요ㅜㅜ
그래도 읽어야 할 책이 줄을 서서 빨리 읽어야 하는데....^^;;;;;;;;

희선 2022-11-19 0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기가 더 잘하는데 남자아이여서 톰을 더 대접하는... 옛날 한국도 다르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부모가 반대해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한 사람도 있겠지요 그렇게 산 사람 힘들었겠지만, 하고 싶은 걸 해서 좋았겠습니다 힘들어도 뭔가 할 수 있는 시대가 있었겠지만, 그러지 못한 시대도 있었겠네요


희선

책읽는나무 2022-11-19 07:38   좋아요 1 | URL
제 눈엔 오빠보다 능력이 더 있어 보이는데 교육도 제대로 못받고, 톰 아들이 우선시되다 보니 매기가 기량도 못펼지고, 계속 톰 오빠 눈치만 보고 사는 여자로 자라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ㅜㅜ
옛 시절엔 그런 여성들이 대다수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