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부로 넘어가니 웬트워스 대령과 앤 앨리엇의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숨 가쁘게 문장을 읽고 책장을 넘기기 바빴다.
오스틴의 소설은 늘 이렇구나!
초반부 아...무슨 내용인 건가?
인물들이 너무 많이 등장하고, 각자 할 말을 반 페이지 넘게 뱉어 내니 이 사람이 저 사람 같고, 저 사람이 이 사람 같아 정신이 없다가, 중반부쯤 들어서야 서서히 윤곽이 잡히면서 집중하게 되고, 후반부는 책장이 막 넘어간다.
수하님이 얼마 전 말씀하신 울프의 문장이랑 정말 딱 맞다.
묘한 지루함과 묘한 아름다움이 있는 오스틴의 소설!
읽을 때는 지루하지만, 다 읽고 나면 주인공들에게 스며들어 있어, 나는 또 별 다섯 무조건 선사한다. 나는야 마구 별 뿌리는 사람!
그래도 오스틴이니까 가능한 것이다.
웬트워스 대령의 결정과 고백은 조금은 예상 가능하긴 했는데, 내가 예상했었던 ‘질투‘의 대상이 완전 뒤바뀌어 있어 조금 놀랐다. 루이자를 이용하여 앤의 질투를 끄집어 내려고 했던 것으로 여겨 조금 야비하다고 생각했었는데, 훗날 루이자에겐 조금도 마음이 없었다고 친밀감이 과했던 것이라 말을 둘러대는 자기 변명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엘리엇이 앤 주위를 맴도는 것을 보고 본인이 질투를 했노라 솔직하게 고백하는 모습은 조금 예뻐 보였다. 역시 질투가 사랑의 밀당이롤세!!!!
잠자냥님의 얼마 전 ‘질투‘란 주제의 리뷰를 읽었던지라, 더욱 ‘질투‘에 꽂혀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고 나니 프레이야님과 바람돌이님의 웬트워스 대령의 처지에 조금 공감되더란 그 말에 나 또한 조금 공감되긴 했다. 이 책은 ‘설득‘하려는 능동적인 행위가 아닌 ‘설득‘ 당한 수동적인 행위로 인해 두 사람의 분노와 섭섭함과 아쉬움 그리고 미련이 고스란히 피부에 와 닿아 나의 과거가 떠오르기도 하여 책을 덮고 나니 아스라히 마음이 찡~하기도 했다.
설득당한 나를 원망했던 그 친구는 아직도 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려는지? 에혀~ 시간이 흐른지가 언젠데, 모든 걸 잊고 잘 먹고 잘 살고 있겠지!
주절주절 감상 기록이랑 밑줄 긋기의 내용은 너무 다르다는 걸 이제 깨달아, 몇 자 더 기록해 둔다면...
<다락방의 미친 여자>책에 언급된 문장들이 눈에 띈 문장들, 그리고 오스틴이 얘기하는 듯한 느낌의 문장들에 밑줄을 그었다.
밀줄은 더 많이 긋긴 했지만, 여기까지!!
오스틴 작가 넘 좋아하는 거 티 내고 싶지 않으니까!
![](https://image.aladin.co.kr/product/764/59/cover150/8954611842_1.jpg)
"맞습니다." 앤이 말했다. "맞는 말씀이에요. 제가 기억을 못 했네요. 그렇다면 하빌 대령님, 이제 뭐라고 말을 할까요? 변화가 외부 상황에서 온 것이 아니라면 내부에서 온 것이겠지요. 벤윅 대령의 경우엔 본성, 남자의 본성인 거죠." "아니, 아니에요, 그건 남자의 본성이 아니지요. 지조 없이 사랑하는, 혹은 사랑했던 사람을 잊는 것이 여자의 본성이 아니라 남자의 본 - P308
성이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 반대라고 믿어요. 우리의 신체적 구조와 정신적 구조엔 진정한 유사성이 있다고 믿으니까요. 남자의 신체가 더 강하듯이 감정도 더 강하니. 그만큼 고된 일도 견딜수 있고 거친 풍파도 헤쳐나갈 수 있는 것이지요." "남자의 감정이 더 강할지도 모르죠" 앤이 대답했다. "하지만 바로그 유추의 관점에서 보자면 여자의 감정이 더 섬세하다고 주장해도 무방하겠지요. 남자가 여자보다 강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더 오래살지는 않잖아요. 그게 바로 제가 보는 남자들 애정의 성격이에요. 아니 그렇지 않다면 당신네에게 너무 힘든 일이겠지요. 당신들은 힘들고 궁핍하고 위험한 상황도 감당해야 하고, 항상 열심히 일하느라 고생하고 온갖 위험과 고난에 노출된 삶을 사니까요. 집과 친구, 고국을 떠나서 지내는 데다, 시간도 건강도 목숨까지도 자신의 것이라고 할수 없지요." 앤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이 모든 것에 여자같은 감정까지 더해지면 정말 너무 힘들 거예요." "우린 절대 이 문제에 타협점을 찾을 수 없을 겁니다." 하빌 대령이말을 하려는데, 지금껏 쥐죽은 듯 조용하기만 하던 웬트워스 대령 쪽에서 뭔가 소리가 들려 그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의 펜이 떨어지면서 난 소리였을 뿐이지만, 앤은 그의 자리가 생각보다 더 가까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두 사람에게 정신이 팔린 그가 무슨 얘길 하는지 들으려고 하다가 펜이 떨어진 게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말소리를 알아듣지는 못했을 거라고 앤은 생각했다. "편지는 다 썼나?" "아직 몇 줄만 더 쓰면 돼. 오 분이면 될 걸세." - P309
"아!" 앤이 열렬한 목소리로 탄성을 내지르며 말했다. "당신이, 그리고 당신 같은 남자들이 느끼는 모든 것을 온당하게 대접할 수 있길바랍니다. 다른 사람의 따뜻하고 신실한 감정을 하찮게 본다면 벌받을 일이겠지요. 제가 감히 진실한 애정과 절개는 오로지 여자들만의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경멸받아 마땅할 겁니다. 아니, 저는 남자들이 - P311
결혼해 살면서 온갖 위대하고 선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어요. 꼭 필요한 일을 위해 애쓰고, 가정에서 참을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는답니다. 다만, 이런 표현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대상이 있는 한 그렇다는 얘기지요. 제 말은 당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살아 있고, 그 여자가 당신을 위해 사는 동안에 한해서라는 거예요. 제가 여자들을 위해 주장하는 특권이란 - 별로 시기할 만한 게 아니니 탐내실 필요는없어요-더이상 대상이 존재하지 않아도, 희망이 사라져버린 뒤에도 여자는 남자보다 더 오래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곧바로 다음 말을 할 수 없었다. 가슴이 벅차 숨을 쉬기도힘들었다. "당신은 선한 영혼을 가지셨군요." 하빌 대령이 다정하게 앤의 팔에 손을 얹으면서 외쳤다. "당신과는 논쟁을 할 수가 없네요. 게다가 벤윅을 생각하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답니다." -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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