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퇴근길....한 연예인(?)의 옆자리에 앉아
42분간 non stop으로 그 연예인(?)의 녹화방송 같은 통화를
계속해서 듣는 고역을 치렀다.

막 떠나려는 버스를 바람을 날리며 뛰어 탔을 때,
자리가 딱 2개 비어 있었다.

나에게는 두 개의 선택이 있었다.
한잔 얼큰하게 걸친 아저씨 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자그마한 여자애의 옆자리.

난 망설임 없이 그 여자애 옆에 앉았고,
기분 좋게 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책을 펴자 마자....
그 연예인(?)의 첫번째 통화가 시작되었다.

"오빠, 전화했었죠?" 로 시작되는 그 통화는
거의 10분간 계속 되었다.
목소리도 커서 옆자리에서는 귀를 막아도 들릴 것 같았다.
"주혁이 오빠"랑 영화를 찍었단다.

"난 몇 장면 안나와....8씬? 9씬?
근데....주혁이 오빠랑 봉태규,이요원 빼고는 다 단역이야." 어쩌구 저쩌구....

난 책을 읽다가 흘끔 쳐다봤다.
어라? 얘가 연예인이란 말이야?
흘끔 흘끔 보다가 궁금해서 고개를 돌려 쳐다 봤다.
아무리 봐도....너무...평범했다.
버스는 정거장이 지날수록 붐볐는데,
단 한 사람도....쳐다 보지 않았다.

그애가 전화를 끊었을 때,
아...이제 좀 조용하겠구나 하고 책에 집중하려 하는데,
두번째 통화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오빠, 전화했었죠?" 가 아니라
"전화했었죠,오빠?"였다.

"주혁이 오빠"랑 영화 찍은 얘기에 덧붙여
<동물농장> 리포터로 출연한다...며칠 전에 녹화를 했다....바쁘다....
이런 얘기들을 했다.

두번째 통화가 끝났을 때, 좀 짜증이 났다.
시끄러워서 책을 읽기가 힘들었다.
그 애의 전화를 받는 사람이야 한번 들으면 되겠지만,
나는 옆에 앉은 죄로 똑같은 내용을 두번이나 듣고 있으니....

악조건 속에서 책에 집중하려고 애쓰고 있을 때,
세번째 통화가 시작되었다.
역시....."오빠, 전화했었죠?"로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영화 + 동물농장에 덧붙여
무슨 콘서트 MC를 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재동이 아저씨가 보던 건데...." 어쩌고 저쩌고.....

난 다시 한번 흘끔 쳐다봤다.
유명한 앤가? 나만 모르나?
주위를 둘러 보았으나 역시...아무도 쳐다보지 않았다.
다만 옆 좌석에 앉은 아저씨가 시끄러웠는지
몇번씩 그애를 쳐다보며 야렸으나,
그 애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세번째 통화가 끝났을 때,
조용히 해달라고 말을 할까....고민했다.
그 때, 네번째 통화가 시작되었다.
" 전화했었죠, 오빠? " 헉....
이번에는 영화 + 동물농장 + MC에 덧붙여
자기 "매니저" 얘기를 했다.
난 또 한번 흘끔 쳐다봤다. 또한번 고개를 갸우뚱....

책 읽기를 포기하고 내릴 준비를 하고 있는데
다섯번째 통화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우리 프로 "작가"한테 물어서 좋은 곳을 알려주겠다... 뭐 이런 얘기를 했다.

아....난 오늘 매니저도 있는 연예인(?) 옆자리에 앉는 영광(?)을 누렸다.
덕분에....귀는 터질 것 같고 책은 2장도 못 읽었다.

단지 옆에 앉았다는 이유만으로
똑 같은 얘기를 42분동안 5번이나 듣다니....

만약 그애가 유명해진다면
연예인 누구랑 비행기에서 옆에 앉았다, 카페에서 봤다 이런거 떠버는 사람들처럼
자랑이라도 하겠지만,
그럴리는.....거의 없을 것 같다.

공공장소에서는 제발 좀 조용히 하자.
그 곳에서 책을 읽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인 사람도 있다는 것을
그 애는 모르겠지....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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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사스 2005-10-12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는 "오빠, 전화했었죠?" 가 아니라 "전화했었죠,오빠?"였다>에서 배 아프게 웃었습니다.. ㅎㅎ

2005-10-12 0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5-10-12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오빠 중 하나가 바로 저랍니다
-맨날 뻥만 치는 마태-

플레져 2005-10-12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부러 티내려고 하는 애덜이 좀 있는 듯. 아직 어린게지요 ㅎㅎ

코마개 2005-10-12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정말 돌아버리지.
하나 질문. 항상 궁금했던건데...klein susun의 klein이 현명한이라는 그 클라인 맞아요???

드팀전 2005-10-12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여버려....핸드폰을 확 뺐어서 창밖으로 던져버려....현대생활 백서...시끄러운 년넘들을 조용하게 하는 법..빰빠라밤...@
손가락은 좀 어떠신가?

야클 2005-10-12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바람을 놓으시지...ㅋㅋㅋ
친구분한테 전화거셔서 "옆자리에 앉은 웬 몰상식한 싸가지 때문에 열받는다"라고 옆사람 들리도록 큰 소리로 통화하면서... ^^

moonnight 2005-10-12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의 댓글이 너무 웃깁니다. ^^; 그런데 그렇게 대처하시기엔 수선님 맘이 너무 여리신 듯 ;; 손은 좀 괜찮으세요? 이젠 귀까지 아프신 건 아닌지 -_ㅠ

바람돌이 2005-10-12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으로 부글 부글 끓으면서 한마디도 못하고 어쩔까 고민만 하다가 결국 기냥 버스 내리는 수선님. 흑!! 제모습같아요. ^^;;

클리오 2005-10-12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나... 그 수많은 오빠들에게 전화했었냐니.. 수선님이 싸인이라도 해달랬으면 좋아했었겠군요. 흐흐..

kleinsusun 2005-10-13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훈성님, 전화할 때 마다 첫마디가 "오빠, 전화했었죠?" 나중엔 그 다음에 무슨 말을 할지 알꺼 같았어요.ㅋㅋ

속삭이신님, 정말 그 연예인(?)은 그렇게 말할 때 옆사람이 자기를 흘끔 흘끔 보는걸 원했던게 아닐까요? ㅎㅎ

아....그중에 한분이 마태님이셨군요. 근데 그 연예인(?)은 미녀가 아니었는데....
앞으로 미녀가 아닌 전화는 받지 마세욧! 호홋.

플레져님, 근데 나이 들어서 그런 애들도 있어요.ㅎㅎ

kleinsusun 2005-10-13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쥐님, "klein" 은 "작은"이라는 뜻이예요. "작은 수선" 이라는 뜻입니당. 제가...좀 작아요.ㅎㅎ 참고로 저는 "현명"이랑 관계가 없답니당. "미련"하고는 깊은 관계성이...

드팀전님, 좀 저리긴 하지만 괜찮아요. 아...빨리 기부스 풀고 술 마시고 싶당.ㅎㅎ

야클님, 그 생각도 하긴 했어요. 근데 제가...겁이 많아서....
어린 애들이 무서버요.ㅎㅎ

moonnight님, 여리다긴 보다는 겁이 많은거지요.^^ 원래 눈 큰 애들이 겁이 많쟎아요. 제가 사실....엄살도 좀 심하답니다. ㅎㅎ

바람돌이님, 음....님도 스트레스 받으면서 말을 못하는군요.
지하철이면 다른 칸으로 가버렸을텐데....ㅋㅋ

클리오님, 그러게요.싸인해 달라고 했으면 전화 100통은 했을꺼예요.
오늘 버스에서 옆에 앉은 여자가 싸인해 달라 그랬다고....ㅎㅎ

코마개 2005-10-13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이게 바로 우리 교육의 병폐입니다. 시험볼때 열심히 외웠다가 칠판 지우듯이 쌱~~아마 대학때 안맞고 배워서 그럴겁니다. 중고등학교에서 맞으며 배운건 거의 기억하는데.ㅋㅋㅋ

2005-10-14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