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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브스를 하고 있으니 아무리 차려 입어도 뽀다구가 나지 않는다.
까만 정장에 와인색 스타킹, 머리를 단정하게 올백으로 묶고 스커프로 액센트를 줘도, 사람들의 관심은 하얀 붕대로 칭칭 매여 있는 왼손에만 간다.
"왜 그래요?"
헉.... 오른손으로 문 닫다가 왼손을 치였다고 말하기도...쩍팔리다.
그냥 씩 웃으며 말한다. " 7명하고 맞짱 뜨다가....6명만 됐어도 안다쳤을텐데....^^"
기브스를 하고 있으니 은근히 불편한 점이 많다. 막 돌아다니기도 불안하다.
늦잠을 자고 일어난 일요일 아침. 뭐 좀 재미있는....기분을 up 시켜주는 일이 없을까....생각했다. 뜻밖의 사고로 움추려든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이벤트 같은거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가....용기를 냈다.
평소 데이트 해보고 싶었던 남자한테 문자를 보냈다. 그러니까...."작업용" 멘트.
어제 그 남자한테 빨리 나으라고 문자가 왔기에 혹시 "같은 생각"(?) 하면서 용기를 낸 것이었다.
뭐라고 할까 한참 망설이다가.... 이렇게 문자를 보냈다.
" 뭐 재미있는 만화책 없나요? 심심해요."
그리고...답장을 기다렸다. 모범답안은 이런거였다.
"심심하세요? 저랑 영화 보실래요? " 뭐....이런거....
10분 정도 지나서 문자가 왔다. 두근 거리는 마음에 문자를 확인했다.
허걱.... 그 문자에는....그 문자에는..... 글쎄.... 추천하는 만화책 제목들이 있었다.
아....충격을 받았다. 난 이제....연애전선에서 더 이상 선수가 아닌가 보다. 이제....은퇴를 해야 하나....?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려 해도... 그러니까... 남자가 순진하다거나... 이과식 사고방식이라거나... 충격이 완화되지 않는다.
화요일 사고에 이은 두번째 충격이다. 진짜...정말...용기낸거였는데...
그냥....심심해야 겠다. 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