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대학교 국문과 시간강사인 지섭은 논술강사와 번역 아르바이트를 한다. 철학책 읽기를 좋아하는 철학과 대학생 민우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한다. 심상대의 중편소설 ≪단추≫에 나오는 인물들의 모습은 우리 시대 젊은 비정규직 인문학도의 초상화다. 소설가 심상대는 젊은이들, 특히 '문사철' 공부를 하면서 보이지 않는 앞날을 향해 살아가는 그들을 위로하기 위해서 이 소설을 썼다고 한다. 

 

올해 부산 BEXCO에서 11월 1일부터 3일, 사흘동안 제2회 세계인문학포럼이 진행되었다. 올해는 유독 '힐링'(Healing)이라는 단어를 책, TV 심지어 대선판에서도 볼 수 있는 흔한 단어가 되었다. 몇 년 전에 유행했던 '웰빙'(Well-being) 열풍의 데자부가 느껴진다.  그 때는 '잘 먹고 잘 사자'는 것이었는데 올해는 잘 살기 위해서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것도 중요해진 것이다. 세계인문학포럼도 올해 주제를 '치유의 인문학'으로 정했다. 이 행사에는 세계적인 석학들이 참여, 강연을 펼쳤다. 이들은 무한경쟁 사회에 지치고 상처 입은 현대들을 위해 인문학이 잃어버린 인간성을 회복시키고 참된 자아를 찾자고 입을 모았다.

 

나는 이번 세계인문학포럼에 대학생 자격으로 자원 참가했다. 석학들의 강연이 대학생 이상의 지식 수준을 요구하는 내용이라서 대학생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대학생들이 포럼에 참석했다. 참여한 학생 일부는 이력서 한 줄을 채우기 위해서 온 것도 있었지만 나처럼 순수하게 인문학에 관심 있어서 온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포럼의 모든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는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을 위한 '차세대 리더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이 곳에서 나는 포럼 주제인 '치유의 인문학'과 관련하여 100여 명쯤 되는 학생들 앞에서 학생 대표로 발표를 했다. 발표가 끝나면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는데 '토크 콘서트'과 비슷한 형태로 진행했다. 몇 몇 학생들 중에는 내가 대답을 못 할 정도로 수준 높은 질문을 하기도 했으며 인문학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인문학을 기피하는 사회에 아쉬워하는 공대생도 만날 수 있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 곳에서 인문학에 관심 많은 학생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록 석학 단 한 명도 이 자리에 없었지만(<나의 서양미술순례>의 저자인 서중식 선생님만이 이 행사에 유일하게 참석하여 강연을 했다) 대학생들만 참여할 수 있는, 특히 인문학도 대학생들을 위한 인문학 포럼이 너무나도 좋았다.

 

포럼의 모든 행사가 끝나고 난 뒤, BEXCO 건물을 빠져 나오는 인문학도 대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일희일비(一喜一悲)했다. 과연 그들도 나처럼 같은 생각을 했을까?  그들의 모습은 마치 밤 12시가 지나면 마법이 풀려 재투성이로 돌아가는 신데렐라와 같았다.  사흘간의 인문학의 향연이 끝나면 전국의 인문학도들은 다시 도서관으로 돌아가 토익, 자격증을 공부하거나 학비를 모으기 위해 비정규직을 전전해야 한다.  미래 준비를 위해서 치열한 삶의 시간에 파묻힐수록 좋아했던 인문학 공부는 점점 잊혀져만 간다.  

 

 

 

 

 

 

 

 

 

 

 

 

 

 

 

 

 

 

최근 불어오는 인문학 열풍은 ‘풍요 속의 빈곤’이다. 미래의 인문학을 책임질 젊은 인문학도들은 ‘휴머니타리아트’(Humanitariat)로 전락했다. ‘인문학’(Humanities)을 공부하면서도 취업의 벽에 막혀 계약직, 아르바이트 등의 비정규직 노동을 하는 ‘노동 계급’(Proletariat)이다.

이들은 인문학의 필요성을 자각하지만, 사회가 그만큼 따라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저조한 취업률을 기록한 인문학과는 대학 내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했다. 인문학을 전공하는 학생 중 과반수는 전공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기업이 인문학을 사랑한다고해도 모든 인문학도를 사랑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기업이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창의적 인재의 중요성이 강조될수록 기업은 인문학을 많이 찾기 때문이다. 기업 환경이 기존 정보산업을 넘어 창조산업 중심으로 바뀌며 효율성 중심의 경영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인문학에서 찾고 있다. 대학교에서 찬밥 신세가 된 교수들은 기업으로 옮겨 최고경영자와 직원들 앞에서 인문학을 강연한다. 기업이 인문학을 지원한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올해 우리나라에 열린 슬라보예 지젝의 '인문학 콘서트'다. 인문학 강연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온 아트앤스터디와 모 의류 브랜드 기업과의 공동 개최로 이루어졌는데 지젝이 우리나라에 오기 전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인문학이 취업 전선에 죽 쑤고, 사회 내 인지도가 떨어진다고해서 기업에게 동냥하듯이 의지한다고해서 인문학도들이 회생할 수 있는 돌파구가 있을지 의문이다. 기업의 옷을 입은 인문학은 '실용적 학문'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삶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해'를 요구하는 진짜 인문학이 살아남아야 한다.  

 

인문학자들은 상처받은 마음을 인문학을 통해 치유하자고 주장하지만 정작 치유 받아야 할 사람은 휴머니타리아트다. 인문학을 사랑했다는 이유만으로 성과주의 사회로부터 외면받고 상처받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휴머니타리아트의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을까?  과거, 교양의 성전이었던 대학교가 이 가엾은 학문의 영혼들을 구제하기에는 이미 시대는 과거로의 회귀가 불가능해졌다. 그렇다면 휴머니타리아트들은 정부, 기업의 관심과 지원을 기다린 채 불안과 자조감에 시달려야만 하는가. 아니면 휴머니타리아트가 살아남는 법을 이들의 손에 쥐고 있을 철학책에 찾아야하는 것인가.

 

그들로부터 위로받기를 기대하는 인문학도의 자세는 인문학의 위기를 지속하게 만들 뿐이다. 현실과 괴리된 철학에 심취하는 것만이 휴머니타리아트가 추구해야 하는 인문학이 아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에 나오는 아웃사이더처럼 하이데거의 책을 손에 쥔다고 해서 위안이 될 수 없다. 그 모습은 인문학도의 자존심이 아니라 혼자만의 고독의 몸부림이다. 대학생들을 주축으로 하여 다 함께 미래를 고민하고 소통하는 인문학이 있어야 한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망치는 파괴의 도구가 아니라 창조의 도구”라고 말했다. 낡고 추상적인 우상(偶像)의 철학을 망치로 깨뜨려 인간적 품성을 회복할 것을 역설했다. 휴머니타리아트는 철학책이라는 근사한 소품을 잠시 내려놓고 공감과 소통을 위한 망치질을 해보자. 인문학을 하면 먹고살기 어렵다는 편견의 벽을 휴머니타리아트가 허물어야 한다. 벽 너머에는 수많은 휴머니타리아트가 있다.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진솔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무한경쟁 사회 속에서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 그리고 이제 대학과 기업 속에 갇힌 인문학을 구출하여 되돌려받자. '차세대 리더 워크숍'처럼 휴머니타리아트를 위한, 휴머니타리아트가 만드는 인문학 행사가 필요하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목적은 유용한 인문적 지식을 갖추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인문학의 가장 큰 힘은 폭넓은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기를 사유하는 데 있다. 인문학을 주체적으로 공부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먹고살기 어려워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아도 인문학 공부를 다 함께 해보자.

한국의 휴머니타리아트여, 단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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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2-11-12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취업 안 되는 대학생도 괴롭지만 얼마 전 기사를 보니 취업 안 되는 학과 교수들도 고생이더군요.기업체 찾아다니며 '우리 학생들 좀 뽑아주세요' 하면서 아쉬운 인사하러 발이 부르트게 돌아다니는 이들도 있더라고요.

cyrus 2012-11-21 18:53   좋아요 0 | URL
학과 학생들 취업률 높여야 자신들 업무성과에 반영되고, 심지어 학생들은 교수를 취업 알선하는 사람으로 취급하니.. 과거의 교양인들을 양성하는 대학의 모습을 되찾기가 어려워보입니다..

맥거핀 2012-11-12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보니 기업중에 인문학을 취업에 반영하겠다는 기업도 있기는 하더군요. 어떤 식으로 반영하는지도 궁금하고, 그게 과연 좋은걸까...하는 생각도 들지만요.(인문학마저 '스펙'이 되면 안될텐데요.) 그건 그렇고 휴머니타리아트라는 말이 누가 만든 말이에요? 혹시 cyrus님?

cyrus 2012-11-21 18:54   좋아요 0 | URL
네, 휴머니타리아트는 제가 한 번 만들어봤어요. ^^

루쉰P 2012-11-20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루스님 여전히 인문학도로 열심히 공부를 하고 계시네요. ^^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인문학 공부의 열성적인 팬 역시 저입니다.
후후 저 오랜만에 글 하나 올렸어요. ㅋ 살아 돌아 왔습니다. ㅋ

cyrus 2012-11-21 18:55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루쉰님. 잘 지내고 계시죠? 이제 또 추운 겨울이 찾아왔는데 여전히 경비일을 하시는지요? 저는 요즘 대학생활하느라 예전처럼 알라딘에 놀 시간이 없네요, 책 읽고 글 쓰는 시간도 많이 줄어들었고,, 그래도 조용한 제 서재에 찾아오셔서 반가운 댓글 인사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_^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가을색이 완연합니다. 갑작스레 불어오는 찬바람에 계절의 변화를 다시 느끼게 됩니다. 낭만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계절을 추억하는 것까지 각박할 정도로 세상은 참 바쁘게 돌아갑니다. 하지만 10월의 마지막 밤이 다가오는 지금, 가을의 끝자락이 될 수 있는 이 날만큼은 모든 분들이 따뜻한 커피나 차 한 잔과 함께 각자 낭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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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수첩 - 초콜리티어가 알려주는 57가지 구르메 수첩 15
고영주 지음 / 우듬지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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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부터 학교 도서관에서 중간고사를 공부하면서 전공 책보다는 도서관에 꽂혀 있는 책이 너무나도 읽고 싶었다. 공부하다가 중간에 읽을 수 있는 얇은 분량의 책을 찾다가 읽은 게 바로 『초콜릿 수첩』이다. 판형이 작은데다 분량도 얇다. ‘구르메 수첩’이라고 다양한 음식, 음료를 소개하는 시리즈 중 하나이다.

사실 나는 시험공부를 하면 항상 입가심으로 먹는 것이 초콜릿이다. 초콜릿이라고 해서 그냥 달달한 일반 초콜릿을 말하는 건 아니다. 조그만 플라스틱 통으로 판매되는 72% 성분 드림카카오를 먹는다. 내가 지금까지 먹어 본 드림카카오 초콜릿은 카카오 포함 성분 56%, 72% 뿐이다. 몇 년 전에 드림카카오가 판매되기 시작했을 때 86%, 그리고 먹으면 ‘분필 맛’이 난다는 궁극의 99%의 하이(High) 카카오 초콜릿까지 나오기도 했지만 현재는 매출이 저조해서 출시되지 않고 있다.

다크 초콜릿은 카카오 함량이 높을수록 단맛보다는 쓴맛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나는 단 맛이 나는 ‘가나 초콜릿’보다는 다크 초콜릿을 좋아한다. 입 안에 다크 초콜릿 두 알을 넣어 녹으면서 먹으면 쓴 맛이 나면서 동시에 달달하게 느껴지는 뒷맛이 좋다. 다크 초콜릿을 먹으면서 ‘고진감래’는 폭탄주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초콜릿 원재료인 카카오에 항산화제 기능을 하는 폴리페놀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건강에 좋다. 그래서 카카오 성분이 높으면서 설탕 성분이 적을수록 좋은 초콜릿이다. 이것을 기준으로 초콜릿의 품질을 가늠할 수 있다. 일단 카카오 성분이 많을수록 고급, 10~20%만 포함되어 있으면 중급 그리고 카카오 성분 함량이 10% 미만은 이미테이션 초콜릿으로 분류한다. 이미테이션 초콜릿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자나 케이크 등의 코팅이나 발렌타이 데이 때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는 선물용 초콜릿이다. (그러니 발렌타인 데이 때 초콜릿을 사는 것에 대해서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굳이 비싼 돈을 들여가면서 화려하게 포장된 ‘가짜’ 초콜릿을 살 필요가 있을까)

유일하게 발렌타이 데이만 되면 초콜릿 선물에 집착하는 현상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 사람들은 초콜릿을 엄청 좋아한다. 그러나 좋은 초콜릿을 구별하는 방법부터 초콜릿에 잘 어울리는 음식이 무엇인지 등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물다. 제대로 만든 초콜릿은 입에 넣기 전에도 알 수 있는데, 성분 표시에 ‘팜유’가 없어야 하고 광택에 나야 한다. 잘못 만든 초콜릿은 표면에 윤기가 없고 뿌옇다. 또 손으로 만졌을 때 단단하고 매끄러운 것이 좋은 초콜릿이다.

요즘에는 수제 초콜릿이 유행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의 저자인 고영주 씨(현재 벨기에 정통 수제 초콜릿 전문카페 ‘카카오봄’(CACAOBOOM) 운영)는 국내 1세대 초콜릿티어다. 초콜릿티어란 초콜릿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초콜릿을 이용해 예술작품을 만드는 직업을 말한다.

『초콜릿 수첩』에는 저자가 운영하는 카카오봄에서 판매되는 30여 종 이상의 수제 초콜릿의 사진과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수제 초콜릿은 일반 가게에서 판매되는 초콜릿과 달리 다양한 재료와 형태로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책 속에 있는 ‘그림의 초콜릿’을 보노라면 저 앙증맞은 갈색 조각을 한 입에 넣어 맛보고 싶다는 욕구가 든다.




딸기 트뤼플을 보는 순간, 딸기맛 미니쉘이 생각났다. 그러나 가공된 딸기향을 첨가하는 미니쉘과는 차원이 다르다. 딸기 트뤼플은 딸기 리큐르라는 술을 첨가해서 만들어진다. 초콜릿 제조 과정에 알코올이 첨가할 수 있다는 점이 우리가 생각하는 기존의 초콜릿의 인식을 확 달라지게 만든다.





사실은 초콜릿을 좀 먹어 보거나 수제 초콜릿을 전문적으로 제조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일반 상식이다. 초콜릿은 술과 잘 어울린다. 초콜릿의 타우린 성분은 알코올 분해를 돕는다. 위스키에 다크 초콜릿을 함께 먹으면 술의 쓴 맛을 부드럽게 눌러주는 효과가 있다. 카카오봄에서 판매되는 수제 초콜릿 중에는 생각보다 알코올을 첨가해서 만들어지는 게 꽤 많다. 위스키에 곁들여 먹기도 하지만, 아예 위스키를 섞어서 초콜릿을 만들 수도 있다. 환상의 궁합에서 탄생된 것이 바로 ‘위스키 봉봉’이다. 위스키 봉봉을 입 안에 넣는 순간, 위스키 특유의 달콤하면서도 뜨거운 것이 느껴진다.




‘키싱 유’(Kissing You)라는 귀여운 이름의 초콜릿은 코냑을 넣어 만든 것이다. 키싱 유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사실은 초콜릿의 이름을 저자가 직접 붙였다는 것이다. 코냑처럼 뜨겁고 가나시(생크림과 초콜릿을 섞어 만든 반죽, 초콜릿 만드는 데 절대로 없어서는 안 될 기본적이면서 필수적인 재료) 크림처럼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입맞춤을 연상시킨 다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체리 퐁당’은 체리로 만들어지는 독일산 브랜디 키어시(Kirsch)를 첨가한 것이다. 사진만 보면 얼핏 체리 크림 같다. 사실 시중에 판매되는 초콜릿 중에서는 초콜릿 또는 바닐라 크림의 침전물이 들어가 있는 제품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은은한 과일 맛의 침전물이 있는 초콜릿이 무척 신선하다. 책에서 소개된 수제 초콜릿 중에서 가장 먹어보고 싶은 것 중의 하나다.




카카오봄에는 견과류, 과일 등 다양한 성분을 첨가한 수제 초콜릿을 제조하고 있는데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이 ‘칠리 페퍼’다. 이름 뜻대로 ‘매운’ 초콜릿이다. 사진 속 초콜릿 조각에 살짝 뿌려진 붉은 칠리 페퍼 가루가 눈에 띈다. ‘매운’ 초콜릿이라는 이미지가 달달한 초콜릿 맛에 길들여진 우리들에게 생소해보이지만, 가장 원시적인 초콜릿을 먹었다던 멕시코에서는 매운 초콜릿이 낯설지가 않다. 초코릿은 처음에는 음료수 형태였다. 멕시코 인들이 즐겨 마셨던 카카오 음료가 바로 초콜릿의 시초인 것이다. 매운 향신료를 좋아하는 멕시코 인들은 카카오 음료에 칠리 페퍼 가루를 넣어 마시기도 했다. 그러나 매운 맛과 초콜릿의 조화는 전 세계의 초콜리티어들 사이에서는 조심스러운 시도이다. 너무 매워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단 맛의 강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칠리 페퍼의 매콤한 맛은 달콤한 초콜릿과 섞여 마지막에 톡 쏘는 특징이 있다.




초콜릿 성분 중에는 페닐에틸아민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다. 이는 사랑을 할 때 대뇌에서 분비되는 물질로 사람을 행복하거나 황홀하게 만든다. 또 적은 양이지만 카페인이 들어 있어 기분을 업 시켜주는 효과도 있다. 이래저래 초콜릿을 먹으면 몸과 마음이 좋아진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시험 기간 공부하면서 심심할 때 이 책에 수록된 수제 초콜릿만 봐도 기분이 좋아졌다. 언젠가 나도 수제 초콜릿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집에서 초콜릿을 만드는 건 여간 쉽지가 않아 보인다. 초콜릿을 만들 때 필요한 재료만 해도 꽤 많고 만드는 과정이 까다로우니까. 온도, 습도의 조절에 따라 초콜릿의 맛이 좌우될 정도이니 그만큼 인내와 꼼꼼함을 요구한다.

그런데 확실한 건 만약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절대로 값 비싸고 화려한 포장으로 싸인 발렌타인 데이용 초콜릿을 사거나 주지도 않을 것이다. 그건 단지 그 날을 위한 기념용일뿐이며 이미테이션 초콜릿 가지고 진짜 사랑을 증명한다는 것 자제가 모순이다. 몸과 마음이 고생해도, 비용이 더 들어가더라도 진심어린 정성과 사랑이 듬뿍 담겨져 있는 수제 초콜릿을 만들어 선물하고 싶다. 과연 그 날이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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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2-10-31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밤에 뛰어나가 초콜릿을 사들고 들어오게 싶게 만드는 페이퍼입니다.^^;;
 

 

 

 

 

 

 

 

 

뜨겁게 떠나간 여름이 남기고 간 깃털일까,

 

아니면 한 번에 9만 리나 날아다닌다는 전설의 붕새(一)가 남긴 거대한 깃털일까.

 

 

- cyrus 2012.10. 29  어느 가을날 -

 

 

 

 

 

 

 

 

 

 

 

 

 

 

 

 

 

 

 

 

 

 * 붕새 (一) : 『장자』〈소요유〉편에 나오는 상상 속의 새. 한번에 9만 리를 날아오르는데 날개는 구름처럼 하늘을 뒤덮고 파도가 3천 리에 이를 정도로 큰 바람을 일으킬 정도로 거대한 크기다.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정신세계를 마음껏 누리는 위대한 존재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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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대런 애쓰모글루 외 지음, 최완규 옮김, 장경덕 감수 / 시공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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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계속 싸우는 이유는 국가가 조장하는 빈곤과 오랜 독재와 군국주의가 가져온

인간 파멸에 끝없이 희생되는 것에 지쳤기 때문이다. (프란츠 파농, p 531)

 

 

 

 

 

  제3세계 국가들은 지금까지도 못 사는걸까?

 

내가 다니는 학교 행정학과 3학년 전공수업 중에 ‘발전행정론’이라는 과목이 있다. 이번 2학기에 개설되어 있는 과목으로 수학하고 있다. 발전행정론은 발전도상국의 국가발전을 위한 전략과, 국가발전 추진 체제로서의 행정 체제의 발전 문제를 연구하는 행정학의 한 분야이다. 발전도상국의 발전 전략을 거시적으로 다루는 과목이라 오늘날 행정학과 과목 중에 구식에 속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60년대에 크게 유행하다가 1970년대에 사라진 반짝 이론인 것이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신청한 전공수업 중에서 제일 관심 있게 공부하고 있다. 왜냐하면 지금도 발전도상국들의 빈곤은 4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하니까. 과거에 ‘제3세계’라고 불리던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은 선진국들에 비해 빈곤을 벗어나지 못한 채 가난에 허덕이고 있다. 사실 과목 내용 자체만 흥미로워서 공부하는 건 아니다. 발전행정론 수업이 토론방식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이 과목을 안 좋아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토론 방식은 한 주마다 교과서 한 챕터를 주제로 삼아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것이다. 토론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찬반 의견을 나누어 서로 팽팽하게 맞서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준비한 의견들을 서로 교환, 비교해나가면서 질문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몇 주 전에 했던 토론 주제는 ‘제3세계 국가의 저발전 원인과 대책’이었다.

 

25명 정도 되는 학생들이 각자 제3세계 국가의 저발전 원인에 대해서 의견을 말했는데, 다양한 내용들이 쏟아져 나왔다. 어떤 학생은 기후가 열악해서 원조를 받아도 발전할 수 있는 환경적 여건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일부 제3세계 국가에서는 여전히 선진국의 경제 원조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제3세계가 발전하지 못하는 원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했다.

 

학생들의 토론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학자들 사이에서도 저발전의 원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1960년대에 잠시 유행했던 발전행정론 역시 개발도상국으로 부상한 제3세계의 저발전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문 분야이다. 발전행정론의 유행이 시들어지면 또 다른 학자들은 저발전의 원인을 분석한 이론들을 가지고 나온다. 이처럼 시대가 바뀔수록 이들 국가의 저발전 원인을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진다. 그래서 많은 학자들이 이에 대한 답을 내놓으려고 하고 있지만,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 경제제도의 방향이 국가 발전을 좌우한다 

 

 

 

 

 

착취적 경제제도(북한)과 포용적 경제제도(남한)가 만들어 낸 빈곤과 발전의 결과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를 공동으로 저술한 경제학자 대런 애시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이 우리 발전행정론 토론을 듣고 있었다면 아마도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학생들이 주장한 기후 원인론, 원조 부족론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주장하는 세계 저발전의 원인은 간명하다. 지구촌 빈부 격차는 지리나 문화 탓이 아니다. 정치, 경제 제도가 얼마나 포용적(inclusive)이냐, 착취(extractive)하느냐가 결정적이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가 남북한의 차이를 비교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북한이 이처럼 경제적으로 다른 길을 걸은 연원은 분명하다. 남한에서는 경제적 삶을 지배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규칙인 경제제도가 국민의 저축과 투자, 혁신을 보상해준 반면, 북한은 그렇지 못했다. 양측 모두 중앙집권화의 역사를 통해 성장이 가능했지만, 원래 그런 권력이란 좋게도 쓰이지만 나쁘게도 쓰이는 법이다. 남한은 박정희 정권하에서 수출과 혁신을 장려하고 공공재를 제공했지만, 북한은 탄압과 통제를 위한 권력을 휘둘렀을 뿐이다" (p 15)

 

 

남북한이 보여주는 차이에는 전 세계 부국과 빈국의 차이를 통해 일반 이론의 모든 요소를 설명할 수 있다. 저발전의 원인은 바로 '제도'에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포용적인 제도'는 발전 성공으로 이끌며 모두를 끌어안고 잘살게 만든다. 반면 지배계층만을 위한 수탈적이고 '착취적인 제도'는 정체와 빈곤을 가져온다. 사유재산이 보장되고 법체제가 공평무사하게 시행되고, 누구나 교환 및 계약이 가능한 경쟁 환경을 보장하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는 포용적인 제도가 발달되어 있다.

 

착취적인 제도에 의한 국가의 경제는 곧 패망으로 가는 길이며 저발전이라는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착쥐적인 제도에 의한 국가 실패를 지도자의 무지 탓으로 보는 시각이 있지만 무조건 옳은 말은 아니다. 소수 엘리트가 수탈적 제도를 선택하는 건 경제발전으로 가는 길을 몰라서가 아니라 포용적 제도가 불러올 창조적 결과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창조적 파괴가 불러올 결과는 부와 소득분배에 그치지 않는다. 정치 권력도 분산시키며 다원화된 사회로 변모된다. 이렇게 되면 수탈적 체제의 지배층이 인민을 통제하기는 더 이상 어렵다. 이러한 착취적 제도에 의한 저발전 상태는 현재 북한의 김정은 체제뿐만 아니라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고대 로마, 구 소련, 해방 이후 제3세계 국가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가난한 국가라고 여겨지고 있는 저발전 상태의 일부 라틴 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서도 군부, 관료 독재 체제에 의한 착취적 제도가 작동되고 있다.

 

 

 

 참을 수 없는 예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의 진부한 이론 

 

책의 공동 저자는 경제 발전에 지리적 위치를 강조하는 제레드 다이아몬드, 문화적 차이를 중시하는 막스 베버, 선진국 경제학자들이 잘 가르쳐 주기만 하면 가난한 나라도 부자 나라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을 비판하고 있다. 책의 뒷표지 심지어 책 마지막 장까지 이 책에 대한 수많은 찬사들을 할애하고 있다. (심지어 자신의 이론을 비난한 제레드 다이아몬드까지도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하지만 예비 노벨경제학상이라 불리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을 받은 경제학자의 주장이라고해서 기존 학계를 뒤흔들 신선한 이론이 아닌 것을 감안하면 과찬이다. 사실 이 한 권의 책에 대한 수많은 찬사들은 몰이해를 넘어서 참을 수가 없이 요란스럽다. 

 

애쓰모글루의 주장은 '미시적 행위의 거시적 결과'라는 시각에서 설명한느 방법론적 개인주의를 전제하고 있다. 즉, 착취적 제도를 만들어 내는 국가의 지배자, 개인의 행위에서 저발전 현상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 방법은 이미 1960년대 미국의 경제학자 맨커 올슨(1932~1998)에 의해 소개되었다.

 

그리고 그의 주장은 얼핏 고전적 엘리트 이론을 연상케 한다. 다음 책 본문에서 인용한 구절을 보자.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이유는 권력을 가진 자들이 빈곤을 조장하는 선택을 하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실수와 무지에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이라는 뜻이다. (p 109~110) 

 

 

19세기 말에 등장한 고전적 엘리트 이론은 사회는 권력을 가진 소수 엘리트와 가지지 못한 일반대중으로 구별되며, 소수의 동질적이고 폐쇄적인 정치지도자(엘리트)가 다수의 일반대중을 지배한다고 본다. 소수 엘리트 체제는 자율적이고 다른 계층에 책임을 지지 않으며, 사회전체나 일반대중의 이익보다는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정책을 결정한다. 대표적인 고전적 엘리트 이론은 파레토의 법칙(20대 80 법칙)과 미헬스의 과두제 철칙 등이 있다. 그 중에 과두제 철칙은 애스모글루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다. 소수의 사람이나 집단이 사회의 정치적·경제적 권력을 독점하고 행사하는 정치 체제는 민주적, 다원주의적 체제와 구분된다. 이렇듯 애스모글루는 고전적 엘리트 이론을 경제 체제와 접목해서 저발전의 원인으로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포용적인, 너무나 포용적인' 제도의 결과는 시장실패

 

저발전 원인을 딱 한 가지 관점으로 정의하고 그것을 통해 저발전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도 일부 국가의 저발전 현상은 학자들의 명철한 이성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애스모글루는 저발전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국가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은 착취적 제도를 포용적 제도로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제시했으나 저자가 간과하고 있는 허점이 몇 가지 있다.

 

사유재산이 보장된다는 것은 시장의 기능과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시한다. 결국 오늘날의 '신자유주의' 경제제도와 비슷하다. 다만 포용적 제도와의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신자유주의는 공정한 경쟁와 부의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며 그로 인한 국가 내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포용적'과 거리가 먼 문제점을 낳고 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 경제가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국가의 통제로부터 자유로워진 기업들은 자본을 독점화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 역시 '포용적 제도'의 취지랑 다르다. 시장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하고, 소득 분배가 고르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시장실패'로 이어지며 저발전의 원인이 된다 .

 

그리고 한국의 박정희 정부 시절의 경제발전을 '포용적 제도'의 사례로 보기에는 어색한 점이 있다. 제3세계 국가에서는 경제사회의 원초적 자본축적의 결핍을 원인으로 경제발전을 주도하게 되고, 국가주도 산업화는 권위주의적 지도자의 출현을 조장하기 쉽다. 정치발전(민주주의)와 경제발전(자본주의)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하지만 양자의 과제가 동시에 진행, 달성된다는 건 쉽지 않다. 국가의 지도자들은 산업화의 효율적인 추진과 발전위기의 극복을 명분으로 대부분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구사하며, 특히 민중부문에 대해서는 자본주의의 논리를 내세워 노동자들을 정치적, 경제적으로 배제시키는 정책을 실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권위주의적 통치제도는 민주적 정당성의 위기를 자초하여 민중저항을 유발하고, 이 와중에 경제적 측면의 효율성과 효과성마저 감퇴되면 저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의 박정희 정부의 경제발전은 '예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특수적 사례인 셈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애스모글루는 한국 박정희 정부의 발전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만 하는 게 아니라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취하고 있다.   

 

"한국의 사례처럼 착취적 정치제도에도 불구하고 경제제도가 포용적 성향을 띤 덕분에 성장이 가능하다 해도, 경제제도가 더 착취적으로 바뀌어 성장이 멈춰 버릴 위험이 상존한다."  (p 144)

 

 

 

부록을 제외한 본문만 해도 600여 페이지가 넘는 책에 한국의 사례가 소개되었다고 해서 그리 기뻐할 만한 일은 아니다.한국에 대한 평가는 여기저기 단편적으로 드러날 뿐이니까. 그리고 오늘날 한국의 사회와 경제는 포용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오는 권력 실세와 엘리트 관료의 부패는 아직 착취적 제도의 잔재가 남아 있다는 증거다. 점점 부의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의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정실자본주의의 폐해를 그대로 방치해둔다면 진정한 창조적 파괴를 물론, 고성장에 의한 국가 발전이 이루어질 수 없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강의 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가장 성공적으로 고성장한 한국은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실패한 국가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정치와 경제 체제의 포용성을 높이기 위한 청사진이 나와야 한다. 창의와 혁신을 북돋울 포용적인 제도의 정착이 중요하지만, 냉혈한과 경쟁만이 남아 있는 이 척박한 한국 사회 지도에 '포용'을 그려 넣을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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