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어느 한 식당에 갔다. 손님은 음식을 고르기 위해서 종업원이 소개하는 메뉴에 귀 기울어 듣는다. ‘맙소사!’ 종업원의 말을 듣는 순간 손님은 당황한다. ‘계란과 스팸, 베이컨과 스팸, 거위 간에 스팸’ 식당의 모든 메뉴에 다진 고기로 만든 통조림 햄인 스팸(Spam)이 들어간다. 손님은 스팸을 원하지 않아도 강제로 먹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쳐졌다. 다행히도 모든 음식에 스팸을 빠짐없이 넣는 별난 식당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1970년대 영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코미디 시리즈 ‘몬티 파이돈의 나는 서커스(Monty Python’s Flying Circus)’에 나온 한 장면이다.

 

 

 

스팸은 손님이 뭘 먹고 싶은지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이, 강제로, 반복 투입된다.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수신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전송되는 스팸 메일이 그렇다. 취업에 목맨 우리 젊은 세대들이 먹는 또 다른 스팸 또한 문제다. 스펙(Spec), 열정(Passion), 학력(Academic Background) 그리고 멘토(Mentor). 취업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네 가지 조건을 다져서 만들어진 한국에서만 맛 볼 수 있다.

 

 

 

 

 

 

 

 

 

 

 

 

 

 

대학생에게 여름방학이란 ‘취업용 스팸’을 치열하게 먹는 시간이다. 도서관에는 토익과 자격증을 준비하기 위한 학생들로 가득하다. 스펙 쌓는 비결을 전수하는 수많은 멘토의 강연과 그들이 쓴 성공담에 눈이 안 갈 수가 없다. 더 나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편입에 시간을 투자하는 노력도 감수한다. ‘농활’과 같은 봉사활동은 피하고 인지도 높은 기업이 주관하는 해외봉사에 관심이 많다. 자기소개서에 쓰는 한 줄로 기업이 원하는 열정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대학생들에게 ‘열정’을 기대하지만, 사실 억지 춘향인 측면이 있다. ‘스펙보다 열정’이라고 한다지만 초라한 스펙 때문에 열정을 보여 줄 기회를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대학생 멘토로 알려진 유명 작가 김원기 씨가 자신의 학력과 경력이 모두 거짓이었음을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한 일이 있었다. 이번 사건은 거짓된 말과 행동으로 자신의 이력을 속인 작가도 문제지만 스펙, 열정, 학력, 멘토를 강조하는 사회적 풍토가 만들어 낸 안타까운 현상이기도 하다.

 

취업용 스팸의 맛에 길든 우리 젊은 구직자들도 거짓의 탈을 쓴 짝퉁으로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이력서 부풀리기’ 신공을 발휘해 한순간에 화려한 스펙을 소유한 명문대 출신 학생으로 변신한다. 학력에 이어 요즘은 ‘경력 뻥튀기’를 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성공한 인생의 사람이 되기는 힘들어도 짝퉁은 되지 말아야 한다.

 

취업용 스팸을 권하고 강조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이상 원하지 않아도 그것을 먹어야 한다. 먹지 않으면 달콤한 ‘성공’의 후식을 맛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취업용 스팸’ 과식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점점 자유와 주체성을 잃어가는 우리들의 귓가에는 ‘스팸’을 반복해서 외쳐대는 세상의 목소리가 맴돌고 있다. 스팸! 스팸! 스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ync와색깔있는책들' 공식 페이스북에서 퍼온 것이다.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에 대한 간윤의 청소년 유해매체물 선정에 대한 출판사의 반박 입장이다. 내용이 상당히 길다. 만화의 작품성과 예술성을 미리 알아보고 구입한 독자도 있겠지만 타당성 떨어지는 간윤의 결정 때문에 단지 야한 장면'을 얼마나 음란한지 알아보기 위해 구입하는 기이한 현상이 나올거라 예상을 해본다. 이런 어쭙잖은 논란에 휘말려 책의 판매 부수가 늘어나는 것을 출판사 측은 탐탁스럽지 않을 것이다.    

 

 

 

 

 

 

1.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님들, 심의는 제대로 하셨나요?

 

간행물윤리위원회(이하 간윤)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산하 단체로, 전자출판물을 포함 거의 모든 간행물의 유해성을 심의하고 있습니다. 간윤이 이 업무를 수행하여 어떤 출판물을 ‘유해하다’고 판정하면 그 출판물은 출간과 유통 자체가 금지되며, ‘청소년에게 유해하다’고 판정하면 19세 미만 구독불가인 '청소년 유해매체'가 되어 유통에 심각한 제약이 따르게 됩니다.

간윤이 맡은 일은 법에 의거하고 있으며, 따라서 법조문의 범위 안에서 심의해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것과 달리, 관련법은 생각보다 구체적이지 않습니다. 어떤 분이 얘기하신 것처럼 "노출 장면이 있으면 19금" 식이 아니에요. (청소년보호법 원문은 http://goo.gl/Ivioam 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만약 이 법이 아주 단순하고 깔끔하여 정말 기계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면, 간윤이 존재할 이유도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음모를 노출하거나 언급하는 장면이 1회 이상이면 청소년 유해매체임” 식의 명확한 법 조항이 있다면, 그런 장면이 있는 소설이나 만화는 간단히 법에 의해 청소년 유해매체가 되어야겠죠. 심의위원들은 그냥 쓱 훑다가 그런 장면이 있으면 청소년 유해매체라고 선언하는 역할만 하면 됩니다. 이건 특별한 자격이 필요없어요. 눈만 잘 보이는 아르바이트생을 써도 됩니다. 하지만 문화상품이라는 게 그런 식의 '기계적 판단'으로 심의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 집단이 법을 근거로 하여 법조문이 지적하는 문제를 지니고 있는 매체를, 강조하지만 장면이 아니라 매체를, 가려내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간윤의 존재 자체가 법 조문의 기계적 적용을 피하기 위한 조치이며, 따라서 간윤은 법 조문들 각각과 전체가 보호하고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를 제대로 판별하여 작품 심의에 적용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의의를 담고 있는 대표적인 법 조항이 사진 하단의 “문학적·예술적... 측면과 그 매체물의 특성을 고려”하라는 “청소년보호법 제9조 제2항”입니다.

 

그럼 간단히 정의해 특별한 서사문학이자 그림과 문자의 조합으로 특유의 예술성을 지닌 ‘만화’ 매체인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에 대한 청소년 유해매체 지정과 관련해 간윤이 적시한 법 조문들과 해당 장면들을 살펴볼까요? (여기서 모든 장면을 그림으로 보여드리지 못하는 점은 양해바랍니다. 인터넷에서 노출 장면을 업로드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단속해서 그럴 수가 없어요. 장면을 분절적으로 보여드리는 건 작품 감상에도 악영향을 줄 뿐이고요.)

 

“심의결정 내역”에 따르면 “이 간행물은 외국 만화 번역물로, 스페인 내전으로 프랑스로 탈출, 제2차 세계대전때 레지스탕스 활동 후 종전과 함께 조국으로 귀국한 주인공이 프랑코 독재정권 등 유럽과 스페인의 격동적인 현대사를 온몸으로 맞이했던 자신의 아버지 일대기를 그린 내용으로,” (여기서 잠시 쉽시다. 무슨 문장이 이렇게 오류 투성이인지 타이핑도 어렵네요. “주인공이” “자신의 아버지 일대기를 그린 내용”이라고요?? 읽었는지 안읽었는지도 모호하지만, ‘심의’라는 중대한 일을 감당하시기에는 국어 글쓰기 실력이 참 부족하십니다. 이어서~ 각 항목에 매긴 번호는 글쓴이가 붙인 겁니다.) “-㉠성인 남성이 16세 여성 및 ㉡직업 여성과의 성행위와 ㉢남성이 여성의 엉덩이를 만지는 성추행, ㉣남녀 간의 성애 및 성행위 장면(93-94, 136, 142, 149-154면) 등을 묘사 수록.”한 게 문제가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장면들은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19조 제2항, 청소년보호법 제9조 제1항 제1호 제3호 및 동법 시행령 제9조 개별심의기준 나목 다목 라목 사목에 저촉.”된다고 합니다.

 

앞서 말했듯 법조문에 근거하여 판단한 것인 만큼 문제가 된 장면 각각은 적시된 법조문 중 하나라도 해당되어야 합니다. 또한 매체 특성을 고려하는 것 역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성인 남성이 16세 여성과 성행위를 한 장면(93~94면)은, 서사 상 또한 문학적으로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렇게 묘사될 필요가 있는 장면인 거죠. 이건 그냥 성행위도 아니고 굳이 '16세'가 강조될 필요도 없습니다.(참고로 이 장면의 배경은 1930~40년대입니다.) 남녀가 격정적으로 사랑을 나누다 언덕에서 굴러떨어지는 장면이라 보는 게 전체적 맥락에서 온당한 해석입니다. 굴러떨어지는 건 보기보다 굉장히 중요한데요, 앞서 주인공 안토니오가 친구 바실리오와 나무로 만든 자동차를 타고 달리다 차가 부서지는 장면, 노년기에 친구와 휠체어를 달리다 역시 굴러떨어지는 장면, 또한 결정적으로 생을 마치는 낙하 등과 함께 안토니오의 몇 안 되는 행복한 시간을 그려낸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 작품 속에서 행복은 늘 낙하의 이미지를 수반하거든요.(작품의 원제가 "비행의 기술"입니다.) 이건 나보코프의 "롤리타"와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속 성애 장면들과 유사한 맥락에서 이해될 필요가 있는 문학적이고 만화적인 장치인 거예요.

 

㉡직업 여성과의 성행위 장면(136면)의 경우는 아주 짧게 안토니오의 고뇌를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단 두 컷으로 처리된 이 장면은 서사적으로는 ㉢에서 논할 장면들의 맥락과 닿아있으며, 안토니오의 정서를 드러내고 프랑코주의 치하의 분위기를 설명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해당 장면에서 안토니오가 바로 그 행위를 후회하고 있으며, 작품이 "매춘 행위"를 긍정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말칸 속 독백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창녀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쾌락만을 주니까… 하지만 그녀들의 벗은 모습도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마치 죄를 짓는 듯한 느낌이었다…"

 

㉢은 다시 논하기로 하고 ㉣남녀 간의 성애 및 성행위 장면을 살펴봅시다. 적시된 페이지를 감안할 때 여기 포함될 수 있는 장면은 이미 논한 ㉠과 ㉡을 제외하면, 부부 간의 성행위 및 안토니오와 콘차의 불륜 장면입니다.(142, 150-154면) 부부 간의 성행위는 단 세 컷인데요. 이 장면들은 전혀 음란하게 표현되지 않았습니다. 노출도 거의 없고요. 안토니오의 아내 페트라는 성관계를 좋아하지 않거든요. 이 장면은 바로 그것을 드러냅니다. 안토니오는 결혼을 했음에도 욕구불만인 상태가 되었습니다. 직장 동료 앙헬의 아내인 콘차와 안토니오의 불륜 장면은 이 작품에서 이례적으로 길고 육감적으로 처리된 장면입니다. 안토니오의 당시 상황에 대한 불만과 윤리적 타락을 드러내는 장면인데요, 이를 통해 안토니오의 욕구불만이 얼마나 심각한지가 설명됩니다. 동시에 콘차의 벌거벗은 몸이 여러 컷에서 다뤄지는 건 친구 앙헬이 콘차를 구타해왔다는 것을 콘차의 몸에 가득한 멍으로 표현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이 이후로는 더이상 불륜 장면이 없습니다. 안토니오가 스스로 콘차와의 관계를 끊어버리는 윤리적 결단을 내리거든요. 어쨌거나 이 부분은 분명 장면만 보면 야합니다. 하지만 역시 "롤리타"와 "상실의 시대" 속 야한 장면 정도입니다. 글쓴이는 이런 작품들이 몇몇 장면들 때문에 '청소년 유해매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매체적인 또한 예술적이고 문학적인 특성을 감안한다면요. 이 작품들이 아니라면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도 이 장면 때문에 '청소년 유해매체'가 되어야 하지는 않을 것이고요.(형평성과 관련한 문제는 또 다른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지금부터가 정말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림도 함께 붙인 “㉢남성이 여성의 엉덩이를 만지는 성추행” 장면을 다뤄 봅시다. 이 장면 어떠세요? 149쪽만 보면 "성추행을 묘사”한 게 맞을 겁니다. 그런데 154쪽을 보면요? 주인공 안토니오가 다른 남자(앙헬)의 성추행을 저지하는 장면을 묘사한 거 아닌가요? 이게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제19조 제2항: “음란한 내용을 노골적으로 묘사하여 사회의 건전한 성도덕을 뚜렷이 해치는 것”에 해당하나요? 아니면 사진 속에 노란색으로 표시한 다른 법 조문들 중 하나라도 해당하나요? 여러분이 법의 눈으로 이 그림을 성추행 묘사로 볼 수 있는지 한번 생각해 봐 주시기 바랍니다.

 

비록 매체를 대상으로 한 법을 장면을 중심으로 적용하는 간윤의 판단을 비판하다 보니 이 글도 장면 중심으로 서술되었지만, 바로 그걸 통해서 간윤이 정말 심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게 드러날 수 있으리라 봅니다. 이 장면을 간윤이 음란성에 해당하는 항목으로 적시했다는 것은 중요한 사실을 알려줍니다. 여기서 간윤 심의위원들이 전체내용을 보지 않았다는 게 드러나거든요. 청소년보호법 시행령에 따르면 "심의위원 중 최소한 2명 이상이 해당 매체물의 전체 내용을 파악한 후 심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전체 내용을 파악했다면, 이 장면을 성추행 묘사로 판단할 수 없었을 겁니다. 이게 그에 해당한다면, 성추행을 막기 위한 어떤 작품의 어떤 상황 묘사도 ‘성추행 묘사’가 되어버릴 테니까요. 이 대목을 성추행으로 판단했다는 건 “전체 내용을 파악”하지 않고 149쪽만 보았다거나, 154쪽의우측 컷은 무시하고 좌측 컷만 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간윤 위원님 중 최소 2명이 법을 어기고 심의한 셈이잖아요. 다른 대목들은 백번 양보해서 해석의 차이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손 쳐도, 이건... 정말 명백히 문제가 있습니다.

 

“간행물윤리위원회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균형된 심의를 통해 건전한 출판문화 조성에 이바지하고자 합니다. 또한 이를 위해 진정성과 열정을 가지고 정직과 청렴을 기치로 삼아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겠습니다.”

 

홈페이지 소개글에 있는 간윤 이근배 위원장 님의 말씀입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법 조항에도 없는 '기계적' 판단으로 예술성과 문학성이 있는 작품 속에서 일부 장면만을 문제 삼는 '내용중심주의'를 버리고 전체적인 맥락을 두루 살펴서 심의해 주셨으면 합니다. 일부 야하다고 할만한 내용이 있었음에도, 이 작품을 읽고 리뷰 써주신 분들에게는 그 장면들이 문제되지 않았는데, 그건 작품을 작품으로 읽었기 때문일 겁니다. 부디 위원님들도, 바쁘시겠지만, 작품은 작품으로 읽어주세요. 야한 장면만 찾아 보는 건, 이제 그만하실 때도 되지 않았나요? 법 시행령에서도 이렇게 적시하고 있잖습니까! "심사위원 중 최소한 2명 이상이 해당 매체물의 전체 내용을 파악한 후 심의할 것"

 

 

- 다음 글에서는 제도 자체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이런 질문을 던져 볼 예정입니다. "'청소년 유해매체'라서 19금인가요, 19금이어서 '청소년 유해매체'인가요?""19금이라면서 왜 성인의 접근권도 제한하나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13-08-07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간행위의 행위는 그냥 병맛이지요.그냥 자기 밥그릇 챙기기위해서 하는 행동같습니다.이걸보니 아주 오래전에 백투더퓨쳐란 영화가 근친상간을 연상시킨다면서 국내에 상영불가를 하려고 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생가나네요ㅡ.ㅡ

cyrus 2013-08-12 23:28   좋아요 0 | URL
간윤의 백두터퓨처 태클, 코미디네요. 재밌어요ㅎㅎㅎ 타임머신 원리의 문제점이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부모 중 한 사람과 사랑하게 된다면 미래가 꼬일 수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근친상간 연상은 너무 나갔네요 ㅋㅋㅋ
 
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 연암 박지원의 글 짓는 법 / 박수밀 / 돌베개

 

요즘 여름방학을 맞아 천천히 읽고 있는 책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다. 인문고전을 번역, 출간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올재 클래식스 일곱 번째 시리즈로 두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퇴계 이황의 14대손이자 한국학 분야에 독보적인 업적을 남긴 한문학자 故 이가원 선생이 번역했다. 올재 클래식스에만 볼 수 있는 저렴한 가격(한 권당 2900원) 덕분에 정말 읽고 싶었던 책을 구입해서 읽게 되었다. 여름방학에 책이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연암을 쫓아 18세기의 청나라를 여행하고 있는 중이다.

 

올해 독서계 전반기를 보면 연암에 대한 평가가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전평론가 고미숙은 <두 개의 별, 두 개의 지도>에서 조선의 실학자 다산 정약용과 연암을 엮었다. 같으면서 다를듯한 두 사람의 사유 세계를 비교하고 이들이 살았던 18세기 조선의 지성사를 조명하고 있다. 신작에 힘입어 출간 10주년을 맞아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도 개정판의 옷으로 단장한 채 나왔다.

 

연암은 다산과 더불어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실학 정신을 대표하는 학자지만 자신의 진가를 더욱 부각시켜주는 것이 바로 문체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조선 최고의 문장가이기도 하다. 기행문 <열하일기>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속에 수록된 <허생전><호질> 그리고 <양반전>은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한문소설들이다. 몇 년 전에 다산의 방대한 학문적 업적을 통해 그의 공부법이 집중 조명되었다면 올해의 연암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방법이 공개된다.

 

연암은 멋있는 표현에 있지 않고, 작가의 내면세계가 저절로 드러나는 글, 대상의 평소 자연스런 모습을 잡아내는 글이 좋다고 말한다. 지금도 글 쓰는데 있어서 곱씹어 볼만한 중요한 내용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글을 쓰기 위해서 이해하면서 읽는 게 중요하다. 연암이 글을 쓰면서 취하는 사유적인 접근 방법과 태도야말로 이 책의 핵심적인 고갱이다.

 

 

 

 

 

 

 

 

 

 

 

 

 

 

 

 

 

 

 * 인간은 왜 외로움을 느끼는가 / 존 카치오포 외 / 민음사

 

존 카치오포 박사는 ‘사회신경과학’을 창시한 학자 중 한 명으로, 주로 인간관계가 감정과 건강, 그리고 사회적 인지 능력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연구해 왔다. 특히 <인간은 왜 외로움을 느끼는가>를 통해서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뇌과학, 신경과학, 심리학 등을 활용하셔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과학의 정밀한 눈으로 깊은 내면에 숨어있는 외로움의 근원을 들춰내고 있다. 과학으로 증명된 지식을 충분히 이해한다면 잊을만 하면 우리를 괴롭히는 외로움의 망령에 맞설 수 있을 것이다.

 

 

 

 

 

 

 

 

 

 

 

 

 

 

 

 

 

 *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 안토니오 알타리바 / 이미지프레임

 

2010년 스페인 국립 만화대상, 제28회 바르셀로나 살롱 델 코믹 3관왕, 제33회 디아리오 드 아비소스 리얼리즘 만화대상 최고각본상, 조르나다스 드 아빌레스 비평가상 최고 작가상과 최우수 작품상, 2009년 깔라모 엑스트라오디너리 프라이즈, 2011년 프랑스 ACBD 비평대상 최종후보작, 2012년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 본선 경쟁작.

 

단 한 권의 만화책은 권위 있는 만화 관련 시상식에 화려한 이력을 남겼다. 그런데 이 책이 한국에서 청소년 유해매체 도서로 결정받게 될 예정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최근 간행물윤리위원회(이하 간윤)는 안토니오 알타리바의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에 남녀 간의 성행위 장면 묘사를 음란성의 사유를 들어 19세 미만 미성년자들이 읽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런데 만화 단행본에 야한 장면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음란성’의 기준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이 책을 출판한 출판사 측에서는 성행위 장면 묘사는 이야기의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전체 맥락의 한 부분일 뿐이라고 간행의 결정에 정면 반박했다.

 

아직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책표지에 ‘19세 미만 구독불가’라는 빨간 색 표시가 붙어있지 않다. 만화책 한 권을 둘러싼 출판사와 간윤 간의 대립을 끝까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 네이버로 만화책을 검색하면 성인인증을 거쳐야 책의 내용에 관한 정보가 있는 검색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19세 미만’의 독자가 봐서는 안 될, 정말 그렇게 ‘음란한’ 만화라면 포르노의 세계를 마음껏 드나든 성인이라면 읽어보고 싶은 게 당연지사. 과연 이 만화가 청소년들의 정신에 해로운지 한 번 읽어보고 직접 판단하겠다. 아, 혹시나 해서 강조하지만 이 만화는 ‘교양만화’다. 알라딘 [인문/사회/과학/예술] 신간평가단이 선정할 수 있는 도서 분야에 교양만화가 포함되어 있다. 만화는 스페인의 역사적 상처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인 내전 속에 살아가는 인간 군상과 당시 상황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이런데도 이 책이 청소년 유해매체 도서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문만화 교양지 Sync 공식 페이스북에서 공유한 사진과 글이다.

잊힐 만하면 나오는 간윤의 ‘이현령 비현령’식 결정에 또 한 번 실소하게 된다.

간윤의 논리대로 남녀 간의 성행위 장면을 문제 삼아 음란성이 있다고 본다면 최근에 영화 흥행에 맞춰 복간한 <설국열차>도 청소년 유해매체 도서로 선정되어야 한다. <설국열차>에서도 성행위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정말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이 '청소년 유해매체'라니요.

간행물윤리위원회(이하 간윤)에서 보내온 공문에 따르면 그러하답니다.

 

작품의 맥락을 보고 하는 얘긴지 의심스럽습니다. 노출 장면,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주인공 안토니오의 날것 그대로의 역사입니다. 이 작품의 주제를 전달하고 독자가 안토니오를 더 깊이 이해하게끔 배치된 장면들이, 음란하다는 게 '간윤'의 결정입니다.

 

스페인에서 상 많이 받은 문학성 있는 작품이란 건 이야기할 필요도 없습니다. 한국의 눈밝은 독자분들이 저희의 증인입니다. 독자분들이 지금껏 약 30건 이상의 리뷰를 써주셨지만, 이 작품이 야하다거나 음란해서 걱정된다고 단 한 줄이라도 언급하신 분은 없었습니다. 작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나가면 그런 생각이 들 수가 없지 않나요?

 

* 저희는 '간윤'의 결정에 반대하며 재심의를 청구할 계획입니다. 보도자료도 준비하고 만화계 및 표현의 자유 관련 전문가의 자문과 지원도 얻을 겁니다.

 

* 그리고 '청소년유해매체'에는 19금 스티커를 붙여야 하는데, 저희는 그렇게 못하겠습니다. 차라리 재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일시품절 시킬 것을 각오하고 있습니다. 만에 하나, 재심의 결과가 여전히 '청소년 유해매체'라면 절판까지도 감안하고 있습니다.

 

* 아직 효력 발생일(공식적으로 '청소년유해매체'로 유통되어야 하는 시점)을 명기한 관보 고시는 올라오지 않았는데요, 보통 고시일로부터 효력발생일 사이의 기간은 2주입니다. 따라서 8월 9일 경이 효력발생일이 될 예정입니다. 아마 일시품절은 그때부터가 될 것 같습니다.

 

* '좋아요'는 응원이고 '공유'는 연대입니다. 좋아요와 공유로 이 상황을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미 읽으신 분은 다 아실 거예요. 지금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이 당한 일이 얼마나 부당한지.. 작가 알타리바 씨가 요양원으로부터 당한 그 무자비한 관료주의를, 한국에서 다시 당하게 되는 이 일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aint236 2013-08-03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에 또 생각이 나는군요...때론 간윤이 세상의 모든 것을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싶네요.

cyrus 2013-08-05 14:47   좋아요 0 | URL
쿠르베 논란.. 잊고 있었네요. 그 때도 어이가 없던지.. 그래도 간윤 덕분에 쿠르베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했었죠 ㅎㅎㅎ

수이 2013-08-03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정 뭐가 유해하고 유익한지 아무것도 모르나봐- 간윤은 -_-

cyrus 2013-08-05 14:48   좋아요 0 | URL
전체는 안 보고 일부만 보려고하는거 같아요
 
부의 독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 슈퍼 리치의 종말과 중산층 부활을 위한 역사의 제언
샘 피지개티 지음, 이경남 옮김 / 알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미국의 진보 잡지 '먼슬리 리뷰'를 창간한 사회주의자 리오 휴버먼가 쓴 『The Truth about Socialism』(우리나라는 2011년에 '휴버먼의 자본론'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는 원래 '사회주의의 ABC'라고 지으려고 생각했다고 한다. 거창하고 어려운 담론이 아니라 쉬운 말과 사례로 풀어낸 '자본주의의 사회주의에 관한 입문서'란 뜻이었다. 결국 책의 제목은 '사회주의에 관한 진실'로 결정되었는데 사회주의의 참뜻을 알리면서 내용의 큰 줄기는 자본주의 비판이다.

 

노동자에게는 악순환일 수밖에 없는 자본가의 생산수단 소유와 더 많은 이윤 추구, 더 많은 자본축적의 과정을 여러 문헌과 증언으로 분석한다. 미국 역사상 가장 부유했던 해인 1929년 일반 대중은 매우 가난했다. 브루킹스 연구소가 그해 펴낸 <미국의 소비역량> 중 '1929년 미국의 소득분포' 표를 보면, 미국 전체 가구의 42%인 1200만 가구가 국민소득의 13%를 차지했다. 전체 가구의 0.1%인 상위 3만 6000가구의 소득도 13%였다. 휴버먼은 기계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노동자의 참상을 전하면서 "노동자도 하나의 인격체라는 사실이 이윤만을 추구하는 자본가에게는 중요하지 않다. 자본가에게 노동자는 비용을 구성하는 한 항목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뉴욕타임스 등에 글을 기고하는 언론인이자 노동전문기자로 유명한 저자 샘 피지개티가 쓴 『부의 독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를 읽으면서 2년 전에 읽은 휴버먼의 책이 떠올렸다. 두 사람 다 진보적인 입장에서 글을 썼다는 점 그리고 부의 독점을 막기 위한 사회적인 제도의 도입을 찬성하는데 기영한 사회주의의 활동 모습을 소개하는 점이 비슷하다. 샘 피지개티는 부자들이 많은 돈을 벌어야 이른바 '낙수효과'로 인해 경제 전체가 좋아진다고 말하는 신자유주의자의 주장을 반박한다. 그러나 여기서 샘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건 휴버먼처럼 자본주의의 속성을 비판하려는 건 아니다. 부자들의 탐욕과 이에 따른 금권정치가 만들어 낸 지배논리를 문제 삼고 있다.

 

미국은 암울했던 1928년 대공황 시기를 극복하고 1950년대부터 경제 사정이 나아지기 시작했다. 저자는 이 시기야말로 미국 중산층의 황금기였다고 말한다. 돈 때문에 맞벌이를 해도 안 할 정도로 안락한 생활을 누리는 중산층이 많았던 것이다. 1928년 대공황 이전 최상위 1%의 슈퍼리치들은 전체 국민소득의 4분의 1을 거머쥐고 있었지만 1950년대에는 이들의 몫이 10분의 1로 줄어들 정도였다. 미국이 대공황의 터널을 탈출하여 중산층의 등장과 함께 다시 재기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제도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부자들에게 적용하는 누진 소득세 제도였다. 전쟁과 대공황을 겪으며 여론이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자 이를 제도화시켰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미국인 중 어느 누구도 세금을 내고 난 후 한 해 2만5000달러 이상의 순소득을 가져선 안 된다"고 못 박을 정도였다. 게다가 아이젠하워가 대통령이었던 시절 세금 최고구간의 소득세율은 90%를 넘어갔다. 오늘날 부자들에게 90% 세율을 적용하면 당장이라도 경제가 무너질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당시 중산층은 그 어느 시기보다 안락한 삶을 누렸다.

 

중산층 황금기는 지금으로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는 진보적인 대안이 등장했다. 부자증세의 도입뿐만 아니라 강한 노조가 기업의 부를 소유주와 노동자가 공평하게 나눌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었다. '디트로이트 조약' 체결은 노동자의 힘이 중산층의 범위를 빠르게 확대시킨다는 것을 보여줬다. 요즘 정가에서 회자되는 독일식 사민주의 역시 강한 노조-강한 경영진을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렇듯 반세기 전에 미국 국민은 서로 부를 공유했고 그런 분배 속에서 번영을 구가했다. 그러나 행복했던 번영의 시절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정부가 부과한 소득세의 짐을 떠안고 있었던 부자들의 반란이 시작했던 것이다. 사실 소득세 제도가 정착되기까지 오랜 진통과 갈등이 있었는데 그 반대편에는 금권정치에 익숙한 소위 1%의 부자들이 항상 서 있었다. 이들은 어떻게든 정계에 자신들의 입지를 넓혀줄 수 있는 정치인들과 결탁해서 자신들에게 부과하는 소득세율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1970년대에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움츠려들었던 부자들의 어깨가 조금씩 펴지기 시작했다. 한때 90%였던 소득세율은 점점 떨어지게 되고 보수당이 집권하게 되면서 그 사이 부는 특권을 누리는 계층의 주머니 속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이에 미국 중산층 가족은 더욱 비틀거리게 됐다. 가난한 가정도 계속 늘어나게 되었다. 불평등 체제는 21세기를 들어선 이후 더욱 공고해졌다. 9·11 테러, 전쟁, 글로벌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더욱 굳어졌다.

 

책은 좋은 사회가 되려면 가난한 사람의 생활수준을 끌어올리고 부자들의 생활수준은 낮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양식 있는 부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의식있는 엘리트들이 고소득에 부과되는 높은 세금이 국가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해주는 결정적인 요소라는 공감대가 필요한 것이다. 저자는 부자들의 저항을 누그러뜨릴 수 있게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누진세 도입을 주장한다. 재개 리더들이 생산과 번영을 위해 원만한 노사관계를 원하는 시대가 다시 돌아올 것을 그는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현실에 타협의 손을 내밀 수 있는 '의식있는 엘리트들'이 나올 수 있을지 의구심이 앞선다. 사실 샘이 말하고 있는 '연대와 공유의 경제'는 2년 전에 우리나라 사회에 화두가 된 적이 있었던 '자본주의 4.0'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우리가 깊이 새겨볼 점이 있다면 부의 독점을 무너뜨려 평등하고 안정적인 사회를 만들어 낸 역사적 과정이다. 부자증세와 강한 노조는 그러나 거저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부의 독점이 만들어 낸 불평등한 경제 구조에 대한 문제 인식 및 공감이 없다면 지금의 미국처럼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 '슈퍼 리치'가 등장할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