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어느 한 식당에 갔다. 손님은 음식을 고르기 위해서 종업원이 소개하는 메뉴에 귀 기울어 듣는다. ‘맙소사!’ 종업원의 말을 듣는 순간 손님은 당황한다. ‘계란과 스팸, 베이컨과 스팸, 거위 간에 스팸’ 식당의 모든 메뉴에 다진 고기로 만든 통조림 햄인 스팸(Spam)이 들어간다. 손님은 스팸을 원하지 않아도 강제로 먹어야 하는 상황에 부닥쳐졌다. 다행히도 모든 음식에 스팸을 빠짐없이 넣는 별난 식당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1970년대 영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됐던 코미디 시리즈 ‘몬티 파이돈의 나는 서커스(Monty Python’s Flying Circus)’에 나온 한 장면이다.

 

 

 

스팸은 손님이 뭘 먹고 싶은지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이, 강제로, 반복 투입된다.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수신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전송되는 스팸 메일이 그렇다. 취업에 목맨 우리 젊은 세대들이 먹는 또 다른 스팸 또한 문제다. 스펙(Spec), 열정(Passion), 학력(Academic Background) 그리고 멘토(Mentor). 취업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네 가지 조건을 다져서 만들어진 한국에서만 맛 볼 수 있다.

 

 

 

 

 

 

 

 

 

 

 

 

 

 

대학생에게 여름방학이란 ‘취업용 스팸’을 치열하게 먹는 시간이다. 도서관에는 토익과 자격증을 준비하기 위한 학생들로 가득하다. 스펙 쌓는 비결을 전수하는 수많은 멘토의 강연과 그들이 쓴 성공담에 눈이 안 갈 수가 없다. 더 나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편입에 시간을 투자하는 노력도 감수한다. ‘농활’과 같은 봉사활동은 피하고 인지도 높은 기업이 주관하는 해외봉사에 관심이 많다. 자기소개서에 쓰는 한 줄로 기업이 원하는 열정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 대학생들에게 ‘열정’을 기대하지만, 사실 억지 춘향인 측면이 있다. ‘스펙보다 열정’이라고 한다지만 초라한 스펙 때문에 열정을 보여 줄 기회를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대학생 멘토로 알려진 유명 작가 김원기 씨가 자신의 학력과 경력이 모두 거짓이었음을 인정하고 공개적으로 사과한 일이 있었다. 이번 사건은 거짓된 말과 행동으로 자신의 이력을 속인 작가도 문제지만 스펙, 열정, 학력, 멘토를 강조하는 사회적 풍토가 만들어 낸 안타까운 현상이기도 하다.

 

취업용 스팸의 맛에 길든 우리 젊은 구직자들도 거짓의 탈을 쓴 짝퉁으로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이력서 부풀리기’ 신공을 발휘해 한순간에 화려한 스펙을 소유한 명문대 출신 학생으로 변신한다. 학력에 이어 요즘은 ‘경력 뻥튀기’를 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성공한 인생의 사람이 되기는 힘들어도 짝퉁은 되지 말아야 한다.

 

취업용 스팸을 권하고 강조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이상 원하지 않아도 그것을 먹어야 한다. 먹지 않으면 달콤한 ‘성공’의 후식을 맛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취업용 스팸’ 과식의 부작용을 알면서도 점점 자유와 주체성을 잃어가는 우리들의 귓가에는 ‘스팸’을 반복해서 외쳐대는 세상의 목소리가 맴돌고 있다. 스팸! 스팸! 스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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