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화학
브라소프 트리포노프 지음, 전파과학사 편집부 옮김 / 전파과학사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점


0점     F





제목이 단순한 과학책 재미있는 화학‘젊어 보이기 위해 나이를 속인 책이다. 연예인들은 나이가 중요하다. 이들은 한 살이라도 어려야 방송에 더 자주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의 출판연도는 인간의 나이에 해당한다. 재미있는 화학은 올해 10월에 출간된 새 책 같아 보이지만, 초판과 비교하면 달라진 점이 전혀 없다. 초판의 출판연도는 1996년이다. 초판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채 24년 만에 다시 나온 재미있는 화학은 개정판인 척하는 개판이다.

 

이 책의 유일한 장점은 주기율표를 하나의 건물로 비유해서 설명한 방식이다. 현재까지 주기율표에 기재된 원소는 건물 거주자인 셈이다. 제목만 보고 책이 재미있을 거로 생각한 독자는 없을 것이다. 재미있는 화학보다 더 재미있는 화학책은 얼마든지 있다. 필자는 이 책이 재미있어 보여서 고른 게 아니다. 책의 제목과 출판연도를 확인하자마자 이 책은 개정판이 아니라 개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필자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 책의 문제점은 원소 명칭이다. 이 책에 나온 원소들의 이름이 오래되고 촌스럽다. 해당 책을 만든(구판의 내용을 거의 고치지 않은 채 떳떳하게 개정판이라고 소개하면서 책을 냈는데, 과연 만들었다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출판사의 편집자들은 대한화학회가 제정한 원소 명칭들을 알아볼 생각은 하지 않은 것 같다. 곧 후술할 내용이지만, 오자가 너무 많다. 책의 구판은 전문 번역가가 아닌 출판사의 편집자들(역자 이름이 편집부’로 되어 있다)이 맡았는데, 이는 요즘에 보기 드문 출판 형식이자 역자가 누군지 묻지도 따지지 않았던과거에 횡행했던 출판계의 악습이다.

 

책의 부록은 1번부터 118번까지 모두 등록된 주기율표다. 책에 지금까지 104종의 원소를 발견했다(41)”라고 적힌 본문을 생각하면 책을 대하는 출판사의 태도가 성의 없다. 편집자들은 번거롭더라도 유통기한이 지난 과학 지식(이제는 쓰지 않는 과학 용어나 명칭)이 언급된 본문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여기에 주석을 달아 보충 설명을 해줬어야 했다.

 

이 책에서 가장 황당한 것은 얼음물이 생체에 유익하다라는 저자(해당 책에 저자 약력이 없다)의 견해이다(‘생명에 부여하는 물이라는 소제목의 글 참조). 저자는 얼음물을 섭취한 병아리의 체중이 늘어난 것을 관찰하면서 얼음물이 우리 몸에 유익하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저자의 결론을 믿으면 곤란하다. 얼음이 투명하고 깨끗해 보여도 그 속에 식중독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norovirus) 등의 세균이 살 수 있다. 얼음 속에 있는 세균이 다 죽어도, 그 세균에서 나온 유해 물질은 얼음에 그대로 남아있다. 오염된 얼음이 녹아서 생긴 물도 안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얼음이 들어있는 음식(냉면)이나 음료를 먹을 때 주의해야 한다.

 

재미있는 화학은 장점보다 단점이 너무 많다. 그런데 경악스러운 건 이 책의 전자책도 판매되고 있으며 전자책 서비스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 등록되어 있다. 이런 재미없는 화학책은 더 이상 나오면 안 된다.

 

 

 

 


 

Mini 미주알고주알





1

 




 

* 21

 화학자가 수소를 완전히 길들여서 중요한 물질을 만드는 데 이용하기 시작했을 때, 물리학자들도 이 기체에 훙미[]를 가졌다. 그들은 이 기체로부터 많은 지식을 얻었고, 그것이 과학을 몇 배나 풍요롭게 만들었다.

 

 

[] 흥미의 오자.







2

 

 




* 35

 “2개의 평행직선은 결코 직교하지 않는다?”라는 고대의 대()수학자 유클리드(Euclid, B.C. 320~275)의 말을 들먹이며, 기하학은 주장해 왔다.

 “아니다, 직교한다!”라고 19세기 중엽에 러시아의 수학자로 바체프스키(N. I. Lobachevskii, 1793~1856)[]는 선언했다.

이리하여 비유클리드 기하학이라는 새로운 기하학이 탄생했다.

 

 

[] 로바체프스키의 오자. 로바체프스키의 출생연도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아서 1792년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3

 




* 35

 알렉세이 톨스토이(A. K. Tolstoi, 1817~1879)[]의 작품에 기사가린의 쌍곡면이라는 소설이 있다.

 “훌륭한 공상 소설이다하고 온 세계의 문학자들이 칭찬했다.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는 허튼 공상이다라고 과학자는 맞섰다.

 톨스토이가 15년만 더 오래 살아 있었더라면, 그때까지 본 적도 없는 밝기와 위력을 지닌 광선이 루비의 결정에서 뻗어나가고 레이저라는 말이 일반 사전에도 실리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 알렉세이 톨스토이의 출생연도와 사망연도가 잘못 적혀 있다. 알렉세이 톨스토이는 1883년에 태어나 1945년에 세상을 떠났다

 








4

 




* 41

사람들은 지금까지 104종의 원소를 발견했다.[]

 

 

[] 현재까지 발견된 원소는 118이다.








5

 

 

* 42

 1866626, 프랑스의 모아상(Henri Moissan)[]이 유리 플루오린을 얻는데 성공했다고 파리의 과학아카데미에 보고했을 때, 그의 한쪽 눈은 검은 안대로 가려져 있었다.

 

 

[] 무아상으로 표기한다.







6

 

 

* 42~43




   

[] 프레온은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1987년에 몬트리올 의정서가 체결되어 프레온의 생산과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부터 프레온 사용이 금지되었다.








7

 

 

* 종이책 쪽수 확인하지 못함

 우리는 염소로 소독한 수돗물을 마시고 있다. 수돗물은 해가 없으나 그 맛은 샘물 같지가 않다. 오존으로 처리한 음료수 속에서는 병원균이 완전히 사멸되어 있다. 더욱이 염소의 꺼림칙한 맛도 없다.

 오존은 낡은 자동차의 타이어를 회생시키거나, 직물이나 섬유를 표백하거나 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자와 기술자는 강력한 공업적 오존발생기(Zoonizer)를 만들어 내려 하고 있다.

 

 

[] 오존을 이용하여 상수 및 하수 처리를 하는 방식은 제1차 세계대전부터 시행되었지만, 값싼 염소가 보급되면서 오존으로 소독하는 방식이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염소 소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시 오존을 사용하기도 한다. 책에 언급되었듯이 염소 소독은 살균 효과가 좋고, 화학물질 특유의 꺼림칙한 맛이 나지 않는다. 물론 오존 소독에도 단점이 있다. 염소 소독 방식에 비해 설치비와 유지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 오존이 대기 중에 다량으로 방출되면 인체에 해를 줄 수 있다.







8

 

 

* 88~89

 핵화학의 덕분으로 화학자들은 우라늄보다 무거운 원소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우라늄의 핵이 분열할 때, 파편 이외에 많은 중성자가 튀어 나간다. 이들 중성자가 아직 분열하고 있지 않은 핵에 흡수되는 일이 있다. 이리하여 93번과 94번 또는 그 이상의 번호를 가진 원소가 합성될 가능성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핵화학에서는 이 초우라늄원소를 만드는 방법이 여러 가지로 알려져 있다. 현재 알려져 있는 초우라늄원소는 넵트늄(Np, 93), 플루토늄(Pu, 94), 아메리슘(Am, 95), 퀴륨(Cm, 96), 버클륨(Bk, 97), 칼리포르늄(Cf, 98), 아인시타이늄(Es, 99), 페르븀(Fm, 100), 멘델레뮴(Md, 101), 노벨륨(No, 102), 로렌슘(Lr, 103)에 다 러시아(구소련)가 발견했다고 말하지만, 아직 국제적으로 공인되지 않은 크르챠토븀(104)까지 12개의 원소이다. 104번 원소의 이름으로는 러시아(구소련)의 연구그룹이 주장하는 크로차토븀이란 이름과 미국의 연구자들이 제창한 라더포르듐이란 것이 있으나 아직은 결정을 보지 못하고 있다.[]

 

 

[] 대한화학회가 제정한 원소 명명법에 따라 원소 명칭을 고쳐 쓰면 다음과 같다.


 

넵트늄 넵투늄


칼리포르늄 캘리포늄


아인시타이늄 아인슈타이늄

 

크르챠토븀 쿠르차토븀(현재 사용되지 않는 명칭)


라더포르듐 러더포듐

 


1964년 러시아 합동 원자핵 연구소에서 인공적으로 합성한 방사성 원소. 플루토늄에 네온 원자를 충돌시켜 104번째 원소를 만들어서 쿠르차토븀(Ku)으로 불렀다. 하지만 1969년 미국의 연구팀이 같은 방법으로 실험을 행했으나 쿠르차토븀을 얻지 못했고, 캘리포늄에 탄소 이온을 충돌시키는 새로운 방법으로 104번째 원소를 만들어 러더포듐이라 지었다. 원래는 먼저 발견한 러시아에 명명권이 있었으나, 추가 실험이 불충분하다는 등 양쪽이 각자 주장을 했고, 물리학자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의 이름을 딴 러더포듐(rutherfordium, Rf)이라는 이름이 결정되기까지 무려 3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국제순수·응용화학연맹(IUPAC)1992년에 러시아와 미국의 연구팀을 함께 공동 발견자로 인정했다. 쿠르차토븀, 러더포듐, 더브늄(Dubnium, Db)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1997IUPAC에 의해 104번 원소 이름은 러더포듐으로 확정되었다.

 







9

 

 



* 100

 독일의 스빈은 유명한 북극탐험가 노르덴시될드가 그린란드의 빙하에서 수집한 운석(陽石) 속에서 초우라늄원소를 찾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 운석 속에서 원자번호 108번의 원소를 발견했노라고 보고했다.

 

 

[] Nordenskiöld(1832~1901). 노르덴시욀드’, ‘노르덴쇨드’, ‘노르덴셸드로 표기한다.







10

 

 



* 102

 천문학자 허셀(S. F. W. Herschel, 1738~1822)이 발견한 천왕성(Uranus)[]의 이름에 연유해서 이 원소에는 우라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 허셜로 표기한다. 실질적으로 천왕성을 발견한 사람은 허셜과 그의 여동생 캐롤라인 허셜(Caroline Herschel)이다.









11

 

 



* 106

 1912년에 옥스퍼드 대학의 건터(E. Gunter, 1581~1626)[] 교수가 나폴리 근처에서 고대 로마의 유적을 발굴하여 놀랄 만큼 아름다운 유리 모자이크의 벽화를 발견했다. 2000년 전 유리의 색채는 전혀 색깔이 바래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 건터 교수의 출생연도와 사망연도가 잘못 적혀 있다







12

 

   




* 108

 지금까지 주기율표와 그 위대한 건축가에게 많은 찬사를 바쳐 왔으나, 이 건물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주기율표의 7(7주기)은 아직도 절반 정도 밖에는 이룩되지 않았다. 7층에는 32개의 방이 있을 터인데 현재는 18개 방밖에 완성되지 않았다.[] 더욱이 7층의 거주자는 어딘지 좀 달라서 정말로 거주하고 있는 것인지 어떤지를 알 수가 없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곳의 거주자들은 환상 같은 데가 있다.

 

 

[] 7주기(87~118)에 속한 총 32종 원소 모두 발견되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고 있던 당시에 발견된 7주기 원소는 총 18(87~104)이었다. 그래도 주기율표는 여전히 미완성 상태다. 현재 화학자들은 8주기 원소(119~164), 9주기 원소(165~172)를 찾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주기율표에 기입될 마지막 원소 번호는 164(9주기 원소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또는 172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13

 

 

* 110

104번 원소인 크르차코붐[]의 반감기는 고작 0.3초이다.

 

 

[] 8번 주석의 쿠르차토븀과 러더포듐참조







14

 

 

* 116~117

 

 


 

[]

 

가리아 갈리아(Gallia)

 

루테늄(루테니아는 라틴어로 러시아를 말함) 소련이 해체되면서 루테니아(Ruthenia)라고 불리던 지역은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가 되었다.

 

루테툼(파리의 옛 이름이 루테시아Lutetia라 불렸다) 루테시아가 아니라 루테티아.







15

 



 

* 127

 의학에는 의학 자체와 같을 만큼 오래된 독자적인 심벌이 있다. 술잔과 그 주위를 휘감고 있는 뱀이다.[]

 이것과 비슷한 심벌이 화학에도 있다. 그것은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이다.

 

 

[] 의학을 상징한 심벌은 지팡이와 뱀이 그려져 있다. 이 심벌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Asklepios)의 지팡이와 죽은 생명을 살려내는 약초를 가져온 뱀에서 유래했다








전설에 따르면 아스클레피오스는 제우스(Zeus)의 번개를 맞아 죽은 글라우코스(Glaukos)를 치료하던 중, 병실에 들어온 뱀을 발견해 지팡이로 때려 죽였다. 잠시 후, 또 한 마리의 뱀이 약초를 입에 문 채 병실에 들어왔고, 그 약초를 죽은 뱀의 입 위에 올려놓았다. 약초의 효능 때문에 죽은 뱀이 살아났고, 아스클레피오스는 이 약초로 글라우코스를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뱀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아 지팡이를 휘감고 있는 한 마리의 뱀을 자신의 심벌로 정했다고 한다.







의학을 상징한 또 하나의 심벌은 지팡이를 휘감고 있는 두 마리의 뱀이 그려진 것이다. 이 지팡이의 주인은 헤르메스(Hermes)이며, 명칭은 카두케우스(caduceus). 미국 육군 의무병 휘장에 카두케우스가 그려져 있는데, 이에 대해 학자들은 미 의무대가 심벌의 의미를 잘못 이해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야말로 의학을 상징한 심벌이라고 주장한다. 어쨌든 필자가 알고 있는 의학 심벌은 두 가지가 있는데, 두 가지 심벌 모두 술잔이 들어가 있지 않다. 뱀과 술잔이 들어간 의학 심벌이 실제로 있다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 아는 분이 계시면 알려주시길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연 2020-12-10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 빵점.. ;;;;

cyrus 2020-12-10 16:59   좋아요 0 | URL
1점도 아까운 책입니다. 올해 서재의 달인이 되셔서 축하드립니다. ^^

박균호 2020-12-10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비판적인 리뷰 너무 좋습니다. 정성 스러운 글 잘 읽고 가요.

cyrus 2020-12-10 17:02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제가 지적한 것 중에 틀렸거나 정확하지 않은 것도 있을 수 있어요. ^^

2020-12-10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12-10 17:18   좋아요 1 | URL
글쎄요. 알라딘에 건의해보지 않고 판단하기에 이르지만, 알라딘은 팩트 체커 코너 운영에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알라딘 블로거 중심으로 팩트 체커 코너를 만든다면 알라딘을 통해 책을 판매하는 출판사들이 좋아할까요? 알라딘은 알라딘 회원이 좋아할만한, 그러니까 많이 팔릴 만한 책을 홍보하려고 하는데, 저 같은 사람이 그 책에 팩트 체커를 한다고 하면 알라딘 입장에선 난처할 거예요. 지금까지 저의 의견은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저는 알라딘 직원이 아니고 알라딘의 회사 운영 방침을 자세히 모르니까요.

‘이달의 마이 리뷰’ 당선작 중에 별점 1개, 2개를 받은 리뷰는 본 적이 없었어요. 악평을 쓴 리뷰가 당선작이 된 적이 있는데 제가 못 봤을 수 있어요. 하지만 여태까지 당선작 목록을 보면서 악평을 쓴 리뷰 당선적은 못 봤어요. 책을 비판적으로 평한 글은 ‘이달의 마이 페이퍼’ 당선작이 될 수 있어요. 어쨌든 리뷰를 쓰는 팩트 체커가 알라딘에 많이 활동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출판사, 저자, 역자들이 비판적인 리뷰에 좀 더 호의적으로 바라보고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올해 서재의 달인이 되셔서 축하드립니다. ^^
 



어제 공개한 피은경의 톡톡 칼럼리뷰에 책의 아쉬운 점 몇 군데를 언급했다. 그날 밤에 해당 책의 저자인 페크는 필자가 리뷰에서 지적한 것들을 해명한 글을 써서 공개했다. 저자는 필자의 비판적 의견들을 조목조목 반박했으며 그중 하나는 필자의 오해와 무지에서 기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 피은경 《피은경의 톡톡 칼럼: 페크의 생활칼럼집》 (해드림, 2020)




* 피은경의 톡톡 칼럼141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 장발장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는 배고파하는 어린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감옥에서 19년의 세월을 보내다가 석방한다.

 


* 피은경의 톡톡 칼럼174

 빅토르 위고의 <가난한 사람들>이란 소설의 내용이다.




필자는 리뷰에서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가난한 사람들>은 내용이 같은 소설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 페크는 해명 글에서 <레 미제라블><가난한 사람들>은 내용도, 형식도 다른 소설이라고 알려줬다. 저자의 말이 맞다.

 














 

* 빅토르 위고 빅토르 위고 동화(그린북, 2005)

 

 


<가난한 사람들>(Les Pauvre Gens)1859년에 나온 빅토르 위고(Victor Marie Hugo)의 서사 시집 <세기의 전설>(La Légende des siècles) 1집에 포함된 글(정확히 말하면 시편)이다. 이야기가 있는 시라서 단편소설로 소개되었다. <세기의 전설>은 총 세 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2집은 1877, 3집은 1883년에 발표되었다.

 

<레 미제라블>은 국내에 다양한 이름으로 소개되었는데, 비참한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필자는 가난한 사람들이 국내에 알려진 <레 미제라블>의 이명(異名)이라고 오해했으 피은경의 톡톡 칼럼에 언급된 위고의 소설 제목을 지적했다. 필자는 제목을 잘못 알았다. 또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위고의 글이 있다는 사실과 피은경의 톡톡 칼럼에 언급된 <가난한 사람들> 줄거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독을 반성하고, 책의 저자에게 사과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앞으로 글을 쓸 땐 더 신중하게 살피겠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박균호 2020-12-09 1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실 장 발장이 빵을 훔친 것만으로 19년을 복역한 것은 아니죠. 몇 차례 탈옥을 했기 때문에 가중처벌 받았죠. 아무리 19세기의 일이지만 빵 하나 훔쳤다고 19년 복역하는 것은 아닙니다 ㅎㅎㅎ

cyrus 2020-12-09 19:56   좋아요 1 | URL
맞아요. 저도 착각했어요. ‘빵 훔친 죄’가 워낙 임팩트가 크다 보니 사람들은 빵 하나 훔칠 걸로 19년 감옥 생활을 했다고 생각해요. ^^;;

페크pek0501 2020-12-09 22:03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착각했어요 2

빵 하나로 감옥 19년 어쩌구 하는 글을 여러 책과 인터넷에서 너무 많이 봐서 고정 관념으로 박혀 있어서요. 잘 따져 보면 알 텐데 말이죠.

페크는 항복, 하겠습니다. ^^

2020-12-09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9 2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9 2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피은경의 톡톡 칼럼 - 블로거 페크의 생활칼럼집
피은경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점

3점    ★★★    B





수필이나 에세이를 쓸려면 어떻게 써야 할까? 필자는 글쓰기를 업으로 삼은 사람이 아니라서 이런 질문에 대답할 깜냥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딱 한 마디만 한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조금도 과장하지 않고 자신이 경험한 걸 그대로 쓰세요.” 이 말은 어느 수필가의 글에 따온 문장을 살짝 바꾼 것이다. 피은경(블로거 닉네임: pek0501, 이 글에서는 간단하게 페크라고 부르겠다)의 글 배려에 관하여 2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된다. “조금도 과장하지 않고 내가 경험한 걸 그대로 말하려 한다.” 


페크는 자신이 쓴 글을 생활칼럼이라고 명명한다. 생활칼럼은 우리 일상과 동떨어지지 않은 소재를 다룬 칼럼을 말한다. 생활칼럼에 나온 소재는 평범하면서도 친숙하다. 연애, 결혼, 인간관계, 인간 심리, 일상, 문화 등이다. 그래도 생활칼럼에서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소재는 글쓴이 본인의 경험이다. 따라서 필자가 앞서 언급한배려에 관하여 2의 첫 문장은 생활칼럼을 쓰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마음가짐이다.


누가 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꾸며진 말에는 진실이 없고, 진실한 말은 꾸밈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생활칼럼 모음집 피은경의 톡톡 칼럼은 글쓴이의 진실한 일상, 진실한 언어로 엮은 진실한 책이다. 그래서인지 글쓴이의 글을 읽으면 억지로 꾸민 느낌이 들지 않는다. 글쓰기 초보자는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에 독자들이 감탄할만한 멋진 표현과 문장을 쓰려고 애쓴다. 이럴 때 필자는 글에 너무 힘을 준다라고 표현한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너무 힘을 주면(두뇌에 힘을 줘서 생각이 많아지면) 첫 문장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벌써 지쳐버린다. 글을 쓸 때 힘을 적당히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꾸며진 글에 진실이 없어 보인다. 그럴싸하게 잘 꾸며진 글이어도 독자들의 긍정적인 눈길을 받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페크의 글은 화려하지 않다. 그렇다고 그녀가 글을 쓸 때 안 꾸민다는 것은 아니다. 페크는 자신이 수집한 책의 구절과 명언들을 인용하면서 글의 내용을 전개한다. 문장 인용은 글쓴이가 글을 꾸미기 위해 쓴 유일한 방식이다.


밥을 한 숟갈 먹고는 배가 부르지 않는다.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만족할 수 없다. 첫 번째 책을 펴낸 글쓴이도 그렇게 생각하리라. 필자가 글쓴이의 불만족을 잘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필자는 글쓴이의 입장이 되어 이 책의 아쉬운 점을 꼽아봤다.


글쓴이가 언급한 책 제목을 한 가지로 통일해서 써야 한다. 같은 내용의 책을 두 개의 제목으로 소개하면 독자에게 혼란을 준다.

 

 

* 101[독서가 삶에 도움이 될까, 안 될까]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에서 1>에 있는 글이다.

 

 

* 137[결핍의 힘]

 <달과 6펜스><인간의 굴레>로 유명한 작가 서머싯 몸은 열 살 때 부모를 잃고 백부 집에서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 141[거짓말이 허용되는 조건]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 장발장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는 배고파하는 어린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감옥에서 19년의 세월을 보내다가 석방한다.

 

 

* 174[그냥 지나친 적은 없는가]

빅토르 위고의 <가난한 사람들>이란 소설의 내용이다.

 

 

<인간의 굴레에서 1>은 민음사 판의 제목이다. <가난한 사람들><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의 이명(異名)이다.


필자의 착오로 인해 나온 견해라서 취소 선을 그었습니다




* 123[부자의 불행과 빈자의 불행]

 연암 박지원의 소설 <예덕선생전>에 매력적인 인물 둘이 나온다. [중략]저 넓디넓은 소매돋이를 입는다면 몸에 만만치 않고,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면 다시금 길가에 똥을 지고 다니지는 못할 것이 아니오.

 

 

소매돋이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는 단어다. ‘소매라고 쓰면 되는데(<예덕선생전>을 우리말로 풀이한 글에도 그렇게 쓰여 있다) 글쓴이가 무슨 이유로 소매돋이라는 표현을 쓴 건지 무척 궁금하다.

 

 

 

* 160[모르는 소리 하지 마]

 백조의 우아한 모습만 보느라고 물밑에선 열심히 발을 움직이고 있음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지 않도록 하자.

 

 

백조의 다리는 길기 때문에 물갈퀴를 빨리 움직이면서 헤엄치지 않는다. 반면에 오리의 다리는 짧아서 헤엄칠 때 물갈퀴를 빨리 움직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0-12-08 1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12-08 15:30   좋아요 1 | URL
솔직히 말해서 저는 책의 오자나 오류를 알리려고 출판사에 전화를 하거나 출판사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출판사 관계자들이 알라딘 독자 리뷰를 볼 거라고 순진하게 생각했어요. 가끔 출판사 관계자가 제 글을 확인하고 댓글을 달긴 해요. 오히려 OOO님이야말로 대단한 거죠. OOO님은 저보다 실행력이 많아요. ^^
 

 

 

 

미주(尾註)알 고주(考註)

 

EP. 2

 

 

 

 

미주알고주알: 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

 

미주알: 항문에 닿아 있는 창자의 끝부분

 

고주알: 미주알과 운을 맞추기 위해 만들어진 의미 없는 단어

 

미주(尾註): 논문 따위의 글을 쓸 때, 본문의 어떤 부분의 뜻을 보충하거나 풀이한 글을 본문이나 책이 끝나는 뒷부분에 따로 달아놓은 것

 

고주(考註): 깊이 연구하여 해석하거나 풀이함 또는 풀이한 주석

 

 

 

 

 

 

 

 

 

 

 

 

 

 

 

 

 

 

 

 

 

 

 

* 호프 자런 랩 걸: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알마, 2017)

 

* Hope Jahren Lab Girl(Vintage, 2017)

 

 

 

 

 

 

 

1

 

 

* 158

  어떤 과학자들은 나처럼 현대 미술을 하듯 거대하고 전체적인 결과를 선호하고 눈을 방해하는 규칙은 적을수록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한다. 우리는 덩어리파라고 불린다. 세부 사항들을 덩어리로 뭉쳐서 작업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빌과 같은 과학자들은 인상파 화가들처럼 붓질 하나하나가 모두 개별적인 의미를 가져야 일관성 있는 전체를 형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쪼개기파로 불린다. 미묘한 차이를 가진 세부 사항들을 모두 각각 다른 범주로 쪼개서 작업하기 때문이다.

 

 

[] 원문, <Lab Girl> 110

  Others, including Bill, are more like the Impressionists, convinced that each brushstroke must be executed with individuality in order to achieve a coherent whole.

 

 

[] 붓으로 점을 찍어 그림을 그리고 난 후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완성된 그림을 바라보라. 그러면 여러 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색들이 시각적으로 결합되어 보인다. 이러한 표현 방식과 관련된 이론을 점묘주의(Pointillisme) 또는 분할주의(Divisionnisme)라고 한다. 조르주 쇠라(Georges Pierre Seurat)는 색채 혼합의 과학적 원리와 광학 이론을 적용한 점묘법으로 그림을 그렸다. 쇠라와 친한 폴 시냐크(Paul Signac)는 점묘주의보다 분할주의라는 용어를 선호했다. 두 사람은 신인상주의(neo-impressionism)를 대표하는 화가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쪼개기 파(splitters)에 해당한 과학자들의 연구 방식은 신인상파 화가의 작업 방식과 비슷하다.

 

 

 

 

 

 

2

 

 

* 187~188

  차를 타고 목적지도 없이 한 블록도 가기 전에 우리는 고양이 울음소리와 함께 차에 뭔가 딱딱한 것이 부딪치는 걸 느꼈다. 펠리스피어[]라는 고양이 왕국을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애리조나에 만든 바이오스피어 프로젝트를 흉내 내서 빌과 내가 펠리스피어라고 이름 붙인 그곳은 제대로 기능을 하는 고양이들의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는 장소였다.

 

 

[] 책에 펠리스피어(Felisphere)’라는 단어의 유래가 언급되지 않았다. 아마도 세계 최초의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펠릭스 더 캣(Felix the Cat)’바이오스피어(Biosphere: 생명권)’를 합쳐서 만든 단어일 것이다.

 

 

 

     

 

펠릭스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고양이 캐릭터이다. 미키 마우스(Mickey Mouse), <톰과 제리>(Tom and Jerry)의 톰보다 국내 인지도가 낮아서 그렇지 올해로 101(1919년 생)가 된 캐릭터. 미키 마우스(92, 1928년 생)보다 먼저 나왔다.

 

혹자는 펠리스가 궁전을 뜻하는 단어라고 생각할 것이다. 펠리스피어를 고양이들이 사는 궁전으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럴 듯한 가설이다. 하지만 궁전을 뜻하는 영단어는 ‘Palace’이며 우리말 표기는 팰리스.

    

 

 

 

 

 

3

 

 

* 194

  책은 가슴 아픈 희생의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 우리 칼데콧 상(미국에서 우수 아동서적[]에 수여하는 상옮긴이)도 받겠다.” 특히 생산적인 편집을 했다는 생각이 든 어느 날 밤 내가 선언했다.

 

 

[] 원문, <Lab Girl> 136

“That’s pure Caldecott, right there.”

 

 

[] 저자의 동료 (Bill)은 자신이 자른 머리카락을 나무 둥치에 보관했고, 저자와 빌은 늦은 밤에 나무를 방문한다. 두 사람은 빌의 삶에 바탕을 둔 어린이 책(children’s book, 원서: 135)을 쓰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생각한 이야기의 제목은 (욕심이 많아서 무엇이든) 아낌없이 뺏는 나무(The Getting Tree, 원서: 135)’. 저자는 기가 막히게 잘 만든 이야기 책에 스스로 감탄하면서 , 우리 칼데콧 상도 받겠다라고 말한다.

 

이 문장의 원문은 “That’s pure Caldecott, right there.”(원서 136)이다. ‘right there’바로 그곳에’, ‘으스대며’, ‘기꺼이라는 뜻을 가진 표현이다. 문장 전체를 직역하면 이게 바로 순수한(완전한) 칼데콧이야가 되는데 이렇게 쓰면 독자는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역자는 저자의 말을 칼데콧 상도 받겠다라고 의역했다

 

 

 

 

 

 

 

 

 

 

 

 

* 랜돌프 칼데콧 칼데콧 컬렉션 1(아일랜드, 2014)

* 랜돌프 칼데콧 칼데콧 컬렉션 2(아일랜드, 2015)

 

 

 

칼데콧 상(Caldecott Award, Caldecott Medal)어린이 그림책(picture book for children)을 잘 만든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이 상은 영국의 그림책 작가 겸 일러스트레이터 랜돌프 칼데콧(Randolph Caldecott)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되었다. 아낌없이 뺏는 나무이야기를 만든 저자와 빌은 칼데콧 상을 받을 수 없다. 저자와 빌이 함께 만든 어린이 책에 삽화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랩 걸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저자와 빌은 이야기를 구상했지 삽화를 그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칼데콧을 작가로 착각했고, 역자는 칼데콧 상에 대한 설명을 잘못 썼다. 미국에서 우수 아동서적에 수여하는 상은 뉴베리 상(Newbery Awards, Newbery Medal)이다. 저자는 아낌없이 뺏는 나무이야기가 훌륭하다는 생각을 위트 있게 표현하려고 작가 이름을 언급했다. 저자가 착각하지 않았으면 삽화가 칼데콧이 아닌 작가의 이름이 언급되었을 것이다. 뉴베리 역시 실존 인물이다. 그는 어린이 책을 쓴 작가가 아니라 아동 도서 전문 출판인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저자는 칼데콧을 어린이 책을 쓴 작가로 잘못 알았으며 문장을 의역한 역자는 칼데콧 상 잘못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역문은 아낌없이 먹는 나무이야기에 대단히 흡족한 저자의 감정 상태를 잘 드러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lanca 2020-12-08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주알 고주알 완전 신기하네요. 그리고! 헉 이런 세세한 잘못을 잡아내시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cyrus 2020-12-08 21:39   좋아요 0 | URL
제가 잘못 알고 있거나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제 의견을 반박하는 주석(댓글)을 남길 겁니다. ^^
 
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점

3점    ★★★    B

 

 

 

 

 

‘lab’‘laboratory(실험실)’의 준말이다. 과학자 호프 자런(Hope Jahren)은 어린 시절에 과학 교수인 아버지의 실험실에서 혼자 노는 것을 좋아했다. 아버지의 실험실은 그녀가 자유롭게 기계의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31) 장소였다.

 

영국의 작가 버지니아 울프(Virginia Woolf)의 대표작인 자기만의 방(A Room of One’s Own)여성과 소설을 다룬 주제를 다룬 강연문을 에세이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그녀는 이 책에서 여성이 소설을 쓰려면 돈과 방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돈과 방은 자유롭게 사색할 수 있고, 편안하게 글을 쓰기 위해 있어야 할 최소한의 기본 조건이다. 호프 자런의 첫 번째 책 lab girl(랩 걸)과학자가 되고 싶은 여성을 위한 자기만의 방과학 버전이다. 혼자 실험할 수 있는 나만의 실험실이 없으면 창의적인 생활은 불가능하다. 실험실은 휴식을 겸할 수 있는 과학자의 집이다. 자런은 대학교 건물 안에 있는 T309호실을 개인 실험실(the Jahren Laboratory)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그녀는 실험실에 있으면 아버지의 실험실에서 놀던 어린 시절의 모습이 된다. 자런은 친한 동료 빌(Bill)과 함께 매일 밤마다 실험실을 꾸몄다. 그녀는 당시 상황을 어린 소녀들이 인형의 옷을 여러 번 갈아입히는 일(141)’처럼 느꼈다고 회상했다.

 

나만의 실험실을 마련하고, 이 공간을 계속 유지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자런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대학원생이 과학자로서 제대로 인정받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이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압박을 많이 받는다. 연구 기반을 갖추지 못한 과학도들은 제대로 연구를 할 수 없다. 획기적인 연구 결과는 단기간에 나오지 않는다.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수백 번 이상의 연구를 시도해야 하며(실패를 겪어야 하며) 절대로 중도에 포기해선 안 된다. 자런은 진정한 과학자가 되려면 자신만의 실험을 개발하고, 그렇게 해서 완전히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야 한다고 말한다(99). 그러기 위해서 국가는 과학도들이 마음껏 연구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과학자들이 실패해도 계속 이어서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랩 걸은 여성 독자,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고 싶은 여성에게 중요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이 중요한 까닭은 자런이 과학자로서 살아온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전문직 여성이 처한 일상적인 문제들을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런은 과학자라는 명함을 가진 것만으로 여성이 자신만의 연구를 시도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녀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과학자로서 진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편안한 실험실의 필요성이다.

 

랩 걸은 크게 나무과학(식물학)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는 식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의인화하여 표현한다. 특히 저자가 어린 시절에 만난 은청가문비에 대한 글(2)은 문학 교과서에 실릴 만한 글이다. 저자는 평범하고 초라해 보이고,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은청가문비에 생명과 성격을 부여함으로써 일반인이 보지 못한 나무의 삶을 들려준다.

 

어떤 독자는 저자의 글쓰기 방식이 산만하다고 불평하면서 랩 걸과학책같지 않다고 했다. 앞서 필자가 말한 두 가지 주제의 글이 이리저리 번갈아 가면서 전개되기 때문에 독자들은 그렇게 느낄 수 있다. 저자가 개인적인 일상을 주저리주저리 서술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있는 독자도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이 랩 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저자의 산만한 글쓰기를 이해해줘야 한다. 직히 말해서 《랩 걸은 잘 만든 책은 아니다(이유는 후술할 ‘Mini 미주알고주알’을 참조할 것). 하지만 저자는 마치 정해진 틀에 벗어나 쓰고 싶은 대로 쓰는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가진 랩 걸이 되어 글을 썼다. 과학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과학적인 내용만 잔뜩 있어야 하나. 랩 걸이전에도 국내외 과학자들은 에세이 형식으로 된 과학책을 썼다. 랩 걸은 과학 책이다.

 

 

 

 

 

 

 

 

Mini 미주알고주알

 

 

    

 

* 187

    

 

 

 

 

 

원문(<Lab Girl>, 131): goose-shit yellow

 

‘goose’거위를 뜻한다. 갈매기를 뜻하는 영단어는 ‘gull’이다. 그리고 노랑색은 비표준어. 노랑 또는 노란색이라고 써야 한다.

 

 

 

 

* 187~188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애리조나에 만든 바이오스피어 프로젝트라는 표현이 어색하다. 바이오스피어 프로젝트가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진행되었다는 것일까, 아니면 애리조나에서 진행되었다는 것일까. 원서(132쪽 참조)에는 ‘Biosphere project’라고 적혀 있는데, 정확한 명칭은 ‘Biosphere 2 project’. 저자는 프로젝트 명칭을 착각하여 잘못 썼다. 실제로 캐나다 퀘백 주 몬트리올에 ‘Biosphere’라는 생태 박물관이 있다. ‘생물권으로 번역되기도 하는 바이오스피어는 지구 전체 생태계를 의미한다.

 

바이오스피어 2는 햇빛을 제외하고는 외부와 완전히 격리된 거대한 돔이며 투명 유리로 만들어졌다. 이 구조물 안에 인간 거주지와 동식물을 위한 생태 구역이 조성되었다. 따라서 ‘Biosphere 2’ 인공 지구 생태계. 바이오스피어 2 프로젝트는 1991년에 애리조나에 완공되었다. 1995년부터 2003년까지 컬럼비아 대학교가 바이오스피어 2를 관리했고, 지구 온난화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현재 구조물은 애리조나 대학교가 소유하고 있으며 연구시설 및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번역본에 있는 문장을 컬럼비아 대학교가 주관하고, 애리조나에서 진행된 바이오스피어 2 프로젝트로 고쳐 쓸 수 있다.

    

 

 

 

 

* 193

 

  “너구리들이 또 아기 너구리들을 갖게 될 거야. 털이 더 필요해.”

 

  “팔을 둥치에 난 구멍으로 집어넣어봐. 너구리들이 씹을 수 있게. 노인의 팔은 씹는 데 아주 좋거든.”

 

 

[원문, <Lab Girl> 135]

“The raccoons are having baby raccoons again; I need more hair.”

 

“Stick your arm in the hollow, then, and the raccoons will chew it. An old man’s arm is good for chewing anyway.”

 

 

라쿤(raccoon, 학명: Procyon lotor)’너구리와 같은 종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라쿤을 너구리로 번역하는 것은 오역이다. 라쿤은 너구리와 비슷하게 생긴 동물이다. 그래서 라쿤을 미국 너구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다른 이름 때문에 라쿤을 너구리와 같은 종으로 오해하기 쉽다. 너구리를 뜻하는 영단어는 ‘Raccoon dog’이다. 미국인들은 너구리를 라쿤을 닮은 개로 여긴다. 너구리의 학명은 ‘Nyctereutes procyonoides’.

 

 

 

 

 

* 272

 

    

 

 

원문, <Lab Girl> 190: “Shit, this thing will need gas witnin a couple of hours. I should have filled up while you were back there playing Goldilocks.”

 

<곰 세 마리>는 영국의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를 말한다. 골디락스는 금발을 뜻하며 동화의 주인공인 금발 소녀의 이름이다. 골디락스는 숲속을 헤매다 세 마리의 곰이 살고 있는 오두막을 발견한다. 오두막 주인인 곰들은 외출한 상태였다. 골디락스는 빈 오두막에 들어갔고(무단 주거 침입), 부엌의 식탁에 있는 오트밀 죽 세 그릇을 발견한다. 첫 번째 죽은 너무 뜨거웠고, 두 번째 죽은 너무 차가웠고, 세 번째 죽은 먹기 좋게 온기가 적당했다. 골디락스는 세 번째 죽을 먹는다. 식사를 마친 골디락스는 세 개의 의자 중에 자신에게 딱 맞는 의자에 앉지만, 그 의자는 부서져버렸다. 소녀의 철없는 행동은 계속되는데, 이번에는 침실에 들어간다. 소녀는 침실에 있는 세 개의 침대 중에 너무 푹신하지도 않고, 너무 딱딱하지 않은 침대 하나를 고른다. 그리고 그 침대에 누워 잠든다.

 

금발이 놀이는 동화에 묘사된 소녀의 민폐 행동을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역자는 골디락스를 금발이로 번역했는데, 동화를 잘 모르는 독자들은 금발이 놀이가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한다. 역자는 금발이가 누군지 설명한 내용이 있는 주석을 달았어야 했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0-12-07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학자도 자기만의 실험실이 필요하리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는데..... 역시 어떤 일이든 어려움이 없는 일은 없는 것 같네요. 자기만의 실험식이라 저건 진짜 돈이 많이 필요할 거 같은데... 어떤 연구든 제대로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이고 국가적인 지원이 많이 필요하군요.

cyrus 2020-12-08 09:10   좋아요 0 | URL
호프 자런이 연구실을 마련하는 모습은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하면 어려운 일인 건 사실이에요. 건물주가 아닌 이상 개인이 연구실을 가진다는 건 불가능해요. ^^;;

Angela 2020-12-08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랩걸읽었는데~새로운 해석이네요. cyrus님 오랜만에 반가워요

cyrus 2020-12-08 09:11   좋아요 0 | URL
오랜만입니다. 안젤라님. ^^

han22598 2020-12-08 0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 울프의 방과 자런의 방을 연결시킨 점이 새롭네요. 하지만 두개 방의 속성은 조금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글쓰기에서 필요한 방보다는 실험실에서 필요한 방의 특성을 더 잘 알 고 있기 때문에 제 생각이 편협할 수 있다는 것은 감안해주시기 바랍니다.)

두방의 큰 차이점 중의 하나는, 그 방의 퀄러티와 그 방에서 나온 결과물의 질에 대한 상관 관계입니다. 글쓰기의 방의 퀄러티가 그 방 주인의 글의 수준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방을 내어주는 것만으로도 실상 여자들의 글쓰기는 가능해지고, 그 이후의 개인의 능력과 창조적인 일을 하라 수 있는 최소한의 여건은 마련된 것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실험실이라는 이야기 하는 랩방은 그 방의 퀄러티가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물론 방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어느정도 실험은 가능할 수 있겠지만, 아무리 뛰어난 능력과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러한 것들을 실현할 수 있는 실험자재, 도구들이 없거나 오래된 것들이라며, 실험이 거의 불가능하거나 실험속도가 매우 느려지게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랩 퀄러티에 따라 창조적(?)인 실험들을 가능해지고 불가능해지는 것이 결정되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더 많은 여성과학자들에게 실험할 수 있는 공간이 허락되는 것도 필요하지만 (어느 영역이 안그러겠냐만은) 주류의 남성 과학자들처럼 퀄러티 있는 랩을 꾸려갈 수 있는 기회도 동등하게 주어져야하는 것 같아요.

cyrus 2020-12-08 09:24   좋아요 1 | URL
울프의 방과 호프 자런의 실험실을 연결한 이유는 단순해요(어떻게 보면 이 생각 또한 편협해보일 수 있어요). 첫 번째는 둘 다 방입니다. 두 번째는 둘 다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입니다. <랩 걸>에서 자런은 실험실을 ‘글을 쓰는 곳(36쪽)’이라고 했거든요. ‘실험실’ 하면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게 과학자들이 모여서 실험할 때 쓰이는 장소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과거보다 과학계에 진출한 여성이 늘었지만 여전히 여성 과학자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다면 여성 과학자가 실험실을 주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분위기는 무르익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런데 여성 과학자들이 많이 드나드는 실험실이 우리나라 어딘가에 있겠죠? ^^;;

국내 과학계 현실을 책과 언론으로만 접했기 때문에 과학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자세히 모릅니다. 막연하게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한 사람들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듭니다. han님이 말씀하신 ‘실험실을 꾸려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한다는 의견에 공감합니다. ^^

2020-12-11 0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