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尾註)알 고주(考註)

 

EP. 2

 

 

 

 

미주알고주알: 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

 

미주알: 항문에 닿아 있는 창자의 끝부분

 

고주알: 미주알과 운을 맞추기 위해 만들어진 의미 없는 단어

 

미주(尾註): 논문 따위의 글을 쓸 때, 본문의 어떤 부분의 뜻을 보충하거나 풀이한 글을 본문이나 책이 끝나는 뒷부분에 따로 달아놓은 것

 

고주(考註): 깊이 연구하여 해석하거나 풀이함 또는 풀이한 주석

 

 

 

 

 

 

 

 

 

 

 

 

 

 

 

 

 

 

 

 

 

 

 

* 호프 자런 랩 걸: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알마, 2017)

 

* Hope Jahren Lab Girl(Vintage, 2017)

 

 

 

 

 

 

 

1

 

 

* 158

  어떤 과학자들은 나처럼 현대 미술을 하듯 거대하고 전체적인 결과를 선호하고 눈을 방해하는 규칙은 적을수록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일한다. 우리는 덩어리파라고 불린다. 세부 사항들을 덩어리로 뭉쳐서 작업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빌과 같은 과학자들은 인상파 화가들처럼 붓질 하나하나가 모두 개별적인 의미를 가져야 일관성 있는 전체를 형성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쪼개기파로 불린다. 미묘한 차이를 가진 세부 사항들을 모두 각각 다른 범주로 쪼개서 작업하기 때문이다.

 

 

[] 원문, <Lab Girl> 110

  Others, including Bill, are more like the Impressionists, convinced that each brushstroke must be executed with individuality in order to achieve a coherent whole.

 

 

[] 붓으로 점을 찍어 그림을 그리고 난 후에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완성된 그림을 바라보라. 그러면 여러 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색들이 시각적으로 결합되어 보인다. 이러한 표현 방식과 관련된 이론을 점묘주의(Pointillisme) 또는 분할주의(Divisionnisme)라고 한다. 조르주 쇠라(Georges Pierre Seurat)는 색채 혼합의 과학적 원리와 광학 이론을 적용한 점묘법으로 그림을 그렸다. 쇠라와 친한 폴 시냐크(Paul Signac)는 점묘주의보다 분할주의라는 용어를 선호했다. 두 사람은 신인상주의(neo-impressionism)를 대표하는 화가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쪼개기 파(splitters)에 해당한 과학자들의 연구 방식은 신인상파 화가의 작업 방식과 비슷하다.

 

 

 

 

 

 

2

 

 

* 187~188

  차를 타고 목적지도 없이 한 블록도 가기 전에 우리는 고양이 울음소리와 함께 차에 뭔가 딱딱한 것이 부딪치는 걸 느꼈다. 펠리스피어[]라는 고양이 왕국을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애리조나에 만든 바이오스피어 프로젝트를 흉내 내서 빌과 내가 펠리스피어라고 이름 붙인 그곳은 제대로 기능을 하는 고양이들의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는 장소였다.

 

 

[] 책에 펠리스피어(Felisphere)’라는 단어의 유래가 언급되지 않았다. 아마도 세계 최초의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펠릭스 더 캣(Felix the Cat)’바이오스피어(Biosphere: 생명권)’를 합쳐서 만든 단어일 것이다.

 

 

 

     

 

펠릭스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고양이 캐릭터이다. 미키 마우스(Mickey Mouse), <톰과 제리>(Tom and Jerry)의 톰보다 국내 인지도가 낮아서 그렇지 올해로 101(1919년 생)가 된 캐릭터. 미키 마우스(92, 1928년 생)보다 먼저 나왔다.

 

혹자는 펠리스가 궁전을 뜻하는 단어라고 생각할 것이다. 펠리스피어를 고양이들이 사는 궁전으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럴 듯한 가설이다. 하지만 궁전을 뜻하는 영단어는 ‘Palace’이며 우리말 표기는 팰리스.

    

 

 

 

 

 

3

 

 

* 194

  책은 가슴 아픈 희생의 장면으로 끝을 맺는다.

  “, 우리 칼데콧 상(미국에서 우수 아동서적[]에 수여하는 상옮긴이)도 받겠다.” 특히 생산적인 편집을 했다는 생각이 든 어느 날 밤 내가 선언했다.

 

 

[] 원문, <Lab Girl> 136

“That’s pure Caldecott, right there.”

 

 

[] 저자의 동료 (Bill)은 자신이 자른 머리카락을 나무 둥치에 보관했고, 저자와 빌은 늦은 밤에 나무를 방문한다. 두 사람은 빌의 삶에 바탕을 둔 어린이 책(children’s book, 원서: 135)을 쓰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생각한 이야기의 제목은 (욕심이 많아서 무엇이든) 아낌없이 뺏는 나무(The Getting Tree, 원서: 135)’. 저자는 기가 막히게 잘 만든 이야기 책에 스스로 감탄하면서 , 우리 칼데콧 상도 받겠다라고 말한다.

 

이 문장의 원문은 “That’s pure Caldecott, right there.”(원서 136)이다. ‘right there’바로 그곳에’, ‘으스대며’, ‘기꺼이라는 뜻을 가진 표현이다. 문장 전체를 직역하면 이게 바로 순수한(완전한) 칼데콧이야가 되는데 이렇게 쓰면 독자는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역자는 저자의 말을 칼데콧 상도 받겠다라고 의역했다

 

 

 

 

 

 

 

 

 

 

 

 

* 랜돌프 칼데콧 칼데콧 컬렉션 1(아일랜드, 2014)

* 랜돌프 칼데콧 칼데콧 컬렉션 2(아일랜드, 2015)

 

 

 

칼데콧 상(Caldecott Award, Caldecott Medal)어린이 그림책(picture book for children)을 잘 만든 사람에게 주는 상이다. 이 상은 영국의 그림책 작가 겸 일러스트레이터 랜돌프 칼데콧(Randolph Caldecott)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되었다. 아낌없이 뺏는 나무이야기를 만든 저자와 빌은 칼데콧 상을 받을 수 없다. 저자와 빌이 함께 만든 어린이 책에 삽화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랩 걸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저자와 빌은 이야기를 구상했지 삽화를 그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칼데콧을 작가로 착각했고, 역자는 칼데콧 상에 대한 설명을 잘못 썼다. 미국에서 우수 아동서적에 수여하는 상은 뉴베리 상(Newbery Awards, Newbery Medal)이다. 저자는 아낌없이 뺏는 나무이야기가 훌륭하다는 생각을 위트 있게 표현하려고 작가 이름을 언급했다. 저자가 착각하지 않았으면 삽화가 칼데콧이 아닌 작가의 이름이 언급되었을 것이다. 뉴베리 역시 실존 인물이다. 그는 어린이 책을 쓴 작가가 아니라 아동 도서 전문 출판인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저자는 칼데콧을 어린이 책을 쓴 작가로 잘못 알았으며 문장을 의역한 역자는 칼데콧 상 잘못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역문은 아낌없이 먹는 나무이야기에 대단히 흡족한 저자의 감정 상태를 잘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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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0-12-08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주알 고주알 완전 신기하네요. 그리고! 헉 이런 세세한 잘못을 잡아내시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cyrus 2020-12-08 21:39   좋아요 0 | URL
제가 잘못 알고 있거나 틀린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제 의견을 반박하는 주석(댓글)을 남길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