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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은경의 톡톡 칼럼 - 블로거 페크의 생활칼럼집
피은경 지음 / 해드림출판사 / 2020년 8월
평점 :
평점
3점 ★★★ B
수필이나 에세이를 쓸려면 어떻게 써야 할까? 필자는 글쓰기를 업으로 삼은 사람이 아니라서 이런 질문에 대답할 깜냥이 되지 않는다. 그래도 딱 한 마디만 한다면 이렇게 대답하겠다. “조금도 과장하지 않고 자신이 경험한 걸 그대로 쓰세요.” 이 말은 어느 수필가의 글에 따온 문장을 살짝 바꾼 것이다. 피은경(블로거 닉네임: pek0501, 이 글에서는 간단하게 페크라고 부르겠다)의 글 「배려에 관하여 2」는 이런 문장으로 시작된다. “조금도 과장하지 않고 내가 경험한 걸 그대로 말하려 한다.”
페크는 자신이 쓴 글을 ‘생활칼럼’이라고 명명한다. 생활칼럼은 우리 일상과 동떨어지지 않은 소재를 다룬 칼럼을 말한다. 생활칼럼에 나온 소재는 평범하면서도 친숙하다. 연애, 결혼, 인간관계, 인간 심리, 일상, 문화 등이다. 그래도 생활칼럼에서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소재는 글쓴이 본인의 경험이다. 따라서 필자가 앞서 언급한「배려에 관하여 2」의 첫 문장은 생활칼럼을 쓰기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마음가짐이다.
누가 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꾸며진 말에는 진실이 없고, 진실한 말은 꾸밈이 없다”라는 말이 있다. 생활칼럼 모음집 《피은경의 톡톡 칼럼》은 글쓴이의 진실한 일상, 진실한 언어로 엮은 ‘진실한 책’이다. 그래서인지 글쓴이의 글을 읽으면 억지로 꾸민 느낌이 들지 않는다. 글쓰기 초보자는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에 독자들이 감탄할만한 멋진 표현과 문장을 쓰려고 애쓴다. 이럴 때 필자는 “글에 너무 힘을 준다”라고 표현한다. 글을 잘 쓰고 싶어서 너무 힘을 주면(두뇌에 힘을 줘서 생각이 많아지면) 첫 문장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벌써 지쳐버린다. 글을 쓸 때 힘을 적당히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꾸며진 글에 진실이 없어 보인다. 그럴싸하게 잘 꾸며진 글이어도 독자들의 긍정적인 눈길을 받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페크의 글은 화려하지 않다. 그렇다고 그녀가 글을 쓸 때 안 꾸민다는 것은 아니다. 페크는 자신이 수집한 책의 구절과 명언들을 인용하면서 글의 내용을 전개한다. 문장 인용은 글쓴이가 글을 꾸미기 위해 쓴 유일한 방식이다.
밥을 한 숟갈 먹고는 배가 부르지 않는다.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만족할 수 없다. 첫 번째 책을 펴낸 글쓴이도 그렇게 생각하리라. 필자가 글쓴이의 불만족을 잘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필자는 글쓴이의 입장이 되어 이 책의 아쉬운 점을 꼽아봤다.
글쓴이가 언급한 책 제목을 한 가지로 통일해서 써야 한다. 같은 내용의 책을 두 개의 제목으로 소개하면 독자에게 혼란을 준다.
* 101쪽 [독서가 삶에 도움이 될까, 안 될까]
서머싯 몸의 <인간의 굴레에서 1>에 있는 글이다.
* 137쪽 [결핍의 힘]
<달과 6펜스>와 <인간의 굴레>로 유명한 작가 ‘서머싯 몸’은 열 살 때 부모를 잃고 백부 집에서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 141쪽 [거짓말이 허용되는 조건]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 미제라블>에 장발장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는 배고파하는 어린 조카들을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감옥에서 19년의 세월을 보내다가 석방한다.
* 174쪽 [그냥 지나친 적은 없는가]
빅토르 위고의 <가난한 사람들>이란 소설의 내용이다.
<인간의 굴레에서 1>은 민음사 판의 제목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의 이명(異名)이다.
필자의 착오로 인해 나온 견해라서 취소 선을 그었습니다.
* 123쪽 [부자의 불행과 빈자의 불행]
연암 박지원의 소설 <예덕선생전>에 매력적인 인물 둘이 나온다. [중략]「저 넓디넓은 소매돋이를 입는다면 몸에 만만치 않고,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면 다시금 길가에 똥을 지고 다니지는 못할 것이 아니오.」
‘소매돋이’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없는 단어다. ‘소매’라고 쓰면 되는데(<예덕선생전>을 우리말로 풀이한 글에도 그렇게 쓰여 있다) 글쓴이가 무슨 이유로 ‘소매돋이’라는 표현을 쓴 건지 무척 궁금하다.
* 160쪽 [모르는 소리 하지 마]
백조의 우아한 모습만 보느라고 물밑에선 열심히 발을 움직이고 있음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지 않도록 하자.
백조의 다리는 길기 때문에 물갈퀴를 빨리 움직이면서 헤엄치지 않는다. 반면에 오리의 다리는 짧아서 헤엄칠 때 물갈퀴를 빨리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