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17권이나 내다보니 친하게 교류하는 출판사가 여러 곳 있다. 그래서 내가 자주 놀러 가서 노는 디씨인사이드 독서갤러리에서 눈여겨본 키두니스트 작품을 출판사에 소개했더랬다. 덕분에 출판사에서도 좋게 보고 계약하고 출간했다. 최근에 다른 출판사에서 또 책을 냈던데 무척 반가웠다. 어려운 고전을 쉬운 말로 소개하는 게 그간 내가 해온 일인데 키두니스트 작가는 유머 넘치는 만화로 소개한다는 점에서 늘 부럽고 존경스러운 작가다.

 

텍스트를 도식화하는 작업은 아마도 일본이 최강국이 아닐까 싶다. 고전을 만화로 소개하고, 어려운 학문 분야를 도감으로 펼쳐낸 결과물이 일본에는 차고 넘친다. 나는 이런 일본 출판 문화가 참 부러웠던 차였다. 그래도 우리나라에도 젊고 유머 넘치고 그림 잘 그리는 고전 애호가 키두니스트 작가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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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7-29 1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 저도 참 좋아하는데 냉정편 나온건 놓쳤네요. 덕분에 챙겨갑니다

박균호 2025-07-29 19:57   좋아요 1 | URL
실은 저도 아직 ㅠㅠ
 

아나운서 출신 국회의원 배현진이는 소정의 절차에서 소정이 간단한정도라고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여기서 소정(所定)정해진 바라는 뜻이다. 소정의 절차는 정해진 절차라는 뜻이지 배현진이가 알고 있는 것처럼 간단한뭐 이런 뜻이 아니다.


아나운서 출신에게 우리말 교육을 정확하게 시켜주는 모습을 보고 반듯하고 교양이 충분한 사람이라는 것은 알겠다. 나는 어휘력이 곧 한 사람의 교양과 교육의 정도를 가장 정확하게 알려주는 지표라고 확신한다. ‘언어의 한계는 곧 세계의 한계다’ -비스켄슈타인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52561&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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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7-29 18: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나운서 출신인데 저걸 저렇게 안다는건 참 이해하기가 어렵네요. 하여튼 저 동네는 수준이 참.... 얼마전 유튜브에서 전원책이 젊은이들에게 책을 읽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는걸 봤는데 너는 책을 읽었는데 왜 생갈꼬라지가 그것밖에 안되는지 정말 묻고싶더라구요. ㅎㅎ

박균호 2025-07-29 18:17   좋아요 1 | URL
ㅎㅎ 그러게요 소를 작은 것으로만 아나봐요 ㅎ
 

지금은 거의 은퇴하다시피 했지만, 한때 나는 ‘일단 읽으면 도저히 책을 안 사고는 배기지 못하는’ 서평을 쓰려고 애썼다. 내 글솜씨가 수려하지도 않고, 나 자신이 유명 인사도 아니기에 그런 서평을 쓰기 위해 내 나름의 방법이 있었다. 그 방법이라는 게 별거 있나. 우선 작가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더라도 내 십 년지기, 이십 년지기라 여긴다. 즉, 작가에 대한 애정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이 책이 정말 잘되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이다. 작가에 대한 애정과 그 책의 성공을 바라는 간절함, 이 두 가지가 내가 서평을 쓸 때 늘 염두에 두는 마음이다.
스피드건 수치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야구를 향한 투수의 열정과 간절함처럼, 서평가에게도 글솜씨를 초월한 책에 대한 마음이 있다.

오늘, 나에 대한 애정과 내 책에 대한 간절함이 담긴 서평을 보았다. 내가 아는 가장 열정적인 독서가,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고관수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서평이다. 새로 조성한 가족묘 잔디에 물을 주고 오는 길이었다.


출판계와 작가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서평은, 뜨거운 날씨에 잔디에 뿌려진 한 줄기 물처럼 출판계와 작가에게 더할 나위 없는 밑거름이자 격려가 된다. 정말 고마운 서평이다.

 이하 고관수 선생 서평>

나는 박균호라는 작가를 좀 안다.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이란 책을 통해 알게 된 이후로 오프라인으로는 딱 한 차례 만나봤지만, 책을 통해 나름 여러 차례 교류한 사이다. 박균호 선생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 딴에는 가깝다고 여긴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낸 책을 읽고 쓰는 이 글이 찬사 일변도일 것이라 예측할지 모르겠다. …… 그렇다! 난 이 책에 사심 가득 담아 이 책이 왜 읽을 만한 책인지를 굳건히 설득하려 한다. 다만 그 이유가 단순히 작가를 알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만큼은 분명히 해두고 싶다.

소개하고 있는 책 서른일곱 권(물론 곁들이고 있는 책은 이보다 훨씬 많다) 가운데 내가 읽은 책은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이 책을 맨먼저 언급하는 것은 좀 우쭐대고 싶어서다), 미셀 우엘벡의 《소립자》를 비롯해 열 권 남짓. 작가로 치면 그래도 꽤 된다. 전시륜이나 강창래, 안우광, 민병산과 같은 지금도 낯설게 여겨지는 우리나라 작가 말고는 쇼펜하우어, 스티븐 크라센 정도의 외국 작가 말고는 그래도 한 권 이상은 접한 작가의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 정도면 나도 박균호 선생의 책을 읽을 자격이 된다고 손을 들 정도는 되지 않을까?

그런데 책은 그냥 읽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란 것을 이 책의 서른일곱 꼭지의 글을 읽으면 서른일곱 차례 깨닫는다. 박균호 선생은 내가 읽은 책에서는 내가 읽지 못한 것을 읽고 있고, 내가 읽은 작가의 책에서는 내가 읽은 책을 넘어선 통찰을 더불어 내놓고 있다. 왜 난 왜 이 소설을 이렇게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지? 정도는 대수롭다. 읽은 것은 분명함에도 전혀 기억에 없는 내용이 불쑥불쑥 나타나 곤혹스럽다.

하지만 내게 그런 곤혹스러움을 주는 것은 내게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점이기도 하다. 나는 그렇게 그 책을 두 번 읽은 것과 같은 효과를 주니까 말이다. 애초에 내가 읽었던 것에 보태어 남이 읽은 느낌을 그대로 얹어 나는 그 책을 보다 깊고 넓게 알게 되었다. 이건 《이런 고민, 이런 책》 한 권을 읽었다고 기록할 게 아니라 이러저런 책을 모조리 한 차례 더 읽었다는 기록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게 한다.

나와 박균호 선생이 책을 대하는 태도는 좀 다르다(박균호 선생이 책 수집가라는 면을 제외하고도). 박균호 선생은 소설가 김영하의 말을 빌어 “사놓은 책 가운데 책을 읽는 것”이라고 하고 있지만, 나는 철저히 읽기 위해 책을 사고, 빌린다. 그러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책은, 비록 그 독서의 깊이가 어찌 되었든 일단은 읽을 책이란 얘기다. 읽지 않은 채 읽히기만을 기다리는 책은 거의 없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나는 읽었던 책을 좀처럼 다시 읽지 않는다. 이 행태가 나도 싫어서 언제부턴가는 일부러 한 달에 한 권은 읽었던 책을 읽자고 다짐을 하고 지켰던 적도 있다(그것도 지금은 그런 다짐을 져버렸다). 물론 다른 목적 때문에 책의 부분을 다시 읽거나, 혹은 가끔 전편을 다 읽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책을 좋아하고, 어딜 가는 책이 내 가방 속에 들어있지 않거나 손에 들려 있지 않으면 불안해 마지않는 점만큼은 ‘똑같다’!

이 책에는 이전 책에서 아직은 고등학생, 대학생이던 박균호 선생의 따님이 어엿한 사회인으로 등장한다(어느 회사에 다니는지 알고는 있지만 책에서도 밝히지 않고 있으니 나도 밝힐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박균호 선생의 카톡 프로필 사진도 차지하고 있는 그 딸은 박균호 선생 가족의 이음매 같은 역할을 하고, 또 반성적 사고의 매개가 되고, 또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를 알게 하는 존재다. 그런 모습을 읽고, 지켜보는 것은 이 책을 읽는 재미이고, 또 내 가족을 떠올리게 하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 소소한(?) 재미는 글 꼭지마다 달고 있는 ‘소소한 한마디’라는 글귀다. 이 글귀는 그 글 꼭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 삶의 지혜, 혹은 그게 아니더라도 생활의 팁 같은 것들이다. 그런데 그게 그 글에서 다르고 있는 소설에 대한 비평 등에서 이야기하는 거창한 것들이 아니란 점이 흥미롭고 웃음지게 한다. 이를테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 보탠 ‘소소한 한마디’는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성공하려면 잘 먹고 충분한 잠을 자라.”다. 이런 식의 교훈을 도출해내는 과정도 재미있다. 글을 중간쯤 읽으면 이번 글의 ‘소소한 한마디’는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어디서 《돈키호테》를 읽고 이런 교훈을 얻으라는 글을 읽을 수 있겠는가? 바로 박균호 선생의 글에서다!

나는 고전을 많이 읽지 않았었다. 최근에 고전을 좀 읽게 된 계기를 제공한 지분의 팔구 할은 박균호 선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에서도 반드시 읽고야 말겠다고 다짐을 하게 되는 책들이 몇 권 더 생겼다. 그래도 이쯤이면 나는 박균호 선생의 꽤 충실한 독자의 축에는 끼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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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5-07-27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가와 책에 대한 애정이 좋은 리뷰의 기본이라는 점 동의합니다. 그런 리뷰를 받은 박균호님 기쁨도 공감이 가네요. 좋은 책에 좋은 독자 참 좋네요

박균호 2025-07-27 10:20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즐거운 휴일 보내세요

에곤 실례 2025-07-27 2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런 리뷰를 받게 되면 잠도 안 오겠어요 ㅎㅎ
이 리뷰 보고 저도 주문했어요.

박균호 2025-07-27 22:16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이런 고민, 이런 책』을 집필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순간이 있었나요?

제가 아는 한 독자분이 우연히 돌아가신 아버지가 남기고 간 책을 펼쳐보았다고 해요. 그런데 책 내지에서 머리카락 하나를 발견하셨다고 합니다. 그 독자분은 그 머리카락이 아버님 것이려니 생각했고 왈칵 울음이 터지더랍니다. 저도 돌아가신 아버님이 남기신 장서가 있는데요, 아버님의 흔적을 오랫동안 찾았더랍니다. 혹시 아버지가 남긴 메모라든가 하다못해서 밑줄이라도 있는가 싶어서요. 자식은 누구나 돌아가신 부모님의 흔적을 발견하면 마치 부모님이 살아오신 듯 기쁘잖아요. 아쉽게도 저는 책을 읽으면서 그 어떤 흔적을 남기지 않는 사람이라서 나중에 제 자식이 아빠의 서재에서 아무런 흔적도 발견하지 못하면 아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제가 읽고 아낀 책에 대한 글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기 드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 등 ‘세상을 떠난 뒤에도 남았으면 하는 책’이라는 기준은 어떻게 정하셨나요?

제가 희귀본을 오랫동안 수집했었어요. 먼지를 뒤집어쓴 낡은 책이 수십만 원짜리가 있지요. 제가 십수 년 전에 별생각 없이 박완서 선생님의 서명본 소설을 샀어요. 아주 낡고 오래된 책이지만 서명본이라 3만 원엔가 샀을 거예요. 그런데 얼마 전에 누가 그러더라고요. 박완서 선생님은 서명하는 것을 무척 싫어해서 서명본이 드물다고요. 호기심 삼아 검색해봤더니 박완서 선생의 서명본이 단 한 권 보이는데 가격이 80만 원으로 매겨져 있었습니다. 제 서재에 있는 박완서 선생의 서명본이 폐지 무게 값으로 팔린다면 좀 억울하겠다고 생각했더랬죠. 그래서 내가 없더라도 이 책은 비싼 것이니 그 가치를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비싼 책보다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통찰을 줄 수 있는 책으로 기준이 바꿨습니다. 그래서 『이런 고민, 이런 책』에서 다룬 책은 어른이 되는 일에 서툴러 삶이 어렵다 느끼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지혜를 줄 만한 책들이 대부분입니다. 결국 비싼 책보다는 인생에서 어른스러움을 찾는 낚시법을 알려주는 책이 기준이 되었습니다.

소개해주신 책 중, 본인의 인생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준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저는 아무래도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다 보니 신영복 선생의 『청구회 추억』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신영복 선생은 낯선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싶을 때 아이들이 좋아하고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접근법을 선택했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신영복 선생처럼 세심하고 다정하게 아이들에게 다가가 본 적이 몇 번이나 있는가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라고 해서 어른이 자기가 하던 식으로 대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절감했습니다. 언젠가 학생 다섯 명 앞에서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 관해서 설명할 기회가 있었는데 마치고 나서 무척 감동적이었다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제가 특별히 잘한 것도 아닌데 그 이유를 넌지시 알아보았는데 이유가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다른 선생님들은 반말했는데 저만 존댓말을 했다는 거예요. 존댓말 그 자체보다는 자신들이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좋았던 겁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다양한 고민이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인생에서 누군가의 조언이 필요할 때,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쥴려스 시저』를 추천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특히 소장하신 책은 1989년 책이라서 더 궁금합니다.

고전의 장점 중의 하나가 다양한 판본과 번역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읽는 즐거움이 다채롭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1989년판 『쥴려스 시저』는 제가 대학 시절 사용하던 교재였습니다. 영어영문학과에 다녔거든요. 이 책에는 제가 강의를 들으면서 남겼던 메모와 은사님의 말씀이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더군요. 다시 20대 청년으로 돌아간 듯한 추억이 떠올라서 좋았습니다. 그래서 선택했고요. 셰익스피어는 여러 가지 면에서 영문학에 이바지했는데 무엇보다 인간 심리와 세상살이에 도통한 분 같아요. 셰익스피어 작품에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 있고 거기에 따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거든요. 제가 셰익스피어의 많은 작품 속에서 유독 『쥴려스 시저』에 주목한 것은 다른 작품과는 달리 역사적 사실에 기반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다른 작품들은 당시 떠돌던 민화나 전설에 기반했지만, 이 작품은 실존 인물의 중요한 사건을 다뤘고 따라서 좀 더 몰입감을 가지고 대할 수 있거든요. 우리에게 시저는 로마의 위대한 정복자이거나 단순히 왕정을 꿈꾸다 암살당한 역사적 인물로 유명하지만, 책에서는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결정에 이르는 과정을 깊이 있게 다룸으로써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굉장히 현실적인 고민에 관한 이야기도 담겨 있어 공감됐습니다. 사소하지만 은근히 신경 쓰이는 ‘부조금 액수’ 같은 고민에 기 드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을 추천하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 소설의 주인공 잔느는 어린 시절부터 부모님으로부터 돈을 쓰라고 있는 것이라고 교육받았어요. 흥청망청 쓰라는 말이 아니고 제대로 써야 한다는 것이죠. 늘 사사건건 시비를 걸며 인색하게 구는 남편과 달리 잔느는 하인들에게 늘 따뜻하게 대하며 수고비도 후하게 주었죠. 그런데 잔느가 무척 곤궁한 처지가 되었을 때 하녀의 도움을 톡톡히 받았어요. 부조도 마찬가지입니다. 할까 말까 고민될 때는 하는 것이 낫고, 5만 원과 10만 원 사이에서 고민될 때는 10만 원 하는 것이 낫습니다. 받는 사람이 스쳐 지나가는 것 같지만 모두 다 기억하고 고마워합니다. 고민하다가 부조하지 않거나 더 적은 금액을 하면 자기의 짐으로 오랫동안 남더라고요. 마음의 무거운 짐을 지고 사느니 돈 몇만 원으로 홀가분하게 사는 게 낫죠.

3,000여 권의 책을 수집해 안방을 서재로 꾸며 각종 매체에서 화제가 되셨죠. 안방을 서재로 만든 작가님의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책과 함께한 일상의 풍경을 들려주신다면요?

20년 전에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왔을 때였어요. 바로 위층에 직장동료가 살고 있어서 구경하러 갔었죠. 그런데 집에서 제일 큰 방을 서재로 쓰고 있는 거예요. 양쪽 벽에 책장을 넣고 책으로 꽉 채웠더라고요.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이라도 보는 순간 참 멋지다고 생각할 만한 풍경이었습니다. 아내는 책벌레 때문에 책을 많이 두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그 순간에는 반한 거죠. 그 찰나를 놓치지 않고 아내에게 건의하여 우리 집도 저렇게 서재를 꾸몄죠. 그때 꾸며진 서재가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겁니다. 순간의 기회를 놓치지 않은, 제가 살아오면서 드물게 잘한 몇 안 되는 일 중의 하나였습니다. 물론 아내는 20년간 안방을 빼앗기고 벌레와 먼지 때문에 고통받고 있어서 늘 미안한 마음이에요. 책에 빠져서 대책 없이 사는 일은 출판계의 빛과 소금이겠지만 가족의 희생이 따르는 일 같아요.

『이런 고민, 이런 책』을 만나게 될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책은 독자에 따라 다른 생각이나 다른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제가 소개하는 책은 난해한 책들이 아니고 누구나 알만한 유명한 저서가 많아요. 모두는 아니더라도 읽거나 제목 정도는 들어본 책이 많을 거예요. 그래서 본인이 그 책을 읽은 느낌과 소감을 제 것이랑 비교해가면서 읽으면 좀 더 다양하고 풍요로운 간접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종의 독서 토론회가 될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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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25-07-23 1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제 책장이랑 비슷해요 쌤~

박균호 2025-07-23 11:05   좋아요 0 | URL
앗 그래요?? 반가워요. 보물선님 책장도 구경시켜 주세요 ^^

보물선 2025-07-23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렸어요. 구경해주세요

박균호 2025-07-23 11:18   좋아요 1 | URL
예쁜 서재 정말 잘 구경했습니다. 감사합니다 !!!

보물선 2025-07-23 1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쌤 책도 꼭 읽어보겠습니다!

박균호 2025-07-23 11:30   좋아요 0 | URL
말씀만으로도 정말 감사합니다 !
 

<이런 고민, 이런 책> 출간 북토크를 하게 되었다. 평생을 남 앞에서 말로 먹고살았는지라 대면 강의는 부담이 안 되는데 역시 비대면 강연은 조심스럽고 염려가 된다. 코로나 때 제법 여러 번 비대면 강연을 해봤는데 겨드랑이에서 땀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라. 그런데 역시 저자는 자신의 책을 궁금

해하는 독자를 만나는 것만큼 설레는 일이 없다. 열심히 준비해서 알찬 강연을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이런 고민, 이런 책>에서 다룬 모든 책을 다룰 수는 없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봐야 90분 남짓 될 것 같다.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중심으로 할 생각이다. 나는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가장 재미나게 읽는 것은 프랑스 문학과 독일 문학인 것 같다. 그런데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는 작품 못지않게 워낙 극적인 인생을 살았고 재미난 에피소드가 많아서 내 강연 단골 소재다.

 

<죄와 벌>,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안나 카레니나> <전쟁과 평화>, <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중심으로 강연할 생각인데 작가에 대한 뒷 이야기가 반쯤은 차지할 것 같다. 그만큼 두 작가의 인생 역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간이 허락한다면 내 서재 이야기를 곁들일 생각이다. 내 서재도 두 러시아 작가 못지않게 사연 많은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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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7-21 21: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응원합니다!^^

박균호 2025-07-21 21:18   좋아요 1 | URL
ㅎㅎ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