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다소 놀라운 일을 겪었다. 올해 22살이 된 딸아이가 욕설하는 것을 처음으로 목격했다. 육성으로 들은 것은 아니고 가족 단톡방에서 문자로 한 것이지만 나로서는 놀라운 일이다. 딸아이는 평소 우리 가족과 말을 할 때 자리에 없는 한 살이라도 많은 사람을 거론할 때도 삼인칭 극존칭을 사용한다. 지인이든 처음 본 사람이건 마찬가지다. 가령 이런 식이다. “오늘 택시 기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 라든가 동기 님이 맛집을 알려주셨어.”

 

같은 학번이라면 나이가 한 살 많은 재수생 출신 동기에게 반말을 하며 친구처럼 지낸 우리 세대로서는 나이가 한 살 많다고 해서 동기 님이라며 극존칭 하는 딸아이를 보고 문화적 차이를 느낀 터여서 딸아이의 욕설은 더 놀라웠다. 내가 들은 딸아이의 첫 욕설의 희생자는 한 정형외과 의사였다.



 

무엇이 그토록 그녀를 분노하게 했는가? 사건의 발단은 딸아이가 쓰레기통을 발등에 떨어뜨린 것이다. 기숙사에 입사하고 방 정리를 하다가 생긴 일이었다. 엄지발가락 발톱에 피멍이 들고 붓기가 있었고 통증도 있었다. 마침 휴일이라 정상 진료를 하는 다른 동네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 피멍이 생긴 발톱 위로 석유시추선처럼 관을 박고 피멍을 뽑아 올렸으며 소독을 하고 붕대를 감았다. 저세상으로 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고.

 

유전의 힘은 무서워서 딸아이는 내 습성과 식성을 내 보조개와 함께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당연히 나도 몇 번이나(마지막은 최근의 일이다) 발등에 물건을 떨구었던 경험이 있다. 가장 심했던 경우가 초등학교 시절 쇠로 된 쓰레기통을 엄지발톱 위에 떨군 것인데 딸아이처럼 피멍이 들었었다. 물론 그 일로 병원을 간 적이 없었다. 발톱은 알아서 빠지고 새 발톱이 돋아났다. 그 일을 2019학번인 딸아이에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붕대를 감은 사진을 보니 세심한 의료처치인 것은 분명한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는 묘한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어쨌든 저세상의 고통을 맛본 딸아이에게 의사와 간호사는 다음 날에도 반드시 내원하라고 당부했다. 나나 딸아이나 다음 날에 꼭 필요한 중요한 처치가 있다고 생각했고 딸아이는 매서운 추위를 참아가며 택시로 병원을 갔다고 한다. 딸아이가 화를 낸 것은 병원에 가보니 본인이 생각한 만큼 그날 꼭 병원에 가야 할 중요한 처치나 치료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꼭 필요하지도 않은데 굳이 병원에 다시 오라고 하는 과잉진료가 아니냐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과잉진료는 극소수가 겪는 특수한 상황은 아니다. 지난 겨울 방학 때 잘한다고 맘카페에서 소문난(제 엄마가 아니고 딸아이가 회원인 것도 재미나다) 치과를 갔는데 젊은 의사는 사진 몇 장을 찍어보더니 무려 3개를 이를 뽑아야 하며 타협은 없다고 선언했다. 의사로서 본인의 소신이라고 하길래 알았다고 하고 다른 병원에 가서 하나도 이를 뽑지 않고 치료를 잘 끝냈다. 이 일로 실내장식을 잘 갖춘 새로 개업한 젊은 의사가 하는 치과는 피해야 한다는 내 소신은 더욱 공고해졌다.

 

한의원도 마찬가지다. 대뜸 실손보험이 있느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더니 환자님은 돈 드는 거 없으니까 도수치료를 해보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공부를 치열하게 많이 한 사람 중의 한 명이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겠다고 무려 오 분 동안 비루한 나를 설득하는데 굳이 하지 않겠다는 말을 못 하겠더라.

 


요새 중년분들이 많이 한다는 노안 수술도 필요 이상의 과잉진료가 흔하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결국 그 부담은 보험 가입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니냐는 걱정을 하게 된다. 세상에 공짜가 어딨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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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세 식구인데 교사가 2명이고 학생이 1명이다. 딸아이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우리 집은 방학 때가 가장 행복하겠고 개학이 되면 뿔뿔이 흩어질 운명이다. 근무처가 너무 멀어서 주말부부 신세인데 딸아이는 그 와중에 멀리 서울로 대학을 갔다. 


우리 부부는 방학 때 요란스럽게 교육활동을 하지 않는 학교에 근무하다보니 아무래도 방학은 사이버연수라든가 다음 학기 준비를 하면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코르나 때문에 재작년 겨울에 본가에 내려온 딸아이는 어제까지 집에서 지내다가 이제야 서울로 올라갔다. 겨울방학 내내 우리 세 식구는 집에서 같이 보냈다. 지나고 보니 참 행복했고 다시 돌아오지 못할 시간이라는 생각에 좀 더 재미나게 지내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온다.




우리 부부의 루틴은 변함이 없겠지만 대학 3학년이 되는 딸아이는 이제 방학이 되어도 집에 내려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취업 공부도 해야겠고 인턴 활동도 필요하단다. 취업을 하고 결혼도 할 테니까 올 해처럼 몇 달 동안 우리 식구가 모여 사는 시절이 또 올까 싶다. 가끔 교육대학에 가서 교사가 되라는 우리 부부의 조언을 거절한 딸아이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본인의 인생이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의 일을 하겠다는 결심은 그 누구도 방해하지 못한다. 


이번 겨울 우리 세 식구가 함께 보내는 마지막 평일, 주말을 기념하고 소풍을 다니며 외식을 했다. 마지막 날에는 딸아이가 오늘은 세 식구가 같이 자자고 보채는 바람에 한 침대에서 잠을 자는 주책을 부리기도 했다. 서울에 올라간 딸아이는 다행히 좋은 친구와 선배가 있어서 환영을 받고 외롭지 않게 지낼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또 혼자 사는 곳으로 내일 새벽이면 떠나야 한다. 그래봤자 금요일이면 다시 돌아올 텐데 마음이 아프고 혼자 남은 아내가 안쓰럽다. 큰 집에 아내 혼자 남겨두고 가려니 여러 가지로 걱정이 된다. 혼자 남은 아내는 얼마나 쓸쓸할까. 


오랜만에 책을 꺼내들었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인데 건축가의 이야기다. 한 참을 읽다가 거추장스러운 외지를 벗겼는데 세상에! 내지 디자인이 건축가의 중요한 소재인 목재다. 겉표지는 주인공 건축사 사무실의 여름 별장이 자리 잡은 풍경을 연상케 하고 내지는 그 건축가가가 즐겨 사용한 건축 자재를 담는 천재성이라니. 이런 출판사는 정말이지 존경스럽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읽으면서 우리 세 식구의 추억도 오래 우리 집에 남기를 희망해본다. 다가올 여름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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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vebooks 2021-03-01 17: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뭔가... 마음이~ 아련해지네요
곁에 있음의 소중함,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박균호 2021-03-01 17:26   좋아요 1 | URL
네 공감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비오는 삼일절 편안하게 보내세요...

stella.K 2021-03-01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었던 책이라 반갑네요.
책 정말 잔잔하죠? 착한 일본 만화 보는 것 같기도 하고.ㅎ

사진 따님이신가 봅니다.^^

박균호 2021-03-01 19:20   좋아요 1 | URL
네 재미나요😃 딸아이 맞습니다 ㅎ

바람돌이 2021-03-02 0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커갈수록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죠. 저희는 아직 모든 식구가 같은 집에서 복작거리는데 이 글 읽다보니 얼마 안남은 이 시간들을 좀 더 소중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다가....
아니 나만 소중하게 여기면 뭐해, 우리집 저 어린 것들은 하나도 소중한거 모르는데 싶어서 또 울컥합니다. ㅎㅎ

박균호 2021-03-02 06:32   좋아요 0 | URL

지금 현재가 가장 행복한 순간 인 것 같습니다. 함깨 사는 지금이요
 

저녁을 먹고 거실에서 어슬렁거리다가 아내에게 붙잡혀서 아내를 업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키 170cm의 건강한 아내를 업은 조랑말이 되었다. 초원을 누빌 처지는 아니어서 소박하게 거실을 몇 바퀴 도는데 딸아이가 재미나다며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동영상을 찍는다며 깔깔 거린다.
아내를 업고 숨이 차는데 갑자기 우리 어머니가 생각나는 것이었다. 마침 요양원에 독감주의보가 내려서 한 달 종안 면회를 못 간 사이에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원통한 마음이 더한데 별의별 원통한 마음이 많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를 한 번도 업어드리지 못했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섭고 슬픈 일인지 실감이 된다. 이제는 어머니를 업어드릴 방법이 없다.
요양원에 어머니를 뵈러 가면 주로 사이좋게(?) 잘 지내는 편이었는데 언성을 높이며 싸울 때가 있었다. 어머니가 나에게 간식을 먹으라고 강권을 하는 경우다. 어차피 자식들이 어머니 드시라고 조그마한 냉장고에 우겨넣은 것들인데 내가 어떻게 먹을 수 있겠는가라는 생각으로 번번이 거절하고 또 거절했다. 한번쯤은 어머니 앞에서 게걸스럽게 마구 먹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가끔 어머니가 한탄하시면서 ‘빨리 죽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는 구나’라고 말씀하셨을 때 나는 늘 투명스럽게 ‘또 쓸데없는 소리 하신다’고 말하기만 했지 한번이라도 ‘도윤이 시집가고 증손자 볼 때까지 사셔야지’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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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인트saint 2021-02-25 2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이스북처럼...
알라딘에도 ‘좋아요‘ 말고 다른 표현이 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이 글에는 ‘슬퍼요‘나 ‘힘내요~‘를 남기고 싶습니다.

박균호 2021-02-25 21:32   좋아요 2 | URL
따뜻한 말씀 고맙습니다.

붕붕툐툐 2021-02-26 0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쿵.... 재밌다가 안타깝고 찡한 얘기네요... 박균호님이 어머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하늘나라까지 전달되었을 거예요~~

박균호 2021-02-26 05:26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해요....툐툐님..

바람돌이 2021-02-26 0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모님을 생각하면 항상 이런 애틋한 마음이 들어요. 박균호님 어머님은 님의 말속에 들어있는 뜻을 아마 다 아셨을걸요. 원래 부모님이 그렇잖아요. ^^
그나저나 아직은 아내분을 업을 수 있군요. 연애할때는 저도 업혀봤는데 이제는 남편 허리 부러질까봐 업어달란 소리 못합니다. ㅠ.ㅠ

박균호 2021-02-26 05:27   좋아요 0 | URL
간신히 업습니다..ㅎㅎ 드라마 같은데 보면 남주가 여주 업고 한 참을 걸어서 집에 데려다 주는 장면이 부럽고 대단하게 생각되더라구요..

psyche 2021-02-26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와 아직 아내분을 업을 수 있다니 대단하시다 (저도 바람돌이 님 처럼 남편 허리 부러질까봐 업어달라고 못합니다. )하면서 읽어 내려오다가 찡했어요. 저는 작년에 급하게 한국에 갔지만 자가격리하느라 아버지랑 제대로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돌아가셔서 얼마나 원통하던지...

박균호 2021-02-26 06:51   좋아요 0 | URL
이게 대단한 것인가요 ㅎ....네 돌아가시면 원통한 일 투성이네요..모쪼록 프시케님의 아버님도 명복을 누리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은 나 혼자 쓴 것이 아니다. 많은 분들이 희귀한 사진을 제공하셨고 도움을 주셨다. 여러 출판사에서도 귀한 원본 사진을 기꺼이 보내주셨다. 모두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을 내면서 특별히 좋았던 점은 <성문종합영어>의 저자 송성문 선생이 베푼 거대한 선행과 아내를 향한 극진한 사랑을 담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분의 자제분은 사실 관계 확인과 사진 자료를 보내주셨는데 고맙게도 학창시절에는 넘지 못할 거대한 적이었던 성문종합영어도 보내셨다. 




고등학교 시절 그저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분의 자제분이 보내주신 성문종합영어를 붙잡고 한참을 들여다보았다. 내가 영어교사가 되었다고 해서 이 책을 여러 번 보았다고 생각들 할지 모르겠다. 정확히 나는 전체 20장중에서 6장까지 겨우 공부하다가 덮었었다. 대신 내가 탐닉한 것은 <진본 영문해석 1200제>라는 책이었다. 나는 영어 참고서를 표지를 보고 선택한 학생이었다.


그 해 대입 영어 시험지를 보자마자 성문종합영어를 열심히 공부했더라면 차원이 다른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더라. 물론 <진본 영문해석 1200제>도 영어 참고서의 고전으로 군림한 좋은 책이다. 


일본 참고서를 참고해서 벼락부자가 되었다는 오명을 송성문 선생은 한평생 변명하지 않으셨고 대신 문화재급 서책과 자료를 수집하는데 몰두했다. 송성문 선생이 평생 모은 문화재를 박물관에 기증했는데 그 양과 질이 박물관이 개관한 이후로 최대, 최고였다. 박물관 관계자 입장에서는 경천동지할 사건이었다. 내가 송성문 선생을 더욱 존경하게 된 것은 당신이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은 시 두 편을 읽고 나서였다. 고구마 줄기 무침을 유난히 좋아하셨다는 송성문 선생의 소박하고 진솔한 아내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는 시를 책에 실을 수 있어서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일본의 노벨상 수상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쓴 바둑 소설 <명인>을 번역했던 민병산 선생의 자제분도 내게는 은인 같은 분이다. 최근에 번역된 <명인>도 좋은 번역이긴 한데 민병산 선생의 번역본은 <나는 이  소설의 작자인 가와바타 야승나리보다 그 번역자인 민병산 선생의 글을 더 좋아한다>로 시작하는 신경림 선생의 작품해설이 유명하다. 또 민병산 선생 본인이 바둑 광이어서 번역이 유려하다.



참고로 <명인>은 불패의 명인 혼인보 슈사이와 젊고 패기만만한 기타니 모노루(조훈현 9단의 스승이기도 하다)와의 반년에 걸친 대국 관전기라고 볼 수 있는데 바둑을 둘 줄 모르는 나도 흥미롭게 읽었을 정도로 묘한 재미가 있다.


어쨌든 민병산 선생의 자제분은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그 분에 대한 일화와 귀한 자료를 기꺼이 제공하셨다. 민병산 선생의 일대기와 마지막을 읽게 되면 이 분의 인품과 인간미에 누구나 감탄하게 되리라. 


민병산 선생의 자제분께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을 보내드렸는데 며칠 후에 내가 보냈던 택배 봉투가 고스란히 돌아왔다. 개봉해보니 서예가로도 유명한 민병산 선생의 작품이 들어있었다. 그 고마움을 오롯이 표현하기 위해서 그 분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드려야 할지 한참을 연습한 뒤에 전화를 드렸었다. 표구를 해서 서재에 모셔두고 바라보고 또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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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2-24 09: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겸양의 말씀을.
제가 본고사를 보고 대학에 들어갔는데요, 고등학생 시절에 성문 기본, 핵심, 종합을 다 떼야 이름만 들어도 으시시한 천이백제 들춰볼 내공이 쌓인다고 했습니다. 당시 실제로 천이백제 공부한 애들은 최상위 몇 명 뿐이었습지요.
그러니 여러분! 박균호 님께선 애초부터 영어에 남다른 자질이 있으셨던 겁니다!!!

박균호 2021-02-24 10:29   좋아요 1 | URL
저는 그냥 겉멋으로 ㅠㅠ 성문종합영어 문법 문제가 풀기 싫었어요 ㅎㅎ그 해 대입이 문법으로 도배가 되었더군요 ㅠㅠ

stella.K 2021-02-24 12: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말씀하신 두 이야기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민병산님의 책은 정말 읽고 싶더군요.
성문 영어 책은 지금도 나오고 있는 책인 줄 몰랐습니다.
제가 학교를 졸업하고 영어와는 담을 쌓고 지내다 보니.
그래도 가끔 궁금하긴 했었습니다. 학제가 과거와는 많이 다를텐데
그 책은 지금도 나오고 있나.
지금도 후기를 보면 칭찬 일색이던데 이걸로 다시 영어 공부를 해 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박균호 2021-02-24 13:13   좋아요 2 | URL
네 성문 영어 변함 없는 디자인으로 요새도 나와요 ㅎㅎㅎ

붕붕툐툐 2021-02-24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병산 선생님 글 너무 좋네요~👍
서로가 서로를 풍요롭게 하는 모습 보니 절로 흐뭇합니다~ 참 행복하시겠어요~😊😊

박균호 2021-02-25 04:47   좋아요 0 | URL
네 재미나고 감동적인 일화가 많은 분이에요..

kwansooko 2021-02-25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책을 읽고, 공부했던 <성문종합영어>를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물론 버렸죠.
책 뒤에 또 이런 일화가 있었네요.

박균호 2021-02-25 13:44   좋아요 0 | URL
아이코 선생님 여기 까지 찾아주시고 !! 영광이에요!
 

학교현장에서 오래 일하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 중의 하나가 학생들이 고전을 고리타분하고 어려운 것이라 생각한다는 것이다. 사실 고전은 '오래된 미래'이며 출간 당시에는 베스트셀러이며 통속문학인 경우도 많다.

<오만과 편견>만 해도 오늘날 막장 드라마 시조새가 아니던가. 아버지와 아들이 한 여자를 두고 다투는 <까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은 또 어떻가. 고전은 오늘날 우리가 겪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고 학생들에게 말하면 학생들은 교사가 흔히 하는 '영혼이 없는 잔소리'라고 생각한다.

고전은 21세기 청소년들이 학교나 가정 그리고 교우관계에서 흔히 만나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나아가 건강까지 튼튼하게 만들어 준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내가 <10대를 위한 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을 쓴 이유다. 


<모비 딕>의 주인공 이슈메일은 한 번 바다로 나가면 최소 3년은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는 포경선 피퀴드호의 선원으로 취직한다. 군대 보다 더 위계 질서가 뚜렷한 포경선에서 가장 신분이 낮은 노꾼으로 일한다. 선장이 지시를 하면 마치 메뚜기처럼 이리 저리 뛰어다니며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노꾼이라는 신분을 이슈메일은 비관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독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우리들 중에 노예가 아닌 사람 누구 입니까?" 


따지고 보면 보통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고위공직자, 경영자 또한 그 누군가의 눈치를 봐야 하고 납작 엎드려야 한다. 포경선에서의 생활을 읽으면 하급 선원을 동정하게 되기도 하지만 하는 일만 다를 뿐 현대 직장인들의 생활 패턴은 포경선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늘날 청소년들은 일과 자기 생활의 밸런스 즉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포경선의 노꾼 이슈메일의 직업관은 어땠을까? 이슈메일은 노꾼이라는 직업을 선택할 때 보수나 사회적인 명성을 노리지 않았다. 그저 바다가 좋고 신선한 바람을 맘껏 마실 수 있는 환경이 좋았다.

심지어는 향유고래의 기름을 짜는 것을 '소확행'으로 좋아했다. 자신의 위치가 어디이던 간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만족하는 삶을 대변한다. 반면 포경선의 선장은 오래전 자신의 다리를 빼앗아간 고래에 대한 복수심에만 사로잡혀 있다.
 
말을 못하는 짐승에게 무슨 복수인가라는 건의도 무시하고 배와 선원들의 운명을 파국으로 몰고 간다. 선장의 모습은 오로지 돈과 출세만을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현대인의 모습과 닮았으며 그러한 삶의 아름답지 못한 결말을 <모비 딕>은 알려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주인공 스칼렛의 아버지는 '여자에게 사랑은 결혼을 하고 난 다음에 찾아오는 것'이라고 규정한다. 여자는 그저 부모가 시키는 대로 살고 결혼 상대자도 골라주는 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여성스러운' 것이라고 가르친다.

오늘날 여성에 대한 차별은 상당 부분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는 미국 남부 시골 사람들의 고지식한 편견을 여학생에게 강요하는 학교와 교훈이 있다.

남학교 교훈에는 용기, 명예, 단결 등 미래지향적이고 적극적인 개념이 많은 반면 여학교 교훈에는 순결, 정숙, 예의와 같은 전근대적이고 수동적인 가치가 많다. 교과서의 삽화도 남성과 여성의 역할은 고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통해서 청소년들은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이 아직도 학교에서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개선책을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안톤 체호프의 단편 소설 <내기>에서 부유한 은행가와 젊은 변호사는 종신형과 사형을 두고 어느 것이 더 관대한 처분인지를 두고 내기를 한다. 목숨을 앗아가는 사형보다는 종신형이 낫다고 주장한 변호사는 스스로 15년간 감금되어 있기로 하고 부유한 은행가는 그 대가로 거금을 약속한다.

그들의 무지막지한 내기와 결말을 지켜보고 있으면 오늘날 논술시험의 단골 주제인 사형제도의 존폐 여부라든가 국가가 과연 개인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권한이 있는가에 대한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구축할 수도 있다. 

그밖에도 <10대를 위한 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에서는 <파리의 노트르담>을 통해서 정보의 홍수에 대한 문제를, <걸리버 여행기>를 통해서 인성과 능력의 우선순위 문제를, 셰익스피어 비극을 통해서 학교에서의 휴대폰 사용 문제를, 장 그르니에의 수필을 통해서 동물의 안락사 문제를 히포크라테스를 통해서 다이어트 문제를 논의한다. 

이 책의 양념이기도 하고 청소년들에게 고민해결이 아닌 책 읽는 즐거움과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줄 <또 다른 이야기> 코너는 학생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다고 자부한다. 아이들에게 읽히려고 샀지만 부모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청소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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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1-02-21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가장 후회하는 것이 십대때 고전을 읽디 않고 역사/소설에 편중된 독서를 한 거에요 그때 읽은 건 고스란히 남으니 십대에서 대학교 시절까지 고전문학을 잘 읽으면 평생의 교양이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이 많은 분들에게 그런 계기를 주었으면 합니다

박균호 2021-02-21 08:48   좋아요 0 | URL
네 고전이 오래 기억이 남더라구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얄븐독자 2021-02-21 1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른?이 될때까지 책과 담쌓고 살아본? 사람 입장에서, 청소년 때의 고전 읽기할 때 청소년 판 등 원본을 첨삭한 버전을 읽고 그게 전부다 인줄 알고 어른이 된 후 완전판을 읽지 않게 되는 일이 있다는 문제가... 생각의 깊이와 넓이가 달라진 어른이 된 후 읽는것과 어렸을 적 읽는 것은 다를수밖에 없다보니. 물론 어떤 사람들은 어렸을 적 닥치는대로 읽었던게 문학적 소양이 되었다고도 하지만 적절한 독서지도 없이 막? 읽는건 좀... 물론 안읽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말입니다. 어렸을적 봤다는 착각과 환상에 사로잡혀 어른이 되서 다시 보려니 뭔가 시시하기만한것 같고 말입니다. 근데 참 바지런하십니다 책 펴내시는걸 보면!

박균호 2021-02-21 10:52   좋아요 0 | URL
네 어린 시절 읽었던 고전들은 축약본이나 청소년 용으로 개작된 것이 많아요. 차라리 어린 시절 그런축약본을 읽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터인데 말이죠. 저는 참 게으른 사람입니다. ㅠㅠㅠ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주제이고 분량이 많지 않으며 학교 생활에 연관 된 분야라 빨리 쓰여진 것 뿐입니다. 그리고 마침 출판사 일정이 겹쳐서 동시에 두 권의 책이 나와 버렸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

stella.K 2021-02-22 19: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내주신 책이네요. <그래봤자 책, 그래도 책>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나왔네요.
사실 청소년 때 고전을 읽기란 쉽지 않죠.
그나마 소년소녀 내지는 청소년 명작 고전으로 나오는 것도
꼭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솔직히 그 어려운 걸 원본으로 읽으라고 그러면 안 읽을 수도 있거든요.
청소년판으로 읽고 나중에 관심이 생겨 원본으로 읽는 사람도 있죠.
마치 고전을 영화나 연극, 뮤지컬로 보고 책으로 읽는 것처럼.
고전 명작은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접하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박균호 2021-02-22 19:24   좋아요 0 | URL
네 뭐. 그럴수도 있겠네요. 책은 독자들에 따라서 다양하게 읽힐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