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책이 새로 나왔습니다.  표지, 제목을 비롯해서 여러분들의 많은 도움을 받았고, 부족한 원고를 출판사에서 빛나는 책으로 만들어 준 덕분입니다. 무척 감사한 일입니다. <이토록 재미난 집콕 독서>는 제목 그대로 딱딱하고 어려운 인문학이 아니고 아무나 모르는 사람을 붙잡고 자랑삼아 이야기 하고 싶은 ‘재미나고’ ‘신기한’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우리가 종교 개혁가로만 알고 있는 루소가 경영했던 양조장 이야기, 나무늘보는 왜 일주일 마다 한번 씩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나무에서 내려와 ‘응가’를 하는지, 단팥빵과 우리나라의 근대화가 무슨 관계가 있는 지 등.  그저 ‘재미’만을 생각하고 이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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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7-14 1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이로군요.
근데 책 제목은 집콕인데 쓰시긴 방콕이라고 쓰셨네요.ㅋ
암튼 수고 많이하셨구요, 축하합니다.
저도 기회되면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박 나시기 바랍니다.^^

박균호 2020-07-14 11:57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제가 참 주의가 깊지 않아서 저런 엉뚱한 실수를 자주 해요.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07-14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7-14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영어를 잘 하면 ‘밥은 먹고 살겠다’는 소박한 생각으로 입학한 영문과는 기대와는 딴 판이었다. 영어를 배우기보다는 문학을 배우는 곳이었다. 책 읽기를 좋아하긴 했지만 학문으로서 문학을 공부하는 것은 내 적성이 아니었다. 도무지 왜 명작인지 공감을 할 수 없는 영시, 영미소설, 셰익스피어는 왜 그렇게 지루한지. 


설마 작가가 이런 생각까지 하면서 글을 썼을까 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별 시시콜콜하고 세밀한 부분까지 분석을 하고 나름의 의견을 제시한 논문을 접하다보면 정신이 몽롱해졌다. 그땐 몰랐었다. 반세기 후에 내가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한 엉뚱한 방향으로 고전을 이야기 하는 책을 쓸 것이라는 것을.


2017년 여름쯤 서울 서교동에서 김성신 선생의 소개로 만난 출판사 대표님이 ‘쓸 사람이 없어서’ 3년을 묵혀두었다는 기획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의 부주의함을 자책하게 되었다. 길게는 수 백 년이 된 고전을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않았던 시각으로 고전을 이야기 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고전적이지 않은 고전 읽기>를 쓰면서 가장 도움이 된 것은 매사에 모범적이지 않은 나의 성품과 엉뚱한 곳에 탐닉하는 나의 취향이었다. 


고전에 관한 엉뚱한 생각을 말 한 이 책이 4쇄를 발행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으로 엉뚱한 소식이다.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8625732&memberNo=7258696&fbclid=IwAR1a-j_pR4_g0xZr-fha00OS_Fs5vhuCG-VclwYAyjVbZGUMUwi8hjaCcj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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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를 여간해서 사지 않는다. 부는 오직 피와 땀으로만 일궈야 한다는 신념 때문은 아니다. 귀찮아서다. 일부러 로또 판매소를 찾아가는 것은커녕 지나가는 길에 로또 판매소가 눈에 띈다고 해도 차를 세우기 귀찮아서 사지 않는다. 좋은 꿈을 꾸면 로또를 사야겠다고 마음먹지만, 그것도 잠시 금방 잊어버리기 일쑤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꿈에서 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리 정겹고 아름다운 꿈은 아니었다. 나는 17년간 몸의 반쪽을 놀리지 못하는 어머니의 대소변을 받고, 목욕까지 시켜주었는데, 어머니와 함께 보낸 세월이 얼마인데, 정작 임종은 내 집사람이 지켜보았다. 그렇게 어머니를 보냈는데 꿈에서조차 어머니를 보지 못했던 차였다. 나쁜 꿈이건 좋은 꿈이건 어머니를 뵈었다는 생각에 로또를 사보기로 했다. 지난 금요일에 샀는데 일주일이 지난 오늘에야 로또를 산 것을 기억해내고 별 생각 없이 확인했더니 오만 원에 당첨되었다. 물론 내 생애에 처음 있는 일이다.
판매소에 가서 당첨된 로또를 보여주었더니 ‘축하합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오만 원 짜리 지폐를 내준다. 그 지폐를 받아 들자니 만감이 교차한다. 언젠가 요양원에 어머니를 뵈러 갔을 때 쓰지 못하는 오른손이 아니고 서툰 왼손으로 소지품을 구석구석 뒤져서 나에게 건네준 어머니의 오만 원 짜리 지폐.
딸아이에게 건네는 용돈이냐고 여쭈었을 때 고개를 가로지며 이 돈은 네가 쓰라시며 건네주신 오만 원 짜리 지폐.
어쩐지 이 돈이 어머니가 내게 주신 마지막 용돈인 것 같아서 지갑에 한참을 넣고 다니다가 그만 다른 오만 원짜리를 지갑에 넣는 바람에 낭패가 되었다. 어떤 지폐가 어머니가 주신 것인지 알 수가 없게 되었다. 어머니께서 금방 돌아가실 것도 아닌데 또 기회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분간할 수 없는 그 지폐들을 써버렸다.
내 바람과는 다르게 1년이 채 되지 않아서 어머니는 갑자기 돌아가셨다. 아마도 그 오만 원 짜리 지폐는 그 당시 어머니가 가진 전부였을 것이다. 두고두고 나의 부주의가 원통할 수밖에. 어머니를 뵌 꿈을 꾸고 당첨된 오만 원 짜리 지폐는 어머니가 철없는 아들이 잃어버린 것을 되찾아 준 것이라 믿는다. 어머니께서 찾아주신 지폐를 오래오래 쓰다듬는다. 꿈에서라도 어머니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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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사는 여자
성영주 지음 / 허들링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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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소극적인 성질이라도 술에 취하면 평시에 품었던 잠재의식을 발산시키고, 아니 취했더라도, 술잔 들면 취한 체하고 화풀이도 할 텐데, 그리고 술기운을 빌어 그때나마 내가 잘났다고 생각하며 호탕하게 떠들어볼 텐데, 그리고 술기운을 빌어 그때나마 내가 잘났다고 생각하며 호탕하게 떠들어볼 텐데, '문 열어라' 하고 내 집 대문을 박차보지도 못한다. 가끔 주정한 바탕 하고 나면 주말여행 한 것같이 기분이 전환될텐데 딱한 일이다. -피천득 <술> 중에서


숙취로 시작해 만취로 끝나는 <오늘만 사는 여자>의 저자 성영주는 술을 못 먹어서 슬픈 자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겠다. 술에 관해서라면 피천득 선생 못지않게 젬병인 나는 <오늘만 사는 여자>를 읽으면서 내내 부럽기만 하더라. 평생을 남들이 술 마시는 것을 구경만 한 나로서는 낮술을 4차까지 마셨다는 성영주 선생의 무용담이 마치 삼국지에 나오는 영웅호걸이 단칼에 적군 여러 명의 목을 베는 장면보다 더 경이로웠다.


 우리 집 여자 식구인 아내와 딸이 텔레비전으로 먹방을 볼 때마다 ‘도대체 남들이 먹는 것을 왜 보느냐’고 타박을 하곤 한다. 그런 내가 드라마를 볼 때마다 가장 유심히 보고 빨려드는 장면이 술 마시는 장면이다. 여러 명이 모여서 왁자지껄하게 마시는 장면은 내 취향이 아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동훈과 지안이 말없이 수육을 먹으면서 소주를 들이켜는 장면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술 먹방이다. 



점심을 먹으면서 혼자서 마시는 소주를 마시는 장면은 또 얼마나 부러운지.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부자나 미남보다는 그저 술을 <나의 아저씨>의 동훈이 만큼만 기품있게, 맛깔스럽게 마실 수 있는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좋겠다. 


일본 드라마 <세일즈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을 좋아한다. 좋은 직장에 다니던 칸타로가 고작 출판사의 영업직으로 이직한 이유는 오직 한가지다. 사무실에서만 일을 해야 하는 전 직장과는 달리 영업직은 외근이 많기 때문에 근무시간 중에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이름난 디저트를 먹으러 다닐 수 있다는 것. 단 음식을 즐기지 않는 나로서는 칸타로가 환장하는 일본의 이름난 디저트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저 칸타로가 맛있다고 하니 그런 것인가 정도이지 동훈이가 마시는 소주처럼 나도 맛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내가 칸타로에게 주목하고 리스펙트하는 것은 그의 업무능력이다. 칸타로는 자신이 좋아하는 취향을 즐기기 위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탁월하게 수행한다. 내가 보기엔 그는 땡땡이를 치는 것이 아니고 재충전을 한다.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는 속설의 전형을 보여준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완벽하게 잘 해내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인생. 이 얼마나 아름답고 훌륭한 삶이란 말인가. 


<오늘만 사는 여자>의 성영주 작가에게서 디저트 마니아 칸타로의 모습이 보일 것이라 기대했고 역시나 그에게는 직장인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숙취로 시작해서 만취로 끝나는 하루를 보낼 자격을 가지고 있었다. 말하자면 칸타로의 현실 버전이라고 해야 하겠다. 재벌이 아닌 다음에야 자신의 취향을 즐기기 위해서 직장 생활을 대충 하고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성영주 작가는 만취로 하루를 마쳤지만 이른 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빼먹지 않고 ‘아무튼’ 정상 출근한다.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고 지각을 하고 근무시간 중에 꾸벅꾸벅 조는 ‘일반인 술꾼’과 비교할 수 없는 ‘프로 술꾼’이 되겠다. 뭐든지 일단 시작하면 프로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잡지사 기자의 능력도 출중하다. 감히 내가 이렇게 결론을 낼 수밖에 없는 구절이 있더라. 대학생 시절 때 겨우 동아리 소식지를 발간한 경험 말고는 그 바닥에 발을 들인 적이 없긴 하지만 잡지사 생활이 얼마나 치열하고 수명이 짧은지는 안다. 십 수년간 메이저 잡지사에서 일했다는 것만으로도 익히 짐작은 되지만 제목으로 선빵을 날리는 기술을 그녀는 가지고 있다.


 초라하지만 그나마 책을 몇 권 낸 나로서도 글쓰기의 가장 큰 어려움은 ‘제목’ 정하기다. 독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톡 쏘는 제목을 정하는 것은 정말 신이 내리는 재능이거나 그 바닥에서 구르고 구른 경험에서 나오는 감각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나처럼 보통 사람은 ‘생리통 피하는 법’과 같은 기사 제목을 정하기 마련이다. 성영주 작가는 이 제목을 ‘아이고, 배야!’로 바꾼다. 좋은 글감은 부족한 글쓰기 실력을 만회해준다. 좋은 제목 또한 그렇다. 


발표할 때도 성영주 작가에게 배울 점이 많다. 가령 나처럼 만년 서생은 생각했던 바를 그려두었다가 청중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쭉 밀고 나가는 뚝심을 발휘한다. 청중의 반응이 시원찮은 것은 나의 고매한 지식의 깊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탓이라고 위안을 한다. 모든 강연자가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성영주 작가는 ‘빠른 태세 전환’을 요구한다. 청중의 반응이 시원찮으면 재빨리 다른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눈에 보이지 않는 독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대응한 잡지사에서의 경험이 사람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대한 노하우를 체득하게 만든 것으로 생각한다.‘오늘만 사는 여자’는 세상을 하고 싶은 대로 막사는 사람이 아니다. 성영주 작가는 좋아하는 술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누리는 즐거움과 호사를 포기하는 절제된 삶을 사는 사람이다. 무엇보다 언제라도 성영주 작가와 술을 마신다면 달려 나올 사람이 많은 이유도 <오늘만 사는 여자>'를 읽다 보니 알게 되었다. 


컨펌하기 보다는 컨펌을 받는 것을 더 좋아하고, 상사의 호통보다는 후배의 평가를 더 무서워하며, 아무에게나 술을 무작정 권하기보다는 각자의 주량과 취향을 존중하는 사람인 것이다. 술꾼 성영주는.


사족) 이 책 제목을 <술꾼 성영주의 슬기로운 직장생활>로 해도 괜찮겠다. 그만큼 직장인으로서 배울 점이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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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6-16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나의 아저씨>는 저의 인생 드라마죠.
그 드라마 보고 훌쩍거렸던 기억이...
그렇게 좋은 드라만데도 다시 보지는 않고 있습니다.
대본집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데 나오지도 않고.ㅉ
정말 말씀마따나 동훈이 술을 맛있게 먹긴 했죠.
근데 혼술할 때 보통 뭘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저는 주로 TV 다시보기 하면서 마십니다.ㅎ

잘 지내시죠? 이번에 <슬기로운 병원생활> 나름 선빵했던 것 같은데
저는 보다 말았습니다. 기존에 병원 드라마를 많이 한지라 별로 기대가 안 가더군요.
정말 차라리 직장생활이었으면 봤을 것 같은데...^^

박균호 2020-06-16 18:37   좋아요 1 | URL
스텔라님 오랜 만입니다. 저도 참 좋아하고 지금도 종종 돌려봐요. 저는 잘 지내고 담달에 나올 신간 마무리 때문에 원고를 되만지고 있답니다 ^^
 
산매리 저수지
김주앙 지음 / 비티비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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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의 이동준은 인생의 절정기를 맞보고 있었다. 4선 의원이자 집권당 사무총장의 자격으로 자신이 만든 것이나 다름 없는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자신의 희망이자 분신인 아들은 착실하고 계획적으로 정치인이 되기 위한 코스를 밟고 있다. 정권의 실세가 된 그에게 줄을 대기 위해서 가져다주는 돈뭉치도 거절하는 청렴결백함도 과시한다. 무엇하나 부족한 것이 없고 부러운 것도 없는 결정적 순간에 괴상한 문자가 날아온다. 


그것도 단 세 사람만 알고 있는 비밀 휴대폰으로 말이다. 16년 전 자신이 저지른 살인의 진상을 알고 있다는 암시를 하는 괴 문자 메시지는 평온하고 화려한 그의 일상을 무너뜨리기 충분했다. 인생의 절정기에서 엉뚱한 일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스토리는 흔한 대중 연예 매체의 상투적 수법이다. 


김주앙 작가의 소설 <산매리 저수지>는 이 흔한 포맷으로 비범한 흡입력을 발휘한다. 368쪽의 적지 않은 분량의 이 소설은 한번 손에 쥐면 내리기 힘들 정도로 독자들을 놓아주지 않는다. 어떤 점들이 독자들을 끌어당기는지 이 소설에 배치된 여러 가지 설정과 배경을 살펴보자.


<산매리 저수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한국 추리 소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독특하고 매력적인 지형을 가지고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쫓는 자’가 아니고 ‘쫓기는 자’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추리 소설의 전형은 의문의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담는 것이다. 범인이 비록 주변에 있거나, 일찍 소설 속에 등장했더라도 그가 범인이라는 사실은 후반부에나 드러나는 것이 일반적인 추리 소설의 기법이다.


<산매리 저수지>는 철저하게 살인을 저지른 범인의 이동 경로와 심리 상태의 변화에 따라 진행된다. 마치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처럼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심리 상태와 행동에 대한 자세한 분석과 묘사가 뛰어나다.


<산매리 저수지>는 다른 추리 소설처럼 형사는 추적하고 범인은 도망을 다니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다. 살인자는 자신의 범죄를 암시하는 문자를 받고 그 문자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지 집요하게 추리하고 추적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범인이 누구인지를 생각하게 되는 것이 아니고 ‘도대체 누가 범죄 사실을 알고 있는지’를 알고 싶어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리라. 독자로 하여금 주인공에 감정이입 되어서 마치 자신이 괴 문자 메시지를 받는 것 같은 공포를 느끼기도 할 것이다.


<산매리 저수지>는 독자들의 궁금증과 흥미를 전방위적으로 펼치고 끌어들인다. 사법시험에 실패하고 은행원이 된 평범한 남자가 어떻게 은행을 그만둔 지 4개월 만에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는지, 여당의 실세에게 감히 누가 괴 문자 메시지를 왜 보내는지, 범인이면서 주인공인 이 남자는 왜 살인을 했는지 그 살인과 출세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수백억 원의 비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숨겨 두었는지 등 이 소설을 다양한 갈래로 독자들의 시선과 궁금증을 자아낸다.


범죄자이기도 하면서 추격자이기도 한 주인공의 이중적인 정체성과 여러 갈래로 분산된 스토리 전개가 복잡하지만, 톱니바퀴처럼 짜임새 있는 전개 덕분에 <산매리 저수지>를 읽으면서 한 단어조차 놓치지 않게 되는 몰입을 하게 된다. 


추리 소설이라고 하면 오로지 피비린내가 진동해야 한다는 상투적인 설정도 이 소설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추리소설로도 삶에 대한 철학과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는 저자의 시도가 무위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것이 소설 속에서 드러난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 살인을 저지른 자의 심리 묘사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산을 탐내는 사람에게 살해당하는 사람이 죽기 직전에 ‘돈은 종이에 지나지 않는다’며 절규를 하는 모습, 20살 연상의 남자에 대한 애정이 상황에 따라서 어떻게 변모하는지에 대한 묘사만 살펴보더라도 <산매리 저수지>를 추리소설에 묶어 둘 수 없다.


<산매리 저수지>는 저자가 정치학을 전공했고, 정당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한데 그만큼 정치계 주변에서 일어나는 실감 나는 상황이 많다. 존 그리샴의 법정 스릴러에 버금가는 김주앙의 정치 스릴러는 뛰어난 전문성 덕택에 또 다른 몰입 요소를 제공한다. 


정치자금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기업에 거절당했을 때는 분노와 전투력을 배가시켰지만 가진 것 없는 시골 노인에게 용돈을 건네다가 거절당했을 때는 위축되었다고 기술하는 부분은 작가의 상상력으로는 나올 수 없는 대목이다. <산매리 저수지>는 단숨에 읽히지만 오랜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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