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강산에 눕다 - 역사의 격동 속에서 역사의 별이 된 사람들
임순만 지음 / 한길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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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에서 김구만큼 널리 알려진 이름도 드물다. 그러나 우리가 기억하는 김구는 한 사람의 삶이라기보다 몇 개의 장면에 가깝다. 임시정부, 한인애국단, 광복군, 남북협상, 경교장. 이름 옆에는 늘 굵직한 사건이 따라붙지만, 그 사건들을 지나온 한 인간의 시간은 자주 빠진다. 중요한 순간은 기억되는데, 그 순간이 어디에서 시작되어 어떤 삶으로 이어졌는지까지 함께 떠올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이 문제는 김구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우리는 독립운동가를 너무 자주 한 장면으로 기억한다. 이봉창을 안다고 하면 대개 1932년 도쿄에서 일왕을 향해 폭탄을 던진 의거를 떠올린다. 하지만 그 의거는 삶의 출발점이 아니라 오랜 시간 끝에 나온 결과였다. 이봉창은 처음부터 비장한 투사로만 살아온 인물이 아니었다.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사회 안에서 살아보려 했고, 일본인 양부를 따라 기노시타 쇼조라는 이름으로 살기도 했다.

그러다 교토 즉위식 때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구금되며 의식의 전환을 겪는다. 일본인이 되려 했던 청년이 일본 제국의 정점인 천황에게 폭탄을 던지는 사람으로 바뀌는 과정은, 사건 하나만 외워서는 보이지 않는 생애의 비애를 보여준다. 독립운동가를 의거나 순국의 장면으로만 기억하면 바로 이런 변화의 시간과 내적 전환을 놓치게 된다.


임순만의 장편소설 <백범 강산에 눕다>(2026년 3월 출간)는 바로 그 빠진 시간을 되살리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김구의 유년기부터 차례대로 출발하지 않는다. 첫 장면은 이봉창이 상하이 임시정부를 찾아오는 대목이다. 윤봉길 의거도 앞부분에 놓인다. 그런 뒤에야 소설은 김구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이 구성은 단순한 시간 역행이 아니다.


독자는 이미 이봉창과 윤봉길의 끝을 알고 있다. 그 결말을 먼저 본 뒤 어린 김구로 돌아가면, 이 아이가 훗날 어떤 사람들을 품고 어떤 결단을 감당하게 되는지 알고 읽게 된다. 첫 장면에 이봉창을 세운 선택은, 이 작품의 관심이 김구 개인의 업적 정리에만 있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664쪽 분량에 24개 장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각 장이 독립된 이야기처럼 읽히면서도 한 사람의 큰 생애로 모인다. 가공의 인물을 내세우지 않고 사료와 기록 위에서 서사를 쌓아 올렸다. 그래서 소설 속 김구는 근엄한 사진 속 위인이 아니라, 흔들리고 견디고 책임지는 인간으로 다가온다. 그 인상을 선명하게 남기는 대목이 있다.

김구는 유치장 마당을 빗자루로 쓸 때나 유리창을 닦을 때마다 하느님께 기도했다. 우리도 언젠가 독립정부를 건설해 제가 우리나라 청사 마당을 쓸고, 창문도 닦는 임을 해보고 죽게 해주십시오.

그 기도는 독립을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소망으로 들리게 만든다. 충칭 임시정부 시절의 궁핍도 같은 결을 이룬다. 청사 임대료와 직원 월급을 마련하느라 정작 자신은 굶주림과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동포 집을 전전하며 끼니를 해결했다. 이 소설에서 김구는 높은 자리에 있는 인물이라기보다, 끝까지 자기 몫을 놓지 않은 사람으로 읽힌다.

김구의 본명은 김창수였다. 서대문형무소에서 복역하면서 거북 구를 아홉 구로 바꾸고 호도 백범으로 지었다. 아홉은 끝을 알 수 없는 숫자다. 그 숫자를 이름에 넣은 사람은 꺾이지 않고 끝까지 버텨야 한다. 백범은 백정의 백과 범부의 범, 가장 낮은 사람들의 이름에서 따왔다. 감옥에서 지은 이름이 이 사람의 생애 전체를 예고하고 있었다.

윤봉길 의사 사형 집행 장면은 그 자체로 놀랍다. 사수는 보병 7사단 소속 하사관 두 명인데 특별한 사격술과 담력, 충성심을 고려해 선발된 인물들이다. 집행 전날 실물 크기의 인형을 무릎 꿇린 채 일곱 번 연습 사격을 거쳤고, 일곱 발 모두 인형 이마 중앙에 명중했다. 연습과 똑같이 명중하면 특별 포상이 주어질 예정이었다.

사수와 수인 사이의 10미터는 우연히 정해진 간격이 아니었다. 사수의 심리적 안정감과 사격의 정확성을 면밀하게 계산한 끝에 마련된, 군사 미학상 권장되는 거리였다. 소설은 이런 숫자와 절차를 역사적 사료에 바탕을 두고 제시함으로써, 한 사람의 죽음마저 훈련과 포상의 대상으로 만든 일제의 잔혹함을 정면으로 고발한다.

<백범 강산에 눕다>는 김구를 업적의 목록으로 세우는 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이 보여주는 것은 임시정부의 지도자이기 이전에 굶주림과 책임을 함께 견딘 한 인간의 시간이다. 더 나아가 김구 곁을 스쳐 간 이봉창과 윤봉길의 삶까지 함께 끌어안으면서, 독립운동사를 몇 개의 의거나 순국 장면으로 잘라 외워 온 독자의 기억을 흔든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고 나면 김구는 더 이상 교과서 속 이름으로 남지 않는다. 사건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 아니라, 그 사건들을 자기 생애 전체로 감당한 사람으로 다시 남는다. 구를 사건이 아니라 생애로 다시 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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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에서 매일 학부모님들과 대화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마주하는 고민이 있습니다. 바로 영상과 숏폼 콘텐츠에 익숙해진 아이들의 문해력 문제입니다. 빽빽한 줄글로 가득한 교양서를 아이에게 무작정 안겨주는 것이 오히려 독서와 영영 담을 쌓게 만드는 일은 아닐지 걱정하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2028학년도부터 적용되는 통합수능 체제는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사고력과 통합적인 독해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입 개편의 핵심은 과목 간의 경계를 허무는 데 있습니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중심으로 인문, 사회, 과학의 맥락을 한꺼번에 꿰뚫어야 높은 성취를 얻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단편적인 암기 지식은 이제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글 읽기를 힘들어하는 아이의 성향과 갈수록 높아지는 입시의 문턱 사이에서 고민하는 학부모님들에게, 저는 현직 교사로서 만화를 활용한 독서법을 하나의 대안으로 제안하고자 합니다.

 

아이가 만화책만 본다는 사실에 불안해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인지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집니다. 인간의 뇌는 텍스트와 이미지가 결합될 때 정보를 훨씬 더 입체적으로 저장하는데, 이를 이중 부호화 이론이라고 합니다. 복잡한 과학 원리나 철학적 담론을 만화라는 시각적 맥락으로 먼저 접한 아이들은 나중에 교과서의 어려운 지문을 만났을 때 배경지식을 꺼내 쓰는 속도가 훨씬 유연합니다. 교실에서 만화를 통해 개념의 뼈대를 먼저 잡은 아이들이 고난도 추론 문제에서 당황하지 않는 모습을 자주 확인해 왔습니다.

 

이러한 현장의 경험과 교육적 확신을 담아 펴낸 책이 <현직 중학교 선생님이 직접 고른 청소년 교양만화 30>입니다. 시중에 나온 수많은 만화 중 부모님이 안심하고 권할 수 있는, 동시에 입시와 교과 학습에 실질적인 연결 고리가 되는 작품들을 엄선했습니다. 퓰리처상 수상작부터 세계적인 그래픽 노블까지, 인문·예술·사회·과학이라는 네 가지 핵심 영역을 관통하는 서른 권의 작품을 교사의 시선으로 정리했습니다.

 

이제 막 세상에 나온 이 책이 자녀의 독서 교육 로드맵을 고민하는 학부모님들에게 작은 이정표가 되기를 바랍니다. 무리하게 글줄 책을 강요하기보다, 아이가 스스로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적절한 도구를 선택하는 것이 문해력을 기르는 첫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파편화된 지식들을 하나의 맥락으로 묶어주는 가이드를 통해 아이들에게는 공부의 새로운 재미를, 부모님들에게는 막막했던 독서 지도의 기준을 전하고자 했습니다.

 

<현직 중학교 선생님이 직접 고른 청소년 교양만화 30>은 각 만화가 실제 교과 과정의 어느 대목과 연결되는지, 이 작품을 통해 어떤 질문을 던져야 사고가 확장되는지를 꼼꼼하게 짚어줍니다. 아이는 만화라는 친숙한 통로를 통해 교양의 세계로 발을 들이고, 그 과정에서 통합적 사고력을 자연스럽게 체화하게 됩니다.

 

교양은 우리 아이들에게 무거운 짐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즐거운 눈이 되어야 합니다. 만화로 만나는 지식은 가볍게 시작되지만 그 안에 담긴 통찰의 깊이는 결코 얕지 않습니다. <현직 중학교 선생님이 직접 고른 청소년 교양만화 30>이 독서의 벽 앞에서 고민하는 부모님들에게는 든든한 조력자가, 아이들에게는 사고의 폭을 넓혀주는 소중한 열쇠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결정적인 순간, 이 책이 안내한 만화 속 한 장면이 우리 아이의 성취를 넘어 인생의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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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6-02-22 2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설명절은 잘 보내셨는지요. 이 도서도 한번 읽어볼게요.

박균호 2026-02-23 01:33   좋아요 0 | URL
와 선생님 감사합니다다 !! 늘 건강하세요 !
 

패션에 관한 눈썰미가 좋은 아내가 몇 해 전 장만한 꽤 비싼 패딩을 입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떤 칠순이 넘어 보이는 할아버지가 유심히 아내를 바라보더란다. 심지어 아내가 걸음을 재촉하는데 아내를 거의 따라오다시피 하더라고.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 순간 그 할아버지는 아내에게 약간 쑥스러운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입은 패딩이 너무 예뻐서 내 손녀에게 사주고 싶은데 혹시 브랜드를 좀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알라딘에는 성별 연령별로 구매자 분포를 알려준다. <100문장으로 쓰고 배우는 청소년 필수 고전>은 당연히 40~50대 여성이 80%를 차지한다. 십 대 자녀를 둔 엄마가 자식을 위해서 사주는 책이란 뜻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60대 이상 남성 구매자가 7%의 비율을 차지한다. 처음에는 귀여운 손자, 손녀에게 주기 위해서 할아버지가 샀으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당신을 70대 중반으로 밝힌 한 독자님의 서평을 읽고 나는 이 7%가 실제로 본인이 읽으려고 한 구매도 상당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이따금 공공도서관에서 고전에 관해 강연하는데 청중의 대다수가 50~70대이시다. 왜 그럴지 생각해 봤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일찍이 책을 오래 읽다 보면 나이가 들다 보면 결국 고전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70대 중반 독자님의 품격 넘치는 서평을 읽다 보니 존경심이 저절로 든다. 책을 구매하시기 전 내 글에 댓글로 구매하신다고 하셔서 애들이나 보는 책인데 괜찮겠습니까라고 말씀드렸는데 배움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라고 말씀하셨다. 나야말로 고루한 사람이고 이 어른이야말로 청년보다 더 청년으로 사시는 분이다. 내 책을 산 분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70대 중반에 청소년을 위한 책을 기꺼이 즐겁게 읽고 서평을 남기신 어른이라니! 내가 언제 이분처럼 열정적으로 살아본 적이 있었을까?

 

요 며칠간 출근하면서 역시 70은 훨씬 넘으신 신호수(信號手)분이 지나가는 모든 차를 향해서 각이 제대로 잡힌 거수경례를 하며 마치 손주를 보는 것처럼 정답게 손을 흔드시는 장면을 본다. 차에서 저절로 꾸벅 인사를 하게 된다. 이 모두 존경스럽고 참 멋진 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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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5-12-19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진 글입니다.

2025-12-19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책의 물성을 꽤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새책주의자다. 절판이라 새 책으로는 도저히 못 구할 때 만 헌책을 산다.
그런 내가 쓴 열여덟 번째 책, 〈100문장으로 쓰고 배우는 청소년 필수 고전〉은 개인적으로 오래된 로망 하나를 실현한 책이다. 띠지가 있는 책!!r교보문고 MD 구환회 작가 책 〈독서를 영업합니다〉에서 띠지 이야기를 읽고 혼자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난다. 띠지 하나가 ‘안 살 책’을 ‘사는 책’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취지였는데, 그 문장이 묘하게 오래 남아 있었다. 무엇보다 띠지가 있으면 책이 한층 더 예뻐진다. 좋은 띠지는 책에 버버리 코트를 입혀주는 것 같다. 실용성과 멋이 동시에 붙는다.
소규모 출판사이지만 대규모 출판사처럼 움직이는 그래도봄 출판사 오혜영 대표가 “책을 예쁘게 만들어야겠지요”라고 했을 때부터 마음이 들떴는데, 진짜로 표지에 공을 들이고 후가공을 하고, 띠지까지 만들어줬다. 진흙 같던 원고가 사람 구실을 하게 된 느낌이다. 책이 ‘내용’만이 아니라 ‘모양’까지 갖추는 순간이 이렇게 고맙구나 싶었다.
요즘 내 책 화면을 매일 캡처한다. 교보문고에서는 국내도서 순위권에 들어가 있고, 예스24 판매포인트는 6,500점을 넘겼고, 알라딘은 4,500점을 넘겼다. 이런 숫자들이 내 책에 찍히는 경험은 처음이라서 자꾸 확인하게 된다. 여러모로 감사한 나날이다.


아주 오래전, 포대에 둘러싸여 누워 있던 조카를 보며 세상 따뜻한 미소를 짓던 매형이 떠오른다. 요즘 이 책을 바라보는 내 표정이 아마 그때랑 비슷할 것이다. 집에 두면 마음이 밝아지는 물건이 있다면, 이 책이 딱 그런 쪽에 놓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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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5-12-16 2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도서 찜합니다.

박균호 2025-12-16 20:42   좋아요 0 | URL
아 정말 고맙습니다 !!!

호시우행 2025-12-19 0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목요일 저녁에 알라딘에 주문한 도서가 도착했어요. 며칠전에 읽은 중등필독고전과 달리 필사노트 부분이 있는 게 차별화를 보입니다.

박균호 2025-12-19 04:18   좋아요 0 | URL
아 ! 청소년 도서라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 거듭 고맙습니다 !!

호시우행 2025-12-19 0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움에 나이가 있나요? 새벽독서 즐기는 중이지요. 감사합니다. 이런 즐거움을 주셔서

박균호 2025-12-19 04:54   좋아요 0 | URL
제가 더 감사합니다 !!!

호시우행 2025-12-19 0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시우행 서재에도 글 하나 올렸어요. 홍보에 도움된다면. 응원합니다.

2025-12-19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교사도 나이가 들면

여러 가지 면에서 '고비용 저효율'적인 존재가 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하지만 스스로 느끼는 '늙은 교사'의 장점이 딱 하나 있다. 웬만해서는 학생들의 일로 화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피 끓는 미혼 시절엔 아이들의 예의 없는 말투 하나에도 울컥하고 혼을 냈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내 아이를 키우면서부터는, 학생들을 좀 더 관용을 가지고 바라보게 되었다. 아이를 교육한다는 것이 얼마나 만만치 않은 일인지, 자식 농사가 마음대로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실감했기 때문이다.

학생을 지도하면 할수록 아이의 문제는 곧 부모의 문제라는 것도 알게 된다. 그래서 학생이 불미스러운 행동을 하면 화가 나기보다는 '저 아이가 왜 저럴까, 무슨 사정이 있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먼저 든다. 교사가 먼저 말을 예쁘게 하면, 학생도 결국은 예쁘게 말을 하기 마련이니까.

<100문장으로 쓰고 배우는 청소년 필수 고전>도 딱 그런 '부모의 마음', ' 교사의 마음'으로 썼다. 고전이 어렵고 지루한 훈계가 아니라, 오늘의 청소년이 고민하는 지점과 맞닿아 있는 '재미난 옛이야기'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자상하고 따뜻한 이야기로 아이들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 기왕이면 교과서 속 고전을 다뤄서 성적에도 도움이 되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다소 난해하고 배경지식이 필요한 고전 한 줄을, 청소년이 넙죽 받아먹을 수 있도록 내가 대신 오물오물 씹어서 줄이고 더했다.

가령 이런 문장이 그렇다.
"조금만 더 가면 기쁨과 영광이 산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정말 그렇게 쉽게 포기할 것인가? 이제 우리의 마음이라는 작은 배는 더 나은 물결을 향해 돛을 올렸으니 앞으로 나아갈 시간이다." — 단테 알리기에리 <신곡>
이 문장을 두고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을 건넸다.



"목표를 향해 가다 보면 가장 힘들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와요. 그 고비는 종종 '끝이 가까웠다'는 신호이기도 하지요. (...)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결국 원하는 곳에 닿을 수 있어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기쁨이 여러분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순간입니다." (본문 282쪽)

고전이 회초리를 든 훈장님이나 잔소리하는 꼰대가 아니라, 힘들 때 가장 먼저 손을 건네는 따뜻한 친구라는 사실을 전해주고 싶었다. 이 책이 아이들의 작은 배가 순항하는 데 부드러운 바람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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