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화학
브라소프 트리포노프 지음, 전파과학사 편집부 옮김 / 전파과학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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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단순한 과학책 재미있는 화학‘젊어 보이기 위해 나이를 속인 책이다. 연예인들은 나이가 중요하다. 이들은 한 살이라도 어려야 방송에 더 자주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의 출판연도는 인간의 나이에 해당한다. 재미있는 화학은 올해 10월에 출간된 새 책 같아 보이지만, 초판과 비교하면 달라진 점이 전혀 없다. 초판의 출판연도는 1996년이다. 초판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채 24년 만에 다시 나온 재미있는 화학은 개정판인 척하는 개판이다.

 

이 책의 유일한 장점은 주기율표를 하나의 건물로 비유해서 설명한 방식이다. 현재까지 주기율표에 기재된 원소는 건물 거주자인 셈이다. 제목만 보고 책이 재미있을 거로 생각한 독자는 없을 것이다. 재미있는 화학보다 더 재미있는 화학책은 얼마든지 있다. 필자는 이 책이 재미있어 보여서 고른 게 아니다. 책의 제목과 출판연도를 확인하자마자 이 책은 개정판이 아니라 개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필자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이 책의 문제점은 원소 명칭이다. 이 책에 나온 원소들의 이름이 오래되고 촌스럽다. 해당 책을 만든(구판의 내용을 거의 고치지 않은 채 떳떳하게 개정판이라고 소개하면서 책을 냈는데, 과연 만들었다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출판사의 편집자들은 대한화학회가 제정한 원소 명칭들을 알아볼 생각은 하지 않은 것 같다. 곧 후술할 내용이지만, 오자가 너무 많다. 책의 구판은 전문 번역가가 아닌 출판사의 편집자들(역자 이름이 편집부’로 되어 있다)이 맡았는데, 이는 요즘에 보기 드문 출판 형식이자 역자가 누군지 묻지도 따지지 않았던과거에 횡행했던 출판계의 악습이다.

 

책의 부록은 1번부터 118번까지 모두 등록된 주기율표다. 책에 지금까지 104종의 원소를 발견했다(41)”라고 적힌 본문을 생각하면 책을 대하는 출판사의 태도가 성의 없다. 편집자들은 번거롭더라도 유통기한이 지난 과학 지식(이제는 쓰지 않는 과학 용어나 명칭)이 언급된 본문들을 일일이 확인하고, 여기에 주석을 달아 보충 설명을 해줬어야 했다.

 

이 책에서 가장 황당한 것은 얼음물이 생체에 유익하다라는 저자(해당 책에 저자 약력이 없다)의 견해이다(‘생명에 부여하는 물이라는 소제목의 글 참조). 저자는 얼음물을 섭취한 병아리의 체중이 늘어난 것을 관찰하면서 얼음물이 우리 몸에 유익하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저자의 결론을 믿으면 곤란하다. 얼음이 투명하고 깨끗해 보여도 그 속에 식중독을 일으키는 노로바이러스(norovirus) 등의 세균이 살 수 있다. 얼음 속에 있는 세균이 다 죽어도, 그 세균에서 나온 유해 물질은 얼음에 그대로 남아있다. 오염된 얼음이 녹아서 생긴 물도 안심할 수 없다. 그러므로 얼음이 들어있는 음식(냉면)이나 음료를 먹을 때 주의해야 한다.

 

재미있는 화학은 장점보다 단점이 너무 많다. 그런데 경악스러운 건 이 책의 전자책도 판매되고 있으며 전자책 서비스 플랫폼 밀리의 서재에 등록되어 있다. 이런 재미없는 화학책은 더 이상 나오면 안 된다.

 

 

 

 


 

Mini 미주알고주알





1

 




 

* 21

 화학자가 수소를 완전히 길들여서 중요한 물질을 만드는 데 이용하기 시작했을 때, 물리학자들도 이 기체에 훙미[]를 가졌다. 그들은 이 기체로부터 많은 지식을 얻었고, 그것이 과학을 몇 배나 풍요롭게 만들었다.

 

 

[] 흥미의 오자.







2

 

 




* 35

 “2개의 평행직선은 결코 직교하지 않는다?”라는 고대의 대()수학자 유클리드(Euclid, B.C. 320~275)의 말을 들먹이며, 기하학은 주장해 왔다.

 “아니다, 직교한다!”라고 19세기 중엽에 러시아의 수학자로 바체프스키(N. I. Lobachevskii, 1793~1856)[]는 선언했다.

이리하여 비유클리드 기하학이라는 새로운 기하학이 탄생했다.

 

 

[] 로바체프스키의 오자. 로바체프스키의 출생연도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아서 1792년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3

 




* 35

 알렉세이 톨스토이(A. K. Tolstoi, 1817~1879)[]의 작품에 기사가린의 쌍곡면이라는 소설이 있다.

 “훌륭한 공상 소설이다하고 온 세계의 문학자들이 칭찬했다.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는 허튼 공상이다라고 과학자는 맞섰다.

 톨스토이가 15년만 더 오래 살아 있었더라면, 그때까지 본 적도 없는 밝기와 위력을 지닌 광선이 루비의 결정에서 뻗어나가고 레이저라는 말이 일반 사전에도 실리는 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 알렉세이 톨스토이의 출생연도와 사망연도가 잘못 적혀 있다. 알렉세이 톨스토이는 1883년에 태어나 1945년에 세상을 떠났다

 








4

 




* 41

사람들은 지금까지 104종의 원소를 발견했다.[]

 

 

[] 현재까지 발견된 원소는 118이다.








5

 

 

* 42

 1866626, 프랑스의 모아상(Henri Moissan)[]이 유리 플루오린을 얻는데 성공했다고 파리의 과학아카데미에 보고했을 때, 그의 한쪽 눈은 검은 안대로 가려져 있었다.

 

 

[] 무아상으로 표기한다.







6

 

 

* 42~43




   

[] 프레온은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1987년에 몬트리올 의정서가 체결되어 프레온의 생산과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부터 프레온 사용이 금지되었다.








7

 

 

* 종이책 쪽수 확인하지 못함

 우리는 염소로 소독한 수돗물을 마시고 있다. 수돗물은 해가 없으나 그 맛은 샘물 같지가 않다. 오존으로 처리한 음료수 속에서는 병원균이 완전히 사멸되어 있다. 더욱이 염소의 꺼림칙한 맛도 없다.

 오존은 낡은 자동차의 타이어를 회생시키거나, 직물이나 섬유를 표백하거나 할 수 있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학자와 기술자는 강력한 공업적 오존발생기(Zoonizer)를 만들어 내려 하고 있다.

 

 

[] 오존을 이용하여 상수 및 하수 처리를 하는 방식은 제1차 세계대전부터 시행되었지만, 값싼 염소가 보급되면서 오존으로 소독하는 방식이 사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염소 소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시 오존을 사용하기도 한다. 책에 언급되었듯이 염소 소독은 살균 효과가 좋고, 화학물질 특유의 꺼림칙한 맛이 나지 않는다. 물론 오존 소독에도 단점이 있다. 염소 소독 방식에 비해 설치비와 유지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 오존이 대기 중에 다량으로 방출되면 인체에 해를 줄 수 있다.







8

 

 

* 88~89

 핵화학의 덕분으로 화학자들은 우라늄보다 무거운 원소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우라늄의 핵이 분열할 때, 파편 이외에 많은 중성자가 튀어 나간다. 이들 중성자가 아직 분열하고 있지 않은 핵에 흡수되는 일이 있다. 이리하여 93번과 94번 또는 그 이상의 번호를 가진 원소가 합성될 가능성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핵화학에서는 이 초우라늄원소를 만드는 방법이 여러 가지로 알려져 있다. 현재 알려져 있는 초우라늄원소는 넵트늄(Np, 93), 플루토늄(Pu, 94), 아메리슘(Am, 95), 퀴륨(Cm, 96), 버클륨(Bk, 97), 칼리포르늄(Cf, 98), 아인시타이늄(Es, 99), 페르븀(Fm, 100), 멘델레뮴(Md, 101), 노벨륨(No, 102), 로렌슘(Lr, 103)에 다 러시아(구소련)가 발견했다고 말하지만, 아직 국제적으로 공인되지 않은 크르챠토븀(104)까지 12개의 원소이다. 104번 원소의 이름으로는 러시아(구소련)의 연구그룹이 주장하는 크로차토븀이란 이름과 미국의 연구자들이 제창한 라더포르듐이란 것이 있으나 아직은 결정을 보지 못하고 있다.[]

 

 

[] 대한화학회가 제정한 원소 명명법에 따라 원소 명칭을 고쳐 쓰면 다음과 같다.


 

넵트늄 넵투늄


칼리포르늄 캘리포늄


아인시타이늄 아인슈타이늄

 

크르챠토븀 쿠르차토븀(현재 사용되지 않는 명칭)


라더포르듐 러더포듐

 


1964년 러시아 합동 원자핵 연구소에서 인공적으로 합성한 방사성 원소. 플루토늄에 네온 원자를 충돌시켜 104번째 원소를 만들어서 쿠르차토븀(Ku)으로 불렀다. 하지만 1969년 미국의 연구팀이 같은 방법으로 실험을 행했으나 쿠르차토븀을 얻지 못했고, 캘리포늄에 탄소 이온을 충돌시키는 새로운 방법으로 104번째 원소를 만들어 러더포듐이라 지었다. 원래는 먼저 발견한 러시아에 명명권이 있었으나, 추가 실험이 불충분하다는 등 양쪽이 각자 주장을 했고, 물리학자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의 이름을 딴 러더포듐(rutherfordium, Rf)이라는 이름이 결정되기까지 무려 3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국제순수·응용화학연맹(IUPAC)1992년에 러시아와 미국의 연구팀을 함께 공동 발견자로 인정했다. 쿠르차토븀, 러더포듐, 더브늄(Dubnium, Db)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1997IUPAC에 의해 104번 원소 이름은 러더포듐으로 확정되었다.

 







9

 

 



* 100

 독일의 스빈은 유명한 북극탐험가 노르덴시될드가 그린란드의 빙하에서 수집한 운석(陽石) 속에서 초우라늄원소를 찾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 운석 속에서 원자번호 108번의 원소를 발견했노라고 보고했다.

 

 

[] Nordenskiöld(1832~1901). 노르덴시욀드’, ‘노르덴쇨드’, ‘노르덴셸드로 표기한다.







10

 

 



* 102

 천문학자 허셀(S. F. W. Herschel, 1738~1822)이 발견한 천왕성(Uranus)[]의 이름에 연유해서 이 원소에는 우라늄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 허셜로 표기한다. 실질적으로 천왕성을 발견한 사람은 허셜과 그의 여동생 캐롤라인 허셜(Caroline Herschel)이다.









11

 

 



* 106

 1912년에 옥스퍼드 대학의 건터(E. Gunter, 1581~1626)[] 교수가 나폴리 근처에서 고대 로마의 유적을 발굴하여 놀랄 만큼 아름다운 유리 모자이크의 벽화를 발견했다. 2000년 전 유리의 색채는 전혀 색깔이 바래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 건터 교수의 출생연도와 사망연도가 잘못 적혀 있다







12

 

   




* 108

 지금까지 주기율표와 그 위대한 건축가에게 많은 찬사를 바쳐 왔으나, 이 건물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주기율표의 7(7주기)은 아직도 절반 정도 밖에는 이룩되지 않았다. 7층에는 32개의 방이 있을 터인데 현재는 18개 방밖에 완성되지 않았다.[] 더욱이 7층의 거주자는 어딘지 좀 달라서 정말로 거주하고 있는 것인지 어떤지를 알 수가 없다. 한마디로 말해서 이곳의 거주자들은 환상 같은 데가 있다.

 

 

[] 7주기(87~118)에 속한 총 32종 원소 모두 발견되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고 있던 당시에 발견된 7주기 원소는 총 18(87~104)이었다. 그래도 주기율표는 여전히 미완성 상태다. 현재 화학자들은 8주기 원소(119~164), 9주기 원소(165~172)를 찾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주기율표에 기입될 마지막 원소 번호는 164(9주기 원소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또는 172가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13

 

 

* 110

104번 원소인 크르차코붐[]의 반감기는 고작 0.3초이다.

 

 

[] 8번 주석의 쿠르차토븀과 러더포듐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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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6~117

 

 


 

[]

 

가리아 갈리아(Gallia)

 

루테늄(루테니아는 라틴어로 러시아를 말함) 소련이 해체되면서 루테니아(Ruthenia)라고 불리던 지역은 현재 우크라이나 영토가 되었다.

 

루테툼(파리의 옛 이름이 루테시아Lutetia라 불렸다) 루테시아가 아니라 루테티아.







15

 



 

* 127

 의학에는 의학 자체와 같을 만큼 오래된 독자적인 심벌이 있다. 술잔과 그 주위를 휘감고 있는 뱀이다.[]

 이것과 비슷한 심벌이 화학에도 있다. 그것은 자기 꼬리를 물고 있는 뱀이다.

 

 

[] 의학을 상징한 심벌은 지팡이와 뱀이 그려져 있다. 이 심벌은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Asklepios)의 지팡이와 죽은 생명을 살려내는 약초를 가져온 뱀에서 유래했다








전설에 따르면 아스클레피오스는 제우스(Zeus)의 번개를 맞아 죽은 글라우코스(Glaukos)를 치료하던 중, 병실에 들어온 뱀을 발견해 지팡이로 때려 죽였다. 잠시 후, 또 한 마리의 뱀이 약초를 입에 문 채 병실에 들어왔고, 그 약초를 죽은 뱀의 입 위에 올려놓았다. 약초의 효능 때문에 죽은 뱀이 살아났고, 아스클레피오스는 이 약초로 글라우코스를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아스클레피오스는 뱀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아 지팡이를 휘감고 있는 한 마리의 뱀을 자신의 심벌로 정했다고 한다.







의학을 상징한 또 하나의 심벌은 지팡이를 휘감고 있는 두 마리의 뱀이 그려진 것이다. 이 지팡이의 주인은 헤르메스(Hermes)이며, 명칭은 카두케우스(caduceus). 미국 육군 의무병 휘장에 카두케우스가 그려져 있는데, 이에 대해 학자들은 미 의무대가 심벌의 의미를 잘못 이해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야말로 의학을 상징한 심벌이라고 주장한다. 어쨌든 필자가 알고 있는 의학 심벌은 두 가지가 있는데, 두 가지 심벌 모두 술잔이 들어가 있지 않다. 뱀과 술잔이 들어간 의학 심벌이 실제로 있다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다. 아는 분이 계시면 알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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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0-12-10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 빵점.. ;;;;

cyrus 2020-12-10 16:59   좋아요 0 | URL
1점도 아까운 책입니다. 올해 서재의 달인이 되셔서 축하드립니다. ^^

박균호 2020-12-10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비판적인 리뷰 너무 좋습니다. 정성 스러운 글 잘 읽고 가요.

cyrus 2020-12-10 17:02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제가 지적한 것 중에 틀렸거나 정확하지 않은 것도 있을 수 있어요. ^^

2020-12-10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20-12-10 17:18   좋아요 1 | URL
글쎄요. 알라딘에 건의해보지 않고 판단하기에 이르지만, 알라딘은 팩트 체커 코너 운영에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알라딘 블로거 중심으로 팩트 체커 코너를 만든다면 알라딘을 통해 책을 판매하는 출판사들이 좋아할까요? 알라딘은 알라딘 회원이 좋아할만한, 그러니까 많이 팔릴 만한 책을 홍보하려고 하는데, 저 같은 사람이 그 책에 팩트 체커를 한다고 하면 알라딘 입장에선 난처할 거예요. 지금까지 저의 의견은 개인적인 생각이에요. 저는 알라딘 직원이 아니고 알라딘의 회사 운영 방침을 자세히 모르니까요.

‘이달의 마이 리뷰’ 당선작 중에 별점 1개, 2개를 받은 리뷰는 본 적이 없었어요. 악평을 쓴 리뷰가 당선작이 된 적이 있는데 제가 못 봤을 수 있어요. 하지만 여태까지 당선작 목록을 보면서 악평을 쓴 리뷰 당선적은 못 봤어요. 책을 비판적으로 평한 글은 ‘이달의 마이 페이퍼’ 당선작이 될 수 있어요. 어쨌든 리뷰를 쓰는 팩트 체커가 알라딘에 많이 활동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출판사, 저자, 역자들이 비판적인 리뷰에 좀 더 호의적으로 바라보고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올해 서재의 달인이 되셔서 축하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