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발머리 소녀 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2
오카모토 기도 외 지음, 신주혜 옮김 / 이상미디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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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오래된 물건에 정령이나 신(付喪神, 쓰쿠모가미)이 깃든다는 믿음이 있다. 그 물건은 언젠가 스스로 생명을 얻어 요괴나 마찬가지인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본 에도시대(江戸時代, 1603~1867년)에 나온 책과 화첩을 펼치면 요괴가 우르르 쏟아진다. 이런 나라이니 가는 곳마다 괴담이 들려온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가 않다. 여러 종류의 신을 믿는 일본인들답게 일본 각 지역에는 정말 많고 많은 귀신과 요괴, 전설과 괴담들이 존재한다. 이러한 문화적 풍토 때문인지 귀신이나 요괴가 등장하는 추리소설, 공포소설이 많다.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괴담을 소재로 다룬 문학 작품도 적지 않다.

 

‘고서점 주인 교고쿠도 시리즈’를 쓴 작가 교고쿠 나츠히코(京極夏彦)는 요괴 연구가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는 요괴 마니아다. 사실 교고쿠 나츠히코가 태어나기 훨씬 전에 요괴에 관심이 많은 작가가 활동한 적이 있었다. 그 작가가 바로 오카모토 기도(岡本綺堂)이다. 그는 괴담을 수집하면서 요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지게 되었고, 괴담과 요괴를 작품의 소재로 삼았다.

 

오카모토 기도의 대표작은 1917년에서 1937년까지 잡지에 연재(한차례 연재가 중단된 적이 있었음)《한시치 체포록》시리즈이다.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한 탐정소설이며 연재된 작품은 총 68편이다. 한시치는 범인 잡는 일을 하는 하급 경찰 관리이다. 그의 별명은 ‘에도시대의 숨은 셜록 홈즈’이다. 「오후미의 혼」은 한시치의 활약상이 처음 알려진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한시치는 매일 밤 무사의 아내와 딸 앞에 나타나는 여자 귀신 오후미의 실체를 밝혀낸다. 「단발머리 소녀」는 ‘단발 뱀’ 전설에서 시작된 기이한 저주에 관한 이야기다. 단발 뱀을 보면 3일 안에 죽는다고 한다. 단발 뱀을 본 사람들이 연달아 죽거나 중병을 앓게 되자 마을 사람들은 전설이 진짜였다고 생각한다. 한시치는 전설을 두려워하는 대중 심리 속에 감춰진 ‘죽음의 진실’을 파헤친다.

 

이상출판사‘일본 추리소설 시리즈’ 두 번째 책《단발머리 소녀》에 오카모토 기도의 작품 세 편이 수록되어 있다. 앞서 소개한 「오후미의 혼」과 「단발머리 소녀」, 그리고 불가사의한 괴담의 색채가 짙은  「맹인의 강」이다. 「단발머리 소녀」는 1935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번역본의 첫 번째 수록작은 《한시치 체포록》 시리즈 말기 작품에 해당하는 「단발머리 소녀」이고, 이 작품의 제목이 번역본 제목으로 정해졌다. 번역본 제목은 ‘단발머리 소녀’로 정하되, 원작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오후미의 혼」, 「단발머리 소녀」 순으로 배치했어야 했다.

 

 

사토 하루오(佐藤春夫)는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지만, 요코미조 세이시(横溝正史)와 에도가와 란포(江戸川乱歩) 등의 추리소설 작가에게 영향을 준 작품들을 남겼다. 번역본에 수록된 그의 작품은 총 다섯 편이다. 이 중에 ‘최고의 소설’과 ‘최악의 소설’을 각각 한편씩 고르라면, 나는 「무기력한 기록」과 「불의 침대」를 선택하겠다.

 

「무기력한 기록」은 한마디로 평가하면 ‘스고이(すごい)’다. 스고이는 대단하거나 굉장한 것을 보고 감탄할 때 쓰는 일본식 표현이다. 또 무서운 것을 봤을 때도 이 표현을 쓸 수 있다. 나는 「무기력한 기록」을 읽으면서 ‘대단한’ 디스토피아 소설을 알게 돼서 기뻤고, 한편으로는 이 소설에 묘사된 암울한 미래의 모습이 무섭게 느껴졌다. 「무기력한 기록」은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SF에 가깝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모든 인간이 철저히 ‘상류’와 ‘하류’, 두 가지 계급에 맞춰 살아가는 미래 사회이다. 지하 300m에 최하층 사람들이 사는 주택가가 있다. 상류 사회 사람들은 따사로운 햇볕과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는 지상에 살고 있다. 하류 사회 사람들은 상류 사회 사람들이 허락한 자선 데이(자선의 날)에만 지상에 올라가 고작 반나절 정도 산책할 수 있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통로는 나선형 계단, 딱 하나뿐인데 지상으로 오르다가 추락하여 죽은 사람이 부지기수다. ‘자선 데이’를 만끽하는 건 목숨을 담보로 하는 일이다. 지상에 오르는 데 성공한 하류 사람들은 상류 사람들의 실험 대상이 된다. 상류 사람들은 인구를 줄인다는 목적으로 하류 사람들을 식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시도한다. 「무기력한 기록」은 당대 계급사회에 대한 은유와 인간성이 사라진 미래사회의 모습을 암울한 상상력으로 담은 의미 있는 SF 단편소설이다.

 

「불의 침대」는 화자인 시인이 엽기적인 살인사건을 ‘어설프게 해결하는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고사리를 캔 노인은 자작나무에 양 발이 묶인 채 불에 타 죽은 나체의 여자 시신을 발견한다. 언론들은 이 끔찍한 사건에 주목했고, 사실과 전혀 거리가 먼 정보를 퍼뜨리면서 이 사건을 치정에 의한 살인사건으로 보도한다. 시인은 살인사건을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언론의 보도 방식에 못마땅해 한다. 그러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면서 사건을 재구성한다. 그는 피해자를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히스테리 여성’으로 가정한 다음, 피해자의 몸이 불에 타는 과정까지 상상한다.

 

 

  나는 더 이상 사실과는 상관없이 창작가의 의식과 의욕만 가지고 내 마음대로 공상의 날개를 펼친다.

 

  만약 그녀가 혐오스러운 체취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다고 하자. 그것을 잊기 위해 꽃을 가까이 했을지도 모른다. 그 체취 때문에 남편의 사랑도 얻지 못했다고 한다면 그녀는 남편을 원망하기보다는 오히려 스스로를 혐오하고 자신의 몸을 저주할 것이다. 어쩌면 이 불쾌한 악취가 사타구니에서 났을지도 모른다는 상상. 이는 불길이 변사체의 허리부분에서부터 사타구니, 대퇴부를 가장 강렬하게 태웠다는 사실을 보고 떠올린 공상이다. 가공의 히스테리녀의 자살 원인을 창작한다면 이런 식으로 정리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부득이한 사실의 기록이 아닌 이상 자연주의적 작풍은 좋아하지 않는다. 하물며 그것이 공상인 경우는 오죽하랴. 그래서 다시 한 번 공상의 날개를 시(詩)의 하늘로 펼쳐본다.

 

 그녀의 선조는 야쓰가타게 봉우리의 상카(山窩: 떠돌이 생활을 하며 특수 사회를 이루고 있던 사람들) 출신이고(시인의 공상은 이런 전설을 좋아한다), 그녀는 지금은 산촌이긴 하지만 보통 농촌의 근면하고 강건한 여자로서, 성격과 외모 모두 보통으로 자라났다. 그런데 결혼해서 다른 집에 들어가보니 인정과 풍습이 조화되지 않는 바가 있어 자타의 호의와 노력도 부부 금실이 나쁜 것을 어찌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들의 호의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면서 전쟁이라는 비상 상황과 격렬한 노동으로 이 고독감을 겨우 잊을 수 있었는데, 패전 후 국내에 만연한 허탈감과 불안이 그녀의 고독감을 복잡한 것으로 만들었다. 그녀는 극수면(極睡眠)을 생각하는 사람처럼 최근 특별한 원인도 없이 죽음을 동경하고 죽음을 위한 죽음을 생각하는 병적인 상태였다. 사후 사람들을 귀찮게 하지 않기 위해 자신을 죽이고 그 시체를 화장하자고 마음먹는다. 그녀는 아이들이 소꿉놀이를 하듯이 즐겁게 장작과 나뭇가지, 낙엽 등을 그러모아 쌓아올렸다. 그리고 화톳불 위에 몸을 눕히고 죽음의 침상을 준비했다. 화톳불 속에 불을 던져놓고 서서히 불길이 타오르는 것을 확인한 후 조용히 침상 위에 몸을 눕히고 느낌을 시험한 끝에 결국 안정감을 찾는다. 높은 산의 조용함과 따뜻한 봄의 온기에 감싸여 그녀의 마음은 평온해졌다. 귀에는 새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오고, 눈에는 멀리 봉우리들의 잔설이 보인다. 등 뒤에는 마치 정화작용과 같은 기분 좋고 통렬한 자극이 밀려오는 것을 특유의 오기로 참아내는 사이 영혼은 화창한 하늘을 방황하고 강한 졸음이 몰려온다. 이 상쾌함에 그녀는 빙그레 웃었다. 급작스레 황홀한 질식사의 순간에 다다른 것이다. 불은 타오를 대로 타올라 그녀를 태울 만큼 태우고 거의 잦아들었고, 시체는 희망하던 것에 비해 많은 부분을 남기고 불은 자연스레 꺼졌다.

 

 나는 변변치 못한 산문시(소설가 모리 오가이의 와카 초고에 있는 구절)를 읊은 것 같았다.

 

 

베어 쌓아둔 가슴속 땔나무를 한바탕 태운

모닥불 그 속에서 웃으며 죽었으면

 

 

 

(「불의 침대」, 208~210쪽)

 

 

 

아주 오래전부터 월경과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은 오염이 가능한 열등한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혐오스러운 체취’와 ‘사타구니에서 나는 불쾌한 악취’는 여성의 몸을 혐오하는 남성들의 관점에서 비롯되었다. 이런 부정적 인식이 오랜 시간 재생산되면서 남성은 손쉽게 여성을 자신들보다 아래에 있는 존재로 규정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여성은 월경이나 몸의 냄새를 감추려 하고, 청결하지 못할수록 자신을 혐오하게 된다. 시인은 여성이 죽기 직전에 황홀감을 느꼈을 거라고 상상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개소리’다. 분신(焚身)은 자살 방법 중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방법이다. 여성이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을 지나치게 미화하고, 여성의 신체를 극단적으로 물화(物化)시키려는 내러티브는 남성 중심의 왜곡된 판타지다. 일부 작가와 비평가들은 여성을 타자화하는 편협한 틀은 못 깨면서 그저 일탈적인 성을 다루는 게 파격과 혁명이라고 착각하곤 했다. 나는 파격을 가장한 문학의 성 착취를 보고 싶지 않다. 추리문학도 예외가 아니다. 추리소설은 ‘소설’의 한 장르이며 더 넓게 보면 ‘문학’에 포함된다. 여성, 여성의 신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주체로 보지 않는 문학 작품에 불편함을 느끼는 건 그것을 비판적으로 보기 위한, 의미 있는 불편함이다.

 

 

 

 

 

※ Trivia

 

* 책 앞날개에 오카모토 기도의 간지(한자) 이름이 잘못 적혀 있다. ‘奇(기이할 기)가 아니라 ‘綺(비단 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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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1-28 18: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타 이런 거 기똥차게 잡아내는 거 보면 천상 기곈데......

cyrus 2019-01-29 14:20   좋아요 0 | URL
‘현미경 리뷰’를 쓰다 보니 책을 읽을 때마다 오탈자 한 두 개 정도 찾게 되네요. ^^;;

2019-01-28 2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1-29 14:28   좋아요 0 | URL
네. 일본 문화에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을 뛰어넘는 것들이 많아요... ^^;;

psyche 2019-01-30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신을 황홀한 질식사라니.. 정말 헐 이군요. 그것보다 정말 cyrus 님은 인공지능 이신가요. 오타면 오타, 잘못된 지식, 이름 이런 거를 어찌 그렇게 잘 찾아내시는지요. 이름의 간지 틀린 거 까지 잡아내시다니!!

cyrus 2019-01-30 17:08   좋아요 0 | URL
옛날에 나온 소설들을 보면 정말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묘사가 많이 나옵니다. 그 때 그 시절에 당연하게 여긴 상식이라고 해도 잘못되었으면 비판해야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신기하게도 이번 달에 제가 읽은 책들 대부분은 오자가 한 두개 정도 있네요.. ^^;;
 
애서광들
옥타브 위잔 지음, 알베르 로비다 그림, 강주헌 옮김 / 북스토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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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하루 수백 권의 책들이 나오는 이 세상에 당신이 그 정도의 책만 가지고 있다면 ‘애서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애서가에게 책은 소중한 대상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애지중지 대하듯이 읽고 간직해야 한다. ‘책을 사랑하는 것’은 책 내용이나 책 읽는 행위를 좋아한다는 의미를 넘어 책이라는 사물 그 자체를 사랑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애서가와 애서광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둘 다 책에 과도하게 빠져 있다는 건 같지만, 이 두 단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보통 애서가는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책이나 작가를 보고 선택한다. 애서광은 그러한 목적이 없으며 구하기 힘든 희귀한 책들을 찾으려고 한다. 이를테면 저자 친필 사인이 있는 책이나 한정판, 초판본 등에 관심을 가지는 태도를 말한다. 또한 애서가는 자신이 좋다고 보는 책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싶어 하지만, 애서광은 책을 개인 수집품으로 여기고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려 들지 않는다.

 

《애서광들》은 책을 너무 사랑해서 황당한 행동이나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소설집이다. 총 열한 편의 단편소설이 채워져 있다. 이 소설집을 쓴 프랑스 출신의 작가 옥타브 위잔(Octave Uzanne)도 애서가이다. 그는 사드 후작(Marquis de Sade)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 등 작가들의 미발표 작품을 발굴해 세상에 널리 알리기도 했다. 이처럼 책을 사랑하고 모으는 것 자체도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 의미 있는 문화 활동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프랑스의 애서가가 묘사하는 애서광들은 ‘책의 노예’가 되거나 ‘책에 희생된’ 사람들이다.

 

《애서광들》에 나오는 여러 인물 중에 애서가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뮤즈 연감, 1789년』의 화자이다. 뮤즈 연감은 프랑스 18세기 중반부터 매년 발행된 시 전문 잡지다. 헌책방에 자주 드나드는 화자는 1789년 판 뮤즈 연감을 사들인다. 그는 이 책을 읽다가 그 안에 끼워져 있는 조그마한 종이봉투를 발견한다. 그 봉투 안에 1789년 판 뮤즈 연감의 전 주인 이름으로 추정되는 머리글자가 적혀 있다. 화자는 이 책의 주인이었던 18세기 인물이 누군지 조사하게 되고, 그와 결혼한 여인의 정체까지 밝혀낸다. 두 사람은 불행하게도 1789년 프랑스혁명에 휘말려 생이별을 한 연인이었다.

 

『시지스몽의 유산』은 《애서광들》 완역본이 나오기 전에 이미 두 차례나 번역된 적이 있는 단편[주1]이다. 프랑스의 작가이자 애서가인 에드몽 드 공쿠르(Edmond de Goncourt)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자신이 모은 수많은 책을 경매장에 보내라고 유언을 남겼다. 그는 다른 애서가들이 자신의 책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시지스몽은 무덤 안에 가지고 가지 못할 책들이 경쟁자인 애서가들의 손에 넘어가는 걸 원치 않았고, 자신의 사촌 엘레오노르에게 넘겨준다. 엘레오노르는 거대한 저택에 보관된 책들을 관리하는 주인이 된 것이다. 시지스몽이 살아있었을 때 그의 장서를 호시탐탐 노리던 경쟁자 중에 라울 기유마르로 포함되어 있다. 기유마르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파리의 유명한 애서광이다. 그는 시지스몽의 유산인 책들을 어떻게든 손에 넣기 위해 엘레오노르에 찾아가 애걸복걸한다. 기유마르가 자신보다 한참 어린 엘레오노르 앞에서 사정하는 모습은 ‘책에 빠진 바보’다운 면모이다. 엘레오노르는 책에 전혀 관심이 없고, 애서가들을 업신여기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녀는 ‘책을 싫어하는 악녀’‘늙고 못생긴 마녀’와 같은 모습으로 묘사된다. 시지스몽은 엘레오노르와 같은 여자를 ‘음란한 욕망을 가진 하와(Ḥawwāh: 아담의 아내)의 판본’이라고 무시한다.

 

 

 

[기유마르의 대리인] “이게 시지스몽 씨의 유언장 사본입니다. 나의 사촌 엘레오노르 스테파니 퓔셰리 시지스몽 양에게 이것 등등을 유증한다.”

 

[기유마르] “결혼하면 그 책들이 내 재산이 되니까, 엘레오노르 시지스몽 양과 결혼하는 겁니다!”

 

[기유마르의 대리인] “엘레오노르 시지스몽 양의 나이가 지금 58세입니다.”

 

[기유마르] “당신은 내가 성욕이나 풀려고 결혼을 계획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겁니까? 비난받아 마땅한 색욕! 육체를 탐하는 욕정! 음란한 욕망! …‥쳇! 여자라는 게 무엇입니까? 하와의 한 판본에 불과합니다.”

 

[기유마르의 대리인] “퐁투아즈행 기차가 몇 시에 있습니까? 당장 달려가서 내가 청혼한다고 알려주십시오.”

 

[기유마르의 대리인] “안 됩니다, 어림도 없습니다. …‥또 내가 엘레오노르를 봤습니다.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빼빼 마른 노파였습니다. 대패로 제대로 다듬지 않은 낡은 나무판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기유마르] “당장 출발하세요! 서둘러주세요!”

 

[기유마르의 대리인] “세월의 풍파에 쭈글쭈글해진 사과처럼 주름투성이였다고요! 괴물이 따로 없었습니다!”

 

[기유마르] “아 참, 그만하십시오!”

 

[기유마르의 대리인] “머리칼도 없어 가발을 썼고, 이빨도 다 빠져 틀니를 했습니다. 코도 매부리코였고, 뺨에 박힌 세 개의 사마귀에는 뻣뻣한 털들이 돋아 있더라고요…‥.”

 

 

(『시지스몽의 유산』, 55~57쪽)

 

 

 

18~19세기 남성들이 보기에 ‘책 읽는 여성’은 가부장제 사회 질서를 위협하는 위험한 존재들로 보였다. 그렇지만 여성들은 남성들의 손가락질에 아랑곳하지 않고 책을 펼쳤으며 빠른 속도로 책 속에서 현실 너머의 세상을 발견하게 된다. 똑똑한 여자를 두려워한 남자들 그리고 그들이 지배하는 사회 구조는 여자들이 애서가가 될 수 있는 사회적 · 경제적 여건을 만들지 못하게 했다. 『시지스몽의 유산』의 문제점은 ‘책 읽는 여성’이라는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는 데 있다.

 

『프랑스계 일본인 무사의 이야기』는 19세기 중반 프랑스에 유행하던 자포니슴(japonisme)[주2]이 반영된 소설이다. 라리브는 일본 서적을 수집하는 애서광이다. 일본에 푹 빠진 그는 프랑스 문화 및 예술이 일본에 영향을 주었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간 프랑스인의 후손으로 알려진 오가타 리쓰를 소개하기도 한다. 이 소설은 『시지스몽의 유산』 다음으로 나를 불편하게 만든 이야기다. 서양의 입장에서 동양을 제멋대로 바라보는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의 시각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라리브는 한 남자의 팔을 잡고 우리 쪽으로 잡아당겼다. 거스무레한 얼굴빛, 짧게 기른 검은 콧수염, 귀의 위쪽으로 당겨진 날카로운 눈…‥. 그는 일본인이었지만 완전한 일본인은 아니었다. 다시 말하면, 피부색이 노랗고, 체구가 작은 사람들, 유럽식 옷을 입은 원숭이를 닮은 사람들, 유럽 대도시의 일본인 시장에서 흔히 보던 사람들과 약간 달랐다.

 

 

(『프랑스계 일본인 무사의 이야기』, 113쪽)

 

 

『프랑스계 일본인 무사의 이야기』는 ‘긍정적(positive) 오리엔탈리즘’‘부정적(negative) 오리엔탈리즘'의 사례를 동시에 제공한다. 긍정적 오리엔탈리즘의 렌즈를 낀 유럽인들은 동양 문화를 서양 문화의 대안으로 인식하면서 과도하게 찬양한다. 앞서 언급한 자포니슴은 긍정적 오리엔탈리즘의 한 축으로, 일본을 미지의 세계 혹은 신비의 대상으로 본다. 반면 부정적 오리엔탈리즘의 렌즈를 끼게 되면 동양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 달라진다. 유럽인들의 눈에 비친 동양인은 야만적(“원숭이를 닮은 사람들”)이고, 열등한 외모(“귀의 위쪽으로 당겨진 날카로운 눈”)를 가진 존재이다.

 

『나폴레옹 1세의 수첩』나폴레옹 보나파르트(Napoleon Bonaparte)가 전시 중에 들고 다니던 수첩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가정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책의 종말』종이책이 사라진 미래의 모습을 그린 흥미진진한 이야기다. 이 소설에 언급되는 ‘스토리그라프(storygraphe)’는 저자의 목소리로 채워진 책이다. 미래의 독자는 이것을 언제든지 휴대하면서 들을 수 있다. 오늘날의 오디오북과 거의 비슷하다. 소설에 묘사된 종이책이 사라지게 될까 봐 불안해하는 19세기 유럽 애서가들의 모습, 그리고 종이책을 대체하는 새로운 형태의 책이 등장할 거로 예언하는 화자의 주장은 현실이 되었다. 『책의 종말』은 쥘 베른(Jules Verne)이 썼다고 하면 속아 넘어가서 믿을 정도로 책이 진화되는 현실과 가능성을 정확하게 반영한 공상 소설이다.

 

‘책은 인간의 운명을 뒤바꿔놓는다’라는 말이 있다. 책 읽기가 중요함을 일깨우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을 애서광들에게 적용한다면 그 의미는 180도 달라진다. 책을 어떻게 사랑하느냐에 따라 애서가는 애서광으로 운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책에 중독되고 ‘책의 노예’가 된 채 살아가게 된다. 애서가라고 생각하는 나는 《애서광들》을 ‘재미있는 책’이라고 말할 수 없다. 나도 언젠가는 ‘책의 노예’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주1] 《애서광 이야기》(범우사, 2004), 《애서 잔혹 이야기》(이모션북스, 2017)에 수록되어 있다.

 

[주2] 자포니슴은 프랑스어 발음이며 영어로 발음하면 ‘자포니즘(Japonis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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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4 17: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1-28 16:59   좋아요 1 | URL
일하면서 돈을 벌면 그나마 책 살 형편은 될 줄 알았는데, 역시 이상과 현실은 너무나도 달랐습니다... ㅎㅎㅎㅎ 현실적인 문제들을 생각하니 책을 많이 사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게 됩니다. 저비용으로 고효율 책을 사는 소비 방식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

레삭매냐 2019-01-24 17: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쩌면 우리는 이미 책 읽는 노예
가 아닐까요 ㅋㅋㅋ

책 읽는 여성의 이야기에서는 선구적
페미니즘의 향기가 나는 것 같습니다.

애서광보다는 애서가이고 싶으나,
현실계에서는 전자로 기우는 느낌이
듭니다. 책을 사고 또 한편으로는 팔아
치우는 역설적 인간의 모습이 바로
저네요.

cyrus 2019-01-28 17:04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책의 노예를 증명해주는 문서는 영수증인가요? ㅎㅎㅎㅎ
저도 가끔 필요한 책을 사고 싶으면, 가지고 있는 책을 팔 때가 있어요. ^^
 

 

 

지난주 토요일 새벽 2시에 일찍 일어나서 조선희 작가의 《세 여자》 2권을 읽었습니다. (새벽 2시에 《세 여자》 2권을 읽은 사2러스) 5시 조금 넘어서야 책을 다 읽었어요.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과 2권의 오자를 언급한 글 한 편 쓰고 나니까 7시가 지났습니다. 9시에 다시 잤습니다. 점심을 먹은 뒤에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조선희 작가의 북 토크 행사는 오후 5시 카페 ‘스몰토크’에서 진행됐습니다. 저는 그 날 행사 준비를 맡았기 때문에 오후 3시에 카페에 도착해야 했습니다. 점심시간 이후부터 오후 3시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대구역 기찻길 다리(‘대구역 굴다리’로 알려진 곳이죠) 밑에 있는 헌책방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책 두 권을 샀습니다.

 

 

 

 

 

 

 

 

 

 

 

 

 

 

 

 

 

 

* 조선희 《세 여자》 (한겨레출판, 2017)

 

 

 

스몰토크는 경상감영공원 바로 근처에 있습니다. 대구역에서 출발하여 경상감영공원까지 걸어서 가면 얼마 걸리지 않습니다. 저는 시간에 딱 맞춰 스몰토크에 도착했습니다. 북 토크에 총 27명(레드스타킹 멤버 포함)이 참석했습니다. 저는 27명이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나열했습니다. 다행히 의자는 모자라지 않았습니다.

 

 

 

 

 

 

 

북 토크에 특별한 손님이 오셨어요. 영화 <밀정>의 제작(공동 제작)과 기획에 참여한 이진숙 님입니다. 조선희 작가님과 같이 오셨어요.

 

 

 

 

 

 

 

 

 

조선희 작가님은 《세 여자》가 나온 이후로 48번이나 북 토크가 열렸다고 말했습니다. 작가님은 허정숙에 대한 내용을 썼을 때, 대리 만족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허정숙은 자유연애를 실천한 사회주의 독립 운동가였고, 네 차례나 이혼했습니다. 《세 여자》에서 허정숙은 다른 인물들보다 활동적으로 그려졌습니다. 반면 주세죽고명자를 묘사했을 때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인물들이라서 그들을 묘사하는 내내 슬펐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서 상상력에 의존해서 만든 장면이 많았다고 합니다.

 

주세죽과 고명자는 조선공산당 화요회 소속 동지인 박헌영김단야를 사랑하게 되어 부부가 됩니다. 그러나 이 네 사람은 조선공산당 내 파벌 싸움(화요회 대 북풍회)에 휘말리게 되고, 일제의 압박을 피하면서 좀 더 나은 사회주의 운동을 하기 위해 조선을 떠나 뿔뿔이 흩어지게 됩니다. 박헌영은 일제에 잡혀 서대문형무소에 갇혔고, 주세죽은 자신의 유일한 혈육인 딸 비비안나 박을 품에 안고 모스크바로 향합니다. 비비안나 박은 볼셰비키 정부가 세운 공동 탁아소에 맡겨집니다. 모스크바에서 홀몸으로 지내던 주세죽과 김단야는 서로 사랑에 빠져 부부로 지내게 됩니다. 주세죽은 김단야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지만, 두 사람 앞에 커다란 불행이 찾아왔습니다. 김단야는 일제를 도운 간첩으로 혐의를 받아 처형되었고, 주세죽은 카자흐스탄 수형소로 가게 됩니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두 번째 자식이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허정숙은 처음에 박헌영을 좋아했다가 역시 화요회 동지인 임원근을 만나 결혼합니다. 두 사람은 헤어지고, 허정숙은 북풍회 소속의 송봉우와 같이 살게 됩니다. 언론들은 허정숙의 스캔들에 관심이 많았고, 그녀는 ‘조선의 콜론타이(Kollantai: 러시아의 여성운동가, 혁명가)라는 별명을 가지게 됩니다. 작가님은 처음에 《세 여자》를 쓰면서 나온 원고의 분량이 3000매라고 말했습니다. 이 어마어마한 양의 원고를 줄이면서 내용도 줄어들게 되었는데, 특히 송봉우에 대한 내용을 가장 많이 줄였다고 했습니다. 해방 이후 허정숙은 김일성이 중심이 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초대 내각의 주요 인사로 등용되었습니다. 초대 내각 중 유일한 여성 정치가는 허정숙이었습니다.

 

작가님이 실제로 경험한 일인데요,《세 여자》가 출간된 이후에 작가님에게 한 통의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연락한 분은 고명자의 사촌 언니였다네요. 작가님은 이분을 직접 만나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고명자의 행적에 관해서 물어봤다고 합니다. 고명자의 사촌 언니는 조치원에 살고 있었고, 작가와 만난 지 한 달 뒤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세 여자》에는 허정숙, 주세죽, 고명자 이외에도 여성 독립 운동가들이 등장합니다. 작가님은 고명자와 함께 모스크바 대학에 유학을 하러 간 김명시김조이, 허정숙이 몸담은 조선여성동우회 소속의 정종명정칠성을 소개했습니다. 이 네사람은 소설에서 조연으로 나오지만, 작가님은 이 네 사람의 행적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독립운동에 뛰어든 ‘혁명하는 여성’의 계보를 언급하면서 차마리사, 조신성을 소개했습니다. 이 두 사람은 허정숙에 영향을 준 독립 운동가입니다. 작가님은 이들이 과부였음에도 사회의 따가운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주체적인 삶을 살았다고 말했습니다.

 

 

 

 

 

 

북 토크가 진행하는 도중에 ‘털보 아저씨’가 카페를 방문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 분이 카페에 자주 찾는 손님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털보 아저씨는 이진숙 님 옆에 앉아 작가님의 말씀에 경청했습니다.

 

북 토크가 끝난 뒤에 작가님과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스몰토크는 ‘단체 예약 모임’이 가능한 카페입니다. 그래서 이곳에 독서 모임뿐만 아니라 식사도 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카페에 음식을 가져오거나 주문하려면 카페의 주인인 ‘완 사장님’에게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 유시민, 정훈이 그림 《표현의 기술》 (생각의길, 2016)

 

 

 

늦게 들어온 털보 아저씨는 자연스럽게 조 작가님 옆에 앉아서 식사를 했습니다. 저는 저 분이 누군지 궁금했습니다. 털보 아저씨가 대화하는 도중에 담배 피러 밖에 나갔을 때 작가님은 저 분이 만화가 ‘정훈이’라고 알려줬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영화전문 주간지 <씨네21>을 절대로 모를 수 없을 것입니다. 정훈이 님은 <씨네21>에서 ‘정훈이 만화’를 연재하며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만화가입니다. 유시민 씨의 책 《표현의 기술》(생각의길) 일러스트는 정훈이 님이 그렸습니다. 예전에 저는 이 책을 읽은 적이 있어서 정훈이 님이 누군지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분을 실제로 뵙게 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조선희 작가님은 <씨네21> 초대 편집장으로 활동한 적이 있어서 오래전부터 정훈이 님과 알고 지낸 사이입니다. 작가님도 그렇고, 첫 번째 특별 손님과 두 번째 특별 손님 모두 ‘영화’와 관련된 분들이네요. 그렇지만 작가님은 《세 여자》가 드라마로 각색되는 걸 원한다고 밝히셨습니다. 어느 분(작가님이 말씀하신 것 같은데 우연히 들은 거라 누가 말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이 드라마 《세 여자》의 허정숙 또는 주세죽 역에 어울리는 배우로 ‘문소리’를 언급했습니다.

 

 

 

 

 

 

 

 

 

 

 

 

 

 

 

 

 

 

 

* [2월 레드스타킹 선정 도서]

낸시 프레이저, 리처드 로티, 주디스 버틀러, 아이리스 매리언 영 외,

이현재, 문현아, 박건 옮김 《불평등과 모욕을 넘어》 (그린비, 2016)

 

 

 

작가님과 이진숙 님, 정훈이 님이 먼저 자리에 일어났고, 레드스타킹 멤버들은 카페에 남아 다음 달 일정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다음 달에 읽어야 할 책도 어마어마합니다또 '아주 특별한 분'이 스몰토크에 찾아오셔서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강연자가 누군지 알 수 있는 힌트는 《불평등과 모욕을 넘어》에 있습니다.

 

 

 

 

※ 조선희 작가님이 북 토크 후기를 남겨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https://www.facebook.com/100000017776783/posts/232322803102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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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01-22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줄였을까? 고생해서 썼는데...
어쩐지 칼질했다는 느낌이 들었어.
3000장이면 4권쯤 되지 않을까? 아무리 페미니즘 문학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작품 나오기가 쉽지 않을텐데 말야.
근데 고명자 사촌 언니를 만나고 그분이 만난지 한 달만에
돌아가셨다니 좀 극적이다 싶기도 하다.
근데 누가 드라마로 만들까? 요즘 사극이 좀 주춤하잖아.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
이진숙 씨가 왔다니 가능하지 않을까?
암튼 좋은 시간이었겠구나.^^

cyrus 2019-01-23 18:42   좋아요 0 | URL
영화로 만들면 소설의 절반을 덜어내야 할걸요. 그러면 원작에 미치지 못한 졸작이 나올 가능성이 커요. 그래서 작가님은 드라마로 제작되기를 바라시더라고요. ^^

이진숙 님은 조선의용대 소속 장군으로 활약한 김명시의 삶을 그린 영화 제작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가제는 ‘전사의 시대’입니다.
 

 

 

어젯밤 열한 시에 눈을 붙이고, 오늘 새벽 두 시쯤에 일어나서 세 여자2을 한달음에 다 읽었다. 조선희 작가의 장편소설 세 여자1925년 여름, 단발 의식을 치르고 청계천 개울물에서 탁족을 하는 세 여인의 사진 한 장을 모티브로 시작한다. 사진 속 세 여인은 허정숙, 주세죽, 고명자.

    

 

 

 

 

 

 

 

 

 

 

 

 

 

* 조선희 세 여자(한겨레출판, 2017)

 

 

허정숙은 여성해방과 자유연애를 주장한 공산주의자로 중국으로 건너가 무장 항일운동에 참여했. 주세죽은 상해에서 공산주의자 박헌영을 만나 혼인을 하였고, 소설의 모티브가 된 사진을 세상에 알린 딸 비비안나 박을 낳았다. 고명자는 김단야의 연인이었으며 공산주의 운동과 친일 행적을 오가다 해방 후에는 여운형의 측근으로 활동했다.

 

소설은 오랫동안 잊힌 이 세 혁명가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또한 이 여성들을 중심으로 주변 남자들의 삶과 함께 1920년대에서 1950년대에 걸쳐 한국 근현대사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그녀들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선택했던 삶의 궤적들은 소설의 씨실이 되었고, 30여 년에 걸친 역사의 격랑들은 소설의 날실이 되어 촘촘하게 교차하고 넘나든다.

 

식민지 조선의 여성들은 고등교육을 받아 어느 정도의 지식과 교양 수준을 갖추고, 뛰어난 능력이 있어도 사회를 이루는 주체적 인간으로서 충분히 대우받지 못했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딸, 누구의 어머니로 더 대표됐으며 그녀들의 성취는 깊이 있게 평가받지 못했다. 특히 여성 혁명가들은 이중으로 소외를 당한 존재이다. 반공 이데올로기가 지배한 시대에 사회주의 계열 인사라는 이유로 철저히 외면받았고, 또 여자라는 이유로 조명받지 못했다. 세 여자는 소설이지만, ‘상상력의 승리가 만들어 낸 의미 있는 기록이다. 작가가 12년 동안 공들여 쌓아 올린 여성들의 서사이기도 하다.

    

 

새벽에 세 여자2권을 읽다가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대목을 발견했다.

 

 

 태평양전쟁 막바지에 이상한 친일 괴담류가 차고 넘치던 인사동 서점에서 이여성의 <조선복식고(朝鮮服飾考)>를 발견했을 때 명자는 청량한 한 줄기 바람을 쏘이는 기분이었다. 친일과 검열의 좁은 틈서리에서 <조선상고사>를 썼던 안재홍처럼 그도 역사에서 길을 찾았던 것이다.

 

(세 여자2, 119)

 

 

조선상고사(朝鮮上古史)단재 신채호1931년에 조선일보에 연재하기 시작한 글이다. 원래 신채호는 조선의 역사를 정리한 책을 쓰려고 생각했으나 그가 여순 감옥에 갇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글은 완성되지 못했다. 신문에 연재한 신채호의 글은 1948년에 단행본으로 나와 세상의 빛을 다시 보게 되었고, 고조선부터 백제 시대까지의 고대사를 다루고 있어서 조선상고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 신채호 조선상고사(비봉출판사, 2006)

* 안재홍 조선상고사감(우리역사연구재단, 2014)

    

 

 

신채호의 글이 연재될 당시 조선일보 사장은 안재홍이었다. 그는 1948년에 나온 조선상고사의 서문을 직접 썼다. 안재홍 역시 고대사를 연구했으며 신간화외 조선어학회 등과 관련된 독립운동 활동으로 여러 차례 옥고를 치르는 동안 고대사를 주제로 한 논문들을 썼는데, 그  논문을 모은 책이 바로 광복 이후인 1947, 1948년에 두 권으로 나온 조선상고사감(朝鮮上古史鑑)이다.

 

작가가 글을 쓰면서 조선상고사조선상고사감을 혼동했던 것 같다. 오늘 오후에 있을 북 토크가 끝나고 난 뒤에 작가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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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9-01-20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요한 발견을 하신 것 같군요. 잘못된 것은 바로 고쳐야지요.

cyrus 2019-01-21 18:57   좋아요 0 | URL
제가 읽은 책은 4쇄입니다. 확인해봐야겠지만, 4쇄 이후로 나온 책에서는 오류가 고쳐졌을 수도 있어요.

stella.K 2019-01-20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그런감...?
나도 읽기는 조선상고사감이라고 읽은 것 같은데...
그러면서 생각은 신채호의 책을 싶다는 생각했지.
헷갈리는 일이야.ㅋ

cyrus 2019-01-21 19:00   좋아요 0 | URL
토요일 북토크 때 작가님이 안재홍을 ‘조선상고사감을 쓴 독립운동가‘라고 정확하게 언급했어요. 책을 만든 편집자가 실수했을 수도 있어요. ^^;;
 
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 - 편집자는 후회한다 외 38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33
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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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셀 로버츠(Russell Roberts)가 쓴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애덤 스미스(Adam Smith)《도덕 감정론》을 알기 쉽게 풀어서 소개한 책이다. 저자는 애덤 스미스가 《도덕 감정론》을 통해서 말한 행복, 이타심, 정의 등의 개념을 설명하고, 이를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진부한 말이지만, 로버츠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려면 좋은 작가가 쓴 책들을 읽으라고 권한다. 당연하게도 그는 애덤 스미스의 책을 추천한다.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고 싶은가? 그럼 자세를 낮춰 아이와 대화해보자. 이메일을 확인하지 말고 배우자와 기분 좋게 데이트를 즐기자. 애덤 스미스 혹은 작가 제인 오스틴이나 P. G. 우드하우스의 책을 더 많이 읽자.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277쪽)

 

 

P. G. 우드하우스는 누구인가?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을 우리말로 옮긴 역자는 우드하우스가 누군지 알려주지 않았다. 숲에 있는 집, 아니면 재목을 보관하는 창고(Woodhouse)? 독특한 성(姓)이다. 여행지 숙박 시설 이름을 연상케 한다. P. G. 우드하우스는 아마 대부분의 국내 독자들에게 생소한 이름일 것이다. 전체 이름은 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Pelham Grenville Wodehouse)다. 그는 영국에서 태어난 작가다. 그가 주로 쓴 글은 통속적인 코미디 소설이다. 그가 쓴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지브스와 우스터(Jeeves and Wooster)’ 시리즈이다. 이 시리즈는 TV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로 영국인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받은 우드하우스의 대표작이다. ‘지브스와 우스터’ 시리즈의 성공에 힘입어 우드하우스는 ‘드론스 클럽(Drones Club)’ 시리즈, ‘유크리지(Ukridge)’ 시리즈 등을 연이어 발표하여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그는 다작 작가로도 유명한데, 세상을 떠날 때까지 2백여 편에 달하는 단편소설과 수십 편의 희곡 작품을 썼다.

 

 

 

 

 

《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는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선보인 작품 선집이다. ‘지브스와 우스터’ 시리즈를 포함한 총 39편의 단편소설이 수록되어 있다. 지금까지 나온 ‘현대문학 세계 단편 단편선’ 시리즈 중에 쪽수가 가장 많은 책이다. 놀라지 마시라. 1천 쪽이 넘는 책이다! 이 책이 나오기 전에 분량이 가장 많은 단편 선집은 총 964쪽의 《그레이엄 그린》이다. 《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를 직접 보면 정말 놀랄 거다. 말 그대로 ‘벽돌 책’이다. 이 책을 한 손에 들면 무게감이 조금 느껴진다.

 

『지브스와 우스터』는 덜렁이 귀족 버티 우스터(Bertie Wooster)와 그의 집사 지브스를 주인공으로 한 코미디 소설이다. 『지브스와 우스터』 시리즈의 이야기 전개 방식은 아주 단순하다. 이 작품에 묘사된 우스터의 모습은 한 마디로 표현하면, ‘호구(虎口)이다. 주변 사람들의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해서 본인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우스터는 일을 어설프게 처리해서 궁지에 몰릴 때마다 집사 지브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나는 위기 때마다 전적으로 그에게 의존하고, 그는 한 번도 날 실망시킨 적이 없다. 게다가 내 친구들이 어느 모로 보나 궁지에 빠졌을 때도 언제나 지브스가 나서 줄 것이라고 믿을 수 있다.

 

 

(『지브스와 하드보일드 공작』, 69쪽)

 

 

『지브스와 우스터』의 묘미는 귀족 주인과 집사로 대비되는 두 인물의 상하 관계를 재미있게 그리고 있는 점이다. 지브스는 주인을 돕는 조언자 역할로 나오지만, 사실상 이 시리즈의 진짜 주인공이다. 우스터는 서브 주인공(deuteragonist)이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을 전체적으로 보면, 복잡하게 꼬여버린 사건에 휘말린 우스터와 그 주변 인물들은 지브스가 알려준 대로 행동한다. 사건이 원만하게 해결되면서 이야기는 끝이 난다. 지브스는 조언자가 아니라, 이야기를 해피엔딩으로 이끄는 조종자이다. 이야기의 화자는 우스터지만, 그는 지브스가 시키는 대로 행동한다. 이러한 역전된 관계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전개 방식은 우스꽝스러운 귀족의 모습을 돋보이게 하면서 귀족 사회를 풍자하는 효과를 더욱 극대화한다.

 

우드하우스의 작품에 나오는 귀족들은 온실 속 화초처럼 순진하기 그지없다. 그들은 종종 위선적인 태도와 속물근성을 드러낼 때도 있지만, 그렇게 행동하는 것도 어설퍼 보인다. 그래서 우드하우스의 작품에서 묘사된 인물들은 현실과 거리가 먼 인물, 즉 ‘소설에 나올 법한 가공인물’이다. 개그와 코미디가 유발하는 웃음이 일회성이다. 코미디는 한번 물리고 나면 다시 통하지 않는다. 코미디 소설도 마찬가지다. 한때 큰 사랑을 받았던 재미난 이야기나 우스꽝스러운 작중 인물이라 할지라도 유통기한이 지나고 나면 독자들의 반응은 냉랭해질 수밖에 없다. 《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에 실린 작품들은 1910~30년대에 나온 이야기이다. 지금은 이미 우드하우스가 보여준 웃음의 수명이 다 한 지 오래다. 게다가 우리나라 독자들은 너무나도 오래된 ‘영국식 유머’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우드하우스의 소설을 처음 접해보거나 영국식 유머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은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디에서 웃어야 할지 분간이 잘 가지 않을 것이다. 예전부터 우드하우스의 『지브스와 우스터』에 관심이 있었던 독자인 나로서는 역자와 출판사(현대문학)가 우리나라에 덜 알려진 작가의 작품들을 소개해줘서 고맙긴 하지만("고마워요, 현대문학 출판사"[주]), 역자가 작품의 코믹한 분위기를 살리지 못해서 아쉽다. 내가 보기엔 문학 작품의 구절을 인용해서 재미있게 표현했거나 언어유희로 추정되는 몇 개의 문장이 보이던데, 그걸 주석을 달아 설명해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 ‘벽돌 책’을 읽는 건 독자 당신의 몫이다. 노파심에 말하지만, 39편의 소설 중에 재미있다고 느낄 법한 이야기는 많지 않다. 그러니까 이야기가 지루할 수 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절반쯤 읽다가 재미없어서 덮었다. 혹시 당신이 이 소설에 호기심을 느껴서 읽게 된다면 이 소설의 유머 코드가 당신의 취향에 맞길 바란다.

 

 

 

[주] ‘지브스와 우스터’ 시리즈 중 가장 유명한 단편집이 1934년에 발표한 <고마워, 지브스(Thank You, Jeeve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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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투스트라 2019-01-18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1000페이지... 그러나 이 글을 읽으니 읽고 싶다는 전투본능이 갑자기 생기네요 ㅋㅋㅋ

cyrus 2019-01-19 06:54   좋아요 0 | URL
저는 분명히 말했습니다. 오래된 이야기라서 지루할 수도 있다고요... ㅎㅎㅎ

카알벨루치 2019-01-18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벽돌이다 근데 벽돌을 사지 않고 빌려서 읽는 시루스님이 더 대단해 보입니다

cyrus 2019-01-19 06:58   좋아요 0 | URL
가격이 좀 비싼 ‘벽돌 책’을 사는 독자가 더 대단해요. 저는 새로 나온 ‘벽돌 책’을 사본 일이 거의 없어요. 알라딘 서점이나 헌책방에 파는 ‘벽돌 책’은 정가보다 조금 싸기 때문에 저는 주로 그런 책들을 사는 편입니다. ^^

목나무 2019-01-18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엄 그린도 읽다 중도포기 상태인데 ㅡ.ㅡ
벽돌책이라하니 헉하면서도 땡기는 이 마음은 뭘까나요. ㅋㅋ

cyrus 2019-01-19 07:04   좋아요 0 | URL
책이 상당히 두꺼워서 읽기가 조금 불편했어요. ^^;;

stella.K 2019-01-18 1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보니까 동서문화사 책들 생각난다.
저런 책이 두 권인 경우가 많잖아.
그래도 이건 단편모음이지 동서문화사 책들은 장편이야.
<장 크리스토프 1> 읽다가 일단 덮어둔 상태다.
그래도 장편이나 저런 두꺼운 책에 대한 로망이 있어.
난 가끔 펄벅의 <대지>를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그것도 장왕록 박사가 번역한 거. 웃기지?
결국 덮어버릴 거면서.ㅋ

cyrus 2019-01-19 07:06   좋아요 0 | URL
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공통의 심리가 있는 것 같아요. 두꺼운 책을 한 번 보고 싶은 호기심과 도전의식... ㅎㅎㅎㅎ

syo 2019-01-18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겔> 생각이 나는군요... 1000쪽.... 그것은 사람의 일이 아니라 하늘의 도움이 필요하던데요.

cyrus 2019-01-19 07:1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엄청난 분량의 책을 쓰는 것도 어느 정도 운이 따라줘야 해요. 책의 중간까지 쓰다가 피치 못할 사정에 의해서 마무리 못 짓고 중단되는 경우가 있거든요. 특히 작가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책을 완성되지 못한 경우는 정말 불행한 일이죠... ^^;;

보슬비 2019-01-18 2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옛날에는 벽돌책만 보면 소장하고 싶었는데, 요즘은 소장보다는 읽기 편한쪽으로 성향이 바뀌어서 다행인것 같아요. 이제 넘 두꺼우면 손목 아파요.....하지만 현대문학에서 출간되는 단편집들은 소장하고 싶긴해요.^^

cyrus 2019-01-19 07:11   좋아요 1 | URL
이번에 나온 <우드하우스>는 무게감이 느껴져서 들고 다니면서 읽을 만한 책은 아니었어요. ^^;;

2019-01-19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9-01-19 07:12   좋아요 0 | URL
책 읽다가 잠이 오면 바로 베개로 써도 됩니다.. ㅎㅎㅎㅎ

Falstaff 2019-03-14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통기간이 지난 유머, 그것도 영국식 유머라는 말씀, 백퍼 공감입니다.
저 역시 이 이유 때문에 구입을 안 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이제 생각에 말뚝 박았습니다. ^^;

cyrus 2019-03-15 16:36   좋아요 0 | URL
재미있다고 말할 수 없는 소설이라서 당분간은 이 책을 다시 읽을 기회는 없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