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새벽 2시에 일찍 일어나서 조선희 작가의 《세 여자》 2권을 읽었습니다. (새벽 2시에 《세 여자》 2권을 읽은 사2러스) 5시 조금 넘어서야 책을 다 읽었어요.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과 2권의 오자를 언급한 글 한 편 쓰고 나니까 7시가 지났습니다. 9시에 다시 잤습니다. 점심을 먹은 뒤에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조선희 작가의 북 토크 행사는 오후 5시 카페 ‘스몰토크’에서 진행됐습니다. 저는 그 날 행사 준비를 맡았기 때문에 오후 3시에 카페에 도착해야 했습니다. 점심시간 이후부터 오후 3시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서 대구역 기찻길 다리(‘대구역 굴다리’로 알려진 곳이죠) 밑에 있는 헌책방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책 두 권을 샀습니다.

 

 

 

 

 

 

 

 

 

 

 

 

 

 

 

 

 

 

* 조선희 《세 여자》 (한겨레출판, 2017)

 

 

 

스몰토크는 경상감영공원 바로 근처에 있습니다. 대구역에서 출발하여 경상감영공원까지 걸어서 가면 얼마 걸리지 않습니다. 저는 시간에 딱 맞춰 스몰토크에 도착했습니다. 북 토크에 총 27명(레드스타킹 멤버 포함)이 참석했습니다. 저는 27명이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나열했습니다. 다행히 의자는 모자라지 않았습니다.

 

 

 

 

 

 

 

북 토크에 특별한 손님이 오셨어요. 영화 <밀정>의 제작(공동 제작)과 기획에 참여한 이진숙 님입니다. 조선희 작가님과 같이 오셨어요.

 

 

 

 

 

 

 

 

 

조선희 작가님은 《세 여자》가 나온 이후로 48번이나 북 토크가 열렸다고 말했습니다. 작가님은 허정숙에 대한 내용을 썼을 때, 대리 만족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허정숙은 자유연애를 실천한 사회주의 독립 운동가였고, 네 차례나 이혼했습니다. 《세 여자》에서 허정숙은 다른 인물들보다 활동적으로 그려졌습니다. 반면 주세죽고명자를 묘사했을 때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인물들이라서 그들을 묘사하는 내내 슬펐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 사람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서 상상력에 의존해서 만든 장면이 많았다고 합니다.

 

주세죽과 고명자는 조선공산당 화요회 소속 동지인 박헌영김단야를 사랑하게 되어 부부가 됩니다. 그러나 이 네 사람은 조선공산당 내 파벌 싸움(화요회 대 북풍회)에 휘말리게 되고, 일제의 압박을 피하면서 좀 더 나은 사회주의 운동을 하기 위해 조선을 떠나 뿔뿔이 흩어지게 됩니다. 박헌영은 일제에 잡혀 서대문형무소에 갇혔고, 주세죽은 자신의 유일한 혈육인 딸 비비안나 박을 품에 안고 모스크바로 향합니다. 비비안나 박은 볼셰비키 정부가 세운 공동 탁아소에 맡겨집니다. 모스크바에서 홀몸으로 지내던 주세죽과 김단야는 서로 사랑에 빠져 부부로 지내게 됩니다. 주세죽은 김단야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지만, 두 사람 앞에 커다란 불행이 찾아왔습니다. 김단야는 일제를 도운 간첩으로 혐의를 받아 처형되었고, 주세죽은 카자흐스탄 수형소로 가게 됩니다. 엎친 데 겹친 격으로 두 번째 자식이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허정숙은 처음에 박헌영을 좋아했다가 역시 화요회 동지인 임원근을 만나 결혼합니다. 두 사람은 헤어지고, 허정숙은 북풍회 소속의 송봉우와 같이 살게 됩니다. 언론들은 허정숙의 스캔들에 관심이 많았고, 그녀는 ‘조선의 콜론타이(Kollantai: 러시아의 여성운동가, 혁명가)라는 별명을 가지게 됩니다. 작가님은 처음에 《세 여자》를 쓰면서 나온 원고의 분량이 3000매라고 말했습니다. 이 어마어마한 양의 원고를 줄이면서 내용도 줄어들게 되었는데, 특히 송봉우에 대한 내용을 가장 많이 줄였다고 했습니다. 해방 이후 허정숙은 김일성이 중심이 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초대 내각의 주요 인사로 등용되었습니다. 초대 내각 중 유일한 여성 정치가는 허정숙이었습니다.

 

작가님이 실제로 경험한 일인데요,《세 여자》가 출간된 이후에 작가님에게 한 통의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연락한 분은 고명자의 사촌 언니였다네요. 작가님은 이분을 직접 만나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고명자의 행적에 관해서 물어봤다고 합니다. 고명자의 사촌 언니는 조치원에 살고 있었고, 작가와 만난 지 한 달 뒤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세 여자》에는 허정숙, 주세죽, 고명자 이외에도 여성 독립 운동가들이 등장합니다. 작가님은 고명자와 함께 모스크바 대학에 유학을 하러 간 김명시김조이, 허정숙이 몸담은 조선여성동우회 소속의 정종명정칠성을 소개했습니다. 이 네사람은 소설에서 조연으로 나오지만, 작가님은 이 네 사람의 행적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독립운동에 뛰어든 ‘혁명하는 여성’의 계보를 언급하면서 차마리사, 조신성을 소개했습니다. 이 두 사람은 허정숙에 영향을 준 독립 운동가입니다. 작가님은 이들이 과부였음에도 사회의 따가운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주체적인 삶을 살았다고 말했습니다.

 

 

 

 

 

 

북 토크가 진행하는 도중에 ‘털보 아저씨’가 카페를 방문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 분이 카페에 자주 찾는 손님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털보 아저씨는 이진숙 님 옆에 앉아 작가님의 말씀에 경청했습니다.

 

북 토크가 끝난 뒤에 작가님과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스몰토크는 ‘단체 예약 모임’이 가능한 카페입니다. 그래서 이곳에 독서 모임뿐만 아니라 식사도 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카페에 음식을 가져오거나 주문하려면 카페의 주인인 ‘완 사장님’에게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

 

 

 

 

 

 

 

 

 

 

 

 

 

 

 

 

 

* 유시민, 정훈이 그림 《표현의 기술》 (생각의길, 2016)

 

 

 

늦게 들어온 털보 아저씨는 자연스럽게 조 작가님 옆에 앉아서 식사를 했습니다. 저는 저 분이 누군지 궁금했습니다. 털보 아저씨가 대화하는 도중에 담배 피러 밖에 나갔을 때 작가님은 저 분이 만화가 ‘정훈이’라고 알려줬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영화전문 주간지 <씨네21>을 절대로 모를 수 없을 것입니다. 정훈이 님은 <씨네21>에서 ‘정훈이 만화’를 연재하며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만화가입니다. 유시민 씨의 책 《표현의 기술》(생각의길) 일러스트는 정훈이 님이 그렸습니다. 예전에 저는 이 책을 읽은 적이 있어서 정훈이 님이 누군지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분을 실제로 뵙게 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조선희 작가님은 <씨네21> 초대 편집장으로 활동한 적이 있어서 오래전부터 정훈이 님과 알고 지낸 사이입니다. 작가님도 그렇고, 첫 번째 특별 손님과 두 번째 특별 손님 모두 ‘영화’와 관련된 분들이네요. 그렇지만 작가님은 《세 여자》가 드라마로 각색되는 걸 원한다고 밝히셨습니다. 어느 분(작가님이 말씀하신 것 같은데 우연히 들은 거라 누가 말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이 드라마 《세 여자》의 허정숙 또는 주세죽 역에 어울리는 배우로 ‘문소리’를 언급했습니다.

 

 

 

 

 

 

 

 

 

 

 

 

 

 

 

 

 

 

 

* [2월 레드스타킹 선정 도서]

낸시 프레이저, 리처드 로티, 주디스 버틀러, 아이리스 매리언 영 외,

이현재, 문현아, 박건 옮김 《불평등과 모욕을 넘어》 (그린비, 2016)

 

 

 

작가님과 이진숙 님, 정훈이 님이 먼저 자리에 일어났고, 레드스타킹 멤버들은 카페에 남아 다음 달 일정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다음 달에 읽어야 할 책도 어마어마합니다또 '아주 특별한 분'이 스몰토크에 찾아오셔서 강연을 할 예정입니다. 강연자가 누군지 알 수 있는 힌트는 《불평등과 모욕을 넘어》에 있습니다.

 

 

 

 

※ 조선희 작가님이 북 토크 후기를 남겨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https://www.facebook.com/100000017776783/posts/232322803102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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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01-22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줄였을까? 고생해서 썼는데...
어쩐지 칼질했다는 느낌이 들었어.
3000장이면 4권쯤 되지 않을까? 아무리 페미니즘 문학이라고는 하지만
이런 작품 나오기가 쉽지 않을텐데 말야.
근데 고명자 사촌 언니를 만나고 그분이 만난지 한 달만에
돌아가셨다니 좀 극적이다 싶기도 하다.
근데 누가 드라마로 만들까? 요즘 사극이 좀 주춤하잖아.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
이진숙 씨가 왔다니 가능하지 않을까?
암튼 좋은 시간이었겠구나.^^

cyrus 2019-01-23 18:42   좋아요 0 | URL
영화로 만들면 소설의 절반을 덜어내야 할걸요. 그러면 원작에 미치지 못한 졸작이 나올 가능성이 커요. 그래서 작가님은 드라마로 제작되기를 바라시더라고요. ^^

이진숙 님은 조선의용대 소속 장군으로 활약한 김명시의 삶을 그린 영화 제작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가제는 ‘전사의 시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