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을유문화사 출판사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기간은 많이 남아 있지 않지만, 500자 서평을 쓰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서

서평 세 편 이상은 거뜬이 쓸 수 있을 겁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15-10-23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23 2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yureka01 2015-10-23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근데 500자 서평이 더 어렵네요 우악~

cyrus 2015-10-23 21:27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요즘 서평 대회 자격이 글자 수 맞추는 건데, 의외로 어려워요. ^^;;

stella.K 2015-10-23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을유문화사가 좋은 출판사인 건 확실하다만 읽은 책이 없어
채워넣을 게 없네.
더구나 3명이라니 너무 작잖아. 설혹 있다고 해도 된다는 보장은
너무나 희박하구나.ㅠㅠ

cyrus 2015-10-23 21:28   좋아요 0 | URL
을유문화사가 서평 대회를 진행하는 건 처음 봤어요. 500자 제한이라서 써야할 지 말아야 할지 고민되네요. 짧게 쓰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워요.
 

 

 

 

 

 

 

올해 마지막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가 내일 출간된다. 시리즈 횟수로는 16차다. 내일 오전 11시부터 광화문 교보문고 매장, 온라인 교모문고 주문이 가능하고, 토요일부터는 전국 교보문고 매장에 판매된다. 권당 가격 2900원.

 

이번에 공개된 16차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 모두 ‘전쟁’과 관련되어 있다. 손무의 《손자병법》, 오기의 《오자병법》, 마키아벨리의 《전술론》, 앙리 바르뷔스의 《포화》다. 《손자병법》과 《오자병법》 모두 임용한 한국역사고전연구소 소장이 번역했다. 임용한 소장은 전쟁사 연구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졌다. 오래전부터 저술 활동을 활발히 보여주고 있는데, 그가 쓴 책의 종류가 대중을 위한 역사서부터 학술 전문서적까지 실로 다양하다. 올해 6월에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으로 《뇌물의 역사》(이야기가있는집)을 펴냈다. 전쟁과 경영을 접목하는 글을 많이 썼고, 최고 경영자들이 참석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강사로 나선 이력이 있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채널A <뉴스 와이드>의 ‘역사&정치’, ‘역사로 보는 이슈’ 패널로 출연했다. 《손자병법》과 《오자병법》은 오늘날에도 군사학도들이 반드시 필독해야 할 명저로 남아있다. 가장 뛰어난 두 권의 책을 함께 지칭해서 ‘손오병법’이라고 부른다. ‘손오병법’을 안 읽어도 손무와 오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손무가 중국 춘추시대 오나라 재상의 추천으로 오나라 왕 합려를 만나게 된다. 합려는 손무의 용병술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어서 손무에게 무기를 한 번도 잡지 못한 궁녀 180명을 직접 지휘할 수 있느냐고 제안을 한다. 손무는 합려의 애첩이나 다름없는 궁녀 두 명을 대장으로 삼아 훈련을 시키도록 했다. 얼떨결에 대장이 된 궁녀 두 명은 그저 웃기만 했을 뿐, 손무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그녀들은 손무의 지시를 왕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보여주기식 장난으로 여겼다. 손무는 궁녀 두 명이 군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 즉시 처형하도록 했다. 합려는 용서를 부탁했으나 손무는 군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은 장수의 책임이라며 처형을 시행했다. 궁녀 두 명을 새로운 대장으로 선출하여 훈련을 재개하자, 180명의 궁녀는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손무는 처벌만으로 군령을 바로 잡는 능력을 보여줬다.

 

오기는 중국 춘추시대 위나라 장군이다. ‘연저지인(吮疽之仁)’ 고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자신보다 한창 계급이 낮은 부하 병사가 종기를 앓자 오기가 직접 입으로 고름을 빨아냈다는 일화에서 유래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병사의 어머니는 대성통곡했다. 사람들은 영광스러운 일인데 우는 어머니의 모습에 의아했다. 왜 우느냐고 묻자, 병사의 어머니는 병사였던 자신 남편의 종기도 오기 장군이 빨아 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감동한 남편은 죽을 각오로 전쟁에 참천하다가 전사했다. 병사의 어머니는 자기 아들 또한 오기 장군을 위해서 전쟁터에 목숨을 바칠 정도로 싸울까봐 걱정되어 울었다. 오기는 부하를 극진히 사랑하는 장수를 상징하는 인물이 되었다. 이 고사는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데, 내가 군에 복무할 때 사용했던 수양록(군대 일기)에 이 일화를 볼 수 있었다.  

 

 

 

 

 

 

 

 

 

 

 

 

 

 

 

 

마키아벨리의 《전술론》은 대화 형식으로 서술된 책이다. 마키아벨리 생전에 나왔다. 이미 범우사에서 《군주론》과 함께 묶어서 처음으로 소개된 적이 있으나, 일부 내용만 번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초의 완역본은 2011년 스카이출판사에서 펴낸 것이다. 이 2011년 완역본을 개정해서 나온 책이 바로 올재 클래식스의 《전술론》이다. 당연히 역자는 동일 인물. 역자 이영남 씨는 군인 출신으로 마키아벨리 비전공자다. 걸프전에 참전했으며 합동참모본부, 제1사령부 등에 근무했다. 역자는 백마부대 포병연대장으로 근무한 적도 있는데, 백마부대 포병연대는 28연대, 29연대, 30연대, 사단연대 총 네 개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30연대 포병부대에 복무했다. 이름을 들어본 것 같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전역한 지 꽤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전술론》도 《군주론》, 《로마사 논고》와 함께 마키아벨리의 대표 저작으로 평가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독자서평이 단 한 편도 없다. (얼른 읽고 내가 먼저 써야지!) 동서문화사에서 《군주론. 정략론》을 펴낸 적이 있는데, ‘정략론’은 《로마사 논고》다. 마키아벨리가 쓴 책을 구입할 때 유사 제목을 주의할 것. 올재 클래식스 책의 활자는 상당히 작다. 그래서 활자를 작게 하는 인쇄 작업으로 두 권으로 나온 분량의 책을 단 한 권으로 만드는 기적(?)을 보여주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책이 루소의 《에밀》, 열 권짜리 《서유기》를 총 네 권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스카이출판사의 《전술론》은 정가 25000원에 총 408쪽이다. 올재 클래식스의 《전술론》은 정가 2900원에 쪽수는 272쪽이다. 스카이출판사의 《전술론》에 진지와 보병대대 전투대형을 기호로 표시한 부록이 실려 있는데, (부록까지 그대로 실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올재 클래식스의 《전술론》에서도 부록을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앞에서 소개된 세 권의 책보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것이 앙리 바르뷔스의 《포화》(Le feu)다. 앙리 바르뷔스는 초기에 당대 사회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을 남겨 1908년에 《지옥》(L'enfer)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1916년에 발표한《포화》는 자신의 제1차 세계대전 종군 체험을 토대로 쓴 작품으로 그해 공쿠르상을 받는 명예를 안았다. 이때부터 바르뷔스는 반전 운동에 힘썼다. 말년에 레닌의 사회주의 혁명에 관심을 가졌는데 세상을 떠나기 전에 레닌과 스탈린에 관한 책을 남겼다.

 

《지옥》은 흥미진진한 줄거리로 시작되면서도 제목처럼 전체적으로 배경과 상황이 어둡다.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의 삶에 염증을 느낀다. 그러다가 자신이 머문 하숙집 방에서 옆방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구멍을 발견한다. 이때부터 주인공은 옆방에 사는 손님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망에 품게 된다. 거의 외출을 하지 않을 정도로 강박적으로 옆방을 훔쳐본다. 주인공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그리 밝지만 않다. 그런데도 주인공은 소설의 화자가 되어 자신이 본 걸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인간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파격적인 작품이다. 콜린 윌슨은 자신의 출세작 《아웃사이더》에서 《지옥》의 주인공에서 ‘아웃사이더’의 전형적인 특징을 포착했고, 이 소설을 훗날 카뮈와 사르트르의 실존철학 등장을 예고하는 작품으로 평가했다.

 

《포화》는 1961년에 출간된 을유문화사 세계문학전집(총 100권으로 구성) 84번으로 처음 소개되었다. 이때 같이 수록된 작품이 역시 바르뷔스가 쓴 《광명》(Clarté, 1919년 작)이다. 역자는 한국불어불문학회장을 지낸 손석린 씨다. 올재 클래식스의 《포화》의 역자는 불문학 작품을 다수 번역했고, 수필집도 쓴 적 있는 故 정봉구 씨다. 올재 출판사가 고인의 번역본을 출간하는 거로 봐서는 정봉구 번역의 《포화》가 과거에 출간된 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며칠 동안 인터넷을 검색해봤지만, 번역본의 실체를 찾지 못했다. 출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내일 책을 주문해서 확인할 수밖에. 《광명》은 《지옥》, 《포화》와 함께 바르뷔스 대표 삼부작인데, 이 작품도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 그런데 작가의 인지도가 낮아서 재출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북다이제스터 2015-10-22 2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키아벨리가 <전술론>이란 책도 썼군요. 몰랐습니다. <군주론>만큼 재미 있나요?

cyrus 2015-10-23 15:35   좋아요 0 | URL
스카이출판사 번역본 앞부분만 읽어봤는데, 내용이 지루할 수 있습니다. ^^;;

AgalmA 2015-10-22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문에 (내가 먼저 써야지!)에서 빵ㅋㅋ 서재 사람들은 다들 공감할 듯 :)

저도 앙리 바르뷔스 기대되네요. <지옥> 좋아하는 소설이거든요!
궁녀 이야기들으니 `하버드 컴퓨터스` 생각납니다. 구두쇠 플레밍이 돈 아끼려고 자기 집안 청소부를 천체 사진 관리자로 고용ㅎ;; 그러나 그렇게 고용된 여성 속에서 위대한 천문학자가 나왔다는!

cyrus 2015-10-23 15:36   좋아요 0 | URL
막상 이렇게 생각해놓고 다른 책에 관심 가지면 잊어버리고 말아요. 사실 마키아벨리의 책보다는 바르뷔스의 소설이 더 궁금합니다. ^^

붉은돼지 2015-10-23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전에 cyrus 님 말씀대로 올재클래식 회원가입했더니 문자가 왔어요..
오늘 11시에 일단 인터넷 교보에서 구입해보고 매진되었으면 대구교보에서 구입할 생각입니다.^^

cyrus 2015-10-23 15:38   좋아요 0 | URL
번거로운 방식이지만, 저는 내일 매장에 가서 책을 사려고 합니다. 매장에 이 책을 사러 가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정오 넘어서도 재고가 있을 겁니다. ^^

stella.K 2015-10-23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재 클래식스는 교보문고에서만 파는 거였구나.
어쩐지 알라딘엔 검색이 안 된다 했더니.
그나저나 난 글씨가 작다고 별로 해당사항은 없을 것 같다.ㅋ

cyrus 2015-10-23 15:40   좋아요 0 | URL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 땐 알라딘에서도 판매했었는데, 늦게 책을 검색하면 재고가 없었어요. 알라딘 온라인 중고샵에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가 나오긴한데, 가격이 비싸요. 그냥 책이 나오는 날 바로 주문하는 것이 좋아요. ^^

제이 2015-10-23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올재중 포화 궁금했는데 글 잘 읽고가요 ^^

cyrus 2015-10-23 21:29   좋아요 0 | URL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yamoo 2015-10-28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그제 가서 사왔지요. 그리고서는 올재 서재로 직행...뜯어볼 수도 없이 직행..ㅋㅋ

boooo 2015-10-29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소식인데, 저는 너무 늦었네요. ㅠ
 

 

 

 

 

 

 

 

 

 

 

 

 

 

 

 

 

 

컬러 테라피는 각각의 색채가 지닌 고유한 스펙트럼을 이용해 건강과 성격 변화를 유도하는 대체의학의 한 분야이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푯말에 붉은색 글씨를 쓰거나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 녹색 칠판을 쓰는 등 기능적으로 색깔을 활용하는 사례는 예부터 존재했다. 색채치료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색깔을 이용해 질병을 치료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적극적인 치료 효과까지 염두에 두고 색깔을 활용하는 쪽으로 그 연구영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1980년대 교도소 내 폭력으로 골머리를 앓던 미국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색깔이 알기 위해 실험한 끝에 분홍색을 가장 편안한 색으로 꼽았다. 당시 회색이었던 교도소의 벽 색깔을 분홍색으로 바꾸자 놀랍게도 교도소 내 폭력사고가 눈에 띠게 줄었다고 한다. 분홍색은 자궁 내부의 색이어서 편안함과 안정감을 준다는 설명이다.

 

 

 

 

 

바실리 칸딘스키 「동심원들과 정사각형」 (1913년)

 

 

 

바실리 칸딘스키의 그림 「동심원들과 정사각형」을 보라. 빨간색 원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주황색, 노란색 등 난색이 많다. 《그림의 힘 1》(김선현 저, 에이트 포인트)에 이 그림의 효과가 소개된다. 책의 저자는 빨간색은 사람의 기분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체력이 떨어지면 이 칸딘스키의 그림을 벽에 붙여놓고 보라고 권한다. 저자의 말이 그럴싸하게 들린다. 이어서 저자는 빨간색의 효과를 증명해주는 실험 결과를 소개한다. 그리고 자신도 이와 유사한 실험을 시도해서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고 주장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의대의 실험에 따르면, 똑같은 정신병 치료약을 빨강색으로 코팅했더니 사람들이 흥분을 했고, 파란색이나 녹색으로 코팅했더니 진정 효과를 보였다고 합니다. 제가 한 관찰 실험 중에도 그런 결과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우선 유치원생 20명을 빨간색 방 어린이들은 육체 놀이에 집중하는 반면, 파란색 방 어린이들은 책을 읽는 등 정적인 활동을 많이 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그림의 힘 1》 중에서)

 

 

독자는 처음 이 글을 보는 순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인다. 대학이나 권위 있는 연구소가 주관하는 실험에서 나온 결과라면 누구나 다 믿게 된다. 여기에 저자가 자신 또한 그 실험의 결과를 확인했다고 강조하면 설득 있게 보인다. 한편으로 어떤 독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병원에 가면 환자들의 심신을 안정시키는 색채 치료실이 있는지 궁금해한다. 환자들이 많이 찾고, 최고급 의료기술이 있는 종합병원이라면 이런 색채 치료실 한두 개쯤은 마련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진짜로 있는지 확인하려면 수많은 종합병원에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는 방법이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성급한 결론으로 보일 수 있지만, 색채 치료실 효과를 인정하는 의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색채 치료실을 운영하는 병원이 나올 거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하지 않는다. 주류 의학자나 심리학자들은 컬러 테라피 효과를 회의적으로 생각한다. 약이 아니라도 약이라고 알고 먹으면 효과가 있는 위약효과(플라세보 효과) 정도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병원이 색채 치료실을 만들 이유가 없다. 색깔마다 오랜 시간을 거쳐 상징적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어도 특정 색의 치료 효과는 과학적 접근과 거리가 멀다. 

 

 

 

 

 

 

 

 

 

 

 

 

 

 

 

 

빨간색은 자연에서 접하는 불 또는 피의 이미지와 연관된다. 불은 따스함, 피는 생명 등으로 연결된다. 따스함은 열정으로 이어지고 빨간 스포츠카도 그런 이미지에서 연상된 것이다. 빨간색은 남성적인 색깔이다. 최초로 색채의 시각적 효과를 증명한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빨간색을 ‘색의 왕’이라고 했다. 실제로 빨간색은 남성 귀족, 남성 추기경이 많이 선호했다. 왕정 시대에 빨간색 염료가 너무나도 귀해서 귀족이나 왕족만이 빨간색 옷을 입을 수 있었다. 오래전부터 빨간색이 강력한 권력을 상징하는 의미로 알려지기도 했다. 왕 이외 사람들은 절대로 빨간 옷을 입을 수가 없었다.

 

 

 

 

 

필립 드 상파뉴 「리슐리외 추기경」 (1637년경)

 

 

지금은 누구나 빨간 옷을 입을 수가 있지만, 권력을 상징하는 빨간색의 의미는 아직도 남아 있다. 추기경의 주케토(Zuchetto, 머리 위에 쓰는 모자)는 빨간색이다. 권위를 상징하는 빨간색은 왕족만 어울리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 궁정화가 상파뉴는 루이 13세 통치 시절 재상을 지낸 리슐리외 추기경의 초상화를 제작했는데,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자의 자태를 보여주고 있다.

 

 

 

 

 

(위) 바이오맨 (아래) 후뢰시맨

 

 

 

8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낸 남자라면, ‘슈퍼 전대 시리즈’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국내에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작품이 우주특공대 바이오맨, 지구방위대 후뢰시맨 그리고 파워레인저가 있다. 역대 전대물 시리즈에서 나오는 대장은 공통으로 ‘레드’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빨간색 헬멧 슈트를 입고 변신한다. (예외가 있다. ‘전자전대 메가레인저’의 대장의 헬멧 슈트는 검은색, ‘미래전대 타임레인저’는 분홍색 헬멧 슈트를 착용하는 여성 대원이 대장이다) 역시 제일 앞장 서는 사람답게 ‘레드’는 늘 항상 다른 대원들보다 앞에 서고, <무한도전>의 유재석처럼 정중앙 자리를 고수한다. 그래서 남자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대원이 ‘레드’다. 레드가 ‘옐로’나 ‘핑크’ 같은 히로인보다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남자는 대장 역할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네다섯 명의 동네 아이들과 함께 전대물 시리즈를 흉내 내는 역할 놀이를 하게 되면, 서로 레드 역할을 하고 싶어 싸우기도 한다.

 

 

 

 

 

 

 

 

 

 

 

 

그렇지만 빨간색에 좋은 의미만 있는 건 아니다. 적극성과 열정처럼 긍정적인 힘을 상징하면서도 불처럼 공격성과 분노 같은 부정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신호등의 빨간색이나 축구의 레드카드는 각각 금지와 경고의 신호다. 빨간색을 부도덕한 색으로 여겨 금기하던 시대도 있었다. 중세에 ‘빨간 머리+여자’ 조합은 마녀로 여겼다. 너새니얼 호손의 소설 《주홍 글씨》에서 헤스터는 간통을 저질러 붉은색으로 된 ‘간통(Adultery)’의 첫 글자 ‘A’ 글씨를 가슴에 달고 다닌다. 진정한 셜록키언이라면 셜록 홈즈 시리즈에 나온 빨간색을 기억해야 한다. 셜록 홈즈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주홍색 연구》에 희생자가 죽어가면서 자신의 피로 벽에 ‘RACHE(독일어로 ‘복수’)’라는 글자를 새긴다. 《셜록 홈즈의 모험》 두 번째 수록작 <빨간 머리 연맹>에 나오는 악당의 머리 색깔은 붉은색이다. 《셜록 홈즈의 마지막 인사》 세 번째 수록작의 제목은 <붉은 원>이다. 소설에 언급되는 비밀 범죄 조직 이름이다. 쥘 르나르《홍당무》 주인공은 붉은 머리칼에 주근깨투성이인 탓에 ‘홍당무’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다. 그의 어머니는 홍당무를 문제아처럼 대하고, 형과 누나는 홍당무를 놀린다. 이로 인해 홍당무는 사춘기 기질을 드러내며 세상에 대한 분노를 느낀다.

 

무슨 색이 어떤 상징을 부여하는 공식은 획일화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특히 인터넷에서 다양하게 소개되는 색채 치료 방법과 효과 중에는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일상생활에서 색깔의 의미를 찾을 때는 상식에 집착하기보다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치유력에 지나치게 맹신하는 것도 좋지 않다. 심리적 만족을 얻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쌩 2015-10-20 2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빨간색은 누구나 입을 수 있지만
아무나 소화할수는 없다는~~점이 슬프네요.

AgalmA 2015-10-20 21:49   좋아요 1 | URL
대~한민국~~~ 붉은 악마의 위엄이란 것도(쿨럭;)...농담이었습니다;

cyrus 2015-10-22 20:38   좋아요 0 | URL
붉은악마 응원할 때 레드티 입으면 거리낌없는데, 평상시에 입는 붉은색 옷은 소화하기 힘들어요. ^^;;

AgalmA 2015-10-20 22: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편 블루의 역사에서 보면, 블루가 권위의 상징이던 시절도 있었죠. 파란 염료 탄생으로 성모마리아의 의상도 흰색에서 푸른색으로 바뀌죠. 이건 아직도 많이 남아 있죠. 고가이다 보니 종교계, 왕실이 또 독점. 푸른 염료의 독성으로 개천이 푸른 독 라떼가 됐다는 기록을 보며....인간 사회에선 색조차 참 순수하게 존재하기 어렵구나...했어요;

cyrus 2015-10-22 20:39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색채의 역사를 살펴보면 귀족들이 자신들 선호하는 색에 무조건 권위의 상징을 붙였어요.
 
첫사랑의 이름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8
아모스 오즈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 Soumchi (1978)

 

 

 

첫사랑.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는 세 글자다. 아득한 기억 저편에서 금세 하얀 뭉게구름이 하트 모양을 그리며 뭉실뭉실 피어오를 것만 같다. 첫사랑의 추억은 우리의 마음속에 남는다. 그것을 담아두는 저장고는 머리가 아니라 대개 가슴의 영역이다. 열병 같은 첫사랑의 기억도, 부질없어 보이던 청춘의 방황도 세월이라는 이름 속에 사라지는 것 같지만, 어느새 추억이라는 옷을 갈아입고 우리의 가슴 속에 잔잔하게 스며든다.

 

아모스 오즈의 《첫사랑의 이름》은 우리에게 잊힌 첫사랑의 추억을 다시 환기하는 소설이다. 평범한 소년과 소녀의 만남과 사랑, 그리고 갑작스러운 이별. 어쩌면 다소 작위적하고 통속적인 설정으로 비칠 수도 있었던 이 잔잔한 성장 소설이 외국 문학상 심사위원의 지지를 이토록 깊은 지지를 끌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삶의 진실이 문자로 명료하게 드러날 때, 그것을 읽는 독자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이 소설의 서늘한 힘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수줍은 첫사랑을 시작한 소년의 감정 변화를 생생하게 포착해내는 작가의 시선이 인상적이다.

 

책에 주인공 소년의 이름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그 대신, 동네 친구들이 그를 놀리기 위해 붙여준 별명이 이름을 대신한다. 소년이 별명을 얻게 된 사연이 독특하다. 지리 수업 시간에 소년은 선생님의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한다. 훌라 호수를 ‘숌히(Soumchi) 호수’라고도 부른다고 대답하자 선생님은 당황한다. 선생님은 탈무드에 훌라 호수의 또 다른 지명이 있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다. 교실의 아이들은 소년의 대답이 완전히 틀린 줄 알고, 크게 비웃는다. 이때부터 소년은 ‘숌히’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숌히가 좋아한 소녀 에스티는 전형적인 ‘츤데레’(마음속으로는 좋아하면서도 겉으로는 쌀쌀맞게 대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인터넷 은어) 스타일. 에스티는 숌히를 퉁명스럽게 대하지만, 숌히는 어떻게든 그녀의 관심을 얻으려고 노력한다.

 

숌히는 외삼촌으로부터 자전거를 생일 선물로 받는다. 좀처럼 받기 힘든 특별한 선물을 자랑하고픈 마음에 숌히는 아이들 앞에서 자전거를 탄 채 등장하지만, 아이들은 숌히의 자전거가 여성용이라고 놀린다. 자존심 제대로 상한 숌히는 자신을 동네북으로 여기는 이곳을 벗어나 저 멀리 아프리카의 잠베지 강으로 떠나려고 결심한다. 말 그대로 가출을 꿈꾼다. 하지만 여행의 동반자가 될 자전거를 부잣집 아들인 알도의 장난감 기차 세트와 바꾼다. 이번에 고엘 게르만스키라는 소년이 자신이 키우는 개를 숌히의 장난감 기차 세트와 맞바꾸자고 강압적으로 제안한다. 너무나도 순진한 숌히는 개가 족보가 있는 순종이라는 고엘의 말을 믿고, 장난감 기차 세트를 주는 대신에 개를 얻는다. 숌히는 뒤늦게 자신의 결정에 후회한다. 하루 동안 모든 걸 잃어버린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한탄한다. 그러다가 길에서 우연히 에스티의 아버지를 만난다. 에스티의 아버지는 친절하게 숌히는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다. 뜻밖의 행운! 숌히는 에스티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내심 기뻐한다. 운 좋게도 에스티의 방을 처음 구경하게 되고. 방에 그녀와 함께 있는 겹경사를 누린다. 이 만남을 계기로 숌히와 에스티는 다정하게 지내게 된다. 여기까지 숌히가 어린 시절에 겪은 첫사랑의 추억이다.

 

숌히는 뜻하지 않은 상황 덕분에 극적으로 에스티와의 만남이 성사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어른이 된 독자는 알고 있으리라. 운명이란 자기 뜻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제멋대로 흘러가는 것이라는 점을. 세상은 점점 변하고, 영원할 것 같은 우리 마음도 세월 따라 무심히 변한다. 숌히는 히말라야나 아프리카에 가면 시간이 그대로 멈춘 장소를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 세상의 변화를 순순히 인정하지 않는다. 숌히는 너무 이른 나이에 삶의 진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그는 나이를 먹게 된다.

 

이 소설의 에필로그 제목은 ‘끝이 좋으면 다 좋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작품(All's Well That Ends Well) 제목이기도 하다. 재미있게도 희곡의 여주인공 헬레나도 숌히처럼 외로운 존재에다가 짝사랑하는 상대가 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고아가 된 헬레나는 후견인의 집으로 들어가 살게 된다. 그녀는 후견인의 아들을 좋아하지만, 그는 헬레나에 관심이 없다. 가출한 숌히가 에스티의 집으로 초대받은 과정이 희곡의 줄거리와 비슷하다. 헬레나와 숌히는 사랑을 성취하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 시작되는 모든 사랑이 셰익스피어 희곡의 결말처럼 행복하게 끝맺지 못한다. 숌히가 에스티와 헤어지게 된 이유가 밝히지 않은 채 소설은 여운을 남기면서 끝난다. 수줍은 마음으로 에스티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숌히에게 삶은 그리 관대하지만은 않다. 에필로그 제목은 달콤하면서 씁쓸한 첫사랑의 추억을 의미하는 슬픈 반어 표현이다.

 

기억 속 앨범 한구석에 있는 첫사랑의 추억을 끄집어내면 멋쩍다. 인생을 살면서 절대 잊히지 않을 것 같은 장면들이 희미해지고 그렇게 우리는 남자 또는 여자로 성장해 간다. 진한 사랑 한번으로 평생 함께 살았으면 하는 바람들은 철없는 기대였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변하고 잊었다고 생각한 사람은 다시 기억으로 돌아온다. 녹음기에 담겨 있는 소리가 재생버튼을 누르면 언제라도 다시 들려오듯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절대의 탐구 (La Recherche de l'absolu, 1834년, <인간 희극> 제2부 철학 연구)

 

 

 

도스또예프스끼의 소설 《노름꾼》은 도박중독자의 심리를 뛰어나게 묘사한 명작이다. 이 소설은 바로 도스또예프스끼 자신의 얘기이기도 하다. 그는 한동안 도박에 빠져 파산지경에 이르렀고, 급기야는 앞으로 쓰게 될 작품을 담보로 선금을 받아 도박자금으로 썼다. 이 때 나온 소설이 《노름꾼》이다. 작가의 전 재산이랄 수 있는 문학혼을 걸고 도박자금을 융통한 거로 봐서 도스또예프스끼는 도박중독자임에 틀림없다.

 

도박 얘기에 ‘삼성 라이온즈’를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어제 삼성 라이온즈 야구단 주축 선수 3명이 해외 원정 불법 도박을 한 사실이 발각되었다. 나는 이승엽이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달성하고, 2002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지켜본 삼성 라이온즈 팬이다. 어제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너무 화가 난다. 도박 혐의로 의심받는 이 세 명의 선수가 이번 시즌 우승에 이바지를 했고, 올 시즌에 역대 최고 기록도 남겼다. 야구 경기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투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긴 이닝 동안 오래 던지면서 실점을 적게 허용하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제아무리 홈런을 뻥뻥 쳐주는 거포 타자들이 즐비한 팀이라도 선발이든 중간이든 투수가 공을 제대로 못 던져서 점수를 허용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세 명의 투수가 도박 혐의 사실이 인정되면, 그들은 ‘투수 노름’으로 인해 내년 선수 생활을 장담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엄청난 결과를 잘 알면서도 부동산, 카지노, 경마, 벤처 등 어떤 아이템이 ‘돈 된다’는 소문만 나면 앞뒤 재지 않고 정신없이 달려드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돈 놓고 돈 먹기’란 심정으로 부나방처럼 덤벼든다. ‘대박’을 쫓다가 그만 ‘쪽박’ 신세가 되어 패가망신한다. 오늘날에는 로또, 도박이 사람들에게 대박의 꿈을 부풀리는 위험한 놀이라면 과거에 황금이 귀했던 시절에는 연금술이 한탕주의식 풍조를 불러일으켰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부터 중세시대까지 유행한 연금술은 값싼 금속이나 돌 등을 금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시작되었다. 사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고, 자세한 비법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개는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구리, 주석, 납, 철의 4가지 합금을 만들어 비소나 수은의 증기를 쬐면 백색을 띤 ‘은의 형상’이 만들어지고 이때 금으로 만드는 씨앗의 역할을 하는 소량의 금을 촉매제로 첨가하면 일이 마무리된다. 오랜 세월 수많은 실험을 거쳤지만 역사상 연금술을 통해 금을 만드는데 성공했다는 연금술사는 아무도 없다. 그야말로 허황한 꿈이다. 연금술에 푹 빠져 재산을 탕진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그들의 무수한 시행착오가 오늘날 화학지식과 화학공업의 모태가 되었다. 그래도 허황한 일확천금의 꿈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게 한 연금술을 좋게 볼 수 없다. 연금술은 수없이 시도해봤자 ‘꽝’만 나오는 복권과 같다.

 

한탕주의식 풍조가 한 사람의 인생을 파멸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마저 힘들게 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소설이 바로 발자크의 《절대의 탐구》이다. 소설의 주인공 발타자르 클라스는 훌륭한 귀족 가문 출신의 남자다. 그는 화학 실험에 관심이 많다. 소설을 위해 꾸며낸 이야기이지만, 클라스는 프랑스의 유명한 화학자 라부아지에의 제자가 된 적이 있다. 어느 날 화학자이자 장교인 폴란드인 베르초프냐를 만나면서, 화학 실험에 열중하게 된다. 그가 이토록 실험에 집착하는 이유는 단 하나. 세상의 모든 물질을 단일한 ‘절대’ 원소로 만드는 것. ‘절대 원소’로 만드는 과정을 발견하면, 황금을 만드는 일은 식은 죽 먹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클라스는 허황한 진리를 믿으면서 자신의 방에 온종일 틀어박혀 실험에 몰두한다. 자신의 아내와 자식들을 거들떠보지 않고, 가세는 점점 기울어져 간다. 아내는 실험에 빠진 남편의 모습에 안타까워하며 예전 관계로 되돌리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부부의 사랑은 광적인 학문 탐구열을 이겨내지 못한다. 아내는 홀로 남편과 자식들 뒷바라지하다가 병을 앓아 세상을 떠나고 만다. 이제 아내의 역할은 고스란히 클라스의 딸 마르그리트가 맡게 된다. 아내가 죽은 뒤에도 클라스의 실험 정신은 갈수록 심해진다. 가족들 몰래 화학 실험 기구를 사는 바람에 빚이 늘어나게 된다. 클라스는 아내의 유산뿐만 아니라 딸이 물려받은 유산 일부를 빌리면서까지 화학 실험에 필요한 것들을 마구 사들인다. 이런 상황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던 마르그리트는 좀 더 강경한 자세로 나서서 아버지의 실험을 어떻게든 막으려고 노력한다. 

 

《절대의 탐구》는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의 소설인데도, 계속 읽어나가는 것이 벅차다. 발자크 특유의 장황한 묘사에 금세 집중력을 떨어뜨리지만, 무엇보다도 발타자르 클라스의 행동을 보는 내내 짜증이 일어난다. 사실 가정을 소홀히 하고, 말도 안 되는 실험에 집착한 클라스 같은 남편의 행동은 이혼 사유 감이다. 소설 후반부에 이를수록 클라스의 추태는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다. 딸이 돈을 빌려주지 않자, 징징대다가 자살 소동을 일으켜서 동정심을 유도하는 모습이 꼴불견이다. 언젠가는 절대 원소를 발견하면 즉시 돈을 갚겠다고 약속하는 모습도 보기 흉하다. 발타자르 클라스는 최악의 남편상, 최악의 아버지상을 동시에 갖춘 최악의 주인공이 되시겠다.

 

어떤 것에 중독된 사람들은 공통으로 손이 잘리면 발로라도 한다는 식으로 끝까지 집착하는 성향을 보인다. 상대방이 절제하라고 조언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좋게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에게 따진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데 왜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에 참견하느냐고 화를 낸다. 중독 증세가 심한 사람들은 자기가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고 있는지를 잘 모른다. 또한, 자신의 중독 증세가 심한 상태라는 것도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다. 《절대의 탐구》를 읽는 내내, 이번 주 월요일에 방영했던 TV 프로그램 ‘안녕하세요’가 생각났다. 하필이면 그 방송에 낚시에 재미 들인 아버지, 게임 중독 어머니 그리고 폭음하는 아버지의 사연이 소개되었다. 세 사람 다 중독의 원인은 달라도, 증세는 비슷했다. 자신을 측은하게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했다. 중독도 제대로 고치지 못하면 헤어나기 힘든 마음의 병이 된다. 집착할수록 자기 영혼뿐만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의 영혼마저 갉아먹는다.

 

 

 

 

 

※ 눈 뜨고 못 봐주는 오자

 

* 1912년 8월 하순 어느 일요일, 저녁기도가 끝난 뒤, 한 여인이 뜰을 향한 창문 앞 안락의자에 앉아 있었다. (297쪽) → 뜻밖의 타임머신

 

* 자신을 못생겼다고 수군대는 세상의 평판에 순종하는 젊은 처녀의 사랑을 잘 묘사하려면, 좋이 책 한 권은 필요하지 않을까? (307쪽) → 종이책? 그거 좋지!

 

* 발랄한 취주악의 팡파르에밖에 비유할 길 없는 효과를 내고 있는 빛의 범람 속에... (347쪽) → 여기에 함정이 있어!

 

* 클라스 부인이 천사를 그린 귀드 레니의 그림 앞에서 노신부를 불러세웠을 때... (380쪽) → 이탈리아의 바로크 화가 ‘Guido Reni’를 ‘귀도 레니’라고 쓰는 것이 맞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5-10-16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9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