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가 내일 출간된다. 시리즈 횟수로는 16차다. 내일 오전 11시부터 광화문 교보문고 매장, 온라인 교모문고 주문이 가능하고, 토요일부터는 전국 교보문고 매장에 판매된다. 권당 가격 2900원.
이번에 공개된 16차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 모두 ‘전쟁’과 관련되어 있다. 손무의 《손자병법》, 오기의 《오자병법》, 마키아벨리의 《전술론》, 앙리 바르뷔스의 《포화》다. 《손자병법》과 《오자병법》 모두 임용한 한국역사고전연구소 소장이 번역했다. 임용한 소장은 전쟁사 연구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졌다. 오래전부터 저술 활동을 활발히 보여주고 있는데, 그가 쓴 책의 종류가 대중을 위한 역사서부터 학술 전문서적까지 실로 다양하다. 올해 6월에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으로 《뇌물의 역사》(이야기가있는집)을 펴냈다. 전쟁과 경영을 접목하는 글을 많이 썼고, 최고 경영자들이 참석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강사로 나선 이력이 있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채널A <뉴스 와이드>의 ‘역사&정치’, ‘역사로 보는 이슈’ 패널로 출연했다. 《손자병법》과 《오자병법》은 오늘날에도 군사학도들이 반드시 필독해야 할 명저로 남아있다. 가장 뛰어난 두 권의 책을 함께 지칭해서 ‘손오병법’이라고 부른다. ‘손오병법’을 안 읽어도 손무와 오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손무가 중국 춘추시대 오나라 재상의 추천으로 오나라 왕 합려를 만나게 된다. 합려는 손무의 용병술이 어느 정도인지 알고 싶어서 손무에게 무기를 한 번도 잡지 못한 궁녀 180명을 직접 지휘할 수 있느냐고 제안을 한다. 손무는 합려의 애첩이나 다름없는 궁녀 두 명을 대장으로 삼아 훈련을 시키도록 했다. 얼떨결에 대장이 된 궁녀 두 명은 그저 웃기만 했을 뿐, 손무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그녀들은 손무의 지시를 왕을 즐겁게 해주기 위한 보여주기식 장난으로 여겼다. 손무는 궁녀 두 명이 군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 즉시 처형하도록 했다. 합려는 용서를 부탁했으나 손무는 군령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은 장수의 책임이라며 처형을 시행했다. 궁녀 두 명을 새로운 대장으로 선출하여 훈련을 재개하자, 180명의 궁녀는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 손무는 처벌만으로 군령을 바로 잡는 능력을 보여줬다.
오기는 중국 춘추시대 위나라 장군이다. ‘연저지인(吮疽之仁)’ 고사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자신보다 한창 계급이 낮은 부하 병사가 종기를 앓자 오기가 직접 입으로 고름을 빨아냈다는 일화에서 유래되었다. 이 소식을 들은 병사의 어머니는 대성통곡했다. 사람들은 영광스러운 일인데 우는 어머니의 모습에 의아했다. 왜 우느냐고 묻자, 병사의 어머니는 병사였던 자신 남편의 종기도 오기 장군이 빨아 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감동한 남편은 죽을 각오로 전쟁에 참천하다가 전사했다. 병사의 어머니는 자기 아들 또한 오기 장군을 위해서 전쟁터에 목숨을 바칠 정도로 싸울까봐 걱정되어 울었다. 오기는 부하를 극진히 사랑하는 장수를 상징하는 인물이 되었다. 이 고사는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데, 내가 군에 복무할 때 사용했던 수양록(군대 일기)에 이 일화를 볼 수 있었다.
마키아벨리의 《전술론》은 대화 형식으로 서술된 책이다. 마키아벨리 생전에 나왔다. 이미 범우사에서 《군주론》과 함께 묶어서 처음으로 소개된 적이 있으나, 일부 내용만 번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초의 완역본은 2011년 스카이출판사에서 펴낸 것이다. 이 2011년 완역본을 개정해서 나온 책이 바로 올재 클래식스의 《전술론》이다. 당연히 역자는 동일 인물. 역자 이영남 씨는 군인 출신으로 마키아벨리 비전공자다. 걸프전에 참전했으며 합동참모본부, 제1사령부 등에 근무했다. 역자는 백마부대 포병연대장으로 근무한 적도 있는데, 백마부대 포병연대는 28연대, 29연대, 30연대, 사단연대 총 네 개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30연대 포병부대에 복무했다. 이름을 들어본 것 같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전역한 지 꽤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전술론》도 《군주론》, 《로마사 논고》와 함께 마키아벨리의 대표 저작으로 평가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독자서평이 단 한 편도 없다. (얼른 읽고 내가 먼저 써야지!) 동서문화사에서 《군주론. 정략론》을 펴낸 적이 있는데, ‘정략론’은 《로마사 논고》다. 마키아벨리가 쓴 책을 구입할 때 유사 제목을 주의할 것. 올재 클래식스 책의 활자는 상당히 작다. 그래서 활자를 작게 하는 인쇄 작업으로 두 권으로 나온 분량의 책을 단 한 권으로 만드는 기적(?)을 보여주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책이 루소의 《에밀》, 열 권짜리 《서유기》를 총 네 권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스카이출판사의 《전술론》은 정가 25000원에 총 408쪽이다. 올재 클래식스의 《전술론》은 정가 2900원에 쪽수는 272쪽이다. 스카이출판사의 《전술론》에 진지와 보병대대 전투대형을 기호로 표시한 부록이 실려 있는데, (부록까지 그대로 실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올재 클래식스의 《전술론》에서도 부록을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앞에서 소개된 세 권의 책보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되는 것이 앙리 바르뷔스의 《포화》(Le feu)다. 앙리 바르뷔스는 초기에 당대 사회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을 남겨 1908년에 《지옥》(L'enfer)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1916년에 발표한《포화》는 자신의 제1차 세계대전 종군 체험을 토대로 쓴 작품으로 그해 공쿠르상을 받는 명예를 안았다. 이때부터 바르뷔스는 반전 운동에 힘썼다. 말년에 레닌의 사회주의 혁명에 관심을 가졌는데 세상을 떠나기 전에 레닌과 스탈린에 관한 책을 남겼다.
《지옥》은 흥미진진한 줄거리로 시작되면서도 제목처럼 전체적으로 배경과 상황이 어둡다.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의 삶에 염증을 느낀다. 그러다가 자신이 머문 하숙집 방에서 옆방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작은 구멍을 발견한다. 이때부터 주인공은 옆방에 사는 손님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망에 품게 된다. 거의 외출을 하지 않을 정도로 강박적으로 옆방을 훔쳐본다. 주인공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그리 밝지만 않다. 그런데도 주인공은 소설의 화자가 되어 자신이 본 걸 그대로 묘사하고 있다. 인간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파격적인 작품이다. 콜린 윌슨은 자신의 출세작 《아웃사이더》에서 《지옥》의 주인공에서 ‘아웃사이더’의 전형적인 특징을 포착했고, 이 소설을 훗날 카뮈와 사르트르의 실존철학 등장을 예고하는 작품으로 평가했다.
《포화》는 1961년에 출간된 을유문화사 세계문학전집(총 100권으로 구성) 84번으로 처음 소개되었다. 이때 같이 수록된 작품이 역시 바르뷔스가 쓴 《광명》(Clarté, 1919년 작)이다. 역자는 한국불어불문학회장을 지낸 손석린 씨다. 올재 클래식스의 《포화》의 역자는 불문학 작품을 다수 번역했고, 수필집도 쓴 적 있는 故 정봉구 씨다. 올재 출판사가 고인의 번역본을 출간하는 거로 봐서는 정봉구 번역의 《포화》가 과거에 출간된 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며칠 동안 인터넷을 검색해봤지만, 번역본의 실체를 찾지 못했다. 출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내일 책을 주문해서 확인할 수밖에. 《광명》은 《지옥》, 《포화》와 함께 바르뷔스 대표 삼부작인데, 이 작품도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 그런데 작가의 인지도가 낮아서 재출간될 가능성은 희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