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유레카(yureka01)님 블로그에 공개된 반성문을 보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저도 어제 박진성 시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상하게도 이 소식이 포털사이트 뉴스 메인에 많이 노출되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어제 기사를 못 봤거나 유레카님이 반성문을 공개하지 않았으면 사건의 진실을 영영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작년에 성폭력 혐의를 받은 박 시인은 1년 간 법정 분쟁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박 시인의 무혐의 처분 소식을 전달한 뉴스가 그리 많지 않았어요. 시간이 지나면 취재 대상에 대한 관심을 접고, 또 다른 먹잇감을 노리는 언론인들, 또 후속 기사를 내지 않는 언론인들. 그들의 잘못이 크지만, ‘약자(弱者)’악자(惡者)’라고 판단하여 돌을 던져 놓고도 관심을 잊은 익명의 군중도 책임이 있습니다. 제가 박 시인에게 돌을 던졌던 익명의 군중에 속했던 사람입니다. 오늘 유레카님의 반성문을 읽으면서 사실 검증을 하지 않은 다수 여론에 편승하여 돌을 던진 제 행동이 부끄러웠습니다.

 

알라딘 서재는 폐쇄적인 커뮤니티입니다. 이렇다 보니 올바르지 못한 편견은 쉽게 공개되고 삭제(혹은 비공개)되지 않는 이상, 오랫동안 전시됩니다. 또 커뮤니티 안에 형성된 다수 여론에 크게 휩쓸리기 쉽습니다. 다수 여론 분위기에 익숙하게 되면, 개인은 다수 여론에 적합한 기준에 따라 특정 인물을 평가하게 됩니다. 다수 여론이 커뮤니티 전체를 지배하는 분위기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지만, 위험 신호를 알아차리기가 힘듭니다. 위험 신호를 감지한 사람은 소신 있게 다수 여론의 문제점을 비판합니다. 그러나 비판할 용기가 부족하고, 자신의 발언에 대한 후폭풍이 두려우면 끝내 침묵하게 됩니다.

 

우리 주변에 관심거리가 아주 많습니다. 그래서 어떤 것에 관심을 가져도 새로운 관심거리가 등장하기 때문에 기존의 것에 금방 흥미를 잃어버립니다. 또 인간은 망각의 동물입니다. 좋은 거든 나쁜 거든 자신이 상대방에게 했던 언행을 까맣게 잊어버립니다. 시간이 지나면 제가 저지른 잘못은 잊힙니다. ‘지저분한 잘못은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에 씻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 잘못으로 인해 (간접적/직접적) 피해를 본 당사자는 죽을 때까지 고통의 시간 속에 지내야 합니다. 그들에게 시간은 이 아니라 입니다. 피해자가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남몰래 잘못을 숨기는 일은 비겁한 짓입니다. 따라서 저도 유레카님처럼 반성문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제 잘못을 공개한 게시물이나 댓글은 웬만하면 삭제하지 않습니다. 알라딘이 망하거나 제 서재 블로그가 완전히 폐쇄되지 않는다면 이 반성문을 끝까지 보관할 생각입니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7-12-04 16: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2-05 11:16   좋아요 0 | URL
‘반성’도 독행일치를 실천하는 태도라고 생각해요. 사소한 잘못도 이게 왜 잘못된 것인지 짚고 넘어가야 해요. 상대방이 지적하지 못한 잘못은 자신이 스스로 살펴봐야 합니다. 그냥 놔두면 ‘고정관념’이 됩니다.

2017-12-04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04 1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2-05 11:07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답글이 늦었습니다.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제 견해를 밝히고 싶었습니다. 답글을 ‘비밀’로 할 것인지, 아니면 공개할 것인지 고민했습니다. 제 블로그에 비밀 댓글이 많이 달리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어떤 대화를 나누든지 간에 투명성 있게 대화를 나누고 싶었어요. 소신 있게 제 입장을 밝히겠습니다. ***님의 의견들을 일일이 확인했습니다. 저도 박진성 시인 관련 사건에 대한 언론 자료를 더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상세한 답변을 하지 못한 내용 몇 개가 있을 거예요. ***님의 의견을 회피하거나 무시하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여전히 제가 모르는 것이 많고, 제대로 확인하고 나서 답변을 정리하고 싶습니다만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1. 시인이 ‘자살하겠다’면서 협박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알고 있습니다. 시인의 언행은 잘못됐고, 가벼운 농담으로 볼 수 없습니다.

2. 정말로 그런 목적으로 자살을 시도했다면 비판받아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저는 시인이 자신의 억울한 상황이 답답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봤습니다.

3. 시인이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제기한 피해호소인 A는 무고죄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고, 또 다른 B는 허위 글 작성으로 명예훼손죄로 인정됐습니다. 지금까지 내용은 언론에 보도된 것들입니다. ‘그들이 없는 사실을 지어낸 것이 아니다’고 볼 수 있을까요?

4. 박 시인이 송 시인을 고소했다는 내용이 보도된 기사가 딱 한 건 있군요. 올해 1월 24일에 한겨레가 보도했습니다. 검색해야만 찾을 수 있는 기사입니다. 송 시인이 자신의 트위터에 박 시인의 자살 시도를 비꼬는 발언을 했습니다. 그게 ‘비판’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송 시인의 반응이 지나쳤습니다. 송 시인의 문제 발언은 무조건 악의적으로 공격하는 안티페미니스트들의 성격상 집중 공격을 받을 만했어요. 박 시인 무혐의 처분 판결 이후로 안티페미니즘 여론이 커진 건 사실입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 확산되는 건 아닌지 걱정됩니다. 안티페미니스트들은 박 시인을 ‘페미니스트들에게 억압받는 남성들’을 대변하기 위해 희생한 영웅 급으로 미화할 수 있어요. 그건 정말 잘못된 생각입니다. 오히려 박 시인을 두 번 죽이는 일입니다. 앞서 3번 답변에 언급했지만, 박 시인은 안티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를 높이려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닐 겁니다.

5. 성범죄 가해자가 마음만 먹으면 피해자의 고소를 허위 고소로 몰아세울 수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 더 논의하고 싶지만, 솔직히 제가 법학 관련 지식에 빈약해서 제 입장을 밝힐 수가 없었습니다. 너그러이 이해해주길 바랍니다.

6. 제 반성문에 언급된 ‘익명의 군중들’이 ‘문단 내 성폭력 공론화를 주도한 페미니스트’를 의미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독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는 표현을 썼군요. 저는 사실 확인도 없이 다수 여론에 동참하는 일반 대중의 반응을 비판했습니다.

***님의 의견에 일일이 답변해드리지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최대한 ‘가짜 뉴스’와 ‘선동’을 피하면서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알아보려고 노력해봤지만,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고, 무엇이 사실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박 시인 사건을 기점으로 안티페미니스트의 역풍이 더욱 거세질 것입니다. 이 분위기를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막막합니다.

2017-12-04 2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sprenown 2017-12-04 2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사를 보지 못해 박진성 시인 사건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이렇게 떳떳하게 반성문을 게재하는 것도 용기입니다. 자신의 잘못과 오판에 대해 반성하고, 성찰하는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꼰대같은 얘기지만 너무 자책 하지 마시고, 저도 그렇지만 좀 더 신중하고, 비판적인 안목과 시각이 필요하리라 봅니다.

cyrus 2017-12-05 11:25   좋아요 1 | URL
SNS나 블로그에 정치 및 사회적 현황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떳떳이 밝히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그런데 문제는 이런 사람들이 편견이나 다수 여론에 쉽게 빠져들어요. 또 식견이 있는 ‘전문가’처럼 행세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어제 제 글쓰기를 ‘딜레탕트’, ‘스노비즘’이라고 언급한 거 기억하시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만에 빠지면 글의 문제점을 보지 못해요. 언론 보도를 인용하는 글쓰기를 자제할 생각입니다. 그냥 리뷰나 열심히 써야겠어요. ^^;;

sprenown 2017-12-04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전에 인터넷 검색을 해서 기사를 찾아보니 박시인이 얼마나 억울했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리트윗 1000이면 그게 학설이 됩니다. 트위터에서 리트윗 2000이면 그게 기사가 됩니다. 트위터에서 리트윗 3000이면 그게 진실이 됩니다.” 이게 언론과 SNS의 폐해라는 생각이 듭니다. 냄비근성....

sprenown 2017-12-05 1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경험하시는 것 같네요..너무 의기소침하지 마시고, 앞으로도 깊이 있고, 알찬 리뷰 기대할게요^^.

cyrus 2017-12-05 11:40   좋아요 0 | URL
‘좋은 경험(잘못을 저지르고, 혼자 반성하는 루트 반복)‘이 많아져서 문제입니다. 이러면 반성의 진정성이 떨어지거든요.. ^^;;

sprenown 2017-12-05 1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반성문을 진심을 담아 공개하는데 진정성이 떨어지겠어요? 더 심한 욕을 하고, 무책임하게 비난하였던 자들은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는데..다들 그 마음 알거예요.. 좋은 하루 되시길.^^.!
 

 

 

학명(Scientific Name)은 만국공용어에 해당하는 생물 이름이다. 인간의 학명은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 생물 종의 학명을 붙일 경우 이명법(二名法)을 따른다. 라틴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속명(genus)과 종명(species)을 조합하는 방식이다. 학명의 ‘Homo’는 속명이고, 학명의 뒤에 오는 것이 종명이다. 속명의 첫 글자는 대문자, 종명의 첫 글자는 소문자로 표기한다.

 

 

 

 

 

 

 

 

 

 

 

 

 

 

 

 

 

 

* 유발 하라리 호모 데우스(김영사, 2017)

 

 

 

올해 국내에 출간된 유발 하라리(Yuval Harari)의 저서 제목은 호모 데우스. 번역본을 펴낸 출판사는 호모 데우스‘Homo Deus’로 표기했다. , 그렇다면 이 단어 표기는 맞는 것일까, 틀린 것일까?

 

학명 명명법에 따르면 ‘Homo Deus’는 틀린 표기다. (god)을 뜻하는 라틴어 ‘Deus’는 종명이다. 종명의 첫 글자를 소문자로 표기하는 방식을 따르면 ‘Homo deus’라고 써야 한다.

 

지금까지 알라딘에서 제목 표기를 날카롭게 지적한 리뷰를 두 편 봤다. 옳은 지적이다. 처음에 나는 그 의견에 동의했다. 그런데 ‘Homo Deus’가 틀렸다고 할 수 없다.

 

 

 

 

* ‘Homo Deus’가 틀렸다고 할 수 없는 이유 1 :

호모 데우스원서명은 ‘Homo Deus’.

 

 

 

 

 

 

 

라틴어 표기가 틀렸다고 해서 번역본을 만든 김영사가 잘못된 것일까? 그러한 문제 제기는 김영사 출판사 입장에선 억울하다. 원서를 펴낸 출판사에 라틴어 표기 문제를 따져야 한다. 아니면 호모 데우스를 처음으로 만든 유발 하라리에게 따지든가.

 

 

 

 

* ‘Homo Deus’가 틀렸다고 할 수 없는 이유 2 :

‘Homo Deus’는 정식 학명이 아니다.

 

‘Homo Deus’는 학명의 속명(Homo)‘Dues’를 결합한 합성어. ‘Homo Deus’는 유발 하라리가 만든 학명이 아니라 신조어. 학명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국제 명명규약을 따른다면 ‘Homo Deus’ 표기는 틀렸다. 그렇지만 ‘Homo Deus’는 명명규약을 따를 필요 없는 신조어이며 정식 학명으로 등록되지 않았다. 호모 데우스는 학명이 아닌데, 학명 명명법대로 표기할 필요가 있을까?

 

 

 

 

* ‘Homo Deus’가 틀렸다고 할 수 없는 이유 3 :

‘Homo Deus’는 하라리가 의도한 ‘Deus Homo’의 패러디일 가능성이 있다.

 

 

 

 

 

 

 

 

 

 

 

 

 

 

 

 

 

 

 

 

 

가톨릭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는 가톨릭에 관한 모든 것(가톨릭대학교출판부, 2007)‘Deus Homo’을 설명한 항목이 있다. ‘Deus Homo’예수를 가리키는 라틴어다. 예수는 (Deus)과 인간(Homo)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 신인(神人)이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볼 때 ‘Homo Deus’신이 된 인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예수가 신이 된 인간인지 아니면 인간이 된 신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여기까지 파고들면 글이 엉뚱한 방향으로 향할 수 있으니 이 문제는 제쳐 두자. 예수를 신이 된 인간으로 본다면 ‘Deus Homo’‘Homo Deus’는 표현상 같은 의미다. 그러나 하라리가 만든 ‘Homo Deus’의 진짜 의미(정보와 데이터를 숭배하는 미래의 인류, 호모 사피엔스의 능력을 초월한 인류)를 생각한다면 가톨릭 용어와 무조건 같다고 하면 안 된다. 본질적으로 의미가 같은 두 단어는 서로 다른 갈래에서 설명해야 한다.

 

 

 

 

 

 

 

 

 

 

 

 

 

 

 

 

 

 

*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김영사, 2015)

    

 

 

나는 하라리가 ‘Deus Homo’에 착안해서 책 제목을 정했을 거로 생각한다. 하라리의 주장에 따르면 종교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의미 있는 발명이라고 했다. 인간이 인본주의를 지향하기 전에는 종교에 의지했고, 자신들이 창조한 (Deus Homo)’을 숭배했다. 호모 데우스는 신도, 인간도 아닌 데이터를 숭배한다. 이제 미래의 인류는 신 대신 기술에 의존한다. 호모 데우스의 은 노화와 죽음을 극복하는 불멸의 존재, 성서에 등장하는 신이 아니다. 미래의 'Deus'는 현실에서 가능할 법한 신이다. 이 견해는 개인적인 추정이므로 반론이 제시되면 폐기될 수 있다.

 

 

 

 

 

 

* annotate (입력: 20171123일 PM 16:27)

 

‘Homo Deus’‘D’가 대문자로 표기된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했다. 책 제목으로 사용된 단어의 첫 글자는 대문자로 쓴다. (syo님의 의견) 호모 데우스원서의 본문에 ‘Homo deus’로 표기된 것을 psyche이 확인했다. 따라서 책 제목의 ‘Homo Deus’ 표기는 문제 될 일이 아니다. 그러나 필자의 두 번째 의견과 세 번째 의견은 무용하게 되었다. 아주 간단한 이유가 있는데도 미처 알지 못했고, 헛다리를 짚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11-23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1-23 13:03   좋아요 0 | URL
유발 하라리의 책을 철저하게 평가하려면 책 한 두번 읽어선 안 될 거예요. ^^

syo 2017-11-23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그냥 궁금해서 여쭤보는건데요,
원래 책 제호는 of 같은 것만 빼고 단어마다 다 첫글자를 대문자로 쓰지 않나요?

제가 원서를 못봐서 그러는데, 책에서 제호를 나타내는 게 아니라 그냥 명사로 사용할 때도 D를 대문자 표기하고 있나요? 유발하라리 홈페이지에서는 구분을 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cyrus 2017-11-23 13:0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책 제목의 단어 첫 글자는 대문자로, 전치사의 첫 글자는 소문자로 표기해요.

유발 하라리 공식 웹사이트를 확인해봤어요. 책 제목을 ‘Homo Deus‘라고 표기했지만, 책 내용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Homo deus‘라고 나와 있어요. 프시케님 말씀대로 원서 본문에는 ‘Homo deus‘라고 적혀 있군요. ^^

psyche 2017-11-23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의 표기법에 대해서도 이렇게 깊은 생각을 할수있군요. 저는 암 생각 없었는데... syo 님의 말씀이 맞는거 같아요. 제목이기 때문에 첫글짜를 대문자로 쓴거 같은데요? 혹시 해서 아마존에서 이북 샘플 가서 확인해봤더니 본문에는 Homo deus 라고 되어있어요.

cyrus 2017-11-23 13:12   좋아요 0 | URL
저도 syo님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책 제목 첫 글자를 대문자로 표기하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어요. 글을 수정할 때 syo님과 프시케님의 의견을 반영하겠습니다. ^^

표맥(漂麥) 2017-11-23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읽고 있는 책인데... 한번도 이런 방향으로 생각조차 못했답니다... 부럽(?)습니다...^^

cyrus 2017-11-24 11:27   좋아요 0 | URL
부러워해야 할 일이 아니에요.. ㅎㅎㅎ 알아두면 쓸데없는 내용입니다. ^^;;
 

 

 

 

주말에 TV 채널을 돌리다가 케이블 채널에 하는 <차트를 달리는 남자>를 보게 됐다. 내가 본 방영분은 54미확인 생물체이다. 방송 중간 부분부터 봤는데 두 MC가 미확인 비행물체 로드(Rod)’를 소개하고 있었다. 로드가 7위로 소개됐고, 6위는 반인반수 박쥐 인간악어 인간이었다. 방송은 박쥐 인간과 악어 인간 미라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들의 출처는 위클리 월드 뉴스(Weekly World News)’였다.

 

위클리 월드 뉴스가짜 뉴스를 진지하게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는 미국의 신문이다. 1979년에 창간된 주간지였으나 2007년에 폐간되었고 현재는 인터넷 신문으로 제작되고 있다. 이 신문을 인용한 기사가 있으면 믿고 거르면 된다. 그리고 위클리 월드 뉴스에서 나온 사진은 조작된 것이다. 작년에 위클리 월드 뉴스를 짧게 소개한 글을 쓴 적이 있다.

 

 

 

* [인간의 변신] 20161022일 작성

http://blog.aladin.co.kr/haesung/8851097

 

 

 

이 신문의 정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위클리 월드 뉴스의 엉터리 기사를 진짜라고 믿는다. 국내 기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8, 90년대 해외 사정을 잘 몰랐던 국내 언론들은 이상하고 재미있는 해외 토픽을 전달하기 위해 위클리 월드 뉴스를 자주 인용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도 위클리 월드 뉴스를 인용한 수준 미달의 기사가 나오고 있다.

 

 

 

* [박쥐소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재포획’] (코리아헤럴드, 20151124)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44&aid=0000164138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박쥐 인간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 웃긴 건 탈출한 박쥐 인간이 다시 포획된 해가 1997년이다. 코리아헤럴드 소속 기자는 십 년이나 지난 가짜사건을 실제로 일어난 일인 것처럼 뻔뻔하게 기사를 썼다.

 

 

 

* [오바마-레이건, ‘큰바위 얼굴조각상 합류 각축전?] (연합뉴스, 2013124)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1&aid=0006057815

 

연합뉴스가 인용한 위클리 월드 뉴스 기사 내용이 황당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러시모어산에 자신의 얼굴 조각을 새기는 작업을 착수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는 것이다. 네티즌 한 명이 위클리 월드 뉴스를 인용한 연합뉴스 소속 기자의 글에 비판 댓글을 달았으나 기자는 피드백을 하지 않았다‥….

 

 

 

* [23세 유명 여가수, 5세 연하 아이 임신설] (문화일보, 20121218)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21&aid=0002138027

 

2012년에 위클리 월드 뉴스는 두 번이나 최악의 기사를 퍼뜨렸다. 하나는 2012구탄 행성지구 종말설, 또 하나는 미국의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 임신설이다. 말도 안 되는 루머를 버젓이 인용한 국내 기사가 한 두 개가 아니다.

 

 

 

* [러 푸틴, “내가 오바마 조종할 것”] (매일경제, 2012311)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9&aid=0002659317

 

위클리 월드 뉴스는 러시아의 푸틴 총리가 오바마를 위해 1억 달러의 대선 자금을 기부했다고 보도했다.

 

 

 

* [신출귀몰 칠면조에 동네 발칵12명이나] (매일경제, 2012310)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09&aid=0002659020

 

칠면조를 무시무시한 괴물로 둔갑한 위클리 월드 뉴스 클라스‥….

 

 

 

* [독일 정부, ‘UFO·외계생명체극비 문서 공개할까] (서울신문, 20111230)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81&aid=0002246947

 

서울신문 기사에 히틀러와 외계인과 만나는 장면이 찍힌 사진이 게재되어 있다. 설마 이 사진을 진짜로 믿는 사람이 있으려나?

 

 

* [코카콜라 맛의 비밀이 인간의 침이라고?] (한겨레, 2011121)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4&oid=028&aid=0002078322

 

이 기사에 이런 댓글이 달려 있다. “이젠 펩시만 마셔야겠군.” 이래서 가짜 뉴스는 위험하다.

 

 

 

 

 

위클리 월드 뉴스는 단순히 재미를 위해 설립된 특이한 언론사이다. 위클리 월드 뉴스 창간한 제네로소 포프(Generoso Pope Jr.)는 타블로이드 가십 매체인 <내셔널 인콰이어러(The National Enquirer)> 소속 언론인이었다. (악이 악을 낳는다?) 위클리 월드 뉴스 편집장을 맡은 에디 클론츠(Eddie Clontz)는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기사를 전달하는 것이 위클리 월드 뉴스의 일차적 목표라고 밝혔다.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로 시작된 요지경 박물관시리즈는 위클리 월드 뉴스에 보도된 내용들을 소개한 책이다. 요지경 박물관 1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악어 인간 미라에 관한 내용이 있다. 어렸을 때 그 책을 보면서 정말로 악어 인간이 있는 줄 알았다. 이 책이 잘 팔렸는지 출판사는 제목을 은근슬쩍 바꿔 가면서 후속 작을 냈다.

 

 

 

요지경 박물관 1: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

요지경 박물관 2: 아니, 세상에 이럴 수가

요지경 박물관 3: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 또

요지경 박물관 4: 아니, 세상에 또 이럴 수가

요지경 박물관 5: 아니,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요지경 박물관 6: 아니,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가

요지경 박물관 7: 아니, 세상에 정말로 이런 일이

요지경 박물관 8, 9: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

 

 

 

출판사가 새로운 제목을 정하는 것이 귀찮았는지 8부와 9부 제목은 1부 제목과 똑같다.

 

 

 

 

 

 

 

 

 

 

 

 

 

 

 

 

 

* 요지경 신문(하나로, 1997)

 

 

 

요지경 박물관 시리즈를 만든 출판사는 신문지 형태로 편집한 요지경 신문을 펴내기도 했다.

 

 

 

 

 

 

 

 

 

 

 

 

 

 

 

 

 

 

* 노아 스트리커 (니케북스, 2017)

 

 

 

노아 스트리커의 에 위클리 월드 뉴스를 인용한 내용이 나온다.

 

 

 

2012위클리 월드 뉴스(Weekly World News)는 자신들만의 이론을 발표했다. “적대적인 흰올빼미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며 미국 시민들을 공격하기 위해 외계 군단과 손을 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흰올빼미들은 201111월에 지구에 착륙하여, 페루 돌고래의 떼죽음을 일으키기도 한 구탄 행성인들과 내통하고 있었다. (146~147)

    

 

 

2012년 지구 종말설이 슬슬 유행하기 시작할 때 위클리 월드 뉴스도 대중을 속일 수 있는 '떡밥'을 던졌다. 이 언론사는 구탄 행성에 사는 외계인들이 2012년에 지구를 침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흰올빼미들이 미국 시민들을 공격하기 위해 구탄 행성 외계인들과 손을 잡았다는 황당한 소설도 썼다. 의 저자는 위클리 월드 뉴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냥 이런 황당한 주장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 진중권 아이콘(씨네21북스, 2011)

* 진중권 이미지 인문학 1(천년의상상, 2014)

 

 

 

 

가짜만 전달하는 위클리 월드 뉴스가 못마땅해도 그들의 뚝심 있는 행보에 긍정성을 읽어낼 수 있다. 가짜를 양산해 내는 위클리 월드 뉴스 소속 기자들은 파타피직스(Pataphysics)’의 유희를 즐긴다. 파타피직스는 형이상학(Metaphysics)를 패러디한 것으로, 진짜와 가짜가 섞인 우스꽝스러운 부조리를 지향한다. 파타피직스는 인간을 뛰어난 지성을 가진 존재로 돋보여주는 이성에 반발하는 학문이다. 인간이 아무리 똑똑해도 가짜에 익숙해지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한다. 파타피직스 세계에 있는 자는 상상력을 하나의 자양분으로 삼고 자라난다. 현실의 한계를 깨뜨리는 전복적 상상력은 예술 창작의 힘이 된다. 하지만 뭐든지 지나치면 독이 된다. ‘가짜를 악용하는 자들은 현실을 왜곡하여 사회 불안을 조장한다. 우리가 사는 파타피직스 세계에 악마가 있다. 그 악마란 바로 우리를 속이고 위협하는 가짜이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prenown 2017-11-21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단해요.. 이 많은 기사와 자료들을 어떻게?

cyrus 2017-11-21 18:52   좋아요 0 | URL
작년에 처음 위클리 월드 뉴스를 알게 되면서 관련 자료를 스크랩했어요. 사실 검색만 하면 한 시간 안에 기사 네다섯 개 금방 찾아낼 수 있어요. ^^

서니데이 2017-11-21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짜뉴스인 걸 알고서 보면, 일어나지 않은 가상의 일들에 대한 창의적인 기사를 매일 써야하는 기자의 어려움도 이해할 수 있을지도요.오늘은 어제보다는 조금 덜 춥습니다. cyrus님 좋은 오후 보내세요.^^

cyrus 2017-11-21 18:55   좋아요 1 | URL
창작 재능이 가짜 뉴스 만드는 일에 낭비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위클리 월드 뉴스 소속 기자들은 마음대로 기사 내용을 꾸밀 수 있어서 만족한답니다. 우리나라에선 불가능한 일이죠. 명예훼손죄로 고발당해요.. ^^;;

2017-11-21 1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1-21 18:55   좋아요 1 | URL
그 노래가 히트했을 때, 요지경 박물관 시리즈가 나왔어요. ^^

이하라 2017-11-21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래전에 빌클린턴 미전대통령이 그레이 외계인과 악수하고 있는 시진을 본 기억이 있어요. 진짜라고 믿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런 식의 뉴스들을 필터링을 거치지않고 진짜로 믿어버릴만큼 정교하게 유통시키는건 정말 문제가 큰 것 같아요. 그런 재치는 좋지만 확실히 가짜뉴스인걸 알수 있도록 명시해 주어야 하지않나 싶어요.

cyrus 2017-11-21 19:02   좋아요 0 | URL
빌 클린턴과 힐러리. 위클리 월드 뉴스가 좋아하는 먹잇감(?)입니다. 힐러리가 정계 활동을 하고 있었을 때 힐러리 외계인 아기 임신설이 보도된 적이 있어요. 위클리 월드 뉴스는 자신들의 임무가 가짜 뉴스 전달하는 것이라고 알렸어요. 문제는 국내 언론 기자들이 가짜 뉴스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보도하는 행태입니다. 그래서 외신 기사를 보면 반드시 출처를 확인해야 됩니다.

transient-guest 2017-11-22 0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그런데 일부 교회들이 전도나 종말론을 피력하면서 사용한 찌라시를 보면 이런 신문들의 기사를 모은 것이 많이 있습니다. 1980년대와 90년대의 찌라시에서 제가 기억하는 건 모두 미국에 와서 타블로이드 신문들 일면에 나온 것들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1) 천문학자가 먼 우주에서 천국의 실제 사진을 찍었다 (그리스/로마양식의 조잡한 합성사진), (2) 땅을 파들어가다가 지옥을 발견했다, 소리가 난나, (3) 천사나 악마를 봤다, (4) 타 종교에 대한 공격, 등등. 그 전에는 아마 소년중앙이나 새소년 같은 어린이잡지에서 기획기사에 이런 것들을 많이 가져다 쓴 것 같아요 맥락상. 지금도 ‘일부‘ 언론에서는 영국과 미국에서 발행되는 황색신문을 인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참 알 수 없는 일입니다.

cyrus 2017-11-22 14:17   좋아요 0 | URL
우주에 예수 형상이 찍힌 조작 사진도 있어요. 어렸을 땐 순수해서 실제로 있다고 믿었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별 희한한 내용들이 많았어요. ^^;;
 

 

 

주말에 집보다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내가 원하는 책이 집에 가까운 도서관에 있으면 좋다. 하지만 동네 도서관에 없는 책도 있다. 이럴 때 걸어가거나 버스를 타고 책이 있는 도서관으로 향한다. ‘대구공공도서관 통합도서 서비스회원카드 하나만 있으면 대구 지역에 속한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하고 반납할 수 있다. 타 도서관 반납도 가능하다. 그러니까 대구 A 도서관에서 대출한 책을 대구 B 도서관에 반납하는 것이다. 타 도서관 반납 서비스가 없었으면 집에서 멀리 있는 도서관에 가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

 

내가 거주하는 집이 속한 구()대구 서구이다. 서부도서관이 우리 집과 가깝다. 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도서관은 달성도서관이다. 버스로 갈아타서 가야 하는데, 가는 데만 2시간 넘게 걸린다. 더 놀라운 사실은 지하철로 환승하는 경로가 없다는 점이다. 엄청 더웠던 올여름에 달성도서관에 가본 적이 있는데, 마치 시외버스를 타는 기분이었다. 그 이후로 다시는 그곳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도원도서관, 용학도서관도 한 번 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지하철로 환승해도 50분 정도 소요된다. 좀 오래 걸리더라도 버스 타는 것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버스 좌석에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 토요일에 로마 미술에 관한 책을 알아보기 위해서 용학도서관에 갔다. 자주 가는 곳이 아니라서 버스를 타고 수성구를 지날 때마다 새롭다. 가끔 이곳을 지나가다가 뜻밖의 장소를 발견할 때가 있다. 지난주 토요일이 그런 날이었다. 토요일 오후에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를 탔는데, 버스 창문 밖을 바라보다가 서점을 발견했다. 마음 같았으면 당장 버스에서 내려서 서점 규모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저녁에 선약이 있어서 눈으로만 확인했다. 처음 본 서점의 정체가 궁금해서 그다음 날인 일요일에 다시 수성구로 향했다.

 

 

 

 

 

내가 우연히 발견한 서점은 만촌동에 있는 아이북114’라는 중고도서 전문 서점이었다. 매장 운영뿐만 아니라 알라딘 온라인 중고샵(http://www.ibook114.com/), 네이버 중고나라 카페 등에서도 책을 판매하고 있다. 부자(父子)가 서점을 운영한다. 내가 서점에 갔을 때 부자가 손님들이 주문한 책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알라딘을 제외한 중고도서 전문 서점에는 아동도서가 많은 편이다. 매장에서 책을 고르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알라딘 온라인 중고샵에 등록된 판매도서가 뭐 있는지 미리 확인했다. 그래서 미리 점찍어둔 책들이 어디 있는지 다 파악한 후에 천천히 매장 내부 전체를 구경했다. 역시 매장에 아동도서가 많았다. 판매도서 사전 조사를 미리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장에 알라딘 온라인 중고샵에 등록되지 않은 책도 있다. 이럴 때 서점 운영자에게 책의 가격이 얼마인지 물어봐야 한다. 이곳도 구하기 힘든 절판본을 정가 그대로 또는 정가보다 비싸게 팔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매장에서 뜻밖의 보물을 건지려면 원하는 책들을 넉넉히 할 수 있는 비용을 두둑이 챙겨야 한다.

 

 

 

 

 

절판본 세 권, 출간연도가 오래된 책 한 권, 총 네 권의 책을 샀다. 그러자 책값을 계산한 서점 운영자(아들)님이 책값이 조금 비쌀 텐데 괜찮겠어요?”라고 물었다. 나는 쿨하게 ‘Sure, Why Not?’이라고 말했다. 내가 지급한 금액은 28천 원이다.

 

 

 

 

 

* 정상용, 이해찬, 송선태, 유시민 외 광주민중항쟁(돌베개, 1990)

정가: 6,500, 판매가: 5,000

 

5·18 민주화운동 10주년에 맞춰서 나온 책이다. 이 책의 집필진에 익숙한 이름들이 보인다. 정상용2012년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후보 문화국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이 책이 나왔던 1990년 당시 정상용은 평화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었고, 그의 보좌관이 송선태였다. 송선태는 5.18 기념재단 상임이사로 활동한 적이 있다. 이해찬, 유시민은 말 안 해도 다 아는 사람들이다‥…

 

이 책의 추천사는 언론인 청암 송건호가 썼다. 책의 시작점은 19791026,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했던 날이다. 10·26 사태 이후 불안정한 국내 정세, 이 틈을 노려 국가 전체를 장악한 신군부, 그들에 맞선 광주 시민들의 투쟁 등이 기록되어 있다. 출간연도가 오래됐어도 5·18 민주화운동 관련 서적 중에서 가장 충실한 내용 구성이라 확신한다. 부록도 이 책의 또 하나의 장점이다. 12·12 사태를 일으킨 신군부 세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체계도, 광주 진압군 지휘 체계도, 1980년 이후 신군부 세력의 행보, 마지막으로 광주 민주화 운동 사망자 명단으로 구성되었다.

 

 

 

 

 

 

 

 

 

 

 

 

 

 

 

 

 

 

* 하신 신의 기원(동문선, 1990)

정가: 14,400, 판매가: 6,000

    

 

신의 기원은 중국 원시 신화의 기원을 각종 유물과 문헌 등을 토대로 실증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하신은 신화 연구를 통해 중국 전통 문화의 뿌리를 밝혀내려고 했다. 이런 책이 절판되지 않은 게 신기하다. 언젠가 중국 신화 서적을 읽게 되면 참고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샀다. 책의 목차만 봤는데 무슨 내용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 거다 러너 역사 속의 페미니스트(평민사, 1998)
정가: 14,000, 판매가: 13,000

 

 

 

개정판이 있어서 안 살려고 했다. 그러나 이 책을 쓴 저자가 거다 러너였기에 안 살 수가 없었다.

 

 

 

 

 

 

 

 

 

 

 

 

 

 

 

 

 

거다 러너(Gerda Hedwig Lerner)는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제의 변천 과정을 추적한 가부장제의 창조(당대, 2004)라는 책을 펴낸 역사가다. 가부장제의 창조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은 역사 속의 페미니스트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가부장제의 창조역사 속의 페미니스트여성사를 주제로 한 2부작인 셈이다. 러너는 역사 속의 페미니스트》에서 중세에서 1870년까지 여권 신장을 위해 노력한 여성들의 주요 활동을 소개했다.  

 

 

 

 

 

 

 

 

 

 

 

 

 

 

 

 

 

 

 

* 데이비드 골래허 할례, 포경수술, 성기훼손(문화디자인, 2004)

정가: 13,000, 판매가: 4,000

 

 

 

포경수술을 비롯한 할례의 역사를 정리한 책. 이런 내용은 역사교과서에 찾아볼 수 없고,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다. 이슬람 페미니스트들은 문화라는 이름으로 불법으로 행해지는 여성 할례에 반대한다. 가장 대표적인 페미니스트는 이집트의 소설가 나왈 엘 사다위. 이집트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여성 할례가 성행하는 국가 중의 한 나라이다. 사실 이슬람 경전인 꾸란에 여성 할례를 허용하는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무슬림 남성 대부분은 할례를 여성의 성적 욕망을 막기 위한 절차라고 생각한다. 남자들을 위한 전통이 오래 지속하다 보니 할례가 꾸란에 명시된 율법처럼 자리 잡은 것이다. 할례, 포경수술, 성기훼손은 포경수술, 할례를 둘러싼 찬반 입장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요긴한 자료가 될 것이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11-14 2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1-15 08:55   좋아요 1 | URL
‘읽는 행위‘를 실천하는 애서가가 되려면 아직 멀었어요.. ^^;;

syo 2017-11-14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이라면 저는 남부-중앙-두류의 삼각코스를 이용합니다.
아니, 이용했습니다.

이제는 열람실만 이용할 거예요-_ㅜ

cyrus 2017-11-15 09:01   좋아요 0 | URL
남부도서관 주변에 산, 공원이 있어서 산책하기 좋은 곳이에요. 두류도서관 리모델링 작업, 대봉도서관 장소 이전 작업한다는 소식 들었습니까? ㅠㅠ

공부하다가 독서로 머리 식히세요. 생각날 때마다 글 쓰시고요. ^^

transient-guest 2017-11-15 0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이나 인천 같은 수도권도 그렇고 한국의 대도시는 내부의 이동시간이 너무 길다고 생각합니다. 송파에서 강남까지도 2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고, 엄청 시달리면서 다닌 기억이 나네요. 대도시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교통시스템의 문제도 크다고 봅니다. 헌책방을 다니면서 보물을 건지는 cyrus님이 부럽네요.ㅎ 전 딱 한번 낡았지만 구하기 어려운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영문판을 6-7불에 산 기억이 나네요. 일러스트레이션도 좋고 책주머니에 들어있는 고풍스러움도 좋았고, 무엇보다 First Edition이라는..ㅎㅎ

cyrus 2017-11-15 09:07   좋아요 0 | URL
거리가 멀고, 교통 체증까지 생기면 이동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대구는 심해요. 번화가 쪽은 차선이 많지 않아서 차가 많이 몰리면 지옥으로 변합니다. 그래서 퇴근길이 괴롭습니다.. ㅎㅎㅎ

일러스트가 있는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 영문판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요. 시간 나면 그 책 공개해주세요. ^^

sprenown 2017-11-15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성구 만촌동은 제가 군의학교에서 후반기 교육을 받던 곳이라 반갑네요... 그나저마 정말 책을 사랑하시는 군요.. 그 열정이 부럽습니다.^^

cyrus 2017-11-15 17:45   좋아요 0 | URL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해서 책 읽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
 

 

 

 

 

 

 

 

어제 올재 클래식스 24차 시리즈출간 소식을 공지한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지금도 이 문자 메시지는 내 휴대폰에 남아 있다. 문자 내용에 따르면 책이 내일(1027일 금요일)부터 출간된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사단법인 올재 공식 홈페이지,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지된 출간일은 문자에 적힌 출간일과 다르다. ‘1031일 화요일로 나와 있다. 정확한 날짜를 알고 싶어서 홈페이지 게시판에 문의 글을 남겼다. 올재 측의 답변이 나오는 대로 정확한 출간 날짜를 다시 알리겠다.

    

 

※ 출간일이 ‘10월 31일 화요일’로 변경되었습니다. (수정일: 2017년 10월 26일 14시 54분)

 

 

 

 

 

 

올재 클래식스 24차 시리즈금강경, 동의수세보원,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2)이다. 딱히 공통점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조합이다…‥ 네 권의 책이 나옴으로써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가 100을 넘어섰다. 100권의 시리즈 전부 소장하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는 한정판이라서 중고 책 판매 웹사이트에 비싸게 팔기 쉬운 책이다.

 

금강경. 이름만 들어본 불교 경전이다. 잘 모르는 책인데 굳이 아는 척할 필요가 있을까. 인터넷 검색창에 금강경을 입력하면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경전 해설은 동봉 스님이라는 분이 했다. 스님은 킬리만자로산이 있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가서 불교를 전파했다. 이 분의 활동이 방송(‘MBC 스페셜’ 2006년 방영)으로 소개된 적이 있다.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사상의학(四象醫學)을 집대성한 책이다. 이 책에 소음인, 소양인, 태음인, 태양인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올재가 펴낸 동의수세보원판본은 홍순용(1909~1992) 선생과 동양철학자 이을호 선생(1910~1998) 등 총 6명의 학자가 번역한 것으로[1], 1973년에 출간되었다. 이 오래된 책을 주종천 한의대 사상의학과 교수가 보완했다.

 

조르조 바사리의 르네상스 미술가 열전출간 소식은 정말 반가운 일이다! 조르조 바사리는 화가로 활동했으나 르네상스 미술가 열전이 책 하나로 최초의 미술사가로 알려지게 됐다. 르네상스 미술가 열전은 르네상스 미술을 아주 가까이서 눈으로 보고 느낀 화가가 기록한 특별한 문헌이다.

 

 

 

 

 

 

 

 

 

 

 

 

 

 

 

 

바사리의 책은 1986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가전(탐구당)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적이 있고, 총 세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주 귀한 절판본이라서 중고가 액수가 십만 원을 넘는다. 그 후로 2000년대에 이태리 르네상스의 미술가 평전(한명출판사, 2000)르네상스 미술의 명장들(계명대학교출판부, 2008)가 출간되었으나 이 두 권의 책도 절판되었다. 탐구당 판본과 한명출판사 판본의 역자는 동일 인물(이근배)이다.[2] 알라딘 중고책 서점에서 르네상스 미술의 명장들을 직접 본 적이 있는데, 7명의 화가만 요약본이다. 올재에서 나온 바사리의 책이 완역본인지 잘 모르겠다. 직접 책을 사서 확인해 봐야 알 수 있다.

 

 

   

 

 

[1] 동의수세보원을 간략히 소개한 출판사의 설명에는 공동 번역자가 홍순용, 이을호 단 두 명만 나와 있다. 1971년 홍순용의 사회로 진행된 사상의학회 정기총회에서 동의수세보원 번역 위원이 선정되었는데 홍순용, 이을호, 허연, 송병기, 송병일, 김동명이다. 따라서 동의수세보원 공동 번역자를 정확히 소개할 때 이 여섯 명의 번역 위원의 이름이 있어야 한다. (참고: 네이버 건강백과 '근현대 한의학 인물실록 편)

 

[2] aimerits님의 의견이 반영되어 수정되었습니다. (수정 날짜: 2017년 10월 27일 15시 23분)

 

[추신]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의 《르네상스 미술가 평전》 판본은 이근배 씨가 번역한 판본과 동일합니다. (추가 입력 날짜: 2017년 11월 1일)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7-10-26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0-26 14:42   좋아요 0 | URL
네. 그러죠. 이번 주 토요일을 제외한 주말은 시간 있습니다. ^^

레삭매냐 2017-10-26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렇게 친절한 정보라니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cyrus 2017-10-26 14:43   좋아요 0 | URL
예습을 한다는 생각에서 책에 대한 조사를 해봤어요. ^^;;

sprenown 2017-10-26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정한 ‘애서가‘ 시네요

cyrus 2017-10-26 14:44   좋아요 0 | URL
책을 좋아하는 spremown님도 애서가입니다. ^^

sprenown 2017-10-26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좋아하는 척만 하는 ‘가짜‘입니다. ㅎㅎ

cyrus 2017-10-26 14:56   좋아요 1 | URL
좋아하는 척하는 ‘가짜’를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정말로 나쁜 ‘가짜’는 자신의 무지함과 오류를 인정하지 않아요. ^^

syo 2017-10-26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간일을 잘못 고치셨습니다. 세상에는 없는 날이네요 ㅎㅎㅎ

cyrus 2017-10-26 14:58   좋아요 1 | URL
헐.. ㅎㅎㅎㅎ 수정 입력하자마자 바로 고쳤는데 그걸 보다니.. ㅎㅎㅎ 그러고 보니 2017년 11월 31일은 정말로 달력에 없는 날이군요. ^^

transient-guest 2017-10-27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재의 책이 또 나왔군요. 저에겐 너무도 먼, 그림의 떡... 그 이상..-_-:

cyrus 2017-10-27 13:55   좋아요 0 | URL
국외 거주자가 올재 시리즈를 주문하려면 시차를 고려해야겠군요. ^^;;

aimerits 2017-10-27 1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태리 미술가 평전의 탐구당과 한명판은 같은 번역자인데.. 절판된걸 살린거라면 유일 번역본이 맞긴맞겠네요.

cyrus 2017-10-27 15:22   좋아요 1 | URL
탐구당 판본과 한명출판사 판본의 역자가 동일 인물이군요. 제가 몰랐던 사실이었는데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aimerits님의 의견을 반영해서 수정하겠습니다. 올재 클래식스 판본은 번역자가 누군지 잘 모르겠어요. 책 사진은 있는데 글씨가 작아서 안 보여요. 오래된 판본을 재출간하는 출판사 특성상 이근배 씨가 번역한 판본을 사용할 수도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