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세상엔 한 가지씩 무서워하는 것들이 있다. 특히 특정 동물을 무서워하는 동물 공포증 환자들은 목숨을 위협받는다고 생각할 정도로 동물을 무서워한다.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 정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인간은 뱀, 거미, 높은 곳 등 생명을 위협하는 것을 무섭게 여겨 이를 피하도록 진화해왔다.

 

 

 

 

 

 

 

 

 

 

 

 

 

 

 

 

 

 

에드워드 윌슨은 거미 공포증이 있다. 그는 이미 여러 편의 글을 통해 자신의 거미 공포증을 고백했다. 이런 공포증이 터무니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피할 수 없다. 왜냐하면, 감정적인 반응이기 때문이다. 거미 공포증에 극복하려면 거미를 만지는 훈련을 통해 공포를 극복하면 된다. 그런데 윌슨은 거미 공포증의 치유책으로 개미를 열심히 탐구했고, 개미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가 되었다. 윌슨의 책 우리는 지금도 야생을 산다에 수록된 뱀의 변신은 인간의 공포 본성을 과학적인 관점으로 분석한 글이다. 윌슨은 뱀 공포증이 야생에 살던 인류가 생명을 지키기 위해 대물림된 본능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평생에 한 번 뱀과 마주칠 확률조차 희박한 도시인은 뱀에 혐오감을 드러내고, 일부는 뱀 공포증이 있다.

 

 

 

 

 

동물에 대한 공포는 모든 인류에게 공통된 정신 반응이다. 이러한 특질로 인해 신비롭거나 부정적인 뱀의 이미지가 탄생하게 된다. 뱀이 지니고 있는 여러 상징 중에서 몇몇 부정적 측면만이 부각되어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표적이 되었다. 기독교의 성경에 나오는 에덴동산 이야기는 인간의 타락을 초래한 악마의 상징으로 뱀이 부각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여기에서 뱀은 빛과 생명에 대립되는 어둠과 죽음의 세력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자신의 꼬리를 물고 있는 뱀 형상의 우로보로스(Ouroboros)는 우주의 무한과 영원성을 상징한다.

 

 

 

뱀에 대한 공포가 심한 사람들은 과장된 상상력을 발휘하여 미확인 생물체(Cryptid)를 만들기도 한다. 윌슨도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미확인 생물체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던가 보다. 그는 뱀의 변신에서 굴렁쇠 뱀(Hoop snake) 이야기를 언급했다. 미국과 캐나다 일부 지방의 사람들은 굴렁쇠 뱀이 인간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존재라고 믿는다. 과거에 전해 내려온 기록에 의하면 굴렁쇠 뱀은 우로보로스 형태로 자신의 몸을 둥그렇게 만들어 데굴데굴 구르면서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굴렁쇠 뱀의 정체는 현재까지도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거대한 상상력의 파도는 미지의 대상에 대한 두려움으로 겁에 질린 인간의 마음을 순식간에 덮친다. 인간은 자신의 마음속에 부유하는 환상의 조각들을 모아 독특하면서도 장대한 신화를 만들어냈다. 신화 속에 등장하는 동물은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묘사되었다. 인어로 많이 알려진 세이렌(Seiren)은 바닷가에 앉아 뱃사람들을 유혹하는 존재이다. 그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는 지나는 뱃사공의 영혼을 빼앗아 죽음의 바다로 빠뜨린다. 트로이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는 고향 이타케로 돌아가는 도중에 이 세이렌의 은거 지역을 통과해야 했다. 오디세우스는 인간의 모든 고통을 잊어주는 감미로운 죽음의 노랫소리가 어떤 것인지를 알고 싶은 나머지 모든 선원에게는 밀랍의 귀마개를 하게 한 뒤 자신은 돛대에 단단히 몸을 묶는다. 중세에 널리 보급된 기독교 상징 사전으로 알려진 피지올로구스에서도 세이렌을 죽음을 부르는 존재로 묘사되었다.

 

 

 

 

 

 

 

 

 

 

 

 

 

 

 

 

 

 

 

과학자들은 선원들이 목격한 인어가 수생 포유동물인 듀공(Dugong)이라고 주장한다. 새끼 듀공은 어미의 품에 안겨 젖을 빨아 먹으면서 자란다. 그래서 듀공이 새끼를 안고 젖을 빨리는 모습을 본 선원들은 그 동물을 인어로 착각했을 것이다.

 

 

 

 

 

 

바넘 효과의 창시자이자 흥행의 달인(이라 부르고 희대의 사기꾼이라 쓴다)으로 명성을 얻은 피니어스 바넘은 남태평양의 피지 제도에서 발견된 인어 사체를 전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바넘은 딱 일주일만 인어 사체를 공개했고, 엄청난 인파가 몰리면서 떼돈을 벌었다. 하지만 바넘의 피지 인어는 원숭이 사체의 상체와 물고기 꼬리 부분을 이은 것으로 밝혀졌다.

 

 

 

 

 

 

바넘의 사례처럼 인간의 공포 본능과 상상력의 결합은 순진한 사람들을 속이기도 한다. 기상천외한 뉴스만 보도하는 언론으로 유명한 위클리 월드 뉴스(Weekly World News)는 인어를 목격했다는 식의 가짜 뉴스를 몇 차례 보도한 적이 있다. 인어를 소재로 한 가짜 뉴스가 식상했는지 상체는 물고기, 하체는 다리로 이루어진 괴생물체의 발견을 특종인 것처럼 보도했다. 하지만 이 괴생물체 형상은 이미 마그리트가 먼저 그림으로 발명했다. 위클리 월드 뉴스 속 괴생물체의 사진은 조작된 것이다.

 

 

 

 

 

 

 

 

 

 

 

 

 

 

 

 

 

 

 

인간은 동물에 대한 두려움을 무마시키려고 파괴적인 본능을 드러냈다. 이 파괴 본능은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는 방패가 되었지만, 인간이 진화에 성공하여 기세등등할수록 파괴 본능은 동물을 위협하는 무기로 변질하였다. 인간의 얄궂은 미식을 위해 상어의 지느러미가 잘려나간다. 지느러미가 없는 상어는 헤엄을 치지 못해 죽어간다. 우리는 상어가 인간을 공격하는 위험 동물로 생각하는데, ‘죠스의 주인공인 백상아리와 청상아리를 제외하고는 거의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 (윌슨은 상어를 분류하는 기준이라는 제목의 글에 백상아리가 상어를 공격하는 일이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고 썼지만, 사람이 건드리지 않아도 공격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1년에 백상아리의 공격에 희생당한 사람이 많아봐야 수백 명 나오지만, 지느러미가 잘려나가 사람에게 희생당한 상어의 수는 수백만 마리나 된다고 한다. 동물에 대한 인간의 공포는 이제 자연에 대한 착취와 정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윌슨은 우리 머릿속에 박아 놓은 공포심의 편견을 버리고 야생 동물을 바라보라고 당부한다. 조물주가 빚어 만든 경이로운 야생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지금 우리 공포의 대상은 뱀, 백상아리가 아니고 지구마저 파괴하려는 포식자 즉 우리 자신이다.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ureka01 2016-10-22 1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샥스핀 먹으려고 상어 씨를 말리더군요..ㄷㄷㄷㄷ

cyrus 2016-10-22 19:54   좋아요 1 | URL
영천시장의 돔베기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어요. ^^;;

2016-10-22 2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10-23 19:11   좋아요 0 | URL
바다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생선회를 많이 먹지 못한 것과 비슷한 상황인가요? ^^

AgalmA 2016-10-22 2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렸을 때 어느 사진관에서 마그리트 <집합적 발명>을 인물 사진들과 함께 쇼윈도에 전시해놔서 뭐지@@....한참 들여다 본 기억이 있어요. 어린 아이를 충격에 빠뜨리다니! 사진관 아저씨가 저걸 진짜로 알고 그런 건 아니었길 지금에서야 빌어 보네요;

cyrus 2016-10-23 19:13   좋아요 0 | URL
마그리트 그림 중에는 아이들 정서에 충격(?)을 줄 만한 것들이 있어요. ^^;;

붉은돼지 2016-10-23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저 반인반어 오래전에 봤던 기억이납니다 ~~

cyrus 2016-10-23 19:15   좋아요 0 | URL
요지경 박물관 시리즈 《세상에 이런 일이》에 반인반어 사진이 실린 적이 있어요. 어렸을 땐 진짜로 있는 줄 알았어요. 지금 보면 합성티가 확 나요. ㅎㅎㅎ

서니데이 2016-10-23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인어는 다리가 길어서 수영하기 불편할 것 같아요.
cyrus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cyrus 2016-10-23 19:16   좋아요 1 | URL
오히려 걷는 속도가 빠를 수도 있겠어요. 그런데 물고기 상체에 사람 다리 가진 괴물이 달리는 모습을 생각하니 무섭습니다. ㅎㅎㅎ

서니데이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

비로그인 2016-10-25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상상력은 대단합니다.
cyrus님 좋은 하루되세요.

cyrus 2016-10-25 18:3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알파벳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