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랜만에 인문학 헌책방 ‘직립보행’에 갔다. 그곳에서 두 권의 책을 샀는데 그중 한 권은 알베르토 망겔의 《책 읽는 사람들》(교보문고, 2012)이다. 책 속에 실린 ‘이상적인 독자란?’이라는 글의 제목에 끌려 이 책을 샀다.
일요일 밤엔 머리를 아프게 만드는 책보다는 에세이나 미술 분야 책과 같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을 읽는다. 그래서 어제 산 《책 읽는 사람들》을 읽으려고 책을 아무 데나 펼쳤는데 푸른 종이 같은 게 눈에 띄었다. 난 처음에 책갈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것은 만 원권 지폐였다. ‘만 원의 행복’이 갑자기 찾아오는 순간이었다. 아마도 이 돈의 주인은 ‘직립보행’ 책방지기(아니면 책방지기의 부인, 책방지기가 부르는 애칭은 ‘보행이’)일 것이다.
헌책방 마니아라면 한 번쯤 겪는 특별한 경험 중 하나가 책을 펼쳐 보다가 책갈피처럼 꽂힌 지폐를 발견하는 일이다. 남들이 겪어본 일을 나도 경험해 본다. 책에서 주운(?) 돈을 주인에게 돌려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