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셔야겠어. 한 잔 사 줄까?"

토레스가 파일을 덮었다. 그의 피는 대서양 혹한 만큼이나 차가웠다.

롬지가 이상한 놈 다 보겠다는 눈총을 보냈다.

"약속 있다고 했잖아, 멍청아."

"나중에 만나."

토레스가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러자 리사 롬지 형사가 슬픈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궁금해? 거의 평생을 알고 지낸 사람이야. 오랫동안 친구였고. 몇 년 동안 떨어져 지내긴 했지만 그래도 계속 연락을 취했지. 그 사람도 결혼에 실패해서 돌아왔어. 2주쯤 전인가? 커피 한 잔 하는데 나를 바라보더라고. 정말로 나를 보고 있었어."

"나도 당신을 봐."

롬지가 고개를 저었다.

"당신이 보는 건, 당신과 비슷한 일부일뿐이야. 에반드로, 내 최고의 매력이 아니라. 미안. 하지만 그 사람? 그 사람은 달라. 나를 볼 때면 늘 최고의 나를 찾아내거든."

그녀가 입술을 쪽쪽 빨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게 뭐겠어? 바로 사랑이야."

토레스는 잠시 그녀를 보았다. 드디어 때가 온 것이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두 사람의 파국. 두 사람 관계가 어땠든 간에, 그마저 더이상은 불가능하다. (p.218-219)



















롬지는 토레스와 같은 형사이다. 토레스는 아내와 자식이 있지만, 간혹 롬지와 섹스를 한다. 그리고 알고 있다. 롬지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그 사실에는 감사하지만, 그는 자신의 아내나 자식이 아니라 롬지를 책임질 생각은 없다. 유부남이지만 롬지와 자고, 그런 사실에 속상해하는 롬지에게 '부부관계가 좋지는 않다'는 말을 하면서, 유부남과 자는 싱글에게 위로랍시고 건넨달까. 그런데 롬지는 왜, 하필이면, 그렇게도 좋아하지 않으려고 기를 쓰는데도, 그를 좋아할까. 씨발.



"어서 내 침대에서 꺼지시지그래?"

토레스는 한숨을 쉬며 시트에서 빠져나와, 침대 끄트머리에 앉아 바지를 입고 셔츠와 양말을 찾았다. 거울을 보니 롬지가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애를 쓰긴 하지만 롬지는 결국 그를 좋아했다.

하느님, 이 사소한 기적들, 감사합니다. (p.101)



토레스를 좋아하는 롬지를 만나러 간날, 토레스는 롬지가 옷을 차려입은 걸 보게되고 그녀가 약속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가 남자를 만나러 갈 거라는 사실에 그녀에게 술을 사겠다고 제안하는 것. 하아- 그러니까, 그녀가 나를 좋아하는 건 사실이고, 그 사실에 감사하지만, 그녀에게는 최선을 다하지 않다가, 그녀가 이제 저기 멀리로 가버릴 것 같으니 이제 와 잡으려는 꼴이랄까. 그러나 그는 자신이 속한 가정, 자신이 이룬 가정을 가지고 있는 이상, 다른 한 손으로 롬지를 꼭 쥘 수는 없다. 그래서는 안되는 법이므로, 그에게 파국은 예정되어 있었다. 롬지가 토레스를 떠나는 것은 다행인데, 그것이 토레스가 단순히 유부남이어서가 아니라, 토레스가 보는 게 롬지가 아닌 롬지에게서 보여지는 자기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롬지가 말한 것처럼, '나를 봐' 라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 사랑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이며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은 일이니까. 그렇지만, 그래, 그런 생각도 든다. 그는 나를 보고 내가 그 사실을 안다, 그 사실이 기쁘다, 그러나 나도 그를 보는가?



내가 살면서 만나는 사람중에 내가 사랑하게 될 사람은 몇이나 될까.

또 내가 살면서 만나는 사람중에 나를 사랑해줄 사람은 몇이나 될까.

그중에서 또 내가 사랑하면서 동시에 나를 사랑해줄 사람은 몇이나 될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는 건 기적과도 같다는 말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그렇다. 사실 연애라는 것도 어느 한 쪽이 먼저 좋아해서 시작하게 되는 게 아닌가. 둘이 동시에 같은 강도로, 농도로, 밀도로 좋아할 수 있을까? 내가 이만큼 촘촘하게 너를 좋아하는데, 너는 나를 얼만큼 촘촘하게 좋아하니?



나는 롬지에게 토레스를 버리고 평생을 알아온, 롬지를 봐주고 있는 그 남자를 선택하는 것이 롬지를 위한 최선이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그녀에게 행복을 가져올 거라고는 자신할 수가 없다. 이건 롬지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다른건데 만약 그녀가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에 행복해지는 사람이라면, 삶의 궁극적 가치를 사랑받는 거라 생각했다면, 그렇다면 그녀는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녀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그녀는 새로 시작된 관계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아주 많이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딘가 약간 공허한채로 자꾸 주변을 둘러보다 저 멀리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끔은, 자기를 봐주지는 않았지만 자기가 보고 있었던 토레스를 떠올릴 지도 모르고. 아무쪼록 나는 롬지가, 이제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자신을 봐주는 남자와 함께. 




외로운 소설이다. 사실 나보다 먼저 남동생이 읽고 건네주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는데 나 역시도 다 읽고나서 남동생에게 '야, 더 드롭 읽었는데 뭔말인지 나도 잘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몰입이 좀 어렵고 산만하다. 묵직하고 우울한 기운이 감도는 외로운 소설인데, 이 산만함은 어디에서 오는건지. 암튼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두가 외롭더라. 



외로워 외로워 낙엽처럼 외로워~ 서러워 서러워~ 바람처럼 서러워~

라는 노래가 있던가?





나는 이메일계정을 처음 만든후부터 계속 그 메일계정을 사용하고 있는데, 요즘엔 아주 스팸이 폭발한다. 스팸이든 휴지통이든 나는 수시로 메일함을 정리하는데, 어제 스팸함에 갔다가 문득 아 지겹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나리씨, 강주희씨, 이제 그만 좀 보내요.




그런데 궁금한 게, 이런 스팸메일 보고 회신이 오나? 수요가 있기 때문에 이들은 공급할 수 있는건가? 이런 스팸메일이 진짜 그들에게는 효과가 있는걸까? 하루에 한명씩 파트너를 소개해준다는 메일을 보고, 오 그럼 소개해줘, 하고 찾아가는 사람이...정말 있는 걸까? 그런가?




내 핸드폰 배경화면은 현재 이렇다.



괌 바다에서의 우리 엄마를 찍은 사진인데, 내가 찍어 놓고 이건 완전 예술작품이라며 신나가지고 배경화면을 며칠전에 바꿨는데, 하하하하,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의 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우연히 지하철 안에서 책 옆에 핸드폰을 놓았는데, 오, 그림이 비슷한거다!! 내가 찍은 괌바다의 울엄마 사진도 언젠가 책 표지로 써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맛밤 먹고 있지롱.

아무 것도 넣지 않은 자연의 햇밤 그대로.



밥에게는 다행이었다. 그는 바텐더 일을 좋아했으며, 당연하게도 예전의 거친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마브는 달랐다. 마브는 지금도 황금마차가 황금 도로를 타고 달려와 이 시궁창에서 자신을 꺼내 주기를 기다렸다. 평소엔 그저 행복한 척할 뿐이다. 어쟀거나 밥이 보기에 마브를 괴롭히는 문제는 그 자신도 다르지 않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 더러운 일을 해야 한다. 게다가 그런 일들은 어느 정도 야망을 이루지 못하면 끔직한 비극이 된다. 성공한 사람은 과거를 감출 수 있지만, 낙오자는 바로 그 과거 속에 익사하지 않기 위해 여생을 발버둥 칠 수밖에 없다. (p.34)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개 2015-03-17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흠...도대체 어떤 사이트들을 다니고 있는건가요?
저는 저런 스팸메일이 한통도 없는데요 다락방 님!!!

2.날씨가 꾸물꾸물...
<마의 산>은 크읍........ㅠ..ㅠ
부디 완독하시고 리뷰남겨주시길.




다락방 2015-03-17 14:48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 저는 그야말로 시야가 좁아서는, 알라딘 외에는 가는 데도 없습니다. 인터넷쇼핑도 한 군데에서만 해요. 아마도 이메일 계정을 십오년이상 써오기 때문이 아닐까..싶은데요. 하아-

마의 산은, 아무개님은 어느 출판사로 가지고 계세요? 열린책들로 당연히 사려고 했더니 세 권이나 되더라고요. 상중하...그래서 패쓰.

아무개 2015-03-17 15:00   좋아요 0 | URL
저는 을유세계문한전집으로 상하권 가지고 있어요.
이렇게 책장 안넘어가는 소설은 정말 아이고.....


다락방 2015-03-17 15:19   좋아요 0 | URL
얼마나 안넘어가기에 다들 그러시는지 궁금하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03-17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메일계정이 세 개인데 그 중에 첫번째로 만든거는 다락방님과 비슷한 제목의 메일이 오네요~ 아주 비슷해요^^
제 핸폰 배경화면을 1분내로 올리면요, 다락방님이 10초안에 `엥?!?`하게 된다는데 500원 겁니다 ㅋㅎ

다락방 2015-03-17 16:0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도대체 뭘지. 북플에 올리실겁니까? ㅋㅋㅋㅋㅋ 제가 지켜보도록 하지요.

2015-03-17 16: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7 16: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7 17: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8 14: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5-03-19 00:44   좋아요 0 | URL
정말 감사해요~~~~~~~~~~~~~~~~~~~~~~`

다락방님, 진짜 예리하세요, 어떻게 내 설명만 듣고 이런 정확한 진단을 내려주시나요.
북풀 의사선생님으로 임명합니다.

완전 감사요^^

LAYLA 2015-03-18 0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팸메일은 응답률이 낮더라도 어차피 발송비가 공짜니까 아주 가성비가 높은 방식의 마케팅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팸이 들어오면 바로바로 스팸신고를 해주면 좀 낫더라구요!!!

다락방 2015-03-18 14:06   좋아요 0 | URL
아, 발송비가 공짜군요. 거기에 따른 비용이 들질 않네요. 인건비만 들겠어요. 흐음.
저도 스팸신고를 바로바로 해주는 편입니다만, 이 계정을 너무 오래 써서 그런지 진짜 스팸 메일 많이 들어오네요. 어느 순간부터 스팸이 미칠듯이 들어와요. 하아-
 
















이 책은 무슨 책에다가 스프레이로 수면제를 뿌려놓은 건지, 펼치기만 하면 잠이 쏟아져서 읽는데 한참이 걸렸다. 내용이 지루하다거나 졸리다거나 한 게 아니라, 내용 파악 하기도 전에 잠이 쏟아져가지고..아아, 뭐냐 대체. 이런 책이 예전에도 있었는데 뭐였더라. 여튼 이거슨 타이밍의 문제? 지하철 안에서도, 내 방에서도, 점심시간의 사무실에서도... 그래서 다 읽은 지금도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 잘 모르겠고, 그저 표지만 물끄러미 쳐다보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발도 예쁠까? 이런 쓰잘데 없는 생각이나 하게 되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제프 다이어야 워낙에 유명하니 나는 그의 책을 한번쯤 읽어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이 책, 《꼼짝도 하기 싫은 사람들을 위한 요가》는 제프 다이어라는 작가를 알기엔 좀 무리가 있었던 것 같다. 소설로 그를 만나봐야 할 것 같은데, 대체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어쩐지 한유주 번역은...고르고 싶지 않은데..... 뭐 어쨌든.


졸면서 읽었지만 작가의 유머감각만은 알아볼 수 있었다. 나는 유머감각 있는 사람이 좋더라. 친구든 애인이든 작가든.




당시 나는 프랭크 오하라의 시 <나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했다>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는데, 거기에 대항에서 대항해서 '나는 이것도 하지 않고, 저것도 하지 않았다' 라는 시를 써볼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었지만 당연히 이 일도 하지 않았다. (p.29)



아, 위의 문장을 읽고 한없이 게으르고 싶다는 누군가가 생각나서 한참을 웃었다. ㅋㅋㅋㅋ 게으름이 삶의 목표인 사람.



그리고 이런 구절을 봤다.



나는 대화가 이런저런 주석이나 읽은 책 이야기로 흘러가는 걸 원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같은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건 내 희망이지만, 같은 걸 좋아한다는 것은 서로를 좋아한다는 말을 돌려 하는 것이다. 그런 자리에서 보통 나는 스스로 키만 크고 마른 한물간 아저씨라고 느끼는데, 그날의 점심 자리에서 '초강력 선블록' 티셔츠를 입고 영화와 시인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은 그을린 피부에 날씬하고, 점심때 먹은 콩의 기운이 그대로 느껴지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p.119) 



일전에 알렉 볼드윈이 나온 영화 [내 남자는 바람둥이:suburban girl] 에서, 유명 작가가 출판 편집일을 하는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집에 데려가서는 밀란 쿠데라와 찍은 사진이라고 자랑하는 장면이 있었다. 거기에서 남자가 여자에게 그걸 자랑할 수 있는 이유는, 여자가 '밀란 쿤데라'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었다. 밀란 쿤데라가 누구인지 알고, 그 작가를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대화할 수 있었으므로 그는 그녀에게 자랑스레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만약 여자가 밀란 쿤데라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면 남자의 말은 허공에서 흩어졌을 것이다. 여자는 아마도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쳐다봤겠지. 내가 자랑스레 생각하는 걸 자랑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날 수 있다는 건, 분명 특별한 경험이다. 아마 살면서 우리는 이런 사람을 만나기 위해 다른 여러 사람들을 거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가 상대를 정말 좋아한다면, 그 상대가 밀란 쿤데라를 몰라도 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며, 또한 내 가치를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나는 제프 다이어가 저 문장에서 어떤 기분이었을지 백프로 이해하지만, 내가 상대를 좋아해서 잘 보이고 싶었다면, 아마 의욕을 가지고 밀란 쿤데라에 대해 말했을 것이다. 밀란 쿤데라 알아요? 하면서 그 사람이 얼마나 재미있는 글을 쓰는지, 내가 얼마나 그 작가를 대단하게 생각하는지, 그래서 내가 그 작가와 사진을 찍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나는 열과 성의를 다해 설명하려 했을 것이다. 만약 이때 상대도 나를 좋아한다면, 내 말을 눈을 빛내며 들을 것이고, 그래서 밀란 쿤데라라는 이름을 기억하려 할 것이며, 나와 헤어지는 길에 서점에 가 밀란 쿤데라의 책을 한 권 살 것이다. 그리고는 집에 가서 한 번 읽어보려 하겠지. 내가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라는 영화를 보고 싶어지는 것처럼, 생뚱맞지만 해보게 된다는 거다.



같은 걸 좋아한다는 건 분명 특별한 경험이다. 그런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진짜 행운이다. 그러나, 제프 다이어가 말하는 것처럼, '같은 걸 좋아한다는 것은 서로를 좋아한다는 말을 돌려 하는 것'은 제프 다이어도 이미 알다시피, 그저 희망에 불과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같은 걸 좋아한다는 게 서로를 좋아한다는 건 아니다. 나는 나와 같은 걸 좋아하지만 그 상대가 좋지 않았던 적이 아주 많고, 나와 다른 걸 좋아하지만 그 상대를 아주아주아주아주 좋아했던 적도 더러 있다. 그리고 나는 서로 좋아하는 당신과 내가, 우리가, 서로가 서로 같은 걸 좋아하는 것이 반드시 이상적이라거나 낭만적이라고도 생각하진 않는다. 이건 뭐 딱히 제프 다이어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자고 하는 말은 아니고, 최근에 그런 생각을 내가 했기 때문이다. 상대를 좋아하면, 상대가 좋아하는 걸 내가 알고 싶어진다는 생각. 특별히 제프 다이어에게 유감이 있는 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서로가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유창하게 얘기할 때 내 가치가 높아지는 듯한 느낌에 대해서는, 진짜 잘 알고 있다.




제프 다이어는 젖은 바지를 갈아 입기 위해 아주 애를 쓰다가, 이래저래 엉뚱하게만 입어대다가, 아주아주 힘들게 입기에 성공했으나 '뒤집어' 입은 것을 발견하다. 그러나 다시 제대로 입기에는 그가 너무 지쳤다. 더이상 아무것도 시도하고 싶지 않아,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기를 바라며 그냥 그대로 입고 화장실에서 나가 까페의 사람들에게로 간다. 



갑자기 암스테르담 데이브가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바지 뒤집어 입은 거 알고 계세요?"

"아니, 제대로 입은 건데."

"뒤집어 입었거든." 데이지드가 말했다.

"둘 다 잘못 본 거야." 내가 말했다. 카페에서 차분하게 앉아 있은 덕분에 화장실에서 겪었던 어려움까지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었고, 그 어떤 논쟁에서 아무리 맹렬한 공격을 당해도 거뜬하게 내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사람 눈에는, 그러니까, 외부인의 시선에서 보자면 말이야, 뒤집어 입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게 정상이야. 나 스스로 안팎이 뒤집혀버렸으니까." (p.145)



이런 부분도 있다.



빨간색(풍선껌 분홍색) 비키니를 입은 미인이 함께 핫유안까지 헤엄을 쳐서 가자고 말한 것이다. 케이트는 나에게도 함께 갈 건지 물었다. 수영에 자신이 없었던 나는 구미가 당기긴 했지만, 해파리에 쏘이거나 익사를 하거나 아니면 해파리에 쏘여 익사를 할까 두려웠다. (p.116)



아, 나는 정말이지 이 아저씨의 소설을 읽어보고 싶어진다. 

이 유머감각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가 폐허들을 돌아다니며 사색한 것들 때문이기도 하다. 이렇게 키득키득 웃게 하다가, 이런 말을 내뱉는 사람이기 때문인 것이다.



그 선글라스만큼 애지중지 했던 물건도 없었는데, 이곳 영국 어딘가에서 그걸 잃어버린 것이다. 어떻게 된 걸까? 알 수가 없었다. 어쩌다 잃어버렸는지를 알면 그게 도대체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렇지 않은가? 내 선글라스가 없어졌다.

여기에 하나의 교훈이 있다. 아니면 교훈이 아니라 그냥 사실인지도 모른다. 물건들은 없어진다. 그냥 사라진다.

무언가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온 마음을 다 바쳐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믿을 수 없지만, 그 모든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걸 잃어버린다. 아끼는 물건일수록 언젠가는 잃어버리게 될 거라는 예감도 그만큼 더 확실하게 다가오고, 잃어버렸을 때 찾아오는 상실감도 크다. 그리고, 정말로 잃어버린다. 당시 나의 상황이 그랬다. 그건 세상이었고(눈부시고, 또렷하지 않고, 눈에 거슬리고, 흐릿한)나는 그 안에서 유령처럼 떠다닐 것이다. 어떤 사진도 내가 그 선글라스를 쓰고 보았던 세상을 보여줄 수는 없다. 그건 되돌릴 수 없는 상실이었다. 그날 이후 다른 렌즈가 들어간 선글라스를 써보았지만 잃어버린 렌즈만의 독특한 깊이와 선명함은 느낄 수 없었다. (p.254)




이 문장을, 정말이지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 그는 선글라스에 대해 말했지만, 선글라스 대신 다른 어떤걸 넣어도 좋으리라.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온 마음을 다 바쳐 노력해도, 잃어버린다. 그런 순간은 오고야 만다. 잃어버릴 거라는 예감은,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슬프게도 들어맞는다. '필립 로스'의 울분에서, 그 남자는 자꾸만 자신이 전쟁에서 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결국 어떻게 되었는가. 모든 물건들은, 잃어버리면 다시 살 수 있다. 돈만 있다면 다른 물건으로, 심지어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그러나 어떤 물건으로 대체해도, 대체된 물건은 기존에 내가 가졌던 그 물건이 아니다. 내가 그 물건에 엄청난 애착을 가지고 있었다면, 그 물건은 다른 어떤 물건과 기능의 대체는 될지언정, 정말 그 물건이 될 수가 없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다. 내가 이 사람을 잃고 다른 사람을 만난다해도, 새로운 사람이 그전 사람의 대체는 될 수 없다. 이 사람은 이사람이고, 저 사람은 저 사람이다. 우리는 하나의 상실을 상실 그대로 겪어내야 하고, 하나의 받아들임을 또 그 자체의 하나로 받아들여야 한다. 애착이 강한 물건, 지독하게 사랑했던 사람. 이 모두 대체가 불가능하다. 그가 나의 세상이었다면, 그 세상은 다른 누구도 내게 다시 보여줄 수 없다. 그야말로, '되돌릴 수 없는 상실' 임에 다름 아니다. 언젠가 누군가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라는 말에 '허구헌날 집구석에서 슬픈 예감만 하고 앉아있어 그렇지' 라고 말을 하던데, 어쩌면 .. 정말 그래서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상실에 대한 예감은 가급적 피해가는 걸로...






주말에는 여동생네 식구가 왔다. 제부는 내게 전등 끄는 리모콘을 준비했는데 깜빡 잊고 안가져왔다고 말했다. 읭? 2주전이었나, 내가 여동생 집에 갔을 때, 자기 전에 침대에서 일어나 불 끄는거 진짜 싫다, 책 읽다 그냥 리모콘이나 이런걸로 꺼지고 잠들었으면 좋겠다, 라고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을 듣고 내 방 전등을 리모콘 식으로 바꿔주기 위해 주문해서 물건이 왔다는 거다. 와- 대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뭔 말만 하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동생은 안그래도 제부 덕에 되게 편하다고 자주 말한다. 아가 모유 수유할 때 한밤 중에 줘야 할때, 침대가 있는 벽에 작은 전등이 달렸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니 제부가 침대 쪽 벽에 작은 전등을 설치해줬고, 열어둔 방문이 바람 때문에 닫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해서 문 받침대라고 해야 하나, 뭐 여튼 그거를 방문마다 다 설치해주기도 한거다. 마치 현관문 고정할 때처럼. 자기 아내 편하게 지내게 신경쓰는 거야 뭐 그런가보다 했는데, 처형 말까지 신경쓸 줄은 몰랐엉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며칠전 엄마가 여동생네 갔을 때 그건 뭐하러 샀냐고 물으니, 처형이 자기전에 불끄러 일어나기 싫다고 해서요, 라고 답하더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짱멋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좋은 사람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그거 싫다고 진짜 수십명한테 말했는데 제부가 이런걸 해줄줄은 진짜 꿈에도 몰랐네. 누구한테 뭐 해달라고 말한 게 아닌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나, 화이트데이라고 이런거 받았다???




아니, 소세지도 좋고 밤도 좋지만..뭐랄까...저 비타민을 챙겨주는 마음 같은 게, 훅- 와가지고..엄청 좋았다. 비타민을 그래서 낼름 흡입했다. 소세지는 혼자 다 먹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그래도 나는 마음이 선한 사람이니까 직원들에게도 하나씩 나눠줬다. 아깝지만, 베풀면서 살아야지. 응? 





지난 금요일에는 북플로 친구를 맺은 **님께서, 처음으로 비밀댓글을 남겨주셨다. 나에 대한 좋은 말들이 가득한 댓글이었는데, 그중에서 '다락방님과 돼지국밥에 낮술을 하는 게 버킷리스트 중 하나' 라고 하신 말씀이 무척 인상 깊었다. 아니, 나랑 돼지국밥에 낮술 하는 게 뭐 그리 어려운 거라고. 버킷 리스트라면 가급적 많이 이루는 것이 좋을 터. 게다가 어렵지도 않은 일. 오늘 보니 날이 점점 더 따뜻해지던데, **님, 날이 확 풀려 꽃이 피면, 낮술 한 잔 합시다. 별로 어렵지도 않은 일인걸요. 돼지국밥에 낮술, 하자요. 콜!!




토요일엔 좀 늦게 일어나 엄마 옆으로 가 누웠다. 엄마는 일자리를 구하고 싶다고 했고, 나는 엄마에게 이제 일 그만하라고 말했다. 집에서 하는 일 없이 노는거 한심하잖아, 라고 말씀하셔서 엄마 뭐가 한심해, 아침마다 나 밥해주고 아빠 도시락 싸주는 데, 그게 어디야. 난 엄마처럼 못해, 라고 말씀드렸다. 그래도 엄마는 한숨을 쉬시며, 낮에 아무것도 안하잖아, 일해서 돈 벌어 노년을 대비해야지 돈 없어서 쩔쩔매다 죽으면 어떡해, 하시는데, 어휴. 


엄마, 나 있잖아. 내가 돈 벌잖아. 엄마 혼자 쓸쓸하게 굶어죽지 않게 내가 돌볼게.

니가 버는 돈에는 한계가 있잖아.

소주 두 병 마실 거 한 병만 마시면 되지.

그래 그럼 식구들 다 내쫓고 너랑 나랑 둘이 살자.

아니 왜 내 쫓아, 내 식구들인데. 다 같이 가. 내가 다 돌볼게.

니가 돈을 그렇게 많이 벌진 못하잖아.

소주 한 병 마실 거 반 병만 마시지, 뭐.



그러자 엄마는 깔깔 웃으며 나를 끌어안았다. 이궁. 나는 독립할 의지가 있고, 독립을 언젠가는 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엄마 아빠 들여다보면서 지낼 거다. 엄마 아빠에게 자식이 있다는 거, 잊지 않게 할것이다. 열심히 돈 벌어야지.




기관지염이라고 오늘 병원 가서 약지어왔는데, 기침을 쿨럭쿨럭 하고 있는데, 근데 기분은 열나 좋다. 뭔가 지금 나는 내 인생의 절정을 보내고 있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이 절정의 순간을 아주 오래, 느끼면서 살고 싶다.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좀전에 내가 준 크림치즈맥스봉 먹은 직원이 완전 맛있다고 그러던데, 아놔, 괜히 줬나 ㅋㅋㅋㅋㅋㅋㅋㅋ괜히 나눠줬나 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나 혼자 두고 쳐묵쳐묵 할 걸 그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난 베푸는 걸 너무 좋아해서 진짜 큰일이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선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날개 없는 천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 무거워가지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천사 같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5-03-16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비슷한 물건인데도, 이상하게 그 자리를 채워주지 못할 때가 있어요. 대체불가능인 그런 것들이 없지는 않더라구요.
2. 리모컨으로 끄는 전등, 집에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다락방님, 기분 좋은 월요일 보내세요.

다락방 2015-03-17 14:50   좋아요 0 | URL
오래전에 남자친구가 유럽 출장을 다녀오면서 손거울을 사다준 적이 있거든요. 사실 손거울을 잘 보지 않는데 늘상 소중하게 가지고 다녔어요. 그런데 남친하고 헤어지고나서 한참 후에 그 거울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오, 그런데 대체 어디에서 잃어버린건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 거에요. 언제 잃어버렸는지도 모르겠고요. 그 거울의 부재를 알아챘을 때는 대체 잃어버리고나서 얼마만큼의 시간이 흐른건지도 모르겠고요.

`어쩌다 잃어버렸는지를 알면 그게 도대체 어디 있는지도 알 수 있을 텐데`의 제프 다이어 말을 저도 그때 엄청 실감했답니다.


그러다가 한참 후에, 나중에, 그남자도 그 거울도 다 잊은 후에 방 한구석에서 발견했어요. 하하하핫

2015-03-16 15: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7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5-03-16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기쟁이 효녀 다락방님 ^^
예전에 미드에서 마이클 코넬리랑 데니스 르헤인 나온 장면 얘기하면서 막 흥분했는데, 듣는 이는 그래서 뭐-_- 하는 심드렁한 표정이라 뻘쭘했던 기억 나네요. ^^; 맞아요. 같은 걸 좋아한다는 건 가끔 참 벅찬 일인 것 같아요.

기관지염 얼른 나으시길 바래요. ^^

다락방 2015-03-17 14:52   좋아요 0 | URL
제가 딱히 효녀도 아니고 인기쟁이도 아니고요. 그냥...하핫;;

크- 그때 듣는 이가 진짜? 마이클 코넬리랑 데니스 르헤인이 나왔다고??? 하고 같이 흥분해줬다면 문나잇님 기분이 완전 하늘을 날았을텐데요. 흐음. 역시 같은 걸 좋아한다는 건 참 다행스럽고 벅찬 일인 것 같아요.

기관지염은 하루 자면 나을줄 알았더니 더 심해져서 지금 고통스러워요, 문나잇님. ㅠㅠ 목 아퍼요. 흑흑 ㅠㅠ

럭키언니 2015-03-16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림치즈맥스봉을 먹어보고 싶네요~~~

다락방 2015-03-17 14:52   좋아요 0 | URL
제가 먹어봤는데 말이지요, 크림치즈 맥스봉 보다는 치즈 맥스봉이 역시 훨씬 더 맛있네요. 흐음. 그렇습니다.

에르고숨 2015-03-16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읽으셨네요!...했더니, 수면제.ㅋㅋ 제프 다이어의 소설은 없지 싶은데요? 아직 번역되지 않은 걸로 소설이 있으려나요; 저는 이이가 D.H.로런스에 대해 쓴 책이 무척 기다려져요. 그때 또 같이 읽읍시다. 스스로 인생의 절정기 같다 느끼시니 무척 부러우면서도 보기 좋습니다. (뜬금 없-)건배!!

다락방 2015-03-17 14:53   좋아요 0 | URL
제프 다이어가 소설을 네 권 썼다고 책날개에 나와있거든요. 그것들이...차차 번역되지..않을까요? 그런데 한유주가 번역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 그 누구지, 데이비드 실즈가 언급했었죠. 제프 다이어와 로렌스!! 네네, 같이 읽읍시다, 에르고숨님. 헤헷

그리고 건배!
그런데 저 기관지염 좀 나으면요 ㅠㅠ 아파 ㅠㅠㅠ

hellas 2015-03-16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전등리모컨 바꿔야겠네요. 전 제부가 없으니 직접:)

다락방 2015-03-17 14:54   좋아요 0 | URL
으흐흐흐흐. 전 귀찮다고 생각하면서도 바꿀 생각 하지 않는 게으른 1人 이었어요. 제부 만세! 그리고 직접 바꾸실 hellas 님도 만세!! 헤헷 :)

icaru 2015-03-17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돼지국밥에 낮술 하고 싶은 사람을 떠올려 봤더니... 몇이 떠오르네요...
우아...일단 남편은 리스트에 없어요 >.<

꼼짝도~ 이 책.. 캬...

보통 씨도, 데이비드 실즈 씨도 자기 책에 하두 제프 다이어 제프 다이어 해서,,, 언제 꼭 한번 읽어보려고 하고 있어요!!!

다락방 2015-03-17 14:55   좋아요 0 | URL
그치요? 제프 다이어는 제프 다이어의 글보다 누군가 제프 다이어를 언급한 걸 더 많이 본 것 같아요. 그래서 어디, 도대체 어떤 글을 쓰나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어진다니깐요. 헤헷.

아니, 그런데 왜 돼지국밥 리스트에 남편은 없나요, 아이카루님? ㅎㅎㅎㅎ

니나 2015-03-20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요가책인줄 알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5-03-21 10:47   좋아요 0 | URL
나도 처음엔 그런줄 알고 안샀었어요 ㅋㅋㅋㅋㅋ

blanca 2016-07-09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이 글을 읽음으로써 제프 다이어의 이 책은 읽지 않겠어요.^^ 졸립다니.. 저는 완전 잠들듯...

다락방 2016-07-11 08:22   좋아요 0 | URL
아 아쉽네요. 제가 이 책을 바로 팔지 않았다면 블랑카님 보내드렸을 것을! 사실 블랑카님은 저보다 이 책을 더 좋아하실 것 같거든요. 블랑카님은 책을 꼼꼼하고 진중하게 읽으셔서 이 책에서도 저보다 더 많은 걸 느끼고 가져가실 수 있으실 것 같아요. 포기하지 마세요! ㅎㅎ
 


짱좋다.

여기에서 칠봉이도, 현빈을 닮은 친구도, 노가리모임 친구들도 다 만났고, 늘 내가 고마워해야 할 다정한 친구들도 여기에서 다 만났다. 

좀전에 ㄹ님과 비댓으로  수다를 떨면서, 아 진짜 너무 좋다, 하고 생각했다.

여긴 진짜 짱이다. 

내 인생에 칠봉이가, 현빈 같은 친구가, 노가리모임 친구들이, 또한 다른 많은 다정한 벗들이 없다고 생각하면 울적해지는 것이다. 



신이 나를 사랑해 그를 알라딘을  만드셨대요. ♪ 크-


댓글(34)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5-03-12 14: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14: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1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느긋느긋 2015-03-12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서재를 매일매일 돌보고, 이웃들을 한분한분 세심히 챙기고, 책도 잔뜩 사는 다락방님께
알라딘은 명예패를 수여하라! 수여하라! 1년치 책을 제공하라! 제공하라!ㅎㅎ
알라딘은 정말이지 다락방님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는 것 같어요 ㅎㅎ

다락방 2015-03-12 16:15   좋아요 1 | URL
명예패는 아니고 나중에 혹여라도 제가 결혼이란 걸 하게된다면 알라딘 이름으로 화환이나 왔으면 좋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뭐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알라딘 덕에 버니님도 알게 됐죠. 앞으로 조금 더 버니님하고 친해질 계획입니다만? 훗 :)

무해한모리군 2015-03-12 16:32   좋아요 0 | URL
수여하라 수여하라!!!! 락방님 제가 환갑되시면 꽃화환을 꼭 ^^;;

다락방 2015-03-12 16:36   좋아요 0 | URL
크- 슬프게도 환갑이 그리 멀지 않네요. 제 생각엔 제 결혼보다는 제 환갑이 더 빠르게 제게 올 것 같네요. 아, 저 사주 봤을 때 예순살에 결혼한다던데...결혼축하겸 환갑축하로다가 부탁드려요, 휘모리님. 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03-12 16:43   좋아요 0 | URL
수여하라 수여하라!!!! 락방님 환갑되시면 저는 꽃바구니^^;;

다락방 2015-03-12 16:46   좋아요 0 | URL
꽃부자 되겠네요, 저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원 있는 집을 하나 마련해 살아야겠어요. ㅋㅋㅋㅋㅋ 원래는 실버타운 갈랬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03-12 16:49   좋아요 0 | URL
정원 있는 집 마련되면 바로 연락주세요. 저도 하이드님께 미리 연락도 드려야하고 ㅋㅎㅎ
정원 있는 집에서 커피 한 잔 하면서 책 읽으면 완전 짱이겠는데요.
아니다, 치킨에 맥주, 아니다, 소주에 족발? 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락방 2015-03-12 16:50   좋아요 0 | URL
다 됩니다, 단발머리님. 아무때나 말만 하세요. 소주에 족발도 치킨에 맥주도 스콘에 커피도 다 됩니다. 아예 여러명 불러서는 호텔 조식 뷔페처럼 꾸밀까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믈렛 잘하는 남자랑 같이 살아야겠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03-12 18:11   좋아요 0 | URL
스콘에 커피.... 아.......................
다락방님, 사랑해요~~~~~~~~~

꼬마요정 2015-03-12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믈렛 잘 하는 남자에 한 표~~^^

다락방 2015-03-12 19:30   좋아요 0 | URL
오믈렛을 제가 못하기 때문에 남자는 무조건 오믈렛!!

보물선 2015-03-12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기능에 sns가 겹쳐졌군요!
좋아요!!! (저랑도...^^)

다락방 2015-03-13 14:21   좋아요 0 | URL
보물선님과는 북플 친구! ㅎㅎ

그렇게혜윰 2015-03-12 2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건 몰라도 현빈 같은 친구라..... 저도 조만간 조인성같은 친구를 만나고야 말겠다는^^;;;

다락방 2015-03-13 14:21   좋아요 0 | URL
그렇게혜윰님, 화이팅입니다. 조인성 같은 친구가 어딘가에는 반드시!! 있을 겁니다. 훗

비로그인 2015-03-12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과 족발 꼭 먹을거예요!불끈!

다락방 2015-03-13 14:22   좋아요 0 | URL
저는 족발과 소주를 사랑합니다, 아른님. 새우젓과 마늘도요. 우후후

[그장소] 2015-03-13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뭔가 공약을 내거는 분위기인데..뭘하면 좋을지 감을 잡지 못하겠는 1인.하하하 언젠가..저도 이유경 마니아가 되서 사인을 받으러 ..줄서는 날이
있기를 환갑전에요~^^♥

다락방 2015-03-13 14:22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러니까, 아, 저기, 제가 사인을 해주면서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는 날이....글쎄요, 올까요? 환갑 전에? 아무쪼록 그 날이 오기를 저도 바라겠습니다. 으흐흐

[그장소] 2015-03-13 20:19   좋아요 0 | URL
언제가..오지 안겠습니까..??
세계평화나..남북통일 보단 빠를것 깉아서..걸었어요^^♥ 그러니..부담은 갖지마세요..램프요정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있겠어요~!!^^♥ㅎㅎㅎ

세실 2015-03-13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그 현빈같은 친구분 저도 소개해줌 안될까요? 아.....부럽다.........................^^

다락방 2015-03-13 14:23   좋아요 0 | URL
그 분이 대한민국에 계신 분이 아니셔서 말입니다요, 세실님. 멀리 계셔요. 아주 머어어어어어얼리요. 비행기 타고 열시간 이상을 날아가야 그 분을 만날 수 있답니다. ㅋㅋㅋㅋㅋ

세실님도 멋진 친구들 많이 만드셨잖아요, 알라딘에서. 제가 다 아는걸요. 또한 일상도 멋지게 꾸려가시고 말입니다.
:)

페크pek0501 2015-03-13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락방 님이 계셔서 알라딘이 더 좋다고 느끼는 1인입니다. ^^

다락방 2015-03-13 14:39   좋아요 0 | URL
방금 페크님 서재 다녀왔는데, 페크님, 이렇게 또 덕을 쌓으시네요. 헤헷 :)

보슬비 2015-03-14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이 알라딘에 킨포크 테이블을 마련해주세요.
저는 와인 들고 갈께요. ^^

다락방 2015-03-16 11:04   좋아요 0 | URL
우앙- 언젠가 진짜 한 번 해보고 싶어요. 각자 음식 하나씩 들고 와서 파티 하는거요. 진짜 한 번 해보고 싶어요. 얼마나 좋을까요? 좋은 음악 틀어두고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히히히히히

블랙겟타 2015-04-28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락방님 글때문에 알라딘 서재에 한번씩 들르네요. ㅎㅎ 늘 잘읽고 있습니답!

다락방 2015-04-28 10:18   좋아요 1 | URL
아니, 블렉겟타님. 이렇게 아름다운 댓글을 써주시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맙습니다!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영화 《나의 ps 파트너》에서 지성은 김아중과 통화중에 자신의 전(前)여친 얘기를 하게 된다. '우리는 아주 특별한 관계였다, 영혼이 통하는 사이었다' 라면서. 헤어진 마당이니 과거형이 되는데, 어쨌든 과거엔 연인이었으니 그가 그들의 관계를 특별하게 여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아니, 당연하다. 그때 김아중은,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들 자신의 관계를 그렇게 느낀다고 말한다. 그래, 나도 안다. 우리는 특별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영혼이 통한다' 라는 말에서 감이 잘 안온다. 


영혼이 통한다고?


영혼이 통하는 게..뭘까? 도대체 뭐가 영혼이 통한다는 걸까? 나는 곰곰 되짚어 봤다. 나의 지난 연애와 연인들을. 그들중 어떤 이들에겐 편안함을 느꼈고 또 어떤 이들에겐 몹시 설레이는 기분을 느꼈고, 누구는 아주 많이 좋아했고 등등의 감정들이 떠오르지만, 나는 단 한번도 



나는 그와 영혼이 통하는 사이야.



라는 느낌을 받아본 적도, 생각해본 적도 없더라. 영혼이 통한다고? 영혼이 통한다는 게 대체 뭘 의미하는지조차 모르겠다. 어떻게 하는게 영혼이 통한다는 걸까. 내가 가만 있어도 내 영혼이 슝- 하고 날아가 당신의 영혼 속으로 슝- 들어가서는 하나로 살포시 포개어지는, 뭐 그런건가? 아니면 영화 《사랑과 영혼-GHOST》처럼, 나의 영혼의 그의 몸을 슝- 하고 통과하는, 뭐 그런건가? 아무리 상상하고 또 상상해봐도 그림이 그려지질 않는 거다. 혹시 '소울메이트'를 말하는건가? 소울메이트를 다른 말로 영혼이 통한다고 하는건가? 말이 통할 수는 있는데, 말이 통하는 걸 영혼이 통한다고 하나? 말이 통하는 건, 생각이 통하는 거잖아? 생각이..영혼인 건 아니잖아? 영혼이 어떻게 통하냐. 누가 나한테 설명 좀 해주라.



설사 소울메이트를 영혼이 통하는 거라고 한들, 나는 그러고보니 '너는 나의 소울메이트야' 라는 말을 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어제는 그래서 이 영혼이 통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소울 메이트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글쎄, 소울메이트가 만약 소울이 나랑 비슷하게 닮아있는 걸 뜻하는 거라면, 사실 내 소울메이트는 지난 연인들이나 앞으로의 연인들이라기 보다는 '에피톤 프로젝트'나 '심규선'쪽이 아닐까 싶다. 영혼이 나랑 조낸 닮은 것 같다. 지난번 심규선 콘서트 갔는데 미발표곡이라며 짝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를 불러주더라. 근데 나는 그때 별수없이 '아 저여자는 나같아' 라는 생각을 한거다. 나는 한 번도 내 연인에게 '그는 또다른 나야' 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아마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어떻게 그게 되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그러나 차세정과 심규선이 들으면 놀라겠지. 나는 너를 모르는데 왜 너랑 영혼이 닮았다는 거냐? 하고. 콧방귀를 뀌겠지. 뭐, 그러든지 말든지. 암튼 '영혼이 통한다'는게 대체 뭔지. 이티랑 드류 배리모어가 그랬듯이 손가락을 마주댔을 때 지리리릭 하는건가...



J 생각이 났다. 구체적인 문장을 찍지 않고 그냥 툭, 말을 건네도 답을 해주는 J. 책을 읽다 인용문을 보내면 또다른 인용문으로 답을 해주는 J. 일상을 사사로이 보고하지 않아도 서로에 대해 아무것도 터치하지 않는 J. 우리의 영혼은 닮아있지는 않아도, 이정도면 영혼의 친구 같은거 아닐까. 그러면 이런게 소울메이트..인가? 글쎄, 잘 모르겠다. 나는 정신적 지주 혹은 구원이라 여겨지는 친구도 있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다다다다 풀어놓으며 수다 떨 친구도 있다. 영혼이 통하는 사이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내 영혼은 아주 건강한데, 뭐 언젠가는 누구랑 좀 통해보려나? 글쎄다. 영혼이 통하는 게 그리 간절하지도 않고 그게 꼭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난 그냥 서로가 서로를 이해한다면, 아니,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그걸로도 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영혼이 통하는 게...뭐징?





오늘은 이상한 날이었다. 아니 뭐 딱히 그렇게 다른 날들보다 더 이상할 건 없는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퍼뜩 '올리브 키터리지!' 하게 되는 게 아닌가. 제기랄. 아침에 이런 거 생각나면 굉장히 고통스러워지는데, 출근준비할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책을 펼쳐보면 안된다는 말이다. 아, 그런데 참을 수가 없어. 어떤 문장을 찾고 싶다. 영어로 찾고 싶다. 그런데 영어로 된 책을 읽을 수가 없으므로 일단 한국어로 찾아서는 어디쯤에 있는지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 나는 책장에서 책을 꺼내 들었다.

















내가 나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 내가 나를 신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내가 좋아하는 문장에 밑줄을 그어놨다는 거. 포스트잇 플래그를 붙여 놓았다는 거. 크- 멋져. 미래를 위해,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둔 것좀 봐. 나는 포스트잇 붙여진 부분들만 찾아보아도 내가 원하는 문장을 찾을 수 있는 거다. 내가 원했던 문장, 찾아낸 문장은 이것이었다.

라고 쓰려보니 제기랄 ㅋㅋㅋㅋㅋㅋ회사에 이 책 없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쉬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럼 난 인용문을..어째? 하아- 힘들어. 내가 나를 또 힘들게 하는구나.

그러고보면 나를 가장 사랑해주는 것도 나 자신이지만,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도 나 자신인듯?? 하하하하하하하하하. 헛웃음만 나오는구나. 당일배송 시켜서 인용문 적을까? 하아- 페이퍼도 타이밍인데. 그 타이밍을 놓치면 쓰기 싫어지는데. 히융. 자, 그렇지만 나는 원서를 가지고 왔다.


















번역본에서 내가 원하는 문장이 어디 있는지 확인해두고,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이 책을 들고는 '이 단편이었고, 끝부분이었지, 뒤에 페이지는 한 장 정도 남아있었어' 하고는 찾기 시작했고, 빙고, 찾았다. 번역은 내 몫이 아니다.




On Sunday morning, the sky had a low overcast, and the lights in Daisy's living room glowed from beneath the little lamp shades. "Daisy, I'm just going to say this. I don't want you to answer, or in any way feel responsible. This is not because of anything you've done. Except be you." He waited, looked around the room, looked into her blue eyes, and said, "I've fallen in love with you."

He felt so certain of what was coming, her kindness, her tender refusal, that he was amazed when he felt her soft arms around him, saw the tears in her eyes, felt her mouth on his. -<Starving, p.102>




번역본으로 이부분을 읽다가 이 앞부분이 궁금해졌고, 그러다 좀 더 앞이 궁금해졌고, 그러자 이 뒷부분도 궁금해졌다. 그러다보니 이미 집앞에서 나갈 시간을 지나쳐 있었고, 헐레벌떡 나가보니 내가 타야 할 버스는 막 출발해버렸고, 그 다음 버스를 기다리자니 8분을 밖에서 서성여야 했고...그러면 조급한 마음으로 출근해야 할 것 같아, 아아, 원래 타던 지하철을 타고 싶다, 나는 잽싸게 택시를 타버리고야 말았던 것이다. 그렇게 지하철역까지 가서는 다다다닥 뛰어 계단을 내려가, 이제 막 도착하는, 내가 늘상 타던 그 시간의 지하철을 탔고, 거기에서 이 원서를 꺼내들고는 이 부분을 찾기 시작한 것이었던 것이었다. 아, 아침에 뭔가 찾아보고 싶어지지마, 부탁이야, 나년아.



양재역에 내려 걸으면서는 그렇지만 이런 거 참 좋다, 생각했다. 어떤 문장이 생각나는 거, 어떤 글귀가 생각나는 거, 그리고 손 닿는 곳에서 그걸 꺼내서 다시 볼 수 있다는 거. 아주 나이가 더 들어서라도 이렇게 살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늘 내 곁에 두고, 읽으면서 좋았던 구절들에는 늘 그랬듯이 밑줄을 긋고, 그렇게 지내다가 문득 떠오르는 구절이 있다면 꺼내서는 다시 한번 읽고. 이렇게 사는 거, 참 좋다. 이렇게 계속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어딜 가더라도, 거주지를 옮기게 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책들은 꼭 싸짊어지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지 안은 책을 두고 갈 수는 있을지언정, 읽었고 내가 좋았다고 느껴 줄을 그었던 책들에 대해서라면, 싸짊어지고 가자고. 이고지고 가자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좀 멋진 것 같다. 일흔이 되어서도, 여든이 되어서도 내 손때 묻은 책을 꺼내어 들춰볼 수 있다는 게.




그렇다면 내 영혼은 내가 좋아하는 책들과 통하는가?

아니, 책은 그저 내 영혼의 좋은 친구일 뿐이다. 손 닿는 곳에 늘 있는 베스트 프렌드. 절친.

나는 나 자신을 잘 알고 나한테 뭐가 좋을지 잘 알기 때문에 내게 좋은 친구를 사귀는 법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랬기에 책장에 내가 좋아하는 책들을 넣어둘 수 있는 게 아닐까.



영혼이 통하는 건, 지성이나 하라고 해야겠다. 난 괜찮다. 노 땡큐.





덧붙임: 저 영어부분에 해당하는 번역을, 버니님이 찾아서 댓글로 달아주셨다. 버니님은 좀 멋진 분이신 것 같다. 옮겨본다.



<일요일 아침, 하늘에는 구름이 낮게 깔려 있고, 데이지의 거실 안 작은 스탠드에서 불빛이 반짝였다. ˝데이지, 그냥 이 말을 하고 싶어. 나는 당신이 대답하거나, 어떤 식으로도 책임감을 느끼길 바라지 않아. 당신이 뭘 어떻게 해서 그런 게 아냐. 당신은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었을 뿐이지˝ 그는 잠시 기다렸다가 데이지의 푸른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어.˝
하먼은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친절하고 부드럽게 거절하리란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데이지의 부드러운 팔이 자신을 끌어안고,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반짝이고, 그녀의 입술이 제 입술에 포개졌을 때 몹시 놀랐다.
- 굶주림, 185p>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느긋느긋 2015-03-12 15: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요일 아침, 하늘에는 구름이 낮게 깔려 있고, 데이지의 거실 안 작은 스탠드에서 불빛이 반짝였다. ˝데이지, 그냥 이 말을 하고 싶어. 나는 당신이 대답하거나, 어떤 식으로도 책임감을 느끼길 바라지 않아. 당신이 뭘 어떻게 해서 그런 게 아냐. 당신은 그냥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었을 뿐이지˝ 그는 잠시 기다렸다가 데이지의 푸른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어.˝
하먼은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친절하고 부드럽게 거절하리란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데이지의 부드러운 팔이 자신을 끌어안고,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반짝이고, 그녀의 입술이 제 입술에 포개졌을 때 몹시 놀랐다.
- 굶주림, 185p>

영어울렁증이 있는 저같은 분을 위해 냉큼 옮겨왔어요 ㅎㅎㅎ
그 바쁜 출근길에 책이 떠올랐다고 그걸 읽다 결국 택시까지 이용해버리는 다락방님, 멋져요!

다락방 2015-03-12 16:13   좋아요 2 | URL
꺅 >.<
책이 없어 이 번역본을 옮기지 못해 답답했는데 고마워요, 버니님. 버니님 좀 짱인듯요! 헤헤헤헤헤. 저는 버니님의 댓글을 스윽- 긁어다가 페이퍼에 옮기겠숑- 땡큐!! 우히히히히

[그장소] 2015-03-13 0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 아름다운 사람들을 어쩌면 좋아..~^^
왜..갑자기 눈물이 핑 돌지...

이런 번역본을 옮겨주는 버니님도 멋지고
그녀의 수고가 헛되지 않게 윗 글에 다시 옮겨 쓰는 수고를 하는 다락방님도 멋지고..
이런 글을 쓰는 것 자체도 내겐 마냥 신기하고...ㅎㅎㅎ
글은 인내심이란 생각..
사람을 기다리고 책을 진득하니 읽는 만큼 쓰는 것도 그만큼 진득하니 쓰면 좋겠는데..

부럽다는 생각을 다시 한다.고


다락방 2015-03-13 14:21   좋아요 2 | URL
아니, 그장소님. 아름답다..하셨습니까? 하하하. 고맙습니다.

이런 번역본을 옮겨주시는 버니님이 멋진건 당연하지만, 버니님이 `그녀`는 아닙니다, 그장소님. 아마도 `그`일 것입니다. ㅋㅋㅋㅋㅋ
버니님이 옮겨주셔서 저야말로 고맙게 넙죽 받았지요. 헤헷 :)
그러니 아름답다는 말이 네, 적합한듯도 해요. 고맙습니다, 그장소님. 헤헷.

[그장소] 2015-03-13 15: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홧~^^난감 한데요~고치지말아야징~ㅎㅎㅎ
그냥..버니님을..그녀로 만들어 버려야 겠어요!! 움하하핫!!
조 윗 글을 보면..도저히 남자사람 글 같지 않았다는..
뭐..감상에 빠질 글이긴..했지만..

2016-06-15 0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클레어는 어린 시절 정착하지 못하는 엄마와 함께 지냈다. 그런 엄마가 심지어 클레어와 동생을 두고는 떠나버린다. 그런 클레어에게 '붙박이'는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다. 곧 떠나버릴 것들에 대해서는 결코 정을 주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훅훅 치고 들어와도 애써 밀어내야만 했다. 받아들였다가 떠나버리면 너무나 아프니까. 그래서 클레어는 시작도 전에 겁을 집어 먹는다. 아, 클레어. 



어떡하든 끝내야 한다. "그 남자는 붙박이가 아냐." 클레어가 문밖에다 대고 외쳤다. "사과나무가 붙박이고, 인동덩굴 와인이 붙박이야. 이 집이 붙박이야. 타일러 휴즈는 붙박이가 아냐."

"난 붙박이야?" 시드니가 물었다. 클레어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드니는 이곳 붙박이인가? 시드니는 배스컴에서 정말로 자기 자리를 찾은 걸까? 아니면 다시 떠날까? 베이가 자라면,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또 떠날까? 그런 생각은 하기 싫었다. 클레어가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시드니가 떠나는 이유가 되지 않는 것, 시드니에게 머물 이유를 주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거기에 집중하기로 했다. (p.173)



"키스 한 번에 이 꼴이 되다니. 섹스라도 하면 일주일은 앓아눕겠군."

타일러는 너무나 쉽게 미래를 입에 올렸다. 그에게서 받은 이미지들이 아직도 생생했다. 하지만 그녀는 시작할 수 없었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을 테니까. 이런 이야기엔 언제나 끝이 있었다. 그녀는 이런 쾌락을 누릴 수 없었다. 그랬다간 남은 평생 그걸 그리워하면서, 그것 때문에 고통받으면서 살게 될 테니까.

"날 내버려둬요, 타일러." 그녀는 그를 밴에서 밀어냈다. 그의 가슴이 아직도 빠르게 오르내리고 있었다. "괜한 짓이었어요.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에요." (p.203-204)



그녀는 셋이서 한 집에 사는 게 행복했고, 그것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그것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행복도 언젠가는 끝나리라는 생각을 끊을 수 없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정할 엄두가 나지 않을 뿐이었다. (p.211-212)



"그리고 타일러와 잘 지내지 못하는 것도 미안해. 타일러와 잘 지내길 바라는 거 알아. 하지만 나로선 어쩔 수 없어. 다 부질없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 결국 사라질 것 같아 두려워. 사람들이 날 떠나는 게 무서워." (p.257)



"난 일시적인 관계엔 약해."

"그럼, 그렇게 생각하지 마. 영원할 거라고 믿어봐. 일시적일지 영원할지 누가 알아."

클레어는 병원에서 주사 맞기 직전처럼 짧고 깊게 숨을 훅 들이 마셨다. "아플 거야."

"사랑은 언제나 아파. 그건 언니도 알잖아, 안 그래?" 시드니가 말했다. "하지만 해볼 만해. 언니가 모르는 건 그것뿐이야." (p.274)



타일러가 고개를 들고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내가 떠날 거라 생각해요?"

"이런 건 영원할 수 없으니까요."

"왜 그렇게 생각해요?"

"내가 아는 사람 누구한테도 영원하지 않았으니까."

"난 항상 앞날을 생각해요. 난 평생 꿈을 좇으며 살았어요. 그리고 난생처음으로 그 꿈 중 하나를 잡았어요." (p.282)




혼자 외롭게 지내던 클레어에게 오래전 헤어진 여동생이 아이를 데리고 나타난다. 클레어에겐 조카가 생긴 것이다. 어린 시절에 사이가 좋지 못했던 여동생이지만, 클레어는 이제 동생과 점점 사이가 좋아지고 조카를 사랑하고 있다. 동생과 조카가 함께 있는 지금 너무나 행복하지만, 이들이 곧 떠나버릴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그들이 떠나는 이유가 최소한 자신이 되지는 않기를 바라면서 클레어는 매일을 지낸다. 게다가 그녀에게 마음을 고백하며 늘상 그녀를 바라보는 옆집 남자 타일러. 그녀도 그에게 엄청난 열정으로 끌리지만, 그의 마음도 잘 알지만, 이런 관계가 영원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를 받아들이지를 못한다. 이런 관계는 끝이 있어, 끝나면 아플 거야, 그것이 그녀의 마음과 머릿속을 지배하는 생각이다. 


하아-


나도 정확히 클레어의 마음으로 연애를 해왔다. 사람이 한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다 헤어지면, 당연히 아프다. 하물며 겁나게 사랑하는 사람의 경우엔 어떻겠는가. 그건 감히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나는 이별이 닥쳐온 게 아니라, 이별이 닥쳐올지도 모르는 상황을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찢어져서 눈물이 고이는 사람이라, 언제나 '많이 사랑하는 사람과는 연인이 되지 말자'고 다짐해왔다. 그들은 다른 포지션이어야 한다, 헤어지면 어마어마한 고통이 쓰나미로 몰아닥칠 것이다, 하는 두려움이 내 안에는 너무나 컸다. 지금 그 책 제목이 생각이 안나는데, 내가 읽었던 로맨스 소설에서-<혜잔의 향낭> 이었나??-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그런 말을 한다. '너를 사랑하므로 나에게도 이제 약점이 생겼다' 고. 나는 머릿속에 생각이 너무 많고 걱정이 많은 사람이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안부와 염려와 걱정으로 언제나 머릿속이 들끓는다. 눈에 보이지 않을 때 그들에게 혹여라도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아프지 않을까, 다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졸이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쓸데없는 걱정이겠지만 내게는 어쩔 수 없이 이런 성향이 있고, 이 생각을 나의 가족들에게 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하다. 지금은 어린 조카들 생각을 매일, 매순간 한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건 에너지를 꽤 많이 소모하는 일이라, 깊이 사랑하는 사람을 또 만들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클레어가 여동생과 조카에게만 집중하려는 마음을, 자신에게 애정을 드러내며 훅훅 다가오는 타일러를 애써 밀어내려는 그 마음을 너무나 이해한다. 그런데 밀어내려고 해도 자꾸 훅훅 들어오고, 밀어내야 되는데, 자꾸 훅훅 들어오고, 밀어내야 되는데, 겁나 좋고...그러니 클레어가 지금 얼마나 힘들까.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미칠것 같은 마음이 되어 화도 나고 슬프기도 했다가 막막하기도 하고 눈물도 핑 돌다가 할 것이 아닌가. 클레어는 지금 자신을 통제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빡칠 것이다. 내가, 클레어를, 진짜 완전 잘 안다니까.



그런 이모를 보며 조카 베이는 엄마에게 묻는다. 이모 화났느냐고. 좀처럼 물건의 제자리를 모르는 사람이 아닌데, 요즘엔 그걸 까먹고 있다고. 조카는 이모가 걱정된다. 그러자 베이의 엄마가 베이에게 말해준다.



"화난 게 아니야, 베이. 이모는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아서 당황한 것뿐이야. 수영 못하는 사람이 있듯이 사랑에 빠지는 법을 모르는 사람도 있거든. 처음엔 허우적대지만, 나중엔 점점 요령이 붙을 거야." (p.215)



아! 

어쩐지 눈물이 난다.

내가 겪었던 내적갈등들이 떠올라 가슴이 답답해진다.

소파에 가만히 앉아 눈물이 핑- 고이던 날이 떠오른다. 내가 내 마음대로 되질 않았지. 엉엉- 엉엉 울고 싶겠지 클레어. 

이별하고 싶지 않아 사랑하는 걸 포기하는 이 클레어의 마음을 나는 안다. 

그것은 용기가 없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싶지 않은 그 마음을, 어떻게 감히 용기 없다고 흉볼 수 있을까. 


그런 클레어에게 일시적이 아닌 영원을 생각해보라고, 한번 해보라고 조언해주는 여동생 시드니가 있고, 또 그런 클레어에게 자신을 받아들이도록 열심히 설득하는 멋진 남자, 타일러가 있다. 타일러가 그런 그녀에게 실망해 포기하거나 절망했다면 아마 클레어는 계속 같은 생각, 같은 마음으로 앞으로의 시간들을 살아갔을 것이다. 별로 사랑하지 않는 남자와 그저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지' 라고 생각하며 살아갔을 것이다. 확실히, 그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그건 또 그것대로 살아가는 방식이며 안정감과 평안을 주었을 테니까. 


그렇지만 훅훅 들어오는 사랑이 살면서 쉽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여러번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많이 아프게 될지도 모르더라도, 감수하고 그를 받아들이는 쪽이 그를 혹은 그 사랑을 경험할 수 있는 길이다. 만약 지금 그를 놓친다면 앞으로 평생 이 경험과는 담쌓고 살게 될지도 모른다. 내게 찾아온 혹은 내게 다가온 폭풍 같은 감정의 흔들림을 놓은 채로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느냐, 끝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고통을 안고 일단 앞으로 나아가느냐는 전적으로 개인의 몫일 것이다. 아, 몰라.


어쨌든 우리의 타일러는, 그녀가 가진 두려움과 고통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밀어냄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다가선다. 아 진짜...조낸 멋지다. 그는 그녀에게 다가서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전날 밤 정원에서 므흣한 일이 있어 어색해진 그들 사이, 그는 그녀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풀어보고자 한다. 그런데 그가 그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퍽 흥미롭다.




"시작합니다. 내가 십대 때는 수영장 가기가 쉽지 않았어요. 특히 예술가촌 아이들한테는, 수영장이 마을에서 16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데다 엄청 외진 곳이었거든요. 학교에 지나 파레티라는 여자애가 있었어요. 지나의 몸이 성숙해지자 남자애들이 넋을 놨어요. 복도에 있다가 지나가 지나가면 그야말로 말을 잃었죠. 며칠씩 그랬어요. 열여섯 살 때였는데 지나는 여름방학 동안 매일 수영장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그래서 나도 거의 매일같이 수영장에 갔어요. 비키니 입은 지나를 보려고요. 방학이 끝나갈 즈음 난 결국 결심했어요. 더는 참을 수 없더군요. 몇 달이나 지나의 환상에 사로잡혀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했거든요. 하다못해 말이라도 걸어봐야 했어요. 나는 물에 뛰어들었고 지나 바로 앞에서 몇 바퀴 왔다갔다 하며 폼을 잡았죠. 그런 다음 훌쩍 물 밖으로 나와 지나에게 다가갔어요. 그리고 당당히 지나 앞에 버티고 섰죠. 일부러 햇빛을 가리면서, 일부러 그 애한테 물을 뚝뚝 흘리면서. 좋아하는 여자애를 괴롭히는 게 '나 너 좋아해'의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하던 미욱한 시절이었죠. 그런데 지나가 눈을 뜨고 나를 올려다보더니 ‥‥‥비명을 내질렀어요. 물에서 나올 때 내 수영복이 허리 한참 아래로 쓸려 내려갔는데, 그것도 모르고 거기 그러고 서 있었던 거예요. 졸지에 나체쇼를 벌인 거죠. 경찰에 끌려가지 않은 게 다행이었어요." (p.253)



여기까지는 뻔한 얘기다. 그냥 피식- 웃을 수 있는 얘기. 내가 좋아하는 건 이 다음부터다. 이 다음의 클레어와 타일러의 대화. 아, 이런 대화 너무 좋아! >.<



반전결말에 클레어는 웃음이 나왔다. 웃으니 기분이 좋았다. 기분이 묘했지만 어쨌든 좋았다. "있던 정도 뚝 떨어졌겠네요." 

"그렇지도 않았어요. 사흘 후에 지나가 데이트를 신청했어요. 그러고보니 그날 수영장에 있었던 여자애들 중에 나한테 관심을 보인 애가 한둘이 아니었네." 타일러가 뻐겼다.

"정말이예요?"

그가 윙크했다. "그게 중요해요?"

클레어는 다시 웃었다. "재밌었어요."

"말만 해요. 이런 굴욕적인 이야기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p.253-254)



아, 난 진짜 이렇게 뻐기는 남자 좋아. ㅋㅋㅋㅋ 허세 쩌는 남자는 재수없지만 상대로 하여금 웃게 만들면서 뻐기는 건 좋지 않은가. 하하하하하. 타일러가 클레어를 포기하지 않아서, 클레어의 불안을 자꾸 없애주려고 해줘서, 나는 그게 타일러에게 참 고맙다. 대화를 마치고 수영하러 가겠다는 타일러는 마지막으로 이 말을 클레어에게 던진다.



"나는 여러 면에서 당신을 사랑해요, 클레어." (p.255)



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ㅏ여러 면에서 당신을 사랑해요, 라니. 이 남자야. 졸 멋지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렇지만 이 말을 듣고도 이 말이 뜻하는 바가 뭔지 잘 모르겠는 우리의 클레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타일러는 물로 달려가 그대로 뛰어들었다. 잠깐. 진심으로 한 말일까? 나를 사랑한다고? 아니면 이런 상황에서 흔히 하는 표현인가? 클레어는 이런 게임에 익숙하지 못한 것이 분했다. 게임에 익숙하면 장단을 맞출 텐데. 게임에 익숙하면 때로는 따끔하고 대로는 뻐근한 타일러에 대한 감정, 괴롭기 짝이 없지만 동시에 몹시 짜릿하기도 한 이 감정을 잘 요리할 수 있을 텐데. (p.255)



아, 정말이지 '괴롭기 짝이 없다'는 표현이 얼마나 적절한지. 아주 그냥 뇌리에 와서 박히는구나! 괴롭기 짝이 없다 괴롭기 짝이 없다 괴롭기 짝이 없다 괴롭기 짝이 없다.....




이 책은 이미 다른 많은 책들을 닮아 있다. '에이미 벤더'의 《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을 닮아 있고, '라우라 에스키벨'의 《달콤쌉싸름한 초콜렛》은 정말 많이 닮아 있다. 그러니 특별할 것도 없는 책이고 뛰어날 것도 없는 책이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등장인물들이 겪는 감정의 변화는 너무나 내 것과 닮아 있어서 이 특별할 것 없는 책의 책장을 넘기다가 자꾸만 눈물이 핑 돌았다. 오랜 만에 집으로 돌아온 시드니에게 잘 돌아왔다고 말해주는 어린 시절의 친구를 볼 때도 그랬고, 조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클레어를 볼 때도 그랬고, 전혀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친구로서 살면서 안정감을 느끼는 것도 그랬고, 과거를 숨기고 싶은 시드니의 불안도 그랬고, '이렇게 좋은 남자가 내게 올리 없다'고 생각하는 시드니가 그랬다. 무엇보다 어떤 상황에도 끝이 있다고 생각하는 클레어에게도 내가 생각하고 이해하며 느끼는 감정들이 그대로 배어났다. 미래를 알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클레어도 역시 나와 같았다. 미래는 알수 없어야 하고 그러므로 기대에 차있어야 하며, 또 그러므로 앞으로 살아나가야 하는 것이지, 내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다고 해서 덥썩 그걸 보는 쪽을 택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주인공들은 특별한 능력을 가졌는데, 그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마음은 면면이 다 보통의 사람들과 같았다. 어차피 사람이란 다 거기서 거기다. 강해봤자 특별히 더 강할 것도 없고 약해봤자 특별히 더 약할 것도 없다. 우리가 강할 수 있는 최대치는, 어쩌면 우리 안의 두려움과 트라우마와 싸우는 바로 그만큼인지도 모르겠다. 약할 수 있는 최대치 역시, 그걸 극복하기 위해 한걸음을 내디디려다 다시 주춤하게 되는 그만큼이 아닐까. 


어쨌든 나는 이런 거 좋다. 끊임없이 다가가 불안을 달래주는 것, 잘 돌아왔다고 말해주는 것. 이런 것들만 있으면 어쨌든 세상은 좀 더 살만하다고 느껴질런지도 모르겠다.


















핸드폰을 바꾼 여자는 단축번호를 옮기지 못해 실수로 남자친구가 아닌 다른 남자에게 전화를 건다. 다짜고짜 폰.섹.스.(음란 단어라 등록이 안됩니다)로 통화를 마치고나서야 여자는 자신이 엉뚱한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그리고 그 일을 계기로 이 여자와 가만히 앉아 폰.섹.스.를 하게 됐던 남자는 인연이 닿아 통화하는 사이가 된다. 얼굴을 보지 않고 통화만 하니 그들은 서로에게 아주 솔직해질 수 있다. 헤어진 애인, 지금 애인에 대한 고민과 속상함 찌질함을 털어놓을 수도 있고 섹스에 대한 불만도 얘기할 수 있다. 그러면서 폰.섹.스.를 시도하기도 한다.


글쎄, 폰.섹.스.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잦은 빈도로 하는지는 내가 전혀 모르는 바이므로, 이렇게 알지 못하는 남자와 폰.섹.스.하는 상황 자체가 있을 거라는 것에는 그다지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이 영화는 지나치게 영화답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둘의 만남 자체가 그러한데 전화로만 교제를 하던 두 사람은 드디어 만나기로 한다. 서로 상대의 모습을 알지 못하니 기대반 걱정반의 마음으로 서로를 마주치게 되는데, 무슨, 모르고 나갔는데 여자는 김아중이고 모르고 나갔는데 남자는 지성이냐. 지성은 김아중을 보고나서 말한다.



뭐야, 예쁘다더니 정말 예쁘네.



이런 젠장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백하건데, 나 역시 얼굴을 모르는 상태에서 관계를 유지하다가 상대를 만난 적이 몇 번 있다. 뭐, 요즘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그런 일이 다들 있지 않을까. 어쨌든 그렇게 내가 상대를 만나러 갔을 때, 정말이지 단 한 번도, 



지성이 나온 적은 없었다.

지성 같은 놈도 없었고,

지성하고 비슷하게 생긴 놈도 없었다.



뭐, 이건 상대에게도 마찬가지일거라는 걸 안다. 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어디 한구석 김아중 닮은 데가 없으니까. 아마 상대도 나를 보고는 흐음, 역시 이렇게 만나는 데는 한계가 있군, 하는 생각을 했을런지도 모르겠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여튼 상대를 모르는 채로 상대와 대화를 하고 호감을 느꼈을 때, 그런데 만남은 '그 후에' 일어났을 때, 상대가 초미모롭기는.. 힘든 게 아닌가. 그럴 확률이 얼마나 되나. 일전에 엄청 엄청 잘통하는 남자애와 수차례 통화를 한 적이 있다. 나보다 세살 어린 놈이었는데, 이놈은 살면서 나처럼 대화가 잘 되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설레발을 쳐댔던 터라 나도 좋았었다. 우리는 인터넷 까페에서 알게된 사이었는데, 하루는 그 까페에 정모가 있었고 후기가 올라왔다. 한결같이 녀석에 대해 이병헌 닮았다고 말하고 있었다. 뭐 나는 이병헌에 대해 호감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아니 일반인이 이병헌의 외모인데 이렇게 대화도 통화고...어쩌고 생각하며, 그 다음 번개모임엔 나도 참석했다. 이병헌..의 외모라면 뭐 괜찮지 않은가. 그리고 좀 늦게 도착해서 빵집 앞에서 기다리던 나를 데리러 나온 녀석은............................그래, 이병헌과는 하나도 닮지 않았었다. 뭐,그렇다는 얘기다.



어쨌든. 상대가 김아중이고 상대가 지성인 것이 영화적이었는데, 결혼식 장면은 특히 더하다. 하아- 결혼식에 찾아가 찌질하게 '네 팬티를 내게 보여줘' 노래 부르는 것도, 뭐, 어떤 찌질한 경우엔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되지만, 그렇게 사람들 다 있는 결혼식 앞에서 회사 동료를 가리키며 '나는 쟤랑 술먹고 실수로 잤어' 라고 떠들고 '나도 선배가 하도 자자고 졸라대서 잤어요' 라고 말을 하는 건 .. 뭥믜 -_-

이건 영화이며 그러니 재미있게 감상하면 그뿐이지만, 좀처럼 나는 몰입이 되진 않았다. 지나치게 작위적은 설정도 그랬지만, 뭔지 모를 것이 나를 감정적으로 되게 힘들게 했다. 그게 뭔지는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가 없고 나도 이게 뭔지 잘 모르겠다. 뭔가 되게 나를 힘들게 했는데, 그래서 중간까지 보다가 잠깐 쉬었는데, 이게 뭔지를 모르겠다. 이 감정의 정체를.. 하아-



이 영화를 보게 된건 신해철 때문이었다. 칠봉이가 이 영화에 신해철이 잠깐 나온다고 말해준 것. 오. 신해철이 나온다고 해서 봤는데, 신해철이 나온 것이 이 영화의 유일한 미덕이었다. 신해철이 나오는 동안만 마음이 애틋하고 짠해졌다. 저 사람이, 저기 있었네. 요즘 유행하는 킬미힐미를 안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확실히 지성 보다는 신해철이 좋다. 이런건 뭐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는 일. 이 영화에 신해철이 나온다고 말해준 칠봉이가 고마웠다. 이렇게, 신해철을 보다니. 아우, 콕콕 가슴이 그냥 ㅠㅠ




이십대 중반에 내게도 이 영화속 김아중,지성과 비슷한 일이 있었다. 내 경우엔 남자쪽에서 실수로 전화를 잘못한 거였다. 이 전화가 실수였다는 사실을 서로 알며 전화를 끊었는데, 잠시후에 다시 전화가 왔었다. 그냥 이렇게 연락하고 지내면 안되겠냐고. 안될게 뭐 있나 싶어 나는 그와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는데, 어느 하루는 종로에서 술 마시던 나를 집에 데려다줄 겸, 나라는 사람을 한번 볼 겸 내가 있는 곳으로 오겠다는 거다. 잠깐 고민하던 나는 그럼 그래라, 했고 그가 도착했을 때 나의 술자리는 아직 끝나지 않아 있었다. 잠깐 나와 그를 처음 보게 됐고, 그는 내가 나올때까지 차에 앉아 기다리겠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술집에 들어가 일행과 헤어지려고 하는데, 그중에 한 남자가 꼭 할 말이 있다며 잠깐 남아달라는 거다. 흐음. 이걸 어쩌나...지금 저기 누가 와 있는데... 그런데 사실 이 모임이 먼저였고...근데 저기 나 보러 누가 와있는데... 근데 얘가 굳이 오늘 할말이 있다고하니...그래서 내가 알겠다, 친구가 와있는데 보내겠다 말하고 다시 차로 가서는 미안한데 오늘 그냥 가라고 말했다. 내가 지금 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그래서 다음에 만나 술한잔 사기로 하고 그를 보낸후에, 다시 내게 할말이 있다는 남자 에게 돌아와 그 남자가 이끄는 대로 술집엘 갔다. 그날 그는 내게 사귀자고 말했고, 나는 알았다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졸지에 남자를 사귀어서 집에 돌아가게 됐는데, 전화남자는 내게 얼른 술사줄 날짜를 잡으라고 해서 또 그 날짜 잡아가지고 며칠 뒤에 술을 마시게 됐는데.................................


아, 복잡하다. 여튼. 

지금은,

나랑 사귀었던 그 남자는 예쁜 여자랑 결혼해서 아이 낳고 잘 살고 있고

전화남자는 뭐하는지 알지도 못할 뿐더러 어떻게 생겼는지, 이름이 뭔지도 생각 안난다. 키가 어땠는지도 전혀 기억이 안나고. ㅋㅋㅋㅋㅋㅋㅋㅋ만약 지하철에서 내 옆자리에 앉아도, 식당에서 내 옆자리에 앉아도, 거래처 사람으로 만나서 통성명을 하며 악수를 한다 해도 나는 그를 전혀 기억할 수 없을 것 같다. 어쩌면 이렇게 이름도 생각 안나고 성도 생각이 안날까. 얼굴이 컸는지 작았는지, 헤어스타일은 어땠는지도 하나도 기억안나.... 기억나는 건, 그가 기막히게 키스를 잘했다는 것 뿐이다. 오, 나년....



자, 마무리는 훈훈하게 책으로 돌아가자.



"저 나무의 사과를 먹으면, 인생 최대의 사건을 미리 알게 되거든. 그게 행복한 사건이면 그것 아닌 다른 일은 죄다 시시해질 거고, 반대로 끔찍한 사건이면 평생 두려움 속에 살아야 해. 그러니까 절대 미리 알면 안 돼." (p.137)



내 인생 최대의 사건은 뭘까? 나는 내 인생 최대의 사건을 미리 알고 싶지 않다. 돌이켜보았을 때, 아 그 일은 내 인생 최대의 사건이었지, 하고 싶다. 지금도 벌써 내 인생 최대의 사건이라고 할만한 것들이 몇 개 있다. 더한 무엇이 생기지 않더라도 나는 이것들 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고, 그러면서도 사실은 더한 무엇이 또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매일을 산다. 



그가 껄껄대고 웃었다. 그녀도 웃었다. 모두 해결됐다. 웃음이 잦아들자 헨리가 시드니의 눈을 보며 말했다. "돌아왔구나."

"돌아왔어."

"잘 돌아왔어."

시드니는 머리를 내저었다. 오늘 이런 행운이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다. "그거 알아? 그렇게 말해준 사람, 네가 처음이야."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p.199)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고, 나는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다는 말을 믿는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기 보다는 즐겁게 기다리고 싶고, 마냥 기다리기 보다는 한걸음 더 떼고 싶다. 



그리고 지금 뭔가 먹고 싶다. 따뜻하고 기름지며 육덕진 걸로.. 하아-




잠시 침묵이 흐르다가 이바넬이 입을 뗐다. "도움을 청하는 일도 용기가 있어야 할 수 있지. 다시 돌아오다니 장하구나. 기특하다." (p.79)


댓글(12) 먼댓글(1)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영혼이 통하는 사이?
    from 마지막 키스 2015-03-12 09:46 
    영화 《나의 ps 파트너》에서 지성은 김아중과 통화중에 자신의 전(前)여친 얘기를 하게 된다. '우리는 아주 특별한 관계였다, 영혼이 통하는 사이었다' 라면서. 헤어진 마당이니 과거형이 되는데, 어쨌든 과거엔 연인이었으니 그가 그들의 관계를 특별하게 여기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아니, 당연하다. 그때 김아중은, 사랑하는 사람들은 다들 자신의 관계를 그렇게 느낀다고 말한다. 그래, 나도 안다. 우리는 특별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영혼이
 
 
2015-03-11 1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03-11 10:11   좋아요 0 | URL
아이쿠, 님. 전혀요, 전혀.
우리 타일러, 그런 남자 아닙니다. 타일러는 클레어만 사랑합니다. 하트 뿅뿅 ♡

네꼬 2015-03-12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컴퓨터로 서재에는 잘 안 들어와서요, 스마트폰으로 다락님 글 읽으려면 댓글 달기가 어려웠어요. 다락님 반가워요. 그리고 고맙고요. .. (그리고 여전히 야한 다락님. -_- )

다락방 2015-03-12 09:06   좋아요 0 | URL
한결같은 게 제 장점이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날 좀 더 따뜻해지면 또 노가리집에서 만납시다. 밀린 수다 다다다닥 풀어내자요. 그때까지 잘 버티고 있어요. 멘탈 잘 부여잡고!!

2015-03-12 0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14: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2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5-06-03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를 지금에나 보네요. 달달해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다락방님 조카는 좋겠다, 나도 조카로 받아줘요.ㅋ

다락방 2016-04-30 19:35   좋아요 0 | URL
아니, 저는 이 댓글을 지금 보네요. 아하하하하.
블랑카님, 저는 지금 동네 까페에서 두번째 책을 위한 원고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