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이 책은 놀랍다. 우리는 어린 시절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을 배우지만, 살아가면서 사실 권선징악과 해피엔딩이 자주 드러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선 그걸 말해준다. 어설프게 정의가 승리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정의가 승리하는 건 모두가 바라는 바지만, 그러나 어디 그게 쉽던가. 정의는 빈번하게 불의 앞에 무릎을 꿇는다. 착한 사람도 늘상 벌을 받고 살고, 그 누구에게 해를 입히지 않은 사람도 고통에 노출될 수 있다. 나쁜 사람이 부유하게 잘 살 수도 있다. 그리고 이렇게 서늘한 이야기를, 맙소사, 이 작가 '카트린 아를레'는 고작 자신의 나이 '스무 살'에 해낸다. 스무 살에 이런 소설을 쓰다니, 맙소사. 이 세상은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왜 나는 이 나이에도 쓰지 못한 것을 누군가는 스무 살에 쓰는 거지? 왜? 하아- 



지난 금요일에는 가수 '심규선'의 콘서트에 다녀왔다. 그녀의 노래들을 듣다가, 또 노래 사이사이 그녀의 말들을 듣다가, 아, 그녀는 확실히 '내 과'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자신 안에 아주 많은 것들을 품고 있었고, 그걸 노래로 만들어내는 것을 천직이라 여겼다. 천직이라 여기기까지는 물론 많은 갈등을 했다고 했다. 내가 계속 노래할 것인가, 노래하면서 살아갈 것인가, 하고. 누구나 자신의 미래를 불안해하는 구나. 어쨌든 그녀는 자신이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들을 써내고 만들어냈고, 자신이 만들던 그때 그 감정을 다른 사람들이 그대로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를 원했다. 이런 점이 아주 나와 닮아있다고 느꼈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 감정들을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하고 싶은데, 하면서. 


그러다 그녀는 콘서트가 끝나갈 무렵 눈물을 보였다. 하아- 이렇게 감정이 풍부해서야 원. 그녀는 콘서트에 찾아준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고, 콘서트가 금세 매진된 것에 또 감사했다. 사람들이 이렇게 자기 노래를 들으러 찾아와 준 것에 감사하며 결국 눈물을 보였는데, 아, 나는 그때 그녀의 마음을 정말이지 백프로 이해했다. 재작년에 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내가 지금 무대에서 우는 저 심규선 같은 마음이었으니까. 예상하지 못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축하를 해줘서 내가 얼마나 놀랐던지. 결국 여행친구 D 로부터 예쁘게 포장된 딸기타르트를 선물 받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엄마에게 전화해 펑펑 울어버리고 만것이다. 엄마, 나는 사람들한테 해준 게 아무것도 없는데 사람들이 다 나 잘되기를 바라고 있어, 하면서. 엄마는 일단 지하철 역이니 그만 울고 집에 와서 울라고 했다. 나는 펑펑 울다 눈물을 닦고 집에 돌아갔고, 집에 돌아가서 딸기 타르트를 내밀며 엄마 품에 안겨 또 엉엉 울었다. 사람들이 왜이래, 사람들이 왜이렇게 나한테 잘해줘, 내가 뭐라고. 엉엉. 


심규선은 무대에서 눈물을 보였을 때, 그때의 나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콘서트가 매진되고 자신이 노래부르는 공간에 빈자리가 없이 사람들이 꽉 채워졌음을 봤을 때, 그때의 나처럼 벅차고 감사했을 것이다. 그럴때 눈물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그토록 여러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잘 부르는 심규선을 보면서도 나는 카트린 아를레에 대해 생각했던 것처럼,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저렇게 못해, 나는 저렇게 노래도 잘하지 못하고, 저렇게 사람들 앞에서 노래도 못할거야, 하고. 나는 카트린 아를레가 될 수 없었고 심규선이 될 수도 없었다.


주말동안의 밀린 알라딘 글들을 읽으면서도 역시 같은 생각을 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행복과 여유를 느끼고 또 자기 일을 성실히 해내는 사람들을 보면서 '내가 이사람이라면' 이라는 생각을 해봤다. 나는 아마 그들처럼 그 자리에서 그 일을 잘해내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온거야, 하고. 나는 이생에서 이렇게 살아야 하는 역할인가보다. 저 사람은 훌륭한 글을 써내고 저 사람은 노래를 하고 저사람은 저 일을 하는 것처럼,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구나, 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먹고 출근을 하고, 근무보다 페이퍼 쓰는 것에 더 즐거움을 느끼면서(응?), 내가 선택한 사람들을 좋아하면서,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구나.

















주말에는 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보았다. 이 영화는 영화 내용 자체보다 사실 이 영화에 얽힌 나의 사정이 있는 영화인데, 몇해전 절반쯤을 보고 절반쯤을 보지 못한 채로 여태 지내왔다. 그러니까 이 영화를 재미있게 봤던 한남자가 내게 이 영화를 당시에 시디로 구워주었고, 나는 그가 좋다는 영화라서 불끈 의욕을 가지고 그 시디를 재생시켜 보았지만, 두번째 시디가 튀었던 거다. 그래서 절반 가량을 보지 못했던 것. 그래서 '본 영화'가 되지 못한채 여태 남아있다가, 최근에야 이 영화를 다시보자, 고 생각했던 거다. 그 남자 생각도 나고 해서..(응?)


(비도 오고 기분도 그렇고 해서~ 정말이야 거짓말이 아냐 미안해 너의 집앞이야~)


하아, 이 영화는 매우 슬픈 영화였다. 마츠코의 슬픈 일대기 라고 할 수 있겠는데, 마츠코는 외로운 걸, 혼자라는 걸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번번이 남자들로부터 '맞는데'도  '맞아도 좋아' 라고 생각한다. '혼자가 아니라면' 이라고 생각하면서. 아- 대체 맞아도 견딜만큼 혼자가 아닌 걸 원한다는 건, 그 안에 얼마나 깊은 외로움이 있다는 걸까.


모든 걸 되돌리면, 그래서 처음부터 제자리를 찾는다면 마츠코가 깊은 외로움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 마츠코는 멋을 내도 데이트를 해도 집 안에서 조용해야 했고 아버지로부터 애정 어린 표현을 받지 못한다. 그녀는 사랑받고 싶었고, 사랑받는다는 걸 확신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언제나 아파서 누워있는 마츠코의 여동생을 신경써야 했으므로 마츠코에게 제대로 된 표현을 해주지도 않고 마츠코에게도 늘 조심하라 말한다. 어릴때 부터 그런 말을 들어왔던 마츠코는 사랑받기 위해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를 생각한다. 만약 그때 아버지가 마츠코는 마츠코대로 사랑한다고, 마츠코를 기다린다고, 그 마음을 그대로 마츠코에게 얘기해줬다면...그랬다면 어땠을까.


또한 마츠코를 사랑했던 '류' 도 마찬가지. 마츠코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마츠코를 '너무 좋아해서' 수학여행 당시 여관의 돈을 훔치는데, 누군가를 '너무 좋아해서' 대체 왜 그런 식의 수단을 써야한단 말인가. 그 어긋난 표현은 또한번 마츠코의 삶을 변화시킨다. 



물론 그것들이 마츠코의 삶을 변화시키는 절대적 요인은 아니었을 거다. 같은 일을 경험했을 때 모두 반응하는 방식은 다르니까. 그러나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는 건 정말 중요하다. 사랑을 제대로 표현해서 사랑받는 사람이 '내가 사랑받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하는 건 확실히 필요한 일이다. 나도 상대에게 그걸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이고 싶다. 내가 사랑한다면, 상대방이 그걸 확실히 알 수 있기를 원한다. 얼마전에 조카랑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난다. 이제 훌쩍 커버린 조카를 내가 번쩍 안아주었는데, 조카가 그러는 거다. 


이모는 왜 자꾸자꾸 타미 안아줘?


나는 글쎄, 이모도 잘 몰라. 라고 하자 조카가 말했다.


타미는 알아. 이모는 타미를 사랑해서 그래.


아, 조카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네가 알고 있다면, 나는 그걸로 족하단다. 흑흑. 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에게 사랑받는 다는 것에 있어서만큼은 의심하지 않도록 하고 싶다. 





그나저나 주말에 접한 것들이 모두 여자가 폭력을 당하는 거라서 가슴이 답답해졌다. 《7층》도 그랬고,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도 그랬는데, 지푸라기 여자를 다 읽고 시작하게 된 책에서도 폭력에 시달리다 도망치는 여자가 나온다. 아..이런 써글노믄 시키들. 하아- 제대로 사랑하고 제대로 사랑받는 건 이렇게나 중요하다. 제대로 사랑받아본 사람만이 제대로 사랑할 수 있고, 제대로 사랑할 수 있어야 상대를 제대로 사랑받는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이 언제나 옳은 것은 없다. 사랑이라고 그것이 '언제나 옳은'것은 아니다. 언제나 옳은 것은 세상에 술과 버터와 고기 뿐일지도 모른다.




주말에는 제주도에 다녀왔다. 경향신문을 보던 평일 저녁, 나는 신문기사에서 '제주도의 고기국수'의 존재를 알게 되고, 그래서 스맛폰을 들어 다다다닥 검색을 해본다. 오, 비쥬얼이 좋다. 다음날 나는 E 양에게 '제주도에 고기국수가 있다는 데 이거 먹으러 가고 싶다' 고 말하는데, 이에 E 양은 그럼 이번 주말에 가자, 고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오냐 가자, 하고는 당장 비행기와 호텔을 예약하고 그렇게 고기국수를 먹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잽싸게 택시를 타고 고기국수 집으로 가고, 국수를 먹고는 호텔 셔틀을 타기 위해 공항까지 걸어서 돌아왔다. 마침 시간이 딱 셔틀 도착할 시간, 우리는 45분 여를 걸었다가 셔틀을 탔다. 그리고 호텔에 도착했는데, 아, 나란 인간. 이 호텔에 처음도 아닌데, 여러차례 왔는데도 방향 감각을 상실해서  E 양이 이쪽 이라고 나를 안내해 줘야 했다. 객실에 찾아 들어가고 다시 나와 올레길을 걷고 그리고 다시 숙소에 돌아가기 위해 호텔에 도착해 엘레베이터를 타고 우리 층에 내렸는데 나는 또 멈춰버리고 말았다. 헐. 어디로 가야 해...내 방향감각은 진짜 병신이구나 ㅠㅠ 순간 딱 멈춤, 을 하자 E 양이 또 나를 안내한다. 이쪽이에요, 라고. 매번 나를 이끌어줘서 고마워, E 양. 내 방향 감각은 나에게 지독하게도 치명적이구나. 


아, 고기국수에 대한 평을 하자면, 나는 고기국수가 맛있었다. 함께 시킨 비빔국수도 맛있었다. 그런데 부산과 창원, 마산에서 먹었던 돼지국밥이 더 좋다. 돼지국밥을 먹으러 또 부산이나 창원, 마산에 가고 싶지만 고기국수를 또 먹기위해 제주도에 가고 싶진 않다. 어쩌면 나는 면보다 밥을 더 좋아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고기국수는 맛있었지만 돼지국밥같은 치명적인 매력은 없다, 라고 쓰는 순간 흑, 돼지국밥 먹으러 또 부산 가고 싶다. 창원 가고 싶다. 낮에 돼지국밥 시켜서 낮술 하고 싶다. 밤에는 다른 거 더 푸지게 먹고. 흑흑. 



이것이 비빔국수의 비비기 전과 비비고난 후의 비쥬얼.




그리고 이것이 고기국수의 비쥬얼.






음..사진 보니까 또 먹고싶네. ㅠㅠ


좀있으면 점심시간이 온다. 화이팅!!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이 얘기도 하고 싶은데 이건 다음으로 패쓰하자. 페이퍼가 너무 길다. 마지막으로 인용문은 '카트린 아를레'의 《지푸라기 여자》의 것이다.




갑자기 함부르크의 불결한 건물이 기억 속에서 꿈틀대며 올라왔다. 그러자 그 지독한 폭격들, 건물이 부서지고 불타고 내려앉은 길에서 설치던 쥐들, 공포와 배고픔과 추위와 고독에 절어 지냈던 쓰라린 시간들이 꼬리를 이으며 떠올랐다. 사람의 삶이란 별난 것 같으면서도 그리 별날 게 없는 것이어서, 해진 이불을 덮고도 잠은 오고, 지그러진 통조림통에 담긴 음식도 목을 넘어가며, 숨을 곳을 찾아서라면, 감자 1킬로그램을 얻기 위해서라면, 마른 나뭇단 한 묶음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몇 시간이고 걸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화염으로 뒤트릴고 내려앉아 뼈대만 남은, 파열된 하수도관과 박살난 유리창들만 남은 건물의 잔해 한복판에서도 그녀는 사랑을 했었다‥‥‥(p.79)

"아니면 뭣 때문에 당신 같은 여자한테 흥미를 가졌을 것 같소? 이보시오, 친애하는 힐데가르트, 당신은 서른네 살이었소. 직업도 없고 미래도 없는 서른네 살. 내 말을 믿으시오. 그 나이에 아무것도 해놓은 게 없다면, 그건 앞으로도 뾰족한 수가 없다는 이야기요. 내가 아니었으면 당신은 초라하고 별 볼 일 없이 나이만 먹었을 거요. 당신 나이의 여자들한테 예정된 하찮은 미래를 생각해본 적은 있소?"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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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5-03-09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규선 콘서트에 다녀오고, 고기 국수 먹으러 제주도에 날아갔다 오신 다락방님이 부럽네요^^
친구가 5월 초 제주도로 혼자 여행간다고 나보고 4일에 들어오라는데 5일 나오는 비행기가 없네요.
제주도는 즉흥적으로 안되던데 능.력.자!!! ㅎㅎ

다락방 2015-03-09 12:38   좋아요 0 | URL
비행기가 뜨기를 기다리던 제주공항에서 세실님의 페이퍼를 읽었어요. 그때 그 생각을 했어요. 내가 도서관장이었다면 세실님처럼 잘할 수 있었을까? 독서 모임을 만들고 책을 정하고 발제를 하고 회원들과 친분을 유지하는 일을 제가 잘 할 수 있었을까요? 전 `아니`라는 답이 나오더라고요. 난 이렇게 할수 없다, 하고 말이지요. 세실님이 굉장히 대단해 보였어요. 이것이 세실님의 역할이구나 싶었고요.

제주도는 즉흥적으로 안되던데 이번에는 그냥 표 다 있더라고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운이 좋았던것 같아요. 히히.

mira 2015-03-09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대 후반에 친구랑 새벽1시에 이야기하다가 날새고 아침 첫비행기로 제주도 여행갔던 기억이 나네요. 제주도는 어땠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생애처음의 갑작스런 여행이었고 그때가 문득 그립네요. ㅎㅎ 부산살때는 돼지국밥을 엄청 싫어했는데 지금은 부산돼지국밥 이야기가 나오면 한번 가서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나네요 ㅎㅎ

다락방 2015-03-09 15:27   좋아요 0 | URL
저는 돼지국밥 엄청 좋아해요, 미라님. 낮에 점심으로 돼지국밥 먹으면서 낮술 한잔 하면 진짜 행복하죠. 돼지국밥은 사랑스러워요. 무척이나 환상적인 음식이에요. 돼지국밥은 최고에요!
사랑하는 남자랑 함께 곱게 늙어가면서 간혹 손잡고 실실 나가서 돼지국밥에 낮술 한잔 하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ㅎㅎㅎㅎㅎ

2015-03-09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0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니 2015-03-10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저도 마츠코 씨디로 받아서 봤는데, 그 씨디를 주었던 남자(사장님)가 저더러 마츠코를 닮은 것 같으니 함 보라고 주심. 아마 남자 없이는 못 사는 외로운 여성의 이미지가;;; 닮았다는 거였나 봐요. 그래선지 영화를 보면서 계속 나의 어떤 부분이 저 여성과 닮았을까 힘을 주어 비교하느라 정작 제대로 보진 못한 거 같아요.지금 생각하면 꽤 좋은 영화였는데.

다락방 2015-03-10 11:45   좋아요 0 | URL
네 인상 깊은 영화죠. 너무 슬프더라고요. 누군가 옆에 있는걸 간절히 원한 나머지 폭력마저도 인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츠코 인생도 슬프고,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슬프고 말예요. 어휴. 그 영화 보고나니 사랑을 제대로 표현해주자, 사랑받는 걸 꼭 상대가 알게 해주자 라는 평소의 제 생각이 더 굳어졌어요.

치니님도 어떤 `남자-사장님이긴 하지만-` 로부터 받은 `씨디`로 보았다는 게 우연히 겹치네요. ㅋㅋㅋㅋㅋ 마츠코는 남자한테 시디로 받아 봐야 진짜인가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5-03-10 2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03-11 10:12   좋아요 0 | URL
쿠폰은 감사하지만요, 님.
맥스무비에 1인 1쿠폰제로 바뀌어서 쿠폰 여러개여도 써먹을 수가 없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015-03-10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11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5-03-11 10:15   좋아요 0 | URL
이번 참에 사아겠다고 생각하고 혹시 몰라 장바구니에 넣어보니 이전에 구매한 적 있었던 책이라네요. 조회해보니 저 2014년 10월에 샀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어딨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5-03-11 18: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7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7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7 1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27 1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7층
오사 게렌발 지음, 강희진 옮김 / 우리나비 / 201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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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엄청나게 좋아할 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나는 그가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그가 담배를 피운다고 해도 싫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가 푸쉬업을 한 손으로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그러나 그가 푸쉬업을 하지 못했어도 그를 똑같이 좋아했을 것이다. 나는 그의 웃음소리가 좋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웃지 않았어도 그를 많이 좋아했을 것이다. 나는 그가 공부를 잘했던 게 좋다, 그러나 그가 공부를 못했다고 해서 그에게 실망하진 않았을 것이다. 나는 그가 술과 고기를 좋아하는 게 좋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해도 좋아했....을까? 뭐, 아마 좋아했을 것이다. 나는 그를 좋아했으므로 그에게서 아주 여러 개의 장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내 눈에는 그의 모든 것들이 장점으로 보였지만, 그가 또한 많은 단점들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에게 '네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라고 말하진 않았을 것이다. 


네가 나를 좋아한다면 그렇게 머리를 자르지 말고, 그런 옷을 입지 말고, 그렇게 운전하지 말고, 그렇게 먹지 말고, 그렇게 웃지 말고, 그렇게 하지말고, 하지말고, 하지말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폭력이 가해질 수 있는지를 대부분 인식하지 못하는 채로 산다. 분명 폭력적인 말과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사랑해서 그래'라고 하면 그런가, 하고 갸웃해서 그대로 따르게 된다. 나중에, 자신이 아예 망가지고 부숴지고나서야 '그때 그게 사랑이 아니었구나, 그건 사랑이란 이름의 폭력이었어' 라고 생각할 수 있게 되지만, 그때는 이미 내 안에 커다란 상처가 자리잡고난 후다.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사랑이란 그 말 하나면 모든 걸 다 내어줄 수 있을 것처럼 되어버리고 만다. 사랑한다니까, 그게 사랑이라니까 견디고 참고 지탱한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많은 사항들에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다. 그래서 반짝거리는 섀도우를 사고 싶고, 핑크빛 볼터치를 사고 싶다. 목에 두를 예쁜 스카프를 사야겠다고 생각하고, 예쁜 원피스도 여러벌 장만하고 싶다. 구두도 샌들도 다 새로 사고 싶고, 더 예뻐지고 싶다. 이건 상대가 내게 요구한 게 아니다. 섀도우를 사라고, 원피스를 사라는 말을 들은 게 아니라, 내가 그에게 잘 보이고 싶기 때문에 내가 선택하고 내가 나를 가꾸고 싶은 것이다. 나는 최상의 사람의 되고 싶고 이것이 내가 그를 좋아하는 데서 나오는 당연한 현상이다. 최상의 나는 그를 좋아하는 나의 마음이자 나의 의지의 발현으로 되어야 하는 것이지, 그것이 '그의 요구'여서는 안된다. 그의 요구로 인해 내가 달라진다면, 그것은 폭력일 확률이 매우 높다. 



이 책의 '오사'는 대학에 들어가 남자친구를 사귀게 된다. 그는 학교내 모두에게 인기가 많고 잘생겼다. 이런 남자가 나를 좋아한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근사한 남자다. 그러므로 오사도 그에게 푹 빠진다. 그와 관계가 깊어질수록 그녀는 그에게서 이상한 점들을 보게 된다. 그는 그녀에게 키스할 때는 눈을 꼭 뜨라고 말한다. 감고서 니가 무슨 생각을 할지 어떻게 아냐며. 또한 다른 남자들이 옆에 지나갈 때 본인에게 애정 표시를 하지 말라 말한다. 니가 저 남자를 원해서 나에게 애정을 표현하는지 알 수가 없다면서. 이 모든 질투들을 단순히 사랑하는 감정에서 비롯된 거라 여겨 그녀는 그냥 넘긴다. 때로는 너무 심한 말들도 그녀는 묵묵히 받아들인다. 그는 그녀에게 모든 친구들을 끊을 것을 요구한다. 그녀의 친구들은 최소한 남자 다섯명하고는 자봤을텐데 그런 여자들은 창녀라면서. 그녀에게도 화장하지 말고 다니라고 하고 그런 옷차림으로 다니지 말라고 한다. 창녀같다고. 문신도 지우라고 말한다, 창녀같다고. 그녀는 자신이 그간 사귀었던 남자들을 세어보며 잠들기 전, 나는 창녀인가 아닌가를 고민한다. 그녀의 방에 있는 모든 그림 액자들은 치워져야 했다. 불결해서 못오겠다고 그가 말했으므로. 그가 요구하면, 그녀는 가족과 통화를 하다가도 전화를 끊어야 했고, 그녀의 방에는 그가 아닌 다른 누구도 와서는 안되었다. 여자 친구일지라도.


그러다 그녀는 급기야 '맞는다'. 그가 무릎으로 그녀의 배를 때리고, 그녀는 '맞는다'는 데서 온 충격에 휩싸인다. 그녀의 머릿속에도 맞는 순간 그에게서 빠져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녀는 체념한다. 그녀에겐 이제 친구도 아무도 없고 그에게 길들여졌기 때문에. 한 번 시작된 폭력은 멈출 줄을 모른다. 그녀는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로 그에게 잘못했다고 말해야 하고, 운전하는 차 안에서 그로부터 험한 말들과 주먹을 받아내야 한다. 그는 그녀를 혼내줄 장소로 차 안을 선택했다. 그는 운전하지 못하므로 운전은 그녀의 몫이고, 차 안에서 운전중인 그녀의 반항력은 힘을 잃고, 차 안에서 그와 그녀가 무엇을 하는지 그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러다 최종적으로 그는 차 안에서 그녀의 손가락 살점을 물어 뜯는다. 살점을 물어 뜯긴 그녀는 그로부터 도망치기로 결심한다. 멀리 떨어져있던 아버지에게 달려가 이 일을 말하고, 학교의 여자 교수님에게 전화를 걸어 이 일을 말한다. 


아버지와 교수는 그녀를 돕는다. 교수는 그녀에게 재차 병원에 꼭 가라고 권고했으며, 그녀는 병원에 가서 말하지 못할 줄 알았지만 울음을 터뜨리며 의사에게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얘기한다. 이 일로 남자는 벌을 받게 되었고, 그녀는 점차로 안정을 찾게 됐다.



사랑하는 사람의 말은 힘이 세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아름답다고 말하면,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인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한심하다고 하면, 나는 이 세상 누구보다 한심한 사람이 되어 절망하고 좌절하게 된다. 예전에 읽은 책,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에서는 '울면서 잠들게 하는 사람을 친구라 할 수 있을까?' 라는 말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나는 한심하고 찌질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사람이, 그런 사람이 나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랄 수 없다. 그러나 이 사실을 그 안에 있을 때, 사랑-이라 생각하는 바로 그 감정-의 중심에 있을 때는 들지 않는다. 다만 상대의 말만이 아주 강하게 나를 후려칠 뿐이다. 이 책 속의 여자도 창녀가 되었고 값싼 여자가 되었다, 그로 인해서. 머리 색을 바꾸고 화장을 안하고 옷을 전혀 다르게 잆어야 했던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서 자기 자신을 잃었다. 


사람은 힘을 가질 수 있고, 그 힘은 제대로 발휘 되어야 한다. 그의 말이 내게 아주 강한 것이 되고 나의 말이 그에게 아주 강한 것이 되는데, 거기에 대고 상대를 깔아뭉개는 발언을 함으로써 상대의 인격을 바닥으로 가라앉게 만든다면, 그건 힘을 가진 자의 폭력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면, 우리가 사랑하는 사이라면, 우리는 그 감정 혹은 그 관계로 인해서 더 나은 방향을 볼 수 있어야 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쪽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잃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외로워지고 힘들어지고 내가 한심해진다면, 그것은 사랑이 만든 것이 아니다. 폭력이 만든 것이다.



무엇보다, 체념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이제 주변에 아무도 없고 그에게 길들여졌어, 이게 어쩌면 사랑일지도 몰라, 다른 사람을 만난다고 별 수 있겠어?, 그는 때때로 잘해주기도 하잖아, 등으로 내가 나 자신을 이 폭력의 상태에 두어서는 안된다.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지만 가슴 속에 의혹이 자라난다면, 주의 깊게 그와 나를 들여다봐야 할 일이다. 또한 맞기 시작했다면, 그간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반드시 돌이켜보자. '때리는 남자는 절대 안된다'고 분명히 생각해왔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한번 뿐' 이라든가 '실수겠지' 라는 말로 이 사건을 덮어둬서는 안된다. 힘들고 아프고 두려움이 찾아오겠지만, 사랑이란 감정이 나를 그렇게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행복은 나의 최면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나의 강요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저절로 우러나는 감정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내가 여기서 더 어떤 말을 보태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너무 이상적인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책 속의 여자가 그 상황에서 뛰쳐나왔고, 그걸 이렇게 책으로 써낼 수 있었으므로 다른 사람들도 할 수 있을거라고 내가 막연히 생각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엘리자베스 헤인스'의 데이트 폭력을 다룬 소설, 《어두운 기억속으로》에서도 여자를 사랑하는 완벽한(줄로만 알았던) 남자는, 여자를 친구들로부터 고립시켰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 그는 그녀의 친구들마저 통제한다. 그녀를 고립시키는 것이 자신의 힘을 그녀에게 더 잘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때문일텐데, 그렇다는 건, 남자 역시 그들의 그런 성향을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알면 안된다는 걸 이미 자각하고 있다는 뜻일테다. 


어떻게 그 상황에서 빠져나와야 할지, 도망쳐야 할지, 이 책속의 작가는 결국 해냈지만 나는 잘 알지 못하겠다. 다른 사람들이 혹여라도 연애를 하면서 어떻게 '그런 남자'인지 알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겟다. 그렇지만, 어쩌면 이렇게 시작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를 세상과 격리시키면서부터. 그녀의 옆에 다른 사람들이 아니라 '나만'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게 폭력의 시작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녀로 하여금 대화를 하고 웃고 의지하게 되는 사람이 '나 하나여야만 한다'는 생각이 데이트 폭력의 시발점이 아닐까. 그래야 온전히 자신의 힘을 그녀에게 쏟을 수 있을테니. 그러므로 의혹은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만약 데이트를 시작하게 된 남자가 차츰차츰 내 친구들을 만나지 못하게 한다면, 온전히 자신에게만 의지하기를 원한다면, 그때부터 나는 그를 경계하기 시작해야 하는 게 아닐까. 



'사랑'이라는 감정이 줄 수 있는게 뭔지, 무엇을 줘야하는지를 자주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이 감정이 나를 결국은 행복하게 하고 웃게 하는지. 사랑이란 단어를 듣는 데 흥분이 되는 게 아니라 무섭고 외롭다면, 그건 이미 사랑이 아닐 것이다. 사랑이 아닌 것을 사랑이라고 말하는 사람이라면, 그런 관계속에 있다면, 그 관계 역시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사랑은, 상대를 힘들게 하는 게 아니고, 아프게 하는게 아니다. 그걸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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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25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6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신문이든 시사인이든 받아보면 북섹션을 가장 관심있게 보곤 하는데, 서평이나 신간 소개를 보면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들면 스맛폰을 이용해 보관함에 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엔 휙- 보고만 만다. 때로는 읽어보고 싶은 책이 아주 풍성하게 한꺼번에 와르르 쏟아질 때가 있고, 때로는 어느 한 권도 흥미가 생기지 않곤 하는데, 어제 시사인은 와- 읽다가 보관함에 담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로 읽어버고 싶은 책이 쏟아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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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부터 넘겨보며 가장 먼저 보관함에 담은 책은, '오사 게렌발'의 《7층》 이었다. 맙소사, 데이트 폭력이라니. 《어두운 기억속으로》도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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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 참여로 제작된 책으로 저자의 실제 증언과 보도를 담은 그래픽 노블이다. 스웨덴 작가 오사 게렌발은 자기 자신의 이야기로 충분히 교훈적인 특성을 살려내고 있다. 

7층은 오사가 뛰어내리려고 했던 층이다. 오사는 폭력을 행사하는 남자친구가 그녀를 고문하는 공간인 심리적 감옥에 갇혀 있다. 오사 게렌발은 이 책에서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고 있다. 예술 공부를 위해 부모님 곁을 떠나 그 누구도 저항할 수 없는 매력으로 똘똘 뭉친 닐이라는 남자를 만나고 그와 함께 청춘의 한때를 보내는 이야기. 그녀는 우선 그들이 사랑의 관계를 쌓아가던 시기의 행복을 묘사한다. 

그러나 어느새 닐은 그녀의 외모와 행동에 대해 기만적인 표시를 보임으로써 그녀로 하여금 의혹을 품게 만든다. 명령을 하고 구타를 한다. 작가는 어떻게 폭력이 일상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며 어떻게 남자가 서서히 자기 동반자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려고 시도하는지를 이야기한다. 그가 그녀의 살점을 물어뜯었을 때 그녀는 마침내 그를 떠날 결심을 하고 힘겹게 자기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시작한다.

일종의 일기를 만화로 승화시킨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내면 깊숙한 데서부터 오는 자기 자신의 파괴에 대한 심리적 메커니즘을 느끼게 한다. 표현력 넘치는 그래픽 아트의 강렬하고 극적인 이야기를 결코 경박함을 드러내지 않은 채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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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 관심간 책은 '캐롤라인 무어헤드'의 《아우슈비츠의 여자들》. 이 책의 소개를 읽다가 나는 오래전에 읽은 책,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생각이 났다. 재판을 받으며 한나가 판사에게 했던 말.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겠습니까?' 말이다. 사람이 다른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살기 때문에, 여기에 내가 있고 거기에 네가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킬수만 있다면, 우리는 '견디는 게' 가능해지지 않을까. 어쩐지 위의 7층도, 이 책도 모두 '여자들'의 책이란 생각이 든다. 물론, 여자들의 책이기 때문에 여자가 봐야 하고, 여자들의 책이기 때문에 남자들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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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인권 분야에서 활약하는 영국의 기록문학 작가 캐롤라인 무어헤드가 아우슈비츠 생환자들의 개인적 기록과 공문서, 생존자 구술을 채록해 서사적으로 재구성한 르포르타주다. 프랑스의 평범한 아내, 어머니, 딸이었던 여자들이 ‘내 아이를 이런 곳에서 키울 수 없다’며 아우슈비츠의 ‘정치범’이 되어 죽음의 수용소를 겪기까지의 체험을 생생하게 다룬다. 

이 책은 또한 나치의 피해자 중 반드시 유대인이었던 것은 아닌 ‘여성들’에게 주목한 최초의 책이다. 지금까지 홀로코스트의 역사가 인종적 희생자인 ‘유대인 남성’을 중심으로 기록돼온 것을 생각하면,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이야기의 발견이라 할 만하다.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2011년과 2012년에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가 되며 해외 유수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우수 정치 저작물에 수여되는 영국의 오웰상에 후보(2012)로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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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기랄. 금정연의 서평이 아니었다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었을텐데. 책 표지가 내 흥미를 전혀 끌지 않았으므로 말이다. 그러나 금정연, 익숙한 이름이 아닌가(우리는 트친..). 그래서 읽었고 읽다가 또 스맛폰을 꺼내들고 책을 담았다. 재미..있단다. 재미있다니. 흑. 서평만으로는 이 인물이 좋은 인물이라는 건지 나쁜 인물이라는 건지를 모르겠다. 하긴 뭐, 모두가 그렇지 않은가. 좋은 면도 있고 나쁜 면도 있고. 극단적인 경향도 있고 아니기도 하고. 이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읽고 스스로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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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작가이자 정치인인 에두아르드 리모노프의 삶을 추적한 전기다. 이 실존 인물의 삶을 풀어 가는 카레르의 방식이 아주 독특하다. 아름답든 추하든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동시에 카레르 자신의 인생과 감상이 섞여 있다. <문학적 다큐멘터리>, <기록 문학> 등으로 일컬어지는 카레르 특유의 서술 방식이다. 

비평가들은 이를 두고 <작가 자신의 에고를 벗어던지고 얻어낸 문학적 성취>라고 말했다. 한 치의 소설적 허구나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이 담긴 『리모노프』.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리모노프의 삶과 자연스럽게 독자를 이야기 속으로 끌어당기는 카레르의 치밀한 문장들이 어떤 소설보다도 강하게 독자를 매료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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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인 책소개 란에는 <한 컷, 그림책> 코너가 있다. 이 코너에 이번에는 여섯권의 책이 실렸는데,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린 라가치 상 모든 부문에서 여섯 권이 수상을 했기 때문이란다. 그림책은 내 관심분야가 아니고, 사실 나는 라가치 상이 뭔지도 모르겠지만, 덕분에 알지 못했던 여섯 권의 그림책에 대해 알게 된다. 이 그림책들에 대한 이 기사를 읽고 있노라니, 아, 이 그림책들을 모두 조카에게 선물해주고 싶다, 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조카에게 선물해주기 전에 당연히 내가 읽어도 좋을 것이다. 시사인 이 코너의 글을 일부 옮겨보자면,


<나의 작은 인형 상자>는 '대단히 아름다운 그림이, 두려움과 대면하여 자기를 찾아가는 불편한 진실로 독자를 데려간다'는 평을 받았다.

<담>에는 '담이 친구가 되어 홀로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에게 안정감을 준다. 고요하지만 광활한 그림이 감성 충만한 시적 공간을 만든다'는 심사평이 따랐다.

<민들레는 민들레>는 효과적인 여백과 시적인 짧은 글이 남긴 깊은 인상과 함께 척박한 환경에서 힘껏 살아가는 작은 생명의 아름다움이 언급되었다.

<위를 봐요>에는 휠체어에 앉아서 내려다보는 아이의 시선에 잡힌 길거리 사람들의 모습이 '담백하면서도 감동적인 내러티브'에 실려 펼쳐진다. -시사인  제390호, '김서정'의 글에서 발췌



나는 그림을 볼 줄 모르고, 그림으로부터 어떤 인상을 받아야 할지 잘 모른다. 내가 시각적인 것에는 딱히 영향을 받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나는 뮤지컬에 큰 흥미가 없는데, 보는 순간 즐거운 것에 대해서 나는 큰 감흥을 받는 타입이 아니라서 그런것 같다. 나는 뒤돌아서도 곱씹고 생각하고 얘기할 수 있는 게 좋은데 그림이나 뮤지컬로는 그게 잘 안된다. 그래서 위의 발췌에서 설명한 것처럼 그림책을 넘겨보며 대단히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을지, 안정감을 느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그림책을 보는 훈련이 덜 된것일 수도 있으니, 보다 보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내게 가장 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건 활자인데, 그 활자가 적은 책이 내게 무슨 영향을 줄까 싶기도 하다. 나는 '어른들을 위한 활자'에만 반응하도록 세팅되어진 인간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내가 언제나 흥미롭게 읽는 정여울의 글이다. 이 사람의 글을 읽어보면 대단히 똑똑하고, 충분히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볼 수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멋지게 느껴진다. 나로서는 감히 따라잡을 수도 없을만큼 먼 곳에 있는 사람의 느낌이랄까. 넘사벽과는 다른, 뭐라고 해야하나...아 패쓰하자. 어려운 건 패쓰. 그간 얼마 안되는 정여울의 글을 읽었지만,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혼자 '음, 나는 김현진 보다는 정여울'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킁킁.

여튼 정여울의 서평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 책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정여울의 글을 읽어서 나도 이책을 한번 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긴 했는데 

실상 내게 이 책이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나는 어쩐지 안읽어도 좋은 책 같긴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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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 이별, 질병, 사별 같은 개인적인 위기에서 쓰나미나 세월호 사건 같은 대형 재난까지, 살다 보면 크든 작든 누구나 예상치 못했던 시련을 만나게 된다. 어떻게 해야 그 위기를 무사히 이겨 낼 수 있을까? 왜 어떤 사람은 위기를 뛰어넘어 성장하는데, 어떤 사람은 위기 앞에 그대로 주저앉고 마는 걸까?

지은이는 25년 이상 심리 치료사로 활동하며 수많은 사건·사고 관련자를 치료한 독일의 대표적인 트라우마 전문가로, 자신이 경험한 사례를 통해 삶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위기를 극복하고 더 행복하고 충만한 인생을 살 수 있는 방법을 들려준다. '옷장이 쏟아진' 것처럼 마음이 무너져 내려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놀라운 힘이 우리에게 내재되어 있음을, 그리고 그 힘을 일깨울 방법을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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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에서 딱 한권을 내가 지금 주문할거다. 뭔지는 비밀 ㅋㅋㅋㅋㅋ(응? 왜 비밀?) 

그건그렇고,

오늘은 퇴근하고 심규선의 콘서트에 가는데 어디에서 하는지를 모르겠다. 찾아봐야겠다.

아침부터 육즙 가득가득한 햄버거를 먹고 싶었다. 아마도 아침에 고등어구이를 먹어서 그런가보다. 여튼, 그 이른 아침에 오픈하는 햄버거 가게가 없다는 것은 내게는 불행이자 다행이기도 할 것. 열었다면 나는 먹고 갔을거야. 햄과 치즈가, 고기가 너무 먹고 싶은 거다. 육즙 가득한 스테이크를 먹고 싶어서, 아, 이 아침에 맛있는 고기를 사주는 남자가 있다면 내 영혼을 바칠거야, 라고 쓰려다가 이내 생각을 고쳐먹는다. 영혼은 그렇게 함부로 거는 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알고 있으니까. 


며칠전에 친구랑 얘기하는데 내가 왜이렇게 먹고 싶은게 많을까, 라고 하자 '너는 혹시 탄수화물 중독이나 당중독이 아니냐' 라고 하는 거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뭘 먹고 싶냐고 물어서 '족발이랑 삼겹살' 이라고 하자 '아, 탄수화물하고 당은 아니구나..'란다. 그럼 뭐지? 라고 오히려 내게 묻길래 답해줬다. 알콜중독... 난 저것들을 생각할 때 늘 소주와 동반해 생각하거든. 내가 족발이 먹고 싶다고 하면, 소주랑 먹고 싶다는 거다. 내가 삼겹살이 먹고 싶다고 하면 소주랑 먹고 싶다는 거다. 감자탕도, 순대국도. 그런 것들이 먹고 싶을 때는 죄다 소주와 함께여야 한다. 햄버거랑 스테이크가 또 샐러드가 먹고 싶다면, 그건 와인하고 함께 먹겠다는 거지, 그것들만 먹겠다는 건 아니다. 고기랑 야채 치즈 김치 깍두기 그게 뭐든, 술과 함께 먹어야 최상의 맛을 낸다. 음식은 음식 그 자체보다 술과 함께일때 그 가치가 더 빛난다.


돈 좀 많이 벌어서 회사를 때려치게 되면 가끔 아침 일찍 일어나 호텔에 조식 먹으러 슬렁슬렁 다녀오고 싶다.

돈 좀 많이 벌어서 회사를 때려치게 되면, 가끔 아침에 늦게 일어나 커다란 스테이크를 구워서는 와인과 홀짝이고 싶다.

돈 좀 많이 벌어서 회사를 때려치게 되면, 가끔 오후에 일어나, 세수도 하지 않은 얼굴로 삼겹살 집에 가 삼겹살을 쌈에 싸서는 소주랑 먹고 집에 돌아와 오후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싶다.

백키로 찍는 건 진짜, 일도 아니라니깐. 

회사를 다니므로 내가 아직 백키로를 찍을 수 없는 거다. 회사만 때려쳐봐. 한달 안에 백키로 찍어준다. 할 수 있어!




라고 쓰고보니 내 페이퍼는 왜 항상 기승전결 대로 구성되어지지 않을까...라는 회의가 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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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03-06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말고 아주 좋아요~ 누르고 간답니다람쥐^^

아무개 2015-03-06 10:11   좋아요 1 | URL
ㅎㅎ 단발머리님 댓글에 좋아요 누르러 북플을 엽니다!

단발머리 2015-03-06 10:13   좋아요 0 | URL
저는 아무개님 댓글에 댓글달려고 로그인을 합니다!

다락방 2015-03-06 10:15   좋아요 1 | URL
아니, 이분들이 왜 여기서 이렇게 다정다정다정질 이십니까! ㅎㅎㅎㅎㅎ

아무개 2015-03-06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남들도 다 쓰는 기승전결 페이퍼는 다락방 님과는 어울리지 않아요~

2.다락방 님의 영혼은 이미 `시사인`에 팔린거 아녔습니까? ㅎㅎ

3.저는 정여울은 정여울대로 김현진은 김현진대로 아주 참 많이 좋습니다만...

4.식욕=삶의 의욕=성욕 이라지요?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15-03-06 10:15   좋아요 0 | URL
1. 그러게요. 우리 모두 다락방님의 기승전결을 반대합니다~

2. 저는 시사인 2년 구독하다가 지금은 안 보는데, 다락방님 페이퍼 보면 요즘 완전 물 오른듯 해요.
다시 구독해야하나, 어쩌나....

3. 김현진은 고등학교 때 친구이름인데.... 저 김현진은 모르는 사람..

4. 그런가요?~~~~~~~@@

다락방 2015-03-06 10:24   좋아요 1 | URL
1. 저는 아마도 머릿속에서 구성하고 쓰는 글이 아니라 그런것 같아요. 충동적으로 쓰는 글들이라... 킁.

2. 네, 제 영혼은 이미 시사인에.. 단발머리님, 다시 돌아와요! ㅋㅋ 워워어어어어어어~ 돌아와 그대, 내게 돌아와, 나 항상 그대 생각뿐이야, 워워워어어어어어어

3. 김현진도 저서가 많으니 검색해보셔요, 단발머리님. 저는 김현진의 글이 제 스탈과는 좀 거리가 멀어서.. ㅎㅎ

4. 네, 식욕, 삶의 의욕, 성욕 이죠. 맞아요. 어제 데이비드 실즈의 책에서 이런 문장을 봐서 아무개님도 같이 보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즐겁게 살자고요.

우리를 구별하는 것은 우리에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겪는 일은 대부분 상당히 비슷하다. 출생, 사랑, 못생기게 찍힌 운전 면허증 사진, 죽음. 우리를 구별하는 것은 우리가 각자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점이다. (p.151)

transient-guest 2015-03-06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사인이 궁금해져서 마침 쌓인 포인트로 비브리아 3월호랑 같이 주문했네요. 근데, 소식보다는 받아보는게 목적이라서 4주배송으로 D/C를 챙겼답니다. 궁금해요, 어떤 책이야기가 있었기에 그렇게 보관함으로 보낸 책이 많았는지..ㅎㅎ 근데 그 와중에 중고로 그전부터 갖고싶었던 음양사 1-6권을 건졌네요.ㅎㅎ 덕분입니다.

다락방 2015-03-06 10:25   좋아요 0 | URL
아, 위에 언급한 책들이 다 시사인에서 보고 챙긴 책들인데요. ㅎㅎ 시사인 주문 취소하세요! 이 페이퍼에 있는 책들을 소개한거에요! 아 어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그렇지만 지금 취소하면 음양사를 놓칠 수도 있으니, 이번 생애 시사in 390호는 transient-guest(뜨내기 손님 이라고 하면 되나요?)님과 인연인걸로.. ( ˝)

transient-guest 2015-03-07 03:06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음양사와 인연이 닿았네요.ㅎ transient guest는 제법 낭만적인 표현이라서 차용한거에요. Vampire Hunter D에서 ˝we are but only transient guests˝란 말이 나와요. 세상을 잠시 스쳐가는, 머물다 가는...뭔가 아련하고 쓸쓸하고, 그런 느낌이 맘에 들어서 쓰는데, `뜨내기 손님`이라고 하시니 느낌이 확! 달라지네요.ㅎㅎ 왠지 주막에서 국밥에 막걸리 한 사발을 개다리 소반에 얹어서 받아놓고 있는 듯한...ㅎㅎㅎㅎ

김토끼 2015-03-06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독립서점에 대한 기사가 있길래 한겨레21을 어제 샀는데, 주말에 시사인도 사야겠어요. 올해부터 천원 올라서 신중히 골라서 주마다 한 권씩 사려는데 주간지마다 매력이 달라서 고민이네요 ㅠ 잘 읽고 갑니다 ㅎ

다락방 2015-03-06 10:22   좋아요 1 | URL
저는 무려 시사인을 정기구독으로 받아보고 있습니다. 움화화홧. 짱이죠?!!!!!
이번호 시사인에 금정연님과 박태근님 글이 있지 뭡니까? 아는 사람들(이라고 해봤자 트친) 총출동! ㅎㅎ

비로그인 2015-03-06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시, 내 영혼은 지금쯤 어디 있을까 생각하다 갑니다 ㅋ

다락방 2015-03-09 15:24   좋아요 0 | URL
아른님의 영혼이 어디있는지 파악하셨습니까? ㅎㅎ

몬스터 2015-03-06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 다락방님, 전 돈 좀 많이 벌어서 회사 때려치게 되면 ( ㅋㅋ ), 스페인 호텔에서 한 두 세달 쯤 놀고 , 먹고 , 자고 하고 싶어요. 바다 수영도 배워보고 싶고 ㅋㅋ ,

다락방 2015-03-09 15:25   좋아요 0 | URL
저도 호텔에서 머물고 싶어요. 아주 좋은 호텔에서 호텔 조식 먹어가면서 여유롭게 말이지요. 늦잠도 자고 딩가딩가~ 무료해지고 싶어요, 몬스터님. 하하하하하.
 















아니, 이사람들이. 길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좋아서 그가 썼다는 책을 읽은게 벌써 2009년이다. 그러니까 저 《스트레인》을 읽은게 벌써..보자...6년전이란 말이다. 그당시 스트레인을 재미있게 읽고 오오 빨리 2부,2부 하면서 기다렸는데..너무 소식이 없어 잊고 지냈다. 잊고 지내다보니 줄거리도 다 잊혀진 지금, 2부가 나왔댄다. 아놔..너무하는거 아님? 스트레인 내용 하나도 생각안나. 재미있게 읽었다, 2부를 기다린다. 여기까지만 생각남.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쩔.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집에 읽을 책도 쌓였으니 더폴, 너.. 보류할까.


















최근에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다시 읽었는데 진짜 너무 좋았다. 그전까지는 쿤데라의 책중 《농담》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아, 이 책도 이렇게나 좋다니. 그러고보니 집에 사둔 쿤데라의 책은 내가 다 읽었더라. 코맥 매카시도, 로맹 가리도 사두고 안 읽은 책이 몇권씩 있는데 쿤데라는 다 읽었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 불멸, 무의미의 축제.. 크- 쿤데라의 농담을 다시 읽어볼까, 그러면 또 더 좋을까, 싶다가 아니 새로운 책은 어떨까? 싶어 하릴없이 검색해본다. 


















이 책은 몇년전에 뽀게터블님의 페이퍼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요즘 데이비드 실즈의 책을 읽으면서 체스터튼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으응, 이거 한번 읽어볼까, 싶어져 장바구니에 담아놓았다. 아니, 근데 데이비드 실즈가 언급하는 책들의 80프로는 내가 알지도 못하는 책들이며, 알아볼까 싶어 알라딘에 넣어도 외국도서 밖에 나오질 않더라. 하아- 만약 내가 데이비드 실즈가 언급한 책들의 대부분을 읽었다면 데이비드 실즈의 책도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데이비드 실즈는 책의 후반부에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대해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p.172) 라고 말했는데, 그래서 갑자기 프루스트를 찾아서가 아니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하아- 이 빌어먹을 욕망. 아니, 이건 허영심이야. 나..혼불도 3권에서 멈췄어..






















요즘에는 예전처럼 자주 그러진 않지만, 어쨌든 가끔 나는 알라딘의 신간 소식을 체크하는데, 그러다 이 책을 알게 됐다. '한사람만이, 한장소만이 안전하다고 믿는' 사람의 마음이, 그리고 거기에서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는지 궁금한 나는, 임상심리학자가 썼다는 말에 기대를 갖고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는다.

모두다 저마다의 트라우마를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텐데, 그 트라우마를 다들 어떻게 견뎌내며 혹은 이겨내며 살고 있는걸까?

2주전이었나, 텔레비젼 채널을 돌리다가 현빈이 주연하는 하이드와 지킬인가 뭐 그런 드라마를 잠깐 보게됐는데, 와, 흡인력 엄청 떨어지고 개연성 없는 드라마더라. 말도 안된다고 생각되는 장면들을 마침 보게 되서 그런지..

여튼 거기서도 '친구를 두고 혼자 나왔다'는 죄책감 때문에 또하나의 인격을 만들어낸 주인공이 이해도 되고, 그렇다면 그는 평생을 그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그렇지만 그 드라마를 챙겨보고 싶어지진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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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라딘 책소개]

임상 심리학자 루애나 루이스의 소설 데뷔작. 스텔라는 3년 동안 집안에서 숨어 지냈다. 트라우마로 심한 광장공포증을 앓고 있는 그녀는 남편인 맥스만이 드나드는 딱딱하고 고립된 그 집에서는 안전하다고 느낀다. 그 집에 있으면 심리학자로서 그녀의 마지막 상담 케이스가 남긴 트라우마와도 거리를 유지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하지만 폭설과 한파로 세상이 꽁꽁 얼어붙은 그날,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한 소녀가 거짓과 진실이 뒤섞인 보따리를 가지고 그녀의 집 문을 두드린다. 정교하게 꾸며진 스텔라의 세계가 허물어지며 그 민낯을 드러낼 비밀을 간직한 채…. 임상 심리 전문가가 쓴 심리 스릴러답게 인물과 사건을 통해 인간 심리의 다양한 측면들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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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지만 나는 올해 책 구매액을 대폭 줄이기로 했으므로 입술을 깨물며(아나스타샤처럼!) 뒤돌아 나가련다. 그돈으로 아이패드를 사야겠....다고 갈등한 게 벌써 몇개월째냐. 아니, 그 뭣이냐, 연말에 알라딘에서 아이패드 준다고 뭐 투표하고 그러지 않았나? 그거 당첨자 나왔나? 내가 당첨이 안되서 모르는건가 아니면 아직 추첨을 안한건가? 아시는 분은 제게 말좀 해주삼. 알라딘 a 님이 그거 필요 없으니 당첨되면 나 주겠다고 했는데...이거 아직 발표 안났나용? 아님 이 친구..당첨됏는데 나한테 말 안하고 있나..견물생심이라, 주기 싫어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일하던 중이었는데 갑자기 더 폴 보고 이게 뭥믜? 하고 급페이퍼질이 되어버렸넹.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람일은 진짜 한치 앞도 알 수가 없다니깐.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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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3-05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낮술의 계절, 봄이 온다!!

다락방 2015-03-05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낮술의 계절, 여름도 오겠지! 미쳐주리라!

무스탕 2015-03-05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트레인으로 시작해서 아르미안으로 끝났군요. ㅎㅎ
글구요, 감히(ㅋㅋ) 제 앞에서 다리를 논하시다니 아직 제 다리를 구경하신적이 없군요.
전 여지껏 살면서 저 정도의 체구에 저보다 굵은 다리를 본 적이 없어요. 으쓱~~~
다리만으로 따지자면 박세리, 미셀위, 신지애, 최나연.. 이런 애들이 엄청 부러워 할 다리라구요. 으쓱으쓱~~~

다락방 2015-03-06 09:13   좋아요 0 | URL
오, 무스탕님. 그 가녀린 몸에 다리가 굵다고요? 그러면 단단하게 서있을 수 있나요? 아마도 안정적인 걷기를 위해 그런 다리를 갖게 되신 게 아닌가 싶어요. 사실 보지 못해서 무스탕님이 얼마나 많은 과장을 한건지는 모르겠지만요. ㅎㅎㅎ
저는 제 덩치에 맞는 다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더, 무스탕님 보다 두꺼운 다리를요. -_-

아무개 2015-03-05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
저 그런뇬 아닙니닷!

크~~낮술 좋죠 낮술!
우리 진짜 날 따뜻해지면
낮술마셔욧^^

다락방 2015-03-06 09:1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낮술 좋죠. 낮술 먹고 기절해서 잠들어가지고는 일어나서 입냄새나는 입 양치한 다음에 저녁술을 먹는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개 2015-03-06 10:12   좋아요 0 | URL
형! 방 잡자니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테레사 2015-03-05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마지막 구절은..그 유명한..아르미안의 네딸들에 나오는....ㅋ

붉은돼지 2015-03-05 18:26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의 아르미안으로 끝났다는게 무슨 소린가 했는데 테레사님 댓글 보고 알았습니다
신일숙은 제가 고딩때 제 맘대로 정한 한국만화여류삼대가 중 일인으로 깊이 흠모한 분입니다ㅋ
아르미안은 고3때 시작해서 군대 휴가나와서도 봤던 기억이 납니다
한권 나오는데 몇달씩 걸렸죠 ㅠㅠ 아~사반세기도 더 지난이야깁니다...

다락방 2015-03-06 09:14   좋아요 0 | URL
네, 아르미안의 네딸들. 기억은 거의 안나는데 저 문장만 기억이 나요. 그래서 저 문장 알아보는 사람들 만나면 되게 즐거워요. ㅎㅎㅎㅎㅎ 당신도 봤군요, 아르미안의 네 딸들!
근데 아르미안의 딸들인가 아르미안의 네딸들인가..제목이 가물가물하네요. ㅋㅋㅋㅋㅋ

무스탕 2015-03-06 09:50   좋아요 0 | URL
<아르미안의 네딸들>이에요.
첫째가 여왕이 되는 마누아, 둘째가 아름다운 스와르다, 셋째가 현명한 아스파샤, 넷째가 우리의 주인공 샤리 ^^

다락방 2015-03-06 09:55   좋아요 0 | URL
전 딸이름 하나도 생각 안나고 전쟁의 신 에일레스만 생각나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슬비 2015-03-05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마 `스트레인`이 미드로 만들어져서 2권이 번역된것 같아요. 저도 1권 내용이 가물 가물거리는데, 2권을 읽어야힐지 고민이예요. 아니면 3권 나올때까지 기다려야할지... ^^;;

다락방 2015-03-06 09:15   좋아요 0 | URL
오, 스트레인이 미드로 만들어졌어요? 되게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음 시리즈가 안나와서 완전 화났었어요. 2부 읽었다가 3부가 또 언제 나올지 모르니, 아예 보슬비님 말씀처럼 3권 나올때까지 기다려야 할까요? 흐음..

dreamout 2015-03-06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완네 집 쪽으로.. 민음사판 버전.. 얼마 전에 1권 읽고 잠시 쉬는 중인데, 아주 흥미로워요. 근데... 으음.. 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권 스완네 집 쪽으로의 2권은... 또 언제 스타트할지 모르겠어요. ㅋㅋㅋㅋ

다락방 2015-03-09 17:32   좋아요 0 | URL
오, 드림아웃님께도 흥미로운 소설이었나요? 흐음. 그렇다면 저도 2015년에 한번 도전해볼까봐요.
그렇지만 2014년에 도전한 혼불을 아직 마치지 못했는데...(시무룩)

보슬비 2015-03-06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드 좀 B급스럽지만 나쁘지않았어요.^^
지금 ㅣ시즌끝났고 다음 시즌 촬영하고있대요.

다락방 2015-03-09 17:33   좋아요 0 | URL
미도로 있는지는 몰랐는데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전 워낙에 뱀파이어 얘기를 재미있어해가지고. ㅎㅎㅎㅎㅎ
책은 나중으로 미뤄야겠어요. 내용 어차피 다 까먹어서 ㅠㅠ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 한 대를 놓친다는 건 단순히 그 한대의 몇 분만 잃는다는 게 아니다. 그로 인해 환승열차까지 놓치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사무실에 도착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을 놓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언제나 그 시간에 타던 열차, 그것을 탄다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그 열차는 때로 내 생각보다 일찍 도착하기도 한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늘 이시간대에 오는 것은 맞는데, 내가 5호선에서 내려 3호선을 갈아타기 위해 환승역에 도착하면, 잠시후 열차가 들어오곤 했었는데, 오늘은 아직 환승역에 도착하기 전,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데 열차가 도착해있고 문이 열려 있었던 거다. 저 열차다. 저걸 타야해! 저걸 놓치면 나는 십분 정도를 잃는다! 그래도 지각하진 않지만, 십분을 잃고 싶진 않아. 간혹 이런 일이 있던 터라 나는 늘 그랬듯이 뛴다. 계단에서도 후다다다닥 뛰고-라고 했지만 사실 멈춰있는 에스컬레이터였다-, 완전히 계단에서 내려온 다음에도 열린 지하철 문을 향해 뛴다. 나만 뛰는 게 아니다. 다들 바쁘다. 다같이 뛴다. 다 같이 뛰자 동네 한 바퀴. 그러다 보니 저쪽에서 뛰던 아저씨와 이쪽에서 뛰던 내가 쾅- 하고 부딪친다. 그 아저씨도 나도 동시에 어! 하지만, 그 아저씨는 나를 흘깃 보고는 지하철 안으로 탑승하고 나는 허우적허우적 휘청휘청 대다가 그만 슬라이딩- 해버렸다.



씨발.


저거 타야해. 벌떡 일어나서 후다닥 지하철 안으로 탑승하고 내가 타자마자 지하철 문이 닫힌다. 검정색 스타킹엔 이미 땅바닥의 먼지가 묻어 있고,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척, 타자마자 옆칸으로 옆칸으로 옆칸으로 옮긴다. 이쯤되면 내가 넘어진 걸 본 사람이 없겠지. 그리고 빈 자리에 가 앉아 무릎을 터는데, 흑흑, 너무 아프다. 손바닥도 욱씬욱씬 무릎도 욱씬욱씬. 너무 아프다. 아파. ㅠㅠ 너무 아파. ㅠㅠㅠ 그런데 그 아픔보다 더 큰 크기로 쪽팔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게 뭐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덩치도 산만한 여자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다 큰 여자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넘어졌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 뭣이지, 이름이, 퍼기. 여튼 그 여자가 그랬는데. 다 큰 여자는 울지 않는다고. Big Girls don't Cry. 흑흑. 눈물이 핑 돌지만 울지 않는다. 그러다가 키득키득 웃음이 난다. 아 진짜 이게 뭐야. ㅠㅠ 이러면서 눈물이 나는데 웃기고 웃긴데 눈물이 나고 눈물이 나는데 웃기고..이걸 반복하다가 아, 이제 진정하고 책 좀 읽자, 하였는데, 그때 내가 왼 손에 들고 있던 책, 그러니까 넘어지면서도 들고 있던 책은 바로 이것이었다.

















하아-
야.
문학이 어떻게 데이비드 실즈의 삶을 구했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이 책을 읽고 있건만, 이 책은 나를 넘어뜨리는 데 일조했다. 만약 내가 이 책을 손에 들고 있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나의 양손은 균형을 잡으려고 허우적대다가 결국은 균형을 잡지 않았을까. 내가 균형을 잡지 못해 허우적 대다 결국 넘어지고야 만건, 이 책이 한 손에서 무게를 불균형하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닌가. 문학은 데이비드 실즈의 삶을 구했지만, 결국 나를 넘어뜨린 게 아닌가.

야.
나 출근 베테랑이야.
내가 아침마다 이 시간에 출근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랜 시간 한 줄 알아? 어떻게 이 내가, 이 내가, 넘어질 수가 있지? 어째서? 이 아침에? 다 큰 여자가? 왜? 어째서?
아...스스로에 대한 분노가 멈추질 않는다. 
나 출근 베테랑인데...


오래전 노래, 고신해철의 <도시인>에서는 '직장이란 전쟁터' 란 가사가 나오는데,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에겐 직장에 가는 길부터가 전쟁터란 생각이 든다. 아, 나는 누구인가. 왜 나는 여기 있는가. 나는 무엇 때문에 사는가...



'데이비드 실즈'의 다른 책,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를 재미있게 봤었다. 아주 재미있게. 진짜 키득거리면서 재미있게 봤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책만큼 재미있지 않고 처음엔 산만하다 느껴지기까지 한다. 나는 산만한 걸 딱히 좋아하질 않아, 흐음, 이건 읽지 말까 하고 포기하다가 이내 아주 재미있는 부분을 읽게 된다. 아, 너무 흥미로워서, 퇴근길 지하철에서 읽다가 길동역에 내려서는 계단을 올라가면서도 읽었다니까. 아, 이러면 안되는건데...
물론 책을 재미있다고 느끼는 건, 작가가 하는 이야기가 재미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많은 부분은 '내가 가진(생각하는) 어떤 것'과 겹치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 이 에피소드도 마찬가지. 내가 아주 긴 부분을 굳이 옮기고자 하는 건, 내 경험과 어느 정도 맞물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한 남자를 좋아하면서, 나는 그에게 '당신을 만나기 시작하면서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자 그는 내게 (자기에 대한 글을 쓴)일기장을 보여달라고 하는 게 아닌가. 나는 일기장은 보여줄 수 없는 것이다, 라고 대꾸했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데이비드 실즈는, 일기장을 본다. 읽는다. 그 일기를 쓴 여자 몰래. 그 방안에 숨어들어서. 아...오 갓. 신이시여. 그가 나의 일기장을 볼 수 없다는 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ㅎㅎㅎ 여튼, 아주 길지만 한 번 옮겨 보겠다. 우리, 다같이 재미있어 보도록 하자. 특히 당신, 집중해 읽으시라.


나는 열아홉 살이었고, 아직 동정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레베카가 어떤 말을 듣고 싶어 하는지를 알고 싶어서 그녀의 일기를 읽었다. 그녀는 나의 작은 몸짓 하나, 사소한 행동 하나까지 열정적으로 묘사하고 진심으로 감탄했다. 우리가 키스를 하거나 헤엄을 치거나 길을 걸을 때면, 나는 한시바삐 그녀의 방으로 돌아가서 나의 어떤 말이나 내 몸의 어떤 움직임이 그녀의 일기에서 칭송되었는지 알고 싶어 못 견딜 지경이었다. 그녀의 침착하지 못한 손글씨가, 자줏빛 잉크가, 멜로드라마 같은 이 일 전체가 좋았다. 내 존재의 모든 측면을 나 자신에게 혹평 당하는 대신 다른 누군가에게 칭찬받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놀랍고 중독적인 휴식이었다. 그녀는 이렇게 썼다. "D. 를 사랑하는 것처럼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이처럼 완전하고 완벽하면서도 집착없이 순수했던 적도 없다. 가끔은 그를 황금빛 물처럼 마셔버리고 싶을 정도다." 당신이라면 자신에 대한 이런 글을 읽은 뒤에 중간고사 공부를 하며 밀턴에 집중할 수 있겠는가.
가끔 그녀는 목욕 가운 바람으로 내 방문을 두드렸다. 책을 돌려주기 위해서, 아니면 그녀가 막 썼거나 읽은 글에 대한 내 반응을 듣기 위해서. 그녀는 잘 자라고 인사하고 몸을 돌려 자기 방으로 걸어 가려고 했다. 나는 그녀를 불러 세웠다. 우리는 포옹했다. 처음에는 방 앞 복도에서, 잠시 뒤에는 내 방이나 그녀의 방에서, 침대에서. 나는 열두 살 이후 아무하고도 키스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고등학교 내내 끔찍한 여드름에 시달렸다), 레베카를 산 채로 삼킴으로써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하려 들었다. 그녀의 입술에서 피가 날 때까지 깨물었고, 그녀의 얼굴을 핥았고, 그녀의 귀를 씹었고, 그녀를 공중으로 들어올려 그녀가 비명을 지를 때까지 쥐어짰다.
일기에서 그녀는 평생 이런 키스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나를 보고 난 뒤에는 늘 잠들기가 어렵다고 썼다. 나는 그녀의 가운 허리띠를 잡아당기면서 이불 밑으로 이끌었지만, 그녀는 거부했다. 내가 그녀 안으로 들어가면 자기 눈이 멀어버릴까 봐 걱정된다고, 정말로 그렇게 말했다. 그나저나 그녀는 이런 표현을 대체 어디서 배웠을까?
날씨가 완전히 추워지기 직전에, 우리는 산으로 하이킹을 갔다. 첫날 그녀는 배낭을 침낭 발치에 두었다. 우리는 몇 분 동안 부드럽게 키스했고, 그녀는 곧 잠들었다. 그러나 둘째 날 그녀는 배낭을 베개 삼아 머리 밑에 두었다. 나는 칠흑처럼 까만 하늘을 응시하면서 레베카의 머리 뒤 흙에 손가락을 파묻었고, 처음으로 두 번째로 세 번째로 네 번째로 그리고 아마도 열네 번째로, 거의 순식간에 절정에 올랐다.
그 후로 나는 차마 그녀의 글을 읽을 수 없었다. 이탈리아 여성의 40퍼센트는 자신이 흔히 오르가슴을 가장한다고 고백했다는 조사 결과를 읽은 적이 있었다. 레베카는 이탈리아 사람이 아니었지만-남부 유대인이라는 흥미로운 변칙 사례였다-몸을 잔뜩 뒤틀면서 신음과 교성을 냈다. 만일 그것이 연기라면, 나는 사실을 알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예전엔 이런 적이 없었다고 말하곤 했다. 
그녀는 매일 밤 다리로 내 몸을 휘감고 뭔가를 외쳤는데, 처음에는 독일어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야 "아, 내 아들"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 아들? 그녀에게도 자기만의 문제가 있겠지, 나는 짐작했다. 우리는 주피터 교향곡을 틀어놓고, 우리도 몰아치는 크레셴도에 맞추어 절정에 오를 수 있도록 속도를 조절하려 했다. 나는 그녀 위에 앉아 그녀의 입에 들어간 채, 그녀 방의 파란 벽을 응시하면서, 온몸이 짜릿하게 파래지는 것 같아 하고 생각했다. 그녀는 내 위에 앉아 엉덩이를 돌리면서 소리를 지르다가, "그만" 하고 말했다. 나는 "그만?" 하고 대꾸하고 그만했다. 그녀는 내 뒤통수를 움켜잡으면서 "그만? 장난해? 그만하지 마" 라고 말했다.
학기 말에,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가서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려고 짐을 싸던 중, 레베카의 일기를 읽은 것에 대해서 갑자기 죄책감이 들었다. 그녀와 키스할 때마다 눈을 감으면 내가 그녀의 책상에 앉아서 일기장을 넘기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런 짓을 한 것이 후회스러웠지만, 그녀에게 사실을 말할 순 없었다.
"왜 그래?" 그녀가 물었다.
"보고 싶을 거야. 가기 싫어." 나는 대답했다.
나는 비행기에서 그녀에게 긴 편지를 썼다. 얼굴을 마주하고는 도무지 고백할 수 없었던 말을 편지에 다 털어놓았다. 쭉 그녀의 일기를 읽었다, 너무 미안하다, 우리 사랑은 여전히 순수하고 우리가 앞으로도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만일 그녀가 고든에게 돌아가고 나와는 두번 다시 말도 섞지 않기로 결정하더라도 다 이해하겠노라고. 
그녀는 답장을 보냈다. 애초에 내가 그녀의 일기를 읽음으로써 힘을 얻을 필요는 전혀 없었고, 일기를 내버렸으며 다시는 쓰지 않을 것이고, 나를 용서하고 싶지만 자기는 신이 아니고, 그래도 신보다 자기가 더 나를 사랑한다고 했다. 내가 그녀에게 다시는 거짓믈을 하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내 말을 다 믿겠다고 했다. 그녀가 보기에, 우리 사랑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했다.
글쎄,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돌아온 날 밤, 그녀는 내 방문에 "나한테 와"라고만 적은 쪽지를 붙여두었다. 우리는 가을 학기의 분방한 방종을 흉내 내려 애썼다. 그러나 두어 주 전만 해도 지극히 본능적이었던 행위는 이제 괴로울 정도로 자의식적인 행위가 되었다. 관계는 급속히 냉랭해졌다. 심지어 그녀는 한동안 고든에게 돌아갔지만, 두 번째 시도도 그다지 오래가진 못했다.
이제 와서 보건대, 내 입장에서는 대단히 이상한 행동이었다. 나는 그녀의 일기를 읽어서 나 스스로 상황을 망친 뒤, 일기를 읽었다는 사실을 그녀에게 알림으로써 우리 둘 모두의 상황을 확실히 망쳐버렸다. 그냥 나 혼자만 사실을 알고서 차츰 수치심이 옅어지게 놓아둘 순 없었을까? 나라는 인간은 대체 뭐가 문제인-문제였던-걸까? 내게는 남보다 큰 자멸의 버튼이 있어서 남보다 더 세게 더 자주 그걸 눌러대는 걸까?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는 내게는 사건에 대한 언어가 적어도 사건 자체만큼 에로틱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글을 읽지 못하게 되자, 예전만큼 굳게 그녀를 사랑할 수가 없었다. 이것이 이른바 비극적 결함 아니겠는가. (p.61-65)



아,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이 어린(젊은?) 시절의 데이비드 실즈를 떠올린다. 헤엄을 치며, 이 자세로 헤엄치면 나를 근사하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라고 고심하던 청년을. 상대의 입술을 깨물며, 여기에 대해서는 일기장에 어떻게 적힐까, 라고 동시에 생각하던 청년을. 또한, 레베카를 떠올린다. 그와 포옹하고난 뒤 일기장을 열어 그날 하루를 다시 생각하며 적어내려가던 여성을, 그의 팔에 안겨 안도했던 느낌을 적어 내려갔을 여자를, 헤엄치던 그의 근육을 보며 가슴 떨리던 걸 다시 끄집어내는 여자를. 아, 무릇 일기 쓰는 여자는 사랑에 빠진 것인가. 여자가 일기를 쓰는 것은 내 삶의 중심에 그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고, 남자가 그 일기를 훔쳐보는 것은, 그녀의 삶에 자기가 중심임을 자꾸만 생각하고 싶은 것인가. 여자가 일기를 쓰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그'를 떠올리는 것이고, 남자가 그 일기를 읽는 것은 '그녀가 사랑하는 나(자기 자신)'를 보고 싶은 걸까. 아, 이것은 이 책을 통틀어(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가장 재미있는 에피소드였다. 




암튼 이 책을 들고 나는 오늘 아침 출근길에 넘어졌으며, 지금 보니 왼쪽 손에 작게 멍이 들었다. 이게 다, 이 책을 들고 넘어져서 생긴 일이다. 왼 손에 들고 있었고, 책을 놓지 않고 넘어져서 멍이 든거야. 문학은 내 손을 멍들게 했어...




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거창한 일을 열심히 실행하고 있지는 않다. 내가 하는 건 고작해야 텀블러를 들고 커피를 사는 일이고, 장바구니를 들고 쇼핑을 하는 일 뿐이다. 그러다가 한걸음 더 나아가자, 생각한 게 면(천)생리대 사용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생리기간 내내 가방에 넣고 다니고, 빨고 하는 일들이 번거롭게 느껴져, 항상 '다음부터' 라고 미루기만 했다. 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은 영 아니었던 거다. 

그렇게 미룰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젊고 건강한 육체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환경호르몬에 맞서 열심히 싸워줬던 내 육체. 그러나 이 육체가 작년부터 젊음에서 약간 빗겨나간 것 같다. 환경호르몬에 맞서 싸우다 상처를 입었달까. 일회용 생리대가 나를 아프게 했고, 고통스럽게 했다. 해서, 쓰레기를 줄이자는 의도보다 더 먼저, '내 고통을 막기 위해' 면생리대 사용을 고려해야 했다. 그러자 회사동료 e 양이 본인이 준비해둔 면생리대 몇개를 내게 써보라며 주었는데, 그래 어디 한번 써보자, 하고 썼다가 오, 신세계를 만난 것 같았다. 면이 내 피부에 닿자마자 안정이 되는 거다. 이것은 어쩌면 그저 '이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 나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르지만, 확실히 일회용 생리대보다 피부에 닿는 느낌이 더 좋았다. 아프지 않았다. 그래서 작년 여름부터 나는 면생리대를 쓰기 시작했다. 아직 생리기난 내내 면생리대를 쓰는 것은 번거롭게 느껴져, 일회용과 번갈아 사용하고 있는데, 여러가지 느낌 혹은 생각이 교차한다. 내 젊은 육체는 이제 서서히 지고 있는가, 왜 더이상 환경호르몬과 싸워 이기지 못하는가, 하는 씁쓸함. 쓰레기를 줄이고 싶어했다는 의도로 처음에 시작했으면 명분이라도 있을텐데, 이건 내 육체를 위해서였네, 라는 씁쓸함. 



오늘 아침 출근길, 양재역에서 회사까지 걸으면서, 이렇게 내 육체가 점점 더 시들어가는건가, 하고 생각하노라니 그 증거가 또 하나 생각났다. 바로 '손'이었다. 내 손은 길고 가늘어서 예쁜 손이 아니라, 고생하지 않고 잘 먹고 잘 자란 손 같아서 예쁜 손이다. 그러니까, 맨질맨질 주름도 없는 그런 손. 손만 보면 부잣집 딸같달까. 여튼, 그러므로 나는 내 손을 보호해야 할 필요를 거의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 남들이 핸드크림 발라도 그따위, 하면서 콧방귀를 꼈달까. 이십대 중반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남자들 세 명과 술을 마시는데 그중 한남자가 모태솔로 였다. 그가 내 옆에 앉아 술을 마시다가 우연히 내 손을 스쳤고, 그러자 깜짝 놀라며, 오 여자 손을 이런거냐며 한 번만 만져보면 안되겠냐는 거다. 그래서 나는 그래 한 번 만져보렴, 하고 손을 내밀었고, 그는 자신의 두 손으로 내 한 손을 덥썩 잡고는, 와 엄청 부드러워, 여자 손은 이런거에요? 이러면서 진심으로 놀라고 감탄하는 거다. 그때 앞자리에 앉았던 남자 둘은 그게 웃기다고 낄낄대고, 뭔가 나는 애틋한 마음이 되어 아, 이십대 중반이 되도록 여자 손 한번 잡아보지 못한 남자라니, 하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나는 '남자친구가 델러 왔어요 이제 그만' 하고는 일어나서 나왔다. ( ")

그런데 언젠가부터 설거지를 하거나 손을 씻거나 하면 손이 거칠어지는 느낌이 왔다. 아! 이건 뭐냐...그제야 나는 사람들이 핸드크림을 바르는 이유를 알게된 것이다. 이 거친거 잡아주려고 핸드크림 사용하는 구나. 그때까지 핸드크림 선물 들어오면 주변에 뿌렸는데-난 이런거 안써-, 이제는 내 돈 주고 내가 쓸려고 직접 핸드크림을 사기도 한다. 아- 이렇게 늙어가는 건가. 면생리대를 쓰면서, 핸드크림을 사면서... 



늙어가는 육체의 쇠잔함..




새로 나올 갤럭시 6 은 내 타임라인에서 보면 '아이폰 따라쟁이'의 느낌이다. 나 역시 보면서 '갤럭시는 그 긴 시간동안 아이폰이 되기 위해 노력한 것인가' 라는 생각만 들었는데, 비교사진을 검색해 동생에게 보여주려고 트윗검색창에 '갤럭시6' 넣었다가, 예쁘고 갖고싶다는 긍정적 트윗이 많아 깜짝 놀랐다. 아,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걸 예쁘다고 생각하고 갖고 싶어하는구나. 내 타임라인에서만 아이폰 따라쟁이었어. 확실히 트윗의 타임라인은 철저히 '내 위주'라 내 생각에 갇혀 있게 만든다. 나의 타임라인에서는 내가 원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것 같았지... 나는 이런 식으로 보고 싶은 것만, 한쪽 면만 보게되는 구나.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고 비판하면서, 나 역시 내 생각에 갇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타임라인을 보다가 들었다.




그나저나 오늘의 위로가 있다면, 출근길에 '남자'랑 부딪쳤는데 넘어진 건 '나'라는 사실이었다. 남자랑 내가 부딪쳤는데 남자가 넘어졌다면...그게 어쩐지 더 슬플 것 같으니까.





내가 조지 부시에게서 경멸하는 모든 특징은 내가 나 자신에게서 경멸하는 특징이다. 그는 나 자신이 최악으로 구현된 존재다. 세상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G.K. 체스터턴은 이렇게 대답했다. "나요." (p.27)

이윽고 나는 알게 된다. 무디가 수치심을 느끼는 진정한 이유는 자기 주변의 추행의 신호가 넘쳐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내가 극복할 수 없는 건 바로 이것이다. 일련의 그 추악한 범죄에 내가 공모했다는 부끄러움." (p.48)

(<사랑과 고통> 이라는 영화에 대해 언급하다가)
두 사람의 관계는 영화 내내 덜컥인다. 해가 나는가 하면 비가 내린다. "나에 대해 뭘 배웠어?" 릴라가 묻는다. "당신이 나를 아프게 할 수 있다는 거요." 사랑에 빠진 그가 대답한다. (p.72-73)

로미오와 줄리엣이 계속 살았다면 어땠을까? 열네 살이라는 무르익은 나이인 그들은 머지않아 누가 식기 세척기에서 그릇을 꺼낼 차례인지를 두고 입씨름을 벌였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남녀가 밤새 껴안고 있었다고 암시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럴 수 없다. 우리는 몸을 떼고, 돌아눕게 마련이다‥‥‥ (p.73)

(`로리 무어`의 《애너그램Anagrams》을 인용)
"네 블록 떨어진 곳에서 보니 새 떼에게는 일종의 집단적 생명, 뚜렷하게 드러나는 지성이 있었다. 새들의 무작위적인 날갯짓에는 틀림없이 패턴이 있었지만, 저 검은 새들 중 어느 한 마리 혼자서는 그게 무엇인지 모를 것이다. 우리 사람들이 사는 것처럼 각자 혼자라면, 새들도 제 머리를 벽에 박을 것이다." (p.79)

(바셀미의 소설 《형제The Brothers》를 언급하면서)
책의 마지막에 이런 문장이 있다. "공기가 마치 우리 몸에 딱 맞춘 장갑처럼 우리를 감싸는 밤이었다." 이런 생각은 참 좋지 않은가- (p.135)

우리를 구별하는 것은 우리에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우리가 겪는 일은 대부분 상당히 비슷하다. 출생, 사랑, 못생기게 찍힌 운전 면허증 사진, 죽음. 우리를 구별하는 것은 우리가 각자 자신에게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점이다. (p.151)

커트 보네거트, 《제5도살장》. 사실상 프롤로그나 다름없는 해설적 첫 장은 책의 나머지 부분과 그가 쓴 다른 모든 글을 부질없게 만든다. 나는 이 공개적인 명상을 위해서 살고 죽겠다. (p.176)

소셜 네트워크/블로그가 좋은 책을 낳을 수 있을까? 이 경우(병신같지만 멋지게)처럼 극히 드물게는, 그렇다.
책은, 살아남기를 원한다면, 현대 문화와 공존하고 그 에너지를 문학을 위해서 쓸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곧장 급소를 찌르는 것, 이것이 오늘날 읽고 쓰는 방법이다. 적어도 내가 오늘날 읽고 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p.189)

1987년에 (전미 도서상)픽션 심사 위원단이 토니 모리슨을 수상자로 지정하지 않자, 그녀느느 당시 위원장이었던 내 옛 스승 힐마 월리처Hilma Wolitzer 에게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다. "내 인생을 망쳐줘서 고맙군요." 내 인생이 고작 몇 사람이 점심을 먹으면서 선정하는 상을 받느냐 마느냐에 달려 있다면, 내 인생에는 뭔가 문제가 있다.(p.197)

톨스토이에 따르면, 예술의 목적은 한 사람의 마음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다. (p.199)

이듬해, 누나가 말했다. 《호밀밭의 파수꾼》은 좋은 소설이지, 나름대로 대단히 좋은 소설이야, 하지만 이제 《아홉 가지 이야기》로 넘어갈 때가 됐잖니. 그래서 나는 그렇게 했다. 내가 <바나나피시를 위한 완벽한 날>의 시모어에게 어지나 감정 이입을 했던지, 어머니가 친구인 심리학자에게 나를 데려가서 몇 번 면담을 잡았을 정도였다. <에스메를 위하여, 사랑 그리고 비참함으로>는 지금까지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편 중 하나다.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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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3-05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겁게 읽히는 다락방님의글.^^

다락방 2015-03-05 16:13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히히히

blanca 2015-03-05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요. 이 책, 나도 그 전 책만큼 재미없다 하면서 접근했는데 의외의 즐거움이 있죠! 면생리대 ㅋㅋ 저도 있어요. 그런데 화장실에 그 잔해를 미처 숨기지 못했을 때 누군가 보면 굉장히 놀라더라고요--;; 세척의 고통이. 그래도 분명 종이보다 훨씬 내 몸에 그리고 환경에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작년에서 올해로 넘어오는 시점에서 어떤 `늙음`을 느껴요. 다크서클에 나이가...모든 게 너무 반가워요. 지하철이 언제나 다락방님을 기다려 주면 좋을 텐데...

다락방 2015-03-05 16:17   좋아요 0 | URL
전 역시 이 책 보다는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쪽이 훨씬 좋네요, 블랑카님. 저 에피소드는 정말 재미있었지만 말예요. 면생리대는 역시 세척이.. ㅠㅠ 그래서 저도 일회용생리대랑 같이 쓰게 되더라고요. 부지런하기가 싫어서.. ㅠㅠ 몸에도, 환경에도 좋다는 건 알겠지만 말예요. ㅠㅠ

저도 이번해에 다크서클이 유독 진해진 느낌이 들던데..이것도 늙음..때문인가요, 블랑카님? 하아- 가는 세월을 막고만 싶어요. 전 이러다 금세 폐경올것 같아 무서워요. ㅠㅠ

무스탕 2015-03-05 12: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발 달린 짐승도 넘어지는데 사람은 발이 두개밖에 없잖아요. 넘어져도 괜찮아요. 다치지만 않았으면..
정성이 말이 아이폰은 갤럭시를 닮으려고 하고 갤럭시는 아이폰을 닮으려고 한다더군요.
서로가 롤모델이라고요. ㅋㅋ

다락방 2015-03-05 16:17   좋아요 0 | URL
(끄덕끄덕) 그렇네요. 두개 밖에 없으니까..그치만...남들보다 두꺼운 다리라면 더 잘 버텨내야 하지 않나요? ㅎㅎㅎ

단발머리 2015-03-06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긴 인용 감사해요. 너무 좋았어요. (엥?)
저도 이 책은 읽을꺼예요.
저도 한 무게 나가서, 저 책이 저를 구해주지는 못할거지만, 그래도 너무 관심 가네요.

넘어지지 마세요...... .... 천천히, 천천히...

다락방 2015-03-06 10:24   좋아요 1 | URL
오늘도 또 열차가 와있는 바람에 뛰었는데, 뛰면서, 안돼 천천히 뛰어 라고 스스로에게 다짐시켰어요. 그렇지만 뛰었다능. 근데 뛰면서 무섭더라고요. 이런게 트라우마!! ㅎㅎ

책이 전체적으로 재미있진 않았고, 사실 무슨 말인지 저는 잘 이해되지 않기도 했는데, 그래도 저렇게 인용할만한 문구가 많더라고요, 단발머리님. 헤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