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의 사진은 근사하지만 표지 자체는 좀 후졌다. 두꺼운 도화지 표지-이것도 아주 두껍지는 않아-에 종이 포장지로 한 겹 싼 느낌. 그래서 금세 구겨지고 낡기 쉽다. 전체적으로 약한 표지다. 흠.. 



나처럼 블로그에 글을 쓰는 사람이든 소설가이든 시인이든, 그러니까 직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든 취미로 글을 쓰는 사람이든, '나는 이런 글을 쓸 순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그런 생각을 종종 하는 편인데, 우아한 글을 읽을 때도 그렇고 체계적인 글을 읽을 때도 그렇다. 아, 이런 글은 내가 쓸 수가 없겠어. 이렇게 우아하고 체계적인 글, 논리정연한 글을 쓸 순 없어, 이건 내 능력 밖의 일이야, 내가 할 수 있는 것과는 거리가 있지.


그러면서 나는 내 글이 감성 떨어지는 글이라고 생각했다. 좋게 말하면 감성이 묻어나고 나쁘게 말하면 감성이 흘러넘치는 글이라고 생각해온 거다. 좀 더 차분하고 냉정한 글을 쓰고 싶은데 지나치게 기분파랄까.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은 한다. 뭔가 정리하고 쓰는 글이 아니라 쓰면서 정리가 되는 스타일이니까. 어쨌든 나는 내 글이 지나치게 감상적이라고 생각해왔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감성으로도 나는 결국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 책의 서문에서 나는 이런 글을 본 것이다.




"네 이름을 발음하는 내 입술에 몇 개의 별들이 얼음처럼 부서진다."


오래전 이렇게 시작하는 메일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서문에서



아니, 네 이름을 발음하는 내 입술에 몇 개의 별들이 얼음처럼 부서진다......라니. 이야, 이건 내가 쓸 수 없는, 감히 생각해낼 수 없는 문장이다. 이런 아름다운 문장이라니. 그러나 사실 아름답다는 생각은 했으되, '좋다' 라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러니까 좋다 혹은 싫다 고 말하기에는 뭣한, 그 중간지점 어디의, 약간 멘탈에 붕괴를 가져오는 문장이랄까. 아, 나는 결코 이런 문장을 쓸 수가 없어. 시인은 다른 건가... 그러니까 박연준은 장석주로부터 저런 문장이 담긴 메일을 받았단 거였다. 그렇다면 우리의 박연준, 저런 메일을 받고 가만히 있었느냐, 하면, 그럴 리가!



먼 곳에서 나를 향해, 별들이 걸어오고 있는 것 같았어요.


저녁이 되자 슬퍼졌습니다.

무릎을 꿇고 '얼음을 주세요'란 제목으로 시를 썼지요.

그 시로 시인이 될 줄은 몰랐지만 시를 쓰던 순간,

파랗게 내가 곤두선 불꽃이 된 기분이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 서문에서



이래서 사람은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이 있나보다. 별들이 얼음처럼 부서진다, 라는 메일을 나한테 보냈다면 내가 감히 얼음을 주세요 란 제목으로 시를 쓸 수 있었겠는가. 파랗게 곤두선 불꽃...같은 기분을 내가 느꼈을 리 없잖아? 그래서 장석주는 박연준에게 저런 메일을 보낸 것이고, 그래서 박연준은 얼음을 주세요란 시를 쓴 것이다. 내가 아니라서. 그 어디에도 내가 없어서. 그들은 장석주고 박연준이라서. 아...내가 될 수 없는, 내가 어울릴 수 없는 그들이다. 사람은 끼리끼리 어울린다는 말이 좋게 쓰이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지만, 여기서는 진짜 그 말 밖에 생각이 안난다. 사람은 끼리끼리 어울린다. 그러니까 나로 말하자면,


먼 곳에서 나를 향해, 별들이 걸어오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그 누구로부터도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고, 당연히 별들이 부서진다는 식의 메일을 보낸 이도 한 명도 없었던 거다. 아마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까 싶고, 설사 앞으로 누군가 내게 네 이름을 발음하면 별들이 쏟아진다 는 식의 메일을 보낸다면, 음..... , 나는 답장 할 수 없을 것 같다. 당연히 시도 쓸 수 없을 것 같고.



국문과를 들어가 다시 공부할까,

하는 생각을 몇 년전부터 지금까지 쭉 해오고 있다.

물론,

생각만 하고 있다.

들어가봤자 어차피 공부 안할 나임을 알기에.. ♪ 잘 알기에~ ♬ 어머님 용서하세요 그녀에겐 저밖에 없는데 그녈 버릴 수가 없어요~ ♪ 너의 몸이 낫는대로 어디 멀리 떠나자~ 아무도 없는 곳으로~




사람은 궁극적으로 나에게 맞는 대화상대를 만나기 위하여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다. 인생이란 게 그런 거 아닐까.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 결국 잘 맞는 대화상대를 만나기 위해 우리는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는 게 아닐까. 잘 맞는 것 같아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해도 금세 헤어지게 되는 경우는, 잘 맞는 줄 '알았지만' 아니었거나 혹은 한 쪽에서 일방적으로 맞춰주려고 했던 경우가 아닐까. 결국 대화하지 못한다는 것은 지치게 한다는 거니까. 그래서 끊임없이 우리는 이 사람과 이별을 고하고 또 저 사람과 헤어지면서 자꾸만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을 찾게 되는 게 아닐까. 결국 내 옆에 지금 남아 있는 사람들은, 나와 대화가 가장 잘 통하는 사람인 것 같다. 


얼마전에 [꽃보다 청춘]이란 프로를 잠깐 봤는데, 그전부터 본 게 아니라 각자의 캐릭터 파악이라든가 그 프로그램의 분위기라든가 하는 걸 내가 알순 없었지만, 오로라를 보고 들어와 다같이 감흥에 젖어, 그 늦은 밤, 한잔더? 를 외치고 침대에 내 명이 함께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는 걸 보는 게 좋았다. 물론 '너는 뮤지컬을 어떻게 시작하게 됐어?'하는 질문은 뭔가 설정스러워서 별로였지만, 그것은 티븨 프로그램이 가진 한계일테고, 친근한 이와 함께 무려 오로라!! 를 보고 숙소로 돌아온다면, 그 침대 위에서 우리는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은 것이다. 그래서 말랑말랑 낭만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손을 잡고 누군가와 오로라를 보고 함께 숙소로 들어와 씻고 지친 몸을 침대에 철푸덕 얹어놓고서는, 준비되어 있는 술을 꺼내와서 홀짝이며, 긴긴밤 지쳐 잠들때까지 얘기를 하는 거다. 아, 너무 좋지 않은가! 그러고보면 나는 항상 이야기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좋아했던 것 같다.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 서로의 눈을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정말 좋지 않은가. 게다가 우리가 좀전에 같은 경험을 했어! 그렇다면 우리에겐 같은 감정이 그리고 또 다른 감정이 쌓이지 않겠는가.



그래서 나는 사랑하는 사람, 마음맞는 사람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그려지는 아래 사진이 좋았다.



나란히 앉아 같은 방향을 보면서 이야기나누는 게 눈앞에 확 그려지지 않는가. 너무 좋은 거다. 이것은 내가 오래전에 한 번 페이퍼에도 언급했던 그 포치가 아닌가! 낮에도 밤에도 이른 아침에도 또 새벽에도, 저런 곳에 앉아 이야기나눌 수 있다면 뭐랄까, 삶이 굉장히 충족스런 느낌일 것 같다. 삶에 있어서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은 느낌? 

얼마전에 마음이 꽉 찬 느낌, 빈 틈이 없는 것 같은 충족한 느낌을 받았던 적이 있는데, 만약 저런 곳에 사랑하는 이와 함께 앉아서 뭔가를 먹고 마시며(반드시!!) 이야기를 나눈다면, 그 때는 삶 자체가 완벽하게 느껴질 것 같다. 아, 아름다운 인생..


무엇보다 좋았던 건 아래 사진이다.



이런 사진은 그냥 내 스타일. 완전 사랑하는 사진. 스테이크를 구웠대...하아- 인생... 스파게티도 먹었대.. 아아. 와인과 맥주가 빠지지 않는 저녁이라니, 아, 도대체 이들은 얼마나 근사한 삶을 산거야! 저렇게 여러 병의 와인을 보노라니, 그들의 행복이 내게도 전해지는 것 같다. 뭐 실상 저 식탁에 마주앉아 서로 싸웠을지도 모르지만, 사진으로 보는 내게는 완벽하고 충족된 마음만이 전해진다. 내 로망이야. 술, 맛있는 안주,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 그 사람과의 대화.


멋져...



그렇지만 이 책은 재미 없었다. 아하하하하. 지루했어 ㅠㅠ 박연준은 걸으면서 맞닥뜨리는 풍경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장석주는 걷는다는 행위 그 자체에 더 많은 의미를 둔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 둘의 글 스타일도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그 다른 스타일의 글 모두,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박연준은 앞으로 시로 만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연준과 장석주는 한 달간 시드니에서 살아보게 됐다. 호주에 집을 가지고 있는 지인이 오랜 시간 여행을 떠나면서 '여기서 늬들이 살아보지 않을래?'라고 제안했던 것. 그래서 훌쩍 그 먼 데로 날아가 그 집의 침실, 부엌, 욕실들을, 사용하던 그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 되게 편하겠다. 뭣보다 호텔이나 모텔이 아닌, '가정집'인데 거기에 우리 둘밖에 없고(꺅!!), 게다가 그런 집을 구하는 험난한 과정 역시 생략되어 있었으니. 아, 이 얼마나 땡보..(응?) 


나도 그렇게 한 번 지내보고 싶기는 했다. 먼 데서 한 달간 혹은 두 달간. 그냥 그 동네나 어슬렁어슬렁 산책하면서. 몇 시가 됐든 일어나서 푸짐한 아침(!)을 먹고 점심도 푸짐하게 먹고 저녁은 더 푸짐하게 먹고(!!), 술도 퍼마시고 랄라~


일단 회사를 때려쳐야해..


그리고 내가 그렇게 지낼거라면 나는 호텔이어도 좋겠다.


아, 저렇게 와인 쌓아두고 먹고싶다.. 저렇게 쌓아둔 와인병들의 사진을 볼 때마다 나는 와인 한 박스를 선물하며 청혼했다던 남녀가 떠오른다. 가장 이상적인 청혼방법인 것 같아...  그런데 그 책의 제목은 왜 맨날 생각이 안나지? 도리스와 .. 뭐였지? 찾아보고 와야겠다. 아, 힘들게 찾았다. [둘런과 모리스의 컬렉션] 이었다. 도리스는 개뿔..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_- 







이 영화를 지루하다고 말하는 많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는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 보고난 후에는 가슴이 서늘해지더라. 그 웅장한 자연 앞에 숙연해지는 기분도 들고. 어휴, 자연이 얼마나 위대하고 무서울 수 있는지 정말 잘 보여준다고 할까. 양쪽으로는 절벽이며 가운데 길은 눈으로 가득 쌓였는데, 거기를 혼자 걸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이라니. 하아- 너무나 쓸쓸하고 고독해보여서, 아, 인간은 원래 이토록 외로운 존재인가, 하고 되게 추웠었다. 춥구나, 인생..


남자는 아들의 복수를 위해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는데, 그렇다면, 그 복수가 끝난 다음에는? 그 다음에는 그에게 어떤 삶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목적이 있었으나 그 복적을 이룬 삶이라면, 그러면 그 후엔..무엇이 남는걸까? 



서늘하다.






얼마전에 동생네 가족이 와있었을 때 나의 고모가 나의 조카들과 놀겠다며 오셨더랬다. 그때 칠 살 조카가 고모의 손을 잡고는 내 방으로 들어가며 '고모할머니, 내가 도서관에 데려다줄게요' 했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 꼬마가 도서관에 가봤다고, 내 방을 도서관이라고 부르더라. 자기는 도서관이랑 책 파는 데 말고는 이렇게 책 많은 데는 본 적이 없다며. 친구들 집에 놀러가봤지만 이렇게 책이 많지 않았단다. 나는 칠 살 조카와 네 살 조카를 앞에 두고, 너희들 자라면 이 책 다 줄게, 다 읽어, 했었더랬다. 어쨌든 고모를 내 방으로 데리고가길래 우리 엄마가 '거긴 왜, 이모방인데, 이모 없을 때 들어가지마' 했더니 칠 살 조카가 그러더란다.



이모가 나는 언제든지 들어오랬어.



하하하하하하하. 사실 내가 그렇게 말한 기억은 진짜 1도 안나. 그렇지만 틀리지 않아. 그래, 언제든 들어가렴. 그렇게 고모를 데리고 내 방에 들어가서는, 고모할머니, 도서관이야, 하면서는, '우리 엄마는 이 책을 제일 좋아해' 하면서 책 한 권을 꺼내 고모를 보여줬단다. 그게 이 책이었다.





여동생이 와있는 동안 내 책장에서 책을 몇 권 꺼내 봤는데 이 책이 참 좋았던가 보다. 언니 이 책 좋더라, 다 먹고싶고. 그래서 내가 그랬다. 응 이거 내 힐링북이야, 이 책 들여다보면 막 힐링 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는 아름다운 음식 사진 보면 힐링힐링... 책은 [simply italian] 이다. 물론, 설명은 읽지 않는다. 영어니까. 나는 그저 사진만 본다. 충분히, 충분히 영혼에 쉼이 찾아온다. 



세상의 모든 음식들에게 축배를!


그리고 나, 여기 가보고 싶다.


록스The Rocks 거리를 먼저 둘러보았다. 금요일이라 'Friday foodie market'이 열리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했지만 브런치를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구경만 했다. 돌바닥으로 이루어진 고풍스러운 거리가 인상적이었다. 책을 찾아보니 록스는 이민자들이 시드니에서 가장 먼저 자리 잡은 유서 깊은 지역이라고 했다. (p.71, 박연준)


내 인생의 어느 한 시점에 록스 거리의 friday foodie market 에 가보는 걸 넣어야겠다. 아... 얼마나 많은 음식이 거기 있는걸까?



일요일 저녁부터 침을 삼킬때 목구멍이 아팠는데 어제는 점점 더 심해지더라. 그래서 아 일찍 자야겠어, 하고는 열시부터 잤는데, 오늘 아침에 남동생이 '목은 좀 어때?' 하고 안부를 물어주었다. 응, 어제보다는 좀 나은데 그래도 아프네, 라고 답하면서, 매일 보는데도 이렇게 안부를 물어주는 동생이라니, 나는 참 좋다, 생각했다. 그 무슨 시에 그런 구절이 있었는데.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것이다, 라는 구절.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것이다.




페이퍼를 적다보니 '널 만지고 널 느끼고' 하는 신해철 노래가 생각이 났다. 그런데 제목이 도무지 생각이 안나. 그래서 널 만지고 널 느끼고, 를 검색창에 넣어보니 김종국 이름만 나오더라. 아니야, 이거 신해철인데.. ㅠㅠ 그래서 남동생에게 물었다.


널 만지고 널 느끼고 

이 가사 노래 뭐지?


나는 신해철이란 부연 설명을 하지도 않았는데도 남동생으로부터 딩동- 답장이 날아들었다.


월광



아, 멋져 ㅠㅠ 감동 ㅠㅠ 넌 진짜 완벽해 ㅠㅠ 퍼펙트 ㅠㅠ


그렇지만 일전에 나도 똑같이 해준 적이 있다. 남동생이 회사에서 점심 먹고 어떻게 이야기가 팝송으로 흘러가서 얘기하다가 도중에 제목이 생각이 안나 나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본거다. 누나, 이 노래 뭐지?



따라 따라라라 따라라~



이놈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가사도 몰라서 정말 저랬다. 그런데 내가 바로 답해주었다.



시카고. 하드 투 세이 아임 소리.



아, 고마워! 하고 끊고서는 집에서 만나서 누나 진짜 대단하다, 했더랬다. 그걸 어떻게 알아들었냐, 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월광> 이었다.



너의 눈빛 너의 몸짓 너는 내게 항상 친절해
너를 만지고 너를 느끼고 너를 구겨버리고 싶어

걷잡을수 없는 소유욕 채워지지 않는 지배욕
암세포처럼 지긋 지긋 하게 내 몸을 좀 먹어드는 외로움

나의 인격의 뒷면을 이해할수 없는 어둠을
거길 봐줘 만져줘 치료할 수 없는 상처를

내 결점을 추악함을 나를 제발 혼자 두지마
아주 깊은 나락속으로 떨어져가고 있는 것 같아

나의 마음은 구르는 공위에 있는 것 같아
때론 살아 있는것 자체가 괴롭지
날 봐 이렇게 천천히 부숴지고 있는데 아주 천천히

끝없이 쉴곳을 찾아 헤메도는 내 영혼
난 그저 마음의 평화를 원했을 뿐인데

사랑은 천개의 날을 가진 날카로운 단검이 되어 
너의 마음을 베고 찌르고 또 찌르고

자 이제 날 저주 하겠니 술기운에 뱉은 단어들
장난처럼 스치는 약속들
나이가 들수록 예전같지 않은 행동들

돌고 도는 기억속에 선명하게 낙인찍힌 윤리 도덕 규범 교육 
그것들이 날 오려내고 색칠해서 맘대로 이상한걸 만들어 냈어

내 가죽을 벗겨줘 내 뱃살을 갈라줘
내 안에 내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나도 궁금해

커튼 사이로 햇살이 비칠때 기억나지 않는 지난밤
내 마음을 언제나 감싸고 있는 이 어둠은 아직 날 놔주지 않고..





한 남자아이의 아버지는 작은 구슬 두 개에 `럭키`라는 이름을 붙이고는 수로에 부러 빠뜨렸다. 그는 아이가 두 개의 럭키를 찾을 수 있도록 응원하고 도와주었다. 얕은 물살에 흘러가는 두 개의 `럭키`를 찾는 것은 아이였지만 나 또한 눈으로 럭키를 쫓고 있었다. 아이는 지치지도 않고 구슬을 던지고 찾기를 반복했다.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럭키를 대신 찾아주기도 했다. 아이는 30분동안 럭키를 잃어버렸다, 다시 찾았는데 아이 아버지는 귀찮아하지도 않고 그 놀이에 동참했다. 보는 내가 다 귀찮았는데 말이다. 아이가 구슬을 찾을 때마다 외치는 "럭키!"라는 소리에 기분이 상쾌해졌다. 아이는 그날 아버지 덕분에 얼마나 많은 행운을 거머쥔 걸까?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가 자라면서 `행운을 능동적으로 찾는 사람`이 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때마다 옆에서 지켜주고, 응원해줄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p.63 박연준)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아 스튜와 빵, 샐러드와 베이컨 등 음식을 잔뜩 시켰다. 롱블랙도 두 잔 시켰다. 롱블랙은 에스프레소에 따뜻한 물을 섞어 마시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아메리카노와 비슷하다. 처음엔 이름이 근사해서 감탄했다. 내 멋대로 `긴 긴 밤` 이라고 의역도 해봤다. 긴 긴 밤 한 잔이요! 얼마나 멋진가? 밤을 한 잔 마시는 시간이라니. 커피 속에 기다란 검정도, 기다란 기차도, 기다란 밤도 넣어보며 홀짝였다. 이름이 중요한 법이다. 무엇이든 호명하고, 불러주고, 사랑해주는 순간 빛나게 된다. 완전히 달라진다. (p.70, 박연준)

"걷기는 `곳`안에서 무엇의 길을 트고, 시간 안에서 무엇을 구멍낸다." 파스칼 키냐르의 소설 『신비한 결속』에 나오는 구절이다. 『신비한 결속』은 사랑에 실패한 여자 주인공이 혼자 산과 바닷가를 하염없이 걷는 이야기가 나오는 소설이다. 최소한으로 먹고, 최대한으로 걷는 일이 삶의 전부인 여자. 몸에는 지방 한 점이 없고, 눈빛은 수도승처럼 깊어진 여자. 갈망이 깊어질수록 그녀는 걷고 또 걸었다. 목적 없이, 무작정 걸었다. 걷는 일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고 생각한 듯했다. (p.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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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01-26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분이 있는 연예인들이 스피드퀴즈를 할때 어?하면 아~~하고 맞추는 광경같아요^^

남동생분과는 음악취향도 비슷한가 봅니다
영원한 볼매 남동생이어요
볼수록 매력적인^^

그나저나 이책은 그냥 도서관에서 빌려 읽을까?로 마음속으로 노선변경이^^

기억의집 2016-01-26 20:49   좋아요 1 | URL
그게 나을 것 같아요. 사면 좀 아까울 것 같아요. 지루하다하니.... 전 여자분이 시인인 줄 몰랐어요.

책읽는나무 2016-01-26 22:01   좋아요 0 | URL
도서관에 언능 희망도서신청 해야겠군요^^
여자분도 남자분도 둘 다 시인이어서 더 좀 특별해 보이는 책이었던 것 같아요

락방님 글을 읽어보니 시집을 사는 것이 더 나은가?싶긴 하네요^^

기억의집 2016-01-26 22:08   좋아요 0 | URL
두분이 결혼했다 하던데.. 나이차가 많이 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다락방 2016-01-27 10:43   좋아요 0 | URL
저는 지루해서 책장이 잘 안넘어가더라고요. 그런데 글의 분위기라는 게 저랑 안맞아서 그렇지 또 다른 분들께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조용조용히 잘 읽으시는 분들도 분명 있을테고요(밑에 건조기후님 댓글 참고하세요!). 음, 그렇지만 도서관가서 글의 분위기를 살펴보시고 결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ㅎㅎ

저는 박연준 시인의 시집을 좋게 읽었던 터라(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뭔가 아끼는 마음 같은 게 있어요. 이 책의 서문에서 김민정 시인도 `우리 연준이`라고 한다는데, 저는 `우리 연준이` 까진 아니지만, 어어 박연준, 하게 되는거죠. 신간 나오면 반갑고요. 그래서 산문집 [소란]도 내내 눈독 들이고 있었는데, 너무 감상적인 글들이 저랑 잘 맞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예전에 다른 시인도 그랬거든요. 시가 좋아서 에세이를 읽었는데 그냥 시만 읽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그 시인의 산문집을 읽고 들었더랬어요. ㅎㅎ

아, 오늘은 칠봉이랑 스피드 퀴즈 했어요. 리즈 위더스푼 나오는 영화 얘기하려는데 아무것도 생각이 안나고, 그러니까 리즈 위더스푼 이름도 생각이 안나고, 영화 제목이 w 로 시작했다는 것밖에 생각이 안나는 거에요. 그래서

˝그 뭐지? 워크 였나?˝
하니까 칠봉이가
˝와일드거든?!˝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웃김요



기억의집님/ 네, 두 분이 결혼을 하셨고 결혼소식을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쓰셨대요. 그래서 무척 관심이 가서 저도 읽게 되었답니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데 뭔가 알콩달콩한 러브스토리는 이 책에 거의 없어요. ㅎㅎㅎ 근데 둘 다 시인인만큼 어떤 식으로 살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뭐, 시인도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들과 똑같겠지만 ㅋㅋ

건조기후 2016-01-26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책 표지 벗겨서 펼치면 안쪽에 그들이 지냈던 곳 지도가 있어요 ^^ 동선 떠올리며 천천히 훑어보는 것도 괜히 행복하더라고요, 내가 갔다 온 것처럼 ㅎㅎ

다락방 2016-01-27 09:57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뭔가 종이가 너무 약해서 벗겨볼 생각도 못했어요. 건조기후님 이 책 읽으셨군요! >.<

건조기후 2016-01-27 10:2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말씀하신 조용조용 잘 읽은 사람이 저예요 ㅎㅎ 저는 이 책을 다 읽고 너무너무너무 사랑스러워서 한번 꼭 안아보기까지 했답니다. 특별해보이는데 특별히 특별할 거 없이 그냥 조곤조곤한 분위기가 참 좋더라고요. 유난스럽지 않은 연인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것도. 저 역시 장석주보다는 박연준의 글이 더 좋았어요.. 소소하게 많이 웃었네요. 시집도 사보려고요! ㅎㅎㅎ

다락방 2016-01-27 21:45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 건조기후님은 박연준의 시보다는 이 산문을 더 좋아하실 것 같아요. 아, 제 생각이니까 제 말을 신뢰하진 마시고요. ㅎㅎㅎㅎㅎ
말씀하신 것처럼 유난스럽지 않은 연인의 모습을 보여준 건 저도 좋았어요. 유난스러운 거 싫거든요. 신형철의 공개 청혼같은... -0- 신형철의 그 서문 이후로 저는 신형철을 버렸습니다. -_-
그런데 장석주의 글을 읽어보니 사실 박연준을 좋아한다는 게 뭐랄까, 전혀 드러나지 않더라고요. 약간 서운하기도 했어요, 저는.

보물선 2016-01-26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결혼, 은근 멋짐~

다락방 2016-01-27 09:57   좋아요 0 | URL
그쵸 멋지죠? 좋은 방법이다, 저도 생각했어요. ㅎㅎ
그리고 뭔가 시인들의 만남인 것도 좋아요!

2016-01-26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1-27 09:58   좋아요 0 | URL
네, 두 분 결혼 축하는 결혼 축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재미는 없었습니다. ㅎㅎㅎㅎㅎ

기억의집 2016-01-26 2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장석주가 시인이자 예전에 청하츨판사 대표였죠?! 저렇게 살아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울 남편은 와인보다 소주를, 스테이크보다 찌개나 국이라서.... 한번도 저런 장면을 연출한 적이 없어요. ㅠㅠ.

다락방 2016-01-27 09:59   좋아요 0 | URL
제가 장석주를 이 책에서 처음 만났거든요. 다른 분들은 이미 장석주를 알고 또 좋아하고 계시던데 저에겐 사실 관심밖의 인물이었어요. 박연준을 좋아해서, 박연준한테 관심이 있어서 이번에 장석주한테도 관심을 갖게 된건데, 음, 저는 딱히 이 책으로 인해서 더 호감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더라고요.

기억의집님 남편하고 저런 장면 연출이 불가하다면, 그냥 혼자 연출하세요! 저는 혼자서 술상 잘 차려 먹어요. 사실 저렇게 근사하게는 못차리지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고기 사다가 막 구워가지고 와인하고 먹고 그래요. 저도 남동생이 맥주,소주파라서 집에서 함께 먹을 때는 남동생은 소주나 맥주 마시고 저는 와인 마셔요. 각자가 좋아하는 술로 알아서 마신답니다. 다만 함께 마실 뿐이죠. 훗.

heima 2016-01-27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용조용 아껴가며 읽은 사람 중 한 명이에요. 난다 걸어본다 시리즈가 대체로 이렇게 조용조용한 것 같더라고요 (저도 세 권 밖에 안 읽어서 다른 책은 어떤지 모르지만 ㅎㅎ) 저 역시 박연준 글이 더 좋았답니다. 저 소란 있는데 보내드릴까요?

다락방님과 남동생분은 늘 사이가 참 좋아보여요. 이런 남동생이라면 저도 하나 있었음 좋겠네요 ㅋㅋㅋㅋ

다락방 2016-01-27 21:43   좋아요 0 | URL
헤이마님도 조용조용 잘 읽어주셨군요! 아니 그런데 박연준과 장석주 두 분에게 미안해지네요. 재미없게 읽은 사람만 포스팅을 하게 되어서 .. 하하하하하하하하핫. 저는 난다 걸어본다 시리즈 이 한 권 밖에 안읽었고요, 그 아내.. 생각하며 걷는 책인가? 그건 읽어보고 싶어서 보관함에 넣어두었어요. 흣. 저기.. 저 .. 소란 보내주셔도 돼요? 제가 덥썩 받아도 될까요? 히히히히히.

저도 제가 남동생과 친한 것, 여동생과 친한 게 너무 좋아요. 이렇게 지낼 수 있어서 정말 좋다, 다행이다 라고 늘 생각하고 있어요. 이게 제가 받은 큰 복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

2016-01-27 2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8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6-01-28 0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테이크와 와인이 있는 저녁` 다음번 대선공약이면 어떨까요?ㅎㅎㅎ 저도 요즘 이상하게 사서 읽고 후회하는 책이 종종 발견됩니다...-_-:: 자꾸 헛다리를 짚네요.

다락방 2016-01-28 09:14   좋아요 0 | URL
저 지금 읽고 있는 책도 완전 메롱이라서 짜증이 어마어마해요. ㅠㅠ 좋은 책 한 권 제대로 골라 읽어야겠다고, 이 구린 책 읽으면서 생각하고 있어요. 이건 구리다고 꼭 언급하고 가야할 책이에요. 흙 ㅜㅜ

노란곰 2016-02-03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버넌트는 보는 내내` 왜 안끝나지? 정말 끝까지 가는구나.` 란 생각으로 봤는데. 보고 나서도 별로였는데. 다음날부터 먼가 자꾸 마음속에서 울렁울렁하네요. 제겐 좋은 영화였어요^^

다락방 2016-02-03 11:09   좋아요 0 | URL
저는 영화 보면서도 괜찮았고요 보고나서 극장을 나서면서도 좋았어요. 그 좋았다는 게 즐겁다와 행복하다 같은 감정이 아니라 되게 서늘한 감정이었고요. 저 사람, 아들의 복수를 위해 저렇게 이를 악물고 삶을 버텨왔는데, 그게 사라져버린 앞으로는 어떻게 살게될까, 하는 생각에 되게 쓸쓸해지더라고요. 앞으로 그의 남은 삶이 참 고독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서늘했어요..
 















대학시절 나는 공부를 못했다. 뭐 대학시절만 못했겠나. 고등학교때도 못했다. 음..잘했던 때가 있긴했는데, 남들 다 잘하는 초등학교때가 그랬다. 좋은 시절이었다.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이쁘고 성격도 활발해서 전교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던, 그런 시절이었다. 남자아이들은 곧잘 따라와서 집앞에서 크게 내 이름을 부르며 나오라고 하기도 했고, 다른 반 남자아이가 와서 나 좋다고 내 얼굴 보고 가기도 했다. 좋은 시절이었다. 선생님들은 나를 예뻐했고 나는 어디를 가나 인기만점의 똑똑하고 예쁜 학생이었다. 잘난 시절이었다. 음... 그러나 사람은 어떻게 성장할지 아무도 알 수 없어...중학교에 진학하고 나자 내 앞에 앉은 아이가 나를 돌아보며 '우리 학교에 너랑 이름 똑같은 애가 있었는데 걔는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달리기도 잘하고 남자애들한테 인기도 많은 애였어' 라더라. 그래서 나는 '그게 나야' 라고 했다. 그러자 그 아이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니가???????????????

고등학교 때는 교복 안에 초록색 체육복을 입고 왔다갔다하다가 아빠를 만났는데, '널 아는 척 하고 싶지가 않았다' 라고 고백하셨다. 


아빠...


좋은 시절이었다.


이십대 중반에 그 동창 찾아주는 사이트로 초등학교 동창 남자 아이를 한 번 만났는데 술 마시며 얘기를 하다가 그러더라. '너 남자애들한테 인기도 많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었는데.....'


응?

근데?

왜 그렇게 말을 끝내?



...................


그 후로 나는 동창찾기 사이트에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다. 과거는 과거대로 묻어두자...고 새삼 결심했다. 저녀석도 만나는 게 아니었는데..그간 다른 아이들이 만나자는 거 잘 피해왔는데 내가 미쳤지 왜 나갔었나....그 후론 연락도 씹었다. 아 나의 과거여...



이십대 중반에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어릴적 사진을 몇 장 보여준 적이 있었다. 다 본 후에 남자친구가 그러더라. "그 후에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거니?"



..................................

씨발...





아 나 이런 얘기 하려던 거 아니었는데, 공부 얘기 하다가 삼천포로 빠졌네. 그러니까 이게 그렇다. 나는 한글이나 워드 같은 데다가 써야할 글을 정리한 뒤에 옮기는 게 아니라 그냥 알라딘 페이퍼 쓰기 창을 열고 다다다다닥 쓰는 타입이라 그냥 머릿속에서 글이 막 나와가지고 원래 쓰려던 목적을 잊고 이렇게 자꾸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는 거다. 어쨌든, 나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었고, 대학시절에는 성적표에 한 번도 A를 받아본 적이 없는 거다. 그런데 그네누나의 성적표를 보노라니 우와- 싶어지는 거다. 저렇게 A 를 막 받다니...대단하구나!!!! 그런 한편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공부를 잘한다는 건....뭐지?



공부를 잘한다고 회사 일을 잘하는 게 아니고 공부를 잘한다고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확실히 알게 된 게, 공부를 잘한다고 정치를 잘하는 것도 아니라는 거다. 게다가 공부를 잘한다고해서 소통을 잘하느냐, 전혀 아니다. 공부는 단순히 머릿속에 지식을 넣는 일이다. 그 지식은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있으면 누구나 넣을 수가 있다. 물론 집중력이라든가 아이큐라든가 하는 개인차에 의해서, 같은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누군가는 100점을 받고 누군가는 40점을 받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앉아서 머리에 넣으려고 하면 넣을 수 있는 게 지식이란 거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인데, 단순히 내 머릿속에 지식이 많다고 해서 그 지식을 꺼내서 더 빠른 속도로 일을 하고, 더 나은 해결방법을 찾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거다. 지식이 많다고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게 아니라는 거지. 




나는 1학년 1학기때 학사 경고를 받았고... 8과목 들었는데 F 가 다섯개 D 가 세 개 였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정말이지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성적표를 가지고 있다. 어제 시사인에서 저 성적표를 보는 순간 으응? 내 성적표와 나란히 놓고 싶어지는 거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공부는.. 뭐지?


여튼 나는 공부에는 전혀 소질이 없는 걸로. -0-

공부에 별로 소질이 없는데...나 안챙피하다!! 안챙피해!! 안부끄러워!!!

챙피해가 맞나요 창피해가 맞나요?


인생...




어제 술을 마셨기 때문인지, 오늘 아침 알람을 끄면서 '아웅, 오늘이 토요일이라 좋아, 안일어나도 돼' 했다. 그러다 갑자기 등골이 싸해지면서, 그렇지만 내 알람은 평일에만 설정해놨는데.....하고 차분하게 다시 생각해보니 금요일이더라. 아하하하하하하하. 인생..................인생은.. 뭐지? 



아, 인간은 왜 출퇴근을 반복하며 살아야 하나, 싶었다. 그냥 그렇게 살면 안되나. 자다가 먹다가 마시다가 음악 듣다가 섹스하다가 또 자다가 먹다가 섹스하다가 마시다가 노래도 부르다가... 그냥 그렇게만 살면 안되나.... 인생.......



그렇지만 그렇게 먹는 것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섹스하려면 콘돔 사야 하고, 마시려면 술 사야 하고, 호텔에 머물려면 호텔비 내야 하고...그러려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돈을 벌어야 되는거겠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 거 안하고는 누릴 수가 없는 거겠지.....



인생..................

달콤한 순간을 즐기기 위해 노동을 담보로 하는 것이 인생인가...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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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족 2016-01-22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읽으셨을지 모르겠으나,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락방 2016-01-22 10:30   좋아요 0 | URL
오오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제가 잘 읽을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요.
그런데 별족님, 그 책을 제게 왜 추천하고 싶으신거에요?

별족 2016-01-22 13:42   좋아요 0 | URL
이상적인 삶에,대한 묘사때문에,요.

감은빛 2016-01-22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대학시절 학사경고 받았죠. 선동렬 방어률과 학점을 비교해야할 상황이었어요.

전 단 한번도 공부를 잘 한적은 없는듯해요. 늘 평균 수준이었죠.

학창시절엔 자랑할만한 시절은 없으나, 운동하면서 칭찬도 많이 받고, 인정도 많이 받았죠.

이런 천상 운동권이란 소리군요. 썩 좋은 것 같진 않은데요.

다락방 2016-01-22 10:32   좋아요 0 | URL
전 고등학교랑 대학교 시절 그리고 이십대 시절이 `없었던` 시절이라고 생각해요. 제게는 말이지요. 그 때를 통째로 들어내도 아무런 변화를 못 느낄 것 같달까요. 뭔가 30대가 되고나서부터 제가 저 다워지기 시작한것 같은데, 그렇지만 그 때를 들어낸다면 저는 또 지금의 제가 아니기도 하겠죠. 아하핫.

그렇지만 공부를 못한 제가 부끄럽지 않습니다! (단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16-01-22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 미녀는 공부와는 거리가 먼 겁니다.. 미녀 다락방님.

오거서 2016-01-22 09:58   좋아요 0 | URL
미녀는 잠꾸러기라잖아요 ^^

다락방 2016-01-22 10:33   좋아요 0 | URL
음.. 저는 미녀의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군요. 아하하하하

치니 2016-01-22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이제 약 8시간만 버티면, 2박3일의 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 힘을 내어 보아요!

다락방 2016-01-22 10:35   좋아요 0 | URL
네, 힘을 내야지요. 일단 두 시간 버티면 점심시간... 점심시간이 기다려져요. 꺅 >.<

다락방 2016-01-22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칠봉이가 이 페이퍼 읽고 전화했다. 술이 아직 덜 깬 채 쓴 글 같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 다 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고 말해놓고 두 줄 지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징가 2016-01-22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을 살아가는 건 삶에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 그 자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짜로 얻는 행복은 노력해서 얻는 행복만큼에 기쁨을 안겨주지 못하며 앞으로 일어날 일들 모르는 불확실성이 우리를 힘들게 하여도 그 불확실성 때문에 인생이 한번 살아 볼만한 가치가 있진 않은건지

다락방 2016-01-22 12:38   좋아요 1 | URL
민정식 님의 댓글은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유명한 대사를 생각나게 하네요.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불안하기도 하지만 또 기대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 오늘을 살고 또 내일을 살기 위해 일정 부분의 힘겨움을 감수하는 거겠죠.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 이라는 문장을 저는 아주 좋아합니다.

징가 2016-01-22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참고로 그네같은 저능아 때문에 기분상하지 않기를

다락방 2016-01-22 12:39   좋아요 0 | URL
그가 대통령이기 때문에 속상한 부분은 있죠, 분명히.

징가 2016-01-22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래는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의미를 갖는 것이다` 멋집니다 이 문장 ..

다락방 2016-01-23 17:35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저 만화책 읽고 기억나는 게 저 문장 뿐이네요. ㅎㅎ

초딩 2016-01-22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초딩이지만, 음 제 대학1년때 성적표랑 같으시네여 ㅋㅋㅋㅋㅋ

다락방 2016-01-23 17:35   좋아요 0 | URL
아, 저랑 같은 성적을...받으셨던 겁니까? ㅋㅋㅋㅋㅋ 반갑습니다!

clavis 2016-01-22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대학4학년때 4.5만점에 4.43받았는데 어떤 얼굴도 이쁘고 얼굴도 이쁜애가 4.5를 받는바람에 전액을 못받았어요

고3때 불어를 가 받았는데
담학기에 만회하려고 수 받고

대학1학년때c 두개때매 계절학기 들었는데 생리학과 물리학 둘 다 f받았어요

성적잔혹사인가요?
아님 인생총고해?
우어ㅠ

다락방 2016-01-23 17:35   좋아요 0 | URL
오, 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점수를 받으셨군요! 저는 대학교 4학년 1,2 학기에 미친듯이 노력해서 결국 졸업할 때는 평점 2.0 으로 졸업했습니다.

인생...

clavis 2016-01-22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글을 읽는 내내ㅡ특히 초반부에 혼자서 읇조리던 말이 드디어 와락 얼굴을 내미니 깜짝 놀라기도하고 반갑기도 하고.

뮈 보태준거 인냐고 ㅇㅇ
저도 인생의 황금기 초딩시절 저를 알던 사람들이 중학시절 저를 못알아봐서 그심정알아요

다락방 2016-01-23 17:37   좋아요 1 | URL
인생의 황금기가 초딩시절이라니.. 흑흑 저는 중학교때는 재미있게 보냈다고 생각하는데 고등학교때부터 이십대 후반까지가 없었던 시절이었어요. 그리고 삼십대부터 다시 나타나 심지어 이제는 빛난다고까지 생각해요. 각자가 빛나는 순간은 다를텐데, 좀 더 젊었을 때 빛났다면 그건 그대로 좋았을테지만 저는 지금 이렇게 살아있음을 느끼는 게 무척 좋아요! 힛.

초딩 2016-01-22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래서 전 `초딩` 이라는 제 닉네임이 좋아요 ㅋㅋㅋㅋㅋㅋ 무척

다락방 2016-01-23 17:37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그 초딩에는 초딩님의 깊은 뜻이 담겨있는 것이로군요! 흐흐

clavis 2016-01-23 18: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렇지요?
번쩍.하고 빛나는 순간^^

다락방 2016-01-28 12:04   좋아요 0 | URL
누구에게나 있지요. 힛 :)

뽈따구 2016-01-25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대학교때 학점 3.0 한 번 넘어보자하고 일년동안 엄청 달렸거든요?
근데 그 일년동안 학점이 2.99, 2.99가 나온거예요! ㅠㅠ 휴......
그 뒤로 그냥 학점은 학점인걸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16-01-28 12:04   좋아요 0 | URL
아 뽈따구님..그런 안타까운 일이 ㅠㅠ
저는 4년 내내 2.99도 한 번 받아본 적이 없네요. 제일 잘했을 때가 2.8이었던 것 같아요. 아하하하하.

transient-guest 2016-01-28 0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점만 잘 받는 인간들이 망쳐놓은게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그리고 평생 공부못한 저도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ㅎ 끝으로 애비가 독재자면 미국대학교를 가도 A받을 수 있었을겁니다...(저 말고, 그네가요)

다락방 2016-01-28 12:06   좋아요 0 | URL
네. 어떻게 사느냐는 공부와는 사실 별 상관 없는 것 같아요. 지식을 우겨넣는다고 그 사람이 지혜로워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지식을 우겨넣는다고 대화가 잘 통하는 것도 아니고요. 공부를 잘하면 물론 좋겠지만, 공부를 반드시 잘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요. 늘 A 를 받았던 누군가 때문에 공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됐네요. 하하
 

지난번에 알라딘 박스에서 아직 책들을 꺼내지 않아서(응?) 그 박스 안에 무슨 책이 있는지 나도 잘 모른다. 머그컵만 쏠랑 빼서는 여동생 주었다. 그러니까 내게는 뜨거운 신간이 몇 권 배달되었을 터다. 그런데!! 이 책이 나왔다. ㅠㅠ
















힝 ㅠㅠ 그러면 나는 어쩔 줄을 몰라 ㅠㅠ 이 한 권만 또 급하게 사고싶어지는 그런 마음.. ㅠㅠ 저기 구석에 처박힌 박스는 어쩌고? ㅠㅠㅠ 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뭔가 신간 나오는 날을 정해놨으면 좋겠다. 매달 1일 이런 식으로. 그러면 그 날 기다렸다가 사게. 이게 뭐야 ㅠㅠ 가진 적립금과 중고 판 예치금 다 탈탈 털어서 장바구니 비워냈더니 이렇게 금세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ㅠㅠ 인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러니까 내가 일도 많은데 페이퍼나 쓰고있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엇, 이 책 2월달에 친구가 준다고 했다.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요. 꺅 >.< 씐나!! )




접힌 부분 펼치기 ▼

 

오늘날 페미니즘은 어떤 의미일까? 이 질문에 답하는 책이 출간되었다. 소설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는 페미니즘에 대한 온갖 오해를 단호하고도 위트 있게 반박하며 여성과 남성 모두를 페미니즘의 세계로 초대한다. 전통적인 성역할에 고착된 사고방식이 남성과 여성 모두를 짓누르고 있으며, 페미니즘을 통해 우리 모두가 더욱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역설한다. '모두를 위한 21세기 페미니스트 선언'이라 부를 만하다.

유튜브에서 250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한 2012년의 TED×Euston 강연을 바탕으로, 2014년 미국에서 책으로 출간되었다. 스웨덴에서는 이 책을 전국의 모든 16세 고등학생에게 배부하여 성평등 교육의 교재로 삼기로 했고, 팝스타 비욘세는 강연의 일부를 자신의 노래에 샘플링했다. 저자는 남성과 여성 모두가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명료하게 보여준다. 한국어판에는 강연 전문과 더불어 에세이 <여성스러운 실수>와 여성학자 자넬 홉슨이 진행한 작가 인터뷰를 함께 실어 읽을거리를 풍부하게 했다.

 

펼친 부분 접기 ▲



자, 저 책을 살지 말지는 조금 더 참아보고(!!)

혼불 10권으로 넘어가보자.
















아직 다 읽지 못한 혼불10권이지만, 이 10권은 작가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최대한 쏟아내고 있는 마지막 권이 아닌가 싶다. 우선적으로 지금 국정교과서가 똭- 생각나는 문장들이 나온다. 



"그래, 보통학교에서는 아예 조선의 역사와 지리는 가르치지 못하게 과목 자체를 없애 버렸고, 고등보통학교에서도 일본사와 일본 지리는 가르쳤지만, 조선의 역사와 지리는 아예 가르칠 수 없도록 교과 과정을 편성했잖아?"

그뿐 아니라, 보통학교 수신(修身) 교과서에는

"금상 천황폐하께서 내지의 인민도, 조선·대만의 인민도, 모두 친자식같이 여기시고 똑같이 사랑해 주시는 것, 참말로 감사합니다." 

라고 써서, 일본 천황과 일장기에 대하여 감사하고 복종하게 했다.

특히 이들은 대한제국 교과서 종류로서

"민족정신에 자극을 준다."

하여 '초등본 국역사지지(初等本 國歷史地誌)'와 '중등본 국역사지지' 그리고 '동국사략(東國史略)'이며 '여자 국문독본' '대한지지(大韓地誌)' '대한역사' 등을 비롯해서, 일반 교양도서인 '유년필독(幼年必讀)' '국민수지(國民須知)', 또한 신채호의 '을지문덕전' '이순신전'에 '면암집(勉庵集)'이나 번역서인 '월남 망국사' '파란(波蘭) 망국사' '미국 독립사' '애급 건국사' '의태리 삼걸전' '화성돈전(華盛頓傳)' 등, 한 나라의 독립과 건국의 역사나 이를 위해 활동한 위인들의 전기를 담은 책 삼십여 종, 수십만 권을, 서울로부터 각 지방에 이르는 책방과 개인 집안까지 모조리 뒤져 샅샅이 압수하고 불태웠으며, 이러한 책은 읽지도 간직하지도 못하게 판매금지 조치를 하였다. (p.23-24)



아....한문 까지 옮겨 적다가 페이퍼 쓰기를 포기할 뻔했어...하아...... 굳건한 의지로 이어나갔다.




읽어야 할 것, 읽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해주고 그에 해당하는 것만 알아야 한다고 강제하는 것은 일제시대에만 있는 일이 아니었다. 지금도 이 나라가 그걸 하겠다고 하지 않는가. 그것을 잘했다고 생각해서 밀어부친다는 게 나로서는 놀랍기만 하다. 그들은 아직 혼불을 안읽어서 그런가?

그러나 혼불을 읽었다해도 마찬가지일테다.

읽고나서 생각하고 느끼는 것은 저마다 다르고 또 다 자기식대로 해석하기 나름이니까.

얼마전에 페이퍼에서 언급했던 성인만화 [나쁜 상사]에서도 집착-그러나 본인은 사랑이라 생각하는-했던 여자에게 폭력까지 휘두른 남자가, 자신의 여자에게 치근덕대는 남자를 형편없는 남자라고 생각하는 걸 보면서, 다른 사람의 모습에서 자신의 나쁜 모습을 봤다고 해서 다 깨닫고 뉘우치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오히려 '난 달라' 라고 생각해 버리더라. 상대의 나쁜 짓은 용납할 수 없는 짓이 되고, 같은 짓을 자기가 하면 '내가 하는 건 달라'가 되어버리는 거다.

그러니 지금 국정교과서 지지를 하는 사람들은 같은 책을 읽었다해도 '일제가 한 짓은 나빠' 라고 말할지언정 '그렇지만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달라' 라고 말하겠지.


그러나,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고 자신의 반대를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누르면 솟구치고, 썩히면 발효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p.24)




10권의 아주 조금을 읽었을 뿐인데 여전히 강모는 재수없다. 나는 강모가 앞으로 무슨 짓을 하고 무슨 말을 해도 강모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 강간을 하고 도망을 쳐서 만주에서 잘 지낼 수 있는 것은 그가 그토록 힘겨워하던 위치인 종갓집 종손이기 때문이다. 양반으로서 그리고 집에 돈이 많음으로써 그는 그 위치를 이용해 그 큰 잘못을 저지르고도 자신이 가고 싶은 데로 가서 자신이 지내고싶은 대로 지낼 수가 있다. 강모는 간혹 나는 대체 뭐한건가, 하고 스스로를 자책하지만, 그 자책으로 그의 죄가 용서되지는 않는다. 그가 앞으로 평생을 자책하며 산다한들, 그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것도 하지 않았으니까. 사과를 하지도 않았고 용서를 빌지도 않았다. 그가 받은 벌의 전부는, 그저 그의 자책일 뿐이었다. 그는 도망갔다. 그는 숨었다. 그는 그가 강간한 사촌누이 그리고 자신의 아이와 자신의 아내를 두고 만주에서 다른 여자와 살고 있다. 그는 지극히 나약한 인간이고, 그 나약함으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나약함은 면죄부가 될 수 없다. 강모는 자신의 나약함,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큰 죄를 저질렀다. 그는 자신의 나약함만 들여다볼줄 알았지, 다른 사람에 대한 예의가 없었다. 그가 예의가 있는 사람이었다면 강실이를 강간하지 않았을 것이고, 자신의 아내를 그렇게 강간하듯 안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간혹 나는 대체 뭐하는 인간인가, 하고 자책하는데도 꼴도 보기가 싫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가서 용서를 구하고 벌을 받아, 병신아. 도망가서 혼자 살지 말고. 아무것도 행하지 않으면서 그저 자책하는 것만으로도 그는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걸까. 여튼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 유형인 것이다. 



강모도 내가 느끼는 바를 철저하게 깨닫는다.



인간이 자기를 사랑하는 존재한테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은, 살아 있는 것, 이라는 것을 강모는 처절하게 느낀다. (p.95)



이런 걸 깨달았지만 그때는 이미 늦었다. 할머니의 죽음 앞에 이런 위대한 진리를 깨달았지만, 그러나 그는 이미 몇 사람을 거의 죽인 것이나 다름 없다. 살아 있는 것이 사랑하는 존재한테 해줄 수 있는 최선은 맞다. 그러나 강모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거의 죽여놓았다.




그러나 강태와 강호는 이 세상의 부조리함을 먼저 느낀다.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슬프다는 강모앞에, 강태는, 할머니의 은총을 입었다는 노비에게 '그것은 애초에 은총이 아니지 않았을까? 라고 의문을 제기한다.



"그 광 속에 곡식 가마가 많습디까?"

"암먼이요, 그득그득 했지라우."

"곡식만 있었소?"

"어디가요, 어두워서 잘은 보들 못했는디요잉, 빨강고추도 있고, 죄기도 있고, 괴기 말린 포도 있고. 마늘도 있고, 고구마, 머 다 어뜨케 욍기겄는교. 몰라서도 못 욍기제."

"그런데 부서방은 집에 가면 무엇이 있었소? 걸쳐입을 의복이건 먹을 식량이건 반찬이건 불 땔 나무건 간에."

"앙끗도 없지요 머. 이런 놈이 머시 있겄는이교. 아 그러고 허다못해 지푸래기 한 끄터리라도 있으먼, 아무리, 인두껍을 쓰고서 다른 디도 아니고 원에 도독질을 허로 가겄능기요잉?"

"그럼, 왜 원의 광에는 그렇게 많은 곡식과 일용 생활품들이 쓰고넘칠 만치 가득 차 있고, 부서방의 집에는 보리쌀 한 톨이 없습니까?"

"아이고, 그거야 어따 대고 비교를 허끼요오? 하늘과 땅인디. 언감생심 생각도 해 본 일이 없그만요. 낭구 꼭대기에 가서 생선을 구허제. 저는 쌍놈이요, 가진 것도 없고 조상도 없는디, 원의 마님은 신분이 다르시고 궁량이 다르시고, 시상이 다르시지라우잉."

"부서방이 못나서 그렇다는 말이요?"

"암먼이요오, 암먼이고말고요. 비교를 헐 디다 해야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못난 생각입니다."

"예?"

"세상이 정직하지 못하고 공평치 못해서 그런 차등이 생긴 것이지, 부서방이 못나서 그런 게 아니란 말이지요. 원의 마님과 부서방이 왜 서로 똑같이 갖지 못하고, 마님은 많이 가졌는데 부서방은 하나도 못가진 것일까. 똑같이 가질 수는 없을까. 그것을 생각해 보시요. 곰곰."

부서방은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강태의 말에 의아한 낯빛을 짓고, 강모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눈살을 찌푸린다.

"혹시 부서방이 가져야 할 곡식을 우리 할머니, 원의 마님께서 빼앗아 간 것은 아닌가, 부서방은 자기 몫을 자기도 모르게 빼앗긴 것은 아니었던가, 생각해 보라는 것이에요. 당신이 못 사는 것이, 꼭 당신 탓이었을까요?" (p.108-109)




당신이 못 사는 것이, 꼭 당신 탓이었을까요?




가슴을 찌르는 한마디다.




시사인을 2016년에 정기구독 신청하고서는 열심히 보질 않는다. 작년에는 칠봉이가 선물해줘서 감사한 마음으로 꼬박꼬박 잘 읽었는데 내가 구독하고나니 덜 읽게되네.. 흐음.. 내년에는 칠봉이한테 다시 선물해달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

시사인도 읽어야하고 혼불도 읽어야하고 책장에 쌓인 많은 책도 읽어야하고, 그리고 저 위에, 저 페미니스트 책도 사고싶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아, 왜 책살때마다 갈등해야할까? 그냥 사고싶다, 라고 생각되는 순간 확 사버리면 안되나? 왜 안되지? 왜 안될까? 왜지?



왤까.




영문을 알 수 없는채로 이렇게 시간은 흘러간다. 






예(禮)도 상대방을 생각하는 지극한 정에서 먼저 우러나왔다고 하데.
자칫, 예를 갖추면 정이 멀어진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연원은 그렇지가 않아.
뜻도 정이 있어야 이루어.
그래서 `뜻 정` 아닌가.
큰일 하는 사람은 냉정한 것 같아도, 사실은 어마어마하게 뜨거운 열정이 없으면 제 한 몸을 다 태워 바치지 못해. 더욱이 남이 나를 믿고 나한테 그 인생을 바치게 하지 못하는 법일세. 수하에 사람을 두는 자는 그의 훈김이 곧 사람 머물게 하는 럽이라고 생각하면 틀림없어. 사람이 죽어 몸이 식으면, 그 몸 뜯어먹어야 사는 이 한 마리도 붙어 있지 않고, 다 밖으로 기어나가 버리잖는가.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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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ra 2016-01-21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불관심이 없었는데 리뷰읽으니 읽고 싶어지네요 . 알라딘박스는 언제 개봉하세요 ㅎㅎ

다락방 2016-01-21 11:04   좋아요 0 | URL
저 미라님 댓글 읽고 지금 박스 뒤적뒤적했더니 [남편의 아름다움] 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씐나요! (꺼내지는 않았지만요 ㅋ)

2016-01-21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1-21 11:05   좋아요 0 | URL
꺅 >.<
기다릴게요! 기다리겠습니다! 기다릴 수 있어요. 꺅꺅 >.<

2016-01-21 1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1-21 11:06   좋아요 0 | URL
님은 정말로 진실한 친구님이십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16-01-21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6-01-21 11:08   좋아요 0 | URL
앞으로도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뽈따구 2016-01-2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태 화이팅!!

다락방 2016-01-21 11:08   좋아요 0 | URL
강태 화이팅!!

기억의집 2016-01-21 1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비욘세까지... 멋진 책일 것 같은데요. 다락방님은 혼불이시군요. 저는 요즘 반지의 제왕 읽고 있어요~ 그 책 읽으면서 이상하게 해리포터 읽는 기시감이....

다락방 2016-01-21 17:37   좋아요 0 | URL
그치요, 기억의집님? 멋지고 재미있는 책일 것 같아요. 읽으면서 고개 끄덕이거나 생각할 거리도 많이 줄 것 같고요. 으흐흐..

혼불 이제 끝나요! 빨리 끝내고 다른 소설책들 읽고 싶어요! >.<

blanca 2016-01-21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년 책 참 많이도 참았습니다. 하지만... 올해들어서... 어차피 짧다면 짧은 인생 나쁜 짓 하는 것도 아닌데 사고 싶은 책까지 참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기억의집 2016-01-21 15:02   좋아요 0 | URL
ㅎㅎㅎ

moonnight 2016-01-21 16:50   좋아요 0 | URL
어맛 저도요! 저도 블랑카님과 같은 생각을. 호호^^;

다락방 2016-01-21 17:38   좋아요 0 | URL
아! 현명하십니다, 블랑카님. 그렇다면 저도 그런 생각에 동의하는 바, 앞으로 고민 없이 지르는 걸로...

라기엔 경제적 압박이.. ㅎㅎㅎㅎㅎ 일단 저는 사둔 책 좀 어느정도라도 처리 좀 하고나서 질러야겠어요. 어휴..안읽은 책이 너무 많아요. -0-
 

강실이가 어찌되는지 궁금해 미치겠는데, 지금 읽고 있는 [혼불9] 권에서도 강실이 얘기가 아닌 '사천왕' 얘기로 시간을(아니, 지면을) 다 보낸다. 사천왕 얘기는 궁금하지도 않은데.. 혼불8권에서도 어찌나 다른 얘기가 많은지, 아주 그냥 읽지 말고 그냥 넘겨버릴까 하는 생각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강실이, 강실이 어찌되었냐고, 강실이 궁금하다고! 강실이 잘 살게 해달라고!! 버럭 소리지르는 심정으로 혼불9권을 읽고 있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페미니즘은 나와는 거리가 먼 단어라고만 생각해왔다. 내가 페미니스트가 될 줄도 몰랐다. 그러다 관심을 가지게 된게 이 [혼불] 때문이었다. 강실이를 비롯한 책 속의 여성등장인물들의 삶이 지나치게 부조리하고 불공평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억울하고 화가 났다. 이건 대단히 잘못되었는데, 아, 너무 화가나는데, 하면서 페미니즘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페미니즘에 관련된 책을 읽을수록,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내 삶이 그간 페미니즘과 멀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살아오면서 불공평하다, 부조리하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아주 많았고, 그에 맞서 짜증내고 화를 내고 표현을 하기도 했던 거다. 나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페미니즘은, 사실 내 삶의 중심 축이었던 거다. 



강실이는 양반 가문의 딸이다. 그런데 큰집 아들인 오래비 강모한테 강간을 당한다. 당시로서 강간을 '당한' 여자는 집안 망신 시키는 여자가 되어 부모로부터도 대단히 욕을 먹는데, 그런 강간을 강실이가 당했다. 아니, 강모가 강간을 '했다'. 게다가 강모는 미친놈이, 이미 결혼해서 아내도 있었던 터다. 종손이었고 그 위치에 대한 부담감으로 시달렸던 나약한 강모는, -어찌되었든 아내에게도 못할짓인- 사촌 여동생을 강간했다. 그래놓고 지는 아내도 두고, 강실이도 두고 훌쩍 일본으로 떠나버린다. 개새끼.. 강실이가 강간을 당했다는 건 마을에서 어찌어찌 조용하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건이 되었고, 그런 강실이에게 혼사가 성사될 리가 없으므로 강실이는 강모 생각만 하다가, 강모 아내 효연의 눈치만 보다가 시름시름 앓고 몸은 허약해진다. 그렇게 기운 없는 강실이를, 이번에는 노비 춘복이가 강간한다. 춘복이는 자신의 처지가, 이 계급사회가 부조리하다고 생각했고, 엄마의 신분을 따라가는 이상 양반 아이를 낳고 싶다는 아주 강한 욕망을 가지고 있었던 터다. 그러나 자신으로서 그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러다가 혼사가 들어오지 않는 강실이에게 연정 아닌 연정을 품고 '내 아이를 낳아주오' 라고 생각하며, 강실이를 강간하고, 그렇게 임신시킨다.



강실이가 이대로 아이를 낳는다면 이건 매안 이씨 가문의 수치가 된다. 그 가문에 먹칠을 하는 짓이다. 강실이의 부모는 강실이를 일단 멀리 보내버리려 하는데 그것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강실이는 중간에 옹구네한테 납치당한다. 옹구네가 자신을 '납치'한거란 사실을 모르는 강실이는 이대로 여기 머무를 수도 없어 떠나고자 하지만, 그간 살아오면서 집밖으로 나가본 일이 없어 자신이 애초에 가기로 하려고 했던 데가 어디인지도 모르고, 차표를 끊고 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지만 그것조차 혼자 할 수가 없다.




하아



지금 내가 읽은 부분이 여기까지인데, 아, 씨발 너무 엿같아서 짜증이 샘솟았다. 애초에 활동할 수 있는 범위를 제약해놓으니, 위기의 순간에, 도망가고 싶은 순간에 도망갈 수도 없게 된 게 아닌가. 집 밖으로 나가보지도 못했고 차를 타보지도 못했으니 도망이야 어디 쉽단 말인가. 게다가 강실이가 대한 사람이라고 해봤자 가족들과 친척들 그리고 집에서 일하는 하인들이 전부인데, 이 사람을 믿어도 좋을지 아닐지에 대한 생각 자체를 아예 못하고 자신을 납치한 사람의 말만 믿고 그 사람에게 차표를 끊어달라 부탁하기에 이른 것이다. 아니, 강실아, 그 사람은 니가 해달란대로 해주지 않아... 하아-


강실이의 인생이 왜이렇게 가혹한가. 왜이렇게 나약하게 앉은 자리에서 휘두르는 매를 다 맞아야만 하는가.. 왜 강간을 한 강모는 일본에도 가고 자기 발길 닿는대로 움직이고 다른 여자를 만나기도 하고 돈도 쓰는데, 왜 강간을 당한 강실이는 나락으로 떨어져야만 하는가... 왜 강모가 아이를 낳으면 대를 이을 아이를 낳은 게 되고 강실이가 애를 낳으면 모두에게 숨겨야 하는 일이 되어버린걸까.. 세상... 아....인생...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애초에 계급 사회가 아니었다면? 양반과 노비로 구분되지 않았었다면? 그랬다면 춘복이는 어떻게든 양반의 딸과 아이를 낳아야겠다고 이를 악물지도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여자들을 집안에서 얌전하게 가둬두지 않았다면, 강실이는 제 발로 어디로든 떠났을 것이다. 애초에 강간을 '한' 놈이 개놈이다 라고 교육되었다면, 강모와 춘복이가 천벌받을 놈이지 강실이가 도망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 자살을 생각하는 게 강실이가 되어야 하는가. 왜 시름시름 앓고 누워야 하는 게 강실이가 되어야 하는가. 이미 두 차례나 강간을 당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는데, 왜 그걸 혼자 감춰야하고 혼자 아파야 하고 혼자 신세 조져야 해... 세상........




하아, 이제 9권을 읽고 있고 10권으로 넘어간다. 초반에 언급했듯이 사천왕 히스토리가 계속계속 나와서 내가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인데, 강실과 효연이 뭔가 우뚝 서는 그런 이야기를 읽고 싶다. ㅠㅠ 과한 바람인가, 욕심인가... 인생.. ㅠㅠ



어제 잠깐 심규선 콘서트 얘기 하면서, 심규선이 자기 좋다고 만든 노래를 내가 듣고 공감하며 눈물 짓기도 한다고 얘기했더랬다. 혼불 9권에 그런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강호는 그제서야 비로소 이 천왕문의 사천왕들을 복원 불사하는데 도환이 실제 주관을 했으리라는 것을 깨달아, 깜짝 놀라며 새삼스럽게 도환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경탄과 존경이 어린다.

(스님이 절에 속한 일 한 가지를 제대로 잘 해 놓는다는 것이, 곧 불문과는 아무 연관도 없을 것 같은 나를 위하여 하는 일이 되는구나. 큰 것을 깨달았다. 사람이 누구나, 제가 할 수 있는 일만 열심히, 꾸준히 해나간다면, 그것이 모여서 결국은 실한 세상을 이루는 것이다. 문화도, 학문도, 살림살이도.) (p.106)



사람은 각자 자기가 서있는 그 자리에서 자기가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건강하게 자기 한 몸만 건사해도 큰 일을 해내는 것이다. 자기 몫을 충실히 살아내는 것. 이는 언제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고 내가 부르짖는 바이기도 하다. 내가 내자리에서 잘 지내는 것. 그것만큼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도감을 주는 일이 어디있을까. 그것이 조금만 확장되도 이렇듯 나를 위한 게 전혀 연관없을 것 같은 다른 이를 위한 것이 된다. 심규선이 자신이 좋아서 만든 노래를 세상에 내놓고나서 나는 여기 이 자리에서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즐거워하지 않는가. 그러므로 나는 앞으로도 심규선이 자신의 감정을 담은 노래를 꾸준히 충실히 발표하길 바라고, 줌파 라히리와 앤 타일러는 자신들이 쓰고자 하는 글을 열심히 써주길 바란다. 그것이 곧, 아무 상관도 없을 것 같은, 게다가 전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이 먼 곳의 나에게도 좋은 일이 된다. 우리는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만 열심히, 꾸준히 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물론 꾸준히 해나가기 위하여서는 건강한 것이 필수 요소다. 잘 먹고 잘 자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건강하게 지내자. 각자의 자리에서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일임과 동시에 큰일이다. 또한 모두를 위한 게 되는 것이다.





나로 말하자면 내적 갈등의 여왕이다. 내적 갈등의 최고봉. 언제나 내적갈등이 내 안에서 끊임없이 싸우고 있다. 물론 내적갈등에 시달리는 사람은 나뿐만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놓인다면 그 안에서 끊임없이 이렇게 할것인가 저렇게 할것인가 고민에 또 고민을 하게 될 것이다. 이게 옳은 줄 알지만 다른 게 더 끌린다, 하는 상황이 세상엔 얼마나 많이 벌어지는가. 일례로, 다이어트만 해도 그렇다. 저녁에 삼겹살에 소주를 먹지 않는 게 다이어트에 더 도움이 된다는 건 '알지만', 나는 그것을 얼마나 먹고싶은가..... 아, 얼마전에 먹었던 목살의 육즙이 입 안에 살며시 퍼져나간다. 아아, 향기도 맛도 나는 내 앞에 있지 않아도 모두 느낄 수 있어, 떠올릴 수 있어.. 아아, 삼겹살, 아아, 다이어트...




"나의 마음을 정관(靜觀)하여 들여다보며 이야개히 보시지요. 옳은 마음이 늘 이깁니까? 옳은 줄 알면서도 옳은 마음이 약하면, 그른 줄 알면서도 그른 마음의 세력에 휩쓸리니 경계선에서 회오리치는 것이 인간 아닌가요? 옳다고 해서 옳은 것이 곧 그만큼 힘이 세 그 무엇에도 끄떡없이 쓰러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옳은 것을 힘있게 하려면 늘 북돋우고, 그 옆에 모이고, 가꾸고, 기르고, 충전하여 자꾸만 튼튼하게 가축을 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그 옳은 아믕을 외면하고, 따르지 않고, 버려두면 무너지지요. 그대로 폐허가 됩니다. 반면에 그른 것에다가는 있는 힘을 다 보태 주고, 꾀를 내고, 밤이나 낮이나 궁리를 하고, 부추기어 모색하고, 행동하여 힘을 기른다면, 자연히 그르고 악한 것이 강성해지지 않겠습니까? 내 마음의 제석천은 지키는 이 하나 없이, 힘없이 무너지고, 내 마음의 아수라는 벌떼같이 일어나 아우성치면 누가 이기고 누가 지겠습니까."

결국, 내 마음은 아수라에 점령당해 버리고 말 것이다.

선과 악은 숙명적으로 싸우게 되어 있으므로, 이기고 싶은 쪽은 늘 전열을 가다듬어 날을 세우고, 무리를 모으고, 힘을 길러 삼엄하게제 마음을 지켜야 하리라. (p.163-164)



아, 늘상 싸워대는 선과 악이여... 그런데, 삼겹살을 먹지 않는 것이 정말 선인가? 그런가? 아아, 그렇다면 나는 늘 선이 옳다고만은 말하지 않으리.......... 달콤한 것이 악이라면, 신은 인간을 너무나 시험하고 있지 않은가... 인간사.......





혼불9권을 다 읽으면 내처 10권까지 다 읽을 참이다. 다 읽고나면 고이 모아 셋트로 중고로 팔텐데, 그러면 목돈이 들어오겠....나? 아 기대돼... 혼불은 각 권이 11,000원 씩이다. 이건 일절 할인도 없다. 열 권이면 110,000원... 나 개끗하게 봤으니까 5-6만원 정도로 내놔야겠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 돈으로 책 사야지.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 맞다. 얼마전에 [남성성과 젠더]를 중고로 팔았는데, 보내면서 알라딘 도라에몽 다이어리 데일리를 함께 포장했더니, 받는 분이 다이어리까지 챙겨주셔서 너무나 고맙다며 문자 보내셨더라. 우히히히히히히히히히. 혼불 셋트에는 머그컵을 하나 넣어야겠다. 움화화핫.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었다. 나는 식사로써 햄버거를 되게 싫어한다. 끔찍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데 어쩔 수 없이, 내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햄버거를 먹고나니..우울하다. 울적해... 삼겹살이 눈앞에 둥둥- 떠다닌다. 




소주도...







"그런데 묘한 일이지요. 선수들이란 자신의 재능롸 능력을 다하여 제 존재의 영역을 보다 넓고 높게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일 텐데, 그 재능을 부여받은 부분에 가장 극심하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단 말입니다. 꽃이 그 아름다움 때문에 꺾이기 쉬운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축구 선수는 다리뼈 성할 날이 없고, 공을 너무 세게 맞아서 금이 가거나, 삐거나 하니까요, 달리기 잘하는 사람은 무릎 성할 날이 없지요. 넘어지는 것이 곧 달리기 선수의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상처를 각오하지 않고서는 선수가 될 수 없습니다. 위험한 일이지요. 두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래서 선수는 훌륭한 것 아닐까요?" (p.4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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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따구 2016-01-19 1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서 혼불 읽다가 집어 던...!! 그게 벌써 18년 전이네요. ㅡ.ㅡ

다락방 2016-01-19 13:36   좋아요 1 | URL
집어던질 만해요. -.-
어찌나 화가 나는지. 아주 그냥 속이 타들어가요. 강모 너무 싫어요, 뽈따구님 ㅠㅠ

[그장소] 2016-01-19 13:40   좋아요 0 | URL
음..그래도 열딱지에 화가 분화구처럼 솟아도 다 보게 되는데...그게 그닥 멀리 있는 일도 아닌 우리 현실에 다를것도 아니라서..사회 껍질만 조금 바뀌었지 여전한 약한 모습속에 살고있긴 마찬가지...그래서 한숨쉬며...끝까지 읽었네요.

다락방 2016-01-19 13:47   좋아요 2 | URL
네, 저도 다 읽을겁니다, 그장소님. 강실이와 효연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궁금하고요. 무엇보다 강모는 어떻게 될지...강호도...... 춘복이와 옹구네는 어떤 삶을 살지.... 세상은 또 어떻게 변해갈지도 궁금하고요. 그래서 저도 다 읽을 참입니다. 그리고 거의 다 왔어요. 9권이니까요. 헷 :)

[그장소] 2016-01-19 13:49   좋아요 0 | URL
에...스포해요..?^^ㅎㅎㅎ
부르스 윌리스가 유령이닷~~~!!하고...?^^

다락방 2016-01-19 13:54   좋아요 1 | URL
노노. 스포금지요! ㅎㅎㅎㅎㅎ

이매지 2016-01-19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목살의 육즙은 저도 좀 생각이 나네여.... 츄릅...

다락방 2016-01-19 13:54   좋아요 1 | URL
우엇. 목살에 육즙 얘기했더니 매지님이 나타났닷!!!!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리미 2016-01-19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의 깊은 빡침이 여기까지 전해옵니다 ㅎㅎㅎ 강실이 대체 어찌됐는지!!! 저도 너무 궁금해지는 걸요~
그러다 마지막엔 꼭 깨달음을 주시는 일침! 내가 내자리에서 잘 지내는 것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최선이다! 감동이 밀려와요^^
그리고...
삼겹살에 소주없으면 저도 힘들어요 ㅠㅠ 저는 늘 지기만 하고 있답니다.

다락방 2016-01-21 08:58   좋아요 0 | URL
오로라님 ㅠㅠ 진정 깊은 빡침이 와서, 지금 10권을 시작했는데 강모 이름을 볼 때마다 부들부들 떨려요. 지금 강모는 만주에 가있는데, 이놈이 잘못을 저질러놓고 도망다니는 꼴이라니. 아 진짜 꼴도 보기가 싫어요. 종갓집이라는 것, 종손이라는 위치가 부담이 된다는 걸 잘 알지만 실상 지금처럼 망나니 짓을 하면서도 잡혀가 죽지 않은 건 그가 양반 가문의 종손이기 때문이니깐요. 하여간 꼴보기 싫어요. 흥! 나중에 오로라님도 읽게 되신다면 오로라님의 감상도 듣고 싶어요.

저는 결국 못참고 엊그제는 수육과 육개장에 소주를 마셨답니다. 인생은 그런 거 아닌가요? ㅋㅋㅋㅋㅋ

singri 2016-01-19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10권이 끝이에요?ㅋㅋ

다락방 2016-01-21 08:58   좋아요 0 | URL
네, 10권이 끝이에요. 그 뒤의 이야기들을 더 쓰고 싶었다는 이야기도 들리더라고요. 그러나 현재는 10권이 끝입니다.

transient-guest 2016-01-20 0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아직도 이 책을 못 읽었답니다. 그냥 역사/극화소설로만 알고 있었는데, 좀 다른가봐요.

다락방 2016-01-21 08:59   좋아요 0 | URL
역사 소설이긴 한데요, 그 역사 속에 여자들의 핍박을 당한 게 분명한 사실이니 그걸 굉장히 잘 드러내고 있어요. 그 당시 여자들에겐 특히나 더 살기 힘들었다는 걸 힘주어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읽는 제가 몹시도 깊은 빡침을 느끼는 거고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단발머리 2016-01-20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강실이 이야기를 읽을 때만 해도, 이 세상 모두 핑크빛이고 드넓은 바다, 희망의 나라인줄 알아서 강실이와 페미니즘이 연결가능하다는 생각을 못 해봤어요. 저는 강실이가 `험한 시대`에 태어났고, 여자가 존중받지 못한 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했다고, 그녀가 불행하게 살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는 이 세상 모든 게 가능하다고 믿었던 희망찬 여대생이었으니까요.

저는 정말 저 책이 기억이 잘 안 나서, 다락방님 리뷰 읽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곤 하거든요.
근데 정말 읽은 거 맞니? 하면서요. 그런데 다른 장면은 기억이 안 나는데, 그 장면.
노비 춘복이가 강실이를 범하는 장면은 기억이 나요. 그러니까 사건의 실재에 대해서는 묘사가 아주 적잖아요.
근데 강실이의 내면이 무너지는 장면. 춘복이의 강한 바램과 포기해버리는, 삶을 이어가기 위한 저항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강실이의 이야기는 계속 잊지 않게 되더라구요. 불쌍한 강실이...

이제서야 강실이가 사는 세계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네요....
아침에 이런 기사를 봐서 그럴까요.
<아내가 밉다고 좋아하는 반찬에 살균제 탄 남편>
아하....

다락방 2016-01-21 09:06   좋아요 0 | URL
저는 여자가 존중받지 못하던 시대, 억압받던 시대라는 걸 알면서 화가 났어요. 이미 알았던 사실이지만 책 속에서 강실이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보니 진짜 쌍욕만 나오더라고요. 만약 제가 어릴 때 이책을 읽었다면 지금과 전혀 다른 감상을 느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책과 내가 만나는 때가 중요한 것 같기도 하고요. 제가 어린 시절 읽었던 책들을 지금 다시 읽는다면 그때와는 완전히 다른 감상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때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으니까요. 본질은 변하지 않았지만 생각이나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생각해요. 만약 지금 단발머리님께서 혼불을 다시 읽으신다면, 분명 그때와는 다른 생각과 감상으로 또 아주 훌륭한 글을 적어내실 것 같아요. 단발머리님이 그동안 써오셨던 것 같은 근사한 글이요!

강실이가 사는 세계에서 지금은 얼마만큼 달라졌을까요? 더 달라지기 위해서 또다른 강실이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입을 다물고 있으면 안될 것 같아요. 계속 공부하고 계속 말하고 행동해야 할 것 같아요. 이 길에 단발머리님과 저는 함께 가도록 합시다.

단발머리님, 제가 좋아해요! (뜬금없는 애정고백 ㅋ)

비연 2016-01-20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서 예전에 <혼불> 읽고 이거 뭐 이래? 이러면서 매우. 매우. 매우. 찝찝했던 기억이 납니다.
답답해서 미칠 것 같은..... 으으. 지금도 제 책장에 고이 꽂혀있는데.. 저도.. 중고로? 110,000원? 흠냐...

다락방 2016-01-21 09:08   좋아요 0 | URL
아 저도 너무 답답하고 화가나고 강모가 미워서 진짜 있는 욕 없는 욕 끌어다 하고 싶고요, 강모 앉혀놓고 제대로 교육도 다시 시키고 싶고 ㅠㅠ 막 그래요 ㅠㅠㅠ 강모 뿐만이 아니라 강모가 그렇게 되게 만든 주변 사람들 모두요. 강모 혼자 저질렀다고 보기에는 사회적 시스템이라는 것도 무시 못하는 거니깐요 ㅠㅠ

저는 요즘 꽂혀 있으면 그저 글씨 써진 종이요 누군가 읽어야 책이다, 하는 마음으로 읽는 족족 책을 처분하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돈이 없어서 그렇다는 건 비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난주 토요일은 이상한 날이었다. 눈물나는 날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오후에 심규선의 콘서트에 가기로 했었고 그래서 오전에는 여동생과 백화점에 들러 쇼핑을 했다. 여동생이 사고 싶다는 가방 매장에 가서 가방을 구경하고, 내가 화장품을 사려고 했던 매장에 가서 화장품을 샀다. 그전에 함께 밥을 먹다가 나는 내가 지쳤음을 얘기했다. 심각하게 얘기한 건 아니고 그저 지쳤어, 직장다니는 거 지쳤어, 이 사람 밑에서 일하는 거,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하는 거, 모두 다, 라고 얘기했다. 여동생도 많이 진지하진 않은 표정과 말투로 내게 얘기했다. 혹여라도 도피성으로 결혼을 선택하진 말라면서, 언니 지쳤지 왜 안지쳤겠냐, 쉬는 시간도 없이 계속 오래 일해왔는데, 수고 했지, 언니 지쳤으면 그만 둬, 언니 지금 그만둬도 아무도 뭐라 안해. 언니만 생각하고 지쳤으면 빠져나와, 그래서 여행을 가든 뭘 하든 해, 라는 거다. 



그 다음은?



그 다음을 묻는 내게 여동생은 '그 다음은 그 다음에 생각해, 뭐 돈 못벌겠냐, 편의점 알바해봤으니 그거 해도 되고' 라고 말했다. 나 역시 그만둔다고 생각을 할라치면 '뭐 어디가서 알바라도 하면 되니까 굶어죽진 않겠지' 라고 생각했던 바, 여동생의 말이 틀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눈물이 났다. 



그만 말해. 울 것 같아.



라고 여동생에게 말하자 여동생이 '왜 울면 안되는데? 울어버려' 라고 하더라. 그러게.. 


그러나 나는 울지 않았다.



그리고 콘서트를 갔다.




초반에는 예전에 갔던 콘서트들에 비해 별로라고 느껴졌다. 음, 감흥이 덜하네, 라고. 당분간 오지말아야 할까, 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내가 그동안 잘 듣지 않던 곡인 <이제 슬픔은 우리를 어쩌지 못하리> 를 들을 때부터 확- 좋아지더니, <너의 존재 위에>를 부를 때는 훅- 좋아졌다. 그리고 눈물이 났다. 라이브로 듣는 너의 존재 위에는 가사 한 줄 한 줄이 콕콕 가슴에 와 박힌 탓이다. 아 왜 눈무링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떤 슬픈 밤 숨을 곳 없는 나 
어긋나는 일을 저질렀지만 
이상하게도
부끄럽거나 두렵지도 않아 
맹세컨대 난 그게 
뭔지조차도 몰랐으니까

잠들기 전 늘 소용없는 기도 
신조차도 나를 사랑하지 않으실까 봐
두려웠어 늘 원하시는 대로
맹세컨대 난 그게 
옳은 일이라고 믿었으니까

너의 존재 위에 무언가를
너의 존재 위에 무언가를 두지마
어떤 내일도 오늘을 대신할 순 없어 
그보다 더 소중한 너의 존재 위에

난 참 바보처럼 쫓았지 
보이지 않는 허상을
잡히지 않는 안개를 
두 손에 쥐려고 애를 썼네
불행함의 이유를 
이 괴로움의 시간을
다 견뎌내려 하지마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너의 존재 위에 무언가를 
너의 존재 위에 무언가를 두지마
꿈도 명예도 어제와 불확실한 
내일 그보다 더 소중한

닥친 내일이 어깨를 짓눌러 
멍든 어제가 발목을 잡아도
모든 이유를 이해할 때까지 
너의 존재 위에

너의 현재 위에 무언가 무언가를
너의 존재 위에 무언가를 두지마
어떤 약속도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무엇보다 더 소중한
너의 존재 위 너의 존재 위
너의 존재 위에





이 노래에서만 내가 눈물을 흘렸던 건 아니다. 일전에 들어보고 별로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곡인 <Be Mine>을 들으면서도 눈물이 났다. 핑-

아니 왜 눈무링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노래를 들을 때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이 차례대로 떠오르면서 아, 내가 정말 잘해야지, 최선을 다할거야, 라는 생각도 동시에 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내 삶에서 사라진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눈무링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가끔 화내고 싸워도 
진심이 아니란 건 아니까
누가 먼저랄 거 없이 우린 
어느새 또 서로를 용서하니까

사랑한다고 그대에게 
내가 미안한 게 너무 많다고
말할 수 있을 줄 알았지 
늘 거기 있는 줄 알았지
그대가 떠나기 전엔 

Be mine again, again
그대에게 아직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너무나 많아 
아직 아직은 아니야
함께 있어야 해 보내줄 수 없어

말로 다하지 않아도 
무슨 말 하려는지 아니까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우린 
이렇게 또 서로를 닮아가니까

사랑한다고 그대에게 
내가 미안한 게 너무 많다고
말할 수 있을 줄 알았지 
다 알고 있는 줄 알았지
그대가 떠나기 전엔

Be mine again, again
그대에게 아직 들려주지 못한
노래가 너무나 많아
아직 아직은 아니야
함께 있어야 해 헤어질 수 없어

아직 혼자 남아있어
이렇게 보낼 순 없어
쉽게 단념할 수 없어
다시 되돌리기엔 

너무 멀리 가고 있어
이렇게 끝낼 순 없어
되돌릴 수 없는 실수로 널 
기억하도록 남겨두지 마

Please be mine again, again
그대에게 아직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너무나 많아 아직
아직은 아니야 함께 있어야 해
보내줄 수 없어 

Again, again 
Be mine again, again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심규선은 가사에서 아직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너무나 많아, 라고 했는데, 나는 그런 후회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 잘해내는 모습을 건강하게 보여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들 때문에 이 노래에 크게 공감이 됐고, 그러다보니 눈무링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다가 누군가 진심으로 만든 노래에 또 내 진심을 다해 공감하고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무척이나 자랑스러워졌다. 아, 나는 예술을 그 자체로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사람이구나,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사람이야, 멋져, 잘났어, 근사해....라는 자기자랑으로 마무리. -0-



그러면서 영화 [타인의 삶]에서 '비즐러'가 타인의 삶을 도청하다가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 소리에 눈물을 흘리던 장면도 생각났다. 아, 나여....위대한 나여....



콘서트가 끝나고난 후, 같이 관람했던 친구와 술집엘 갔다. 와인을 팔길래 와인을 한 잔씩 시켜두고는 오늘 콘서트 어땠냐고 대화를 나눴다. 친구는 초반에 몰입이 힘들었다고 했는데, 중간부터 되게 좋았다고 했다. 아, 사람들 느끼는 거 다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친구는 <담담하게>를 듣는 게 너무 좋았다며, 어쩌면 이렇게 시디 틀어둔 것처럼 노래를 잘하는지 모르겠다고 정말 좋았다고 했다. 막차를 놓칠까봐 초조하게 각자의 지하철을 타고서는 또 문자메세지로 얘기했다. 친구는 좋은 공연이었다고 여운을 느끼더라. 심규선은 내가 좋아하는 가수지 친구가 좋아하는 가수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터라, 친구가 콘서트를 보고 좋다고 생각하는 게 나로서도 무척 좋았다. 콘서트 이후부터 지금까지 <너의 존재 위에>를 여러번 들었다. 심규선 역시 자기가 좋아서 자기 감정을 담아, 자기 생각을 담아 노래를 만드는 거겠지만, 내가 그 음악을 듣고 좋아한다. 그 음악을 듣고 공감하고 가끔은 눈물이 핑돈다. 아, 예술이여...



어쨌든 여러차례 눈물이 핑- 돌던 날이었다. 

새삼 여동생의 공감능력이 무척이나 고마웠던 날.

나는 늘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최후의 보루 같은 것이 죄책감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인간이 다른 인간과 어울려 사회를 유지할 수 있게 만드는 가장 기본적이며 중요한 수단은 공감능력인 것 같단 생각을 한다. 결국 문제는 공감능력이다. 

공감능력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말에 관심있게 귀 기울여주는 사람들을 대화상대로 가지고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월요일은 다른 날보다 유독 피곤해서 커피 한 잔을 사가지고 회사에 도착했다. 신간이 뭐 나왔나 둘러보다가 아아, 지난주에 책을 지르지 않기를 잘했구나 생각했다. 뭐 이렇게 궁금한 책이 많아. 역시 책과 내가 만나는 것도 타이밍, 운명 같은 것인가. 장바구니에 들어간 책들중 몇 권을 빼고 다시 몇 권을 새로 넣어야겠구먼..


남편의 아름다움... 궁금하다. 남편은 아름답습니까?






















- 페이퍼 제목은 심규선의 노래 <너의 존재 위에> 에서 가져옴.

- 각 노래 제목을 클릭(혹은 터치)하면 노래 재생으로 연결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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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6-01-18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연히 밥 굶지 않는다에 한표... 제가 대학입학하던 해 어머니가 장사를 접으셨어요. 매일 5시전에 일어나 밤늦게까지 고된 일인데, 접고나서 다음날 아침에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나시더래요...

다락방 2016-01-18 15:55   좋아요 0 | URL
아, 생각만해도 뭔가 설레이긴 해요. 이제 더이상 아침 일찍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닫게 되면 어쩐지 두려울 것 같기도 하고요. 아, 그래도 될까? 하고 말이지요.

어머님 고생 정말 많으셨네요. 그만두고나서 다음날 아침에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나실 만도 해요. 왜 아니겠어요.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왜그렇게 힘들게 살아야 했을까요? 고생고생하면서... 저도 왜이렇게 싫으면서 직장생활 하고 있을까요? 어쩐시 슬프네요..

뽈따구 2016-01-18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첫 직장을 고작 1년 2개월을 다니면서 ˝아 관둬야겠어˝하고 관뒀는데 그리고 꼬박 한달을 손가락을 빨다가 다시 취직을 했더랬지요. 그때 배고픔이 참 서럽긴 했는데...... 지나고보니 내 인생의 거름같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굶을수도 있지만. 그게 영원이겠어요? ㅎㅎㅎㅎ 다락님 화이팅입니다!

그리고...... 제 남편은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물론! 안 아름다울때도 있어요. ^^

다락방 2016-01-18 16:05   좋아요 0 | URL
돈과 소비에 대해 미련이 많아서 아직도 직장생활을 붙들고 있는 것 같아요. 지쳤다고 말하면서도 아직은 소비가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가 봐요. 소비할 수 없는 삶을 좀 두렵게 느끼고 있는가봐요. 제 스스로가요. 뽈따구님 말씀대로 영원히 굶거나 하지도 않을텐데, 뭐가 그리 두려워 이렇게 계속 직장생활을 잡고 있는걸까요? 하아-

남편은... 아름답습니까? ㅎㅎ 아름답지 않을 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론 아름답다는거죠? 흐음.. 일단, 참고하겠습니다. ㅋㅋㅋㅋㅋ

오거서 2016-01-18 1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마디로,, 짠~ 하네요~~

다락방 2016-01-18 16:05   좋아요 1 | URL
삶이 원래 짠~ 한 것 같아요. 크- (어쩐지 소주를 마시고 싶네요)

2016-01-18 15: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8 16: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8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9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8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9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8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9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조기후 2016-01-18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 너의 존재 위에 무언가를 두지마, 라는 말.

다락방 2016-01-19 09:56   좋아요 0 | URL
네, 계속 새길 말이에요. 너의 존재 위에 무언가를 두지마, 너의 현재 위에 무언가를 두지마.
:)

2016-01-18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9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9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19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챔피언 2016-01-19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의 마력은 어찌 되었건 한달에 1번 돈이 나온다는 것 같아요. 예전 직장은 두달에 한번씩 보너스가 나오는 임금 구조였는데, 지옥 같은 신입 사원 시절에 그만두지 못했던 이유가 실은 이 보너스에 대한 욕심때문이었던것 같아요.두달만, 앞으로 두달만 하다가 1년 넘어가고, 결국 10년도 넘겼어요. 입사후 4달쯤 지났을때 저를 괴롭히던 팀장이 지점장에게 찍혀서 쫓겨났던 기적 같은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직장인이 계속해서 거사를 미루는 건 지금의 확실한 월급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이럴땐 ` 쇼생크 탈출` 의 앤디를 생각해 봅니다. 오랜세월 준비한 완벽한 탈옥을 통해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에게 짜릿한 복수를 해보시죠^^

다락방 2016-01-19 09:58   좋아요 0 | URL
챔피언님, 맞습니다.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게 바로 그 한달에 한번씩 나오는 것이, 그만두면 사라져버린다는 점이죠. 많든 적든 꼬박꼬박 쓸 돈이 입금된다는 것은 끊기 힘든 것이지요. ㅠㅠ 말씀하신 게 백프로 맞습니다. 계속해서 그만두는 걸 미루는 건, 월급을 포기할 수 없어서라는 말이요. 여기에 있어서는 저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요. 다른 핑계를 댈 수가 없습니다. 계속 생각해야겠어요. 더 나은 길이 무엇인지 말예요. 십년이상 이렇게 직장을 다니고 있으니, 조금 더 못다닐 것도 없죠. 멋지게 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계속 찾아봐야겠어요.

고맙습니다!

책읽는나무 2016-01-1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규선이라는 이름에 순간 내가 락방님의 페이퍼를 잘못 클릭하여 읽고 있나?순간 착각!!
왜냐면 어제 미용실에 갈일이 있어 어떤책을 가져갈까?고민하다가 락방님의 책을 가져가 열심히 몰입하여 읽었는데 심규선의 콘서트에 간 내용이 생각이 나서 어??? 순간 헛갈림!!

그리고 읽는 내내 음~~~
저는 직장생활에서 놓여난지가 근 15년이나 되어 무어라 보태줄 말은 없지만,그래도 락방님의 심정은 충분히 공감이 됩니다.직장생활의 애환이 고스란히 느껴져요.
그런데 저처럼 아이 키우느라 시간을 보내고 나서 어느덧 중년 초반(?)의 나이에 들어서고 보니 뭐랄까요?
거창하게 무언가를 이루고자 원한 삶은 아니었지만 요즘은 그냥 아무 한 일없이 시간만 보냈었나? 뭐 그런 허무가 밀려오는 듯합니다.그냥 그저 그렇게 나이만 먹은 듯한...ㅜ
직장을 다녔더라면 이런 기분이 들지 않았을래나? 싶기도 하구요.ㅜ
다른 이들은 필요로 하는 곳이 어디 한 군데라도 있는데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은 없구나!! 뭐 그런 생각들을 품다가 그저 `엄마`를 찾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아~ 나를 찾는 웬수들이 있었구나! 정신을 차리곤 하죠.ㅋㅋ
(뭔 얘긴지??^^)
이런 생각들을 할 겨를없이 지내다 작년부터 좀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지더라구요.
나이대가 그런 시기일까요?^^

암튼......현재 `독서 공감,사람을 읽다`책을 신 나게 읽고,감동받으며 멋있는 사람이야!!!!
멋진 모습 상상하고 있으니 힘 내세요.
동시대에 고민하는 모습들도 친근하게 다가와 더 멋지게 상상이 되긴 합니다만...그래도 애정하는 작가님 힘을 내시길 바랍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책의 작가에게 말을 걸 수 있다는 것도 꽤나 영광스러운 일입니다요.!!)




다락방 2016-01-19 13:43   좋아요 0 | URL
아, 책읽는 나무님, 긴 댓글 감사합니다. 게다가 댓글이 참 ㅠㅠ 좋으네요 ㅠㅠㅠ 고맙습니다, 이런 댓글이라뇨 ㅠㅠ

음, 그런데 책나무님이 아무것도 한 일없이 시간을 보내신건 아닌 것 같은데요? 스스로 깨달으셨듯이, 책나무님을 찾는 아이들이 있잖아요. 아이들에게 책나무님은 전부일테고, 누군가에게 전부가 된다는 건 정말이지 그냥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저로서는 그것이 너무나 크게 느껴져 감히 선택할 수도 없는걸요. 물론 그럼에도 허무함을 느낄 수는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허무함이 없을 순 없으니까요. 이것저것 생각해보고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사람들도 만나고 세상의 소식에 귀도 기울이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관심도 가지고 그러다보면 책나무님의 허무함을 달래줄 어떤 것이 눈앞에 뙇 나타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혹여 나타나지 않는다면 그동안의 허무함을 새로운 눈으로 다시 보게 해줄 어떤 계기가 생길 수도 있고요. 사람이 멈춰 있기 보다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자신을 들여다보고 하는 게 저는 더 낫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스스로를 위해서도 더 좋은 방향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책나무님은 그러니 지금 굉장히 잘하고 계시는 것 같아요. 물론 저도 이렇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또 갈등하다 보면 어떤 답이 눈앞에 보이겠죠. 안보인다면, 그건 또 그대로 지금의 삶을 만족하는 다른 것들을 발견하면 될테고요.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진다면, 그 많은 생각들을 하면서 지내요, 우리. 그런 생각들을 서로 주고 받으면서 말이지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얘기하다보면 뜻밖에 해결 방법도 생기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니 우리 알라딘안에서 충분히 이야기 나누며 지내요!

moonnight 2016-01-19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락방님 삼남매의 우애는 정말 부러워요. 다락방님이 맏이로서 사랑이 충만하시니 동생분들도 그렇게 진심 공감할 수가 있는 거겠죠. 하여간 참 보기 좋습니다. ^^
토요일 신문이었나. 홍대여신 루시아(심규선)이라고 제목에 나와있어서, 앗 다락방님 좋아하시는 심규선. 했는데 페이퍼에서 다시 보네요. (그런데, 루시아가 심규선과 같은 사람인 줄 몰랐;;;;;;) 다락방님과 같은 감성은 아주 옛날에 잃어버린 저로서는( ˝)(˝ );;;;; 공연 후 진한 감동을 나누는 다락방님과 친구분이 또 존경스럽다는 ^^;;;;

올려주신 책 중에 엠마뉘엘 베르네임의 다 잘된 거야. 에서 멈칫했어요. 혹시 했더니 제가 엠마뉴엘 베른하임으로 알고 있던 작가네요. 독특한 내용의 짧은 소설을 써서 예전에 참 좋아했었어요. +_+; 좋은 책들 덕분에 담고 갑니다. 감기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시길요. ^^

다락방 2016-01-19 13:46   좋아요 0 | URL
제가 안그래도 콘서트 당일날 콘서트장에 뭐 문의할 게 있어서 전화를 걸었었는데요, `오늘 심규선 콘서트 예매했는데요` 라고 운을 뗐더니 `저희는 오늘 심규선 콘서트는 예정에 없고요 잡혀있는 건 루시아 콘서트 입니다` 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심규선이 루시아입니다` 라고 말했어요. 아하하하. 문나잇님만 모르시는 게 아닙니다. 아니, 관심이 없다면 그걸 대체 어찌 알겠습니까. 관심 가진 것만 알아도 충분하죠.
저도 관람 후기를 같이 나눌 친구가 있다는 게 무척 좋아요. 앞으로도 계속계속 이렇게 콘서트며 영화며 관람하고 친구들과 이야기나누면서 지내고 싶어요. 헤헷.

문나잇님께서 생각하신 엠마뉴엘 베른하임의 독특한 짧은 소설은, 아마도 제가 그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게 만든 그 소설일 것 같은데요. 혹시 [그의 여자] 아닙니까? 아주 얇은 소설책인데 말이지요. 후훗.

문나잇님, 주말에 와인 건배해요!

moonnight 2016-01-19 14:33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그의 여자, 잭나이프, 금요일밤 그리고 또 뭐더라 한권 더 있었던 거 같은데@_@; 이 작가, 생각이 참 독특하네 싶어서 좋아했었어요. 오랜만에 반갑네요. 얼른 주문^^ 다락님과 와인 건배, 좋아욧!^^

2016-01-21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1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