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나는 공부를 못했다. 뭐 대학시절만 못했겠나. 고등학교때도 못했다. 음..잘했던 때가 있긴했는데, 남들 다 잘하는 초등학교때가 그랬다. 좋은 시절이었다.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이쁘고 성격도 활발해서 전교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던, 그런 시절이었다. 남자아이들은 곧잘 따라와서 집앞에서 크게 내 이름을 부르며 나오라고 하기도 했고, 다른 반 남자아이가 와서 나 좋다고 내 얼굴 보고 가기도 했다. 좋은 시절이었다. 선생님들은 나를 예뻐했고 나는 어디를 가나 인기만점의 똑똑하고 예쁜 학생이었다. 잘난 시절이었다. 음... 그러나 사람은 어떻게 성장할지 아무도 알 수 없어...중학교에 진학하고 나자 내 앞에 앉은 아이가 나를 돌아보며 '우리 학교에 너랑 이름 똑같은 애가 있었는데 걔는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달리기도 잘하고 남자애들한테 인기도 많은 애였어' 라더라. 그래서 나는 '그게 나야' 라고 했다. 그러자 그 아이는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니가???????????????
고등학교 때는 교복 안에 초록색 체육복을 입고 왔다갔다하다가 아빠를 만났는데, '널 아는 척 하고 싶지가 않았다' 라고 고백하셨다.
아빠...
좋은 시절이었다.
이십대 중반에 그 동창 찾아주는 사이트로 초등학교 동창 남자 아이를 한 번 만났는데 술 마시며 얘기를 하다가 그러더라. '너 남자애들한테 인기도 많고 공부도 잘하는 아이었는데.....'
응?
근데?
왜 그렇게 말을 끝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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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나는 동창찾기 사이트에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다. 과거는 과거대로 묻어두자...고 새삼 결심했다. 저녀석도 만나는 게 아니었는데..그간 다른 아이들이 만나자는 거 잘 피해왔는데 내가 미쳤지 왜 나갔었나....그 후론 연락도 씹었다. 아 나의 과거여...
이십대 중반에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어릴적 사진을 몇 장 보여준 적이 있었다. 다 본 후에 남자친구가 그러더라. "그 후에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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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발...
아 나 이런 얘기 하려던 거 아니었는데, 공부 얘기 하다가 삼천포로 빠졌네. 그러니까 이게 그렇다. 나는 한글이나 워드 같은 데다가 써야할 글을 정리한 뒤에 옮기는 게 아니라 그냥 알라딘 페이퍼 쓰기 창을 열고 다다다다닥 쓰는 타입이라 그냥 머릿속에서 글이 막 나와가지고 원래 쓰려던 목적을 잊고 이렇게 자꾸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는 거다. 어쨌든, 나는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었고, 대학시절에는 성적표에 한 번도 A를 받아본 적이 없는 거다. 그런데 그네누나의 성적표를 보노라니 우와- 싶어지는 거다. 저렇게 A 를 막 받다니...대단하구나!!!! 그런 한편 그런 생각이 드는 거다.
공부를 잘한다는 건....뭐지?
공부를 잘한다고 회사 일을 잘하는 게 아니고 공부를 잘한다고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확실히 알게 된 게, 공부를 잘한다고 정치를 잘하는 것도 아니라는 거다. 게다가 공부를 잘한다고해서 소통을 잘하느냐, 전혀 아니다. 공부는 단순히 머릿속에 지식을 넣는 일이다. 그 지식은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있으면 누구나 넣을 수가 있다. 물론 집중력이라든가 아이큐라든가 하는 개인차에 의해서, 같은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누군가는 100점을 받고 누군가는 40점을 받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앉아서 머리에 넣으려고 하면 넣을 수 있는 게 지식이란 거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인데, 단순히 내 머릿속에 지식이 많다고 해서 그 지식을 꺼내서 더 빠른 속도로 일을 하고, 더 나은 해결방법을 찾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거다. 지식이 많다고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게 아니라는 거지.
나는 1학년 1학기때 학사 경고를 받았고... 8과목 들었는데 F 가 다섯개 D 가 세 개 였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정말이지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성적표를 가지고 있다. 어제 시사인에서 저 성적표를 보는 순간 으응? 내 성적표와 나란히 놓고 싶어지는 거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공부는.. 뭐지?
여튼 나는 공부에는 전혀 소질이 없는 걸로. -0-
공부에 별로 소질이 없는데...나 안챙피하다!! 안챙피해!! 안부끄러워!!!
챙피해가 맞나요 창피해가 맞나요?
인생...
어제 술을 마셨기 때문인지, 오늘 아침 알람을 끄면서 '아웅, 오늘이 토요일이라 좋아, 안일어나도 돼' 했다. 그러다 갑자기 등골이 싸해지면서, 그렇지만 내 알람은 평일에만 설정해놨는데.....하고 차분하게 다시 생각해보니 금요일이더라. 아하하하하하하하. 인생..................인생은.. 뭐지?
아, 인간은 왜 출퇴근을 반복하며 살아야 하나, 싶었다. 그냥 그렇게 살면 안되나. 자다가 먹다가 마시다가 음악 듣다가 섹스하다가 또 자다가 먹다가 섹스하다가 마시다가 노래도 부르다가... 그냥 그렇게만 살면 안되나.... 인생.......
그렇지만 그렇게 먹는 것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섹스하려면 콘돔 사야 하고, 마시려면 술 사야 하고, 호텔에 머물려면 호텔비 내야 하고...그러려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돈을 벌어야 되는거겠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 거 안하고는 누릴 수가 없는 거겠지.....
인생..................
달콤한 순간을 즐기기 위해 노동을 담보로 하는 것이 인생인가...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