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 걸렸어요 그렇지만 괜찮아요
-다락방
저녁무렵이었다 호숫가엔 아무도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었다 뒤를 돌아보니 그가 서 있었다 늦었어요 곧 어두워질거에요 나는 그를 꽤 오래 기다려왔다 봄이잖아요 쉽게 어두워지지 않아요
언덕길을 나란히 걸었다 우리는 내내 말이 없었다 지금쯤 손을 내밀면 그도 잡아주지 않을까 내민 나의 손을 그의 손이 마중했다 우리는 손을 잡고 걸었다 여전히 말이 없었다
나는 잡은 손을 놓지 않은채 그의 어깨에 기댔다 우리 너무 오래 걸렸어요 그는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그래요 너무 오래걸렸죠 괜찮아요 이렇게 됐잖아요
노을로 물들고 있었다 세상은 온통 주홍빛이었다
당신은 모기같은 놈
모기장을 치고 잤는데도 모기가 들어왔어 너는 모기같아 모기장 친 내 마음에도 들어왔지
내 피를 쪽쪽 빨고 있을때 알았으면 때려 잡아 죽였을텐데 언제나 그렇듯이 물린뒤에야 알아챘어
빨갛게 부어올랐고 너무나 간지러워서 박박 긁었어 괘씸해서 이놈의 모기 죽이리라 결심했는데 내 피먹고 힘내서 도망갔나봐
어디, 한번 더 물겠다고 달려들기만 해봐 살려두지 않겠어
그래도 에프킬라는 못뿌리겠다 너라는 모기한테는
이렇게 비 퍼붓는 날 -다락방 비 퍼붓는 날엔 구두도 만신창이 샌들도 만신창이 비 퍼붓는 날엔 바지도 만신창이 치마도 만신창이 천둥 번개 우뢰질 무서워요 꼭 안아주세요
누가 대신 먹는다
누가 대신 먹는다 내 커피도 내 빵도 누가 대신 먹는다 내 술도 내 고기도 누가 대신 먹는다 내 나이도 내 나잇살도 그런데 이 뱃살은 무얼까 도대체 이 주름살은 누구의 것일까 누가 대신 먹는다 나는 먹은 기억이 없다 누가 대신 먹는다
건배
한잔은 당신의 미소를 위해 한잔은 당신의 건강을 위해 한잔은 당신의 미래를 위해
한잔은 당신의 사랑을 위해, 서는 잔을 도로 내려놓을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