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원래 계획은 달리기, 도수치료, 약속시간 전까지 여성주의 책 읽기, 였다.
그런데 달리기랑 도수치료 하고 나니 너무 힘들어서 도무지 꼼짝도 할 수가 없는 거다. 하는수없이 나는 밥을 먹고 낮잠을 청했다. 자고 일어나서 약속장소로 갔는데, 어차피 까페에 가 책 읽을 시간은 안될 것 같아 작고 얇은 책을 하나 들고 나갔으나 한 페이지도 들춰보진 않은 채로 약속 시간,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휴. 고된 오전이었다니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전에는 내가 그 사람을 만나 어떤 기분을 느끼게 될 지 그리고 상대에게 어떤 기분을 주게 될 지 알 수 없다. 그렇게 토요일에 알라디너를 처음 보는 자리, 와- 엄청 깜짝 놀랐네. 여성주의 공부하면서 외모 평가하지 말자,외모에 대한 얘기는 금지하자고 늘 부르짖었지만, 나도 모르게 '엄청 미인이시네요!' 가 튀어나왔다. 아, 이런거 안할라고 했는데.. 쩝... 그리고 나에 대해 새롭게 안 사실이 있는데, 내가 미모로운 사람과 있으면 엄청 기분이 좋아진다는 거였다. '나 미모로움 앞에서 기분 좋아지는 그런 사람이었나?, 예전에도 그랬었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그렇지만 난 늘 외모를 보지 않고 연애를 해왔잖아?' 로 자연스럽게 생각이 흘렀고, 집에 가는 길에는 음... 그래서 대부분의 나의 연애가 그렇게까지 행복한 건 아니었나...하는 생각을......
그만두자, 이런 얘기는..
아무튼 외모로 사람을 사랑하진 않지만 미모로움 앞에 기분 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정도로 마치도록 하겠다.
우리는 만나서 냉동삼겹살을 먹었다. 2인분을 주문하고 다 먹어갈 때쯤 1인분을 추가 주문했는데, 그제서야 내가 사진을 찍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아뿔싸... 삼시세끼 게시판에 올려야 하는데... 삼시세끼 게시판의 글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데.... 부랴부랴 3인분을 먹으면서 사진을 찍어서 사진이 초라하다.
뜨거운 불 앞에서, 고기가 구워지느라 시끄러운 와중에 수다를 떨면서 이걸 다 먹었다. 고기 3인분, 소주 세 병!!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냉삼 버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 이제부터는 좀 슬픈 이야기가 될 것 같다.
그렇게 우리는 2차로 가서 맥주랑 먹태를 주문했다. 배부르니 먹태 먹자고 주문했는데 막상 먹태를 많이 먹지 못한거다. 조금 먹어서 엄청 많이 남긴거야. 흐음.. 너무 아까운데? 그래서 이것에 대해 대화를 나눈 뒤 최종적으로 내가 포장해가기로 했다. 먹태를 주문하고 맥주를 마신 곳은 치킨 집이었는데, 남은 먹태 포장해 달라 했더니 치킨 담는 박스에 포장해 쇼핑백에 넣어주셨다. 어휴, 포장 너무 잘해주셨네요. 그걸 그냥 들고 오면 됐을텐데, 비극은 이제부터 시작이니, 나는 쇼핑백에서 박스만 빼서 내 가방에 넣어버린 것이다. 손에 뭐 잔뜩 들고 다니기도 싫고 게다가 비가 와서 우산도 들어야 해서 짐을 줄이는 것이 상책! 그렇게 먹태를 가방에 넣고 집에 갔다.
다음날 아침에서야 '아 맞다 어제 먹태 포장했지' 하고 가방에 꺼내서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거실에 계신 아빠가 이게 무슨 냄새냐고 하실 정도로 먹태 냄새는 강하게 온 집안에 퍼졌고, 으 냄새 너무 싫은데? 저녁 때 맥주 안주로 먹을거니까 일단 치워두자, 하고 나는 먹태를 베란다로 옮겼다. 그러다 문득, 아니 이렇게 냄새 강한데 그렇다면 내 가방은 괜찮을까? 하고 부랴부랴 가방을 들고 냄새를 맡으니 하아- 먹태 냄새가 진동을 하는거다.
오
마이
갓
ㅠㅠ
문제는, 내가 들고간 가방, 먹태 넣고 온 가방, 루이비통 이었다. 예정대로 나가서 책 읽을 거였으면 백팩 메고 갔을텐데 ㅠㅠ 낮잠을 자는 바람에 루이비통을 ㅠㅠ 엄마꺼 ㅠㅠ 근데 루이비통에서 먹태 냄새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악 이게 뭐야, 하고 고개를 절로 피하게 되는, 그런 냄새가 루이비통에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급한 마음에 일단 베란다 빨랫대에 널어두었다. 베란다 바람도 잘 들어오니 냄새야 빠져라. 그런데 오후에 어느정도 빠졌나 하고 냄새를 확인하니 여전히 먹태 냄새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뭔지알쥬 찌린내 같은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서 2주전인가 백화점 갔다가 샀던 방향제를 가방 안에 넣어두었다. 이 방향제 비싼건데 ㅠㅠ 그런데 루이비통 살리자, 하고 내 방에 걸어두었던 방향제를 가방에 넣었단 말야?
바로 이거다.
저녁 때 어디 좀 빠졌나 보자, 하고 다시 냄새를 맡았는데, 이 방향제의 향과 먹태 향이 동시에 나고 있는게 아닌가! 하아... ㅠㅠ 증말 지독한 냄새가 나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 시간이 좀 더 필요할지도 몰라. 조금 더 기다려보자. 나는 그런채로 잠이 들었고 오늘 아침. 어디 얼마나 빠졌나 보자, 하고 다시 냄새를 맡았는데 여전히 지독한 냄새가 나고 있었다. 하아- 어떡하지. 일단 방향제는 빼서 다시 내 방에 걸어두고, 나는 어거지로 가방을 뒤집었다. 뒤집어서 다시 빨랫대에 걸어두엇다. 아 어쩌지 ㅠㅠ 너무 지독해서 가지고 다니지를 못하겠어. 내가 잘못했다 진짜. 이놈의 먹태. ㅠㅠ 엄마는 비닐에 싸서 넣던가 따로 들고오지 그걸 왜 거기다 넣어왔냐고 하시고 그러게.. 내 생각이 짧았어 ㅠㅠ 나는 지금 이걸 해결을 못해서 미치겠다. 이거 가방 들고 매장 가면 해결해주는 부분일까.. 아니면 스프레이 피죤.. 뿌려야 하는걸까. 그래도 되는걸까 ㅠㅠㅠ 아 진짜 먹태 찌린내 때문에 미츄어버리겠다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걸 그냥 남기고 올걸 왜 포장한다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아-
책을 샀다.
(네??)
안산다고 해놓고 목요일까지 잘 안사고 있다가, 금요일에 샀다.
회사 동료에게는 '그래도 중고로 샀어' 라고 말했다. '다섯권..' 샀는데 세 권만 와서 오늘 책탑은 세 권이다.
[사라지는 대지]는 왜 샀는지 잘 모르겟다.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던건데 왜 넣어두었는지 기억이 잘 안나.. 여하튼 샀다.
[순례주택]은 일전에 트윗에서 인용문을 보았는데 그 인용문이 좋아서 샀다. 그 인용문이 뭐였지, 궁금해 다시 찾아보려고 했는데 찾을 수가 없네. 그래서 그 인용문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인용문이 좋아서 사자, 했던 책이다.
[레몬 블루 몰타]는 몰타 궁금해서 보려고 산 책이다.
아, 그리고 에어팟 샀다. 흠흠.
에어팟 끼고 편하게 두 번 달렸다.
여러분, 나 먹태냄새 좀 빼줘. 여러분 집단 지성의 힘을 빌립니다. 이거 어떻게 없애는지 아시는 분 댓글 꼭 부탁드립니다. ㅠㅠ
그리고 여러분, 술 마시다 먹태 안주 포장할 때는 꼭 따로 들고 가세요. 명심, 또 명심할지어다!!
ㅠㅠ
먹태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먹태 냄새 때문에 너무나 괴롭다 증맬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