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오래 걸렸어요 그렇지만 괜찮아요

 

                                                          -다락방 

 

저녁무렵이었다
호숫가엔 아무도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를 털었다
뒤를 돌아보니 그가 서 있었다
늦었어요 곧 어두워질거에요
나는 그를 꽤 오래 기다려왔다
봄이잖아요 쉽게 어두워지지 않아요 

언덕길을 나란히 걸었다
우리는 내내 말이 없었다
지금쯤 손을 내밀면 그도 잡아주지 않을까
내민 나의 손을 그의 손이 마중했다
우리는 손을 잡고 걸었다
여전히 말이 없었다 


나는 잡은 손을 놓지 않은채 그의 어깨에 기댔다
우리 너무 오래 걸렸어요
그는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그래요 너무 오래걸렸죠
괜찮아요 이렇게 됐잖아요 

 

노을로 물들고 있었다
세상은 온통 주홍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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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1-03-06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와 나의 손은 이제 떨어지지 않을테고,
세상이 온퉁 주홍빛으로 변장한 핑크빛이네요~~~

다락방 2011-03-06 22:47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일요일이 가는게 싫어서 발악중이에요.책도 읽을수없고 잠도 못자겠고요.흑흑ㅠㅠ

순오기 2011-03-06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림이 차르르 떠오르는데요.^^
예쁜 데이트였군요~~~~~~~~ 온통 주홍빛으로 물들었을 다락방님!!

다락방 2011-03-06 22:49   좋아요 0 | URL
그림처럼 눈앞에 펼쳐지는 시를 쓰고 싶었어요.그러나 제가 현실에서 이런 그림을 그린건 아니랍니다.흑흑ㅠㅠ

blanca 2011-03-06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디어 락방님의 연애시대는 개막한 것인가요? 설레네요.

다락방 2011-03-06 22:50   좋아요 0 | URL
으악 블랑카님! 일요일이 가버리는게 너무나 답답해서 써본 그저 시 한편일 뿐입니다. ㅠㅠ

Mephistopheles 2011-03-06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는 그러지 말아요..

-메피스토-

그 남자가 어쩌면 조금은 나약해질지도 몰라요.
그 남자가 어쩌면 조금은 기댈지도 몰라요.
그 남자가 어쩌면 조금은 하소연을 할지도 몰라요.
그 남자가 어쩌면 조금은 슬픈 표정을 지을지도 몰라요.

그렇다고 그 남자를..





절대...울리지 마세요...=3=3=3=3=3=3

다락방 2011-03-06 22:52   좋아요 0 | URL
아니,그러니까 노을로 물든 길을 같이 걸어줄 남자를 제가 왜 울리겠습니까!!예뻐해주겠습니다!!안때릴게요!!ㅋㅋㅋㅋㅋ

건조기후 2011-03-06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었어요 곧 어두워질거에요 / 봄이잖아요 쉽게 어두워지지 않아요
이 구절 완전 좋아요.ㅎ

다락방 2011-03-07 04:02   좋아요 0 | URL
저도 써놓고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반했어요.ㅎㅎ
음..다시 읽어봐도 아주 훌륭한 시에요! 하하

람혼 2011-03-07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쉽게 어두워지지 않을,
쉽게 어두워질 수 없는,
그 봄을 위해!

다락방 2011-03-07 04:03   좋아요 0 | URL
세상에 봄이 찾아들고 있는데 람혼님께도 봄은 오고있나요? 봄을 붙드세요,람혼님!
그나저나 오랜만이에요!

hnine 2011-03-07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젯밤에 집을 뛰쳐나가 영화를 한편 보고 왔거든요? 그 영화 마지막 씬이 떠올라요. <그대를 사랑합니다> 요.
정기적으로 출퇴근 하는 일을 그만 두고 나니, 일요일 밤이 그닥 싫지 않은거 맞아요.
너무 오래 걸리는 사랑,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는 사랑, 현실에서라면 저는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저 시는 장면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참 아름답네요.

다락방 2011-03-07 09:13   좋아요 0 | URL
오, 제가 아직 보지 못한 영화를 보셨군요! 흐음, 그렇다면 저도 회사를 때려쳐야 할까요? 그런데 저는 회사를 때려치고 난 뒤의 대안이 없어요. 그래서 관둘수가 없네요. 후..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저와 같은 이유로 억지로 다니고 있겠죠.
저도 너무 오래 걸리는 사랑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는 사랑도 또 누군가가 끊임없이 태클거는 사랑도 다 반대에요. 그러느니 혼자가 낫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긴 합니다. 그런데 가끔, 아주 가끔. 돌아온다는 확신을 주눈 누군가를 기다릴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기다리는게 아름답다는 생각을 주는 그런 사람과 그런 사랑이 아주 가끔,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 시는, 제가 써놓고도 참 좋아서 계속 계속 읽어요.

2011-03-07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7 1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브론테 2011-03-07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탕웨이 빙의인겁니까? 정녕? 몇 시간 열심히 일했더니 폭풍졸음 몰려드는 중...기력이 쇠해지는 중...

다락방 2011-03-07 17:32   좋아요 0 | URL
전 이래저래 정신적으로 압박도 심하고 스트레스도 심하고 다 말할수가 없을 지경입니다. 게다가 가슴앓이....는 언급하지말고 패쓰합시다.
월요일 퇴근까지 이제 한시간 반 남았습니다. 우리 잘 버팁시다. 물론 저는 이미 깨질때로 깨져서 너덜너덜해져있지만 말입니다. 거지같은 세상, 거지같은 직장, 거지같은 일, 거지같은 남자...

탕웨이 빙의,
는 아니고 다락방이었습니다. 므흣.

프레이야 2011-03-08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이잖아요. 쉽게 어두워지지 않아요...
맞아요, 요즘 해가 진짜 길어졌어요.ㅎㅎ
해질녘 놀이 보고파 작은딸 손잡고 근처 바닷가에 갔는데
바람은 차고 볼은 얼 거 같은데 해가 얼른 안 지고 주황색이 얼른 안 오는 거에요.
그래서 ... 그냥 못 보고 집에 가자, 그러고 왔어요.^^

다락방 2011-03-08 11:36   좋아요 0 | URL
아, 프레이야님. 저는 딱히 바다를 가고 싶다는 생각같은 걸 평소에 하지 않고 살고 있는데 말이죠 지금 프레이야님이 써주신 댓글중에 '근처 바닷가'를 보니 갑자기 바다에 너무 가고 싶어졌어요. 그보다는 '근처'에 바닷가가 있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싶으면서, 그건 꽤 만족할만한 상황이지 않은가 싶어져요. 저녁노을을 보며 바닷가에 있었다면 더할나위없이 좋았겠지만 노을이 없어도 근처 바닷가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만해요. 아, 좋아요, 프레이야님. 근처 바닷가라니. 조만간 저도 바다 보러 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