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8월 1일 비온 후 갬 25도~32도


태풍의 영향인지 잠깐 동안 비바람이 거셌다. 폭우가 쏟아진 것도 폭풍이 몰아친 것도 아니지만, 태풍 끝자락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배나무(신고) 한 그루 중 유독 한 가지에 배가 엄청 달렸다. 가지가 휘어져 땅에 닫을 정도였다. 솎아주기를 하려다 그냥 자연스레 자라도록 놔두었다. 그런데 이번 비바람에 그만 가지가 뚝 하고 끊어져 버렸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품종이 아니라 야생의 품종이었다면 이렇게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열매를 맺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렇기에 개량된 품종들은 어떻게든 사람의 손을 탈 수 밖에, 즉 농사라는 작업을 거칠 수 밖에 없는 운명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냥 자연 상태로 놔 두었으니, 탈이 나는 것도 당연한 일일지도. 과욕은 이렇듯 참사(?)를 불러오는 모양이다. 



가지가 꺾이는 피해를 본 김에 배나무 두 그루를 둘러보았다. 열매 중에 이번 장맛비로 열과가 된 것도 나오고, 벌레 먹은 것들도 꽤 보인다. 솎는 작업을 하지 않고 놔두었던 것들이라, 이런 피해과를 따 주는 것이 솎는 작업과 겸하는 셈이 되었다. 


열매의 벌레 피해는 열매가 맺히고 나서가 아니라 꽃이 피었을 때부터 발생한다고 한다. 즉, 열매를 보호하기 위해선 꽃이 필 때부터 예방을 해야 하는 것이다. 올해는 작년처럼 끝까지 방치하지 않고, 방제작업을 해오고 있는데, 시기는 늦었던 모양이다. 열매가 맺히고 어느 정도 자란 뒤부터 방제작업을 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런 방제 작업 덕분에 수확할 수 있는 열매가 조금이라도 있지 않을까 기대를 갖고 있다. 


지금의 모습은 과거 행위의 결과임을 즉, 모든 사건의 결과는 그 원인이 있음(인과응보)을, 다시 한 번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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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7월 28일 맑음 20도~32도


사과나무가 네 그루 있다. 부사 두 그루. 알프스오토메 한 그루,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품종을 잊어버렸다. 알프스오토메와 같이 작은 사과로 알고 있지만, 도무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사과가 벌써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그래서 이른 시기에 익으면서 크기는 작은 사과를 검색해보니 루비에스라는 품종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 4년전 부터 보급이 된 품종으로, 우리나라에서 알프스오토메와 산사라는 품종을 교배해서 만든 것이다. 묘목을 심은 시기가 4년 전이었으니, 얼추 맞을 듯하다. 크기나 익는 시기도 비숫해서 루비에스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 루비에스 수확시기는 8월 중순부터라고 하니, 조금만 잘 버텨주면 수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크다. 



주먹보다는 작고 탁구공보다는 조금 큰 크기이다. 다만 성한 사과가 별로 없고, 벌레 피해를 입은 것들이 많아 보여 걱정이다. 


워낙 크기가 작다보니 벌레가 상처를 낸 곳을 도려내면 먹을 게 별로 없을 것 같다. ㅜㅜ 그나마 아직 새들이 쪼아대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나 할까. 2주 정도만 잘 버텨보자는 생각이다. 과연 올해 처음으로 사과를 수확할 수 있으려나.



반면 부사는 그을음병에 벌레가 구멍을 뚫기까지 하는 등 피해가 크다. 더군다나 크기도 아직 작다. 루비에스와 비슷한 수준. 길을 지나치다 마주치는 과수원의 부사 크기는 이미 주먹만할 정도로 커진 것들이 많은데, 그것에 비하면 너무 작아 보인다.

알프스오토메 또한 크기가 너무 작다. 겨우 골프공 크기 정도로 자랐다. 더 크게 자랄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9월말 경이 수확시기라 하는데, 적어도 탁구공 정도는 자라야 따 먹을만하지 않을까. 과일의 크기가 작다는 것은 양분이 그만큼 적다는 것인데.... 부사는 아직 수확시기가 남아 있으니 추가로 줄 수 있는 양분이 무엇이 있을지 찾아보아야 겠다. 그리고 내년엔 밑거름도 더 충분히 주어야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올해 이렇게 성한 사과가 많진 않아도 가지마다 주렁주렁 몇 개씩 달린 것을 보니 친환경으로 키울 희망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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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7월 28일 맑음 20도~32도



초등학교, 당시로는 국민학교 시절. 학교까지 걸어서 20분 거리. 학교 가는 도중에 길 오른편으로 성당이 있었다. 성당 담벼락에는 봄 늦게부터 나팔꽃이 피었다. 그 반대편으로는 가정집 담벼락을 넘어선 무화과를 볼 수 있었다. 어른이 되어서 다시 그 길을 일부러 찾아 한 번 걸었을 땐 참 좁고도 짧은 거리였다. 하지만 당시엔 넓고도 길었다. 그 길이 삭막하게 느껴지지 않은 것은 나팔꽃 덕분이었다 생각된다. 동요 속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의 가사를 잘 살펴보면 이렇다.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화도 한창입니다

아빠가 매어놓은 새끼줄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



꽃밭을 만들고 일부러 나팔꽃을 심고 넝쿨을 유인하기 위해 새끼줄을 묶어둔 것이다. 즉 나팔꽃은 관상용 꽃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하지만 농사를 짓는 농부에게 나팔꽃은 잡초와 다름없다. 아니, 잡초임에 틀림없다. 작물을 칭칭 감고 올라가 작물의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예쁜 꽃을 피우기는 하나, 그 꽃을 감상할 여유는 없다. 꽃이 필 정도라면 주위 작물을 온통 감싸고 있다는 뜻이니 말이다. 어렸을 적에도 성당 담벼락 나팔꽃이 아니라 밭에서 난 나팔꽃은 분명 잡초라 여겨졌을 터이다. 똑같은 나팔꽃이지만 한쪽에서는 일부러 잘 자라도록 돌보면서 키우고, 한쪽에서는 혹시나 더 번질까 얼른 얼른 뿌리 채 뽑아내는 것이다. 


나팔꽃은 그냥 나팔꽃이지만, 어디에서 피었느냐에 따라 그 대접이 다르다. 사람도 저마다 대접받는 자리에 있어야 할 일이다. 그렇지 못하면 잡초 신세가 된다. 물론 친환경농업에서 잡초는 지긋지긋한 대상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멀칭과 공생의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말이다. 잡초도 분명 그 나름의 값어치를 지니고 있지만, 기왕이면 잘 자라도록 대접받는 자리에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꽃밭 속의 나팔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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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7월 27일 맑음 21도~31도



하늘에 난 데 없는 화살표가? 어제 쨍한 하늘에 구름이 다양한 형상을 띠고 나타났다. 문득 <-- 화살표처럼 보이는 구름이 보여 신기했다. 마치 누군가에게 길을 가르쳐 주는 듯이 말이다. 구름이야 화살표를 그리려고 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을 바라보는 이가 자신이 기존에 알고 있던 이미지를 연상시킨 것에 불과한 일일텐데, 우리가 타인을 이런 관점으로 바라보는 경우도 허다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체리나무밭에 개망초와 망초가 한가득이었다. 어느 세월에 다 정리를 할까 심란했지만, 하루 하루 조금씩 시간을 내서 풀을 베다보니 결국 다 해냈다. ^^



낫으로 풀을 베다보니 올해 유독 선녀벌레가 극성이다. 선녀벌레만큼은 아니더라도 갈색날개매미충도 꽤 많다. 풀 사이 사이 숨어 있던 이 벌레들이 낫질에 놀라 튀어나오면서 옷이며 얼굴이며 달라붙어서 풀을 베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 벌레들을 방제하기 위해선 5월에 작물이 아니라 주위 풀과 나무를 약제로 살포해야 한다는 것이 이해가 간다. 작물보다도 주위 풀과 나무에 훨씬 많이 붙어 있으니 말이다. 


올해 이렇게 극성인 것은 실제 지난해 방제작업을 소홀히 한 탓이다. 지난해 낳았던 알들이 올해 깨어나 활동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방제를 잘 하지 못한다면 내년엔 더욱 더 극성일 것이다. 화학농약을 쓰지 않고 있기에 일단 물리적 방법, 즉 손바닥^^으로 때려잡고 있지만, 10%도 잡지 못하는 듯하다. 올 겨울 초입이나 내년 초 봄이 오기 전에 황 등으로 방제를 해서 월동 전 또는 월동 후 알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개망초와 망초 사이 달맞이꽃 하나가 외로이 자라고 있어서, 차마 베지 못하고 놔 두었다. 풀이란 이렇게 애정을 갖게 되면 화원을 구성하는 요소가 되었다가, 미움을 갖게 되면 제거해야 할 대상이 되는 가 보다. 사물 또는 상대를 어떤 마음으로 대하는가가 그 사물 또는 상대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을 확대해 본다. 애정은 아니더라도 미움은 갖지 않고 상대를 바라볼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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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7월 23일 21도~28도 흐림


풀 정리를 하다 보니 풀에 감추어졌다 것들이 드러난다. 



맥문동은 보라색 꽃대가 올라왔다. 낫으로 풀을 베다 보면 자칫 맥문동도 함께 베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즘에는 맥문동이 꽃을 피워 구별이 쉽다.보라색 꽃대에 꽃은 아직 활짝 피지는 않은 상태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것이 특별해 보인다. 맥문동은 백합과 식물로 덩이뿌리는 한방에서 소염, 강장, 진해, 거담제, 강심제 등의 약재로 쓴다. 백합 또한 뿌리를 약재로 활용하며, 간혹 음식 재료로도 쓰일 수 있다고 한다. 체리 나무 주위에 백합을 심었지만, 멧돼지가 다 먹어 치운 이후에는 심지 않고 있다. 같은 백합과 이지만 맥문동 뿌리는 다행히 캐 먹지 않았다. 같은 과이지만 멧돼지 입장에서도 백합과 맥문동은 엄연히 다른 개체인 모양이다. 



올해 묘목을 얻어 옮겨 심었던 수국도 꽃을 활짝 폈다. 키가 다 크지도 않은 듯한데도 꽃을 피웠다. 군데군데 노랗게 바랜 부분이 있는데, 병흔인지는 모르겠다. 보통 수국은 땅이 알카리인지 산성인지에 따라서 꽃색이 달라진다고들 하는데, 요즘은 꽃색을 개량한 품종들이 많아 꽃색에 따라 흙의 산성을 판단하는 것은 틀릴 가능성이 높다.


봄에는 사과와 배, 블루베리가 꽃을 피고 여름에는 원추리, 맥문동, 수국이 꽃을 피워 좋다. 가을에 꽃을 보려고 심었던 감국은 아버지가 풀로 알고 없애버린 통에 한 송이도 구경을 못하게 된 게 아쉽다. 


계절 따라 꽃을 피는 것이 다르듯, 아이들도 각자 꽃을 피우는 시기가 서로 다를 것이다. 오매불망하지 말고 믿고 기다리면 자신의 꽃을 활짝 필 것이라 믿는다. 어떤 색의 어떤 모양일지 모르겠지만, 분명 아름다울 것이다. 그나저나 나는 이미 꽃을 피운 것인가, 아직 피우지 못한 것인가. 홀로 생각해보니 조금 더 기다려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느지막이 피는 꽃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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