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8월 15일 소나기 25도~31도


가지치기와 주위 풀베기, 퇴비 주기 이외에는 거의 손을 쓰지 않은 작물들을 수확하자니 의구심이 든다. 올해로 벌써 4년 째인데, 과연 생태적 균형을 갖추는 시간은 얼마나 필요로 하는 것일까. 



올해 시험 삼아 처음 심어본 옥수수의 경우엔 병에 걸리거나, 알곡이 잘 여물지 않거나, 벌레 피해를 입는 것이 많았다. (사진 속 벌레는 주홍긴날개멸구) 그래도 몇 개 수확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해야 하려나. 토종옥수수 일부와 초당옥수수 일부를 따로 떨어뜨려 심었는데도 두 종이 섞이는 현상이 발생한 듯하다. 게다가 자라는 속도가 너무 달라서 일시에 수확하는 것도 힘들었다. 도대체 언제 수확을 해야 할지 가늠하는 것도 문제였던 것이다. 수확한 것 중 먹을만 한 것들을 쪄보니, 어떤 것은 딱 알맞은 시기여서 맛이 괜찮았지만, 일부는 너무 일찍 따서 덜 여문 것도 있고, 일부는 너무 늦어서 딱딱한 것도 있었다. 일시에 수확하는 농부들이 대단하다 여겨진다. 



루비에스 사과 또한 마찬가지다. 벌레와 병 탓인지 제대로 생긴 것은 단 한 개도 없다. 모두 울퉁불퉁 못 생긴데다, 검게 그을린 자국들도 많다. 그나마 먹을만하지 않을까 싶은 것들만 추려 보았다. 



배도 열매가 많이 달렸다고 좋아했지만, 이번 장마 기간에 탄저를 비롯해 벌레 피해가 극심하다. 열린 것 중 절반 정도는 피해를 입은 듯하다. 언뜻 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것들도 과연 수확 때까지 버텨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올해는 과수마다 열매를 꽤 맺어줬다는 것에 희망을 품어봄 직하다. 지난해까지는 열매 자체가 거의 맺지 않았다. 물론 아직 어린 나무인 탓도 있을 것이다. 올해 과수들의 피해를 실감했으니,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과연 이대로 계속 키워가면서 생태적 균형점을 스스로 찾아가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식물추출물을 비롯해 다른 친환경적 방법을 통해 방제를 하는 수고를 들여야 할지 선택해야할 시기라 여겨진다. 과수를 전문적으로 하지 않고 집에서 몇 그루 따 먹는 수준이니, 몇 년이고 기다려보는 것도 어떨까 싶지만, 밭의 환경이 산 속도 아니고, 경계에 있다보니 생태적 균형이라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비록 몇 그루 안된다 하더라도 친환경적 방제를 궁리해야 할 성싶다. 올해 선녀벌레와 갈색날개매미충이 극성이었으니, 내년엔 더욱 심해질 것이다.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블루베리밭도 엄청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외래해충을 제어해 줄 생태적 방법이 요원하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그렇기에 방제라는 농사적 수고를 꽤 공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결국 자연의 힘을 이용한 농사에서 농사에 방점을 두어야 할 상황이라 판단된다. 어슬렁 어슬렁 농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균형을 잡아갈 때까지는 보다 더 수고로운 농사가 될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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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2-10-21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해 농사지으시니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내년엔 친환경 농법 성공하시길 기원합니다^
 

22년 8월 8일 비 25도~29도


장마가 다시 시작되는가 보다. 비바람이 거세다. 



하루종일 오락가락 내리는 비에 금화규 일부가 쓰러졌다. 자세히 보니 너무 밀집된 곳의 일부를 숨통을 트여주기 위해 가지와 잎을 잘라준 부분이 넘어져 있었다. 반면 서로 다닥다닥 붙어 있는 금화규들은 쓰러지지 않고 버티고 있었다. 그야말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고나 할까. 


실제 농사를 지을 때 작물이 너무 바짝 붙어 있으면 바람이 통하지 않으면서 여러가지 병에 걸리기 쉬운 상태가 된다. 나무들을 전정하는 원칙도 빛과 바람이 잘 통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비바람에 숨통이 너무 트여진 곳, 그러니까 여유가 너무 있었던 곳의 금화규가 쉽게 쓰러진 것이다. 너무 밀집되어 있지 않았나 생각된 곳은 오히려 서로가 서로를 기대면서 비바람을 이겨냈다. 


항상, 모든 조건에 잘 들어맞는 경우란 없는 듯하다. 조건에 따라, 상황에 따라, 좋았다가 나빠지기도 한다. 물론 나쁘다가도 좋아진다. 그야말로 '새옹지마'. 이번 비바람이 다시 한 번 삶의 무상을 가르쳐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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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8월 6일 흐림 24도~33도 


조그만 화분 1개에 커피싹이 2개나 솟아나 할 수 없이 1개는 옮겨 심어야 했다. 



싹이 났던 화분의 흙은 분갈이용 흙으로 피트모스, 톱밥, 쌀겨 등이 원료로 굉장히 가볍다. 옮겨 심을 화분의 흙은 실외에 두고 커피콩을 심었지만 아직 싹이 나지 않은 화분으로 질석 등이 포함된 다소 무거운 흙이다. 비교실험을 위해 흙의 구성 성분이 다른 것으로 옮겨 심었다. 



옮겨 심기 전에 흙을 정리하면서 보니, 두달 여 전에 심었던 커피콩에서 싹이 텄었다. 그런데 흙이 무거워서인지, 아니면 너무 깊게 심었던 것인지, 흙 위로 싹이 올라오지 못한 것이었다. 이걸 감안해보면 아직 싹이 트지 않은 실외 화분 속 커피콩 중 몇 개는 흙 속에서는 싹을 틔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커피 모종이 어떤 흙에서 더 잘 자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향후 계속해서 관찰할 심산이다. 



블루베리밭도 다시 예초에 들어갔다. 어느새 1미터 남짓 자란 풀들로 모습을 찾기 힘들었던 블루베리 나무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이 마지막 예초 작업이었으면 좋겠지만,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조금 더 두고봐야 할 것이다. 더군다나 요즘 너무나 덥다 보니 사실 낫을 들고 풀을 베러 나가는 것이 두려울 정도다. 몸 상태를 봐가며 쉬엄쉬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무리하면 나무를 살리려다 내 몸이 망가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 그렇게 천천히 차곡차곡 일을 해 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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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8월 3일 비온 후 갬 25도~31도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해서 그 유전 형질이 100% 발현되지는 않는다. 유전자의 형질이 발현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어야 비로소 유전자는 그 형질이 발현된다. 즉 유전적으로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할지라도, 그 능력을 발현시킬 수 있는 조건을 만나야지만 능력이 발휘되는 것이다.' 라고 알고 있다. 


이런 앎은 올해 커피콩을 심으면서 직접 몸으로 체득하고 있다. 

봄에 커피콩을 10개 가량 심었다. 처음에 2개를 심었다가 뒤에 8개를 더 구해서 심은 것이다. 4개는 실내에, 6개는 실외에 심었다. 사전 공부도 없이 커피콩(아라비카 종)의 열매(체리라고 부른다)를 구해서 껍질과 과육을 제거하고 씨앗을 원예용 상토에 심었다. 상식적으로 커피는 열대 지역에서 자라는 것이라 한여름 바깥에 놔두면 발아가 되어서 잘 자랄 것이라 생각했다. 누가 일부러 심지 않아도 커피나무가 번성한 것을 생각해보면, 열대의 기후와 가장 근접한 우리나라의 여름 기후가 커피가 나고 자라는데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틀린 생각이었다. 열대지역에서 자라긴 하지만 800미터 이상의 고온지대에서 잘 자라다 보니 평균기온 15~24도가 좋다고 한다. 그리고 잠깐 더 생각을 해보면 커피나무의 경우에도 자연상태에서는 6~8미터, 크게는 10미터 이상까지 자란다고 하니, 열매가 떨어져 싹이 나는 동안 햇빛을 직접 쏘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할 것이다. 즉 어느 정도 그늘이 져야 싹이 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러다보니 직사광선을 피한 실내에서는 싹이 모두 났지만(최소 30일~60일), 한여름 태양빛을 쐰 야외의 파종은 모두 실패하고 만 것이다. -커피콩은 휴면 상태가 없이 바로 발아가 되는 씨앗이라고 한다.- 물론 발아조건에 따라 발아하는 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으니, 조금 더 기다려봄직도 하지만, 오히려 지금이라도 그늘막을 쳐주어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지 않을까 판단된다. 이런 조건을 생각해본다면 발아가 된 이후에도 직사광선은 될수록 피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콩나물 모양의 모종이 떡잎을 키우는데까도 무려 두 달 가까이 걸린다고 하니, 이 기간에도 직사광선을 많이 쐬지 않도록 관리에 신경을 써야할 듯 싶다. 


우리 아이들도 이런 커피콩과 같은 상태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어떤 조건에서 싹이 날지 잘 살피고, 그 조건을 맞추어 주도록 애쓰는 것이 바로 부모의 몫이고,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자의 몫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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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8월 2일 소나기. 흐림  25도~32도


'돌아서면 풀'이라는 말은 틀림이 없다. 올해 대여섯번 풀을 베었지만, 여전히 풀은 왕성하게 자란다. 



지난해 심었던 블루베리 묘목이 있는 곳도 풀이 많이 자라서 묘목이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바랭이풀, 강아지풀, 개망초, 칡, 환삼덩굴 등 가지가지다. 묘목이 자라는 것을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그냥 놔두어도 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럴리가 있겠는가.



무딘 낫을 갈고, 예초를 시작했다. 한두 시간 안에 끝날 일이 아니다. 낫으로 베면서 블루베리 묘목 주위의 풀은 뽑아 주었다. 이번이 올해 마지막이면 좋겠지만, 아마도 최소 한 번 정도는 더 깎아 주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 풀 속에 파묻혀 있던 블루베리 묘목들은 모두 건강하게 살아 있었다. 


풀을 깎으면서는 '왜 사서 이런 고생을 할까? 그냥 제초제 뿌리면 될 일을'이라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한다. 하지만 풀을 다 깎고 나서는 뿌듯해지는 기분이 든다. 베어진 풀들은 땅으로 돌아가 블루베리가 잘 자라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유기물이 될 것이다. 죽은 흙이 아니라 살아있는 흙을 유지하기 위해 선택한 풀 베기 작업. 정말 끝이 없는 일처럼 느껴지지만, 한 곳 한 곳 풀이 깎이고 작물이 드러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또 한 고비 넘겼다는 생각. 하지만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 또다시 우거진 풀들이 보인다. 다시 시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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