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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살면서 가장 허기를 느끼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문화다. 영화를 보려면 인근 도시로 향해야 하고, 뮤지컬이나 콘서트 구경을 위해선 대전이나 서울 같은 대도시로 가야한다. 하물며 제대로 된 연극을 본다는 것은 먼저 마음을 먹는 일부터가 쉽지가 않다. 다행히 교통이 편해지면서 도시와 대도시로의 접근이 쉬워 결심만 한다면 어렵지 않게 이런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다. 하지만 잠깐만 생각해보면 시골에서 자체적으로 문화를 향유하지 못하고, 도시로 떠나야만 하는 이 상황이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 자신의 삶터가 문화의 터가 되지 못하고, 항상 도시에서 무엇인가를 찾고 누려야만 한다는 것은, 결국 시골의 삶이 도시로 빨려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하고 소비만 하는 것은 결국 소외된 삶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작은극장 메인무대

 

■ 국립극단이 시골을 찾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를 생산할 수준의 인구구성조차 점차 어려워지는 환경에 처한 시골에 국립극단이 찾아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10월 한달간 용인과 음성, 양양 3군데의 초등,중학교를 찾아 2019 우리동네 작은극장이 열렸다. 운좋게도 전교생 56명의 음성 소이초등학교 근처에 살고 있는 덕에 딸내미와 함께 작은극장을 찾았다. 요란스러운 홍보가 없던 탓인지, 매달 음성지역에서 열리는 '놀장'이라는 행사와 더불어 진행됐음에도 100여 명 안팎의 사람들만 모였다. 정말 작은 극장에서 조촐하게 모여 친밀하게 연극을 관람했다. 오후 3시부터 저녁 9시까지 진행된 이번 행사 덕에 밤하늘의 별도 오랜만에 올려다보는 시간도 가졌다.

우리동네 작은극장 밤풍경

 

자살광대(위)와 말로의 작업실

 

■ 상상력이 돋보이는 1인극

이번 연극은 대부분 1인극이다. 하지만 1인극이라고 해서 극이 단조롭진 않다. 빛과 그림자, 가야금, 사다리 등 소품과 도구를 활용한 아이디어가 곳곳에서 튀어나오면서 상상력을 자극한다. 아이들과 청소년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을 정도의 30~50분 정도 길이의 연극이 7개, 1:1 인형극 2개, 콘서트<우주 도깨비> 등으로 구성됐다. 2~4세 대상의 영유아극 <꿈은 나의 현실>, 4세 이상의 <씨앗 이야기><무용극 보따리>, 12세 이상의 <구름공장>, <자살광대>, 14세 이상의 <소녀들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 등이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 그래도 꽤나 만족스러운 운영으로 느껴진다.

 

씨앗이야기 무대

 

무용극 보따리

 

우주 도깨비 콘서트

 

■ 유쾌한 웃음과 진지한 성찰

딸내미와 함께 본 연극은 총 3편. <구름공장><자살광대><씨앗이야기>. <구름공장>은 죽기 전 마지막 숨을 담아 구름을 만드는 공장이야기다. 그림자판을 만들어 손전등으로 비쳐 배경이나 표정을 담아낸다. 다소 무겁고 진중한 이야기인지라 아이들에겐 어렵게 느껴질듯싶다. <자살광대>는 사다리를 빌라로 사물화시켜 반지하에 살고 있는 주인공 광대가 매일 자살을 시도하는 이야기를 펼쳐낸다. 하지만 날마다 살아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죽음을 뒤로 미룬다. 딸내미는 이 연극이 가장 재밌다고 한다. 무려 자살시도가 8천번이 넘는다면서 ^^. <씨앗이야기>는 가야금을 기반으로 줄타는 처녀와 구멍가게 총각의 사랑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관객추천지수 1위답게 시종일관 유쾌하다. 관객과 호흡을 맞춰가며 진행되는데 아이와 부모가 함께 보면 더 즐거운 연극이다.

 

이야기를 만들고, 연출하고, 출연하는 모든 것을 혼자서 해내는 1인극의 묘미가 가득 담긴 우리 동네 작은 극장이 전국 곳곳에서 매주 열린다면 참 좋겠다. 국립극단뿐만 아니라 정말 우리동네 작은 극단이 펼치는 작은 극장까지 모두 포함해서 말이다. 그래서 이런 작은 극장을 찾아 전국투어를 한 번 해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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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떨려.”

초등학교 예비 소집일. 학교 운동장에 들어서자 딸내미가 한마디 툭 건넨다.

그런데  이 말이 내 가슴을 때린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어떻게 해야할지 머릿속은 복잡하기만 했다.

과연 학교에선 방과후 학교와 돌봄 교실을 몇시까지 진행할 것이며, 딸내미가 배우고 싶어하는 것을 위해 학원과 어떻게 연계해야 할지, 또 6개월 쯤 후엔 이사를 해야 하는데 전학 문제는 잘 해결할 수 있을련지 등등 걱정만 한 가득이었다.

그런데 딸은 학교에 첫 발을 내딛는다는 마음으로 설레고 있었던 것이다.

아~ 딸의 마음조차 헤어리지 못하고 내 생각에 갇혀 있었다. 딸 조차도 이런데 타인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는 일은 어른도 함께 성장하는 일일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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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저기 해님봐봐. 집에 가는게 좋아서 빨개졌나봐."
"아니야, 아빠. 해님이 열이 나서 빨개진거야. 이제 병원에 가려나 봐."
산너머 해가 넘어간다. 빠알갛게.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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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너무 따갑다. 딸내미 선크림 바르고 나가자."
"아빠, 고래도 등에 선크림 발라야지?"
"응?"
아하! 그래, 그래. 고래는 등에다 선크림 발라야겠구나.
우리 딸내미 어떻게 이런 생각을... 창의적(?)인 발상. 기특하다. 기특해 ㅋㅋ
"그래. 고래는 등에 선크림 발라야겠구나. 근데 딸내미. 어디서 이런걸 배웠어?"
"응. 옥토넛에서 나왔어."
으~. 창의성은 만화에서 나온거였군.
딸바보의 행복했던 5초의 착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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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염원이 지극하다 해서
생명을 지키는 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간밤에 고양이 새끼들이 잘 지냈는지 궁금했다.
아침에 보자마자 손아귀에 쥐고서 우유를 먹였다.
체온이 떨어져 조금 차가운 것이 불안했다.
그래도 우유를 받아먹는 모양새가 나쁘진 않았다.
아무래도 체온이 걱정되어 햇볕을 쬐게 했다.
조금 있으니 따듯해진다.
야옹~ 야옹~ 우는 소리도 괜찮아 보인다.
꿈틀꿈틀 움직이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가슴 벅찬 마음을 안고 일을 보다 잠깐씩 둘러보았다.
그리고 일 삼매경.
한 호흡 가다듬다 고양이가 생각나 나가본다.
조용하다. 움직이질 않는다.
부드럽던 몸뚱아리가 굳어있다.
이놈들을 꺼내어 다시 땅에 묻으려니 눈시울이 시큰해진다.
손아귀에 느껴지던 부드러움 대신 딱딱함이 가슴을 쳐댄다.
생명을 지켜낸다는 것에도 앎이 필요했을까.

 

어린이집을 끝마친 딸내미가 고양이에게 가자고 한다.
"아빠, 고양이 우유 먹여줄래."
"고양이가 죽었단다."
"왜?"
"잘 모르겠어. 에미가 따듯하게 품어주고 젖도 먹여주고 그랬으면 살았을텐데..."
"어떻게 죽었어?"
"어제, 기어가는 거 봤지. 그 모양으로 죽었어."
"아빠가 고양이 키우는 것 많이 연습했어야지!"
"미안해, 딸내미. 고양이를 죽게 해서."
"나, 고양이 보고 싶단 말이야."
"우리 나중에 아빠가 집을 지으면, 그때 고양이랑 강아지랑 많이 기르자. 미안"
"그럼 그땐 강아지랑 고양이 새끼랑 많이 기를거야. 그리고 강아지 엄마,아빠도. 고양이 엄마, 아빠도 다 같이 키울거야. 어른도 두마리씩 있어야 돼. 그래야 새끼들도 잘 큰단 말이야."
"그래, 알았어. 꼭 엄마 아빠랑 같이 키우도록 하자."

딸내미 말처럼 사랑을, 생명을 키워내는 것에도 연습이 필요했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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