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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산 관음암과 관음폭포

 

 

강원도 두타산에 있는 두타산성에서 바라본 겨울 관음암은 절경이다. 마치 관음암에서 떨어지는듯 길게 얼어붙은 관음폭포가 그 신비함을 더해준다. 나무들 사이에 숨기듯 안겨있는 관음암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놓치기 십상이다.

이렇듯 대부분의 암자는 사람을 피해 숲으로 들어간다. 관음 즉 관세음보살이란 중생의 고통에 찬 소리를 듣고 대자대비의 마음으로 고통을 걷어내고 왕생의 길로 인도하는 보살이다. 그런데 왜 관세음보살암자는 산으로 들어간 것일까. 왜 사람들의 소리를 듣지 않는걸까. 깨우침은 관계를 끊음으로써만 가능한 것일까. 깨우친 후에야 비로소 산을 걸어나오는 것일까. 청정한 곳에서의 깨우침은 과연 풍진 세상의 중생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설 수 있을까.

반대로 관음암을 바라보고 있는 두타산성은 피로 얼룩진 곳이다. 임진왜란 때 피난 온 백성들을 왜구들이 무자비하게 살육한 곳이다. 이곳 험한 산 중턱까지 산성을 쌓고 목숨을 부지하고자 했던 백성들을 쫓아와 죽여야만 했던 그 잔인한 마음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관음암과 두타산성. 서로 마주보고 있는 인간의 두 건축물이 삶의 비애를 한껏 느끼게 만든다. 피하고자 했지만 피할 수 없는 곳, 피해야만 피하지 않을 수 있는 곳. 삶은 아이러니다.

 

 

 

 

 

동해 등대에서 바라본 두타산, 청옥산 전경. 가운데 부분 제일 먼 곳에 보이는 산줄기가 두타산과 청옥산 정상이다. 두타산, 청옥산을 가려면 동해고속터미널에서 길건너편 시내버스를 타고 1시간 가량 들어가면 된다. 시내버스는 약 30분마다 1대씩 무릉계라 써있는 것(12로 시작되는 버스)을 타면 된다. 두타산의 시작은 해발 150m 정도여서 다른 산들에 비해 낮은 곳부터 걸어올라가야 한다. 그만큼 생각보다 힘든 곳이다. 두타,청옥을 한번에 종주하려면 7~9시간 정도 넉넉히 잡아야 한다. 겨울산행 미끄러운 길을 생각한다면 더 서둘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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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1일 금요일 눈이 쏟아졌다. 토요일 무조건 산으로 가겠다고 작정했다.

동서울에서 아침 첫차를 타고 단양에 도착, 천동계곡쪽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근무하고 있던 아저씨 한분이 입산통제가 됐다고 해서 낭패라고 생각, 사무실에 전화를 해보니 입산이 가능하단다.

고수동굴을 지나 천동계곡 입구에 도착, 길을 나섰다. 바람이 불지 않아 전혀 춥지 않았다. 몸에선 김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자꾸만 걸음을 멈추게 하는 설경에 시간도 더디간다. 비로봉에 오르고나니 오후 1시가 넘어섰다. 빨리 어두워질 것을 생각하면 그냥 내려설까 하다가, 이 좋은 풍경을 놔두고 가는게 아쉬웠다. 내친 김에 국망봉까지 향했다. 국망봉에서 설경을 만끽하고, 영주쪽으로 내려왔다.

소백산 산행은 행복했다. 가슴 속에 한참 동안 남을 풍경을 선사했다. 그 중에 얼음꽃은 정신까지 얼얼하게 만든다.


솔잎에 피어난 눈꽃


가지에 피어난 눈꽃

산행을 하다가 바로 옆 나무가 부러지는 것을 보았다. 눈의 무게를 못 이기고 우지끈. 그렇게 튼튼한 나무 한 그루가 쓰러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물론 안타까움 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반면 솔잎과 가지는 눈을 이고도 살랑인다. 부드러움 덕분이다. 눈을 억지로 떨구어 내지 않고 녹아내릴 때까지 기다린다. 그 녹은 물이 채 땅에 떨어지기 전에 찬바람에 얼어붙는다. 투명한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유연하고 기다리고 받아들이다 보면 우리 마음도 이렇게 투명해질 수 있을까. 그래서 이 얼음알갱이들은 꽃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내 마음에도 얼음꽃이 피어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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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 이야기 품은 광덕고개

-처음이구나, 반갑다, 광덕산아. 그런데 널 만나러 오는 길이 왜 이리 구불구불하니. 구절양장(九折羊腸)이란 말이 꼭 이걸 두고 하는 말 같얘.

-그렇지, 아마 아찔했을 거야. 한국전 때도 이 길이 워낙 위험해 사령관의 특별 명령이 있었대. 한 굽이 돌때마다 운전병에게 캐러멜을 줘 졸음을 막으라고 말이야. 그래서 캐러멜 고개로도 불린단다.

-그러고 보니, 넌(광덕산) 분단이라는 현실을 온 몸으로 느껴온 거구나.

-맞아. 광덕고개서 조금 내려와 민박, 식당이 모여 있는 곳 왼쪽에 광덕식당이 있지. 여기에 이정표가 서 있는데, 그 길을 따라 2km 죽 올라가면 상해봉 갈림길까지 갈 수 있어. 실은 이 길도 군사도로란다. 내 몸에 난 생채기가 갈라져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의 찢긴 가슴같아 마음이 아파.

-난, 너의 황톳빛 속살위에 중간중간 덧칠해 놓은 시멘트가 너의 숨을 막는것 같아 너무 미안해.

# 바다를 꿈꾸는 상해봉

- 1시간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상해봉 갈림길이네. 상해봉까진 400m 남았군.

-어서와, 상해봉을 지나치지 않고 들려줘 고마워. 힘들었지.

-그래, 90도 가까운 바위라니. 그나마 로프가 있으니 다행이야. 그래도 조심하지 않으면 큰 일 나겠더라. 물론 그만큼 스릴도 있지만.

- 그렇게 생각해주니 다행이다. 1000m가 넘으니 전망이 참 좋지.

- 정말. 북동쪽으론 대성산에서 내려온 한북정맥이 복계산-복주산-회목봉을 거쳐 광덕산으로, 남쪽으로 다시 백운산-국망봉-운악산으로 뻗은 정맥 마루금이 한눈에 보이네. 서쪽으론 각흘산, 명성산, 철원평야가 펼쳐져 있고.

- 자, 이젠 잠깐 전망을 잊고 눈을 한번 감아봐, 어떤 느낌이니

-글쎄, 음 뭐랄까. 어~ 바람소리가 파도소리 같애. 파도에 실려 몸이 두둥실 떠다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마, 그럴거야. 실은 이곳이 예전엔 망망대해에 떠 있던 암초였을지도 몰라. 전설에 의하면 이곳에 조각배를 매워뒀다고도 해. 참 이상하지. 왜 이 깊은 첩첩산중에서 하필 바다를 꿈꾸었던걸까? 이별의 눈물마냥 말라붙은 소금기마저도 남겨놓지 않았으면서...

# 우쭐대지 않는 정상

- 자, 기운을 내고 새로운 만남을 기대해보자. 20분 거리 광덕산기상레이더관측소까진 여전히 군사도로. 거기서부턴 오솔길을 10분만 더 걸으면 바로 정상이구나. 

-그런데 정상이라고 해봤자, 실은 별로 보여줄 게 없어서 미안해. 나무로 만든 조그만 하얀 표지판이 없다면 어디가 정상인지도 잘 모를거야, 그치.

-괜찮아. 꼭 정상이 어디라고 알 필욘없어. 또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고 서운해 할 필요도 없고 말이야. 노래가사처럼 지금 오른 이곳이 그저 고갯마루였을뿐이라도 괜찮아. 사람들 요즘 한 방에 모든 게 바뀌길 바라지만, 넌 우리에게 말없이 가르쳐주잖아. 한발 한발 땀흘려 걸어야지만 진정한 너와 마주칠 수 있다는 것을

-이제, 내려가야지? 정상에서 바로 왼쪽으로 가면 처음 올라온 곳으로 돌아갈 수 있어. 오른쪽으로 가면 큰 골과 박달골로 가지. 박달골 쪽으로 가면 백운계곡으로 가게돼.

- 40여분 내려가면 너와 작별을 해야 하구나, 마지막 이별 선물은 없니?

-20분만 내려가면 광덕고개와 국망봉, 운악산 등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바위를 만알 수 있을거야. 거기서 5분만 발품을 팔면 소나무 사이로도 멋진 풍경을 맛볼 수 있지.

- 고마워. 거기서 잠깐 쉬었다 갈게. 너무 아름답구나. 이러다 내려가는걸 잊어버리겠다. 아름답다는 건 이렇게 마음을 뺏기는 것, 시간을 잊어버리는 것인가 봐. 이대로 돌아가야 하는 길이 아쉽지만 우리 다음에 또 만나자. 봄이라지만 아직 차가운 겨울같은 너의 몸뚱아리, 하지만 봄보다 더 따뜻한 너의 마음을 간직해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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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비로봉 정상에서

2주전 태백산 눈꽃을 보러 갔다가 맑은 하늘만 보고 온 것이 못내 아쉬웠다.
이번주 화, 수요일쯤 영동지방에 눈이 많이 내렸다는 소식에 주말만 손꼽아 기다렸다.

11년전 나무바닥에 침낭으로 몸을 감싼채 차디찬 겨울밤을 보냈던 오대산 산장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그곳을 찾았다.

산은 그대로인듯 한데 역시 사람의 손길이 머무는 곳은 세월의 흐름을 비껴가지 않는다.

산장은 현대식 건물로 바뀌었고, 대신 방은 뜨끈뜨끈했다.

산장지기 할아버지는 요금도 대답하지 않고, 냅다 방으로 안내했다.

오호, 이런. 아무래도 불안한걸. 민박을 할까 생각하다 추억을 떠올리며 오긴 했는데...

같이 간 동료와 술한잔 먹을 생각으로 막걸리 한통과 감자칩을 사들었다.

아저씨(혹은 할아버지) 왈 그럼 방값까지 한꺼번에 계산하지, 그래.

얼큰히 취해있던 산장지기를 상대로 흥정에 들어갔다.

음, 조그만 방 한칸에 3만 5천원이라~~

아무래도 조금 비싸다. 막걸리 덕에 그냥 합쳐서 3만원을 불렀다.

아저씨, 그래 그럼 그거 먹고 다시 올라오지마. 귀찮으니까.

음, 그렇다고 안 올라오겠는가?

한통은 허전하다. 다시 한통을 사러 올라갔는데 어허, 아저씨 완전히 취해 드러누워 계신다.

계산은 뭐, 내일 아침에 하지.

아침, 역시 아직 깨어나지 않으신 관계로 돈만 테이블에 올려놓고 산을 올랐다.

올들어 가장 추운 날이라는데, 온도계를 보니 영하 20도를 가리킨다.

하지만 오히려 산속은 덜 춥다. 바람만 불지 않는다면.

체온이 얼마나 따뜻한지를, 그리고 인간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발생시키는지를

온 몸으로 깨닫는다.  


 

비로봉과 장군봉 사이 뒤로

                                                                                      눈에 싸인 산맥이 탄성을 자아냈다. 

 

비로봉까지 올라가는 길, 25센티 쌓였다는 눈은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길은 눈으로 쌓였지만 눈꽃은 보기 힘들다.

단지 겨울산임을 비로봉의 칼바람이 말해줄 뿐이다.

잠깐의 실망, 그러나 장군봉으로 향하는 길,

칼바람이 계속 불어대는 속에서 눈꽃은 하얗게 피어 있었다.

세찬 바람 속에서 피어난 하얀 꽃들.

바람이 낳은 꽃을 보며 기분마저 새하애진다.


비로봉과 장군봉 사이 주목 군락지

 

한발 한발 능선을 따라 장군봉을 올랐다.

사람들의 발자국이 남겨져 있지 않았다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상상하기도 힘들다.

누군가 남겨놓은 그 발자국위로 발길을 옮긴다.

'아무도 걸어본 적이 없는 그런 길은 없어'라는 싯구가 생각난다.

발자국이 나지 않는 곳에 한번 발을 옮겨본다.

정강이까지 쑥 빠진다.

음~ 눈이 쌓인 후 첫 발을 내딛은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게 이 길을 갔을꼬.

 

하산길, 임도인듯한 길이라 다소 심심했다.

                                                       하지만 트래킹의 재미 또한 솔솔하다.

 

 

내려오는 길, 임도로만 5킬로미터.

다소 지루할 거라 생각했지만 고요한 산 속에서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훌쩍이다.

중간에 만난 스님들은 온통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밀짚모자를 쓰신 스님은 거의 날아다니신다.

바로 이게 축지법?

 

산채 정식. 우와 배 터진다

 

상원사로 내려와 잠시 절을 둘러본다.

사람들로 조금 북적였지만 그래도 고즈넉한 기운이 감돈다.

산사는 평온하다.

매표소 쪽으로 내려와 늦은 점심을 먹었다.

산채정식을 시켰더니, 오우, 이건 상다리 부러지겠다.

싸이를 닮은 아저씨가 싱글싱글 음식을 가져다주신다.

저걸 어떻게 다 먹지. 거기에다 동동주까지 시켰으니.

결국 다 먹는건 포기했다.

음, 이건 나의 뼈아픈 실패?다.

고소한 나물향에 취해, 차가운 바람에 날려, 세상을 다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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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유일하게 볼 수 있었던 눈꽃(?)

태백산 눈꽃 축제 기간.

평상시 같으면 사람 많은 곳엔 근처에도 안갔을테지만,

 아무래도 겨울산을 보아야겠다는 욕심에

길을 떠났다. 영동지방에 눈이 많이 내렸다는 소식에

가슴이 설레이며...

물은 항상 흐른다고???

겨울산의 맛은 눈과 추위다.

등산로는 눈으로 쌓여있고,

하늘은 파란 가운데 매서운 바람이 불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그런데 이게 웬걸...

너무 맑은 날씨가 반갑지 않은 경우가 생기다니...

눈은 다 녹아있고, 땀은 나고...

 태백산 천제단. 돼지머리에 꽂아있는 돈의 욕망들.

그렇다고 산이 주는 즐거움이 어디 가랴!

한쪽 가슴엔 아쉬움이 남지만

산은 언제나 따뜻한 품을 내보인다.

동해안 7번 국도에서.

서해안에 잔뜩 내렸던 눈은

강원도의 겨울 풍경을 조금 어색하게 만들어버렸다.

평상과 다르다는 것.

그리고 평상이라는 것의 어려움.

자연은 예측 가능하면서도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신비로움을 간직한다.

태백시의 황지. 이곳이 바로 낙동강의 발원지.

산을 내려와 태백시로 향했다.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 연못.

저 조그만 못에서 시작된 물이 낙동강을 돌고 돌아 바다로 흘러들어간다니.

그런데 도대체 어디서 물이 계속 솟아나는지 알지 못하겠다.

찬찬히 들여다보아도 알 수 없는 근원.

메마르지 않는 샘물.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또는 무엇인가를 향한 목표가

절대 마르지 않고 계속 솟아나기를.

태백산 주목.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의 숨결이 느껴진다

태백에서 나와 동해로 나왔다.

얼마만에 보는 동해인가?

최근 계속해서 서해안쪽으로만 여행하다보니

깊고 그윽한 동해의 바다는 새삼스럽다.

바다!

말없이 모든 것을 받아주고, 생명을 잉태하는 곳.

몇시간이고 바라보아도 지겹지 않은

바다와 같은 사람일 수 있기를...

 

피곤한 몸의 무게만큼 마음은 가득찬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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