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살면 지옥에 간다' 만약 유명한 점술가가 당신에게 이런 말을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실제 2000년대 초 일본에서 점술서로 1억 권의 판매량을 넘기고, TV예능에서 지옥에 떨어진다는 독설을 퍼부으며 인기를 끌었던 괴물 점쟁이 호소키 카즈코라는 인물이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에 떨어집니다>는 이 카즈코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그린다. 미노리라는 작가를 통해 그의 전기를 쓰기 위한 취재 내용과 미노리 작가의 갈등이라는 두 개의 큰 줄기로 시리즈는 진행된다.


카즈코는 전후 시대 태어나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어머니는 가판 장사를 했는데, 어느날 보리차를 넣은 맥주를 구입하는 사기를 당했다. 카즈코는 이 맥주를 다른 상인에게 팔려다 들통이 난다. 이때 카즈코는 '속이는 놈보다 속는 놈이 더 나쁜거야'라는 말을 내뱉는다. 이 생각은 그의 전 생애의 선택을 결정짓는 그녀만의 가치관이 된다. 

시리즈는 일본 전후 시대를 지나 올림픽 개최, 거품경제 등의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변해가는 카즈코의 모습을 그린다. 마치 한국영화 <국제시장> 처럼 시대와 개인의 역사가 들줄과 날줄로 얽혀져 인생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카즈코는 올림픽 개최 등 일본 경제가 부흥하는 시기, 긴자에 클럽을 만들어 성공해 긴자의 여왕이라 불린다. 하지만 일본경제의 거품이 빠지면서 클럽도 위기에 처하고 이때 그녀는 점술의 가능성을 엿보고 점술가로 변신해 TV예능을 쥐락펴락 할 정도로 유명해진다. 카즈코의 이런 성공 가도는 '마케팅 천재'같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카즈코를 취재하던 미노리는 주변 인물로부터 뜻밖의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카즈코가 마케팅을 비롯해 사업 수완이 좋다기 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야쿠자를 비롯해 권력을 스스럼 없이 이용하는 이기적이고 악의적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한 인물에 대한 상반된 시각이 드러나면서 시리즈는 재미를 더해 간다. 미노리는 카즈코에 관한 책이 어떤 모습으로 쓰여져야 할 지 고민에 빠진다. 


<지옥에 떨어집니다>는 실제 인물인 카즈코를 어떻게 그려낼 것인지에 대한 흥미와 그것을 완벽히 재현해 낸 배우의 연기가 압권이다. 일본 경제의 흥망성쇠는 우리나라와 비슷해 카즈코의 변화무쌍함 또한 우리 주변의 어떤 인물일 것 마냥 친숙해 거부감이 없다. 시대의 흐름을 읽는 눈과 타인의 욕망을 통해 성공한 이들에게 우리는 도덕이라는 잣대를 어디까지 들이댈 수 있을지 고민도 해 본다. 부정한 수단을 통해서라도 성공한 사업가가 있다면 우리는 그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돈이 최고'인 극자본주의 속에 살아가는 우리가 한 번 쯤 물어보아야 할 질문이지 않을까.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총 9부작. 리미티드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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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고수 - 돈도 되고 환경도 살리는 새로운 농법 수직 재배
가나이 마키 지음, 정영희 옮김, 도호 마사노리 취재도움 / 상추쌈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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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를 짓는 방법은 농사를 짓는 사람 수 만큼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농사는 표준화 된 양식보다는 각자의 경험치가 중요한 일이라 여겨진다. 자신이 농사짓고 있는 땅이 다르고, 기후가 다르기에 표준이라는 말조차 쉽게 동의하기 어렵기도 하다. 그럼에도 작물마다 고유한 특성이 있고, 이 특성을 잘 살려 키운다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에 표준이라 할 작물재배법이 전혀 없다고 무시할 수도 없다.


대부분의 현대적 농사는 비료와 농약의 도움을 받는다. 많이 먹이고 약을 처방해 키우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런 고투입의 농사는 다수확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땅의 힘을 잃고 물을 오염시키는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지속가능한 방식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져 온다. 그래서 유기농업이라는 방식이 이야기되고, 이를 넘어 자연재배법 등 다양한 친환경 농업의 방식이 나왔다. 하지만 이런 친환경 방식은 그 수확량이 흔히 말하는 비료와 농약을 쓰는 관행농법에 비해 떨어지고, 결과물이 보기에도 일정하지 않고 들쑥날쑥해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 일쑤다. 게다가 친환경 농사를 짓는 것은 무척 수고스러워, 웬만큼 각오를 하지 않고서는 농사를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이 책 <농업고수>는 새로운 대안법을 제시한다.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비료와 농약을 최대한 쓰지 않으면서도, 수확량은 늘어나는, 그야말로 마법같은 농사법이다. 책에서 말하고 있듯 돈도 되고 환경도 살리는 새로운 농법 <수직 재배>다. 


수직재배란 말 그대로 식물을 똑바로 위로 자라도록 키우는 방식이다. 덩굴식물도 지주대를 세우고 위로 키우고, 나무도 모종때부터 옆으로 퍼지지 않도록 키우며, 전지 방법도 위로 자라는 흔히 말하는 도장지를 살려서 키우는 방식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농사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법이라 쉽게 납득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수직재배법에 눈길이 가는 것은 이 방법으로 농사를 지은 사람들이 성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 <농업고수>는 수직재배법을 도입해 설파하고 있는 도호 마사노리라는 인물이 어떻게 이 농법을 알게 됐고, 이 농법이 가능한 이유 등을 설명하는 전반부와 이 농사법에 도전해 성공한 일본 곳곳의 농가들을 취재한 후반부로 나누어져 있다. 일종의 모험이라 할 수 있는 이 농법이 기존의 농법과 부딪히며 기존 농법을 전파하는 조직과의 갈등을 빚어내고, 이를 어떻게 이겨내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꽤 흥미진진하다. 수직재배라는 방식 자체의 흥미도 있지만 사람 이야기도 꽤 재미있다. 


잎끝과 뿌리끝에서 각각 생산되는 옥신과 지베렐린이라는 호르몬의 적극적인 흐름을 통해 작물의 건강과 면역력을 키움으로써 비료와 농약이 필요치 않다는 수직재배.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욕망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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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985년 아일랜드의 소도시.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시기. 빌 펄롱은 석탄을 배달(불과 40년 전인데 연료로 석탄, 조개탄 등을 사용하는 곳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하는 회사를 꾸려가며 아내와 다섯 명의 딸과 함께 살고 있다. 빌은 어린 시절 부모를 잃었지만 한 유복한 부인의 도움으로 잘 자랄 수 있었다. 영화는 어린 시절 빌의 모습을 교차편집으로 간간히 보여 주며, 빌의 심성과 고뇌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알려준다. 빌은 어려움에 처한 아이를 보게되면 그냥 넘기지 못하고, 무슨 문제가 있는지 묻고, 몇 푼 안되는 동전이라도 쥐어 주는 따듯한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 날 석탄을 배달하러 갔던 수녀원의 석탄창고에 소녀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 소녀는 임신 중이었는데, 원장이 이곳에서 아이를 낳으라며 가둬 두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수녀원에 들어가니, 원장을 비롯해 수녀들이 이 소녀가 또래 친구들과 숨바꼭질을 하다 아이들의 장난으로 석탄창고에 갇혔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원장은 빌에게 아직 학교에 다니는 딸과 학교에 입학해야 할 딸들이 있을텐데, 수녀원이 운영하는 그 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요즘 무척 힘들다는 위협을 가한다. 빌은 무엇인가 께름칙하지만 확실한 증거도 없어 소녀를 두고 나오지만 마음 한 편이 자꾸만 불편하고 신경 쓰인다. 


부인을 비롯해 동네 사람들은 이 수녀원이 학교와 연계되어 있고, 동네 대소사에 관여하며 입김을 불어넣고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웬만하면 그냥 모른척 넘어가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고, 또한 자신의 다섯 딸을 생각하면 그 소녀를 그대로 내버려둘 수가 없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부인의 선물을 찾으러 갔던 빌은 발걸음을 옮겨 수녀원으로 향해, 그 소녀를 이끌고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온다.    


영화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실제 아일랜드에서 벌어진 '막달레나 세탁소'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수녀원에서 성폭력을 당했거나 미혼모인 여자들을 데려다가 세탁소에서 무임 강제노동을 시키고, 출산한 아이들은 입양을 보내거나, 아무렇게나 대해 죽음으로 내몬 사건이다. 1993년 한 수녀원의 부지에서 이름모를 여인들의 시체가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우리나라의 형제복지원 사건과 비슷한 류의 사건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사건이 불과 30여 년 전에 벌어졌다는 것이 놀랍다. 


영화 속에서 빌은 모두가 알면서 침묵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에 작은 친절을 베품으로써 균열을 만들어 냈다. 영화 제목처럼 '사소한' 일이었을지 모르지만, 그 작은 행동을 하기 위해선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영화 제목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어찌보면 사소한 행동에 필요한 큰 용기와, 사소한 행동이 가져온 엄청난 파급효과를 일깨우는 반어적 단어인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줄곧 빌을 중심으로 그의 일상을 찬찬히 들여다 본다. 아일랜드의 겨울 마냥 음울하고 침울한 현실 속에서도 빌이 그 겨울을 녹이는 석탄을 배달하듯, 따듯한 친절을 건네는 모습이 마음 속에 작은 파장을 일으킨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98분. 미국. 12세 이상 관람가. 2024년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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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있는사람들 2026-05-11 2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가슴 저리게 보았죠...
빌 연기를 한 배우,
참 연기를 잘 했어요....

젤소민아 2026-05-12 1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의 최애배우, 킬리언 머피. 아일랜드 소설을 아일랜드 배우가 연기했군요. 통하는 게 있을 것 같아요. 소설, 아주 좋았거든요. 영화도 봐야겠어요~.
 



프랑스 빈민가 아테나. 이곳에 사는 10대 아이가 경찰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이에 분노한 아이의 세째 형 카림은 살인을 저지른 경찰을 찾아내라며 아테나에서 폭동을 일으킨다. 반면 둘째 형 아델은 군인으로 막내 동생의 죽음을 애도하지만, 폭동에는 동조하지 않고, 평화적 방법으로 사건을 해결 짓고자 한다. 첫째 형 모크타르는 막내 동생의 죽음엔 별 관심이 없고 폭동으로 인해 경찰이 몰려오자 마약밀매업을 하고 있는 자신의 사업이 손해를 입을까 전전긍긍한다. 


이들 형제는 알제리계 이민자 후손으로 프랑스에서 차별과 소외를 받고 있기도 하다. 막내동생의 죽음을 계기로 이 형제들이 각각 어떻게 죽음을 대하는지를 영화는 거칠게 담아내고 있다. 영화는 대부분 폭동의 현장 속에 카메라를 들이밀고 있는데, 롱테이크로 이어지는 장면이 많아 현장감을 증폭시킨다. 하지만 롱테이크가 가지고 있는 현장감이 오히려 주인공들 행동의 부자연스러움을 보여주기도 해 짜여진 각본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카메라가 혼잡한 군중을 뚫고 자유자재로 옮겨지는 장면은 눈길을 끈다. 메이킹 필름을 보고나서, 어떻게 이 장면이 가능했는지를 알게 되고 무릎을 탁 쳤다. 언뜻 드론으로 촬영한 것은 아닐까 싶었는데, 웬걸, 카메라를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는 방식으로 장벽을 자연스레 넘어가며 찍었던 것이다. 롱테이크가 빚어내는 긴장감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영화의 보는 재미를 넘어,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소외되고 억눌린 자의 분노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형제의 죽음으로 분노가 폭발했지만, 그 분노는 오직 동생의 죽음으로 발생한 것만은 아니다. 공권력에 희생된 사람들에게 정의가 구현되어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일련의 사건들로 신뢰를 잃어버린 것이 큰 몫을 차지한다. 군인인 아델이 카림을 설득할 수 없었던 것은 경찰이 진범을 찾아내지 못하고 감출 것이라는 의구심 때문이다. 믿을 수 없는 공권력이란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 된다. 우리 사회도 점점 다원화 되어지고, 이 과정에서 차별과 소외를 받는 이들이 생겨날 것이며, 게다가 빈부격차도 더욱 커져가고 있기에, 정부의 정의가 바로 서야만 갈등의 세기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믿음을 가질 수 있는 공권력은 갈등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버팀목이다. 그렇기에 경찰과 검찰이 정의로워져야 함은 필수이다.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청불. 프랑스 영화. 97분. 2022년 베니스 영화제 경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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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주는 지리멸렬함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떠나곤 한다. 어떤 이는 여행을 넘어 목숨을 걸고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긴다. 험준한 산 속 깎아지른 암벽을 등반하거나, 거센 물줄기를 카약을 타고 헤쳐나가기도 한다. 자칫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등정에 성공하거나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 느끼는 쾌감은 이루말할 수가 없다. 



영화 <정점>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샤를리즈 테론은 익스트림 스포츠에 과몰입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암벽등반에서 꽤 실력 있는 파트너를 몰아 세우며 악천후 속에서도 등정을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 그 탓에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파트너를 버려야 하는 악몽같은 경험을 치른다.

시간이 흘러 샤를리즈 테론은 호주에서 홀로 카약을 탄다. 여자 혼자 깊은 산속에 들어가려 하자, 시골의 남성들이 추태를 보인다. 하지만 한 남자의 도움으로 실랑이에서 벗어나고, 그 남자의 추천으로 크리킹(좁고 물살이 급한 계곡에서 카약을 즐기는 것) 장소에 도달한다. 크리킹을 즐기던 샤를리즈 테론은 야영을 하다 자신의 배낭이 사라진 걸 확인하고, 이후 사냥감 신세가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된다. 과연 그녀는 이 사냥으로부터 벗어나 생존할 수 있을까. 


영화는 액션배우로 일가견이 있는 샤를리즈 테론의 매력을 십분 활용한다. 여기에 암벽등반과 크리킹이 주는 짜릿함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특히 샤를리즈 테론이 쫓기면서 물살에 휩쓸리는 장면을 원컷으로 보여주는 편집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하거나, 안전하게나마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겼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영화의 매력에 빠져들어갈 것 같다. 자연 속에서 삶과 죽음의 선택 앞에 놓여진 인물의 생존을 향한 분투가 제법 쫄깃하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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